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동안 여러번 읽었던 책인데
어제 문득 하은이가 이렇게 묻는다.

"엄마~ 두루미가 어떻게 생겼어?"

여지껏 이 책을 읽었으면서도 한번도 두루미에 대해서 좀 더 자세히 들여다 볼 생각을 하지 않았었다.
이유인즉 앞장과 맨뒷장에 사진은 아니지만 아카바 수에키치의 훌륭한 삽화가 있으니 그것으로 되었으리라 생각했는데
어떤 연유인지 하은이는 느닷없이 '두루미'에 대해서 더 자세히 알고 싶은 생각이 들었던 모양이다.

"그래? 그럼 두루미가 어떻게 생겼는지 한번 찾아볼까?"

집에 있는 책이란 책을 모두 뒤지기 시작했다.
드디어 두루미에 대해서 실어놓은 책 발견,
보리에서 나온 세밀화로 그린 보리 어린이 동물도감에
두루미에 관한 사진과 내용이 짧게나마 실려있다.

두루미는 일반적으로 '학'이라고도 하며 머리부분은 빨갛고
날개깃은 까매서 날개를 접으면 까만꽁지처럼 보인다고 그런다.
그리고 겨울동안에는 우리나라에 머무르다가 따뜻한 봄이 오면 러시아로 날아가는 겨울철새임을 알려준다.

여기까지 읽고서야 하은이는 "두루미가 이렇게 생겼구나~" 그런다.

하은이와 이렇게 짧게나마 두루미를 관찰하고 책을 읽기 시작하니 그동안 눈에 들어오지 않았던 부분들이 새롭게 들어찬다.

요헤이를 찾은 아가씨의 머리를 묶은 수건이 빨간빛을 띠는 것도 두루미의 형상이 그대로 포개지는 효과를 주고
이야기의 배경이 눈내리는 겨울인 점도 두루미의 생태를 감안한 설정이라는 것,
그리고 두루미가 철새인 점에 착안한다면 이 아가씨가 요헤이 곁에서 영원히 머무르지 않을 것이라는 복선까지도 받을수 있다.

일본의 여러 전래그림책을 접해 보건대 우리네 그것과 별반 다를바 없음을 느낀다.
전래그림책이 띠는 성격을 고스란히 담고 있다고나 할까..
이 '두루미 아내'에서도 그 전래의 정형은 그대로 보여지고 있는데
같은 패턴의 이야기가 세번 반복되어져 나오는 점(아내가 세번에 걸쳐 베를 짜는 이야기)이나
깨뜨려서는 안될 금기사항이 제시된다는 점(베를 짜는 동안 절대로 들여다 보아서는 안되는 점),
그리고 결국은 그 금기사항을 깨뜨리는 바람에 일이 틀어지는 내용이 그렇다.

그저 평범하게 살고 있는 가난한 총각인 요헤이,
눈쌓인 길에서 화살을 맞아 버둥거리고 있는 두루미를 간호해준 덕분에 아리따운 아내를 맞이하게 되고
그 아내가 짜주는 베를 팔아 행복하게 살게 되는데
조금씩 금전의 유혹으로 생긴 욕심과 호기심때문에 금기사항을 어기게 되고 아내를 잃게 된다는 이야기는
사람의 욕심이나 호기심이 얼마나 원초적인 것인가에 대해 다시금 생각하게 만든다.





성경에 나오는 태초의 인간을 보건대 그들 또한 신과 같이 되고자 하는 욕심과 금단의 열매를 따먹으면 어떻게 될까라는 호기심으로 결국은 낙원에서 쫓겨나는 신세로 전락하지 않았던가.
모든것이 주어진 낙원에 살면서도 자족할 줄을 몰랐던 태초의 사람..요헤이도 자신에게 주어진 행복을 감사히 여기기 보다 주어지지 않은 것들에의 욕망으로 인해 결국은 불행을 자초하는 어리석음을 자행하고 말았다.
멀리 날아가고 있는 두루미를 뒤쫓아 쳐다보는 요헤이의 망연자실한 표정이 흐릿하게 그려진 얼굴위로 너무도 또렷이 망막에 그려진다.

