장난기 많은 눈 - 그림 속에 비밀이 가득
멜 구딩, 줄리안 로덴스타인 (엮은이), 박순보 (옮긴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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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술...
지금 하은이를 보건대 매일 한번도 ‘미술’분야를 접하지 않고 지나는 날이 없을 정도이다.
펜으로 슥슥 간단한 그림을 그리거나,
색종이 접기를 하거나 찰흙으로 조형물을 만들거나 색칠을 하거나...
하여튼 미술이란 분야를 빼버리면 아이의 세계가 얼마나 삭막할까 싶을 정도로 늘 미술을 접하며 지낸다.
그리고 그 행동을 통한 즐거움도 적지 않다.

물론 아이였을 때의 나도 내면세계를 표현하는 미술활동의 즐거움에 푹~ 빠졌던 적이 있었다.
그런데 언제부터인가 인생의 행로가 정해지면서 차츰 순수한 의미에서의 미술활동이란건 시간을 투자하면서 할 수 있는 그런 여유로운 것이 되지 못했다.
지금 생각해 보면 참 삭막하게 살아온 듯 하다.
가끔 시험 점수 때문에 해야만 했던 미술활동은 즐거움은 고사하고 때론 성가지기까지 했으니 말이다.

엄마에게 있어서의 미술은 ‘즐거움’이나 ‘정화’의 역할을 하지 못한채 사장되어 버렸지만
내가 살았던 어린시절보다 더 삭막해져 버린 이 시대를 사는 요즘의 아이들에게 만큼은 진정한 의미에서의 예술이 될 수 있기를 바라는 마음 간절하다.

[장난기 많은 눈]
이 책의 부제는 ‘그림 속에 비밀이 가득’이다.
그러나 원본의 부제는 ‘an album of visual delight'이다.

번역본의 부제는 책에 대한 호기심은 자극하지만 역시 이 책에 대한 요약은 원본의 부제가 더 정확히 표현해 놓은 듯 하다.
하지만 원서명인 ‘The Playful Eye’가 단순히 이 책을 '즐긴다'는 의미에서 제목이 붙여졌다면
번역본의 서명, ‘장난기 많은 눈’은 사람의 보는것에 대한 행위가 가지는 생리적 의미와 내포적 의미를 복합적으로 포함하고 있어 좀 더 포괄적으로 책의 내용을 함축시켜 놓은 듯 하다.

눈을 통해서 보여지는 것...
하지만 이 책에 분류되어 소개되는 그림들은 하나같이 ‘보여지는 것’이 전부가 아님을 말하기라도 하듯 이면에 또다른 이미지를 감추고 있다.
이 감추어진 이미지라는 것은 눈으로 보는 것에 인간의 대뇌가 개입해서
관심있고, 이미 알았던 것 또는 보고 싶은 것에 대한 결과물만을 골라서 이해하고자 한다는 심리에 착안한 화가들이 사람들의 눈을 속이는 재미로 그림을 그렸다는 것이다.
미술가들이 왜 이런류의 그림을 그렸을까는 단순히 그림에서 느끼는 재미에 있을수도 있을테고
책의 내용중 ‘정치적인 풍자화’ 등에서 다루고 있듯이 세상의 변화와 정치적인 잘못을 비판하기 위한 한 방법이었을 수도 있으리라.



이유야 어떻든 하은이와 나는
8개의 소타이틀에 걸맞는 작품들을 하나씩 감상할 때마다 정말 작품속에 감추어진 이미지를 발견하면서 무척 즐거웠었다..

