쉽게 찾는 우리꽃 - 봄

김태정 (지은이)

 

현호색, 꽃마리, 개쑥갓, 개불알풀, 별꽃, 양지꽃...
이들은 하은이와 함께 내가 만났던 올 봄의 꽃친구들이다.
지난 겨울에 이 책을 구입해 놓고서 눈녹는 봄이 오길 얼마나 학수고대 했는지 모른다.
늘 책속의 사진을 들여다 보며 “와~ 이 꽃은 정말 별모양이네~”
“이 꽃은 노란빛이 꼭~ 개나리 같다”하며 갖가지 꽃이름을 외울정도로 책을 보았고 또 눈에 담았었다.
그렇게 기다렸던 봄, 햇볕이 따뜻해지자 난 달랑 이 책 한권을 옆에 낀채 딸아이와 함께 공원으로, 산으로, 들로 봄꽃 사냥을 나섰다.

맨처음 올랐던 집 앞의 산책길에서 우린 양지바른 곳에 오묘한 빛깔을 띤채 땅위에 낮게 깔려있던 현호색을 발견했다.
지금이야 콕집어 ‘현호색’이라는 명칭을 쓰지만 처음 발견때 만해도 도대체 이 신비스러운 꽃의 이름이 뭔지 몰라 책장을 뒤졌었다.
직접 눈으로 확인한 현호색.. 푸르기도 하고 보랏빛이 도는게 사진으로만 봤을때엔 빛깔이 이리 오묘한지 미처 몰랐다.
책에 올려진 사진은 꽃이 뿜어내고 있는 빛깔을 있는그대로도 담아내지 못했던 것이다.
책을 보고 눈으로만 담았던 꽃과 실제의 꽃사이의 비교도 되지 않는 차이를 느낀 현호색과의 만남은 다른 풀꽃에의 궁금증과 기대를 배가시켜 놓게 되었다.

산행이후 찾아간 인근의 공원..그 공원은 평소에도 자주 들리던 곳인데 그곳에 풀꽃이 많다는 얘기를 듣고는 반신반의하며 들렀다.
공원으로 들어서는 입구에서 우리는 봄꽃의 대명사격인 벚꽃이랑 목련, 개나리, 수수꽃다리를 봤는데 그 꽃들만 보아도 봄꽃이 주는 황홀경에 빠지고도 남음직했다.
그 황홀경을 뒤로하고 우리는 공원화단에서 곱게 가꾸어진 평범한 꽃들 아래로 정말 눈을 크게 뜨지 않고는 발견되지 않을 많은 풀꽃을 대면하게 되었다.

푸른빛이 도는, 정말 너무 작아서 허리숙여 찾는 이들에게만 그 앙증맞음을 뽐낼 것 같은 꽃마리..
꽃잎의 생김과 빛깔이 참 고운데 어찌 이름이 이상하게 붙여진 개불알풀..
땅에 나즈막히 깔린채 여기저기서 별처럼 반짝이던 별꽃들..
노란빛이 개나리와는 또다른 느낌으로 와닿던 양지꽃..
그렇게 봄처녀의 부끄럼같이, 수줍움같이 작고 낮게 풀꽃이 피어 있었다.

알지못했던 자연의 세계에 들어서기라도 한양 나는 이 날의 감동을 잊을수가 없다.
마치 남들이 모르는 나만의 보석을 발견한 듯 그 한가지 한가지의 풀꽃이 어찌나 귀하고 이쁘던지..
멀리, 어디 인적이 드문곳에 고고하게 피어있을 것만 같은 이들은 내가 평소에 지나던 산책길, 공원의 화단, 심지어는 동네 골목길 같은 곳에 아주 가까이 피어있었건만 그동안의 내눈은 크게, 멀리서도 눈에 띄게, 가만히 있어도 보여지는 것들에만 관심있게 열려 있었던 것이다.
왠지 그동안 관심조차 가져주지 않았던 나의 무관심에 미안한 마음이 든다.

