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버드 사랑학 수업 - 어떻게 시작할 것인가, 어떻게 떠나보낼 것인가
마리 루티 지음, 권상미 옮김 / 웅진지식하우스 / 2012년 11월
평점 :
구판절판


 

안녕하세요. N양. 잘 지내고 있나요? 저는 잘 지내고 있어요. 조금은 힘들지만요. 어떻게 글을 써 내려가야 할지 모르겠네요. 물론 이렇게 인사해도 당신인 줄 모르겠지만 이렇게 용기를 내어 당신에게 써봅니다. 닿을 수는 없겠지만. 당신을 처음 봤던 날을 아직도 기억해요. 왜 우린 그렇게 만났을까. 아니, 왜 제가 N양을 좀 더 일찍 만나지 못했는지요. 처음 봤던 날 그날 화장기 없는 얼굴에 해맑은 미소를 보인 채 인사를 건넸던 기억이 나요. N양은 꾸미지 않아도 제 눈에는 빛나고 있었어요. “친구가 있으면 더 예쁘게 꾸미고 나올걸.” 이라는 당신의 말에 저는 무척 설레었어요. 꾸미면 얼마나 더 예뻐질지 상상했거든요. 그래서 그 만남 이후부터 당신과 가까워지려 노력하기 시작했어요. 연락처를 알아내고, 당신의 눈에 최대한 띌 수 있도록 말 걸어보고 했어요. 하지만 그때마다 저와 N양 사이엔 제 친구도 함께였어요. N양은 늘 어색하다는 핑계로 제 친구와 함께 등장했죠. 저는 솔직히 걱정되기 시작했어요. 설마 N양이 내 친구에게 관심이 있는 건 아닐까.

 

저는 다짐했어요. 이대로는 안 되겠다. N양에게 고백해야겠다. 제 마음, 제 사랑의 감정을 표현하려고요. 그런데 참 쉽지가 않군요. 하필 당신은 인턴 일을 하게 되어 당분간 서울로 지낸다고 하고 떠나버렸네요. 이번 겨울방학이 끝나면 다시 대구로 돌아오겠지만, 거리를 지나는 커플들을 보면 문득 N양의 얼굴이 생각나요. 그리워요.

 

N양이 너무 그리워서 마음이 울적할 때, 마침 <하버드 사랑학 수업>이랑

 

아! N양, 제가 읽고 있는 책이 시중에 나오고 있는 연애지침서로 오해하지 않았으면 좋겠어요. 제일 감명 깊게 읽었다는 ‘하버드 사랑학 수업’은 책 제목대로 실제로 하버드 대학에 '사랑학'이라는 수업이 있어요. 그리고 이 수업이 실제로 학생들 사이에서 큰 반응을 얻었다는군요. 그리고 기존의 연애지침서처럼 '연애를 위해 이성을 꾀는 방법' 같은 내용이 없어요. 이 책의 저자가 하버드 대학의 사랑학 수업을 맡은 교수인데요, 연애지침서를 통렬히 비난하고 있어요. 오히려 연애지침서식 사랑은 남녀 간의 애정을 방해하는 나쁜 책이라네요. 우리나라에도 이런 수업이 있으면 참 좋으련만. 만약에 이 수업을 들을 기회가 있다면 꼭 N양과 같이 듣고 싶어요. 아니면 이 책을 읽어 보기를 권합니다. 이 책을 읽어보고 N양도 사랑에 대해서 다시 한 번 생각해봤으면 좋겠어요.

 

 

 

 

제가 N양을 위해서 책에서 본 내용을 간추려서 소개하려고 해요. 편지글이 길어도 이해해주세요. 먼저 여기 그림을 봐 주세요. N양에게 이 그림은 생소할거에요. 그래도 그림 속 남녀가 누구인지 짐작했으리라고 생각해요. 프랑스의 여류 화가 수잔 발라동이 그린 아담과 이브에요. 발라동은 르누아르, 로트레크, 드가 같은 유명한 화가들의 모델로 활동하면서도 그림을 그리는 화가였어요. 그녀의 인생은 파란만장해요. 발라동의 아들도 위트릴로라는 유명한 화가인데요, 그녀는 20년 연하 아들의 친구와 사랑에 빠지게 돼요. 첫눈에 아들의 친구를 사랑하게 된 발라동은 제가 소개한 '아담과 이브' 그림을 완성하고 결혼했어요. 화가의 소개는 여기까지 하고 이제 그림에 대해서 설명할게요.