금방 이미지가 안들어 올때는 책을 멀찍이 한채 눈을 부릅뜨고 찾아보기도 하고



영국의 위대한 시인 바이런이 해변의 바위 옆에 기대어 앉은 그림에도 다른 모습이 숨겨져 있습니다.
투명한 청년의 모습이 맑은 하늘을 배경삼아 바위의 윤곽선으로 그려져 있습니다.
자연으로 돌아가려는 바이런의 문학정신을 강조한 것처럼 그의 모습이 자연의 일부분으로서 드러나 있습니다.
그보다 더욱 시적인 것은 갓 왕위에 오른 젊은 빅토리아 여왕이 윈저 대공원에서 살아있는 존재로 축복받고 있는 장면입니다. <본문에서>


...플랙이 그린 세계지도입니다.
아시아 대륙과 아프리카 대륙의 모습이 여인의 머리부분과 비슷하게 보인 점에 착안하하여 아름다운 여인의 얼굴을 세계지도로 그려냈습니다.
그리고 사랑하는 두 남녀의 모습은 해골의 모습과 연관되어 그들의 미래가 언젠가는 죽음으로 끝난다는 내용을 암시합니다. <본문에서>


위아래가 다른 그림에서는 책을 뒤집어 놓으며 그 달라지는 모습에 깜작 놀라기도 하고
여러개가 섞인 모습에서는 책을 돌려가면서 하나하나 짚으며 헤아리느라고 끙끙대기도 했다.

이 모든 행위자체가 이전의 명화책들을 감상하던 자세와는 달라서 책을 통한 놀이를 하듯 즐기면서 책을 보았던 것이다.
그야말로 책의 제목인 ‘The Playful Eye’였다.

이 책을 처음 받아들었을때 ‘아~ 하은이에게는 아직 무리겠구나..’하는 편견을 가졌었는데
숨은그림찾기를 하는 동안 엄마보다 더 궁금해하고
다음 찾을 작품을 들여다보며 눈을 반짝이는 아이의 모습속에서
‘명화’라는게 깊이있는 지식을 지닌 고매한 사람들의 감상거리가 아니라
비록 유아일지라도 그 아이들의 눈과 뇌를 즐겁게 하고 기대감으로 얼굴이 상기될 수 있도록 만들어 버리는 힘을 지닌것이 진정한 의미의 ‘명화’가 아닐까 하는 생각을 해보았다. 때때로 아이들은 어른보다 더 정확한 감각을 지닌 존재임을 알기에...

하은이는 [장난기 많은 눈]을 접하기 전에 동출판사의 [미술속의 마술]이라는 책을 서점에서 자주 봤었는데 같은 부류의 책으로 함께 보면 더 재미를 증가시킬수 있을 것으로 보인다.

이 책을 본 아이들은 왠지 미술관에서 다른 작품을 감상할 때에도 그림을 옆에서 보려고 한다거나 위에서 내려다 보려는 등의 엉뚱한 자세를 취할것만 같고
어른들은 ‘눈으로 보여지고 있는 것’이 각 사람의 이전 인지경험에 바탕을 두고 있다는 해석에 따라
그렇다면 같은 대상을 보고 있더라도 ‘보여지는 것’은 제각기 그 사람의 심상에 따라 다르겠구나 하는 생각을 가질수 있을 것이다.

최근 명화관련 책들이 무수히 쏟아져 나오고 있지만 기존의 명화책들이 해설을 덧붙인 유명 작품들을 단순 수록해 놓은데 반해
[장난기 많은 눈]은 감상위주에서 벗어나 좀 더 적극적으로 작품에서 전달하고자 하는 의미에 참여할 수 있고 이전의 책들과는 색다른 경험을 맛볼수 있을 것으로 여겨진다.
뿐만 아니라 제목에서처럼 비밀을 찾아내는 즐거움도 덤으로 가질수 있기를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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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4.03.1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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진/우맘 2004-03-13 00:52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우와! 멋지네요!
진이랑 저는, 최근에야 '숲 속의 숨바꼭질'의 모든 페이지에 숨바꼭질 요정이 숨어 있는 것을 발견했답니다. 숲이 나오는 첫 페이지와 둘째 페이지에서 손톱만한 요정의 모습을 찾아냈을 때의 희열이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