긴 목과 다리, 새하얀 털..그 고고한 자태만큼이나 깊은 뜻을 지녔던 두루미의 희생이 애닮다.

책을 읽은 후 하은이에게 물어본다.
왜 두루미가 떠난것 같으냐고..
당연히 들여다 보지 마랬는데 들여다 봐서 떠났다고 한다.
그러면서 자기라면 안들여다 봤을텐데..그런다.
글쎄?
판도라의 상자를 열지 않았더라면 없었을 온갖 불행의 씨앗도 인간의 호기심 때문이었고
금단의 열매사건도 인간의 욕심 때문이었는데 과연 그럴수 있을까?
나라면? 나라면 역시나 요헤이와 무엇이 달랐으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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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00만 번 산 고양이 - 비룡소 그림동화 83 

                                     사노 요코 (지은이), 김난주 (옮긴이)

 

                                         

                                            원제 : 100万回生きたねこ

 

100만 번이나 산 고양이...

이 책은 일회성의 삶을 살아가고 있는 우리들에게 어떤 이야기를 하고 싶었던 것일까?

풀어내는 방식에 따라 여러 이야기가 나올법 하지만 아무리 생각해 보아도

어린이 대상의 그림책이라고 하기엔 다루고 있는 주제가 너무 심오하다.


언제나 누군가의 고양이었지만 백만번이나 죽어야 했던 얼룩고양이.

자신의 죽음 앞에 너무도 슬프게 울던 주인의 아픔 따위엔 아랑곳 하지 않고

그렇게 또다른 주인의 소유로 태어나 의미없이 살다가 또다시 죽고를 반복하는 고양이.

주인들이 하나같이 그 멋진 얼룩고양이를 사랑했음에도

고양이는 임금님도, 뱃사람도, 서커스의 요술쟁이도, 도둑도, 혼자사는 할머니도, 어린 여자아이도...어느 누구의 고양이도 아니면서 어느 누구도 사랑하지 않고 그들의 눈물에 동정을 보내지 않는다.

 


왜 그랬을까?

잠깐동안 고양이를 소유했던 사람들은 무척 자기의 고양이를 사랑하는 듯 보이고 그 고양이가 죽었을 때엔 참 많이도 울었는데 말이다.

사람들의 편에서 일방적인 눈길로 고양이를 바라본다면 이 고양이는 정말 배은망덕하고

인정이라고는 손톱만큼도 없는, 사랑받을 자격조차도 없는 그런 고양이처럼 보인다.

그러나 주의해서 이야기를 찬찬히 들여다보면 그 고양이가 왜 그랬는지를 다시금 이해하게 될 것이다.


문제는 상대의 의사와는 상관없이 단지 자신의 방식으로 사랑을 하고 있는 주인들에게 있다.

자신의 방식을 상대가 좋아하는지 싫어하는지도 생각지 않은채,

자기는 최선을 다하고 있다는 양,

어떨적엔 자신의 유익을 위해 상대를 이용하고 있음에도 불구하고 그것이 사랑이라고 주인들은 착각을 한다.

진정으로 자기를 사랑해 줄 주인을 만나기 위해 고양이는 그렇게 백만 번이나 죽음과 삶을 반복해야만 했던 것이다.

 


그러던 어느날, 얼룩고양이는 이제 어느 누구의 고양이도 아닌 자기 자신의 고양이로 태어난다.

어느 누구의 소유도 아닌 혼자만의 세상살이 이지만 고양이는 차라리 그런 자기 자신이 너무너무 좋다고 한다.

게다가 이렇게 혼자사는 고양이와 짝이 되고 싶어하는 온갖 암고양이가 있었으니

이 얼룩고양이는 더더욱 자신이 좋았을지도 모르겠다.

자신이 이전의 주인들로부터 그렇게 사랑받고자 했다는 사실을 망각한채

얼룩고양이는 서서히 자신의 소유자였던 백만 명의 주인처럼 되어 간다.

