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래 10년 독서 1 - 포스코의 IDEA 서재 미래 10년 독서 1
고두현 지음 / 도어즈 / 2011년 1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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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근 들어 물질이 아니라 삶의 의미를 찾는 사람들이 많아지면서

우리는 '초월성의 시대'에 접어들고 있다.

이 추세는 시장과 일터는 물론이고 자본주의의 정신까지 변화시키고 있다.p75

우리 집에 가끔 농담으로 하는 광고 카피가 있다. 식구끼리 대화를 하다가 뭔가 어색한 기류가 흐르고 화가 날 분위기에 이 카피의 말을 하면 아무리 화가 나도 웃지 않을 수 없기 때문인데 바로 KT의 '사랑합니다 고객님'이라는 멘트다. 사랑한다고 말하는 사람앞에서 화낼 수는 없기 때문이기도 하고 이 말을 한 순간 마음이 사르르 녹는 기분이 들기 때문이다. 최근 들어 광고 카피가 부쩍 감성적이어 진 것을 느끼게 되는데 포스코의 광고 역시 감성적이다 . '소리 없이 세상을 움직입니다." 라는 광고 카피는 일상생활에서의 철의 중요성을 전달하는 방법에 따듯한 감성 언어를 접목시켜서 소비자들이 잘 알지 못하더라도 조용히 세상의 축이 되고 있다는 내용을 은유적으로 표현해냈다. 이 광고의 이미지는 포스코가 다루는 제품의 이미지를 넘어 일하는 방식에 대한 이미지를 긍정적으로 형성하는데 결정적으로 기여했다. 이것은 또한 21세기의 경영의 흐름을 보여주는 것이기도 하다. 과거 기업이 갖추어야할 마인드의 변화를 광고카피를 통해 느끼게 된다. 성장만이 최고의 목적이었던 기업에서 고객과 공감하며 감동을 주는 기업이 바로 지금 이 시대가 요구하는 기업인 것이다.

 

거듭 말하지만 기업의 흥망성쇠를 결정하는 키워드는 단순한 혁신이 아니라 고객과 연결되어 하나가 되는 '공감 능력'이다. 안타깝게도 대부분의 기업은 혁신이나 고객감동을 외치면서도 실제로 고객과 공감하지 못하고 지속적인 성장도 이루지 못한다. 어떻게 고객과 연결하고 공감할 것인가를 끊임없이 연구해야 한다.

 

성공하는 사람들의 뒤에는 언제나 책이 있다. 가장 최근 읽은 매일경제에서 선정한 이 시대의 진정한 멘토 13인들의 공통점은 많은 양의 독서이다. 인문학 바람과 더불어 경영에서도 독서가 뜨고 있다. 그것은 책에서 얻는 지식의 힘이 얼마나 위대한 것임을 보여주는 것이기도 하다. 디지털시대, 정보화시대에 미래학자 앨빈 토플러가 미래의 지구촌은 '강자'와 '약자' 대신 '빠른 자'와 '느린 자'로 구분될 것이다. 빠른 자는 승리하고 느린 자는 패배한다고 예언했듯이 아마도 경영의 흐름 또한 느린 자는 도태되게 될 것이다. 이 책의 저자는 <포스코신문>의 'CEO가 추천하는 한 권의 책'코너에서 책의 내용과 의미를 해석하고 버무려서 맛깔스럽게 빚어 전달하는 서평자 역할을 오해 해온 경험으로 83권의 책과 그 속에 녹아 있는 메시지들을 1,2권으로 나누어 엮어 <미래 10년 독서>를 탄생시켰다. 이 책은 읽으면서 감탄도 나오고 책의 엑기스같은 면들을 잘 뽑아내어 서평만으로도 충분할 정도의 경제지식을 담아내고 있다. 경영에 대한 완전정복서처럼 기업의 성공비결에서 멈추지 않고 자본주의의 위기를 타결할 방법에 대한 제안과 달러 몰락 시대에서의 생존 전략, 최악의 사태가 모두 지나갔다고 생각할 때 찾아오는 진짜 최악의 사태인 '애프터 쇼크'애서 살아남는 투자방법, 금융을 지배하는 자가 세계를 지배하는 이유에 대한 냉철한 분석과 인도가 주고 있는 충격적인 모습, 세계 최고의 기업에서 몰락의 고비를 마시며 모든 면에서 의욕을 상실하고 있는 일본과의 경쟁에서 우리 기업이 나아갈 방향 등 세세하게 경제경영에 관한 모든 지식을 총망라한 방대한 지식교양서이다.

