요동묵시록 - 하
신용우 지음 / 작가와비평 / 2011년 9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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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권의 다소 진부했던 스토리가 2권은 봉림대군으로 축소되어 아주 간략해진다. 1권안에  너무 많은 역사이야기가 담겨져 있어 부담스러운 것이 2권은 봉림대군 , 즉 효종의 이야기만 다루어 비교적 쉽게 읽힌다.  북벌을 이해하기 위해서는 어쩔 수 없이 방대한 역사를 말해야 되기 때문에 1권은 2권을 읽기 위한 바탕을 깔아주었던 것 같다. 효종이 청나라에서 소현세자의 비명을 전해듣고 조선에 돌아와 왕위에 오르기까지와 기득권 세력이었던 사대부들과의 힘겨루기에 관한 이야기들을 아주 자세히 다루고 있다. 2권에서 가장 중요한 것은 소현세자가 가지고 있었던 북벌의 꿈과 실사구시 학풍을 사대부들에게 어떻게 관철시키느냐가 중요하다. 그리고 또 중요한 문제는 소현세자의 독살에 가장 큰 공을 세웠던 간신의 대명사 김자점을 어떻게 제거하느냐가 또한 문제이다. 소현세자의 억울한 죽음앞에서 조선에 돌아온 봉림대군은 이런 문제들을 너무도 잘 알고 있었지만, 막상 조선에 와서 보니 자신의 편은 아무도 없고 소현세자의 처 강빈의 죽음과 어린 처조카들의 죽음을 보고만 있어야 했던 무력함에 문을 닫아걸고 칩거에 들어가게 된다.그런 칩거생활 4년만에 하늘이 도운 건지 모르지만 인조가 죽고 왕위에 오르게 되자 청나라에서 볼모생활을 할 때부터 두 사람이 꿈꾸던 북벌을 이루기 위해 고군분투를 하는데 번번히 사대부라는 거대한 벽에 부딪히고 게다가 조정을 장악하고 아버지 인조를 유린한 것도 모자라 형님 소현세자를 죽게 한 원흉인 김자점을 제거하는 일이 생각보다 쉽지가 않다.

 

조선왕조는 사대부의 나라이다. 광해군을 몰아내고 인조를 세운것도 사대부들이였고  조선의 역사에 사대부들이 왕을 교체한 일이 어디 한둘이었는가..  조선은 사대부들이 세운 나라였고 사대부들은 나라를 지켜온 사람이라고 굳게 믿고 있었다. 그런 생각을 하는 사대부들은 붕당으로 자신의 권력을 견고하게 지켜왔던 상황이고 효종은  청에 볼모로 가 있었던 상황이었으니 조정에서조차 효종의 편이 없었다. 그리고 사대부들의 권력의 최고봉에는 김자점이 있었다. 소현세자와 약속하였던 반상을 타파하여 신분을 철폐하고 인재를 고루 등용하고자 하는 실사구시의 뜻을 이루기 위해서는 붕당에 물든 사대부들의 우선적인 정신개조도 필요했지만 가장 중요한 문제는 왕권의 약화였다. 효종은 청에서 부터 지금까지 곁에서 굳은 일을 도맡아 해준 박승지를 통하여 암암리에 사람을 찾아 실사구시 학풍에 밝은 유형원에게 사대부들의 정신교육에 관한 책을 비밀리에 집필하게 하고 왕권을 강화하기 위한 방책으로 어영청을 설치하기도 하지만 결국 성리학의 대가 송시열이라는 거대한 벽을 부딪히고  북벌의 꿈이었던 요동 수복을 위하여 청나라의 다이곤과 용병대의 도움으로 나선정벌로 요동수복이라는 꿈을 앞에두고 결국 군을 철수시켜야 했던 좌절앞에서 쓰러지고 결국 다시 일어나지 못한다. 그렇게 좌절된 북벌의 꿈을 기록하여 북벌 비서를 남기고 그 기록은 훗날 실학파의 거두가 되는 박제가의 선조인 박승지에게 맡겨지게 되고 이어 박승지의 아들 박제가에게 까지 전달되게 된 것이다.

