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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아기너구리네 봄맞이 - 민들레 그림책 6
권정생 (지은이), 송진헌(그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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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주 멀리서 바라보는 겨울산이 있습니다.
앙상한 나뭇가지만이 온통 산을 뒤덮고 있는 희끄무레한 겨울산..
멀리 조그맣게 마을이 내려다 보이고 그렇게 먼 산 속엔 너구리네가 겨울잠을 자고 있는 집이 있지요..
페이지를 한 장 넘기면 이제 멀리 보이던 산은 조금 가까이 다가와 있습니다.
너구리들이 잠들어 있는 굴도 조그맣게 보이고 그 굴속에 황색빛 너구리들이 서로 웅크린채 긴긴~ 겨울잠을 자고 있습니다.
또 한 장을 넘깁니다.
이제 너구리는 여섯임을 알게 됩니다.



그 다음장엔 각기 너구리들이 겨울잠을 자는 자세와 표정까지 알수 있을만큼 너구리집이 눈 앞 가까이 다가와 있습니다.
이렇듯 멀리에서부터 조금씩 조금씩 카메라의 렌즈를 당기듯 클로즈업 기법을 사용하며
「아기너구리네 봄맞이」는 시작됩니다.

여기쯤에서 다시 앞으로 넘어가 내용을 읽으니 이들은 모두 가족입니다.
따뜻한 봄이 올때까지 굴속에서 서로의 체온으로 추운 겨울을 나야하는 너구리네 가족...
아무일이 없을것만 같은 동굴속에서 아기너구리들은 겨울잠을 깨버리고
겨울이 어떤지도 모른채 바깥으로 나가려고 합니다.
이들은 자기들이 왜 잠을 자고 있어야 하는지를 모르는냥 말입니다.
아무것도 모른채 굴들머리에 닿은 아기 너구리들..
거센 눈보라가 불어치는 겨울 바람에 놀라서 감히 바깥으로 나가지도 못한채
생전처음 눈을 구경하고는 '하얀 찔레꽃잎이 마구마구 쏟아진다'고 합니다.
그리고 다시 쳐다본 바깥의 겨울엔 앙상한 가지만을 남긴채 눈보라를 맞으며
추운겨울을 견디고 있는 겨울 나무를 보게 되지요..



세 마리 아기너구리들의 모습은 굴머리에 얼굴만을 조금 내민채
우두커니 바깥을 내다보면서 어리둥절해 있는 표정이
한겨울의 서릿발을 이기기에 너무 작은 존재임을 전체페이지에 아주 작게 그려 표현해 주고 있는 듯 합니다.
그리고는 굴속으로 되돌아 갑니다.

그들은 무엇을 생각한 걸까요?
엄마너구리 곁에 옹크리고 엎드리면서 그들이 깨달은 것은 봄이 올때까지 조금더 기다리며
그렇게 잠을 자야 한다는 것을 알았겠지요..
한동안 아기너구리들의 호기심으로 부산스럽던 굴은 다시 조용해지고 겨울산은 조용히 봄을 기다리고 있습니다.

서양화를 전공했음에도 따뜻하고 정감어린 그림으로 우리네 정취와 잘 어울리는 그림을 그리는 송진헌님의 그림과
낮은 곳에 있는 것들에 대한 따스한 글말을 쓰시는 권정생님의 글이 잘 어우러진
겨울소재의 내용임에도 포근함을 느낄수 있는 그림책이라는 생각을 합니다.

새까만 연필의 터치를 쌓고 쌓아서 삭막할 수밖에 없는 한국의 겨울산하를
봄을 기다리며 인내하고 있는 자연의 생명들을 내세워 커버해 버린 그림들..
은회색의 겨울을 인내해낸 너구리네 가족들의 눈앞에 펼쳐진 연두빛과 분홍빛의 봄은
겨울의 모습과 너무도 대조적으로 펼쳐져 있어 마치 마술을 부린듯 계절이 바뀌어 있습니다.

눈이 뭔지도 모르는 아기너구리들의 천진스러움이 마치 우리 아이들의 모습과 닮아 있어
책을 읽는 엄마들은 피식~ 미소를 지을 수밖에 없지요..
또한 겨울의 지리함을 재미있는 글말로 달래주려는 듯 쓰여있는 예쁜 글귀에 아이들은 귀가 즐겁구요..