 

그림을 자세히 보세요. 이브가 웃는 얼굴로 금지된 열매를 따려는 순간, 아담이 그녀의 손목을 붙잡은 것이 이브를 말리려는 것인지, 사과 따는 것을 도와주려는 것인지 모호하게 그려져 있죠? 지금까지도 아담의 동작에 대해서 해석이 분분해요. 누군가는 자신을 끌어당기는 이브의 유혹에 굴복당하면서도 창조주에게 항변할 핑곗거리를 만들기 위해 아담이 고심에 빠졌다고 말해요. 이주향 교수는 <그림 너머 그대에게>라는 책에 아담과 이브를 '두려움 없는 여자, 두려움으로 비겁해진 남자'라고 표현했더군요. 네, 이주향 교수의 표현이 맞아요. 남자가 이 그림을 봤으면 절로 고개를 끄덕였을 거에요.

 

일반적으로 남자는 자신보다 능력이 있는 여자를 선호하지 않는다는 인식이 있어요. 즉, 남자의 성격은 자신이 상대를 주도할 수 있는 권력 지향적이기 때문에 연약하고 보호본능을 불러일으키는 여자를 좋아한대요. 저도 처음에는 그렇게 생각했어요. 제 주변 친구 녀석들도 그렇고, 연애지침서에서도 남자의 성격을 이렇게 설명하고 있어요. 남자는 여자를 일종의 먹잇감 또는 정복하고 싶은 대상으로 본다는 거죠. 그래서 여자는 남자의 성격을 맞춰 아무 힘도 없는 척 내숭 부리는 '여우'가 되라고 연애지침서를 그렇게 가르치고 있어요.

 

하지만 N양, 저는 N양이 좋아하는 남자가 있으면 '여우'가 되지 않았으면 좋겠어요. N양 본인의 모습을 그대로 당당하게 보여주세요. 제가 N양을 더 좋아하게 된 이유는 페이스북 타임라인에 글을 쓸 때였어요. 저는 페이스북에 남긴 N양의 짧은 글을 읽으면서 당신이 나이에 비해 정신적으로 성숙하고, 생각이 깊다는 느낌이 들었어요. 남들이 그 모습에 너무 부담스럽게 느껴질지 몰라더 저는 N양의 지적인 면이 참 마음에 들었어요. 못 믿겠다고요?

 

<하버드 사랑학 수업>에 아주 흥미로운 사례가 소개되어 있는데요, 이 책의 저자인 마리 루티 교수가 제일 친한 이성 친구에게 간단한 설문조사를 했어요. (이 책의 저자는 여자입니다) 여자친구나 아내가 전구 가는 모습을 본다면 매력이 떨어질 것 같으냐고 질문을 했대요. 그러자 그들에게서 온 답변이 어떤지 아십니까? 오히려 전구를 스스로 갈 줄 아는 여자의 모습이 매력 있대요. 비록 저자의 설문조사 결과가 실증적이지 않은데다 모든 남자가 다 그런 건 아니에요. 하지만 저는 예쁜 외모의 여자와 N양 중에서 사귀고 싶은 사람을 고른다면 후자를 택할 겁니다. 저는 N양이 독서를 좋아하고 글 쓰는 모습이 정말 좋아요. 본인 그대로 모습을 나에게만 보여주세요. 제 말을 못 미더우실까봐 제가 책 속에서 가장 중요한 메시지를 인용해서 소개합니다.

