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의의 한계 (양장) - 마이클 샌델
마이클 샌델 지음, 이양수 옮김 / 멜론 / 2012년 3월
평점 :
절판


이 책의 주제는 자유주의 대가 존 롤스의 [정의론]비판이다. ‘의무론적 자유주의’ 의 비판이라고 말하는 것이 더 적확할 것 같다. 존 롤스의 정의란 무엇이고 샌델은 존 롤스 정의의 무엇을 비판하였을까? 일반적으로 정의란 종교와 같은 초월적인 정신성과 선을 비롯한 윤리적 관념을 지닌 윤리성을 포함한 것을 말한다.

 

존 스튜어트 밀은 정의를 "모든 도덕 가운데 가장 중요한 것, 비교조차 안 될 만큼 가장 신성하고 강제적인 것.“ 이라고 했으면 존 로크는 ”인간의 자연권을 어느 국가도 넘어설 수 없는 매우 강력한 것“이라고 주장한다.

 

샌델은

정의의 관점은 한 시대의 문제점을 지적하고, 그 안에 작동하는 불평등과 불의를 해결하는 데서 나타난다. 하지만 정의가 상대적인 것은 아니다. 도덕적인 가치가 토론되면서 도덕적주체의 반성대상이 된다. 때문에 정의 개념은 다양하게 나타날 수 있고 , 적용 시점에 따라 상이한 평가가 가능하다. 바로 그런 이유로 정의는 ‘한계’를 가진다.-p32 라고 한다.

 

<정의란 무엇인가>를 통해 샌델을 ‘공동체주의’ (개인의 자유를 중시하는 전통적인 자유주의와 개인의 책임을 강조하는 보수주의의 입장을 절충한 중도주의를 말한다. 즉, 고도산업사회화에 따른 도덕적 공동체의 와해와 이기적 개인주의의 팽배에 의한 원자화 등의 현상에 대한 불만의 이론적 표출로 볼 수 있다.)로 보는 시선에 대해 샌델은 ‘나는 공동체주의가 아니다. 나는 자유주의자’라고 한다. 이에 대해 정의의 중요성을 강조하며 인권의 보편적 가치를 옹호했다는 점에서 알 수 있다. 가치의 공동체적 차원을 강조했다고 해서 이들이 상대주의자이거나 공동체를 초월한 가치의 존재를 부정하는 것은 아니다.

 

<정의란 무엇인가>에서 샌델이 문제 삼고 있는 것은 자유주의다. 자유주의를 빼놓고는 샌델의 논의를 시작할 방법이 없을뿐더러, 잘못된 자유주의를 전제할 경우 그의 논의는 탁상공론에 불과할 것이기 때문이다. 샌델의 자유주의 공격은 특정 형태의 자유주의에 대한 비판일 뿐, 자유주의를 바라보는 샌델의 시선은 정치적으론 매우 우호적이다. 샌델의 부정적인 시선은 처음부터 끝까지 의무론의 형태를 위하고 있는 자유주의 정치철학에 맞춰진다. 무엇보다도 '의무론적 자유주의'의 철학적인 가정이 문제라는 것이다. 샌델은 잘못된 철학적 가정에서 비롯된 ‘공공 철학’은 결국 거짓 이론일 수 밖에 없다고 주장한다. 따라서 샌델의 표적은 롤스의 <<정의론>>에 나타난 자유주의다. 롤스의 <<정의론>>은 1989년 공산권의 붕괴로 유럽의 정치 철학 판도에 큰 변화가 생겼다. 정치적 이념으로든 주적으로돈 정치적 변혁 주체 세력의 붕괴는 일종의 정치 철학 공황 상태를 초래했다. 이러한 상태를 극복하기 위해 민주주의와 공화주의에 대한 관심이 고조되었다. 이와 더불러 자유주의에 대해서도 논쟁이 일기 시작하면서 롤스의 이론을 자본주의 체제의 모순을 극복하기 위한 또 하나의 시도로 해석하려 했다. 그 결과 , 유럽사회안에서 롤스의 정치적 자유주의와 그 대안으로 공동체주의가 활발하게 논의되기 시작하게 되었다.