눈이 말똥말똥 / 발가락이 꼼지락꼼지락 / 똥구멍이 간질간질 / 가슴이 두근두근

분위기에 맞도록 잘 선정된 글귀들은 때론 포근하게 때론 우습게 또 때론 과감하게 쓰여져 있어
아이들 그림책을 쓰는데도 세심하게 정성을 기울이는 작가의 글표현에 또한번 놀랍니다.

굴 문은 아주 비좁고 쪼꼬만했어요. / 그만 방귀를 '뿡!' 뀌어 버렸어요. / 차가운 바람과 함께 얼굴을 후려쳤어요.

춥고 긴~ 겨울의 지리함을 이기고 나면 버들강아지 피어나는 연두빛 봄이 찾아올거라고..



처음맞는 봄맞이에서 마시는 개울물의 물이 새로운 날을 살아갈 기운을 북돋우어 주듯
'봄'은 그렇게 기다리는 자에게 자연스레 주어지는 자연의 선물임을 아기너구리들은 첫겨울을 지내면서 깨닫게 되었겠지요..
그들의 성숙과 함께..


* 함께 읽는 책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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순이와 어린동생 - 걸작동화선집 2
쓰쓰이 요리코 (지은이), 하야시 아키코(그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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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순이와 어린동생」은 1979년 발표한 작품으로 국내서는 1989년 출판되었습니다.
제2회 그림책 일본상, 산케이 아동출판문화상 미술상, 프랑스 그림책상, 강담사 출판문화상과 미국 Reading-Magic Awards에 당선된 하야시 아키코의 그림책입니다.

아래는 너무 잘 소개해 놓아서 제가 그대로 옮겨왔습니다. 한번 읽어보시길..



《순이와 어린동생》 첫 장면이다.
엄마가 급하게 외출하는데, 핸드백 속을 들여다보고 빠뜨린 건 없는지 체크하며 순이한테 말하고 있다. 그런데 여기 이상한 게 하나 있다. 얼굴이 안 보인다는 거다. 얼굴이 없어서 무섭다고?
그런데 머리가 저 정도 길면 고개를 숙일 때 머리칼이 흘러내려 눈을 덮게 마련이다. 따라서 얼굴이 안 보인다.
얼굴이 없어도 자연스럽게 보이지만 웬만한 일러스트레이터라면 얼굴 다 그린다.
함 관찰해 보시라. 정말 그렇다.




동생이 없어진 걸 알고는 깜짝 놀라는 장면이다.
그런데 순이가 그림을 그리고 놀던 분필이 보이시는지?
맞다. 분필은 지금 허공에 있다.
놀라면 당근 떨어뜨리는 것 아니냐고?
함 그려봐. 열이면 열 분필 손에 쥔 걸로 그릴걸.
이처럼 디테일한 리얼리티가 곳곳에 숨어 있다.




자전거 부딪히는 소리를 듣고 순이가 큰길로 나간 장면이다.
그러나 다행히 자전거는 가게에 있는 물건에 부딪힌 거였다.
동생 생각에 정신이 없는 순이는 지나가는 큰 트럭도 눈에 들어오지 않는 듯 차도 위에 위험하게 서 있다. 몸은 긴장으로 굳어진 채.
아이의 심리를 어쩌면 이렇게까지 읽을 수 있을까.




순이가 동생을 찾아 동네를 구석구석 헤매는 장면이다.
이 장면은 위에서 롱샷으로 잡아 순이가 헤맨 길을 한 눈에 보여주고 있다.
또한 시각의 변화를 통해 단조로움을 피하는 효과까지 얻었다.
이 그림에서도 곳곳의 디테일들이 전 장면들과 정확히 일치한다.




순이가 놀이터에 있는 동생을 찾는 장면이다.
순이의 자세를 함 보라.
앞쪽으로 약간 기울어져 있는 게 보이시는지.
여러분도 이런 경험 있었으리라.
동생을 찾는 절박한 심정은 분명 자세에서도 나타나기 마련이고 하야시는 이 또한 놓치지 않고 있다.


책을 보는 시각을 넓혀주죠?
동생이 있는 아이들이면 한번정도 겪을 법한 이야기를 너무나도 섬세하게
아이의 입장에서 묘사해 놓은 듯 해요.

하은이는 이 책을 두 돌이 지날 무렵에 보았던 것 같아요..
지금은 책속에 등장하는 순이와 영이의 이름을 그대로 읽어주지만
그땐 순이의 이름대신 하은이의 이름을 대입해서 읽어주었죠..
그리고 영이는 생각나는 동생 아무나..

