잠이 든 당신
김하인 지음 / 느낌이있는책 / 2012년 3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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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름드리 나무가 드리워진 뒷동산에서 반딪불이 반짝이는 여름밤에 동물원의 “널 사랑하겠어” 를 기타로 연주해 주던 그 사람의 모습이 잊혀지지 않는다. 세월이 흘러 그 사람은 머리에 흰머리가 희끗희끗하고 주름진 얼굴로 바로 옆에 잠이 들었지만, 그때의 노래를 이제는 불러주지 않는다. 그래도 그때의 진심은 이후 사랑한다는 말보다도 더 진한 잔향으로 가슴에 남아 세월을 견디게 하는 추억이 되었다. 사랑의 열정도 낭만도 없지만, 세월과 함께 흘러온 시간 속에 사랑은 나의 전부를 걸어도 좋을 만한 뿌리가 되었는지도 모르겠다. 뿌리는 다른 두 개의 나무가 줄기로 뻗어져 나와 하나가 되는 연리지(連理枝)처럼, 사랑이란 그렇게 서로의 가슴에 사랑이라는 뿌리를 키우고 줄기로 만나게 되는 사람이 태어나 자라서 이루어야 할 숙명을 보여주는지도 모르겠다.

 

두 사람이 사람으로 하나가 되고 사는 동안 서로 헤어지지 않고 죽는 날까지 함께 보듬고 사는 것이고 보면 사람의 삶이 연리목과 참 많이도 닮았다 싶었습니다. p45

 

눈이 맑고 이쁜 귀엽고 앙증맞은 이목구비에 햇살이 스민 듯한 표정의 선영을 본 순간 첫눈에 홀딱 반한 석민, 아버지가 돌아가시고 홀어머니를 모시고 살던 석민은 대학졸업 후 직장을 다니다가 홀로 계신 엄마와 함께 살기 위해 진부에 내려와 집배원을 시작하였다. 그러나 삶은 예측하기 힘든 것이라고 했듯이 정규사원이 되자마자 엄마가 세상을 뜨셨다. 엄마는 떠나고 집배원만 남은 석민의 삶속에 선영을 보고 첫눈에 반하게 된 것이다. 집배원인 자신과 초등학교 선생님 선영에게 쉽게 다가갈 수 없었던 석민은 길고 긴 편지를 쓴다. 선영을 단 하루라도 만날 수 있다면 원이 없겠노라고 온 마음을 다해 쓴 편지를 받은 선영은 석민이 보여주는 진심어린 고백을 읽고 석민을 만나기로 결심한다.

 

그러나 삶은 그렇게 녹록지 않듯이, 둘의 결혼은 부모님의 반대를 비롯하여 동생 희영의 반대를 극복해야 했다. 불행이 거기에서 끝났으면 좋으련만 어느 날 가출한 아이를 찾으러 한밤중에 나갔던 선영이 크게 다쳐 의식불명이 된다. 그리고 선영의 뱃속엔 아이가 있었다. 생명과 축복을 받아야할 아기 앞에서 석민은 죽음의 어두운 그림자를 느끼며 암울한 탄식만을 내뱉을 뿐이다.

 

눈물이 대롱대롱 달려있다가 결국엔 후두둑 떨어진다. 사랑과 기적을 노래하기에는 너무 힘든 세상이라고 누가 그랬던 것 같다. 희망을 노래하기에는 절망이 너무 깊다고 누가 그랬던 것 같다. 그러나 사랑과 기적을 만드는 사람들은 여전이 존재한다. 사랑에게서 나와서 , 사랑으로 살다가, 끝내 사랑의 품에 안기는 것이 인생이라고 차동엽 신부님이 말씀하셨듯이 고통으로 신음하고 있는 시대를 견디게 해주는 것은 사랑밖에 없음을 다시 기억하게 한다. 문득 잠이 든 당신의 주름진 얼굴 사이로 잊혔던 사랑의 기억을 더듬어본다. 한 사람을 사랑하는 일이 피라미드를 쌓고 공중정원을 만들고 피사의 사탑 같은 불가사의를 이루는 일보다 더 어려운 일이라고 한다. 그토록 무모하고 불가능을 가능케 하는 것이 사랑의 힘이라고 하듯이 사랑과 기적의 이야기 <잠이 든 당신> 같은 사랑을 꿈꾸어본다.

 

사랑하겠다면 당신이 내일 죽을 것처럼, 전 사랑하겠습니다.

