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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가 조금만 더 과학, 수학을 잘했더라면 좋았을 거라고 늘 생각한다. 

인생 전반적으로.

 

늘 '감성' 아닌 '감정'이 앞서고 이성과 논리가 많이 부족하다.

 

그래서 아주 가끔이라도 과학 에세이 정도는 봐주어야 한다.

 

<랩걸>, <저도 과학은 어렵습니다만> 2월에 걸쳐서 약간씩 보고 있는 책이다.

 

유시민 님이 추천해서 단숨에 베스트셀러가 된 <랩걸>

 

역시 명성에 걸맞게 좋구나.

 

일단, 초반이라서 작가의 가계도와 성장과정이 소개되고 있다.

 

P.52 : 인간의 왕조가 흥망성쇠를 거듭하는 동안 이 작은 씨앗은 미래에 대한 희망을 버리지 않고 고집스럽게 버틴 것이다. 그러다가 어느 날 그 작은 식물의 열망이 어느 실험실 안에서 활짝 피었다. 그 연꽃은 지금 어디 있을까. 모든 시작은 기다림의 끝이다. 우리는 모두 단 한 번의 기회를 만난다. 우리는 모두 한 사람 한 사람 불가능하면서도 필연적인 존재들이다. 모든 우거진 나무의 시작은 기다림을 포기하지 않은 씨앗이었다.

 

내가 특히 저 구절에 주목한 것은 '모든 시작은 기다림의 끝' 때문이다. 

 

동생이 결혼하기까지 정말 많은 일이 있었다. 상견례를 하고도 수개월이 지나서야 이 한파에 결혼하기까지 (내 사정이 아니라 밝힐 수는 없지만) 정말 힘들었다.  한 사람이 저렇게 고난을 당해도 좋은가 싶은 일이 많았다.  물론 그 곁에서 나에게도 크고 작은 시련이 있었다.

 

그런데 아주 단순하게도 동생의 결혼식으로 모두 보상받았다.

가족 누구도 공식적으로는 울지 않고 잘 마무리했다.

 

간혹 하객석에서 친구들이 눈물 짓기도 하는 걸 봤지만 다 동생이 제대로 살아왔다 증거이고 친구들 심성이 곱다는 징표이니, 뭐.

 

정말 눈에 넣으면 많이 아플 푸우를 닮은 커다란 제부는 신부를 위한 축가를 부르다 핸드폰을 컨닝하기도 하면서 큰 웃음을 주었다. <나랑 결혼해 줄래?>를 부르다 끝에 나랑 결혼해 줄 거니? 하고 유머러스하게 마무리하며 하객들을 미소짓게 했다.

 

이런 모든 노력이 편찮으신 엄마의 표정도 풀어드린 듯해 더욱 고마웠다.

 

*

<나무 위 나의 인생>은 오래 전에 읽은 책인데 <랩걸>과 겹쳐진다. 인생과 자연을 사랑하는 여성과학자의 분투기.

 

그중 압권은 과학자판 며느라기라는 것이다.

시가에서는 여자의 본분?에 충실하기를 바라지만 저자는 자신이 원하는 바를 잘 찾아 중심을 잡고 연구를 계속한다.

 

이 값진 책의 번역은 유시민 님 동생이 하셨다.

 

 

 

 

 

 

 

 

 

 

 

 

 

 

 

 

 

동생 결혼식만 하고 나서 책도 보고 집도 정리하고 하려 했는데 한동안 허탈해서 멍하니만 있었다. 

 

책이 정말 눈에 안 들어와 이 책 저 책 늘어만 놓았는데 < 그 겨울의 일주일 >을 단번에 읽었다. 오래 전 아일랜드 이야기인데 가족간의 갈등이라든가 가족에 대한 애증이 뭔가 한국적 정서와 맞닿아 있어 신기해 하며 읽었다.

 

가장 사랑하는 사람들이 가장 아프게 하는 것은 진리.

 

남자들은 허황되게 사랑을 약속하곤 떠나버리고 남겨진 여자들은 아이들을 바르게 키우려 노력하고 자신의 삶을 힘겹게 꾸려간다. 아무런 원망이나 불평 없이.