 

누군가가 정해준 틀에 사랑을 끼워맞추려고 하지 마세요. 사랑은 색깔 맞추기 큐브가 아닙니다. 사랑의 수수께끼는 색색의 조각을 제자리에 끼워맞춰서 풀 수 있는 것이 아닙니다. 그래봐야 손가락에 물집만 잡힐 뿐이죠. (p 248~249)

 

자신의 강인함에 대해 미안해하지 마십시오. 이 말은 주문처럼 외우고 다녀도 좋습니다. 내가 강인하고 독립적인 여자란 사실 때문에 괜히 미안해하지 마세요. 괜찮은 남자라면 억지로 꾸며낸 여성스러움이나 의존적 태도보다는 이런 자질을 더 원할 수 있습니다. 여성을 비하하는 것으로 자신의 남성성을 확인받는 남자만큼 한심한 인간도 없습니다. 누가 이런 남자를 필요로 하겠어요? (p 249~250)

 

그러니까 그저 여성을 소유하려는 '늑대'를 조심하세요. 그런 남자 잘못 만나서 N양의 마음에 큰 상처 남지 않았으면 좋겠어요.

 

 

 

 

심리학 용어에 '피그말리온 효과'라는 것이 있어요. 누군가에 대한 사람들의 믿음이나 기대가 그 대상에게 그대로 실현되는 경향이에요. 즉, 상대방이 나를 존중하고 나에게 무언가 기대하는 것이 있으면 나는 그 기대에 부응하는 행동을 하여 긍정적인 결과가 나오는 거죠. 다음에 소개하는 그림은 장 레옹 제롬이 그린 '피그말리온과 갈라테이아'입니다.

 

고대 키프로스 출신의 조각가 피그말리온은 사랑의 여신 아프로디테에게 자신의 사랑이 이뤄지도록 간절히 기도했습니다. 조각가가 자신의 손으로 만든 조각상을 좋아하게 된 거에요. 그렇게 소원을 빌고 집으로 돌아온 피그말리온은 대답 없는 사랑을 고통스러워하며 자신이 만든 여인의 조각상을 사랑하는 연인처럼 꼭 끌어안았어요. 그때 차디찬 조각상이 따뜻하게 느껴지기 시작했어요. 잠시 후에는 심장 고동까지 그의 가슴에 느껴졌어요. 아프로디테가 그의 사랑에 감동하여 생명을 불어넣어 조각상을 피그말리온의 연인으로 만들었습니다. 저 그림처럼요.

 

N양은 본인의 글쓰기에 대해서 어떻게 생각할지 모르겠네요. 페이스북에서 글 남기는 것이 평범한 일이라고 생각하나요? 저는 그렇지 않다고 생각해요. 오히려 저는 N양의 그런 모습을 볼수록 당신에 대한 호기심이 생겼어요. N양이 평범하면서도 특별한 매력을 유지하고 N양만의 정체성을 유지할 수 있는, 본연 그대로 모습을 사랑할 줄 아는 남자를 만나세요. 아니, 용기있게 말하자면 N양의 그런 모습을 사랑해줄 수 있는 남자는 바로 접니다. 저는 책에서 이 구절을 보면서 N양에 대한 특별한 감정에 대해 더욱 더 확신을 가졌어요.

 

이상화하는 '좋은' 방법이란 무엇일까요? 바로 연인의 매력을 찾아 그 점을 부각시키는 것입니다. 남자의 팔 근육에만 집착하지만 말고 그가 가진 사랑스럽고 매력적인 장점에 진정으로 감탄하라는 것입니다. 때로는 겉으로 드러나는 그의 개성, 가령 성(性)이나 친절, 유머 등을 강조할 수도 있고, 다른 사람들 모르게 꽁꽁 숨겨온 그의 어떤 면을 강조할 수도 있습니다. 너무 오랫동안 잠자고 있던, 억압되거나 간과되거나 개발되지 못한 장점에 생기를 불어넣는 것이죠. (p 158~159)

 

저는 N양이 지금보다 더 예쁠 필요가 없다고 생각해요. 외모가 여성 연예인처럼 되기 바란다는 건 지나친 이상화입니다. 자신이 정한 이상형을 기준으로 이성을 찾는다면 실망감만 안겨주는 무척 피곤한 일입니다. 오히려 진정 사랑하는 사람을 못 찾을 수도 있습니다.