당신의 사랑과 사랑하는 당신을 이 땅에서 하늘 끝까지 완전히 사랑해내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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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자의 가방 - 여자의 방보다 더 은밀한 그곳
장 클로드 카프만 지음, 김희진 옮김 / 시공사 / 2012년 4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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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 가방은 무겁다. 유난히 무겁다. 학교 다닐 때나 지금이나 가방에 많은 것을 넣어가지고 다니는 버릇 때문에 내 가방은 언제나 무겁고 크다. 초등학생 딸내미의 가방도 무겁다. 학교사물함에 책을 넣어두고 다녀도 되련만 딸아이는 나를 닮아 똑같이 무거운 가방을 들고 다닌다. 혹여 키가 크지 않을까 싶어 걱정이 되어 잔소리를 하지만 가방이 무거워야 마음이 편한 그 마음을 이해하기에 그냥 내버려 둔다.

 

 

참 재미있는 책이 나왔다. 여자에게 가방이란 무엇인가? 가 궁금한 남자가 있었나보다. 파리 5대학 부설 사회관계 연구소(CNRS) 연구원이자 사회학자인 장 클로드 카프만은 여자의 가방을 여자 생애의 궤적에서 뗄레야 뗄 수 없는 존재로서 연구하였다. 그의 연구는 호기심으로 비롯하여 시작하여 75명의 여자들을 인터뷰한 결과, 여자의 가방에는 그녀들만의 history가 담겨있다는 사실을 발견한다. 그 이야기가 한 편의 책이 되는 과정에서 저자는 가방들의 이야기를 듣게 되었다고 한다. 감성이 넘치는 시적인 이야기, 힘 있고 정확한 이야기, 사랑과 죽음, 실존의 큰 변화들, 불란과 열정, 가슴 속 깉이 품어 온 추억과 행복을 불러일으키는 이야기 , 그리고 가방 밑바닥에 웅크리고 있는 놀랍고 대단한 것들을 일깨워주는 이야기(p11)였다고 한다. 결국 가방이라는 존재가 여자에게서는 결코 평범한 건이 아니라는 사실을 깨달은 후 그 이야기 그대로 글로써 들려주고 싶었다고 한다.

 

책을 읽다가 내 가방을 쏟아보았다. 늘 습관처럼 지니고 다녔던 가방을 분석하기 위해 들여다보는 건 처음인 것 같다. 책 2권, 볼펜 5자루, 이어폰, 대일밴드, 안약, 알레르기약, 안경집, 다이어리, 휴대폰, 지갑, 물티슈, 키홀더, 립스틱이 쏟아져 나온다. 이 물건들이 내게 의미 하는 것을 무얼까?

 

가방 안에는 무엇보다도 감정과 추억들이, 애정과 인간관계로 이루어진 세상 전체가 들어 있다고, 그리고 이러한 것은 논리적으로 따질 수 없는 문제다. p45

저자는 가방 안에서 물건을 찾을 때 바로 찾을 수 없을 때나는 짜증을 정교한 정신적인 메커니즘으로 보았다. 그 이유를 아리스토텔레스가 “모든 행동에는 윤리, 즉 도덕의 기억이자 실행이 깃들어 있음”에서 찾을 수 있다. 가방의 정리스타일과 성격의 구조는 아리스토텔레스의 사유와 연관된다. 일상적인 습관, 특히 가장 사적이고 격의 없는 습관 속에서 우리 자신과 동일한 것을 재생 (자신의 정체성을 확립)하는 능력을 축적한다고 보았다. 결국 여성에게서 가방이라는 자신만의 작은 세상은 자아의 보호막인 셈이다. 따라서 ‘단일 가방파’는 가방에 담는 물건들을 뒤죽박죽 만들어 놓고 ‘다수 가방파’는 정리정돈을 잘한다고 한다. 그러나 삶과는 다르다. 롤로라는 여자는 단 하나의 가방만 사용하는 단순함을 추구하지만, 그러면서도 그녀 삶에서는 다양한 면모를 온전히 드러내며 살아가기를 원한다.

 

저자는 물건에게는 두 개의 삶이 있다고 한다.

첫 번째가 조용하고, 겸손하고, 존재의미가 지워진 삶이고,

두 번째가 물건이 문제를 일으켰거나, 어떤 사소한 일이 습관적인 메커니즘을 방해하거나,

물건으로 인해 더 큰 행복을 느끼는 삶이라고 한다.