"난 100만 번이나 죽었었다구. 이제 와서 뭐 새삼스럽게 그래. 세상에 나 원 참!"

이렇듯 자신의 사랑을 기다리는 다른 고양이들 앞에서 상대의 관심을 무시한채 자신의 나르시시즘에 도취되어 버린다.

 


그렇게 기고만장하던 얼룩고양이 앞에 이 고양이를 변화시키는 한 고양이가 등장한다.

이 고양이는 얼룩고양이가 옆에서 아무리 "난 100만 번이나 죽었었다구!" 하면서 외쳐대도 그런 것에는 전혀 관심이 없다.

이런 흰털고양이에게 어느날 얼룩고양이는 "네 옆에 있어도 돼?"하고 묻는다.

 

창닫기


늘 ‘사랑’에 대한 갈망을 마음 한켠에 간직하고 살아왔던 얼룩고양이에게 이제 그 ‘사랑’을 표현할 대상이 생긴거다.

그리고 더 이상 "난 100만 번이나"하면서 목청을 높이지 않아도 된다.

그렇게 얼룩고양이는 차츰 흰털고양이와 많은 아기고양이를 자기 자신보다 더 좋아하게 되고 그 고양이와 언제까지나 살아있고 싶다고 생각한다.

흰털고양이를 만나기전 자기 자신의 고양이인게 너무너무 좋았던 고양이의 모습은 이제 찾아볼 수가 없다.

더군다나 백만 번이나 죽고 삶을 반복하는 동안 ‘죽음’이란건 얼룩고양이에게 아무 두려움의 대상이 되지 못했는데 이제 얼룩고양이는 죽지 않고 언제까지나 살고 싶은 욕망까지 생겨 난다.

 

창닫기


난 이 대목에서 이전 얼룩고양이의 주인이었던 여러 사람들의 ‘사랑’과 ‘참된 사랑’을 하기 위해 백만 번의 죽음을 불사했던 얼룩고양이의 사랑의 방식에 대해 또다시 비교를 하게 된다.

진정한 사랑이란 혼자만의 일방적인 통행이 아니며 자신을 위한 것은 더더욱 아니고 소유도 아니다.

이전의 이기적인 모습일랑 사랑앞에서 철저히 깨어지고 낮아지고 겸손해 지는 것...그것이 아닐런지...


그러나 진정한 사랑을 알게 된 얼룩고양이는 자신의 바램과는 달리 그렇게도 사랑했던 흰털고양이를 떠나보내게 된다(사랑은 그렇게 고통도 수반된다).

이 날, 얼룩고양이는 백만 번이나 죽고 살면서 한번도 울지 않았던 울음을 운다.

자신의 백만 번의 죽음으로 백만 번의 이별을 해야했던 여러 주인과의 이별에서도

한번도 울지 않았던 울음을 자신보다 더 소중하게 생각했던 흰털고양이의 죽음앞에서 토하고야 만다.

그리고 언제까지나 함께 있고 싶다고 생각했던 바램대로 얼룩고양이는 흰털고양이의 주검과 함께 다시는 살아나지 않을 죽음을 맞이한다.

"영원히, 하늘나라로 가고 말았습니다."

 


사랑하는 고양이가 죽고 자신도 죽었지만 얼룩고양이는 참 행복했을 거라는 생각을 한다.

"난 100만 번이나 죽었었다구!"

늘 이렇게 말했지만 그말은 외로움을 가장한 객기로만 들렸는데 이제 고양이는 더이상 자신을 포장하지 않아도, 또 백만번을 역설하지 않아도 될것 같다.


백만 번을 죽고도 슬픔도, 눈물도 몰랐던 얼룩고양이는 단 한번의 죽음을 통해 백만 번 죽음의 슬픔을 맛보았고 눈물을 쏟았으며 또 ‘죽음’에 대해 겸허해 질 수 있었다.

수백번을, 수천번을, 아니 얼룩고양이처럼 백만 번을 살아도 참된 사랑을 알지 못하고 사는 것은 공허한 삶일뿐 진정한 삶이 될 수 없음을 얼룩고양이는 들려주는 듯 하다.

