종료되었습니다 - 영화 [희생부활자] 원작 소설
박하익 지음 / 황금가지 / 2017년 9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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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진 출처: 네이버 이미지) 


 긴 연휴의 어느 날이었어요. 조카 둘이서 손을 잡고 제 방에 들어왔지요. 목적은 게임이었어요. 저는 그 요청에 부응하여 게임기에 생명을 넣었고요. 그렇게 PS4(PlayStation4)는 눈을 떴지요. 그 눈에 비친 영상은 'NEED FOR SPEED RIVALS'였어요. 둘째 조카는 외쳤지요. '달려!' 그 말에 호응하듯 첫째 조카는 경찰차로 레이서(Racer)를 추격했고요. 그렇게 물아일체(物我一體)1가 됐어요. 그리고 며칠 후, 제 방에 들어온 아는 동생 둘. 그들도 이 게임을 만났지요. 바람처럼 달리며, 환호했어요. 레이서(Racer)가 되어 '야호'를 계속 외쳤어요. 그들도 그렇게 물아일체가 되었지요. 

 조카 둘과 아는 동생 둘이 물아일체가 되어 바람의 자녀가 될 수 있었던 것은요. 다시 살아난다는 것 때문이었어요. 차가 부서져도 다시 살아나 달릴 수 있었기에 극한까지 이끌었지요. 목표로 계속 나아갈 수 있는 거예요. 그런데, 억울하게 살해당한 사람이 다시 살아난다는 이야기가 있어요. 가해자를 초인적인 힘으로 직접 처벌하고 사라지지요. 그 부활자의 목표는 응징인 거예요. 저는 그 이야기에 물아일체되었어요. 


 7년 전에 아들의 눈 앞에서 노상강도에게 살해당한 최명숙. RV(Resurrected Victims, 환세자)가 되어 나타나요. 그 어머니는 뜻밖에도 아들 서진홍을 공격해요. 그래서 국정원과 CIA는 서진홍을 진범으로 의심하게 되지요. 지금은 동업자와 함께 성공한 사업가인 서진홍이지만, 어려울 때 최명숙의 생명 보험금으로 위기를 넘겼다고 해요. 살인 동기가 될 수 있는 거예요. 그들은 최명숙과 서진홍을 가두고는 검사와 심문을 하지요. 한편, 최명숙을 살해한 노상강도가 잡히게 되는데요. 이름은 리칭청이에요. 결국 그는 최명숙의 공격을 받고 죽지요. 그런데, 그는 최명숙의 살해는 청부살인이었다고 진술했었다고 해요. 그리고 여전히 서진홍을 공격하려는 최명숙. 그렇게 서진홍은 진범이라는 누명으로 풀려나게 돼요. RV가 가해자를 죽이면, 사라지기 때문이지요. 어머니를 걱정하던 진홍은요. CIA가 RV인 최명숙을 미국으로 데려가려고 할 때, 어머니를 구출해요. 이제 그는 누명을 쓴 도망자가 되지요. 눈을 가린 어머니와 함께요. 

 

 (사진 출처: 네이버 이미지) 

 

 누명을 쓴 도망자, 서진홍. 영화 도망자(The Fugitive, 1993)가 떠올랐어요. 킴블은 누명을 쓰고 도망자가 되지요. 제라드는 추적하고요. 서진홍과 그의 어머니 최명숙도 국정원과 CIA가 추적하지요. 영화 도망자에서 쫓고 쫓기는 동안, 추격자 제라드와 도망자 킴블은 서로를 이해하게 되는데요. 또, 친구로 생각했던 의사 니콜스의 사악한 모습도 보게 되고요. 서진홍을 국정원 직원인 백하형과 오경채도 어느덧 이해하게 되지요. 또, 동업자이자 친구인 민욱의 사악한 모습을 서진홍은 보게 되고요. 사실, 우리 모두는 억울하게 쫓기는 '도망자'일지도 몰라요. 동시에 우리는 하릴없이 무언가를 쫓는 '추적자'일지도 모르고요. 게임 'NEED FOR SPEED RIVALS'처럼요. 삶은 그 사이에 존재하겠지요. 그 길에서 사람의 참모습을 발견하게 되고요.2 '종료되었습니다'는 그 모습을 꼼꼼히 그렸네요. 