 

저는 이 책을 읽기 전까지 내 자신에 대해서 무척 부정적으로 생각했습니다. N양이 나를 어떻게 보는지 모르겠어요. 저는 외모가 그렇게 잘 생긴 편도 아니고, 건장한 체구도 아닙니다. 마른 체형입니다. 살면서 소개팅 한 번도 못했고 또래에 비해 집안은 그렇게 잘 사는 편도 아닙니다. '나'의 모습에 대해서 크게 위축감을 느꼈습니다. 그래요. 요즘 유행하는 말로 저를 간단하게 표현하면 '모태 솔로'라고 할 수 있죠.

 

마리 루티 교수는 내면을 지배하는 부정적인 생각을 '내 어깨 위의 원숭이'라고 표현했습니다. 저 어깨 위에는 오랫동안 그 녀석이 있었습니다. 그런데 이제는 어깨 위의 원숭이를 내쫓으려고 합니다. 어깨 위의 나쁜 원숭이의 속삭임에만 빠진다면 저는 평생 나의 매력을 발견하지 못한 채 더 소극적인 성격으로 살았을지도 모릅니다. 사실 N양이 어떤 남성을 선호하는지 저는 잘 모르겠습니다. 하지만 저는 내 본연의 모습 그래도 N양에게 숨김없이 보여주고 싶고, N양 그대로의 모습을 보고 싶습니다. 그것도 평생동안.

 

오늘 처음으로 이성에게 편지를 처음 써보네요. 어버이날이나 제가 군대 훈련병 시절에 어머니에게 편지 쓴 걸 제외하면요. 막 쓰다 보니 편지가 길어졌네요. 지루하더라도 제발 이 편지를 쓰레기통에 버리지 말고 끝까지 읽어주면 좋겠습니다. N양이 선호하는 남자가 제가 아니더라도 여기 편지에 소개한 책을 꼭 기억해주세요. 내가 싫다면 N양의 머릿속에 있는 나라는 존재 그리고 짧았지만, 우리 단 둘이 함께 했던 사소한 일상의 기억들, 잊어도 좋아요. 이 편지와 함께 제가 읽은 <하버드 사랑학 수업>을 전합니다. N양에게 전하고 싶은 저의 모든 감정, 이 편지로 표현하기에는 많이 부족할 겁니다. 하지만 저는 있는 그대로 모든 감정을 다 표현했다고 생각합니다. 저에 대한 감정을 받아주신다면 답변 꼭 부탁드립니다. 저처럼 편지를 안 써도 좋으니 전화 한 통이라도 해주세요. 이제 긴 편지를 마무리하겠습니다. N양이 선택한 사람이 제가 아니더라도 당신을 행복하게 해줄 수 있고 본인이 정말 사랑하는 사람을 만나기를 바랍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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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이리시스 2013-01-12 22:47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헉, 사랑은 색깔맞추기 큐브가 아닙니다. ->큐브도 짱 어려운데.

근데 N양은 누구예요??? (진심)

cyrus 2013-01-13 22:35   좋아요 0 | URL
아이리시스님! 질문 비밀로 설정해주시지..ㅎㅎㅎ ^^;; 작년에 대외활동하다가 만난 여자애가 있는데.. 참.. 고백 한 번하는게 쉽지 않네요.. ^^;; 이 책에서 저자가 이렇게 말해요. 사랑은 완벽할 수가 없다. 그 점을 인정하고 사랑을 하라고요. ^^

아이리시스 2013-01-17 20:34   좋아요 0 | URL
응, 미안. 저는요, 가상 사랑이야기라고 생각하고 그랬어요^^; 이제 저는 뭘해야 하나요, 으샤으샤! 아니면 사랑고백 10단계 이런 거 플랜이 필요해요?

축하해요, 사랑은 역시 좋은 거야....( '')
ㅎㅎㅎ

2013-01-13 09:49   URL
비밀 댓글입니다.

2013-01-13 22:39   URL
비밀 댓글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