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쉽게 찾는 우리꽃 - 봄

김태정 (지은이)

 

현호색, 꽃마리, 개쑥갓, 개불알풀, 별꽃, 양지꽃...
이들은 하은이와 함께 내가 만났던 올 봄의 꽃친구들이다.
지난 겨울에 이 책을 구입해 놓고서 눈녹는 봄이 오길 얼마나 학수고대 했는지 모른다.
늘 책속의 사진을 들여다 보며 “와~ 이 꽃은 정말 별모양이네~”
“이 꽃은 노란빛이 꼭~ 개나리 같다”하며 갖가지 꽃이름을 외울정도로 책을 보았고 또 눈에 담았었다.
그렇게 기다렸던 봄, 햇볕이 따뜻해지자 난 달랑 이 책 한권을 옆에 낀채 딸아이와 함께 공원으로, 산으로, 들로 봄꽃 사냥을 나섰다.

맨처음 올랐던 집 앞의 산책길에서 우린 양지바른 곳에 오묘한 빛깔을 띤채 땅위에 낮게 깔려있던 현호색을 발견했다.
지금이야 콕집어 ‘현호색’이라는 명칭을 쓰지만 처음 발견때 만해도 도대체 이 신비스러운 꽃의 이름이 뭔지 몰라 책장을 뒤졌었다.
직접 눈으로 확인한 현호색.. 푸르기도 하고 보랏빛이 도는게 사진으로만 봤을때엔 빛깔이 이리 오묘한지 미처 몰랐다.
책에 올려진 사진은 꽃이 뿜어내고 있는 빛깔을 있는그대로도 담아내지 못했던 것이다.
책을 보고 눈으로만 담았던 꽃과 실제의 꽃사이의 비교도 되지 않는 차이를 느낀 현호색과의 만남은 다른 풀꽃에의 궁금증과 기대를 배가시켜 놓게 되었다.

산행이후 찾아간 인근의 공원..그 공원은 평소에도 자주 들리던 곳인데 그곳에 풀꽃이 많다는 얘기를 듣고는 반신반의하며 들렀다.
공원으로 들어서는 입구에서 우리는 봄꽃의 대명사격인 벚꽃이랑 목련, 개나리, 수수꽃다리를 봤는데 그 꽃들만 보아도 봄꽃이 주는 황홀경에 빠지고도 남음직했다.
그 황홀경을 뒤로하고 우리는 공원화단에서 곱게 가꾸어진 평범한 꽃들 아래로 정말 눈을 크게 뜨지 않고는 발견되지 않을 많은 풀꽃을 대면하게 되었다.

푸른빛이 도는, 정말 너무 작아서 허리숙여 찾는 이들에게만 그 앙증맞음을 뽐낼 것 같은 꽃마리..
꽃잎의 생김과 빛깔이 참 고운데 어찌 이름이 이상하게 붙여진 개불알풀..
땅에 나즈막히 깔린채 여기저기서 별처럼 반짝이던 별꽃들..
노란빛이 개나리와는 또다른 느낌으로 와닿던 양지꽃..
그렇게 봄처녀의 부끄럼같이, 수줍움같이 작고 낮게 풀꽃이 피어 있었다.

알지못했던 자연의 세계에 들어서기라도 한양 나는 이 날의 감동을 잊을수가 없다.
마치 남들이 모르는 나만의 보석을 발견한 듯 그 한가지 한가지의 풀꽃이 어찌나 귀하고 이쁘던지..
멀리, 어디 인적이 드문곳에 고고하게 피어있을 것만 같은 이들은 내가 평소에 지나던 산책길, 공원의 화단, 심지어는 동네 골목길 같은 곳에 아주 가까이 피어있었건만 그동안의 내눈은 크게, 멀리서도 눈에 띄게, 가만히 있어도 보여지는 것들에만 관심있게 열려 있었던 것이다.
왠지 그동안 관심조차 가져주지 않았던 나의 무관심에 미안한 마음이 든다.

그 발견이후 나는 자주 땅을 보고 걷는 습관이 생겼다.
내가 무심코 지나는 발길아래에 그 누구도 발견치 못했던 또다른 보석이 있지 않을까하는 기대감에 내 눈이 열려 있게 된것이다. 아니 작은 풀꽃일 지언정 그들이 주는 즐거움이 다른 꽃들 못지 않음을 알기에 내 눈이 또다른 즐거움을 찾는 것이리라. 그리고 이 작은 꽃들의 이름을 하나하나 불러주고 싶기 때문이리라.