간혹 아이들 그림책에 등장하는 주인공의 이름을 아이이름으로 바꾸어 읽어줄 때가 있는데
그럴 때 아이는 더 책에 집중하는 것 같더라구요..
마치 자기가 책의 주인공이라도 된 착각이 드는양..

「순이와 어린동생」은 손수건 위의 돌멩이를 만지작 거리며 노는 장면이 있는 내지에서부터
이야기가 시작되고 있지요..
표지에 나오는 그림은 책내용 중의 일부를 가져온 것이구요..
맨뒷장에 나오는 반원안의 그림은 사건이 끝난후 놀이터에서 엄마와 함께 집으로 돌아가는 장면인데 순이와 영이는 해맑은 웃음을 머금고 있는 반면에
엄마의 표정은 "얘들이 도대체 왜 이러지?"하는 표정같지 않나요?

이런 내용의 외부적인 것에도 한번 관심을 가져보세요..

다음은 「그림책 사냥을 떠나자」에 나오는 이 책의 내용을 발췌한 것입니다.

순이가 동생을 잃어버린 다음부터 펼쳐지는 장면들은 철저하게 순이의 눈높이에 맞추어져 있다.
동생을 찾기 위해 정신없이 뛰어가다 보게 된 큰 트럭.
그림에서 트럭은 윗부분이 잘려 있다.
키 작은 아이의 시야를 그리려는 작가의 노력에 의해 트럭의 윗부분이 잘려나간 것이다.
다음으로 만나는 남자 어른과 아이.
낯선 아이는 얼굴과 몸을 모두 볼 수 있지만 남자 어른의 얼굴은 볼 수 없다.
그림책에는 몸만 나오기 때문이다.
순이는 오직 동생만한 아이에게만 관심이 있을 뿐이다.
어른의 얼굴은 키 작은 아이의 시선으로는 보기 힘들 뿐만 아니라 관심의 대상도 아니다.
<중략>
이 책은 순이가 동생을 잃어버린 그 순간부터 순이의 책임과는 무관하게 모두 순이의 눈이 되어 동생을 찾게 만든다.
이런 점이 이 책이 지니는 크나큰 매력 가운데 하나이다.



2001년 11월 3일 (토) / 동아일보 기사

-그림책 고르기 다섯고개 '순이와 어린동생'-




<글 싣는 순서>

1. 그림만으로도 이야기 흐름이 자연스러운 책
2. 그림책에 대한 잘못된 생각
3. 아이들의 삶이 고스란히 담긴 그림책
4. 드러내지 않고도 감동을 주는 그림책
5. 좋은 그림책이란 어떤 책일까?


1) 그림만으로도 이야기 흐름이 자연스러운 책-'순이와 어린동생'

그림책 속엔 글과 그림이 있다. 둘이 절묘한 조화를 이루며 이야기를 전한다. 이 때 그림은 글의 이해를 돕는 보조장치가 아니라, 그 자체로 많은 이야기를 전하는 주요 전달수단이다. 그림의 모양과 크기, 색깔과 질감, 구도 등이 자아내는 이야기는 글과 함께 이야기를 풍부하게 만든다. 그러므로 그림책 읽기에는 그림을 읽는 재미가 있다. 아이들은 가르쳐 주지 않아도 그림 속으로 빠져들어 그림을 읽고, 상상을 더하여 이야기를 즐긴다.

‘순이와 어린 동생’은 엄마가 잠깐 은행을 가신 사이, 동생을 보던 순이가 동생을 잃었다 찾기까지의 이야기다. 동생을 잃어버린 순이의 마음이 잘 드러난 몇 장면을 통해 그림이 얼마나 많은 이야기를 건네는지 느껴보자.

<10, 11쪽> 순이가 동생을 위해 열심히 기찻길을 그리는 장면. 갑자기 장면은 클로즈업되어 순이를 크게 담고 있고, 화면 속에 동생은 보이지 않는다. 기찻길 그리기에 몰두해 있는 순이 마음과 동생이 없어졌을지 모른다는 암시가 확 다가온다.

<12,13쪽> 동생이 사라졌다. 긴 화면에 골목 전체가 담겨있다. 텅 빈 골목, 텅 빈 순이의 마음. 힘 빠진 순이의 팔과 다리, 손에서 미끄러져 두 동강이 나는 분필 조각, 표정 없는 옆모습. 고개를 든 순간 다가온 당황함이 곳곳에서 묻어난다.