 

글로벌 초경쟁시대다. 지식기반경제가 확산괴고 커버전스 현상이 심화되면서 기존 산업의 경계가 무너지고 있다. 바야흐로 차별화와 저원가, 글로벌 통합과 현지화 등 양립이 불가능해 보이는 것들을 동시에 달 성하는 패러독스 경영이 필요한 시점이다.

 

 

마이클 서머의 <경제진화학>에서는 인간은 이기적이면서도 합리적이며, 지유로우면서도 비이성적이다. 이는 긴 진화의 과정을 통해 스스로 체득한 생존 방법이다. 따라서 경제도 환경 변화에 따라 다양하게 진화해야 한다고 말한다. 이 진화의 메커니즘은 현재의 위기에서 어떻게 변화해야 하는지를 잘 보여주고 있다. 우리 다음 세대, 디지털환경에서 자란 넷세대들을 보면 세상의 변화를 실감할 수 있다. 우리와는 틀린 그들을 보며 우리 세대는 한편으로는 인터넷중독을 우려하고 사회부적응자가 될 까봐 노심초사하는 부분도 있지만 그들이 가지고 있는 자유롭고 민첩한 사고는 우리 세대에서 배워야 할 점이기도 하다. 넷세대들이 무엇을 좋아하고 어떻게 즐기는지, 왜 그러는지를 데재로 아는 것이 지금의 마케팅포인트다. 이렇게 이 한권의 책에 대한민국의 경제가 다 들어가 있다. 저자는 어느 분야에서 아는 만큼 보인다고 말하며 자본주의사회에 살면서 돈의 원리에 대해 모르면 청맹과니와 다름없다고 한다. 행복한 삶과 건강한 노후를 보내기 위해서라도 경제에 관한 지식을 갖추는 게 중요하다. 이전에는 경제지식이 없어도 밥 먹고 살았지만 이제는 경제 지식이 밥 먹고 사는 시대이다. 경제 경영 완전정복 ! 이 한권이면 충분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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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흔, 논어를 읽어야 할 시간 - 인생의 굽이길에서 공자를 만나다 마흔, 논어를 읽어야 할 시간 1
신정근 지음 / 21세기북스 / 2011년 10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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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 나이 이제 불혹이다. 불혹의 사전적 의미가 세상일에 정신을 빼앗겨 갈팡질팡하거나 판단을 흐리는 일이 없게 되었음을 뜻하는 것이지만 내가 느낀 불혹은 그만큼 세상의 유혹이 많아졌다는 뜻이기도 한 것 같다. 자신의 중심이 없으면 그만큼 살기 힘들다는 뜻이리라...., 요즘 들어 인문학을 많이 읽다보니 인터넷 서점에서 인터뷰 제의가 들어왔다. 인문학을 읽는 특별한 이유라도 있냐는 질문이었는데 준비없이 질문을 받아 그저 인문학이 주는 세계를 바라보는 시각을 배우는 느낌이 좋아 자꾸 인문학을 읽는다고 대답했던 적이 있었다. 사전에 질문내용을 알았더라면 조금 더 멋지게 말할 걸 하는 후회를 한 적이 있는데 이 책에 인문학에 대한 멋진 표현이 있다. 인문학은 나를 돌아보고 또 나를 주위 세계 속에 집어넣어보고, 세계에서 발생하는 병리 현상의 원인을 찾아들어가게 한다. 그 과정에서 나는 변하게 되고 그것은 내가 인격적으로 성숙된다는 것만이 아니라 나와 세계를 관련짓고 바라보는 시각이 달라지게 된다는 것이다. 아울러 이전에 나의 세계에 없던 이웃의 문제가 나의 문제이자 우리 모두의 문제로 다가오게 된다. 공자는 이를 '박시제중'이라고 말하고 있다.

