메트로폴리스 서울의 탄생 - 서울의 삶을 만들어낸 권력, 자본, 제도, 그리고 욕망들
임동근.김종배 지음 / 반비 / 2015년 7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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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은 누군가에게는 기회의 땅이고 또 다른 누군가에게는 차별의 도시다. 한강의 기적과 그것이 빚어낸 명암, 꿈을 갈망하고 욕망을 소비하는 메트로폴리스. 대한민국의 모든 것은 광적으로 서울에 몰렸다. 개발 연대기 서울 행정은 인구 분산과 교통난 해소, 택지개발, 아파트 건설에 맞출 수밖에 없었다. 아파트는 욕망의 응집체다. 이 욕망은 재개발과 투기라는 이름으로 무한증식하며 허물고 새로 짓기를 반복한다. 한국인의 ‘내 집 갖기’ 욕망은 세계 최고 수준인 교육열 못지않다. 집의 소유 여부, 크기, 위치가 ‘계층’ 판단의 기준이 되다시피 해 도시서민 제1의 목표 역시 ‘내 집 마련’에 맞춰지곤 한다. 엄청난 마력을 발휘하는 아파트는 모든 이의 꿈을 획일화하며, 거주자들은 자기만의 성을 쌓아간다. 하지만 꿈은 현실 앞에서 무기력하기만 하다. 수십 차례에 걸쳐 정부의 부동산 대책이 나왔지만, 아파트 가격의 폭등을 멈추지 못했다. 이로 인해 빈부 격차는 더 벌어졌다.

 

사회를 조정·통제하는 정치적·사회적 요인과 제도는 그 도시의 흥망성쇠를 결정한다. 도시개념에 무지한 사람들은 이 거대한 도시를 마치 경제성장, 주거환경의 혁신적 결과로 착각한다. 사실은 서울은 그때그때의 정치적 이해관계에 따라 허물어지고 구축됐다. 그 안에 사는 인간은 이같이 파괴적인 순환에 저절로 영향을 받기 마련이다. 《메트로폴리스 서울의 탄생》(반비, 2015)은 일제 강점기부터 현재까지 서울의 변천 과정에 숨어있는 공공적 욕망에 주목한다. 서울이라는 도시는 예나 지금이나 권력과 자본 그리고 욕망의 토대 위에 존립한다. 이 욕망의 시발점을 보려면 행정구역이 새롭게 개편되면서 점점 도시의 모습으로 갖추기 시작하는 1960년대로 거슬러 올라가야 한다.

 

서울시는 1960년대 초반부터 시민아파트를 짓기 시작했다. 이 사업은 시가 아파트의 골조만 짓고, 입주자가 내부공사 일체를 맡는 방식이었다. 실적 위주로 밀어붙인 아파트 짓기는 1970년에 와우아파트가 무너지는 대형사고를 낳았다. 70년대에는 유신정권이 민간부문에 의한 주택건설을 확대하기 위해 세금 면제, 재정 지원 등 다양한 유인책을 내놨다. 압구정동, 여의도, 잠실 등지의 아파트는 대부분 이때 지어졌다. 각종 개발사업이 탄력을 받을 수 있었던 것은 대통령이 아파트 개발 사업에 참여한 대형 건설업체들을 끌어모아 힘을 얹어주었기 때문이다. 정부의 역할이 축소되고 건설업체의 역할이 증대되었다. 80년대 말부터 주택난이 발생했지만, 정권수립에 도덕성이 없는 전두환 정권은 국민 불만을 물가안정으로 잠재우려고 했다. 멈출 줄 모르는 집값 폭등이 민심이반 현상으로 크게 번지게 되자 노태우 정권은 승부수를 걸었다. 수도권 주변의 5개 신도시 개발이 한꺼번에 진행되었다. 그 후로 지금까지 우리는 ‘아파트’라는 단어에서 벗어나지 못한다. 그것은 투자를 넘어서 투기의 대상이 된 지 오래다. 이런 투기 광풍 속에 건설업체는 입맛대로 분양가를 책정하여 고수익을 챙겼다. 정권과 대형 건설업체는 서민의 눈에 보이지 않는 상호연대를 구축하여 ‘한국 자본주의’의 신화를 이어가고 있다. 독자는 《메트로폴리스 서울의 탄생》을 통해서 개발사업의 성공신화에 가려진 불편한 이해관계를 확인할 수 있다.

 

권력과 자본, 욕망이 무수히 교차하는 도시 ‘서울’은 일종의 무대다. 그곳에 사는 사람들은 도시라는 거대한 무대 위에서 정부의 조종에 따라 춤추는 꼭두각시 인형이다. 정부의 정책 블루스로부터 시작된 도시의 춤은 언제까지 계속될 것인가. 지금 어디선가 커지고 있을지도 모르는 또 다른 욕망은 수십 년 후의 서울을 어떻게 변화시킬 것인가. 모두 궁금해하지만 누구도 예측하기 힘들다. 주식 투기에 뛰어들었다가 잠시 지옥에 경험했다는 과학자 아이작 뉴턴도 모를 것이다. 뉴턴은 주식시장 전망을 묻는 한 투기꾼에게 “나는 천체의 무게를 측정할 수는 있어도 미친 사람들의 마음은 잘 모르겠다”고 대답했다. 뉴턴 같은 천재에게도 우리 삶을 지배하는 욕망의 힘은 알쏭달쏭한 불가해의 영역이다. 하지만 확실히 분명하게 말할 수 있는 건 고전경제학이 말했던, 그 꼭대기 위에 앉아 욕망을 제어한다던 ‘보이지 않는 손’은 이제 보이지 않는다는 점이다. 비대해진 도시 내부에는 보이지 않는 셈법이 있을 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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푸르미원주 2015-08-31 09:04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도시 권력은 한 특정한 개인이라기보다는 집단적 이기심을 끌고 가는 세력이라고 생각해요. 거대도시 서울의 흥망성쇠에 대한 담론을 대담 형식으로 잘 담아놓은 책이라서 저도 읽어보려해요. 리뷰 잘 읽고 갑니다.

cyrus 2015-08-31 16:46   좋아요 1 | URL
지리학에 낯설어서 어려울 줄 알았는데 대담 형식으로 풀어서 그런지 책이 무척 재미있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