 

2권은 효종의 뜻이 고스란히 적혀있는 비서이다. 1권은 요동이라는 역사를 말하기 위해서 다소 장황한 이야기로 받아들여 졌으나 1권은 효종의 북벌정책이 가지고 있었던 원대한 계획과 포부가 잘 드러나 있다. 그리고 김자점을 제거하는 과정이 흥미롭게 펼쳐지고 있다. 그러나 자신이 이루지 못한 꿈을 후대에서 이루기를 바라는 마음이 적혀있던 비서는 우리에게 잊고 있던 뿌리, 잃어버린 반쪽이 있음을 기억하고자 하는 깊은 뜻이 담겨져 있다. <요동묵시록>은 북벌에 관한 픽션이 아닌 철저하게 역사를 바탕으로 사실적이고도 새로운 시각을 전해주고 싶었다는 작자의 말처럼 상상력을 배제한 것이 느껴진다. 그러나 책을 다읽고 정조의 짧은 등장과 박제가는 몰라도 연암 박지원을 굳이 등장시킨 장면은 완벽할 수 있었던 역사이야기속의 허점으로 기억된다. 소현세자에 가려져 효종을 약하고 사대부들 등쌀에 자기 뜻하나 관철시키지 못한 무능한 왕이라고 생각했던 것에서 이제는 효종을 무척 현명했던 왕으로 생각을 바꿔야 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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요동묵시록 - 상
신용우 지음 / 작가와비평 / 2011년 9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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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게 조선에서 가장 안타까운 인물하면 떠오르곤 하던 소현세자는 조선 왕조 오백년 역사 속에서 비극의 주인공임에도 끊임없이 현시대에 회자되고 있는 인물이기도 하다. 그것은 소현세자에게서 시대가 요구하는 표상을 볼 수 있기 때문이기도 하지만 아버지 인조의 비정함으로 인한 죽음에 안타까움이 더 크지 않을까 한다. 거기에다가 소현세자가 살았었더라면 아마도 조선이 그렇게 쉽게 망하지 않았을 거라는 상상도 한 몫 하기도 하고 .. 그래서 이 요동묵시록을 보자마자 소현세자의 비서라는 말에 읽고 싶었던 책이지만 광범위한 전개에 속으로 놀라워했다..또한 요동묵시록은 요동 땅이 우리 땅임을 밝히고 수복되어야 하는 당위성을 밝히면서 그 방법을 제시한 책이다.

 

시작은 정조때 연암 박지원과 초정 박제가의 만남으로 시작이 된다. 초정 박제가의 선조인 박승지가 죽을 때 아들 박제가에게 비밀리에 보관하게 했으며  정조때 이르러서야 밝히게 된 소현세자의 비서를 연암에게 보여주는 것으로 시작되는 이야기이다. 연암 박지원이 비서를 읽어내려 가는 형식으로 쓰여졌는데 소현세자의 비서는 소현세자가 청에 볼모로 가게 된 이야기부터 해서 청에서 생활하는 이야기와 청의 과학문명을 배우고자 했던 이유들과 청에서 명나라 군대에 참여하게 된 이유등 또한 자세히 적혀있다. 그러나 가장 중요한 것은 소현세자가 청나라 장수인 황보 장군을 만나게 되면서 부터인데 황보장군은 대진국의 멸망으로 인하여 청나라에 복속하게 된 고려인이다. 그리고 소현세자는 황보장군을 통해 잃어버린 반쪽의 역사이야기를 듣게 된다. 황보장군으로부터 듣게 된 이야기는 왕실의 서고에서도 들어본 적도 없는 이야기인지라 소현세자는 황보장군이 해주는 이야기를 듣고 잃어버린 반쪽의 역사를 되찾으리라 다짐하게 된다. 

 

황보 장군의 이야기로 다시 거슬러 올라가 나.당 연합군에 의해 고구려가 멸망하고 신라는 백제의 영토로 고구려영토의 아주 일부를 차지하고 나머지 고구려 영토의 대부분을 당나라가 차지하게 되었는데 그런 당나라의 행태에 고구려 유민들이 거란의 유민들과 함께 당나라에 대적하기 위해 나라를 세웠는데 그것이 바로 '대진국' 이다. 대진국은 단군왕검이 세운 전조선의 후손이란 뜻으로 대진국은 전조선의 정통한 후손이라는 것을 공포한 것이기도 한다. (중국 역사서에 발해라 기록되어 발해라고 함) 그러나 백두산의 폭발로 살 수 없는 땅이 되자 대부분의 백성들이 거란으로 이주해갔다. 그리고 일부분은 고려로 귀화하기도 했는데 고려의 지배층으로 대부분이 신라인이 중용되자 당나라에 영토를 빼앗긴 사실이 후대에 드러날까 싶어 고구려역사와  대진국역사는 사라지게 된다. 요동수복을 하려던 천추태후역시 신라인들에 의해 제거당하게 되는데 요동 수복이 이루어지는 날에는 당나라에 옛고구려 땅을 헌납했다는 사실이 알려지면 삼국을 통일한 신라의 정체성이 무너지게 되는 것이기도 하기 때문이다.