 

각자의 사연을 지닌 호텔 투숙객들의 삶이 자연스럽게 서로에게 얽혀든다.

 

아무도 사랑하지 않고 아이도 낳지 않은 부유한 독신 세 자매, 열정적인 사랑은 해봤지만 아이는 없는 여자, 열정적인 사랑의 결과로 아이가 생긴 여자, 너무나 사랑하는 아들을 보내기 싫어하는 여자와 그 여자의 아들과 살고 싶은 여자 그밖에도 상처받은 사람들이 너무나 많이 등장한다. 모두가 마음 아픈 사연을 지녔지만 엄마의 불륜을 목격하고 아빠에게 말해서 가정이 해체된 후 마음의 문을 닫은 여교장이 제일 가여웠다.

 

다 읽고 나서 허황되게도 역시 유산을 많이 받은 미혼 여성들이 제일 평탄하게 살다가는군, 하고 웃었다면 지나친 오독일까. 

 

결혼을 하고 아이를 낳는 것이 이제 보편의 경험이 아닌 세대가 되어갔고

피, 이런 이야기는 관두고

내가 지금 양가 부모 봉양과 양육으로 인한 감정 소모에 지쳐서 그런가보다.

 

아무것도 할 줄 모르는 아이가 혼자 자립하기까지 사회, 공동체의 역할이 절실한데 가족, 특히 엄마에게 그 책임이 전가된 사회에서 여성은 온전히 삶을 누릴 수 없다.

 

좀 제대로 자기 인생을 살아보려 하면 늙거나 병들거나 생의 끝자락에 가 있기 마련이다. 우리 엄마같이.

 

 

명절 연휴에 조금씩 읽은

유명한 <이상한 정상가족>

전적으로 동의한다.

 

아버님이 돌아가셨지만 여전히 가부장적 분위기가 강한 시가

체념한 부분도 있고 감사한 부분도 있고 그렇다.

이제 가끔은 정 힘들면 할 말을 하기도 한다.

그래도 집에 오면 정말 하고픈 이야기는 남아서 가슴이 답답하다.

 

그런데도 불구하고 가부장 제도 밖의 어려움을 어릴 때부터 겪어 그런지

우리 아이들은 '정상 가족' 범주에 있다는 게 참 안도되는

정말로 괴상한 자기 분열을 겪고 있다.

 

나 하나만 참으면 모두가 평안하다고 최면을 걸고 있다.

엄청 사소하다고 하는 것들이 계속 쌓여서

나중에 눈덩이처럼 불어나 그 무게에 짓눌린다.

 

남들처럼 쇼핑이나 수다로도 풀리지 않는 그 무언가가 있다.

 

물리적 거리가 필요하다.

내 쉴 자리가 필요하다.

 

*

어린이집 체벌에는 게거품을 물며 집에서는 아이들 엉덩이나 등짝 정도는 때리는 게 어때서, 하는 사람들이 너무나 많다.

 

가족 동반 자살 오죽하면 그랬을까, 하는 시선보다는 가족 몰살 자녀 살해 후 자살이 맞는 표현이다.

 

또 예전이 좋았다고들 하는데 박정희 정권 시대 자살률이 훨씬 높았다는 통계가 있다.

한국은 그냥 압축된 근대화로 인해 내내 자살률이 높았다는 구절이 의미심장하게 꽂힌다.

 

복지나 사회안정망의 부재로 인해서 질병이나 사업실패 등으로 나락에 떨어진 가정은 언제나 해체와 소멸이라는 길을 가게 된다.  

 

읽는 내내 마음이 무거웠다. 아동학대 부분은 정말 보기 힘들었다.

 

 

*

여러 일로 나에게는 참 춥고 긴 겨울이었다.

 

인생은 참 어렵습니다만

그래도 간간이 이렇게 책도 보고 미사도 드릴 수 있으니

천천히 나가봐야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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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파 속에서 여러 복잡한 일들을 처리하며 읽은 책들이다. 의외로 장편이 읽히기는 했다.