<14,15쪽> 큰길에서 난 자전거 부딪히는 소리를 듣고 동생이면 어쩌나, 온 힘을 다해 뛰는 장면. 순이의 절박함이 잘 묻어난다. 동그랗게 뜬 눈, 꽉 쥐어진 주먹, 한 올 한 올 날리는 머리카락, 빨갛게 상기된 볼, 코끝, 주먹, 귓바퀴까지. 금방이라도 순이의 심장 뛰는 소리가 콩콩콩 들릴 것만 같다.

<마지막 장면> 드디어 동생을 찾았다. 영화가 끝나면서 화면이 줄어들 듯 그림책 화면도 줄어들었다. 반가운 마음에 동생을 와락 끌어안은 순이와 달리 엉겁결에 끌어안긴 동생 모습이 젖혀진 고개, 달랑거리는 다리에 그대로 드러난다. 저기 멀리 엄마가 보이고, 긴장은 완전히 사라졌다.

이처럼 그림책은 그림과 그림이 이어지는 가운데 훌륭한 이야기가 만들어진다. 그림책을 고를 때 꼭 떠올려보자. ‘그림만으로도 이야기 흐름이 자연스러운가?’

조현애(부산대 사회교육원 ‘어린이 독서지도 과정’ 강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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달님이 본 것은? - 지크 외국그림책 16, 0~3세
브라이언 와일드스미스 (지은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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색채의 마술사라고 불리우는 브라이언 와일드 스미스의 작품입니다.
얼마나 화려해서 색채의 마술사라고 불리우는지 책더보기를 한번 클릭해 보세요..
햇님 보셨어요? 어떤가요?
햇님이 발산하는 빛이 정말 화려하지요..

브라이언 와일드 스미스에 대해서 알아볼까요?

브라이언 와일드 스미스는 영국 페니스톤의 탄광촌에서 광부의 아들로 태어났답니다.
그가 표현하는 화려한 색채와 탄광촌은 어쩐지 좀 어울리지 않죠?
어쩌면 탄광촌에서 자랐기 때문에 화려한 색상을 더 갈망했는지도 모르겠어요..

브라이언 와일드 스미스는 미술 뿐만 아니라 음악에도 재능이 있었다고 합니다.
의무 병역 시절에는 군 악단에서 음악을 가르치기도 했다네요.
그의 책 「산양을따라 갔어요」 에는 밴드의 모습이 잠깐 나오는데 아마도 이 영향이 아닌 듯.

그는 1962년 처녀작인 「브라이언 와일드 스미스의 abc」로 케이트 그린어웨이상을 수상하면서 화려하게 데뷔했습니다.
자연과 친구들의 사랑을 가르쳐 주는 이야기, 교훈적인 성경 이야기, 묻고 대답하는 형식의 짧고 재치 있는 이야기까지 이야기의 구성이 다양하답니다.

「달님이 본 것은?」이 책은 제목과는 달리 달님이 본 것에 대한 이야기보다는 오히려 해님이 본 것에 대한 이야기가 주를 이룹니다.
어느날, 달님이 세상을 한 번도 제대로 본 적이 없다고 투덜거리자
해님은 "나는 세상의 모든 것을 다 보았노라"고 하면서 달님에게 세상에 대한 이야기를 합니다.
이후 해님이 말하는 세상의 이야기는 마치 사물의 반대어를 나열하듯 동물들을 열거하면서 이야기를 해주고 있지요..
그러면서 해님이 말하죠..
"난 정말 운이 좋아! 이 세상 모든걸 다 볼 수 있으니까"

해님은 어쩌면 자기가 본 것에 대한 이야기를 하면서 세상의 모든 것을 보았는양 으시대는지도 모릅니다.
그런 해님에게 달님이 하는 일침,
"아니야, 너도 못보는 것이 있어. 나는 밤마다 보지만, 너는 앞으로도 영영 못 볼걸.
뭐냐구? 바로 어둠이지."

달님이 마지막 말이 있기전 까지 정말 세상의 모든 것을 보는 해님이 못보는 것이 뭘까 싶었는데 어둠이란 말에 드디어 고개가 끄덕여집니다.