 

뛰어난 인품으로 청나라의 구왕 다이곤과 용골대의 무한 신뢰와 신임을 받은 것과는 달리 조선에서는 소현세자를 둘러싼 반정과 모략이 끊임없이 일어나고 있었으니 , 청나라의 과학기술을 배워 조선의 부국강병을 꿈꾸던 소현세자는 결국 조선땅을 밟은 지 3일만에 죽게 된다. 여기까지가 연암이 읽은 1권의 비서이다.

  

역사는 고조선 시대부터 고구려에 이어 대진국이 우리의 진정한 뿌리이며 잃어버린 영토임을 말하고 있다. 철저하게 역사를 바탕으로 써내려간 요동묵시록은 고려 말 공민왕과  우왕, 최영장군과 이성계의 요동정벌 배경까지 더불어 명나라, 청나라의 역사까지 정말 많은 이야기를 담아내고 있다. 그러나 읽다보니 내가 역사책을 읽고 있는건지 소설책을 읽고 있는 건지 구분이 안갈 정도로 딱딱한 문체와 대화가 읽기 부담스러운 느낌이 들었다.  복잡한 역사를 대중의 눈높이에 맞추어 쉽게 서술하여 역사에 대한 새로운 시각과 함께 진정성을 알게 해주는 것이 역사소설의 매력이라고 생각하고 있었는데 지나치게 조선왕조실록의 이야기 그대로 실은 느낌이 든다. 작가의 상상력이 가미되었으면 더 쉽게 읽히고 더 재미있지 않을 까 하는 아쉬움이 들기도 했는데 어쩌면  지나치게 방대한 이야기를 두권에 담아놓으려 하니 이런 느낌을 주는 것이 아닐까 하는 생각이 들었다. 역사를 잘 모르는 사람이 읽으면 무척 부담스러운 책이 아닐까 싶다. 하지만 2권을 다읽으면 또 다른 느낌으로 다가오지 않을까 해서 2권에 펼쳐질 봉림대군의 비서에 기대를 걸어본다.

( 2권에 계속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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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의 문화유산답사기 1 - 남도답사 일번지, 개정판 나의 문화유산답사기 1
유홍준 지음 / 창비 / 2011년 5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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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말이 다가와서 그런지  인터넷서점에서는 올해의 책 투표를 하고 있다. 읽어보지도 않고 그저 열심히 문화유산답사기를 누르고 있다. 그만큼  <나의 문화유산답사기>의 가치를 인정하는 것이기도 하며 은연중에 머릿속에 무척 좋은 책이라는 인지가 되어 있기 때문이다. 안봐도 이 책은 좋은 책이다라는 것을 모두가 인정하고 있는 것이다. 미술사에 대한 안목이 없어도 저자의 미술사를 듣게 되면 아마도 이런 마음이 아닐까 한다. 1권 책표지의 주인공은 감은사탑인데 저자는 탑앞에서의 감동을

 

 "아! 감은사, 감은사탑이여. 아! 감은사, 감은사탑이여. 아! 감은사...."

 

본래 명작에서는 해설이 따로 필요없는 법이기에 나 역시 읽는 동안

 " 아! 문화유산답사기여, 나의 문화유사답사기, 문화유산이여....!!" ...

 

답사를 다니는 일은 길을 떠나 내력 있는 곳을 찾아가는 일이다. 내력있는 곳을 찾아가 삶의 흔적을 더듬으며 그 옛날의 영광과 상처를 되새기면서 이웃을 생각하고 , 그 땅에 대한 사랑과 미움을 확인하는 일이다. 그 땅에 대한 사랑과 미움을 확인하는 일이 바로 답사이다. 그런 답사를 가치있게 만들기 위해서는 땅의 성격을 알아야하고 그 땅의 역사를 알아야 하고 그 땅에 살고 있는 사람들의 삶을 알아야 한다.