자공()이 말하였다. "만일 백성들에게 널리 은혜를 베풀고 많은 사람들을 구제할 수 있다면 어떻겠습니까?( ). 어질다고 할 수 있습니까?" 공자 말하였다. "어찌 어질 뿐이겠느냐? 반드시 성인일 것이다. 요순도 그와 같이 못함을 걱정하였다. 무릇 어진 사람은 자기가 서고자 하는 곳에 남을 세우고, 자기가 도달하려고 하는 데에 남을 도달하게 한다. 가까운 나를 살펴 남을 비추어 보는 것이야말로 인()을 행하는 방법이다."


그리고 인문학을 읽는 또 다른 하나의 이유는 일이관지 때문이다.

일이관지란 말은 먼저 위령공편에, 공자가 말하였다. "사()야, 너는 내가 많이 배워서 그것을 모두 기억하는 줄로 아느냐?" 자공이 대답하기를, "그렇습니다. 아닌가요?" 공자가 "아니다. 나는 하나로 꿸 뿐이다."라고 하였다.

사람은 기억만이 아니라 앎에도 실천에도 필름이 끊어지는 현상이 생긴다. 책을 읽거나 영화를 보면 어떤 부분은 이해가 되지만 어떤 부분은 모르는 경우가 있다. 이 경우 앎이 책과 영화 전체를 꿰뚫지 못하고 군데군데 구멍이 숭숭 뚫린 것이다. 사실 전에 문학만 읽었을때는 잘 몰랐던 것들이 인문학을 읽으면서 치우침 없이 일이관지할 수 있을 때가 있다. 사실 배움이란 것이 나도 늦깍이로 인문을 접하였지만 다산 정약용이 평생을 배움하라는 말씀이 조금씩 깨달아질 때가 있다. 그것이 아마도 공자의 일이관지와 일맥상통하는 뜻이 있지 않을까 생각해본다.

이 책에서는 공자의 삶보다는 공자의 말을 통해서 두 가지를 살펴본다. 공자의 말을 통해서 '나'자신이 품격있는 사람이 되기 위해서 갖춰야 하는 덕목을 알아보는 것이고, 다른 하나는 공자가 어떤 덕목을 발휘했기에 주위 사람들과 목표를 함께하며 자신들의 세계를 만들어갔는지를 살펴보는 것이다. 이것이 바로 공자가 말한 '수기안인修己安人' 이라고 할 수 있다. 먼저 나를 닦고, 나를 깨끗히 하고, 내가 덕을 갖추고, 통치를 해야 국민들을 편안하게 만들 수 있다. 나를 닦지 않고, 그저 통치하려고만 하려면 나라가 제대로 돌아갈 수 없으며 나를 수양해야 덕치를 할 수 있고, 그래야 나라가 안정된다는 것이다. 그동안 공자의 책을 많이 읽어봤지만 이 책은 조금더 공자의 이야기를 무척 다가가기 쉽게 설명하고 있고 저자의 스토리텔링이 탁월하다. 재미도 있고 철학의 깊은 맛도 있다.

