밥상을 다시 차리자 - 건강의학정보 10 건강의학정보 10
김수현 지음 / 중앙생활사 / 2001년 4월
평점 :
절판


'전업주부'라는 말이 언제부터인가 집에서 아이나 키우고 청소나 하는 누구나 할수 있는 일을 하고 있는 시간많은 사람쯤으로 평가절하 되어 있는게 현사회의 통념이라는 생각이 든다. 아이를 데리고 동네 놀이터에라도 가면 엄마손에 이끌려서 나온 아이들 보다 할머니나 할아버지와 동행인 아이들이 더 많은 시대.. 왠지 엄마로서 아이와 놀이터에서 한가하게 보내고 있으면 그것이 바로 엄마의 무능력으로 보이는듯해 뒤끝이 당기는 그런 시대에 살고 있다. 아빠든 엄마든 생활전선에 뛰어들어 하루라도 빨리 집을 장만하고 보다 나은 내일을 설계해야만 하는 불안감에 지금은 아빠의 자리도 엄마의 자리도 쉽게 흔들리고 있음을 본다. 과연 무엇을 위한 '내달음'인지..

자본주의가 안겨주는 풍요라는 듣기좋은 허울속에 사교육도 공교육도 이미 제자리를 잃은지 오래다. 무엇이든지 돈만 있으면 남부러울 것이 없이 살아갈 수 있다고 여기는 세태..그렇기에 아무 소득이 없이 집에서 아이나 키우고 있는 전업주부의 위상은 그 어디에서도 찾아볼 수가 없다. 그런 가운데 건강을, 아니 음식의 영양적인 면을 따지면서 식탁에 차려진 먹거리를 하나하나 짚어주는 이 책은 식탁의 실질적인 설계자인 주부의 위상에 대해서 다시한번 생각케 해주는 책이 아닐수가 없다.

보릿고개 운운하면서 못살던 시절, 영양을 따지는 것이 한낱 호사스런 단어로 밖에 들리지 않던 시대를 빗대면서 이제 우리네가 살고 있는 시대는 못살아서 못먹는 시대가 아닌 너무 잘 먹어서 병이 되는 시대를 살고 있음을 말해준다. 그렇다. 다이어트식이니 다이어트 한방이니, 다이어트 요법이니 하는 말만 붙으면 구매자들이 몰려드는 사례를 보건대 지금은 못먹어서가 아니라 너무 잘먹어서 병을 부르는 시대임이 틀림 없는 듯 하다.

하지만 이 책에서 저자가 정작 하고싶은 말은 과식을 하는게 건강에 나쁘다는 식의 그런 측면에서의 말이 아니다. 우리는 모두 이렇게 영양 과잉상태가 문제가 될 정도로 먹고는 있는데 과연 제대로 먹고 있느냐 하는 질적인 측면을 지적하고자 하는 것이다. 제대로 먹고 있느냐의 문제-우리가 즐겨먹는 패스트푸드의 저질적인 재료, 외식행태, 먹는 습관 등등에 있어서 저자는 약학 전문용어를 사용하면서까지 독자에게 문제의 심각성을 어필하려고 기술(記述)하고 있다.

왜 육식이 몸에 해로운가, 왜 피부병을 앓게 되는가, 더 나아가 음식의 폐단이 자라나는 아이를 망치고 사회를 망치게 되는 사회문제가 되고 있음을 반복적으로 이야기 한다. 그리고 이 모든 걱정스런 일련의 일들에도 불구하고 이를 고칠수 있는건 다름아닌 식탁의 첨병(尖兵)에 있는 '주부'임을 강조하고 있는 것이다. 남자와 여자의 역할, 집에서 남편과 아내의 역할이 많이 모호해진 사회지만 그래도 아직은 아내가 식탁의 설계자이고 가정의 관리자이기에 주부의 역할이 중요함을 재삼 일깨워주는 것이다.

나는 이 책을 읽기에 앞선 지난해 모방송사의 PD가 쓴 <잘먹고 잘사는 법>이란 책을 읽었었다. 그 책 역시 잘살기 위해서 선행되어야 하는 일이 잘 먹어야 하는 일임을, 그리고 잘먹는다는게 양적인 측면이나 고급스런 미각을 앞세운 것이 아니라 소식과 자연식의 중요함을 강조하고 있었다.

단순히 문제만을 열거하는데서 그치는게 아니라 그에 대한 분명한 대안을 제시하고 있음에도 불구하고 그 대안을 따라가기에 자꾸만 주저되는건 어쩌면 미각(혀)이라는 말초신경의 놀음에 너무나도 오랫동안 광대노릇을 해왔던 때문은 아닌지 돌이켜 본다. 어느분이 그랬던가..현대의 음식은 시나브로 우리의 정신을 해치고 있다고..그러기에 시대에 발맞추어 쫓아가는 대상이 아니라 과거를 거슬러서 우리네 조상들이 즐겨찾던 음식을 되찾아야만 살 수 있다고..

책장을 덮으면서 집에서 연속극이나 눈물지으며 보고 FM라디오에서 흘러나오는 가요만 심취해 듣는 평가절하된 존재로서의 주부가 아닌 가정의 건강을, 나아가서는 사회의 정신적 건강을 책임지고 있는 막중한 책임을 지니고 있는 존재라는 사실에 이제 오히려 두 어깨가 무거워 짐을 느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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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이달 2021-09-16 03:17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고맙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