 

가방에 의해 이런 시기가 나눠지는 경우는 첫 번째 삶, 기능적인 가방, 사소한 것들로 이루어진 친숙한 세상, 자기 자신의 연장, 이는 여성 자신이 정점에 달했을 때 무거워진다.그리고 가방의 전혀 다른 삶은 화려하게 빛나는 삶, 첫눈에 반하기와 열정과 근사한 겉모습의 삶이다. 가방은 다른 방식으로 여자를 만드는데, 이 방식은 사람에 따라 매우 다르며 특정한 시기와는 전혀 관계가 없다. 여자에게 가방은 처음에는 이따금 갖고 노는 장난감이었다가, 열 두 살에서 열 세 살 무렵에는 진정한 연습의 가장으로 여성성을 익히며 한 사람의 개성을 형성하는 복잡하게 얽힌 관계 속에서, 가방의 세상으로 들어가고 거기 머물게 된다. 청소년기에는 가방은 개성의 일부가 되어 머리를 매만지고 화장하는 도구가 되어주며 서서히 가방의 역할이 커지기 시작한다. 이후 가방은 생애의 궤적으로서 여성에게 가장 중요한 존재로서 자리 잡게 된다.

 

가방은 여자의‘또 다른 자아’다. 또한 ‘삶’이 라는 퍼즐을 완성시키는 한 조각, 추억의 상자이기도 하다. 그래서 여자들은 가방을 잃어버리면 자신의 일부를 잃었다고 느낀다 -르몽드-

가방이란 여자에게 무엇일까? 나는 가방이 나의 일부라고는 생각해본 적은 없다. 하지만 여자에게 있어서 가방이란 또 다른 자아와 같다는 말에 동의한다. 가방에 애착을 가지고 있는 여자는 집착을 능가하는 애정이 생기기 때문이다. 드라마나 영화에서 여자가 자신의 내면심리를 표현하는 도구로서 가방을 활용하는 이유도 아마 그런 이유일 것이다. 가방가게를 오래 해 온 나는 가방이란 '물건'이 언제나 주인을 찾아간다는 생각을 하곤 한다. 가방을 사러 오는 손님들의 특성 중의 하나가 자기 자신의 스타일의 가방만 본다는 것이다. 저자는 물건들에게 두 가지 삶의 의미가 있다고 했다. 존재의 의미를 부여받지 못하는 물건과 행복을 주는 물건이라는 의미를 받은 가방의 삶이 더 아름다울 것 같다. 그리고 소소한 물건의 행복을 느끼는 이들의 모습은 더욱 아름다울 거란 생각이 든다. 내 가게에서 가방을 산 손님들이 그 가방으로 행복을 느꼈으면 하는 바람처럼 한 사람의 생애의 궤적에 남기는 물건을 파는 사람이 되고 싶다. 장 클로드 카프만의 가방이야기는 사회학자답게 조금은 건조함이 있지만, 물건을 하나의 존재감으로 탄생시키는 그의 이야기는 무척이나 흥미롭게 읽힌다. 당신의 가방은 어떤 삶을 살고 있나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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드림모노로그 2012-04-18 17:57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우와 ~가방에 아기들을 위한 사탕까지 , 섬세한 분이시군요 ㅎㅎㅎ 나무늘보님이 글을 쓰시는 분이라는 것이 소지품에서 느껴집니다 ^^ 책과 노트, 펜 까지는 저랑 똑같은데 ㅋㅋ 저도 제가 하는 일이 참 좋습니다 ^^ㅎㅎ
항상 이쁜 물건들을 봐서그런지 스트레스가 별로 없어요 크크 ~
누군가에게 어떤 의미가 되고 싶은 건 사람이나 물건이나 똑같은 것 같습니다 ^^ ㅎㅎㅎ
 
파파라치 황금펜 클럽 Goldpen Club Novel
이석용 지음 / 청어람 / 2012년 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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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람들은 수면에 얼굴이 비칠 때, 물의 깊이로써 자신의 내면을 비춰내고,

그 심연(深淵)에서 자신과 마주선다.

- 가스통 바슐라르 [물과 꿈] 중에서 -

 