우선 원문을 설명하면서 입문, 승당, 입실, 여언의 단계를 설정해서 빠른 걸음으로 진행하면서도 정확하며 깊이 있는 이해가 가능하도록 했다. 입문은 해당 구절의 현대적인 맥락을 소개하고, 승당은 논어의 원문을 독음과 변역을 곁들여서 제시하며 입실은 논어 원문에 나오는 한자어의 뜻과 원문 맥락을 풀이하고, 여언은 논어를 현대 관점에서 되새겨볼수 있는 방안을 제시한다. 저자가 제시하는 현대 관점에서 설명하는 논어구절에서는 시사적인 이야기가 많아서 논어구절이 더 쉽게 이해가는 듯 하고 공자에게 쉽게 다가가고 싶은 철학서를 만나고 싶다면 매우 적합한 철학서이다. 내가 나이가 들면서 느끼는 것은 아무 주제의식 없이 나이가 드는 사람과 주제의식이 있고 자기주도적 삶의 모습을 사는 사람과는 천지차이라는 생각이 들 때가 있다. 가끔 나는 아이들이 부러울 때가 있는데 그것은 바로 엄마의 잔소리를 들을 수 있는 나이이기 때문이다.나이가 드니 이제 아무도 내게 잔소리 하지 않는다. 그것이 가끔 서러울 때가 있다. 그것은 다른 말로 아무도 충고해줄 수 없는 나이 마흔에는 자기주도적 삶이 완성이 되어있어야 한다는 말이기도 하다. 그래서 내 나이 마흔에 만난 논어는 엄마의 잔소리처럼 정겨우면서도 자기주도적 삶이 주는 가치에 대해서 생각하는 시간을 준 책이기도 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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노근리 이야기 1부 - 그 여름날의 기억
박건웅 지음, 정은용 원작 / 새만화책 / 2006년 1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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선물로 만화책을 받고 엄청 좋아했는데... 만화책 치고는 엄청 두껍다. 그러나 만화라고 결코 가볍게 읽을 수 있는 이야기가 아니었다. 한국전쟁 당시에 양민학살을 가감하게 드러낸 만화였고 노근리사건은 반세기 동안이나 역사의 뒤안길에 묻혀 있던 슬픈 기억이자 아픈 상처였다. 그러나 노근리사건 피해자와 유족들의 불굴의 의지로 사건의 실체가 세상에 드러났고, 끈질긴 노력의 결과로 1994년 2월 대한민국 국회에서 노근리 특별법이 제정되었으며, 이제는 전쟁인권과 평화의 대명사가 되었다. 수묵기법으로 그려진 이 만화책은 생존 피해자들의 이야기와 더불어 다큐형식으로 서술되며 적절한 은유와 묘사, 회화적인 만화다. 1권은 1950년 6월25일 한국전쟁이 발발하여 대통령은 한강다리를 폭파시킨채 피난하고 절대 피신하지 말라는 남아서 서울을 지키라는 스피커만이 공허하게 울리는 서울에서 차마 다리를 건너지 못했던 사람들이 피난길에 오르게 되면서 노근리 학살까지의 과정이다.

그러나 피난민들을 노근리 쌍굴에 가두어놓고 무차별 학살을 감행 할 줄 몰랐던 사람들은 너무도 처참히 죽어갔다. 십분 이십분의 간격으로 기관총을 쏘고 굴 밖으로 나오는 사람들은 모두 총을 맞아 죽었고 굴 안에는 시체가 산을 이루어도 나가지 못하고 있었다.무더운 여름 날씨에 시체들은 산을 이루고 부풀어 시체와 엉겨붙은 피에서 나는 악취와 배고픔도 견디기 힘들었지만 더 힘들었던 것은 갈증이었다.

후에 조사에 의해서 미군에 의해 피난민 학살된 사건은 노근리 외에도 여러 건이 있었음이 밝혀졌다.

미국의 서부 개척시대, 그들이 자행한 비무장 인디언 학살사건....

1864년 샌드 크릭 대학살.

1890년 운디드니 대학살.

당시 인디언 학살에 참여한 부대가 바로 제 7기병대였다.

제 7기갑연대는 영문으로 7th Cavalry Reginent로 표기하는데,

원래대로 번역하면 제 7기병대이다.

그런데 미군 역사에서 기병대를 지칭하던 Cavalry가 살아남아 , 지금은 기갑부대의 의미로 상요되고 있다. 이 제 7 기병대가 12년전에는 인디언을 학살했고 , 50년 전에는 노근리에서 우리 부모형제들을 도살하듯 학살한 것이다.