 1993년 5월부터 시작된 1권부터 5권의 답사기는 씨즌 2를 제작하게 되면서  다시 개정판으로 나오게 되었는데 무려 10년이라는 공백이 생겨 다시 답사를 하여 나오게 된 개정판인데 10년이란 세월은 요즘 같은 때에는 강산을 수십번도 변하게 하니 저자는 과거 답사했을 때와 현재를 비교하여 실었는데 처음 시작에서 너무 변해버린 세월앞에 씁쓸함이 느껴진다.

 

과거 강진에는 뜻있게 살다간 사람들의 살을 베어내는 듯한 아픔과 그 아픔의 땅에 서린 역사의 체취가 살아있으며, 이름 없는 도공 , 이름없는 농투성이들이 지금도 그렇게 살아가는 꿋꿋함과 애잔함이 동시에 느껴지는 흙내음이 있으며, 무엇보다도 조국강산의 아름다움을 가장 극명하게 보여주는 산과 바다와 들판이 있기에 주저없이 '일번지'라는 제목을 내걸었지만 그렇게 애착많은 강진 또한 많은 것이 변해있었음에 쓸쓸해 하면서도

 

 구강포의 푸른 바다, 아랫마을 밭이랑의 검붉은 황토,보리밭 초록 물결 사이로 선명히 드러나는 노오란 장다리꽃,유채꽃밭, 소나무 그늘에서 화사한 분홍을 말하는 진달래꽃, 돌틈에 소담하게 자라 다소곳이 고개 숙인 야생 춘란의 고운 얼굴, 그리하여 백련사 입구에 다다르면 울창한 대밭의 연둣빛 새순과 윤기나는 진초록 독백잎 사이로 점점이 붉게 빛나는 탐스런 동백꽃, 거기에 산새는 잊지 않고 타관 땅 답사객을 맞아주었다.

 

나의 문화답사기를 읽으며 깨닫게 되는 것은 우리는 너무도 익숙하게 문화를 문화로 보지 못하고 지식이라는 만들어진 문화에 갇혀 살아가고 있다는 사실이었다. 한국 교육의 문제점을 누구나 지적하지만 늘 답보상태에 머물듯이 문화 또한 문화의 시각으로 보지 못하고 그저 배운그대로 지식으로서만 문화를 보려하는 것이다. 첨성대가 천년 신라역사 속에서 아주 독특하고 뚜렷한 자취를 남기고 있음에도 그저 동양최고의 천문대라고만 배운 지식으로 첨성대를 보면 실망이 이만저만 아니듯이 문화재를 그저 오롯이 문화로만 볼 수 있는 시각이 필요하다는 것을  새삼 깨닫게 되었다. 또 하나의 문제점은 그 문화재를 안내하는 안내문 또한 시대 문화의 허구를 나타내는 것임을 보게 되는데  전문가들이 지식을 자랑질하는 행태의 안내문을 보고 이해하지 못하는 대중의 어리석음을, 전문가들은 대중의 우매함으로 본다. 그러나 진정한 전문성은 아무리 어렵고 전문적인 것이라도 대중이 알아들을 수 있는 언어로. 설득력있게 해낼 때 쟁취되는 것임을 ,  오히려 이런 전문가들의 대중성에 대한 무지와 횡포로 인하여 대중들은 점점 문화에 대한 애정을 잃어가고 있는 것은 아닌지 생각해보게 되는 계기를 주기도 한다. 그것은 미술사 교수인 저자가 에밀레종의 형태미를 공부로 배우고 학생들을 가르쳐왔으면서도 정작 에밀레종소리에 대해서는 아무 느낌이 없었는데 어느 날 에밀레종소리를 듣고 나서야  진정한 에밀레종의 가치를 깨닫고 엄청난 감동에 휩싸여  그간 깨닫지 못했던 문화유산의 단편적 인식태도에 대한 참회를 깨달으며 이 시대의 아둔한 문화형태를 미워함과 같이 내게 다가왔다..