친구의 아들은 장애인이다. 인고의 세월을 옆에서 보아왔지만, 친구는 그 인고의 세월을 담아 더욱 아름다운 삶의 모습으로 거듭나고 있다. 장애인 아들을 낳았을때, 잠시 연락을 끊었던 친구는 스스로 아픔을 이겨내고 고통의 작동 메커니즘으로 승화시켜 더욱 단단하고 정신적으로 성숙한 아름다운 모습으로 변화해 있었다. 서울대를 나오고 남부럽지 않은 삶을 살았던 친구에게 장애인 아들이 준 삶의 의미는 하나님이 사람에게 고통을 주는 이유를 알게 된 것이라고 하였다. 친구의 아들과 내 딸은 같은 반이다. 뇌성마비라 말이 어눌하고 웃음소리도 기괴하지만, 눈망울이 맑아 순수해 보였던 아이였다. 그 친구와는 음악학원도 같이 다닌다. 그 음악학원에서 부모들을 초대하여 음악콘서트가 열렸는데 친구의 아들도 무대에 서게 되었다. 다리도 불편하여 잘 걷지도 못하는 아이, 발음도 정확하지 않아 무슨 소린지 알아들을 수 없었던 아이가 무대에 서서 들려주는 목소리는 성대를 울려서 내는 소리가 아니라 마음으로만 들을 수 있는 소리였다. 그 아이의 노래가 끝났을 때 모두들 하염없이 눈물이 흘러내리고 있었다. 그 아이가 말하는 소리, 내면의 울림은 지금도 잊혀지지 않고 장애인이라는 굴레와 싸우고 있는 소리없는 외침으로 느껴지고 있다.

 

이 책 파파라치는 그런 소리 없는 외침을 느끼게 한다. 말하지 못하고 듣지 못하는 길도가 사진을 통해 세상과 소통하는 모습에서 나는 그 맑은 눈망울을 가진 아이가 떠올랐다. 성인의 길로 접어든 길도가 미완의 독립과정을 통해 사회에 첫발을 딛으며 겪는 에피소드들은 따스함과 위로가 가득하다.

 

저는 얼마 전부터 이 소리 없는 세상이 갖고 있는 중대한 문제점을 뼈저리게 느끼게 되었어요. 바로 ‘초대할 수 없다’는 것이에요. 누군가를 잘 데리고 들어왔다고 생각하고 뒤돌아보면, 그 사람은 길을 잃고 어딘가에 떨어져 있곤 해요. 어쩌면 제가 길을 잃었는지도 모르겠어요. 초대할 수 없다면 어쩔 수 없지 하고 생각도 해봤어요. -p308

 

부모님으로부터 독립을 꿈꾸던 길도가 불법복제인지 모르고 했던 아르바이트로 경찰관 아저씨와 팔짱 사내에게 호되게 당하고 있을 때였다. 그때 구원투수로 등장한 한상욱 신부님께 디지털 카메라를 받게 된 후부터 길도는 카메라에 세상의 모든 것을 담고자 하는 꿈을 꾼다. 나뭇잎 하나 없는 마로니에 나무를 보며 ‘녹색의 푸름’을 떠올렸다 말하는 길도. 헐벗고 어두운 갈색의 마로니에 나무에서 잠재된 생명력을 , 찬란한 푸름을 상상하는 길도의 이런 신묘한 통찰력은 본격적으로 ‘파파라치’라는 아르바이트를 시작하면서 빛을 발한다. 소리없는 세상에서 끊임없이 그 무언가와 교감을 갖기 위한 안간힘이 그런 통찰력으로 다듬어지게 된 것이다. 통통 튀지만 직장생활에 회의를 가지고 있던 의뢰인 ‘나애리’ 에게는 동료의 소중함을, 무언가 묵직한 느낌과 함께 어둠의 그늘이 감지되는 ‘오희나’ 아줌마에게는 '살아만 다오‘하는 희망의 메시지를, 평소 다정한 아버지와 남편이지만 알코올만 들어가면 단기기억상실증에 빠져 가족에게 상처를 주는 IT회사 부장에게는 가정의 모습을, 병들어 지쳐가는 코끼리 작가에게는 과거의 소중한 꿈을, 아날로그와 디지털의 세계에서 길을 잃고 헤매는 만화가 장석주에게는 디지털과 마주하는 방법을 제시하여 준다.

 

장애를 가지고 있지만, 시끄럽고 복잡한 세상에서 상처받는 이들의 마음을 보려하는 길도의 시선은 그들의 아픔을 꿰뚫어본다. 듣지 못하고 말하지 못하는 장애인 길도에게 세상과 소통하는 방법은 타인의 아픔을 공유한다는 것이다. 외적인 장애보다 내면의 아픔으로 고통받고 있는 모습은 바로 현대인의 모습이다. 이 책은 제1회 황금펜 영상문학상 금상 수상작이다. 책을 보았을 때 참 이쁜 책일거라는 상상을 했었는데 그 안에 담겨진 내용은 더 이쁘고 착하다. 마음이 따뜻해지고 가끔 미소를 짓게 하며 때론 눈물도 흘리게 한다. 겉으로 보여지는 장애가 진짜 장애가 아니라 마음이 병들고 외로운 이들이 많아지는 정신적인 장애로 인해 고통받고 있는 이들이 더 많은 우리의 현실을 보여주고 있다. 책을 읽으면서 비록 장애를 가지고 있지만, 눈망울이 맑은 그 아이가 세상에 첫 발을 디딜때 디딤돌이 되어주는 어른이 되고 싶다는 생각이 들었다. 아름다운 파파라치 길도의 뷰파인더에 너를 담고 싶구나.. 한울아 ! 너의 멋진 미래를 세상에 보여줘.. 우리 한울이 화이팅 ! ^^

 

셀카가 미니홈피를 가득 메우고 계시나요?

