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족 테마명작관 2
0. 헨리 외 지음, 국세라 외 옮김 / 에디터 / 2011년 7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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큰 아이가 어제는 막내를 자기 말을 안듣는다고 발로 차서 한시간을 손들고 벌을 서야 했다. 아직 가족이라는 개념보다는 제 친구들이 더 소중하고 부모님의 사랑을 뺏아가는 존재로 언제나 동생이 경쟁상대이자 제 구박상대이다. 아이에게 가족이라는 개념을 말해주기 위해 한시간을 설교를 해야 했는데 어린 것이 가족의 소중함을 알면 또 얼마나 알까 싶기도 하다.

 이 책은 가족이라는 테마로 동서양의 고전 명작들을 골라 8편의 단편으로 엮어진 것인데 언젠가 한번쯤 들어봄직한 작품이나 작가이다. 마지막 잎새의 오 헨리, 책은 도끼다라는 말로 유명한 카프카, 러시아혁명가인 고리끼, 목걸이라는 단편으로 잘 알려진 모파상이 들여다본 가족의 이야기이다.

 

오 헨리의 <인생유전>에서는 산골마을에 사는 두 부부가 이혼하러 온 이야기인데 둘은 이혼하기 위해 판사앞에서 부부사이의 문제점을 이야기한다. 그리고 이혼하기위해 필요한 법정 이혼 자금은 그들의 전재산인 5달러, 그러나 이혼하러 왔다가 가축들의 먹이를 주는 것에 대한 합의를 하지 못하고 다시 되돌아가는 모습에서 웃음이 나온다. 살아가면서 불가피하게 여러 굴곡을 겪기 마련이며 때때로 우리의 삶은 전혀 엉뚱한 방향으로 나아가기도 한다. 그래서 인생유전(人生流轉)이란 말이 생긴 것이다. 남남이 만나서 사는 것에 왜 불만이 없겠는가 만은 순박한 두 부부의 모습에서 가족이 살아가는 모습은 거창한 것이 아닌 아주 소소한 이유라는 것을 말하고 싶은 지도 모르겠다.

 

숄로호프의 <배냇점>은 혁명으로 인한 가족의 해체와 개인의 비극을 그린 작품이다. 실종된 아버지와 일찍 죽은 어머니, 홀로 살아남기 위해 고군분투하며 살아온 18세의 니콜카는 복숭아뼈 근처에 큰 배냇점만이 아버지의 아들이라는 것을 증명할 뿐 남들 다 공부할 나이에 군대에서 반혁명도당을 소탕하는 임무를 맡고 있다. 결국 반혁명의 우두머리로 유명한 아타만의 총에 죽음을 맞이하게 되는데 죽은 니콜카의 배냇점을 보게 된 아타만은 결국 제 스스로 목숨을 끊는다. 자신 스스로 아들을 죽인 비극은 어쩌면 혁명이란, 또는 전쟁이란 이름하에 행해지는 시대의 아픔이 아닐까 한다.

 

카프카의 <아버지에게 드리는 편지>는 아들이 아버지에게 보내는 편지가 무척 애틋할 줄 알았는데 아버지와 아들의 성격차이에서 비롯된 갈등에 대한 토로이다. 강하고, 건강하고, 식성도 좋고, 목소리에 힘이 넘치고, 말주변이 좋고, 자신감이 넘치고,모든 면에서 탁월하고,끈기가 있고, 침착하고, 인간에 대해 잘 알고, 아량을 베풀 줄 아는 아버지와는 달리 어머니의 영향을 받아 소심하고 의기소침한 아들이 못마당한 아버지는 늘 욕하기와 비꼬기, 협박하기, 기분나쁘게 웃기-로 일관한다. 아들은 아버지를 능가할 수 없다는 것과 아버지가 싫으면서도 점점 자신의 모습에서 아버지의 모습을 발견하게 되는 것을 참을 수 없어한다. 이상하게 책을 읽으면서 이런 아들의 마음에 이해되는 것은 내 아버지가 이렇듯 가부장적이셨다. 아이들과 눈높이에서 대화하는 아버지란 우리 시대에는 극히 드물었기에 우리 때의 아버지의 모습은 이렇듯 강하고 자식들에게 무조건 복종을 원했다는 것이 새삼 기억이 난다. 그러나 나이가 드니 내가 아버지처럼 자식들에게 알게 모르게 복종을 강요한다는 사실이다. 