 

<용의자 X의 헌신>은  작년부터 소소하게 읽은 히가시노 작품 중에서 제일 놀라웠다. 범인을 알고 있는데도 이렇게나 흡인력 있게 이끌어갈 수 있는지.

 

천재수학자가 옆집에 이사온 모녀를 통해 생의 의미를 찾고 그들을 위해 '인생'과 '명예'를 거는 크나큰 낭비를 한다.

 

전체적으로 신파인데 천재 수학교사 이시가미의 친구의 말에 더 큰 주제의식이 담겨 있다고 볼 수 있다.   

 

사회에 필요없는 톱니바퀴란 없고 톱니바퀴의 의미는 그 스스로 정하는 것이라고.

 

결말에 야스코가 자수를 한 것도 적절했다.

 

<나미야 잡화점의 기적>에서도 작가의 하층민에 대한 애정이 보이기는 한다.

 

그렇지만 호스티스 출신 여성들에 대한 이상한 '향수'에 공감할 수 없다.

 

그 바닥이 그렇게 마음 잡고 종자돈을 모아 나올 만한 곳이 아니다.

 

<용의자 X의 헌신>에서도 마음잡고 술집에서 나와 도시락 가게에서 일하는 호스티스가 나오는데 전혀 없는 일은 아니겠지만 그 세계가 그렇게 발빼기 만만한 데가 아닐 것이다.

 

 

그래도 히가시노 게이고 소설은 뭔가 머릿속이 복잡할 때 보면 그만이다. 전혀 다른 세계로 데려가준다. 복잡한 일도 잊고 푹 빠져서 보았으니 그걸로 족하다.

 

 

<위저드 베이커리>는 읽기 힘들었다. 처음으로 만나본 작가인데 뭔가 혼돈이었다.

 

여러 판타지 요소들이 한데 섞여 있어 어수선하다. 

 

소년의 현실은 무겁고 한데 마법사는 뭔가 포근하지 않고 흑마술사 같기만 하다. 소년을 분명히 숨겨주고 잘해주고 했는데 캐릭터가 참 명확히 잡히지 않는다. 잘못잡은 츤데레 캐릭터.

 

실제로는 엄청난 피해자인데 가해자인 배 선생도 그렇고, 소년도 그렇고

끌리는 매력적인 캐릭터가 없다.

 

그래서 그런가 우중충한 느낌이 들어 다 읽고 나니 마음이 무거웠다. 아니면 이 책을 읽던 당시의 내 상황이 그랬는지도 모른다.  작가님이 무슨 죄.

 

어떤 책이 읽히는 상황에 따라 걸작이 졸작이 되기도 하고 오독도 많아진다.

 

 

*

이런저런 책을 읽다가 '헌신'에 대해 생각해봤다.

헌신이란 몸과 마음을 바쳐 있는 힘을 다한다는 뜻이다.

 

그러나 흔한 말장난, 헌신하면 헌신짝 된다라는 말과 같이 이시가미와 같은 맹목적인 헌신은 무섭다.

 

자신의 생을 낭비하면서까지 타인을 위해 모든 걸 던진다는 것은 그 헌신을 받는 상대에게도 크나큰 부담을 갖게 하는 것이다.   

 

과연 야스코 모녀는 이시가미의 그런 헌신이 필요했을까.

이시가미가 아니었다면 자수를 해서 죄값을 치르고 그들 나름대로의 길을 찾았을 것이다.

 

 

*

나도 아이들에게 너무 헌신하지 말고

이제 내 길을 찾을 시기.

 

동생 결혼도 잘 마무리하면

우리 집도 좀 돌아보고 할 시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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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늘은 큰이모 딸이 결혼을 하는 날이다. 강남까지 가야 해서 긴장하며 잤더니 또 너무 일찍 일어났다.