 '이건 단순한 강력사건이 아니었다. 상식을 뛰어넘는 기묘한 일들이 생과 사, 죄와 벌의 영역을 오가며 벌어지고 있었다.' -190쪽. 


'용서가 피해자의 것이 되어야 한다고 떠미는 현실은 너무도 잔인하다. 피해자들을 강렬한 증오심과 고통과 상처 가운데로 떠밀어 놓고, 본인은 조금의 가책도 가지지 않은 채 감방 안에서 하루하루를 보내는 인간들에게 마땅히 피해자들이 짊어진 상처의 무게를 나누어 주어야 한다.' -256~257쪽. 


 죄와 벌. '종료되었습니다'가 말하는 또 하나의 목소리예요. 게임 'NEED FOR SPEED RIVALS'에서도 경찰은 벌, 레이서는 죄로 대비되네요. 자연스레 죄와 벌로 나누어져요. 그런데, 세상에는 조금의 가책도 없는 가해자가 있어요. 죄를 지었지만, 벌을 받는 것 같지가 않아요. 어떻게 심판해야 할까요? 역지사지(易地思之)3하게 하고 싶어요. 동해보복법(同害報復法, 탈리오의 법칙(lex talionis))4을 생각할 수 있지요. 그러고 보니, 중국 무술 영화나 미국 서부극의 대부분은 악당에 대한 복수극이었지요. 소설 '몽테 크리스토 백작'도 복수극이었고요. '복수는 나의 것'이라고 외친, 사적 복수였어요. 지금도 흉악 범죄에 대한 일부 관대한 처벌과 사법기관에 대한 불신 때문에 그런 감정이 들기도 하네요. 그에 대한 하나의 해답을 '종료되었습니다'는 제시하고 있고요. 아직 실현하기 어렵겠지만요. 깊이 생각하게 해요. 


 '종료되었습니다'의 이야기에 자연스레 물아일체가 되었어요. 그저 계속 읽게 되었지요. 이야기의 흐름과 가독성이 좋았고요. 반전도 나쁘지 않았어요. 저는 읽고 나서, '도망자', 그리고 '죄와 벌'이라는 두 묶음으로 생각해봤네요. 마치 지은이인 박하익 작가와 혼연일체(渾然一體)5가 된 느낌이었지요. 마지막에는 '종료되었습니다'가 무엇의 종료인지 알게 됐어요. 게임 'NEED FOR SPEED RIVALS'를 저에게 보여준 PS4(PlayStation4)의 종료 단추를 누르면서요. 





 덧붙이는 말.


 1. 개정판의 1판 1쇄 기준 오탈자가 있어요. 

 서명숙→최명숙(10쪽), 들어오는 (그를) 가리키며(68쪽).

 2. 2012년 '노블마인'에서 나온 책의 개정판(2017년 '황금가지')이에요. 

 3. 제6회 대한민국 디지털작가상 대상 수상작이에요.

 4. 영화 '희생부활자'의 원작 소설이에요.  


 

  1. <철학> 외물(外物)과 자아, 객관과 주관, 또는 물질계와 정신계가 어울려 하나가 됨.
  2. 같은 논지로 '처음 만나는 영화', 김성곤, 알에이치코리아, 260~261쪽.
  3. 처지를 바꾸어서 생각하여 봄.
  4. 피해자가 입은 피해와 같은 정도의 손해를 가해자에게 가한다는 보복의 법칙. ( http://terms.naver.com/entry.nhn?docId=1152261&cid=40942&categoryId=31622 )
  5. 생각, 행동, 의지 따위가 완전히 하나가 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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