누구보다도 자기 자신이 좋았던 고양이, 그러나 사랑은 자기 자신보다 상대를 더 좋아하도록 만들어 버리고 죽음 앞에 겸손케하고 죽어도 행복할 수 있음을 깨우쳐 준다.


마지막 책장을 덮으니 흰털고양이와 나란히 한곳을 응시하며 앉아있는 얼룩고양이가 보인다.

하늘나라도 간 얼룩고양이는 분명 환한 미소로 흰털고양이가 보고 있는 것을 함께 보고

함께 느끼고 행복해 하고 있을 것임을 확신한다.

끝으로 생명을, 죽음을 다른 각도에서 접근해 삶의 의미에 대해 다시금 생각할 수 있는 기회를 이 한권의 책을 통해 여러분도 가져볼 수 있기를 바란다.

 

+++++++++++++++++++++++++++++++++++++++++++++++++++++++++++++++++++++++++++++++++++++++++

 

카우보이비밥中.
 
이런 얘기 알아요?.
고양이가 있었어요.
그 고양이는 좋아하지도 않는 여러 주인들을 거치면서
백만번을 죽고, 다시 백만번을 살아났죠.
고양이는 죽는게 두렵지 않았어요.
녀석은 한때 자유로운 들고양이였죠.
어느날 하얀 암코양이를 만나 둘은 함께 행복하게 보냈어요.
그러다 세월이 흘러 하얀 고양인 늙어죽고 말았죠.
고양이는 100만번을 울고 그리고 죽었어요.
두번 다시 살아나지 않았죠.

좋은 얘기야.

난 이 얘기가 싫어요.
고양이가 싫거든요.

그럴 줄 알았어

스파이크.
한가지만 물어도 될까?.

뭐죠?.
여자를 위해선가?.

죽은 여자를 위해서 할 수 있는 일은 없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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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늘바람 2005-09-10 15:01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책 참 귀엽군요. 아주 오랜만에 찾아뵙네요.

bluetree88 2005-09-11 00:59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와~ 어제 서재에 다시 글을 오랫만에 올리고 바로 하늘바람님의 댓글을 받았습니다. 살짝 올려놓으니 누가 다녀갈까 했는데 말예요..잠깐 님서재에 들렀는데 한동안 바람님도 서재활동이 뜸하신것 같아요..바쁘신가요?^^
 

꽃과 새, 선비의 마음 - 보림한국미술관 02, 화조화

고연희(지은이)

 

 

작가가 이 책의 서문에서 밝히고 있듯이 [꽃과 새, 선비의 마음]은
옛사람들이 꽃과 새를 어떻게 보고 느끼며 글 혹은 그림으로 그렸는가를 전하고자 한다.
비록 책에 수록된 작품을 그린 화가들의 시대로 되돌아 갈 수는 없지만
책에 실린 유명한 작품들을 하나하나 감상하면서 그들이 어떤 마음으로 꽃을 그리고
새를 표현했는가를 지은이의 섬세한 설명글을 읽으며 짐작해 갈 수 있을 것이다.

그렇게 설명을 따라가다 보면 어느새 관조적 입장의 감상객이 아니라
그림에 써넣은 한시의 멋드러진 한구절에 감탄을 자아내고 있을 자신을 발견하게 될 것이고
때론 섬세하게, 때론 과감하게 붓놀림을 했을 그들의 표현법에 갈채를 보내게 될 것이다.

사실 ‘화조화’라는 장르는 현대미술에 익숙해져 있는 나나 아이들, 모든 현대인들에게
무척 생소하면서도 낯설기 때문에 호기심으로 들여다보게 되는 장르가 아닌가 싶다.
풍경을 그린 것 같기도 하고 정물을 그린 것 같기도 한데 여러 소재를 망라하는 이들 분야와는 달리,
꽃과 새에 국한해 그들의 어울림을 한폭의 그림으로 담아 놓았다.
그리고 여타 분야와는 달리 그 그림 하나하나에 화가의 마음을 반추해 놓았고 각 그림들은 제각각 희구하는 의미를 담고 있다.