혹 우연히 또다른 보석을 만나게 되면 나는 기꺼이 허리를 숙이고 눈을 크게 뜬채 작은 풀꽃이 뿜어내는 오묘한 빛깔에 거듭 탄복할 것이고
나만의 보석창고에 쌓여지는 보석들로 부자가 될 것이다.
'작은것이 아름답다~'라는 명언을 음미하며..
그리고 [쉽게 찾는 우리 꽃]을 뒤적이며 꽃의 이름을 궁금해 하리라.

외출전 풀꽃찾기에 재미난 하은이가 묻는다.
"엄마~ 꽃책 챙겼어?"

 

                             관련책                                               풀꽃과 관련한 또다른 책한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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프레이야 2004-04-12 14:13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종이배님과 하은이의 봄꽃 나들이, 참 정겹고 풋풋해요.
그냥 보고 예쁘다, 하는 것과 이렇게 이름을 찾아서 알고 대하는 것과는 천지차이겠죠^^

다연엉가 2004-04-12 16:44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종이배님 이곳에 풀꽃들이 많이 있나요... 풀꽃이 많이 있는 책을 찾을려고 보니 잘 안보이네요. 사진도 선명하게 있으면 좋고...

로므 2004-04-12 20:40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로므도 요즘 한창 피고 있는 들꽃들을 찾아 다니고 있는 중입니다.
제 경우엔 일단 이름은 모르지만 사진을 찍고 현상해서 나중에 인터넷으로 이름을 찾는 방식이죠. 꽃이름을 뽑아서 사진이랑 같이 코팅해 교실 환경구성을 조금씩 하고 있답니다. *^-^*

bluetree88 2004-04-13 00:44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배혜경님..풀꽃은 물론 이름을 알면 좋지만(아이에게 들려주기가) 몰라도 그 자체로 너무 이쁘더군요..형용할수 없는 빛깔..인공색소는 감히 못따라오지요~

책울타리님..풀꽃관련 책을 찾으신다면 이 책 강추해 드려요..우선 아무것도 모르는 초보가 보기에 안성맞춤이랍니다. 찾기가 너무 수월하게 되어있어요..꽃잎색만 알면 되거든요..도토리 주머니 도감으로 '무슨 나무야?'가 있는데 이 책은 정말 찾기가 힘들어요..그나마 나무이름을 좀 알아야 접근이 가능하더군요..이런책에 비하면 풀꽃책은 정말 쉽답니다. 그리고 세밀화보다는 사진책을 추천하고요..세밀화는 확실한 구분이 안간답니다.(그래서 저는 보리에서 나온 세밀화 도감이 좀..그렇더군요..책은 좋지만..) 아이가 좀 자라면 '어린이가 정말 알아야 할 우리풀백과사전'도 갖추어 주면 참 좋을것 같아요..하지만 지금은 이 책만으로도..호호~

로므님..로므님 방법이 최곱니다. 전 화질좋은 디카가 없어서리..내년엔 디카구입해서 로므님처럼 해야 할텐데..힛~ 집에 아이가 있다면 물론 인터넷을 통해 이름을 아는것도 좋지만
아이가 직접 책에서 풀꽃을 찾게 하는것도 좋은 경험이 될수 있을겁니다.
 


by Laura Krauss


요즘 하은이가 부쩍 흥얼거리는 audiosong이 하나 있답니다.
“Said the mother goose to her child, I love you as much as~"

짙은 유화로 그려낸 한폭의 그림속에 담겨진 사랑스러운 어미와 새끼동물들의 모습,
그리고 배경처럼 펼쳐진 아름다운 자연, 이에 못지 않는 노랫말..
이 모두가 아이의 마음을 흔들었을까요?
아니면 내용에 담겨진 뜻을 전해 받았을까요?

세상에서 새끼를 낳는 어미라면 너무도 공감하면서 읽을수 있는 자식에의 비할데 없는 사랑을 세상에 존재하는 모든 자연의 대상을 빗대어 노래하고 있습니다.

그 사랑이 어찌나 큰지 눈에 보이는 것들로는 그 깊이나 높이나 넓이를 감당할수 없기에
도저히 눈으로는 볼수없는,
단지 마음으로만 느낄수 있는 노랫말로 잔잔히 아이들에게 속삭입니다.