 

내가 고3 때 그애가 일곱 살이었나. 같이 에버랜드에 간 기억이 있다. 고3이 되어서야 에버랜드에 처음 갔는데 공부할 때에 이러고 있나 하는 생각도 했고 아마존 익스프레스 탈 때 맞은편 커플이 어여뻐서 나중에 나도 대학에 가면 꼭 저렇게 다시 와봐야지 했는데 정작 대학에 다닐 때는 에버랜드 가기도, 커플되기도 모두 이루지 못했었다. 새벽부터 눙물이 ㅜ.ㅠ

 

 

사실 이 어린 사촌을 그렇게 자주 만나지 못해서 어떻게 자랐는지 몰랐는데 구호단체 활동을 열심히 하는 20대를 보냈고 거기서 짝을 만났다고 한다. 참 곧고 바르게 잘 컸다.

 

우리 동생은 2월에 결혼을 한다. 매번 만나면 잔소리인데 차라리 이런 책들을 사줘야겠다. 안 볼 가능성도 높지만. ㅎ

 

<3배속 살림법>은 털뱅이로 유명한 블로거가 일상에서 쉽게 할 수 있는 수납과 살림법을 알려준다. 물건이 많은 집이면 유용하다. 여러 수납박스를 많이 써서 미니멀리스트라면 조금 반기지 않을 수도 있다.

 

<진짜 기본 요리책>은 자취생이나 신혼부부에게 유용하다. 인터넷에서 찾아보지 하고 마는데 사실 재료손질이나 선택부터 초보자는 힘들어하기 때문에 이런 책 하나 있어도 유용하다.

 

<생활도감>은 도감 시리즈 모으면서 사본 건데 일상에 유용한 팁이 가득이다. 특히 책에 나오는 대로 아이들 데리고 가지 않고 혼자 옷 사러 갈 때 소매 세 뼘, 몸통 두 뼘, 길이 세 뼘 이렇게 재어가서 사면 사이즈 실패를 줄일 수 있다.

 

<1인 가구 살림법>은 도서관에서 잠시 훑어보았는데 신혼이나 자취생에게 유용하다.

 

<이 놈의 청소는 해도 해도 끝이 없어>는 몇 년 전에 친환경 청소 제대로 해보려고 샀는데 역시나 실천이 따라야 한다.

바지런하게 청소 스케줄 짜고 청소 도구 잘 관리하고 열심히 실행하는 페코 님 그저 리스펙!

한국이나 일본이나 유명 블로거 되기가 쉬운 일은 아니다.

 

<타니아의 작은 집>은 물건 고르는 법이나 공간을 대하는 태도를 배울 수 있어 좋았다.

 

학교 다닐 때도 공부를 직접 하기보다 공부법 책이나 문제집 사들이기에 열중했듯이 지금도 직접 청소하고 요리하고 정리하기보다 책을 더 많이 봐서 문제다.

 

이중에서 몇 권은 신혼인 사촌과 동생에게 선물해야겠다.

 

 

 

 

  

 

 

 

 

 

 

 

 

 

 

 

 

 

 

 

 

 

 

 

 

 

 

 

 

 

 

<인생에서 너무 늦은 때란 없습니다>는 이모께 선물로 드렸다. 책을 좋아하시는 분이지만 드리고 나니 나이도 더 적은 내가 어른에게 드리기엔 좀 그런 책 같기도 하다.

 

사노 요코 에세이가 더 좋았을 듯도 하다는 생각도 든다.

 

마스다 미리는 진작에 졸업했는데 최근에 <차의 시간>을 알라딘 굿즈 요건 맞추려고 샀다가 역시 후회했다. 조만간 팔아야겠다. 정말 마스다 미리는 동어반복 자기 복제가 심각한 수준이다.

 

마스다 미리 에세이 중에는 <엄마라는 여자 아빠라는 남자>라는 에세이가 그중 나았다.

 

 

 

 

 

 

 

 

 

 

 

 

 

 

 

 

 

 

<나미야 잡화점의 기적>은 순전히 알라딘 굿즈 골덴가방 때문에 구매.

 

<위저드 베이커리>도 크리스마스 담요 때문에 구매.

 

새해에는 견굿즈생심을 버리고 생민 정신으로.