이 책을 보면서 이전에 알지 못했던 많은 지식과 상식을 접하게 되는데
옛사람들은 그들이 벗하며 사는 주변의 자연물에 상징적인 의미를 부여하기를 즐겼고
그 상징을 바로 그림에 끌어들여 그들의 속내를 그림으로 멋드러지게 표현해 놓은 것을 알 수 있다.

조선시대 선비라 함은 여러 학식을 갖추고 임금에게는 충의와 지조를 지키며
사회적으로는 인격을 수양하여 도덕적 귀감이 되는 사람들로서 책에 수록된 그림들을 들여다 보고 있노라면 하나같이 선비로서 추구했을 덕목과 수양이 고스란히 담겨져 있다.
그러기에 그들은 굳이 많은 말이 필요치 않았을지도 모른다.
자신이 무엇을 생각하고 무엇을 바라는지를 단지 한폭 그림만으로 충분히 표현할 수 있었을테니 말이다.

-차가운 날씨에도 깔끔한 모습으로 지저귀는 까치에게서는 기쁜 소식을 예감했고,
갈대밭에 내려앉는 기러기는 갈대와 믿음을 쌓은 친구로 여겨 사랑했습니다.
또한 새벽을 깨는 수탉의 울음을 세상을 깨우는 한마디로 존중했고,
해를 따라 고개를 돌리는 규화는 충직한 마음으로 여겨 아꼈습니다.
인간보다 오래 산다는 학은 삼천년 장수의 상징으로 보았고,
연못 한가운데서 맑게 피어나는 연꽃은 고고한 군자의 덕으로 칭송했습니다-

이 상징들을 보기만 해도 우리 선조들이 꽃과 새를 경히 여기지 않고 얼마나 애정을 쏟았는지..그들의 멋스러움이 시대를 초월해 다가옴을 느낀다.
또한 눈을 떠 고개를 돌리기만 해도 그들의 눈앞에 펼쳐졌을 온갖 종류의 황홀한 자연의 세계가 부럽다. 그 자연의 풍요가 바로 선조들의 마음을 이렇듯 넉넉하게 만들었으리라.

이럴진대 지금의 우리는 현대화, 도시화라는 명목으로 너무 무분별한 발전을 가속화 시켜온 것은 아닌지 돌아보게 된다. 그 가속화 속에 우리는 선조들이 지녔을 풍류도 여유도 너무 많이 잃어버린 것은 아닌지...

이 책의 지은이는 책의 독서대상을 어른뿐 만이 아니라 초등 고학년 정도의 수준이면
흥미있게 그림을 보며 이해할 수 있도록 자세하게 그림설명을 해주고 있다.

선명하고 눈에 띄는 그림들에 익숙해져 있을 우리 아이들,
정지화면을 지루해하며 모든 것이 수동적이 되어버린 아이들에게
선조들의 자연을 대했던 깊은 마음가짐과 자연과 어울려 살아갔던 지혜를 한 폭의 그림을 통해 배울수 있기를 바래어 본다.

김홍도가 그린 ‘매화와 까치’를 보며 봄을 부르는 까치의 지저귐에 한번 귀를 기울여도 보고
장승업의 ‘닭’을 보며 수탉의 멋스러움도 느껴보기를..
변상벽의 ‘암탉과 병아리’는 새끼를 돌보는 어미의 정성이 고스란히 묻어나고
양기훈의 ‘백로’에서는 옛선비의 올곧은 기상이 그대로 드러나 있다.

이렇듯 의미가 듬뿍 담긴 작품들을 고정된 시선으로 한참을 바라보고만 있어도
아이들은 그들만의 감각으로 한 폭의 그림에서 이런저런 이야기를 만들어낼 것이고
이런 감각이 쌓여 어느날 문득 작가가 담아둔 의미를 눈치채게 될 것이다.