 

답사기의 매력은 그 땅에 살고 있는 사람들의 역사를 알 수 있다는 것에 있다. 답사를 하고 그곳에서 살았던 사람들의 말에 귀기울여 보면 돌이 말을 하고 바람이 말을 하고 햇빛이 말을 한다. 그래서 첫머리에 유흥준 교수는 " 사랑하면 알게 되고 알면 보이나니, 그때 보이는 것은 전과 같지 않으리라." 하는 말로 시작한다. 다산과 영랑의 생가에서, 경주의 황룡사 구층석탑과 첨성대에서, 감은사탐에서의 감동과 에밀레종이 준 감화, 담양 소쇄원, 양양의 낙산사가지 1권의 여정에서 우리나라 전국토가 왜 박물관인지를 , 또한 국토박물관의 참모습과 참된 가치가 무엇인지를 알기 위해 지나가는 풀 한포기 허투루 보지 않으며 역사를 말함에 주저함이 없는 저자를 통하여 우리나라의 아름다운 문화유산을 보고 느꼈으니 책을 다 읽고 나서도 한참을 나는  아 ~ 문화답사기여 ! 문화답사기.문화유산답사기여 ..... 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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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족 테마명작관 2
0. 헨리 외 지음, 국세라 외 옮김 / 에디터 / 2011년 7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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큰 아이가 어제는 막내를 자기 말을 안듣는다고 발로 차서 한시간을 손들고 벌을 서야 했다. 아직 가족이라는 개념보다는 제 친구들이 더 소중하고 부모님의 사랑을 뺏아가는 존재로 언제나 동생이 경쟁상대이자 제 구박상대이다. 아이에게 가족이라는 개념을 말해주기 위해 한시간을 설교를 해야 했는데 어린 것이 가족의 소중함을 알면 또 얼마나 알까 싶기도 하다.

 이 책은 가족이라는 테마로 동서양의 고전 명작들을 골라 8편의 단편으로 엮어진 것인데 언젠가 한번쯤 들어봄직한 작품이나 작가이다. 마지막 잎새의 오 헨리, 책은 도끼다라는 말로 유명한 카프카, 러시아혁명가인 고리끼, 목걸이라는 단편으로 잘 알려진 모파상이 들여다본 가족의 이야기이다.

 

오 헨리의 <인생유전>에서는 산골마을에 사는 두 부부가 이혼하러 온 이야기인데 둘은 이혼하기 위해 판사앞에서 부부사이의 문제점을 이야기한다. 그리고 이혼하기위해 필요한 법정 이혼 자금은 그들의 전재산인 5달러, 그러나 이혼하러 왔다가 가축들의 먹이를 주는 것에 대한 합의를 하지 못하고 다시 되돌아가는 모습에서 웃음이 나온다. 살아가면서 불가피하게 여러 굴곡을 겪기 마련이며 때때로 우리의 삶은 전혀 엉뚱한 방향으로 나아가기도 한다. 그래서 인생유전(人生流轉)이란 말이 생긴 것이다. 남남이 만나서 사는 것에 왜 불만이 없겠는가 만은 순박한 두 부부의 모습에서 가족이 살아가는 모습은 거창한 것이 아닌 아주 소소한 이유라는 것을 말하고 싶은 지도 모르겠다.

 

숄로호프의 <배냇점>은 혁명으로 인한 가족의 해체와 개인의 비극을 그린 작품이다. 실종된 아버지와 일찍 죽은 어머니, 홀로 살아남기 위해 고군분투하며 살아온 18세의 니콜카는 복숭아뼈 근처에 큰 배냇점만이 아버지의 아들이라는 것을 증명할 뿐 남들 다 공부할 나이에 군대에서 반혁명도당을 소탕하는 임무를 맡고 있다. 결국 반혁명의 우두머리로 유명한 아타만의 총에 죽음을 맞이하게 되는데 죽은 니콜카의 배냇점을 보게 된 아타만은 결국 제 스스로 목숨을 끊는다. 자신 스스로 아들을 죽인 비극은 어쩌면 혁명이란, 또는 전쟁이란 이름하에 행해지는 시대의 아픔이 아닐까 한다.

 

