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o Sherlock Holmes she is always the woman.” 코난 도일(Conan Doyle)의 단편소설 보헤미아 스캔들(A Scandal in Bohemia)의 첫 문장이다.

 

 

 

 

 

 

 

 

 

 

 

 

 

 

 

 

     

* 셜록 홈즈 전집 5 : 셜록 홈즈의 모험(황금가지, 2002)

* 셜록 홈즈 전집 4 : 셜록 홈즈의 모험(시간과 공간사, 2002)

* 셜록 홈즈의 모험(동서문화사, 2003)

* 셜록 홈즈의 모험(문예춘추사, 2012)

* 주석 달린 셜록 홈즈 1 : 셜록 홈즈의 모험(현대문학, 2013)

* 셜록 홈즈의 모험(더클래식, 2014)

* 셜록 홈즈의 모험(코너스톤, 2016)

* 셜록 홈스의 모험(엘릭시르, 2016)

    

 

이 작품에서 홈즈는 보헤미아 국왕으로부터 그의 연인이었던 아이린 애들러(Irene Adler)가 가진 문제의 사진(국왕과 애들러가 같이 찍은 것)을 되찾아달라는 의뢰를 받는다. 홈즈는 애들러가 사진을 어디에 숨겼는지 알아내는 데 성공했지만, 눈치를 챈 애들러는 다른 사진만을 남겨두고 해외로 떠난다. 콧대 높은 남성 우월주의자 홈즈가 유일하게 자신의 패배를 인정한 여성이 애들러다. 그래서 홈즈는 그녀를 세계에서 유일한 여성(the woman)’이라고 부른다.

 

 

 

 

 

 

 

 

 

 

 

 

 

 

 

 

 

 

* 셜록 홈즈 전집 6 : 셜록 홈즈의 회상(황금가지, 2002)

* 셜록 홈즈 전집 6 : 셜록 홈즈의 회상(시간과 공간사, 2002)

* 셜록 홈즈의 회상록(문예춘추사, 2012)

* 주석 달린 셜록 홈즈 2 : 셜록 홈즈 회고록(현대문학, 2013)

* 셜록 홈즈의 회상(더클래식, 2014)

* 셜록 홈즈의 회고록(코너스톤, 2016)

* 셜록 홈스의 회상록(엘릭시르, 2016)

    

 

 

홈즈가 존경할 정도로 영리하고 대담한 여성이 있는가 하면, 홈즈에게 외면 받은 비운의 여인도 있다. 이 비운의 여인은 머스그레이브 가 의식문(The Musgrave Ritual)에 등장하는 레이첼 하웰즈(Rachel Howells).

 

다음 내용은 작품의 줄거리 및 결말이 포함되어 있습니다.

 

레이첼은 머스그레이브 가문의 저택에서 일하는 하녀이다. 그녀는 저택의 집사 리처드 브런튼(Richard Brunton)과 약혼한다. 그러나 브런튼은 그녀와의 약혼을 파기하고, 다른 여자를 만난다. 실연의 아픔을 겪은 레이첼은 엎친 데 덮친 격으로 척추 뇌막염에 걸린다. 브런튼은 저택 주인 레지날드 머스그레이브(Reginald Musgrave)가 잠든 줄 알고, 늦은 밤 주인의 서재에 들어와 가문의 의식문을 훔쳐본다. 그 날 레지날드는 서재에 가게 되고, 집사의 수상한 행동을 목격한다. 화가 난 레지날드는 집사를 해고하지만, 브런튼은 2주일만 일할 수 있게 해달라고 사정한다. 레지날드는 집사의 사정을 들어준다. 집사는 그날 밤에 있었던 불미스러운 일을 만회하기 위해 열심히 일한다.

 

그러나 소동이 일어난 지 3일 후에 집사가 갑자기 자취를 감춰버린다. 투병 생활로 몸과 마음이 쇠약해진 레이첼은 정신에 이상을 일으키게 되고, 그녀도 사라져버린다. 저택 안의 연못 주변에 레이첼의 발자국을 발견한다. 연못 속을 수색해보지만, 그녀의 시체는 발견되지 않았다. 그 대신 형체를 알 수 없는 녹슨 쇠붙이가 든 자루를 발견한다. 레지날드는 대학 동창 홈즈에게 집사와 하녀 실종사건을 의뢰한다. 홈즈는 암호 같은 의식문을 해독하여 특별한 것을 숨겨놓은 장소를 찾아내는 데 성공한다. 그 장소는 오랫동안 사람의 발길이 뜸했던 지하실이었다. 그곳에서 브런튼의 시체를 발견한다. 브런튼은 의식문을 해독하여 지하실에 보관된 찰스 1세의 왕관을 찾으려고 한 것이었다. 그는 자신을 사랑하는 레이첼과 함께 지하실에 내려가지만, 브런튼은 보물이 보관된 좁은 공간에 갇히고 만다. 브런튼은 레이첼에게 도움을 요청했지만, 그녀는 보물을 들고 지하실 밖으로 나간다. 레이첼은 집사의 죽음을 은폐하기 위해 보물을 연못에 던졌고, 연못 주변에 그녀의 발자국이 남아 있는 것이다.