자연을, 환경을 보호하라고 낮은 소리로 엄히 꾸짖지 않아도
이런 그림들에 젖어 자연의 소리를 경청하는 아이들은 저절로 꽃을, 새를 사랑하지 않을수 없으리라.

책의 서문에 지은이의 글이 있는데 이 책은 그 서문에서 언급했던 여러 가지 약속에 아주 충실했던 책이라고 말하고 싶다.
무엇보다 아이들이 쉽게 이해할 수 있는 내용과 문체에 신경을 쓴 점,
이해하기 어려운 전문용어를 쉽게 설명해 준 점,
화조화를 그린 화가들을 세기별로 잘 묶어 놓은 점,
쉽게 찾지 못하는 그림의 부분을 알기 쉽도록 표기해 둔 점...
여러모로 독자층과 호흡을 맞추고자한 지은이의 배려가 돋보인다.

첫장을 들추면서 ‘화조화’의 느낌을 좀체로 잡을수가 없었는데
마지막 장을 덮을때엔 그 화려하지 않으면서도 시선을 붙잡는 소박하고 단아한 그림들의 매력에 흠뻑 취할수 있었던 것 같다.

앞으로 계속해서 발간될 보림의 [보림 한국 미술관]시리즈에 자못 기대가 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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품모임 야외놀이 시간이다.

오늘은 화원유원지에서 모인다.

주제는 '전래놀이'...

 

오전에 미영이에게서 전화가 와서는

수업 내용을 프린트 해오라는데 아무래도 오늘 수업을

또 헤매게 될것 같은 예감이..

 

혜인이는 동생 낳아서 못오고

준하는 할머니댁에 간다고 불참이다.

대신에 오늘 예빈이가 온단다.

 

그렇찮아도 혜인이가 빠져서

여자아이는 하은이 달랑 혼자다 싶어 내심 걱정이었는데..

하은이랑 예빈이는 그동안 만나온 걸로 보아

잘 섞인다.

 

먼저 자리잡고 앉아서 각자 사온 점심을 먹은후

놀이내용을 정래해 본다.

 

숨바꼭질

뼉다귀
무궁화 꽃이 피었습니다

장님놀이

흙뺏기

 

오늘 했던 놀이들이다.

 

매번 놀이를 시작할 때엔 엄마들이 먼저 시범을 보이고

다음엔 엄마랑 아이들이랑 서너차례 해 본후에

나중엔 아이들끼리 해보라고 건네준다.

 

이제 겨우 다섯살인 우리 아이들

이거 제대로 하겠나 싶었는데 의외로 잘 따라하고

또 재미도 느끼는듯 하다.

 

아이들에게 가장 인기있었던 놀이는 장님놀이였는데

우선 눈을 가리게 되니 좀 색다른 느낌이 드는가 싶기도 하고

누군가를 잡아서 더듬어 보고 예측하고 맞추는 과정이 재미있나 보다.

모두 장님이 되고 싶은지 술래가 쫓아와도

도망가지 않고 잡으라고 몸을 맡기는양이 보통 고단수가 아니다.

 

뼉다귀를 할적엔 토끼마냥 깡총깡총 뛰는 모습이 또 어찌나 귀엽던지..

조금 경사진 잔디밭에서 이 놀이를 했는데

멀리 도망갈 적엔 오르막이라 조금뿐이 못가지만

돌아올 적엔 내리막 길을 거의 날아뛰기(?) 수준으로 돌아온다.

보고있는 엄마들 배꼽이 빠진다.

 

마지막에 놀이터 한켠에 앉아

흙뺏기를 하는데

대범하게 나서던 성호..깃대 한번 쓰러뜨려서 모아 놓았던 흙을

모두 압수당한 후에 다음부터 그 살살~ 흙을 가져가는 모습이란...

하은이도 성호 다음으로 깃대를 쓰러뜨려서 그만 흙을 몽땅 털이당해야 했다.

 

모든 놀이를 마친후에도 아이들은 놀이터에서 지칠줄 모르게 논다.

돌아가는 길이 은근히 걱정된다.

저리 무리하면 돌아갈 적에 잠이 와서 힘들어 질텐데...