카프카의 <아버지에게 드리는 편지>는 아들이 아버지에게 보내는 편지가 무척 애틋할 줄 알았는데 아버지와 아들의 성격차이에서 비롯된 갈등에 대한 토로이다. 강하고, 건강하고, 식성도 좋고, 목소리에 힘이 넘치고, 말주변이 좋고, 자신감이 넘치고,모든 면에서 탁월하고,끈기가 있고, 침착하고, 인간에 대해 잘 알고, 아량을 베풀 줄 아는 아버지와는 달리 어머니의 영향을 받아 소심하고 의기소침한 아들이 못마당한 아버지는 늘 욕하기와 비꼬기, 협박하기, 기분나쁘게 웃기-로 일관한다. 아들은 아버지를 능가할 수 없다는 것과 아버지가 싫으면서도 점점 자신의 모습에서 아버지의 모습을 발견하게 되는 것을 참을 수 없어한다. 이상하게 책을 읽으면서 이런 아들의 마음에 이해되는 것은 내 아버지가 이렇듯 가부장적이셨다. 아이들과 눈높이에서 대화하는 아버지란 우리 시대에는 극히 드물었기에 우리 때의 아버지의 모습은 이렇듯 강하고 자식들에게 무조건 복종을 원했다는 것이 새삼 기억이 난다. 그러나 나이가 드니 내가 아버지처럼 자식들에게 알게 모르게 복종을 강요한다는 사실이다. 

 

<내 어린것들에게>는 결핵으로 엄마가 죽고 나서 세상에 남겨진 삼남매를 향한 아버지의 편지이다. 마치 유서같은 느낌이 드는 이 편지는 비장함이 느껴지기도 하는데

 

인생을 살아가는 이상 깊이 있는 삶을 살지 못한다면 그건 재앙이다.

 

가거라, 용기를 내서. 내 어린 것들아........라는 끝맺음은 왠지 아버지의 비극적인 결말이 짐작되기도 한다.

 

<꽃잎 진 벚나무 너머로 들려오는 이상한 휘파람>은 불치병에 걸린 동생을 위해 누군가가 불어준 휘파람은 아버지가 아니었을까 하는 생각을 하는 언니의 고백의 소설인데 죽기 전에 사랑도 해보지 못하고 죽는 것이 못내 억울하여 스스로에게 사랑의 고백편지를 쓴 동생의 편지에 "나는 그대를 사랑합니다.매일 그대의 뜰 담장 밖에서 휘파람을 불어 드리겠습니다." 구절이 있다. 동생은  죽기 사흘 전에 담장 아래에서 들린 휘파람 소리를 듣고 나서 세상을 떠나는데  35년전인 그 당시에는 그 휘파람소리는 신의 뜻이라는 절대적인 믿음을 주었으나 나이가 들어서야 그 휘파람의 주인공이 가엾은 동생을 위해서 아버지가 불러 준것이 아닌가를 떠올린다.

 

<할아버지 아르히프와 룐카>는 거지다. 러시아를 떠나 손자와 동냥하며 떠도는 할아버지는 손자가 삶의 전부인데 반해  손자의 눈에는 할아버지가 불결하고 더럽고 경멸의 대상으로 보여진다. 살날이 얼마남지 않은 할아버지는 끊임없이 룐카걱정을 하는데 죽기전에 돈이라도 남겨주고 싶었던 마음에 도둑질을 한다. 그러나 할아버지가 훔친 손수건을 잃어버린 소녀의 눈물을 보자 할아버지에게 처음으로 마음속에 담아두었던 경멸과 모욕의 말을 한다. 믿었던 손자에게서 들은 경멸의 말은 부메랑이 되어 할아버지와 손자를 죽이고 만다.

 

<쥘르 삼촌>온 가족에게 희망의 상징이자 로또같은 존재인 쥘르삼촌, 돈을 많이 벌어올 거라는 약속을 남기고 간 쥘르 삼촌을 여행중에 배에서 굴 껍질을 까는 초라하고 더러운 노인으로 만나게 된 가족은  꿈과 희망의 상징이었던 쥘르삼촌이 한 순간에 폭락하여 비렁뱅이가 되어있자 이후 아무도 쥘르삼촌을 입에 담지 않는다. 대신 비렁뱅이를 보면 잔돈을 받지 않는 것으로 동정을 표할뿐이다.

 