따뜻한 여름날의 바람만큼..
숲속의 나무들만큼..



끝없는 푸른하늘만큼..



깊은 대양만큼..



엄마가 사랑할수 있는 만큼..그렇게 너를 사랑하노라고..엄마는 나지막히 말하지요..

이제 겨우 5살인 딸아이의 엄마지만 이 책의 글귀가 하나도 놓쳐치지 않고 귀담아 들리는 까닭은
자식에의 사랑이 자신의 의지와 상관없는 본능으로 내속에 자리하고 있기에..
‘엄마’가 아니고서는 도저히 그 사랑을 가지지 못하기에 구절구절이 이리도 울림이 되어 다가오는구나 싶습니다.

"I love you as much as a mother can lov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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장난기 많은 눈 - 그림 속에 비밀이 가득
멜 구딩, 줄리안 로덴스타인 (엮은이), 박순보 (옮긴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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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술...
지금 하은이를 보건대 매일 한번도 ‘미술’분야를 접하지 않고 지나는 날이 없을 정도이다.
펜으로 슥슥 간단한 그림을 그리거나,
색종이 접기를 하거나 찰흙으로 조형물을 만들거나 색칠을 하거나...
하여튼 미술이란 분야를 빼버리면 아이의 세계가 얼마나 삭막할까 싶을 정도로 늘 미술을 접하며 지낸다.
그리고 그 행동을 통한 즐거움도 적지 않다.

물론 아이였을 때의 나도 내면세계를 표현하는 미술활동의 즐거움에 푹~ 빠졌던 적이 있었다.
그런데 언제부터인가 인생의 행로가 정해지면서 차츰 순수한 의미에서의 미술활동이란건 시간을 투자하면서 할 수 있는 그런 여유로운 것이 되지 못했다.
지금 생각해 보면 참 삭막하게 살아온 듯 하다.
가끔 시험 점수 때문에 해야만 했던 미술활동은 즐거움은 고사하고 때론 성가지기까지 했으니 말이다.

엄마에게 있어서의 미술은 ‘즐거움’이나 ‘정화’의 역할을 하지 못한채 사장되어 버렸지만
내가 살았던 어린시절보다 더 삭막해져 버린 이 시대를 사는 요즘의 아이들에게 만큼은 진정한 의미에서의 예술이 될 수 있기를 바라는 마음 간절하다.

[장난기 많은 눈]
이 책의 부제는 ‘그림 속에 비밀이 가득’이다.
그러나 원본의 부제는 ‘an album of visual delight'이다.

번역본의 부제는 책에 대한 호기심은 자극하지만 역시 이 책에 대한 요약은 원본의 부제가 더 정확히 표현해 놓은 듯 하다.
하지만 원서명인 ‘The Playful Eye’가 단순히 이 책을 '즐긴다'는 의미에서 제목이 붙여졌다면
번역본의 서명, ‘장난기 많은 눈’은 사람의 보는것에 대한 행위가 가지는 생리적 의미와 내포적 의미를 복합적으로 포함하고 있어 좀 더 포괄적으로 책의 내용을 함축시켜 놓은 듯 하다.

눈을 통해서 보여지는 것...
하지만 이 책에 분류되어 소개되는 그림들은 하나같이 ‘보여지는 것’이 전부가 아님을 말하기라도 하듯 이면에 또다른 이미지를 감추고 있다.
이 감추어진 이미지라는 것은 눈으로 보는 것에 인간의 대뇌가 개입해서
관심있고, 이미 알았던 것 또는 보고 싶은 것에 대한 결과물만을 골라서 이해하고자 한다는 심리에 착안한 화가들이 사람들의 눈을 속이는 재미로 그림을 그렸다는 것이다.
미술가들이 왜 이런류의 그림을 그렸을까는 단순히 그림에서 느끼는 재미에 있을수도 있을테고
책의 내용중 ‘정치적인 풍자화’ 등에서 다루고 있듯이 세상의 변화와 정치적인 잘못을 비판하기 위한 한 방법이었을 수도 있으리라.



이유야 어떻든 하은이와 나는
8개의 소타이틀에 걸맞는 작품들을 하나씩 감상할 때마다 정말 작품속에 감추어진 이미지를 발견하면서 무척 즐거웠었다..