 

이 놀이들 외에 미영이가 어제 열린음악회에서 꽁쳐왔다는 불꽃심에 불붙이고

그 신기한 불꽃이 신기한지 서로 돌려가며 성화봉송(?) 포즈를 해대던 우리 아이들..

 

그리고 하은엄마가 챙겨간 비누방울 놀이중에 몽글몽글 도망가는 비눗방울 따라가다가

손에 들고 있던 통속의 비눗물을 한껏 쏟아내던 원영이...

 

하은이에게 예쁜 키티인형을 선뜻 빌려주었던 이쁜 예빈이..

 

바지가 내려왔다며 내려진 멜빵바지를 끌고 엄마들 자리로 뚱한 표정으로 걸어오던 성호...

 

"엄마~ 오늘 무지 재미있어요..실컷 놀거야~"하며 연신 신이나 죽겠다던 하은이...

 

우리 아이들은 그렇게 무지막지 놀기의 사명을 띠고

세상에 태어난양 열심히 놀아댔다.

 

 

<전래놀이 참고사이트>

http://user.chollian.net/~sky314/kumsan/minsok.htm

 

<참고용 그림책>

 

 

 

2004.05.0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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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터넷 동아리 정모에 겹쳐 품모임을 한날 같이 가졌다.

 

용띠모임 정모날이다.

새벽에 무슨짓(?)을 하느라 시간 맞대어서야 겨우 일어나서 채비를 하고

시내로 출발~

 

원래는 팔공산 파계사 잔디에서 고기파티 하려고 했었는데

일부 거리가 만만찮은 맘들이 있어

그래도 함께 많이 모이는게 좋다고 갑자기 오전에

장소를 변경해서 국채보상공원으로 모임장소가 잡혔다.

난 하은이 한약, 돼지고기 파티 지나면 먹일라고

여적 안먹이고 있었는데..아고~

 

바람 살랑살랑 불고 햇볕 쨍~하지 않은날..

아이들 놀기에 그만인 날씨다.

종각에서 기다려 대여섯명이 모이자

도서관옆 잔디밭으로 이동해서 자리를 깔았다.

 

이것저것 사들고 온 먹거리 꺼내서 먹으면서

일단 그동안의 쌓인 각자의 이야기 틀어놓고..

아이들은 과자 부스러기 던지며 한쪽에서

열심히 비둘기 밥을 준다.

신났다..저네들 먹으라고 가지고 온 과자를

비둘기 다 줄 모양새다.

 

딸기먹고 참외먹고..방울토마토까지..해치운후

서서히 아이들이랑 놀기..시작~

 

수다떨면서 만들어 놓은

보물찾기부터 시작했다.

 

아이들 모아놓고 둥글게 둥글게를 하고 있는 동안

여기저기에 아이들 눈에 띌 만한 곳에다

보물을 숨겨놓는다.

 

노래가 끝난후 숨겨진 보물을 찾으라니까

너무 쉬웠나..금새 찾아서 들고와 버리네..

두개를 들고 오는 아이도 있다.

다시~

 

다시 좀 더 꼭꼭 숨겨놓는다.

그래도 아이들은 이제 제법 쉽게 보물을 찾아서 온다.

다음번에 할 적엔 좀 어렵게 숨겨봐야 겠다.

아이들이 너무 많이 컸다.

 

다음은 양파링 과자 따먹기.

이 게임은 할때마다 아이들이 너무너무 좋아하는 게임이다.

 

게임을 준비하는 동안

방장이 아이들 모아놓고 앉힌후

잔디 만져보기를 한다.

멀리서 아이들이 느낌을 말하는 여러소리가 들린다.

까칠까칠해요..

푹신해요..

뾰족해요..등등..

아이들의 재잘대는 소리에 마음이 즐겁다.

 

드러누워도 본다.

하늘에 뭐가 보이는지도 물어보고..

뒹글어도 보고..

그것만으로도 아이들의 행복한 웃음소리가 깔깔거린다.

 

이제 과자따먹기 시작..