[노근리 이야기] 2권은 ‘끝나지 않은 전쟁’에 대한 기록이다.한국 전쟁(6.25전쟁) 발발 1개월 후인 1950년 7월 25일부터 7월 29일까지 만 4일간, 대한민국 충청북도 영동군 하가리와 노근리 일대에서 참전 미군에 의해 발생한 피난민 대량 학살 사건은 당시 미 제1 기갑사단과 인근 미 제25 보병사단에는 피난민 속에 적군이 숨어 있을지 모른다는 이유로, 전선을 통과하는 모든 피난민을 ‘적으로 간주’해 총격을 가하라는 명령이 내려졌다. 지금까지 AP 통신 기자나 미 국방성 조사반에게 미군이 노근리에서 미간인을 공격한 사실을 증언한 참전 미군은 확인된 사람만 25명에 이른다. 1950년 노근리 사건 발생 직후, [조선인민보]는 사망자만 약 400명에 이른다고 보도한 바 있다. 하지만, 사건 발생 반세기가 지난 오늘날 정확한 피해 규모를 파악하기란 불가능한 실정이다. 노근리 사건은 노근리 미군 양민 학살 사건 대책위원회의 활동과 AP 보도(2000년 퓰리처상 수상-탐사보도 부문) 등을 통해 구체적으로 드러났으며, 한국 전쟁 중 미군에 의한 민간인 학살 사건의 구체적인 경우로 꼽히고 있다.

노근리 사건은 한국인 전체의 역사 인식의 문제이며 나아가 온 인류의 보편적 가치인 인권과 평화의 문제이다. 한국전쟁이 발발한 지 60년의 세월이 흘렀다. 현재 젊은 세대의 한국전쟁에 대한 인식은 그 이전 세대와 다르다. 전쟁으로 인해 남과 북 모두 많은 인명 피해와 경제적 손실을 입었고, 이러한 전쟁은 남북을 막론하고 정당화될 수 없다는 입장을 보이고 있다. 노근리 사건을 통해 하나 알게 된 것은 그러한 과거를 통해 지구촌에서 또 한번 이런 학살이 자행되어서는 안된다는 것이다. 언제 쯤이면 이 땅에 평화가 찾아올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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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회장의 그림창고
이은 지음 / 고즈넉 / 2011년 1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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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끔 정신없이 빠지고 싶은 책을 만나고 싶을 때가 있다. 아무 생각없이 코미디프로를 보고 머리를 식히는 것처럼 아무 생각도 하지 않고 몰입하고 싶은 책을 만나고 싶을 때가 있다. <박회장의 그림창고>는 마치 그런 코미디프로처럼 느껴진다. 아무 생각없이 읽는 것만으로도 즐거웠던 책이다. 이 책은 세태 풍자소설이지만 엄밀히 따지자면 테크노 스릴러에 가깝다고 할 수 있을 것 같다. 저자의 약력과 관련하여 미술에 관하여서는 어느 정도 전문성이 있다고 보여지기 때문이다. 한동안 세상을 떠들썩하게 했던 기업과 미술의 비자금 관련 사건들과 미모의 큐레이터의 사기행각과 맞물려져 어느 정도의 사실적인 내용을 바탕으로 하고 있는 이 소설은 한편의 한국영화를 보는 듯 한, 어느 정도는 우리에게 익숙한 내용일지도 모름에도 작가의 일필휘지로 써내려 간 듯 빠른 전개에 긴강감 가득한 활극과 아슬아슬한 사기극은 한시도 눈을 뗄 수 없게 만든다.

병든 엄마의 간호와 장애인 동생 기호, 생활무능력자 남친이자 동거남 진구, 동네에서 작은 미용실을 운영하고 있는 소미의 삶은 미래가 보이지 않는 아니 하루 벌어 먹어 사는 것도 힘에 부친 삶이다. 딸린 식구에 혼자 버니 그렇고 엄마의 병간호를 위해 빌린 사채 천만원이 눈덩이처럼 불어나서 삼천백만원이 되자 사채업자의 협박은 점점 소미의 피를 말린다. (사실 얼굴이 이쁜 소미에게 사채업자는 다른 속셈이 있다.)계속된 협박과 독촉에 이제는 마지막이라고 생각한 순간, 친구에게 빌렸다며 삼천백만원을 주는 평생 백수건달인 진구가 소미는 구세주를 만난 기분에 돈을 받지만 , 어째 이상하다.. 게다가 선물이라며 미용실에 걸어놓으라고 주는 그림도 어째 수상하지만 ... 따질 형편이 아니기에 , 돈을 주지 않으면 팔려갈 판이다.