 

사건은 해결되었으나 밝혀지지 않은 수수께끼가 여러 개 있다. 첫 번째 수수께끼. 브런튼의 죽음은 예기치 못한 돌발 사고인가 아니면 우발적인 사고로 가장한 레이첼의 복수극일까. 홈즈는 후자의 상황에 초점을 맞추어 지하실에 있었던 일을 추리한다. 그는 레이첼이 흥분하기 쉬운 켈트(Celts, 아일랜드와 웨일스에 거주한 고대 민족) 여자라서 브런튼이 방심한 사이에 복수했을 거로 생각한다. 두 번째 수수께끼. 끝내 알려지지 않은 레이첼의 행방이다. 홈즈는 레이첼이 죄의 기억을 간직하고서 영국을 탈출해 도피했다고 추측한다. 홈즈는 레이첼의 행방에 무관심하다. 그의 여성관을 생각해볼 때 레이첼은 홈즈가 기피하는 부정적 측면을 모두 가지고 있다. 홈즈는 그녀를 사랑하는 남자를 복수하려고 죄를 지은 히스테릭한 여성으로 인식한다. 그때나 지금이나 히스테리를 감정에 치우친 여성에게 나타나는 정신적 증상이라고 생각한다. 그래서 히스테리를 여성만 겪는 병으로 이해하는 편견이 남아 있다. 여성을 혐오하는 남성은 이러한 편견을 근거로 정상적이지 않은 여자들은 히스테리 환자 아니면 미친 여자로 규정했다.

 

80년대 아동용 축약본으로 나온 계림문고 셔얼록 호움즈’(80년대에 '셜록 홈즈'를 이렇게 표기했다) 시리즈에서는 원작을 무시한 결말이 나온다. 번역본의 제목은 <저주받은 왕관>. 이 책에서 레이첼은 미쳐버린 상태에서 홀로 돌아다니다가 늪지에 빠져 죽은 것으로 나온다.

 

 

 

 

 

 

<저주받은 왕관>의 번역자는 하웰즈의 모습에서 오필리아(Ophelia)를 연상했던가 보다. 오필리아는 물에 빠져 죽은 미친 여자의 대명사로 알려져 있다. 수많은 화가들은 오필리아의 죽음을 너무나 아름답게 그려냈다. 그 많은 오필리아를 묘사한 그림 중에 존 에버렛 밀레이(John Everett Millais)가 그린 것이 오필리아의 슬픈 삶을 극적으로 보여준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 윌리엄 셰익스피어 햄릿(민음사, 1998)

* 윌리엄 셰익스피어 햄릿 : 1사절파본(동인, 2007)

* 윌리엄 셰익스피어 햄릿(펭귄클래식코리아, 2010)

* 윌리엄 셰익스피어 햄릿(펭귄클래식코리아, 2014)

* 윌리엄 셰익스피어 햄릿(문학동네, 2016)

* 윌리엄 셰익스피어 햄릿(창비, 2016)

* 디트리히 슈바니츠 슈바니츠의 햄릿(들녘, 2008)

    

 

디트리히 슈바니츠(Dietrich schwanitz)는 오필리아를 미치게 만든 원인을 햄릿(Hamlet)과의 관계에서 찾는다. 오필리아는 자신의 사랑을 거부한 햄릿이 아버지 폴로니우스(Polonius)를 죽인 사실에 큰 충격을 받는다. 그리고 그녀는 정신이 불안정한 상태 속에 의미를 알 수 없는 가사의 노래를 부르기 시작한다. (햄릿45) 한때 저질 사절판으로 알려져 연구가들이 무시했던 1사절판 햄릿에 미친 오필리아의 모습을 알려주는 무대 지시문 한 줄이 적혀 있다. 번역으로 활용된 판본에는 무대 지시문이 없다.

    

 

오필리아가 류트를 연주하고, 머리는 아래로 풀어헤친 채 노래하며 등장한다.

 

(이현우 역, 동인 햄릿 : 제1사절판142)

    

 

신하는 오필리아가 온통 아버지의 죽음에 대한 말을 떠들고 다닌다고 생각한다. 그렇지만 오필리아가 잃은 것은 아버지만이 아니다. 그녀가 사랑했던 연인은 아버지를 죽인 원수가 되었다. 오필리아의 친오빠 레어티스(Laertes)는 복수의 칼날을 햄릿의 가슴에 겨눈다. 오빠가 아버지의 원수를 거론했으니 복수의 피바람 예감은 너무도 당연한 귀결이다. 그녀는 햄릿 근처에 드리워진 죽음의 그림자를 직감했는지 의미심장한 노래를 부른다.

 

 

당신의 참사랑이 남다른 줄

어떻게 아냐구요?

조가비 모자와 지팡이에

가죽신 때문이죠.