뒷짐지고 달려드는 아이들.....

중간에 겹으로 넘어지기도 하지만 연신 웃는다.

뒷짐진채 과자를 먹으려니 쉽지 않은지

중간에 반칙을 하기도 한다.

떨어진 과자부스러기들은 비둘기들 차지다.

오늘 비둘기들 잔치났다.

3번을 연거푸했다.

그래도 아쉬워하는 아이들..

 

림보게임..

엄마들이 그렇게도 시범을 보였건만

제각각이다.

하지만 지난 성탄모임때 했을적 보다는

모양새가 좀 낫다.

 

그때 거의 줄밑을 지나가는 수준이더만

오늘은 제법 배를 내밀고 고개를 뒤로 젖힌다.

점점 낮게 점점 낮게..

나중엔 그냥 숙여서 지나가 버린다.

 

다음엔 줄 뛰어넘기..

달려와서 폴짝 뛰어넘기도 하고

한발로 건너뛰기도 한다.

점점 높게 점점 높게..

멈칫멈칫..

 

하은인 이 줄 뛰어넘기를 제대로 못했는데

나중에 집에서 아빠한테 하는 소릴 들으니

치마가 길어서 그랬다나 어쨌다나~

내일 짧은치마 입고 한번 해보잔다..

죽어도 바지입겠다는 소린 안한다..ㅋㅋ

 

잔디밭에서 쫓겨나서 풍선노래부르기를 한다.

불어 놓은 풍선을 엄마들이 들고 있으면

마음에 드는 풍선을 하나씩 받아서 들고 있다.

그런후 같은 색깔을 들고 있는 아이들이 나와서

노래를 부르는 거다.

 

때론 중창이 되기도 하고

때론 독창이 되기도 한다.

혼자서건 둘이서건

발표력도 좋다.

원영이의 전래동요가 돋보이는 시간이다.

마지막엔 모두 나와서 합창도 했다.

 

합창후 들고 있던 풍선을

엉덩이에 깔고 터뜨리기를 했는데

아이들 순간 풍선이 터지는게 싫은지

망설인다.

그러나 여기저기서 펑펑~

풍선이 터진다.

노랑색 풍선도, 빨강색 풍선도..

 

모든 놀이가 끝나니

아이들 다시 과자 받아들고는

비둘기 밥주기에 여념이 없다.

 

봄볕 따스한 하늘아래 잔디밭..

아이들의 뛰는 소리와 웃음소리가

하늘멀리 울려퍼진 날이었다.

 

* 하은이와 마주이야기 *

 

"하은아~ 오늘 무슨 놀이가 제일 재미있었어?"

 

"풍선이 터져서 속상했어.."

 

게임때 터뜨린 풍선이 아쉬워

헤어지기전 아이들에게 풍선을 하나씩 불어서 나눠줬는데

한개가 모자란다.

그래서 임시로 바람꺼진 풍선을 다시 불어봤는데

그만 터져버린 것이다.

하은인 그게 못내 아쉬웠나 보다.

뭐가 재밌었냐고 묻는 엄마물음에

엉뚱한 자기 속마음을 내비춘다.

 

집에 오면서 생각한 건데

풍선을 터뜨리기 보다

하늘로 날려보내기를 해볼걸 그랬다.

오색빛깔 풍선이 하늘로 날아가는걸

보는것도 좋을텐데..다음엔 그걸 해봐야겠다.

 

 

2004.04.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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로므 2004-05-10 13:38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으음.. 이건... 그러니까...
종이배님 전 개인적으로 풍선을 하늘로 날려보내는 것을 별로 좋아하지 않습니다.
예전에 책에서 읽은 건데 그렇게 날아간 풍선이 바람이 빠져버리면 동물들이 먹이인 줄 알고 먹고 죽을 수도 있다고 하더라구요. 그냥 안전하게 터트리는 게 좋지 않을까요? 하하하...^^;;

bluetree88 2004-05-10 21:14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그렇군요..근데 가만히 생각해보니 바람이 불지 않는 날은 풍선이 날아가지 않겠더라구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