표지에 달님의 모형을 빌려 그린 노란색의 "?"마크가 무척 인상적이네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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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무도 모를거야 내가 누군지 - 솔거나라 전통문화 그림책 5
김향금 (지은이), 이혜리(그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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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통문화 그림책 시리즈 ‘솔거나라' 중에 탈과 탈춤을 소재로 한 그림동화예요.

말썽쟁이 건이의 심리를 통해서 우리 조상들이 지녀왔던 여러 가지 탈의 성격과
탈이 지니는 의미를 잘 전달해 주고 있죠.

시골의 할아버지 집에 맡겨진 건이는 한껏 말썽을 피운 뒤
혼날 것이 두려워 다락방에 숨습니다.
아이들의 심리가 그대로 드러나 있지요..
이 부분 부터가 어쩌면 탈의 성격을 말해주고 있는지도 모릅니다.
자신의 모습을 다락방에, 그리고 더 완벽한 어딘가에 숨고 싶은 마음을 탈이 가능케 해 주니까요..

옛적 우리 조상들은 현실에서의 갈등과 불만을 탈춤을 통해서 많이 정화시키곤 했다죠.

다락방에 숨어들은 건이는 할아버지가 만들어 놓으신(방의 액자 사진을 볼 때) 탈들을
발견하고는 하나씩 뒤집어 쓰기 시작합니다.

그 탈들을 썼을 때 현실에서 맞닥뜨린 건이의 걱정은 온데간데 없어지고
건이는 단지 탈주인공이 되어 호통도 치고, 웃기도 하고, 춤도 추어 보게 되지요..
이건 우리 조상들이 탈을 통해서 가졌던 탈의 역할을 꼬마아이 건이도 금방 익숙하게 섭렵(?)하고 있다는 것이죠..

한 달이 지나면 데리러 오겠다던 아빠, 엄마에 대한 불만도 잊어버리고..
마당에 한껏 말썽을 피우고 할아버지와 할머니에게 혼날 걱정도 탈을 통한 역할놀이로 금새 망각해 버립니다.

네눈박이 방상씨탈을 쓰고는 다락방 귀신들을 혼내주고,
소탈을 쓰고 네발로 돌아다니고,
양반탈을 쓰고 점잖게 기침도 에헴~ 거리며 해보고,
개구쟁이 말뚝이 탈을 쓰고는 양반들을 골려주기도 하며 신나게 놀지요.

그렇게 실컷 놀고 난 후 탈을 벗고 보니 현실의 문제가 덜컥 생각납니다.
하지만 걱정은 잠시,
애초에 사건의 발단이었던 엄마, 아빠의 출현으로 건이의 불만은 해소가 되고
행복한 결말로 책장을 덮게 되지요..

마지막 장의
'그런데 탈을 쓰면… 정말 아무도 모를까, 내가 누군지? '
라는 건이의 의미심장한 말의 여운을 지닌채로...

이 책에는 아이들이 알아야 할 대표적인 우리 탈, 6가지를 등장시키고 있습니다.

신앙가면의 일종인 구나가면(귀신 쫓는 탈)인 방상씨탈,
풍년을 기원하는 양주 소놀이굿의 소탈,
가장 한국적인 얼굴로 뽑히는 하회 양반탈,
전형적인 민중을 상징하는 말뚝이탈,
각시탈과
미얄할미탈...

얼마전에 아산 민속박물관에서 우리나라의 여러 가지 탈들을 볼 일이 있었는데
이 책에 등장하는 탈들이 모두 전시되어 있더군요..
제가 보았던 느낌은 책에서 보았던 것과는 달리 어찌보면 흉측(?)하다는 생각이 들 정도였어요..
하긴 그 당시에 일부 서민들의 애환을 달래주던 놀잇감으로서의 탈일 뿐인데
좋은 재료로 멋지게 만들어 졌으리라는 생각을 가지고 접근했던 저의 생각이 참으로 짧았다는 것을 금새 깨닫게 만들더군요...

이 책은 우리 아이들이 좀체로 접해 보기조차 힘든 소재인 '탈'을
건이라는 개구쟁이 아이를 등장 시킴으로써 책을 읽은 아이들의 관심을 유도하고
건이의 움직임에 따라 여러 종류의 '탈'을 따라 잡을수 있도록 글을 구성한 점이 단연 돋보이는 점인 듯 합니다.

