반쪽이 - 옛이야기 그림책 까치 호랑이 9
이미애 (지은이), 이억배(그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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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렇게 겨울밤이 무르익을 때면 어릴적 할머니가 들려주시던 옛이야기를 자장가 삼아 들으며 잠들던 기억이 새롭다.
할머니의 그 이야기 보따리는 어찌나 풍성했던지 “또요..또요..”해도 자꾸만 새로운 이야기로 손주들의 귀를 즐겁게 해주셨었다.
호랑이 담배 피던 시절 그 멀고도 머언 아주 오랜 옛날~~, 이렇듯 손주들이 이야기에 목달라 하는 마음에 애를 달구는게 당신의 즐거움인 듯
한참을 뜸들이고서야 본격적인 이야기는 시작이 되었지..
눈은 말똥말똥, 귀는 쫑긋~ 할머니가 들려주시는 이야기 전개에 따라 손을 움켜쥔채 숨을 꼴깍 삼키기도 하고 휴~하고 안도의 숨을 내쉬기도 하면서 그렇게 겨울밤은 깊어만 갔었다.

내가 어렸을 적엔(지금의 부모님들 대다수가) 옛이야기를 다룬 책이라고는 눈을 닦고 찾아봐도 없던 시절이라
오로지 입담좋은 할머니, 할아버지의 즉흥이야기를 의지삼아 이야기의 재미를 즐길수가 있었다.
늘상 농사일에 쫓기던 우리 할머니, 할아버지.. 그러나 손주들의 그 이야기 성화엔 잠시 일손을 놓지 않을수가 없었던 기억이 난다.

그런 우리들에 비하면 요즘 아이들이야 옛이야기를 다룬 많은 그림책들 속에서 듣고만 싶으면 책장에서 빼내와 책을 읽으면 되는 일이지만
그런 문명의 이기속에 있는 우리 아이들이 갑자기 서글퍼지는 것은 내용이야 훤히 알지언정
정작 우리세대가 가졌던 이야기와 얽힌 따스한 추억들은 갖지 못할 것이기에
옛이야기를 읽기는 하지만 참 삭막하다는 느낌을 지울수가 없다.

이유인즉, 우선 그림책으로 접하게 되는 옛이야기 그림책들은
구술로 전해 듣는 이야기의 상상력에 비해 내용이 많이 축약되어지고
이야기가 산만해지지 않는 범위내에서 책을 편집하기 때문에 한 권의 책을 모두 읽었지만
어딘가 모르게 모자란듯한 느낌이 든다.
그도 그럴것이 옛이야기 그림책이란게 활자화된 그림책의 영역에 속하다 보니,
그리고 대상연령이 어린 아이들이다 보니 내용의 충실함 보다는 삽화로 전하는 내용의 전달이 더 큰 비중을 차지하게 된다.
그런데 그 삽화란게 정말 잘 그려진 그림이 아닌 이상 오히려 아이들의 상상을 제한할 뿐만 아니라 오히려 원래 지니고 있는 옛이야기의 맛까지도 떨어뜨릴 우려가 많다.

아직 우리나라 그림책 시장에 옛이야기 그림책이 차지하는 비중이 매우 협소하여 아이에게 들려주고픈 이렇다할 옛이야기 책을 좀체로 찾을수 없었는데
몇년전 보림의 [까치호랑이]시리즈와 웅진닷컴의 [두껍아 두껍아 옛날옛적에], 보리의 [꼬불꼬불 옛이야기]가 출간되면서
아이들은 예전 할머니, 할아버지가 들려주시던 그 옛이야기의 묘미를 책으로나마 즐길수 있게 된 것이 참으로 다행한 일이라는 생각이 든다.

이 시리즈중 [반쪽이]는 하은이가 특히나 좋아했던 옛이야기 그림책이다.
이런저런 군더더기 설명이나 배경그림 없이 전할 내용에만 충실하고 있고
또 옛이야기가 지니는 전형인 반복구조를 띠고 있어 하은이가 쉽고 재미있게 책을 받아들이는 것 같다.

[반쪽이]를 하은이에게 읽어주면서 내 나름대로 책을 통해 느낀건데
만약에 할머니로부터 [반쪽이] 이야기를 듣는다면 ‘반쪽이’의 형상을 과연 어떻게 상상할 것인가?
눈도 하나, 귀도 하나, 팔도 다리도 하나씩, 입도 반쪽, 코도 반쪽이라는데...