소미를 협박하는 사채업자로부터 구하기 위해 진구와 기호는 일명 차치기- 차공갈협박을 해서라도 돈을 벌어보겠다고 나섰는데 .. 과거 기호랑 차치기를 하다가 기호가 크게 다칠 뻔 한뒤로 차치기를 그만두었는데 돈이 급하게 필요하다보니 배운게 도둑질이라 차치기밖에 생각나는 게 없다. 그러던 중 눈에 뛴 그랜저승용차에 탄 "나 돈많아요라고 써있는 여자"를 발견하고 기호는 어설프게 승용차에 치이는데, 이 돈많은 여자는 다름아닌 세계미술관장 이사벨이다. 이사벨은 한국이름으로 복자라고도 불리는데 그녀의 성공비결은 아무에게나 다 대주는 것과 미술을 사업비리화 시킨 것이 비결이라면 비결이다. 세 띠동갑 세계그룹 회장, 비서실장, 그리고 국회의원들과 그렇고 그런 관계이며 여권의 총수이자 차기 대통령후보에게 비자금으로 "불타는 꽃밭"을 주기위해 가던 길이었고 독하기가 이루 말할 수 없는 여자였으니 이 날 기호는 아무래도 날을 잘못 잡은 것이었다. 아니나 다를까, 사람을 치고도 큰소리치는 여자앞에서 화가난 진구는 핸드백을 뺏는다는 게 그만 이사벨을 치게 되었고 이사벨이 기절한 사이 핸드백과 그림을 들고 튀게 된다. 이유는 단순하게 그림이 과자포장지인 줄 알고 뛴 것뿐인데, 그 그림이 100억이나 할 줄 누가 꿈에나 생각하겠냐구요 ...

100억에 호가하는 그림이 사라지고 진구와 기호는 바보같이 결정적인 증거인 주민등록증을 사고현장에 떨어뜨리고 박노수 회장은 은갈치파를 시켜 어리버리한 좀도둑들을 잡아오라는 명령을 내린다. 아무것도 모르는 소미는 집을 뒤진 흔적과 돈을 주고 갑자기 잠수타버린 진구와 기호, 집 앞에서 포진해 있는 건달들을 보고 사건의 전말을 눈치채고 그림을 들고 우선은 눈에 띄지 않는 모텔에 은신한다. 소미는 자신의 구질구질한 인생에 결정적인 순간이 왔음을 직감하며 박노수회장을 상대로 한판승부를 띄우기로 하는데... 작전은 일명 죽기아니면 까무러치기,

예술도 현실이라는 걸, 아니, 예술만큼 현실적인 것이 없다는 사실을. 예술이 얼마나 돈과 권력에 가까운지는 예술사가 낱낱이 보여주고 있다. 예술가 뒤에는 늘 후원자가 있었고, 예술의 기호는 사실상 그 후원자들이 쥐락펴락했다.