금방 이미지가 안들어 올때는 책을 멀찍이 한채 눈을 부릅뜨고 찾아보기도 하고



영국의 위대한 시인 바이런이 해변의 바위 옆에 기대어 앉은 그림에도 다른 모습이 숨겨져 있습니다.
투명한 청년의 모습이 맑은 하늘을 배경삼아 바위의 윤곽선으로 그려져 있습니다.
자연으로 돌아가려는 바이런의 문학정신을 강조한 것처럼 그의 모습이 자연의 일부분으로서 드러나 있습니다.
그보다 더욱 시적인 것은 갓 왕위에 오른 젊은 빅토리아 여왕이 윈저 대공원에서 살아있는 존재로 축복받고 있는 장면입니다. <본문에서>


...플랙이 그린 세계지도입니다.
아시아 대륙과 아프리카 대륙의 모습이 여인의 머리부분과 비슷하게 보인 점에 착안하하여 아름다운 여인의 얼굴을 세계지도로 그려냈습니다.
그리고 사랑하는 두 남녀의 모습은 해골의 모습과 연관되어 그들의 미래가 언젠가는 죽음으로 끝난다는 내용을 암시합니다. <본문에서>


위아래가 다른 그림에서는 책을 뒤집어 놓으며 그 달라지는 모습에 깜작 놀라기도 하고
여러개가 섞인 모습에서는 책을 돌려가면서 하나하나 짚으며 헤아리느라고 끙끙대기도 했다.

이 모든 행위자체가 이전의 명화책들을 감상하던 자세와는 달라서 책을 통한 놀이를 하듯 즐기면서 책을 보았던 것이다.
그야말로 책의 제목인 ‘The Playful Eye’였다.

이 책을 처음 받아들었을때 ‘아~ 하은이에게는 아직 무리겠구나..’하는 편견을 가졌었는데
숨은그림찾기를 하는 동안 엄마보다 더 궁금해하고
다음 찾을 작품을 들여다보며 눈을 반짝이는 아이의 모습속에서
‘명화’라는게 깊이있는 지식을 지닌 고매한 사람들의 감상거리가 아니라
비록 유아일지라도 그 아이들의 눈과 뇌를 즐겁게 하고 기대감으로 얼굴이 상기될 수 있도록 만들어 버리는 힘을 지닌것이 진정한 의미의 ‘명화’가 아닐까 하는 생각을 해보았다. 때때로 아이들은 어른보다 더 정확한 감각을 지닌 존재임을 알기에...

하은이는 [장난기 많은 눈]을 접하기 전에 동출판사의 [미술속의 마술]이라는 책을 서점에서 자주 봤었는데 같은 부류의 책으로 함께 보면 더 재미를 증가시킬수 있을 것으로 보인다.

이 책을 본 아이들은 왠지 미술관에서 다른 작품을 감상할 때에도 그림을 옆에서 보려고 한다거나 위에서 내려다 보려는 등의 엉뚱한 자세를 취할것만 같고
어른들은 ‘눈으로 보여지고 있는 것’이 각 사람의 이전 인지경험에 바탕을 두고 있다는 해석에 따라
그렇다면 같은 대상을 보고 있더라도 ‘보여지는 것’은 제각기 그 사람의 심상에 따라 다르겠구나 하는 생각을 가질수 있을 것이다.

최근 명화관련 책들이 무수히 쏟아져 나오고 있지만 기존의 명화책들이 해설을 덧붙인 유명 작품들을 단순 수록해 놓은데 반해
[장난기 많은 눈]은 감상위주에서 벗어나 좀 더 적극적으로 작품에서 전달하고자 하는 의미에 참여할 수 있고 이전의 책들과는 색다른 경험을 맛볼수 있을 것으로 여겨진다.
뿐만 아니라 제목에서처럼 비밀을 찾아내는 즐거움도 덤으로 가질수 있기를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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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4.03.1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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진/우맘 2004-03-13 00:52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우와! 멋지네요!
진이랑 저는, 최근에야 '숲 속의 숨바꼭질'의 모든 페이지에 숨바꼭질 요정이 숨어 있는 것을 발견했답니다. 숲이 나오는 첫 페이지와 둘째 페이지에서 손톱만한 요정의 모습을 찾아냈을 때의 희열이란!
 