 

그분은 가셨어요, 아씨,

돌아가셨다고요.

머리맡엔 새파란 잔디요

발치엔 비석이죠.

 

(최종철 역, 민음사 햄릿151~152) 

 

당신 진실한 사랑 남다른 줄

어찌 알까요?

조가비 모자에 지팡이,

가죽 신발 모양 보고 알지요.

 

그분은 죽었어요, 가셨어요, 아가씨,

그분은 죽었어요, 가셨어요.

머리맡엔 초록 풀잎이 자라고,

발치엔 돌비석 하나.

 

(이현우 역, 동인 햄릿 : 1사절판142)

      

그대 진정한 사랑인 줄

내 어찌 알까요?

조가비 단 모자에 지팡이

샌들 신은 모습일 테죠.

 

그 사람은 죽었다오, 아가씨.

죽어 떠나갔다오.

머리에 푸른 잔디 덮이고

발치에는 비석이 서 있다오.

 

(노승희 역, 펭귄클래식코리아 2010년 초판 햄릿239~240,

펭귄북스 오리지널 디자인 특별판 햄릿185)

      

내가 당신의 애인을

다른 이와 어떻게 구별하느냐구요?

그의 새조개모와 죽장

그리고 그의 가죽신을 보고서.

 

그이는 죽어서 사라졌어요. 마님.

그이는 죽어서 사라졌어요.

그의 머리맡에는 잔디 풀 한 개

그의 발치에는 돌멩이 한 개.

 

(이경식 역, 문학동네 햄릿162)

     

그대 임 어찌 아나

누가 내게 물으면

순례자 가리비 모자,

지팡이와 가죽 신.

 

죽고 없어요, 아씨,

죽고 영영 없어요,

머리엔 푸른 뗏장,

발치엔 묘석 하나.

 

(설준규 역, 창비 햄릿146~147)

 

 

조가비 모자를 쓴 순례자는 사랑하는 연인을 상징한다. 오필리아는 미래에 다다르게 될 순례자, 즉 햄릿의 비극을 걱정한다. 셰익스피어 연구가와 독자 들은 햄릿의 광기가 실제인지 아닌지에 대해 여러 가지 의견을 제시한다. 45장에 등장한 오필리아가 정말로 미쳤는지 아닌지 분석해보는 것도 흥미롭다. 슈바니츠는 오필리아의 광기가 진짜라고 주장한다. (슈바니츠의 햄릿144) 나는 그의 의견에 반대한다. 오필리아는 미치지 않았다. 헛소리에 가까운 노래를 부르고 다니는 오필리아의 행동을 광기 어린 발작의 증상으로 단정하기 어렵다. 그녀는 미친 것이 아니라 고민했다. 오필리아는 햄릿처럼 존재론적 고민 속에 빠진다. 아버지가 없는 세상을 살아가는 것도 감당하기 힘든데, 햄릿마저 포기해야 하는 세상을 나는 살아갈 수 있을까? 그것이 문제야.’ 그녀는 분명한 결정을 취하지 못하는 혼란스러운 상황에 부닥쳤다.

 

레이첼 하웰즈와 오필리아. 이 두 사람은 정상안정을 유지하는 사회가 낙인찍은 비정상적 인물이다. 가부장제에 기반을 둔 사회에서 심각한 정신장애를 가진 여성은 결혼할 기회가 없다. 가부장제에서 비롯된 편견은 여성의 광기를 비장상적’, ‘합리적 이성이 불가능한 상태로 인식하는 근거가 된다. 그리고 여성 광기의 원인을 가부장이 될 연인을 잃은 상실감에서 찾는다. 그것을 내면화한 독자는 레이첼과 오필리아의 복잡한 감정 상태를 제대로 읽어내지 못한다. 그냥 그녀들을 미친 여자라고 단순하게 생각할 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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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7-06-24 14:46   URL
비밀 댓글입니다.

cyrus 2017-06-24 16:41   좋아요 0 | URL
좀 억지스러운 부분이 있지만, 홈즈 소설에 나오는 여성의 모습이 오필리아와 닮았다는 생각이 들었어요.

AgalmA 2017-06-26 05:50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생각해보면요. 부모나 연인이 죽어서 혼란한 상태인 인물들이 나왔을 때 여자는 항상 미치고 남자는 미친 척을 하는 거로 설정하죠. 비평가도 작가도 이걸 일반화하고 경향화한다고 생각합니다. 그걸 잘 짚어 주셨어요.
그에 비하면 도선생은 남녀 구분두지 않고 병적인 개인을 다뤄서 좋아요ㅋ 다들 이 구역에선 내가 더 미쳤어 하는ㅋㅋ;;

cyrus 2017-06-27 08:02   좋아요 1 | URL
도끼 선생, 당신은 대체... ㅎㅎㅎ

여성의 광기는 여성이 남성보다 하등하다는 편견을 강화하기 위한 근거가 되었어요. 남성의 광기를 낭만화하는 경향이 있어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