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구글 신은 모든 것을 알고 있다 - DNA에서 양자 컴퓨터까지 미래 정보학의 최전선 카이스트 명강 1
정하웅.김동섭.이해웅 지음 / 사이언스북스 / 2013년 4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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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여섯사람만 거치면 세계와 엮인다  

 

1967년 하버드대 스탠리 밀그램 교수는 무작위로 선택한 두 사람 사이의 거리를 측정하기 위해 미국 내 특정 지역 주민 160명을 무작위로 뽑아 매사추세츠 주에 사는 A와 B에게 전달하는 편지를 보낸다. 친구 중 A와 B를 알고 있거나 알고 있을 것 같은 사람에게 편지를 보내는 게 실험의 규칙이다. 결과는 놀라웠다. 편지 160통 중 42통이 목표 인물에게 배달됐는데 평균 경유 횟수는 5.5명에 불과했다. 6명만 건너면 미국인은 자국 내 누구와도 연결된다는 뜻이다.

 

오랫동안 과학자들은 부분을 알면 전체를 이해할 수 있다는 전제하에 세계를 해체하고 분석하는 작업을 해왔다. 지금은 이른바 복잡계 네트워크 이론이 등장하면서 미시세계부터 거시세계까지 아우르는 네트워크 개념으로 세계를 재구성할 수 있다고 말해진다. 이른바 모든 것은 연결되어 있고, 모든 것은 서로 영향 받는다. ‘링크’(Link)의 세계다.

 

밀그램의 ‘여섯 단계의 분리’ 법칙은 세상이 촘촘하게 연결된 네트워크라는 사실에 대한 놀라운 증거다. ‘네트워크 이론’식 용어로 표현하자면 노드(Nod)는 고작 몇 개의 링크를 거쳐 완전히 다른 노드에 닿을 수 있다는 뜻이다. 오늘의 세계는 진정 ‘좁은 세상’이 된 것이다. 개인 간 연결을 통해 네트워크를 형성하는 세계는 이제 온라인상에서도 쉽게 볼 수 있다. 개인과 개인 간의 관계의 개념을 온라인으로 도입한 것이 현재의 SNS라고 일컫는 서비스다. SNS는 단순히 사람 간 관계를 형성하는 것을 넘어 비즈니스 분야에서의 인맥관리와 전문 분야에 대한 정보의 생산 및 탐색 등을 기제로 영향력을 넓혀가면서 점차 진화하고 있다. 우리는 이미 다중의 네트워크에 속해 있으며 이 그물망의 속성을 파악하고 있는지의 여부가 네트워크에서의 승패를 좌우하는 것이다.

 

 

 

 허브와 척도 없는 네트워크

 

네트워크를 촘촘하게 조직하고, 방대한 정보의 바다 속에서 효과적으로 서핑하도록 하는 작동 원리, 즉 ‘좁은 세상’을 가능하게 하는 특별한 힘이 있다. 바로 허브(Hub)의 존재다. 1880년대 무성 영화부터 올해 나오는 영화까지 모든 헐리우드 영화배우들이 장르를 넘나들어 같이 출연한 영화작품까지 알 수 있는 영화 사이트의 네트워크는 허브의 역할이 크다. 대중적으로 널리 알려진 영화배우 한 사람 콕 집으면 그와 같이 찍은 영화배우가 누구이며 같이 출연했던 영화작품 수마저 알 수 있다. 과거에 화제가 되었던 미국의 영화배우 케빈 베이컨과 다른 배우 사이의 상관관계를 수치화해 계수로 산출해내는 ‘베이컨 게임’의 원리와 유사하다. 허브의 존재는 세포 내에서도 발견할 수 있다. 물이나 ATP 등 몇몇 분자들은 세포내 분자들 간 상호작용 네트워크 내에서 수많은 분자와 동시에 화학 반응을 일으키며 세포 내에서 케빈 베이컨의 역할을 담당한다.

 

 

 

 

 

섹스 네트워크의 기본적인 그래프 (46쪽,

이미지 출처: 사이언스북스 공식 페이스북 페이지)

 

 

허브의 예는 난잡한 성관계로 에이즈 바이러스를 퍼뜨리는 섹스광이나 사교계의 꽃을 찾는다거나 검색엔진 구글에 이용한다. 사람들의 섹스 상대 및 횟수를 조사하여 ‘섹스 네트워크’로 체계화하면 누가 성병이나 에이즈를 감염되고 어떻게 퍼지는지 파악할 수 있다.

 

하지만 허브가 많다고 해서 그것이 정보의 중심이 되는 중요한 척도라고 할 수 없다. 예를 들어 고속도로망은 ‘무작위 네트워크’의 형태를 띤 반면 항공노선은 소수의 허브공항을 기점으로 다수의 공항들이 연결돼 있는 ‘척도 없는 네트워크’의 형태를 띠고 있다. 척도가 될만한 중간 모델이 없다는 뜻으로 멱함수 법칙을 따른다는 게 가장 큰 특징이다. 소수의 링크를 받는 노드는 아주 많고, 무수히 많은 링크를 받는 노드는 소수에 불과하다. '척도 없는 네트워크'의 발견이 중요한 것은 웹과 할리우드, 세포, 항공 노선을 포괄하는, 다시 말하자면 생물학과 사회학, 컴퓨터 공학을 아우르는 공동의 법칙이 존재한다는 것을 증명하고 있다. 