처음 [반쪽이]를 읽을때 하은이는(당시 네 살) 반쪽이라는 어감을 선뜻 이해하지 못했었다.
그도 그럴것이 사람이 반쪽이라는건 아무리 상상을 해보아도 제대로 그림이 그려지지 않는 일이다. 더군다나 네 살난 아이에게는..
그런데 책을 통해 본 ‘반쪽이’는 그리 심각한(?) 모습이 아니다.
심각하지 않을 뿐만 아니라 오히려 책을 읽어가다 보면 반쪽이의 용감함과 효성 그리고 지혜로움에 반하게 되어 버린다.
게다가 반쪽이에게 위기인 상황은 반대로 유머러스하게 전환해 놓아 아이들은 코 앞에 닥친 위기를 실감하지 못한채 배꼽웃음을 짓는다.



또한 이야기 말미의 영감딸을 업어가는 클라이막스는 [반쪽이]에 대한 인상을 강하게 남기기에 충분할 정도의 구성이 돋보인다.
반쪽이의 해결방법이 기발한데다 아수라장이 된 사람들의 모양새는 민화풍의 그림이 표현할 수 있는 과장과 재미가 녹아져 있어 반복되는 어구들과 함께 무척 인상적으로 다가온다.



그리고는 내용을 추스르는 전형적인 끝맺음...잘 먹고 잘 살았대.

옛사람들의 이야기엔 늘상 ‘선한 사람은 복을 받고 악한 사람은 벌을 받는다’는 교훈이 저변에 깔려있어
아이들은 이야기의 재미에 빠져있는 동안 시나브로 착하고 어질게 살아야 함을,
그리고 효도와 우애를 자연스럽게 체득할 것이고
어른들은 입에 침이 마르도록 드러내어 훈시를 하지 않아도 옛이야기의 즐거움 속에서 은근히 내아이가 그렇게 자라기를 바래어 볼 수 있을 것이다.

그림책으로 바꾸어 놓은 '옛이야기'
[반쪽이]의 이런 모든 재미에도 불구하고 만약 나에게 그 문명의 혜택을 받지 못하던 시절로 돌아가고 싶냐고 한다면
다른건 몰라도 예전 할머니가 꺼내 놓으시던 이야기 보따리 만큼은 지금의 그림책 보다 훨씬 재미난 꺼리였다고 자신있게 말할수 있으리라..

마지막으로 [반쪽이]를 읽으면서 아주머니가 먹던 잉어의 반쪽을 훔쳐먹은 고양이가 낳은 새끼고양이의 모습과
책을 모두 읽은후 간지에 있는 삽화그림을 보고서 전체이야기를 다시 간추려 보는 재미도 놓치지 말기를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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진/우맘 2004-03-06 11:11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어? 새끼고양이? 몰랐네요. 찾아봐야지.
그런데, 예진이는 첫째 둘째 반쪽이가 나란히 서 있는 페이지에서 자꾸 딴지를 건답니다. 삼형제가 서열대로 서 있지를 않고, 형 둘이 똑같이 생겨서 헷갈리나봐요.^^
웅진닷컴의 두꺼비 시리즈도 체크!

다연엉가 2004-03-06 12:22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그런데 책내용을 스캔해서 올리나요. 한 두개도 아닌데 정말 궁금하네요.

bluetree88 2004-03-06 13:43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새끼고양이의 그러함은 하은이가 먼저 알아보던데요..어른들은 쉽게 지나치는 것들을 아이들의 주파수가 포착해 내더군요..
최근 하은이 책꽂이를 분류했는데 전래그림책이 의외로 많이 모자라더군요..
그래서 이번달엔 전래그림책 쪽으로 좀 갖추어 줄까해서 있던 그림책들을 훑어봤네요..
책꽂이 어떻게 정리해 두시나요?
참...책울타리님..내용이미지는 온라인에서 가져온답니다.
아무래도 이미지가 있으면 내용을 좀 더 쉽게 이해하리라 생각해서리..
정~ 이미지가 없으면 스캔하려고 하는데 왠만한건 온라인에 거의 올라와 있는거 있죠..
그래서 지금까지는 스캔하는 수고를 하지 않았답니다. 정말 한 두개도 아닌데..그죠?^^

다연엉가 2004-03-07 00:47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종이배님 온라인 어디에서 가져오시는지.
저도 구경하고 싶네요.
그리고 퍼갑니다.(자주 퍼가서 죄송)

bluetree88 2004-03-07 22:55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온라인 서점인데요..이미지 하단에 보면 각 서점명칭이 나와 있네요..
오픈키드가 이미지가 좀 많구요..
리브로도 있지요..북토이에도..
예스24는 이미지를 저작권 등록해 놓았다고 해서 혹시나 싶어 마음대로 못퍼옵니다.
궁금증 풀리셨나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