 

<내 어린것들에게>는 결핵으로 엄마가 죽고 나서 세상에 남겨진 삼남매를 향한 아버지의 편지이다. 마치 유서같은 느낌이 드는 이 편지는 비장함이 느껴지기도 하는데

 

인생을 살아가는 이상 깊이 있는 삶을 살지 못한다면 그건 재앙이다.

 

가거라, 용기를 내서. 내 어린 것들아........라는 끝맺음은 왠지 아버지의 비극적인 결말이 짐작되기도 한다.

 

<꽃잎 진 벚나무 너머로 들려오는 이상한 휘파람>은 불치병에 걸린 동생을 위해 누군가가 불어준 휘파람은 아버지가 아니었을까 하는 생각을 하는 언니의 고백의 소설인데 죽기 전에 사랑도 해보지 못하고 죽는 것이 못내 억울하여 스스로에게 사랑의 고백편지를 쓴 동생의 편지에 "나는 그대를 사랑합니다.매일 그대의 뜰 담장 밖에서 휘파람을 불어 드리겠습니다." 구절이 있다. 동생은  죽기 사흘 전에 담장 아래에서 들린 휘파람 소리를 듣고 나서 세상을 떠나는데  35년전인 그 당시에는 그 휘파람소리는 신의 뜻이라는 절대적인 믿음을 주었으나 나이가 들어서야 그 휘파람의 주인공이 가엾은 동생을 위해서 아버지가 불러 준것이 아닌가를 떠올린다.

 

<할아버지 아르히프와 룐카>는 거지다. 러시아를 떠나 손자와 동냥하며 떠도는 할아버지는 손자가 삶의 전부인데 반해  손자의 눈에는 할아버지가 불결하고 더럽고 경멸의 대상으로 보여진다. 살날이 얼마남지 않은 할아버지는 끊임없이 룐카걱정을 하는데 죽기전에 돈이라도 남겨주고 싶었던 마음에 도둑질을 한다. 그러나 할아버지가 훔친 손수건을 잃어버린 소녀의 눈물을 보자 할아버지에게 처음으로 마음속에 담아두었던 경멸과 모욕의 말을 한다. 믿었던 손자에게서 들은 경멸의 말은 부메랑이 되어 할아버지와 손자를 죽이고 만다.

 

<쥘르 삼촌>온 가족에게 희망의 상징이자 로또같은 존재인 쥘르삼촌, 돈을 많이 벌어올 거라는 약속을 남기고 간 쥘르 삼촌을 여행중에 배에서 굴 껍질을 까는 초라하고 더러운 노인으로 만나게 된 가족은  꿈과 희망의 상징이었던 쥘르삼촌이 한 순간에 폭락하여 비렁뱅이가 되어있자 이후 아무도 쥘르삼촌을 입에 담지 않는다. 대신 비렁뱅이를 보면 잔돈을 받지 않는 것으로 동정을 표할뿐이다.

 

책이란 참 묘한 것이 읽을 때는 별 생각 없던 것들도 글로 쓰고 나면 다 의미가 있어진다. 가족이란 의미에 대해서도 그저 내 곁에 언제나 든든하게 존재해주기에 별 생각없이 살았던 것 같은데 글로 쓰다보니 가족이란 이름이 참 여러가지 모습을 가지고 있다는 생각이 들었다. 20대에는 행복한 가정, 완벽한 가정의 모습을 가지고 있었던 것 같다. 하지만 생계라는 현실적인 문제에 부딪히고 나면 환상이란 여지없이 깨지는 것이다. 그렇게 이상이 깨지고 현실이라는 가족의 모습을 잘 보여주고 있는 것이 <인생유전>과 <쥘르삼촌>이다. 그런 반면에 가족은 때론 이해와 위로의 모습이기도 한 것을 <꽃잎 진 벚나무 너머로 들려오는 이상한 휘파람>에서 볼 수 있으며  때론 미움의 대상이기도 하지만 결국은 닮아가게 되어있는 이름의 가족은 <아버지에게 드리는 편지>에서 아들의 가슴 절절한 편지로 느낄 수 있는 무척 색다른 느낌의 고전 테마<가족>이다. 나에게 가족이란 미움과 애증의 존재가 아닌 이해와 위로라는 이름의 가족이 되길 바란다. 미움과 애증은 < 할아버지 아르히프와 룐카>처럼  결국 죽음이란 결론을 낳기에 아파하는 누군가를 위해 휘파람을 불어줄 수 있는 화목한 가족이 되고 싶다는 생각을 해 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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