 

책은 우연히 도서상품권이 생겨야 사는 걸로 정하든가 해야겠다. 

 

앞의 소설들도 책을 좋아하는 주변 사람들에게 나누어주기에 유용한 따뜻한 소설들이다.

 

 

이렇게 적어는 봤지만 사실 책 선물은 참 어렵다.

 

오래 봐왔어도 그 사람이 그 책을 좋아할지는 미지수이고

또 요새 책 읽을 여유가 있는지 알 도리가 없다.

 

 

 

 

 

 

 

 

 

 

 

 

 

 

 

 

이따 가면서 읽을 책이다.

짐작한 대로의 이야기들이 있고 역시 자기 복제적인 면도 있지만

후반부에 좀더 새로운 이야기가 있을 것으로 기대하며 읽어보련다.

 

글을 잘 쓰려면 문장보다 문단에 주목해야 한다는 주장에 동의한다.

 

*

 

내가 인터뷰를 해본 거의 모든 사람과 달랐던 점은 수전이 문장이 아니라 정연하고 여유로운 문단으로 말했다는 사실이다.

 

수전 손택은 뛰어난 작가이기도 하지만 뛰어난 인터뷰이이기도 하다. 그녀는 글을 쓰듯이 말했고, 말을 하듯이 글을 썼다. 수전 손택은 문장의 아름다움보다는 논리적인 아름다움을 선택했고, 깔끔한 말보다는 계속 조정되고 조율되는 말투를 사용했다고 한다. 생각해보니, 내가 SNS를 사용하지 않는 또 하나의 이유가 바로 '문단을 나눌 수 없기 때문'이다.

 

<무엇이든 쓰게 된다>, 87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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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이달 2021-09-28 01:06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고맙습니다

어둔밤꿈꾸는임 2023-01-15 08:21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올해목표가 가정을 잘 돌보는 것인데 소개해주신책들로 한번 도전해봐야겠어요 감사합니다!
 

 

 

 

 

 

 

 

 

 

 

 

 

 

 

 

 

지난 열흘간 정말 많은 일이 있었고 이제는 그래도 다행히 집이다.

 

난 내가 아이를 키우고 있고 그럭저럭 사회 안에서 기능하는 어른이라고 생각했는데 별로 그렇지도 않았다.

 

아직도 허둥대는 아이같이 어쩔 줄 모르며 지난 열흘을 보냈다.

 

<어른이 된다는 서글픈 일>은 이런 상황 속에서 읽어낸 책이다.

 

전작 <아직, 불행하지 않습니다>와 많은 부분이 겹치기도 하면서 약간은 다른 내용이다. 쓸쓸하고 서글프다가도 후반부에는 그래도 작가 참 대견하구나, 절로 미소를 짓게 된다.

 

가난한 가정은 왜 이다지도 서로 닮아 있는지, 우리 집안 사정도 비슷한 부분도 있다.  

 

어떤 방향이나 지향 없이 그저 열심히만 사는데 참 안 풀린다. 가난한 부모 세대가 자식을 열심히 키워 교육을 받게 하면 그 과정에서 서로 엄청난 정서적 거리감이 생겨난다.

 

서로를 이해할 수 없고 심지어 미워하게 된다. 아버지 세대는 내가 너를 어떻게 키웠는데 하게 되고 자식 세대는 내가 이 풍요의 세상에서 얼마나 혼자 괴로워하며 컸는데 하면서 서로를 원망하게 된다.

 

'보통'이라는 닉네임같이

어려운 가정에서 자라는 청소년기에 남들만큼은 살겠다는, 혹은 살고 싶다는 마음을 품을 수 있다.

그러나 곧 남들만큼 살기가 얼마나 어려운지 깨닫게 된다.

 

사실 '중상층'의 삶으로 대변되는 '보통'이나 '평범'이 얼마나 높은 기준인지 가랑이 찢어지게 달려보고야 알게 된다.

