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금 이대로 괜찮은 걸까? 마스다 미리 만화 시리즈
마스다 미리 지음, 박정임 옮김 / 이봄 / 2013년 7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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뭔가 돼 있을 줄 알았는데 여전히 머무르고 있다고 느끼고, 다양한 갈림길 앞에서 망설인다. 책임은 늘고 실수는 용납되지 않는 상황에서 ‘지금 이대로 괜찮은 걸까?’ 하며 고민하는 시기가 바로 서른이다. 모두 출발은 비슷하다. 그렇지만 어느 순간 예전에 내 뒤에 있던 사람이 더 앞서 있기도 하고, 자신만만하게 내 길을 가고 있다고 생각했는데 잘못 들어선 것 같은 의심이 든다. 어떤 이들은 성장하지만 어떤 이들은 빨리 멈추고 지금 수준에 만족하고 만다. 무미건조하게 웃음을 잃어버린 채, 이것저것 할 일은 많은지 매우 바쁜 척하면서 삶의 소소한 재미를 놓치고 살아간다.

 

참고 견디는 게 아니라 기꺼이 하는 것, 바로 그것이 유쾌함의 본질이다. 아리스토텔레스의 말처럼, 하루를 기꺼이 즐겁고 재밌게 살아볼 생각은 늘 있다. 그럴 때면 마스다 미리의 만화를 읽어야 한다. ‘나, 이대로 괜찮은 걸까?’라는 물음으로 시작된 만화는 ‘나 자신을 행복하게 해주는 일이 즐겁다’로 끝난다. 그사이에는 진짜 행복이 뭔지 고민하는 수짱과 마이코가 있다. 《지금 이대로 괜찮은 걸까?》는 우리가 항상 고민하는 ‘행복이 뭘까?’라는 탐색의 과정을 만화 주인공과 함께 공감할 수 있게 전개하고 있어 흥미를 느끼게 한다.

 

수짱은 상상연애 중이다. 연애는 시간과 공을 아주 집중적으로 들여야 하는 삶의 형식 중의 하나다. 그러나 수짱에게 연애란 가장 호사스런 사치에 불과하다. 그녀가 좋아했던 남자 직원이 동료 여직원과 비밀 연애를 한다는 소식에 좌절한다. 수짱은 열등감과 자괴감에 마음에도 없는 소리를 어머니에게 내뱉기도 한다. 열등감은 그 이상이 현실과 너무 다를 때 생긴다. 자기가 그 이상을 도저히 이룰 수 없다는 좌절감 때문이다. 사람은 누구나 행복을 원한다. 그러나 이것을 방해하는 것이 있다. 그것이 바로 열등감이다. 열등감을 이겨내려면 무엇보다 남과 나를 비교할 것이 아니라, 어제의 나와 오늘의 나를 비교해야 한다. 우리가 느끼는 열등감의 90%는 남과 나를 비교하기 때문에 생기는 것이다. 타인을 비교의 대상으로 삼아선 열등감을 극복할 수 없다.

 

누구나 서른다섯이 된다. 마침내 10대 시절 세상에 내가 누구인지를 알리는 문제에 얽매였던 것처럼, 세상에 대해 내가 무엇을 할 수 있을까 하는 문제를 생각해보기 시작한다. 그래서 우리의 마이코는 오늘도 열심히 일하면서도 만만치 않은 회사 분위기에 힘겨워한다. 수짱과 만나 수다를 떨면서도 좋은 남자를 만나기를 원한다. 서른다섯, 위기의 시기. 그러나 아직은 기회의 시기다. 진정 삶에서 중요한 것이 무엇인가 깨닫고 훌쩍 이전의 삶을 내던지고 새로운 모험을 감행하기도 한다. 서른다섯의 결정은 이제부터 시작이다.

 

삶은 전쟁이고 살아남기도 힘든 세상이므로, 하루하루를 돈벌이에 쏟기도 바쁘다. 삶은 그만큼 무겁고, 세상은 그렇게 순진하지도 않다. 어릴 적 꿈은 기억 저편에만 남아 있을 뿐이고, 잘 나가고 싶은 욕심이 우리 눈을 가리게 하였는지도 모른다. ‘다른 누군가처럼 되고 싶다는 생각을 하지 않는 나라서 기분 좋다’ 수짱의 대사는 수짱의 인생관인 동시에 마스다 미리가 독자에게 주는 메시지다. 행복은 거창한 무엇이 아니다. 꿈을 잃지 않고 맡은 일에 최선을 다하며, 조금씩 나를 놔주는 삶의 모습은 아름답다. 물론 그렇다고 다 포기하라는 말은 아니다. 유약한 ‘나’를 용서하는 순간을 뜻한다. 그러면 세상이 한결 편해진다. 부족한 걸음이라도 그렇게 ‘나를 위해’ 멈추지 않고 산다면 이대로 참 괜찮은 삶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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페크pek0501 2016-06-19 00:02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저도 재밌게 읽었던 책입니다. 마스다 미리 작가의 책을 세 권 읽었는데 다 좋았어요.
제가 페이퍼로 올리기도 했지요.
가벼운 만화 같으면서도 독자에게 생각할 거리를 주는 글이 많이 담겨 있죠.
사색적인, 에세이 같은 만화라고나 할까요?
읽다 보면 작가가 좋아지더라고요.

cyrus 2016-06-20 00:06   좋아요 0 | URL
독자들이 마스다 미리의 만화와 글을 좋아하는 이유를 알았어요. 페크님 말씀처럼 마스다 미리는 진부적인 해답을 넌지시 주기 보다는 독자가 생각하는 기회를 마련해줍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