이럼에도 불구하고 그림책 평론집 「그림책」에서 최윤정 氏가 언급했던 평을 옮겨 봅니다.
이하는 「그림책」에서 발췌한 부분입니다.


「아무도 모를 거야 내가 누군지」의 가장 큰 미덕은 이처럼 중심이 분명하다는 데에 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이 책의 예술적 성과에 대해서는 다분히 회의적이라고 할 수밖에 없다.
이 혜리 그림 특유의 가벼움이 탈의 무거움을 충분히 소화하지 못했기 때문이다. 글 작가와 그림 작가가 대부분 따로따로 작업을 하는 우리 나라 그림책의 창작 현실 탓이겠지만 많은 그림책들의 그림은 글을 시각적인 이미지로 복사하는 일에 그친다. 이런 현실 속에서 이혜리는 텍스트 해석력이 뛰어난 일러스트레이터로 꼽힌다. 그것은 분명 이 작가의 커다란 장점이다. 하지만, 때로는 만화와의 경계를 생각하게 하는 일러스트레이션들에서 깊이를 찾아보기가 힘든 것은 종종 그의 약점이 되기도 한다.
모든 문화유산이라는 것이 다 그렇듯이, '탈'에도 시간을 견디고 살아남은 흔적이 무겁게 스며 있다. 탈이 민중의 삶 속에 자리잡고 있던 당시의 문화적 맥락과 지금의 그것 사이에는 분명한 거리가 있다. 탈이라는 오브제 자체는 그 앞에 선 감상자에게 필연적으로 그 거리를 환기시킨다. 그래서 아주 우스꽝스러운 광대탈 같은 것까지도 일종의 숙연함을 자아내지 않던가. 그런데 「아무도 모를 거야 내가 누군지」의 탈 속에는 이 거리가 없다.
건이의 일상 속에 있는 다른 오브제들과 탈은 별다른 차이를 보이지 않는다. 이처럼 건이의 이야기라는 '허구'속에 녹아 들어 가버린 탈을 그려 낸 이혜리는 그 허구 바깥쪽에서 우리들에게 대물림되어 오고 있는 '문화유산'의 믿음직한 무게감을 별 고민없이 털어버린 셈이 되었다. 그 결과, 양반탈, 소탈, 말뚝이탈, 미얄할미탈 등등의 탈은 건이의 장난감과 별로 다르지 않게 전락될 위기에 처해 버렸다.
만일 작가가 탈에 관해서만은 다른 기법을 사용하든가, 사진이나 세밀화 등 보다 진짜 탈에 근접하는 이미지를 보여 주었더라면 전통이나 문화유산이라는 것이 훨씬 실감나지 않았을까 하는 아쉬움이 남는다. 특히 표지 그림에 재사용된 컷을 보자.
탈 자체도 강조되어 있어서 그런지 이 작품 속에 등장하는 다른 탈에 비해서 훨씬 실제 탈답다. 그리고 탈에 난 구멍을 통해서 보이는 건이의 눈과 벌어지 입이 '아무도 모를 거야 내가 누군지'라는 발상을 생생샇게 시각적 이미지화하고 있다. 그런데 탈 뒤에 숨어 있는 건이의 얼굴을 잘 보면, 탈을 쓰고 있지 않았을 때와는 달리 기형이라는 결론을 내릴 수밖에 없을 정도로 눈과 입 사이의 거리가 엄청나게 떨어져 있다. 이런 실수는 어떻게 해석해야 할까?


책 속에는 부록으로 종이탈이 한 장 들어 있답니다.
저희는 말뚝이 탈이었는데 각기 다른건지 아니면 모두 말뚝이 탈인지는 알 수가 없네요..
하은이는 시댁에서 읽혀왔던 책인지라 책구입 시부터 무척 좋아했었답니다.
탈을 쓰면서 한번씩 따라하던
"아무도 모를 거야 내가 누군지?"하는 말이 떠오르네요..*^^*


하은이의 활용이 궁금하시면 +클릭+


*안동의 탈춤페스티벌에 갔었어요~*


*다양한 탈들이 정말 많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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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 친구 - 네버랜드 Picture books 098
헬메 하이네 (지은이), 황윤선 (옮긴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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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책을 서평하기에 앞서 잠시 고민을 했더랬어요.

이 책은 단권이지만 내용이 시리즈로 이어지고 있어서
아직 하은이가 그 책들을 두루 보질 않은 상태이고
저도 아직은 시리즈 전체를 평할 수가 없는 한계가 있기 때문에요..