정경유착의 온갖 엄청난 부정부패는 영화나 드라마의 소재로 많이 쓰이는 소재인 동시에 개그프로인 시사 풍자 소재로도 많이 쓰이는 소재이다. 이 소설 또한 그러한 세태를 비꼬는 풍자적인 소설이다. 미술학 박사이며 신춘문예를 통해 등단하여 [누가 스피노자를 죽였을까?], [미술관의 쥐], [코미디는 끝났다], [수상한 미술관], [미술관 점거사건] 등 개성 있는 소설을 꾸준히 선보인 작가 이은은 미술과 기업의 돈세탁하는 과정을 고발하는 동시에 예술이 예술로서 존재할 때 진정한 가치가 있다는 메세지를 통하여 기업이 미술관을 이용하여 비자금을 형성하는 것에 경각심을 일깨워 주기도 한다. 우리나라의 경우 재벌기업에서 문화재단을 만들고 미술관을 운영하는 경우가 유난히 많으며 실제로도 재벌기업이 미술관을 운영하면서 불법으로 조성한 비자금을 미술품을 이용해 돈세탁했다는 혐의를 받기도 했다. 이 사실이 한동안 사회적 문제로 부각된 적이 있었으며 [박회장의 그림창고]는 이런 사회구조적인 모순과 비리를 폭로하는 사회고발적인 내용을 다소 코믹하고 유머러스하게 풍자하여 마치 한편의 영화를 보는 듯한 재미를 주는 듯하다. 심심하고 따분하다면 추천하고 싶은 책이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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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곳은 소, 와인, 바다가 모두 빨갛다 - 언어로 보는 문화
기 도이처 지음, 윤영삼 옮김 / 21세기북스 / 2011년 1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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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1세기 디지털시대를 맞이하여 각종 인터넷 , 트윗, 페이스북등의  인터넷이 급속도로 퍼지는 동시에 인터넷 사용언어에 따른 언어파괴 현상에 붉은 신호등이 켜졌다. 과연 이런 언어의 파괴현상은 올바른 것일까? 예를 들면 흠좀무 : 흠 이게 사실이라면 좀 무섭군요’, ‘솔까말 : 솔직히 까놓고 말해서’, ‘듣보잡 : 듣도 보도 못한 잡 것’. ‘지못미 : 지켜주지 못해 미안해’, ‘먹튀 : 먹고 튀다’, ‘엄친아 : 엄마 친구 아들’. 이것들은 최근에 생긴 신조어이다. 이런 신조어들의 특징은 경제적이며, 구어체 중심이라는 것이다. 인터넷 신조어들이 경제적인 이유는 말보다, 타자로 치는 것이 시간이 더 오래 걸리기 때문에 빠른 의사 전달을 위해서 자연스럽게 생긴 현상일 것이다.따라서 이것들은 어느 정도 현대 사회를 반영하고 있다. 현대 사회에서 자주 벌어지는 현상과 그에 대한 인터넷 세대의 반응에서부터 이런 언어들이 발생하고 있기 때문이다. 과거 특정 시기의 특정 방언을 보면 그 지역 사람들이 어떻게 살았는지를 알 수 있다. 인터넷 신조어도 인터넷 문화라는 새로운 문화 속에서,그 문화를 향유하는사람들의 생생한 가치문화를 보여주고 있다. 

이것은 한편으로는 단순한 언어 파괴 현상으로도 볼 수 있지만 한 편으로는 창조적 언어 문화로 볼 수도 있는 것이다. 이렇듯 언어는 시대의 문화와 정신 그리고 사고방식을 그대로 반영한다. < 그곳은 소, 와인 , 바다 모두 빨갛다> 이 책의 제목에서 느껴지는 이질감은 아마도 소와 와인, 바다가 가지고 있는 색깔이 모두 빨갛다고 표현한 것이었다. 이 책의 핵심을 그대로 보여주는 제목이기도 한데 과거 호메로스의 <일리아스>와 <오디세이>에서 호메로스의 상상에 의한 일리아스의 존재가 실존한 나라였다는 것이 밝혀지자 <일리아스>와 <오디세이>에서 가장 많이 인용되는 어구 " 검은 와인빛 바다"에 대한 표현이 이후 언어학자 글래드스턴에 의해 논란의 중심이 된다. 또한 호메로스가  와인에 비유하여 색깔을 묘사하는 대상이 바다와 소 였다. 그럼 호메로스는 색맹일까?