 

P.76 : 타임머신이 있어 그 시절의 나를 만날 수 있다면 말해주고 싶다. 수능을 마친 시점에서 생각하는 것만큼 너는 쉽게 불행해지거나, 순순히 행복해지지 않을 거라고. 인생은 그저 맥락 없이 흘러갈 뿐이다

 

지나고 보니 그런 듯하다.

 

행불행은 순순히 찾아오는 게 아니고 마음의 어떤 상태일 뿐이라는 것.

 

그리고 행불행이란 게 노력한다고 크게 달라지지 않는다는 것.

 

행복을 노력을 통해 얻으려는 것 자체가 모순이라는 것.

 

 

<태풍이 지나가고>는 참 힘들 때 병실에서 틈틈이 읽었다. 병실 생활을 작년에도 해보았지만 이번은 정말 여러 가지로 힘들었다.

 

<태풍이 지나가고>도 '어른이 되어가는 것'에 대한 이야기이다. 누구나 어릴 때 바라던 그런 멋진 어른이 되는 것이 아니다. 시시하고 하찮은 뭔가가 되었더라도 그게 바로 나다.

 

도박과 허랑함이라는 아버지의 단점을 그대로 바보같이 답습하고 마는 어리석은 사내의 이야기가 담겨 있다. 부모와 자식은 유전자만이 아닌 생활습관, 패턴 면에서 무서우리만치 닮아 있다. 장점만이 아니라 단점까지도 빼다박은듯 닮게 된다.   

 

그저 매서운 태풍이 지나가고 난 다음 보게 될 하늘이 맑게 갠 하늘이면 좋겠다는 작은 바람을 품어본다.

 

어찌되었든 겨울이 가고 봄이 오기를 간절히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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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제는 11시 정도에 잠들어 5시에 일어났다. 딱 좋구나.

 

중간에 한번 깼지만 일어나지는 않았다. 아침에 일어나서 제일 먼저 엄마가 어느 정도이실지 염려되었고 동생 결혼식이 다가와 할일들을 점검해보았다. 이사갈 집 평면도를 주면 세탁기 둘 곳도 보고 세탁기를 사주기로 해서 틈나면 세탁기를 구경하고 있다.

 

어제 도서관에 딸아이 방학독서교실을 신청해둔 게 있어서 거기 들여보내고 아들이랑 책을 읽었다.

 

우연히 집어든 <내가 내일 죽는다면>은 흔한 미니멀리즘 책인 줄 알았는데 '데스클리닝'에 대한 책이었다. '데스클리닝'은 죽음을 염두에 둔 정돈이다. 이사라든가 사별 등으로 집 규모를 줄여갈 때에도 적용된다. 살아 있을 때 자신이 손수 하기도 하고 미처 이것을 못하고 떠난 가족의 유품을 정리하는 것도 해당된다.

 

학교 다닐 때 사적인 일에 대해서 별로 얘기하지 않으셨던 어떤 선생님이 몸이 아파 쓰러졌을 때 제일 먼저 아침에 입은 팬티가 너무 낡아 어쩌지 하고 의식을 잃으셨다고 하신 말씀이 기억난다.

 

<혼술남녀>라는 드라마에서 노량진 학원강사가 어머니 유품을 정리하다 옷이 낡은 걸 보고 슬퍼하는 장면도 떠오르네.

 

남은 사람들 슬프지 않게 매일 쓰는 물건이나 옷은 멀쩡하고 정결한 걸로 남기고 자주자주 버려야겠다.

 

정리하기 제일 쉬운 품목은 역시 옷이다. 하지만 누군가는 이것이 무척 힘들 수 있다. 뭔가 세련되고 나아진 내가 되는 듯한 느낌에서 옷을 충동구매하는 비율이 높다고 한다. 따라서 옷을 정리하기가 그나마 수월한 것이다. 옷을 사느라 들인 품과 시간과 돈을 생각하면 속은 좀 쓰리겠지만.

 

책 역시 마찬가지.

뭔가 이것만 더 읽으면 좀더 나은 삶이 되지 않을까 하는 기대에서 자꾸 사들이는데 결국 크게 바뀌는 건 없다. 세월 보내기 좋아 읽는 것이지.

