열두 발자국 - 생각의 모험으로 지성의 숲으로 지도 밖의 세계로 이끄는 열두 번의 강의
정재승 지음 / 어크로스 / 2018년 7월
평점 :
구판절판


 

 

인간은 끊임없는 선택을 하며 살아간다. 아침에 출근할 때 지하철을 이용할 것인가, 자가운전을 할 것인가를 선택해야 하고, 점심을 한식으로 할 것인지 중식이나 양식으로 할 것인지도 선택해야 한다. 사람을 만나 일을 처리하는 것도 선택이고, 언제 누구를 만나 어떤 이야기를 진행할 것인지를 결정하는 것도 선택이다. 이것이냐 저것이냐를 고를 때 합당한 이유를 갖지 않고 선택하는 사람은 거의 없다. 선택의 연속으로 이어지는 인생은 모두 뇌의 기능에 의해 결정된다. 그래서 인간의 행복도 뇌의 기능에 달려있다. 결국 인생이란 뇌가 만들어낸 흔적들이다.

 

뇌를 연구하는 물리학자 정재승 교수는 17년 만에 단독으로 펴낸 《열두 발자국》(어크로스, 2018)을 통해 우리의 일상생활에서 뇌가 어떻게 작동되는지 친절하게 알려준다. 이 책은 정 교수의 대표 강연을 엮은 것이다. 정 교수 특유의 유머까지 글로 옮겨놔서 그의 강연장에 와 있는 기분이 든다. 최근 인간의 심리와 감정은 모두 뇌의 작용에서 비롯됐다는 인식이 널리 퍼지면서 뇌과학에 대한 관심이 증폭되고 있다. 이 책에는 누구나 궁금해하는 인간의 행동과 심리에 대한 12가지 질문이 다뤄진다. ‘선택하는 동안 뇌에서는 무슨 일이 벌어지는가?’, ‘결정장애는 어떻게 극복할 수 있는가?’, ‘창의적인 사람들의 뇌에서는 어떤 일이 벌어지고 있는가?’, ‘순응하지 않는 사람들은 어떻게 세상에 도전하는가?’. 이 책을 통해 우리 일상생활에서 뇌가 어떻게 작용하는지 뇌의 실체를 하나씩 파헤치다 보면 복잡하고 어려운 것으로만 인식했던 뇌가 친근하게 느껴지게 된다.

 

흔히들 뇌는 이성적이고 기계적이며 근접하기 어려울 정도로 복잡한 메커니즘으로 작동한다고 생각한다. 하지만 뇌는 컴퓨터처럼 정확하게 움직이지는 않는다. 자신의 선택을 합리화하기 위해 변명하고, 자신이 내린 결정에 후회하지 않으려고 마음을 속이기도 한다. 이런 맥락에서 보면 인간이 어처구니없는 실수를 하는 것도 ‘뇌의 착각’ 때문이라고 할 수 있다. 무수한 정보의 범람 속에서, 정보를 생산하고 받아들이는 주체는 뇌다. 우리는 그간 지식이나 정보의 중요성이 강조되는 것에 비해, 그러한 지식과 정보를 생산하고 사용하는 주체인 뇌의 존재에 대해서는 등한시해왔다. 모든 사람은 뇌를 가지고 있지만 정작 착각하는 뇌에 어떻게 대처해야 할지 잘 알지 못한다.

 

우리가 이미 알고 있다시피 뇌는 ‘좋아하는 일’을 하는 것을 좋아한다. 두뇌 속에 없었던 길을 만들고, 그 길들은 더욱 빠른 지름길들을 만들어 자신의 능력을 최대한으로 끌어올린다. 그러나 아무리 좋아하는 일이라도 거기에 너무 많이 집중하면 다른 일들에 대한 관심에 둔해지기 쉽다. 따라서 정 교수는 일에 몰입하여 실행하되 낯선 정보, 낯선 경험들로 뇌를 지루함에서 탈피시키는 것도 중요하다고 말한다. 끊임없이 세상으로부터 자극을 받는 창의적인 사람들의 뇌는 싱싱하다. 그 자극은 자신 안에 웅크리고 있을 때 오는 것이 아니라 사회와 활발히 교류하면서 얻어진다.

 

정 교수는 우리가 여태 알지 못했던 인간이라는 복잡한 숲과 그 숲이 자라는 '회색빛 땅' 뇌를 과학의 관점에서 다시 생각해 볼 기회를 제공해준다. 결정장애를 어떻게 극복할 수 있는지, 매번 계획을 실천하지 못하는 이유가 무엇인지, 복잡한 뇌 속을 들여다보며 독자는 자기 자신을 이해하게 된다.

 

 

 이 책은 1.4킬로그램의 작은 우주인 ‘뇌’라는 관점에서 보편적인 인간을 다루고 있지만, 그 이야기는 여러분의 내밀한 삶의 이야기와 맞닿아 있기를 바랍니다. 그리고 그 안에서 나를 발견하고 우리를 발견하는 경험을 공유하길 바랍니다. (프롤로그, 12쪽)

 

 

뇌를 이해하는 일은 인간의 자아 탐구라는, 어렵지만 손을 놓을 수도 없는 숙명의 과제이다. 뇌를 알아가는 것은 자기 자신을 알아가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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AgalmA 2018-08-11 10:43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인스타그램에 정재승 박사 책 리뷰 쓰면 어김없이 나타나신다는데 이 리뷰 올리시면 cyrus님도ㅎㅎ! 알쓸신잡 땜에 정재승 박사 목소리랑 시츄에이션이 잘 떠올라서 책 읽기가 더 유쾌할 듯요^^ 저도 조만간 읽을 예정요~헤헤

cyrus 2018-08-11 16:23   좋아요 0 | URL
인스타 계정은 없어요. 이런 졸문을 정 교수님에게 보여주고 싶지 않아요.. ㅎㅎㅎ