더 나아가 글래드스턴은 <일리아스>와 <오디세이>에서 나타나는 색깔묘사의 기괴함은 호메로스 개인의 특별한 문제가 아니라는 사실을 지적한다. 호메로스의 색깔묘사에 문제가 있었다면 그 당시 사람들은 물론 다음세대들도 그의 작품을 받아들이기 힘들었을 것이다.결국 글래드스턴은 색깔인지 능력이 계발되기 시작한 단계였으며 그 당시 빨간색은 이미 인지된 상태였다. 호메로스가 프리즘을 통해 분산되어 나오는 유채색에 대해선 그토록 입을 다물고 있는 반면 빛과 어둠에 대해서는 그토록 생생하고 시적으로 묘사하는 이유가 바로 발달하지 않은 색깔인식능력 때문이라는 결론이다. 그러나 글래드스턴의 이러한 결론은 문화의 힘을 과소평가한 결론이다. 원주민들의 색깔인지능력을 테스트해본 결과, 어후가 존재하지 않는다고 해서 그 색깔을 보지 못하는 것은 아닌 것으로 밝혀졌기 때문이다. 사람들은 색깔의 차이를 구분할 수 있음에도 그것을 다른 이름으로 부르지 않았던 것이다. 글래드스턴은 호메로스가 '파랑의 가장 완벽한 예' 라고 할 수 있는 남쪽하늘을 어떻게 인식하지 못했는지 납득하지 못했고, 가이거는 고대 문헌에서 하늘을 파랗다고 묘사하지 않는 사실을 놀라워 했으며, 리버스는 원주민들이 하늘을 검다고 한 것을 해명하지 못했다. 색깔 스펙트럼에서 가장 강렬한 색깔부터 인간이 감지하기 시작했다는 마그너스의 주장은 전혀 근거가 없다는 것 또한 밝혀졌다. 고대인들도 우리처럼 색깔을 선명하게 볼 수 있었으며 색깔어휘의 차이는 생물학적 진화를 반영한 것이 아니라 순전히 문화적 진화를 반영한 것임을 20세기가 들어서야 밝혀지게  된다.

 

이러한 색깔논쟁은 언어의 개념을 차지하기 위한 자연과 문화의 끝없이 지속된 전쟁의 승패를 가르는 가장 이상적인 테스트 지표가 되었다. 다른 방식으로 표현하자면, 좁은 색깔띠는 언어가 인류의 본성에 얼마나 깊이 뿌리박혀 있는지, 또는 언어의 차이가 얼마나 표면적인지 알아내기 위한 리트머스 시험지가 된 것이다.-35p

 

수십 년 동안의 연구자료는 색깔개념이 일차적으로 문화에 의해 결정된다는 주장을 , 또는 자연에 의해 결정된다는 주장을 뒷받침하는 근거가 되었다. 문화와 자연 모두 적절한 수준에서 색깔개념에 영향을 미치며, 어느 쪽도 완전한 헤게모니를 누리지 못한다. 결국 자연의 제약과 문화적 요인의 균형에서 언어는 발생하는 것이다. 1858년 글래드서턴, 1869년 가이거, 1878년 마그너스, 1903년 리버스는 문화를 보지 못했고 1933년 레너드 블룸필드, 1953년 레이는 자연을 보지 못했다. 1969년 벌린과 케이 역시 문화를 제대로 보지 못했다. 이 모든 과정을 거쳐 이제 선명한 언어로 보는 문화에 대한 시각을 갖게 된 것이다.

 

오늘 날 지배적인 언어학적  관점에 따르면 언어는 본능이기 때문에 인류의 언어는 모두 똑같다고 한다. 노엄 촘스키 역시 화성인의 눈으로 지구인의 언어를 관찰해보면 모두 똑같아 보일 것이라는 유명한 주장을 했다. 그의 이론이 설명하듯 모든 언어의 깊은 곳에는 보편적인 문법이 작동하며, 똑같은 기저가 존재하며, 구성의 복잡성도 같다. 따라서 언어에서 연구할 만한 가치가 있는 유일한 측면은 언어가 인간의 본성을 표현한다는 것을 보여주는 것이다. [그곳은 소, 와인, 바다가 모두 빨갛다] 저자 기 도이처는  언어, 문화, 자연을 이어주는 가장 중요한 연결고리를 수십년동안 연구해 왔던 학자들의 자료를 바탕으로 그들의 연관관계를 찾아내는데 성공하였다. 문화라는 것은 우리 일상의 모든 것을 대표한다. 최근 보여주고 있는 인터넷 파생언어 또한 우리의 일상을 대표하는 문화의 한 현상으로 보는 것이 타당할 것 같다.이렇듯 언어는 시대의 문화와 정신 그리고 사고방식을 그대로 반영한다. 언어를 통해 보는 문화 , 무척 흥미로운 통찰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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