 

이렇게 자유주의는 자본주의 체제의 침체 국면에서 벗어나게 할 대안적 정치 철학으로 자리매김한다. 이때 공리주의(19세기 중반 영국에서 나타난 사회 사상으로 가치 판단의 기준을 효용과 행복의 증진에 두어 ‘최대 다수의 최대 행복’ 실현을 윤리적 행위의 목적으로 보았다.) 역할이 컸다. 그러나 공리주의는 개인이 아닌 사회적 효용의 극대화라는 문제로 인해 개인의 권리이상을 요구하게 된다. 생산의 극대화가 삶의 질을 향상시킬수 있었던 과거와는 '삶의 질'이 당면문제가 되면서 복지 국가 모델을 대안으로 받아들이게 되었다. 이러한 정치적 상황은 자유주의가 자연스레 현실 정치의 대안으로 자리잡게 된 것이다.

 

롤스의 정의론은 지금도 지배적인 공리주의 공공 철학에 대한 체계적인 반발이다. 무엇보다 공리주의, 자유주의가 토대하고 있는 가정을 거부하려 했다.

 

 

롤스에 대한 샌델의 비판은 자유주의가 전제하고 있는 인간관에 근본적인 오류가 있음을 지적하는 것이었다. 다시 말해 자유주의자들이 틀렸다고 비판한 것이다. 그리고 인간의 자기 이해에는 근본적으로 공동체적으로 형성된 가치가 이미 개입되어 있기 때문에 이러한 사회성을 근원적으로 초월하는 개인주의는 잘못되었다는 것이다.

롤스의 정의론은 칸트의 옳음이 좋음보다 우선한다는 기본 테제에 있다.

1, 특정 개인의 권리는 아주 중요해서 일반 복지도 그 개인의 권리를 뛰어넘을 수 없다는 것.

2, 권리를 구체화하는 정의 원칙들이 좋은 삶의 개념과 무관하게 정당화될 수 있다는 것이다.

정의와 좋음을 연결하는 하나의 방식은 정의 원칙의 도덕적 힘이 특정 공동체 혹은 전통에서 채택되거나 폭넓게 공유되는 가치에서 나온다고 주장하는 것이다.두 번째 방식은 정의 원칙의 정당화가 도덕적 가치 또는 활용된 목적의 본래적 좋음에 달려 있다고 주장하는 것이다.

 

롤스는 장기적인 관점에서 평등 사회가 달성된다고 보았다. 이를 위해선 먼저 공리주의에 대한 체계적인 비판이 필요하다고 생각했다. 그러러면 두 정의 원칙을 쉽게 받아 들일 수 있는 논변이 필요했는데 ‘원초적 입장’이다. 원초적 입장은 두가지 정의관을 사회적 선택의 관점에서 비교해볼 수 있게 해준다. 자유롭고 평등한 각 개인이 사회적 선택을 할 수 있는 상황이다. 편협한 생각은 선택의 공정성을 훼손한다. 원초적 입장이 공정하려면 이러한 편협함을 극복할 수 있는 추가 조건이 필요한데, 롤스가 택한 방법은 개인 정보를 제약하는 것이다. 롤스는 이 같은 제약을 하나의 비유로서 ‘무지의 베일(장막)“이다.

 

원초적 입장의 정보 제약은 인간의 자유가 어떤 것으로도 침해받을 수 없는 최상의 가치라는 점을 전제한다. 여기서 공리주의의 정의 원칙과 롤스의 정의 원칙이 비교될 수 있다. 소수의 희생을 인정하는 정의 원칙보다 어떤 희생 원칙도 용납하지 않는 정의 원칙이 더 우월한 것도 이 때문이다.바로 그런 관점에서만 롤스의 정의 원칙은 공리주의 정의 원칙보다 도덕적으로 우월하다고 본다. 사회 제도는 가진 자의 이익을 도모하는 것이 아니라, 공동체를 형성하는 모든 이에게 똑같은 이익을 보장해야 한다. 공동체를 형성하는 모든 이에게 똑같은 이익을 보장해야 한다. 그러기 위해선 현재 가지지 못한 자의 이익이 먼저 도모되어야 한다. 도덕이 살아있는 한 실현가능하다고 보았다. 롤스가 주창한 자유주의는 이런 도덕적 관점의 승리를 선언한 것이다.그러나 롤스의 정의 이론 가운데 하나이지만, 원초적 입장의 도덕적 관점을 만족할 때만 보편적인 정의 이론으로 작동한다. 롤스의 정의이론에 깔린 이러한 보편주의 관점이 비판의 대상이 된다.