그럼에도 불구하고 지금 이렇게 글을 쓰고 있는 것은
이 책이 가진 매력을 전하지 않고는 베길수가 없는 그 무엇이 자꾸 저를 재촉하네요..^^

이 책 「세친구」에는 영~ 친구로서는 어울리지 않을 듯한 수탉 프란츠, 생쥐 조니, 돼지 발데마르라는 세명(?)의 친구가 등장합니다.


간이 표제지를 보면 우습게도 체격이 작은 프란츠와 조니가 줄을 돌리고
뚱뚱한 발데마르가 줄을 넘으며 놀고 있는 그림이 있네요..
뒷 장에 그들 셋이 어디를 열심히 가고 있습니다..

이제 이 책의 스토리가 시작됩니다.
이 셋이 간 곳은 농장 식구를 깨우기 위해서였군요..


프란츠가 홰를 쳐서 농장의 가축을 깨워야 하는데
프란츠의 친구인 발데마르와 조니가 친구랍시고 도와주러 온거네요..
발데마르는 나팔을 불어서,
조니는 쇠망치를 두들기면서...

이렇듯 세친구는 늘 함께 그리고 엉뚱하게 여행도 하고
놀이도 하면서 하루를 보냅니다.
친구라고 늘 좋지만은 않게 때론 먹을것으로 질투도 하면서요..

그렇게 놀면서 지난 하루끝의 잠자리도 그들은 함께여야 된다고 생각하는지
한곳에서 같이 자려고까지 하네요..
하지만 그러기가 여의치 않자 그들이 함께 하고자 만난 곳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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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은이도 이제 제법 친구가 생겨서인지 이 책을 자주 보네요..
보면서 무슨 생각을 하는지는 모르지만 이 세친구의 행보가 재미있는지
책장을 덮으면 "또~" 읽어달라고 합니다.

시각디자인을 전공했다는 헬메 하이네의 독특한 그림세계가 수채화풍으로 깔끔하니 자리하고 있는 이 책은 세친구의 에피소드를 담은 「세친구의 즐거운 나들이」, 숙연한 느낌의 주제(죽음)를 다룬 「영원한 세친구」로 이어지는 시리즈 중의 한 권입니다.

각기 특징적인 캐릭터가 친구로서 어떻게 뭉치는가(?)에 대한 모습을 작가 특유의 익살로 너무도 재미있게 그려 놓았네요...
저는 그 모습들에서 정말 배꼽을 잡는답니다.


프란츠는 가는 두 다리로 운전대를 다잡고
조니랑 발데마르는 양옆의 패달을 열심히 굴립니다.
그 바퀴, 어디 굴러갈 것 같지도 않은데 말예요.


그리고 갈대밭에서 낡은 배 한척을 발견해 모두 해적이 될 때에도 그들의 궁합은 너무도 잘 맞지요..
프란츠는 돛이 되고, 발데마르는 낡은 배에 생긴 구멍을 탄력있는 살로 메웁니다.
생쥐는 그 배의 노를 젓구요..
그 배, 어디 나아갈수나 있을까요?


또 낚시를 할 때는 어떤가요?
프란츠는 미끼(지렁이)를 입에 물고 있고
조니의 꼬리는 낚시줄이 되어서 길게 드리워져 있네요..
그 꼬리로 어디 고기를 낚을수 있을런지요..

이렇듯 작가는 곳곳에 세친구의 익살을 섞으며
(세친구의 익살은 이야기가 끝난 책의 맨 뒷장에도 이어져 있답니다.)
그 속에서 개성은 다르지만 뭐든지 하나가 되는 '친구'의 개념을 아이들에게 은연중에 심어주는 것 같더군요..
굳이 '친구'란 개념을 정의해 주지 않더라도 말예요..


저는 개인적으로 버찌를 먹은후 자전거를 세워둔 채
세친구가 쉬고 있는 장면이 너무 좋더군요..
풀속에 제각각 앉아있는 모습이 싱그러워서요..

아이가 친구를 사귀게 될 때 한번쯤 보여주면 좋을 책인 듯 해요..
이 책에서 말하는 친구의 개념을 한마디로 꼽자면,
맨 마지막의 꿈 속에서도 만나는 친구가 진짜 친구니까요.라고 할까요..

여러분은 꿈속에서 만나는 친구가 있나요?


시리즈 책


Friends(영문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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