반쪽이 - 옛이야기 그림책 까치 호랑이 9
이미애 (지은이), 이억배(그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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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렇게 겨울밤이 무르익을 때면 어릴적 할머니가 들려주시던 옛이야기를 자장가 삼아 들으며 잠들던 기억이 새롭다.
할머니의 그 이야기 보따리는 어찌나 풍성했던지 “또요..또요..”해도 자꾸만 새로운 이야기로 손주들의 귀를 즐겁게 해주셨었다.
호랑이 담배 피던 시절 그 멀고도 머언 아주 오랜 옛날~~, 이렇듯 손주들이 이야기에 목달라 하는 마음에 애를 달구는게 당신의 즐거움인 듯
한참을 뜸들이고서야 본격적인 이야기는 시작이 되었지..
눈은 말똥말똥, 귀는 쫑긋~ 할머니가 들려주시는 이야기 전개에 따라 손을 움켜쥔채 숨을 꼴깍 삼키기도 하고 휴~하고 안도의 숨을 내쉬기도 하면서 그렇게 겨울밤은 깊어만 갔었다.

내가 어렸을 적엔(지금의 부모님들 대다수가) 옛이야기를 다룬 책이라고는 눈을 닦고 찾아봐도 없던 시절이라
오로지 입담좋은 할머니, 할아버지의 즉흥이야기를 의지삼아 이야기의 재미를 즐길수가 있었다.
늘상 농사일에 쫓기던 우리 할머니, 할아버지.. 그러나 손주들의 그 이야기 성화엔 잠시 일손을 놓지 않을수가 없었던 기억이 난다.

그런 우리들에 비하면 요즘 아이들이야 옛이야기를 다룬 많은 그림책들 속에서 듣고만 싶으면 책장에서 빼내와 책을 읽으면 되는 일이지만
그런 문명의 이기속에 있는 우리 아이들이 갑자기 서글퍼지는 것은 내용이야 훤히 알지언정
정작 우리세대가 가졌던 이야기와 얽힌 따스한 추억들은 갖지 못할 것이기에
옛이야기를 읽기는 하지만 참 삭막하다는 느낌을 지울수가 없다.

이유인즉, 우선 그림책으로 접하게 되는 옛이야기 그림책들은
구술로 전해 듣는 이야기의 상상력에 비해 내용이 많이 축약되어지고
이야기가 산만해지지 않는 범위내에서 책을 편집하기 때문에 한 권의 책을 모두 읽었지만
어딘가 모르게 모자란듯한 느낌이 든다.
그도 그럴것이 옛이야기 그림책이란게 활자화된 그림책의 영역에 속하다 보니,
그리고 대상연령이 어린 아이들이다 보니 내용의 충실함 보다는 삽화로 전하는 내용의 전달이 더 큰 비중을 차지하게 된다.
그런데 그 삽화란게 정말 잘 그려진 그림이 아닌 이상 오히려 아이들의 상상을 제한할 뿐만 아니라 오히려 원래 지니고 있는 옛이야기의 맛까지도 떨어뜨릴 우려가 많다.

아직 우리나라 그림책 시장에 옛이야기 그림책이 차지하는 비중이 매우 협소하여 아이에게 들려주고픈 이렇다할 옛이야기 책을 좀체로 찾을수 없었는데
몇년전 보림의 [까치호랑이]시리즈와 웅진닷컴의 [두껍아 두껍아 옛날옛적에], 보리의 [꼬불꼬불 옛이야기]가 출간되면서
아이들은 예전 할머니, 할아버지가 들려주시던 그 옛이야기의 묘미를 책으로나마 즐길수 있게 된 것이 참으로 다행한 일이라는 생각이 든다.

이 시리즈중 [반쪽이]는 하은이가 특히나 좋아했던 옛이야기 그림책이다.
이런저런 군더더기 설명이나 배경그림 없이 전할 내용에만 충실하고 있고
또 옛이야기가 지니는 전형인 반복구조를 띠고 있어 하은이가 쉽고 재미있게 책을 받아들이는 것 같다.

[반쪽이]를 하은이에게 읽어주면서 내 나름대로 책을 통해 느낀건데
만약에 할머니로부터 [반쪽이] 이야기를 듣는다면 ‘반쪽이’의 형상을 과연 어떻게 상상할 것인가?
눈도 하나, 귀도 하나, 팔도 다리도 하나씩, 입도 반쪽, 코도 반쪽이라는데...