 

 

 

 생물 정보학과 양자 정보학

 

막대한 양의 정보, 즉 빅 데이터(Big data)를 분석하기 위해 생물 정보학과 물리학 연구방법을 융합하는 기술이 등장하고 있다. 생물 정보학이란 DNA 정보로부터 생명체의 생물학적 의미를 분석하는 학문이다. 생물 정보학은 대중에게는 여전히 낯선 학문으로 여겨지지만 지금까지 이룩한 성과를 열거하면 실로 엄청나다. 인간의 유전체 전부를 분석하는 휴먼 게놈 프로젝트가 완료되면서, 유전자 차이에 따라 개인 맞춤형 약을 처방하고 99달러라는 적은 돈으로 자신의 유전자를 분석하는 놀라운 세상이 현실이 되었다. 이에 그치지 않고 인류는 생명 정보로 질병을 치료 전에 예방하는 새로운 의학을 이끌고, 원하는 외모와 지능을 가진 아이를 만들려 한다. 심지어는 자동차를 만들 듯 생물학적 부품을 결합해 인공 생명체를 탄생시키는 합성 생물학으로 창조주의 위치마저 넘보고 있다.

 

정보를 이용한 새로운 과학으로 양자 역학을 접목한 양자 정보학도 눈여겨봐야 한다. 양자 역학의 원리를 통해 풀 수 없는 암호를 해독하고 위조가 불가능한 화폐를 식별할 수 있다. 최근에는 1000년 걸릴 계산을 5분 만에 할 수 있는 양자 컴퓨터가 각광받고 있다. 양자 암호와 컴퓨터 장비가 실험용으로 이미 판매되고 있는 현재, 양자 정보학에 주목해 세계 시장에서 국가 경쟁력이 필요하다.

 

 

 

 네트워크 세계의 양면성

 

그러나 날로 발전하는 미래 정보학에 대한 낙관적인 전망 앞에서 신중해야 한다. 네트워크의 진화 과정에서 새로 등장한 노드는 링크가 많은 기존 노드에 다시 링크하는 경향을 가진다. 그래서 링크를 독점한 소수가 링크 빈곤 계층인 다수를 지배하는 네트워크의 ‘하후 상박’ 구조가 생긴다. 링크가 많아서 다시 새로운 링크를 받아들이게 되는 이런 빈익빈 부익부를 통해 ‘척도 없는 네트워크’는 공고해지는 것이다. 이 과정에서 심지어 승자가 모든 것을 독식하는 노드가 생길 수 있다.

 

네트워크의 치명적인 약점 또한 무시할 수 없다. 좁은 세계에서의 상호연계가 불러오는 연쇄반응은 끔찍할 정도다. 인터넷의 복잡한 구조는 잘못된 부분이 나오더라도 전체적으로는 별 문제가 없다는 장점이 있지만, 바로 그 점이 또 다른 약점이 될 수도 있다. 연결이 몰리는 대형 노드는 이를 사이버 테러리스트가 발견할 경우 웹 네트워크가 끊길 수 있을 정도로 취약하다. 네트워크의 ‘아킬레스 건’이 바로 그 부분이다. 어느 노드가 아킬레스 건인지 찾기 쉽지 않지만 한번 찾기만 하면 전체 시스템을 붕괴시키는 것은 아주 쉬운 일이다. 그리고 검증이 안 된 정확하지 않은 정보가 쉽게 전달되어 사회에 악영향을 끼칠 수 있는 '정보 전염병'(infodemics)도 조심해야 한다. 네트워크로 이루어진 이 복잡한 세계가 가장 강력하면서 한편으로는 가장 취약하다는 양면성을 보여주고 있다.

 

구글은 이미 링크와 허브의 중요성을 미리 파악하고 이를 하나의 거대한 정보 네트워크로 구축했다. 사소하고 하찮은 정보까지 검색하면 단번에 찾을 수 있을 정도로 구글 신은 모든 것을 알고 있었다. 이제는 정보 통신 기술과 생명 공학의 지식이 필요한 사회로 진입하고 있다. 기본적인 정보 과학뿐만 아니라 물리학, 생물학, 수학을 공부해야 할 융합의 학습이 필요하다. 학문의 경계선은 사라진지 오래다. 하지만 무수히 쏟아져 나오는 정보량을 따라가기가 현실적으로 버겁다. KAIST 강연을 준비한 정하웅, 김동섭, 이해웅 교수는 입 모아 하나의 분야에 능통하기 위해서 학습하기보다는 자신이 탐구하고 싶은 대상의 중심으로 공부할 것을 강조하고 있다. 우리는 구글 신이 될 필요가 없다. 기본적인 최첨단 과학 지식을 서핑 보드 삼아 거대한 네트워크의 바다에서 안전하게 서핑을 즐기고 있다면 우리는 만족스러운 삶을 살고 있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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