친구들과 어깨동무 한 사진들이 식상하셨나요?

항상 브이를 날리는 야속한 친구와 절교를 생각해 보셨다고요?

머리를 멋지게 날리고 있는 연예인의 사진이 부러우셨다고요?

이제는 더 이상 고민하지 마세요

당신의 일상에서 흘려보내는 멋진 순간을 전문가의 뷰파인더에 담아드리겠습니다

당신조차 낯설고, 치명적인 매력을 발견할 기회. 당신의 일상을 담아드리겠습니다.

-파파라치. www.iampaparazzi.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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Ex-formation 女
하라 켄야.무사시노 미술대학 히라 켄야 세미나 지음, 김장용 옮김 / 어문학사 / 2012년 3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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엑스포메이션 (ex-formation)이란, 어떤 대상에 대해 알게 하는 것이라기보다는 얼마나 모르는지에 대해서 알게 하는 것으로서의 소통의 방법이다.

 

책이 조그마하다. 겉표지는 꽃무늬가 가득한 것이 봄처럼 산뜻함을 선사해주는 책이다. 그러나 책을 펼치면서 의아함 가득한 사진들에 고개를 갸우뚱하게 한다. 주제는 여女 인데 익히 느끼고 있던 미美적인 기준과는 전혀 다른 女의 오브제이기 때문이다. 책을 통해 보여주는 女는 현대 사회에서 여성의 모습이 아니라 현재 여성이 가지고 있는 여성성에 대하여 신선한 상상력을 제공해주는 것에 목적이 있다. 남녀의 역할이 동등해지고 과거 여성이 성으로서의 차별을 받아왔지만 , 현재는 '역차별'이 문제가 되는 상황에 까지 이르렀다. 이른바 모계사회(母系社會)로 돌아가고 있다는 말은 불안정한 수컷으로부터 안정된 암컷이 사회의 주도권을 확보하게 시작한 것도 과거 증식의 목표가 아닌 환경의 변화로 인해 생물학적 측면에 따른 것으로 이해할 수 있다.

 

女’에 대한 신선함이 넘치는 상상력,
이번 엑스포메이션 프로젝트의 새로운 테마는 ‘女’다!
하라 교수와 무사시노 미술대학의 15명의 세미나생들이 만든 기발하고 엉뚱한 작품들의 세계

 

오카자키 유카는 다양한 임산부들을 통해 여성에게 '임신'이 갖는 복잡하고도 섬세한 측면을 픽션이라고 하는 사실에 의해서 일시적으로 알기 쉽게 함과 동시에 , 나라고 하는 개인을 여자의 전형으로 변화시키는 효과를 가져왔다고 한다. 임신이라는 현상을 감추고 있던 여성의 생물학적인 현상을 겉으로 노출시키는 기간이다. 여기에는 그 어떤 것도 개입할 수 없는 신비한 생명의 구조가 가시적인 형태가 드러나게 되는 것이다.

 

 

가와고, 가와나, 후지이 이 세사람은 무기의 표면에 작음 꽃모양의 무늬를 입히는 방식으로 작품을 만들었다. '꽃무늬 모양'이라는 여성 취향의 상징에서 전쟁의 리얼리티를 느끼게 해준다고 하는데 사실 나는 아무 느낌이 없는거 보니 예술적인 감각이 없는가보다 ^^;;

미사일에 꽃무늬를 입히고 , 총탄에 꽃무늬를 입히고 슈류탄과 총알에도 꽃무늬를 입혔다. 이렇게 하는 것만으로도 지구에 평화가 찾아올 것 같은 착각을 잠시 ^^;;

 

 

오카쿠라 텐신은 "만일 인간에게 '꽃'이 없었더라면 삶과 죽음에 있어서 필시 인간은 어려움이 따랐을 것이라고 언급했다고 한다. '꽃'만이 갖는 그런 특별함이 결국 삶과 죽음을 지탱해주고 있는지도 모르겠다. 꽃과 여성, 생과 사라는 주제를 통해 심미적인 감동을 불러 일으키는 것이 바로 꽃으로 만든 두개골 그림이다.