처음 [반쪽이]를 읽을때 하은이는(당시 네 살) 반쪽이라는 어감을 선뜻 이해하지 못했었다.
그도 그럴것이 사람이 반쪽이라는건 아무리 상상을 해보아도 제대로 그림이 그려지지 않는 일이다. 더군다나 네 살난 아이에게는..
그런데 책을 통해 본 ‘반쪽이’는 그리 심각한(?) 모습이 아니다.
심각하지 않을 뿐만 아니라 오히려 책을 읽어가다 보면 반쪽이의 용감함과 효성 그리고 지혜로움에 반하게 되어 버린다.
게다가 반쪽이에게 위기인 상황은 반대로 유머러스하게 전환해 놓아 아이들은 코 앞에 닥친 위기를 실감하지 못한채 배꼽웃음을 짓는다.



또한 이야기 말미의 영감딸을 업어가는 클라이막스는 [반쪽이]에 대한 인상을 강하게 남기기에 충분할 정도의 구성이 돋보인다.
반쪽이의 해결방법이 기발한데다 아수라장이 된 사람들의 모양새는 민화풍의 그림이 표현할 수 있는 과장과 재미가 녹아져 있어 반복되는 어구들과 함께 무척 인상적으로 다가온다.



그리고는 내용을 추스르는 전형적인 끝맺음...잘 먹고 잘 살았대.

옛사람들의 이야기엔 늘상 ‘선한 사람은 복을 받고 악한 사람은 벌을 받는다’는 교훈이 저변에 깔려있어
아이들은 이야기의 재미에 빠져있는 동안 시나브로 착하고 어질게 살아야 함을,
그리고 효도와 우애를 자연스럽게 체득할 것이고
어른들은 입에 침이 마르도록 드러내어 훈시를 하지 않아도 옛이야기의 즐거움 속에서 은근히 내아이가 그렇게 자라기를 바래어 볼 수 있을 것이다.

그림책으로 바꾸어 놓은 '옛이야기'
[반쪽이]의 이런 모든 재미에도 불구하고 만약 나에게 그 문명의 혜택을 받지 못하던 시절로 돌아가고 싶냐고 한다면
다른건 몰라도 예전 할머니가 꺼내 놓으시던 이야기 보따리 만큼은 지금의 그림책 보다 훨씬 재미난 꺼리였다고 자신있게 말할수 있으리라..

마지막으로 [반쪽이]를 읽으면서 아주머니가 먹던 잉어의 반쪽을 훔쳐먹은 고양이가 낳은 새끼고양이의 모습과
책을 모두 읽은후 간지에 있는 삽화그림을 보고서 전체이야기를 다시 간추려 보는 재미도 놓치지 말기를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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진/우맘 2004-03-06 11:11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어? 새끼고양이? 몰랐네요. 찾아봐야지.
그런데, 예진이는 첫째 둘째 반쪽이가 나란히 서 있는 페이지에서 자꾸 딴지를 건답니다. 삼형제가 서열대로 서 있지를 않고, 형 둘이 똑같이 생겨서 헷갈리나봐요.^^
웅진닷컴의 두꺼비 시리즈도 체크!

다연엉가 2004-03-06 12:22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그런데 책내용을 스캔해서 올리나요. 한 두개도 아닌데 정말 궁금하네요.

bluetree88 2004-03-06 13:43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새끼고양이의 그러함은 하은이가 먼저 알아보던데요..어른들은 쉽게 지나치는 것들을 아이들의 주파수가 포착해 내더군요..
최근 하은이 책꽂이를 분류했는데 전래그림책이 의외로 많이 모자라더군요..
그래서 이번달엔 전래그림책 쪽으로 좀 갖추어 줄까해서 있던 그림책들을 훑어봤네요..
책꽂이 어떻게 정리해 두시나요?
참...책울타리님..내용이미지는 온라인에서 가져온답니다.
아무래도 이미지가 있으면 내용을 좀 더 쉽게 이해하리라 생각해서리..
정~ 이미지가 없으면 스캔하려고 하는데 왠만한건 온라인에 거의 올라와 있는거 있죠..
그래서 지금까지는 스캔하는 수고를 하지 않았답니다. 정말 한 두개도 아닌데..그죠?^^

다연엉가 2004-03-07 00:47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종이배님 온라인 어디에서 가져오시는지.
저도 구경하고 싶네요.
그리고 퍼갑니다.(자주 퍼가서 죄송)

bluetree88 2004-03-07 22:55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온라인 서점인데요..이미지 하단에 보면 각 서점명칭이 나와 있네요..
오픈키드가 이미지가 좀 많구요..
리브로도 있지요..북토이에도..
예스24는 이미지를 저작권 등록해 놓았다고 해서 혹시나 싶어 마음대로 못퍼옵니다.
궁금증 풀리셨나요?
 