책이란 참 묘한 것이 읽을 때는 별 생각 없던 것들도 글로 쓰고 나면 다 의미가 있어진다. 가족이란 의미에 대해서도 그저 내 곁에 언제나 든든하게 존재해주기에 별 생각없이 살았던 것 같은데 글로 쓰다보니 가족이란 이름이 참 여러가지 모습을 가지고 있다는 생각이 들었다. 20대에는 행복한 가정, 완벽한 가정의 모습을 가지고 있었던 것 같다. 하지만 생계라는 현실적인 문제에 부딪히고 나면 환상이란 여지없이 깨지는 것이다. 그렇게 이상이 깨지고 현실이라는 가족의 모습을 잘 보여주고 있는 것이 <인생유전>과 <쥘르삼촌>이다. 그런 반면에 가족은 때론 이해와 위로의 모습이기도 한 것을 <꽃잎 진 벚나무 너머로 들려오는 이상한 휘파람>에서 볼 수 있으며  때론 미움의 대상이기도 하지만 결국은 닮아가게 되어있는 이름의 가족은 <아버지에게 드리는 편지>에서 아들의 가슴 절절한 편지로 느낄 수 있는 무척 색다른 느낌의 고전 테마<가족>이다. 나에게 가족이란 미움과 애증의 존재가 아닌 이해와 위로라는 이름의 가족이 되길 바란다. 미움과 애증은 < 할아버지 아르히프와 룐카>처럼  결국 죽음이란 결론을 낳기에 아파하는 누군가를 위해 휘파람을 불어줄 수 있는 화목한 가족이 되고 싶다는 생각을 해 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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엄마가 들려주는 위대한 이야기 - 7세부터 초등생 부모를 위한 남미영 박사의 스토리텔링 교육법
남미영 지음 / 소풍 / 2011년 1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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요즘 매일 밤 잠들기 직전에 아이와 읽는 이야기책이다.

이야기가 무척 재미있는데다가 교훈적인 이야기들이 많아서 무척 좋은 느낌이다.

아이가 어렸을 적에는 동화책을 많이 사주었던 것 같은데 아이가 크고 보니 많은 동화책이 딱히 필요가 없다. 정말 좋은 책 딱 한권이 아이의 독서에 도움이 많이 되기 때문이다.

이 책은 독서전문가인 남미영 박사가 어린시절에 도달해야 할 23가지 덕목에 맞춰 ‘스토리텔링 교육’에 적합한 위대한 이야기 157편을 엄선하여 실어서 인지 이야기들이 무척 교훈적인 내용이 많다.

더군다나 이 책은 평소 아이들이 읽는 가벼운 동화책 수준의 책이 아니라  책 이야기 속에 정치, 외교,홍보, 사업 등 각종 방면에 주목하고 있어 사건이나 제품에 스토리를 가미하면 강력한 에너지의 분출과 함께 기억에 더 잘 각인되는 원리에 따른 진정한 스토리의 힘이 무엇인지를 여실히 깨닫게 해주는 책이다.

 

인지 과학자들의 연구에 의하면 ‘사람은 정직해야 한다’라는 교훈조의 말을 백 번 들려주어도 사람을 정직하게 만들지 못하지만, ‘정직해서 잘된 이야기, 정직하지 못해서 손해 본 이야기’를 들려주면 매우 큰 효과를 볼 수 있으며 정직성과 도덕심, 인내심과 성실성, 공존과 평화의 마음, 용기와 적극성, 근면과 노동의 가치, 언어 예절, 겸손의 마음, 우정과 사랑, 배려와 용서, 희생과 봉사, 자존감과 독립심 등 어린 시절에 도달해야 할 23가지 덕목에 맞춰 엄선한 157가지 이야기들은 그때그때의 상황과 목적에 맞는 이야기를 골라 읽어주고 예시된 질문을 바탕으로 자연스럽게 대화를 나누는 것, 이것이 바로 ‘스토리텔링 ’교육이다.

 

큰 아이는 어렸을 적부터 책을 좋아했는데 사물을 표현하는 것이 남다르다. 아이의 남다른 글재주와 표현력에 감동하곤 하는데 아마도 어렸을 적부터 독서하는 습관때문인 것 같다.그러나 나의 소망은 그저 내  아이가 좀 더 넓은 세상을 보기를 , 좀 더 아름다운 시선으로 세상을 바라보기를 , 올바른 인성을 가지고 자라나기를 바랄 뿐이다. 한송이의 국화꽃을 피우기 위해 밤부터 소쩍새는 그렇게 울고 천둥이 먹구름속에서 울고 간밤에 무서리가 내리고 잠도 오지 않았다는 서정주 시인처럼 한가지 사물을 보더라도 세상의 모든 것이 이런 연관관계와 감동으로 이루어진 것이라는 것을 책을 통해 아이가 깨달았으면 하는 마음이다. 그런 소망을 담아  이 책을 읽어주고 있다. 하나의 이야기들이 아이의 마음속에 씨앗으로 심어져 무럭무럭자라 아이의 인생을 아름답게 만들어주기를 소망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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