그 발견이후 나는 자주 땅을 보고 걷는 습관이 생겼다.
내가 무심코 지나는 발길아래에 그 누구도 발견치 못했던 또다른 보석이 있지 않을까하는 기대감에 내 눈이 열려 있게 된것이다. 아니 작은 풀꽃일 지언정 그들이 주는 즐거움이 다른 꽃들 못지 않음을 알기에 내 눈이 또다른 즐거움을 찾는 것이리라. 그리고 이 작은 꽃들의 이름을 하나하나 불러주고 싶기 때문이리라.

혹 우연히 또다른 보석을 만나게 되면 나는 기꺼이 허리를 숙이고 눈을 크게 뜬채 작은 풀꽃이 뿜어내는 오묘한 빛깔에 거듭 탄복할 것이고
나만의 보석창고에 쌓여지는 보석들로 부자가 될 것이다.
'작은것이 아름답다~'라는 명언을 음미하며..
그리고 [쉽게 찾는 우리 꽃]을 뒤적이며 꽃의 이름을 궁금해 하리라.

외출전 풀꽃찾기에 재미난 하은이가 묻는다.
"엄마~ 꽃책 챙겼어?"

 

                             관련책                                               풀꽃과 관련한 또다른 책한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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프레이야 2004-04-12 14:13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종이배님과 하은이의 봄꽃 나들이, 참 정겹고 풋풋해요.
그냥 보고 예쁘다, 하는 것과 이렇게 이름을 찾아서 알고 대하는 것과는 천지차이겠죠^^

다연엉가 2004-04-12 16:44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종이배님 이곳에 풀꽃들이 많이 있나요... 풀꽃이 많이 있는 책을 찾을려고 보니 잘 안보이네요. 사진도 선명하게 있으면 좋고...

로므 2004-04-12 20:40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로므도 요즘 한창 피고 있는 들꽃들을 찾아 다니고 있는 중입니다.
제 경우엔 일단 이름은 모르지만 사진을 찍고 현상해서 나중에 인터넷으로 이름을 찾는 방식이죠. 꽃이름을 뽑아서 사진이랑 같이 코팅해 교실 환경구성을 조금씩 하고 있답니다. *^-^*

bluetree88 2004-04-13 00:44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배혜경님..풀꽃은 물론 이름을 알면 좋지만(아이에게 들려주기가) 몰라도 그 자체로 너무 이쁘더군요..형용할수 없는 빛깔..인공색소는 감히 못따라오지요~

책울타리님..풀꽃관련 책을 찾으신다면 이 책 강추해 드려요..우선 아무것도 모르는 초보가 보기에 안성맞춤이랍니다. 찾기가 너무 수월하게 되어있어요..꽃잎색만 알면 되거든요..도토리 주머니 도감으로 '무슨 나무야?'가 있는데 이 책은 정말 찾기가 힘들어요..그나마 나무이름을 좀 알아야 접근이 가능하더군요..이런책에 비하면 풀꽃책은 정말 쉽답니다. 그리고 세밀화보다는 사진책을 추천하고요..세밀화는 확실한 구분이 안간답니다.(그래서 저는 보리에서 나온 세밀화 도감이 좀..그렇더군요..책은 좋지만..) 아이가 좀 자라면 '어린이가 정말 알아야 할 우리풀백과사전'도 갖추어 주면 참 좋을것 같아요..하지만 지금은 이 책만으로도..호호~

로므님..로므님 방법이 최곱니다. 전 화질좋은 디카가 없어서리..내년엔 디카구입해서 로므님처럼 해야 할텐데..힛~ 집에 아이가 있다면 물론 인터넷을 통해 이름을 아는것도 좋지만
아이가 직접 책에서 풀꽃을 찾게 하는것도 좋은 경험이 될수 있을겁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