바무와 게로 오늘은 시장 보러 가는 날 - 벨 이마주 12
시마다 유카 (지은이), 햇살과나무꾼 (옮긴이)



책더보기



이 책에 대한 명성(?)만을 들었을때 바무와 게로가 저는 하나의 이름인줄 알았었답니다.
그래서 구입예정책 목록에 적을때도 ‘바무와게로 오늘은~’ 이렇게 적었었지요..
서점에서 직접 이 책을 발견하고 내용을 읽었을때 그때서야 두가지의 캐릭터를 일컫는 이름인 줄을 알수가 있었죠.
이렇게 책을 직접 눈으로 확인하지 않고 착각하는 일이 어찌나 빈번한지..
그래서 얻게 된 습관중의 하나가 직접 책을 보고 확인한 후 구입하게 되는 습관이 들더군요..

서론이 길었는데 [바무와 게로 오늘은 시장 보러 가는 날]은 ‘바무와 게로’ 시리즈 중의 한권으로
‘시장보기’라는 일상의 경험을 개를 닮은 바무와 두꺼비를 닮은듯한 게로릍 통해
에피소드 형식으로 이쁘게 꾸며놓은 책입니다.

우선 책에 등장하는 캐릭터들의 앙증맞음,
박스컷 형식의 그림을 통한 이야기 진행의 깔끔함과 단순함,



시장에 들어차 있는 온갖 가게들에서 볼 수 있는 볼거리들,
그리고 그것을 모티브로 파생돼 나오는 꼬리에 꼬리를 무는 이야깃 거리들..

그.러.나.
이 모든 것에도 불구하고 가장 눈에 띄는 점은
시장에서 만나는 여러 소재를 통해 아이들의 상상력을 자극한다는 점입니다.

야채가게 옆에 위치해 있는 ‘별난 가게’는 자리만 깔린채 호두며 손거울이며 비둘기 모양 피리들이 주인(햄스터??)의 입에서 나오고 있고



‘신나는 문열기’라는 가게에 진열되어 있는 독특한 모양의 문은 그 문을 열면 온갖 물건들이 나오는데
이 가게들은 현실의 시장에서는 볼 수 없는 상상속의 시장모습이 아닐런지요..



빈수레로 시장을 들어선 바무와 게로의 시장보기..
뒷장으로 갈수록 수레에는 장 본 물건들이 하나 둘 쌓이고
이야기를 통해서 나왔던 물건들이 어느새 게로와 카이의 몸에 하나씩 걸쳐져 있지요..



시장보기와 관련한 그림책이 여럿 나와 있지만 이 책은 시장보는 생생한 이야기를 들려주는데 목적이 있는 것이 아니라
‘시장’이란 곳을 통해서 생각해 볼 수 있는 상상의 세계(물론 실재의 시장에서 볼 수 있는 물건들도 많지만)와 물건을 대해서
이런저런 이야기를 나누어 볼 수 있도록 구성된 책인 것 같습니다.

구석구석 등장하는 소품들을 아이와 함께 숨은그림을 찾듯 찾아보는 것도 좋을 것 같고
또 아이는 무엇을 사고 싶은지 그것에 대한 대화를 나누어 보는 활동을 하는 것도 재미있을것 같네요..


시장보기와 관련한 또다른 책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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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늘바람 2004-03-03 10:10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드디어 이 책을 만나셨군요 그런데 이곳은 정말로 전문가의 서평집같습니다.

하늘바람 2004-03-03 10:11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곧 나올 바무와 게로 시리즈 2권도 정말 근사합니다. 아마 기대하셔도 좋을 거예요

bluetree88 2004-03-06 02:49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2권이라..시리즈가 3권이던데 그 중 한권인가요?
예전에 모전집에 바무와 게로 시리즈가 포함되어 있었던 것으로 아는데
전집이 단행본으로 풀린 것인지...
2탄..기대해 보지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