 

이외 많은 그림에서 여성이라는 본질에 다가가게 하는 시도를 느낄 수 있다. 엑스포메이션이란 어떤 대상물에 대해서 설명하거나 알리는 것이 아니라, 얼마나 모르는지를 알게 하는 소통의 방법이라고 한다. 우리가 알고 있는 사물을 바라보는 관점을 전환하여 우리가 틀림없이 알고 있다고 생각하는 것을 그 근원으로 되돌려 그것을 처음 접하는 것처럼 새롭게 음미하는 시도라고 한다. 현대사회는 정보화시대라고 한다. 더 사실적으로 말하자면 지식융합사회이다. 과거와는 다르게 창의성을 추구하는 시대이다보니 같은 사물을 보더라도 독창성을 요구한다. 외형만 포장했던 디자인이 아닌 새로운 가치 창출을 위해 근원적 물음과 복합적인 가치를 창출해 낼 수 있어야 한다. 그 점에서는 책이 주는 발상과 신선함은 독특하고 재미있다. 사물을 바라볼때 내가 생각하는 예술은 어떤 일을 하든지 결과가 아름다우면 무조건 예술이다. 그러기 위해서는 우리의 잠자고 있는 예술성을 일깨워 삶의 곳곳에 감추어진 근원성에 다가가야 한다. 예술이란 어쩌면 친숙하고 재미있는 행위일지도 모른다는 생각을 남겨준 책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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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의의 한계 (양장) - 마이클 샌델
마이클 샌델 지음, 이양수 옮김 / 멜론 / 2012년 3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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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책의 주제는 자유주의 대가 존 롤스의 [정의론]비판이다. ‘의무론적 자유주의’ 의 비판이라고 말하는 것이 더 적확할 것 같다. 존 롤스의 정의란 무엇이고 샌델은 존 롤스 정의의 무엇을 비판하였을까? 일반적으로 정의란 종교와 같은 초월적인 정신성과 선을 비롯한 윤리적 관념을 지닌 윤리성을 포함한 것을 말한다.

 

존 스튜어트 밀은 정의를 "모든 도덕 가운데 가장 중요한 것, 비교조차 안 될 만큼 가장 신성하고 강제적인 것.“ 이라고 했으면 존 로크는 ”인간의 자연권을 어느 국가도 넘어설 수 없는 매우 강력한 것“이라고 주장한다.

 

샌델은

정의의 관점은 한 시대의 문제점을 지적하고, 그 안에 작동하는 불평등과 불의를 해결하는 데서 나타난다. 하지만 정의가 상대적인 것은 아니다. 도덕적인 가치가 토론되면서 도덕적주체의 반성대상이 된다. 때문에 정의 개념은 다양하게 나타날 수 있고 , 적용 시점에 따라 상이한 평가가 가능하다. 바로 그런 이유로 정의는 ‘한계’를 가진다.-p32 라고 한다.

 

<정의란 무엇인가>를 통해 샌델을 ‘공동체주의’ (개인의 자유를 중시하는 전통적인 자유주의와 개인의 책임을 강조하는 보수주의의 입장을 절충한 중도주의를 말한다. 즉, 고도산업사회화에 따른 도덕적 공동체의 와해와 이기적 개인주의의 팽배에 의한 원자화 등의 현상에 대한 불만의 이론적 표출로 볼 수 있다.)로 보는 시선에 대해 샌델은 ‘나는 공동체주의가 아니다. 나는 자유주의자’라고 한다. 이에 대해 정의의 중요성을 강조하며 인권의 보편적 가치를 옹호했다는 점에서 알 수 있다. 가치의 공동체적 차원을 강조했다고 해서 이들이 상대주의자이거나 공동체를 초월한 가치의 존재를 부정하는 것은 아니다.

 