 

정의의 근원성 테제에 대한 공격, 사회계약 논증의 타당성에 대한 공격, 소유 개념에 대한 공격, 국가의 중립성 테제에 대한 공격, 각 장마다 배열된 사례들은 롤스 정의 이론의 주춧돌이다. 롤스가 상정하는, 정당화가 가능한 단일적인 보편성이다. 원칙은 존재하지 않는다. 그런 가치는 기껏해야 현실의 도덕적 관점을 추상화해서 얻어낸 것이다. 그런 측면에서 정의관은 다수일 수 밖에 없다. 정의관 각각은 도덕적인 가치를 포함하고 있으며, 상황에 따라 관점의 차이를 드러낸다. 따라서 모든 것을 포괄하는 절대적인 정의 원칙은 없다. 옳음이 좋음보다 앞서기 때문에 주체도 그 목적에 앞선다. 진정한 자기 이해는 단순히 권리를 향유하는 것이 아니라, 타인과 교섭하면서 공동의 관심사를 이끌어내는 데 있다. 진정성은 처음부터 태어나는 것이 아니라, 삶의 과정에서 달성되어야 한다.

 

샌델의 논의는 정치적 주체로서 개인과 집단의 정체성에 주목한다. 자유주의 정치 철학 비판에서 분명히 나타나듯, 개인은 태어나면서 추상적인 권리를 가진 게 아니다. 권리는 타인과 교류하면서 스스로 쟁취하는 것이다. 그런 측면에서 정치는 인간과 뗄 수 없는 것이며, 인간을 인간답게 만드는 것이다.

 

 

기본적으로 공공철학은 인간이 자기를 이해하고, 타자를 이해하고, 인간을 둘러싼 공공 세계를 이해해야 한다는 ‘자기-타자-공공세계의 이해’를 주창한다.결론적으로 샌델은 자유주의 정치 철학은 이 시대의 대안적 ‘공공 철학’일 수 없다고 한다. 자유주의 철학이 이 시대의 공공 철학이 될 수 없다면, 이 시대의 '공공 철학'으로 샌델은 공화주의를 제시한다. 공화주의는 개인의 참여권을 보장하고, 시민적 덕성을 함양할 공동체 공간을 활성화한다. 그것은 <<정의의 한계>>에서 찾아낸 자아, 연고를 가지고 있는 자아, 더 나아지려고 노력하는 자아, 그 가운데 정체성을 찾고 타인과의 교류를 모색하는 자아, 배려와 헌신을 배우는 자아가 완결될 수 있는 체제다. 이러한 체제 없이는 모든 개인은 힘을 발휘할 수 없는 고립된 자아일 뿐이다.


 

샌델의 논지는 자유주의 공공 철학이 잘못된 길을 걸어가고 있다는 것이다. 샌델의 저서 중에서 가장 학술적이고 가장 어렵다고 알려진 <정의의 한계>는 현재 사회를 지탱하고 있는 정치 철학에 대한 이해가 없으면 읽기 어려운 책이다. 공리주의와 자유주의, 공화주의에 대한 이해가 먼저 있은 후에라야 비판이 가능할 것이다. 최근들어 자본주의의 한계의 대안으로 마르크시즘이 대안으로 떠오르지만, 구심점이 될 만한 정치 철학이 딱히 없는 상태에서 샌델이 비판하는 자유주의의 한계 즉 정의의 한계에 대해서도 논의가 있다는 것은 바람직하다고 생각한다. 학문은 서로 무엇이 옳고 그른지 따지고 경쟁함으로써 사상이 더욱 단단해지고 발전하는 이유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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