<정의란 무엇인가>에서 샌델이 문제 삼고 있는 것은 자유주의다. 자유주의를 빼놓고는 샌델의 논의를 시작할 방법이 없을뿐더러, 잘못된 자유주의를 전제할 경우 그의 논의는 탁상공론에 불과할 것이기 때문이다. 샌델의 자유주의 공격은 특정 형태의 자유주의에 대한 비판일 뿐, 자유주의를 바라보는 샌델의 시선은 정치적으론 매우 우호적이다. 샌델의 부정적인 시선은 처음부터 끝까지 의무론의 형태를 위하고 있는 자유주의 정치철학에 맞춰진다. 무엇보다도 '의무론적 자유주의'의 철학적인 가정이 문제라는 것이다. 샌델은 잘못된 철학적 가정에서 비롯된 ‘공공 철학’은 결국 거짓 이론일 수 밖에 없다고 주장한다. 따라서 샌델의 표적은 롤스의 <<정의론>>에 나타난 자유주의다. 롤스의 <<정의론>>은 1989년 공산권의 붕괴로 유럽의 정치 철학 판도에 큰 변화가 생겼다. 정치적 이념으로든 주적으로돈 정치적 변혁 주체 세력의 붕괴는 일종의 정치 철학 공황 상태를 초래했다. 이러한 상태를 극복하기 위해 민주주의와 공화주의에 대한 관심이 고조되었다. 이와 더불러 자유주의에 대해서도 논쟁이 일기 시작하면서 롤스의 이론을 자본주의 체제의 모순을 극복하기 위한 또 하나의 시도로 해석하려 했다. 그 결과 , 유럽사회안에서 롤스의 정치적 자유주의와 그 대안으로 공동체주의가 활발하게 논의되기 시작하게 되었다.

 

이렇게 자유주의는 자본주의 체제의 침체 국면에서 벗어나게 할 대안적 정치 철학으로 자리매김한다. 이때 공리주의(19세기 중반 영국에서 나타난 사회 사상으로 가치 판단의 기준을 효용과 행복의 증진에 두어 ‘최대 다수의 최대 행복’ 실현을 윤리적 행위의 목적으로 보았다.) 역할이 컸다. 그러나 공리주의는 개인이 아닌 사회적 효용의 극대화라는 문제로 인해 개인의 권리이상을 요구하게 된다. 생산의 극대화가 삶의 질을 향상시킬수 있었던 과거와는 '삶의 질'이 당면문제가 되면서 복지 국가 모델을 대안으로 받아들이게 되었다. 이러한 정치적 상황은 자유주의가 자연스레 현실 정치의 대안으로 자리잡게 된 것이다.

 

롤스의 정의론은 지금도 지배적인 공리주의 공공 철학에 대한 체계적인 반발이다. 무엇보다 공리주의, 자유주의가 토대하고 있는 가정을 거부하려 했다.

 

 

롤스에 대한 샌델의 비판은 자유주의가 전제하고 있는 인간관에 근본적인 오류가 있음을 지적하는 것이었다. 다시 말해 자유주의자들이 틀렸다고 비판한 것이다. 그리고 인간의 자기 이해에는 근본적으로 공동체적으로 형성된 가치가 이미 개입되어 있기 때문에 이러한 사회성을 근원적으로 초월하는 개인주의는 잘못되었다는 것이다.

롤스의 정의론은 칸트의 옳음이 좋음보다 우선한다는 기본 테제에 있다.

1, 특정 개인의 권리는 아주 중요해서 일반 복지도 그 개인의 권리를 뛰어넘을 수 없다는 것.

2, 권리를 구체화하는 정의 원칙들이 좋은 삶의 개념과 무관하게 정당화될 수 있다는 것이다.

정의와 좋음을 연결하는 하나의 방식은 정의 원칙의 도덕적 힘이 특정 공동체 혹은 전통에서 채택되거나 폭넓게 공유되는 가치에서 나온다고 주장하는 것이다.두 번째 방식은 정의 원칙의 정당화가 도덕적 가치 또는 활용된 목적의 본래적 좋음에 달려 있다고 주장하는 것이다.

 

롤스는 장기적인 관점에서 평등 사회가 달성된다고 보았다. 이를 위해선 먼저 공리주의에 대한 체계적인 비판이 필요하다고 생각했다. 그러러면 두 정의 원칙을 쉽게 받아 들일 수 있는 논변이 필요했는데 ‘원초적 입장’이다. 원초적 입장은 두가지 정의관을 사회적 선택의 관점에서 비교해볼 수 있게 해준다. 자유롭고 평등한 각 개인이 사회적 선택을 할 수 있는 상황이다. 편협한 생각은 선택의 공정성을 훼손한다. 원초적 입장이 공정하려면 이러한 편협함을 극복할 수 있는 추가 조건이 필요한데, 롤스가 택한 방법은 개인 정보를 제약하는 것이다. 롤스는 이 같은 제약을 하나의 비유로서 ‘무지의 베일(장막)“이다.

 

원초적 입장의 정보 제약은 인간의 자유가 어떤 것으로도 침해받을 수 없는 최상의 가치라는 점을 전제한다. 여기서 공리주의의 정의 원칙과 롤스의 정의 원칙이 비교될 수 있다. 소수의 희생을 인정하는 정의 원칙보다 어떤 희생 원칙도 용납하지 않는 정의 원칙이 더 우월한 것도 이 때문이다.바로 그런 관점에서만 롤스의 정의 원칙은 공리주의 정의 원칙보다 도덕적으로 우월하다고 본다. 사회 제도는 가진 자의 이익을 도모하는 것이 아니라, 공동체를 형성하는 모든 이에게 똑같은 이익을 보장해야 한다. 공동체를 형성하는 모든 이에게 똑같은 이익을 보장해야 한다. 그러기 위해선 현재 가지지 못한 자의 이익이 먼저 도모되어야 한다. 도덕이 살아있는 한 실현가능하다고 보았다. 롤스가 주창한 자유주의는 이런 도덕적 관점의 승리를 선언한 것이다.그러나 롤스의 정의 이론 가운데 하나이지만, 원초적 입장의 도덕적 관점을 만족할 때만 보편적인 정의 이론으로 작동한다. 롤스의 정의이론에 깔린 이러한 보편주의 관점이 비판의 대상이 된다.

 

정의의 근원성 테제에 대한 공격, 사회계약 논증의 타당성에 대한 공격, 소유 개념에 대한 공격, 국가의 중립성 테제에 대한 공격, 각 장마다 배열된 사례들은 롤스 정의 이론의 주춧돌이다. 롤스가 상정하는, 정당화가 가능한 단일적인 보편성이다. 원칙은 존재하지 않는다. 그런 가치는 기껏해야 현실의 도덕적 관점을 추상화해서 얻어낸 것이다. 그런 측면에서 정의관은 다수일 수 밖에 없다. 정의관 각각은 도덕적인 가치를 포함하고 있으며, 상황에 따라 관점의 차이를 드러낸다. 따라서 모든 것을 포괄하는 절대적인 정의 원칙은 없다. 옳음이 좋음보다 앞서기 때문에 주체도 그 목적에 앞선다. 진정한 자기 이해는 단순히 권리를 향유하는 것이 아니라, 타인과 교섭하면서 공동의 관심사를 이끌어내는 데 있다. 진정성은 처음부터 태어나는 것이 아니라, 삶의 과정에서 달성되어야 한다.

 

샌델의 논의는 정치적 주체로서 개인과 집단의 정체성에 주목한다. 자유주의 정치 철학 비판에서 분명히 나타나듯, 개인은 태어나면서 추상적인 권리를 가진 게 아니다. 권리는 타인과 교류하면서 스스로 쟁취하는 것이다. 그런 측면에서 정치는 인간과 뗄 수 없는 것이며, 인간을 인간답게 만드는 것이다.

 

 

기본적으로 공공철학은 인간이 자기를 이해하고, 타자를 이해하고, 인간을 둘러싼 공공 세계를 이해해야 한다는 ‘자기-타자-공공세계의 이해’를 주창한다.결론적으로 샌델은 자유주의 정치 철학은 이 시대의 대안적 ‘공공 철학’일 수 없다고 한다. 자유주의 철학이 이 시대의 공공 철학이 될 수 없다면, 이 시대의 '공공 철학'으로 샌델은 공화주의를 제시한다. 공화주의는 개인의 참여권을 보장하고, 시민적 덕성을 함양할 공동체 공간을 활성화한다. 그것은 <<정의의 한계>>에서 찾아낸 자아, 연고를 가지고 있는 자아, 더 나아지려고 노력하는 자아, 그 가운데 정체성을 찾고 타인과의 교류를 모색하는 자아, 배려와 헌신을 배우는 자아가 완결될 수 있는 체제다. 이러한 체제 없이는 모든 개인은 힘을 발휘할 수 없는 고립된 자아일 뿐이다.


 

샌델의 논지는 자유주의 공공 철학이 잘못된 길을 걸어가고 있다는 것이다. 샌델의 저서 중에서 가장 학술적이고 가장 어렵다고 알려진 <정의의 한계>는 현재 사회를 지탱하고 있는 정치 철학에 대한 이해가 없으면 읽기 어려운 책이다. 공리주의와 자유주의, 공화주의에 대한 이해가 먼저 있은 후에라야 비판이 가능할 것이다. 최근들어 자본주의의 한계의 대안으로 마르크시즘이 대안으로 떠오르지만, 구심점이 될 만한 정치 철학이 딱히 없는 상태에서 샌델이 비판하는 자유주의의 한계 즉 정의의 한계에 대해서도 논의가 있다는 것은 바람직하다고 생각한다. 학문은 서로 무엇이 옳고 그른지 따지고 경쟁함으로써 사상이 더욱 단단해지고 발전하는 이유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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