 

어제는 아이들 교과서와 문제집을 한참 정리했다. 교과서는 정말 학교에 비치해두고 게다가 잘 쓰지도 않아 국어, 수학, 수학익힘을 제외하고는 1년을 써도 새 책 같다. 우리나라 교과서 질이 너무 좋다. 거의 워크북 개념으로 해서 질을 좀더 낮추어도 될듯하다. 디지털교과서에는 아직 호의적이지 않다.

 

문제집도 부끄럽지만 안 푼 것도 많고 게다가 겨우 2년 터울인데 개정되어 거의 다 버려야 한다.

추억에 젖어 전과도 사고 그랬는데 학습지 사이트에 가면 교과서 본문을 제공하는 데도 있으니 고만 사야겠다. (아이스크림 홈@-유료회원 아니어도 교과서 보임)

 

기록물에 대한 정리도 필요하다는 데에 공감한다. 사후에 가족들이 봐서 좋을 게 없는 기록이나 민망한 내용의 물건이나 책에 대한 정리도 필요하다. 여기저기 노트에 힘들었던 일이나 주변 사람들에게 서운했던 것들을 잔뜩 적어두고 보란듯이 펼쳐두고 가는 건 좋지 않다.

 

진정한 어른이라면 모두 다 말하지 않고 묻어두고 조용히 가는 것도 필요하다.

 

잠시 이런저런 공상 중에 약속한 시간이 되어 나가보니 딸아이가 울고 있다. 11시에 약속해 만나기로 했는데 내가 전화를 안 받는 바람에 울고 있었다. 프로그램은 12시에 마치는 데 중간에 나온다는 말을 하기 힘들어 내가 빨리 들렀어야 했는데.

 

피아노학원 시간과도 안 맞고 같은 학교도 아닌 다른 학교 애들과 있는 것도 어색했고 여러가지로 안 맞았는지 울고만 있어서 내일부터는 하지 않아도 된다고 했다. 그리고 2학년이니 중간에 가봐야 한다는 이야기 정도는 할 수 있어야 한다고 했다. 그런데 생각해보니 어른인 나도 그런 상황이면 말할 타이밍 잡기 힘든 것이다.

 

그보다 일단 독서교실 학생이 너무 많고 낯설었다는 게 소심한 딸아이는 제일 힘들었던 듯하다. 짜장면을 먹으러 가서야 진정이 되었다. 마성의 짜느님, 탕슈느님.

 

울다가 웃다가.

탕슉 취향마저 부먹 찍먹으로 갈리는 아들 딸 사이에서 타협점을 찾기 힘드네.

 

 

 

 

 

 

 

 

 

 

 

 

 

 

 

 

음식이 나오길 기다리며 아들은 <용선생 만화 한국사>를 보고 딸은 <봉봉 초콜릿의 비밀>을 보았다.

 

<용선생한국사>도 있고 한국사 책만 거의 한 줄인데 이 책도 사고 싶어 했다. 많다고 고만 사자고 했다. 원래 초급 한국사 시험을 보려다 관두기로 했다. 한자급수 시험도 그렇고 한국사도 그렇고 인증되는 시험은 그게 진짜 인증이 필요할 때 보려고 한다. 진짜로 알고 있는지가 중요한 것이니까. 

 

 

독서교실 소동으로 피아노학원 가는 게 늦어졌지만 덕분에 나는 오후에 애들 학원 간 사이 그래도 한 시간 정도는 혼자 있게 되었다. 이제 손이 많이 가지 않기는 하지만 그래도 엄마도 혼자 있는 시간이 필요하긴 하다.

 

이런저런 잡다한 일을 처리하고 동네산책을 하며 딸아이가 교실 장터에서 사온 '꾀돌이' 찾아 삼만리.

 

집에서 좀 떨어진 문구점에서 찾아내 열 봉지나 사오니 정말 좋아한다.

 

아들은 베이블레이드 팽이를 무려 배틀씩이나 한다고 멀리 친구네로 원정을 나가고 딸이랑 이런저런 정리하고 저녁하다보면 오후도 흘러가버린다. 저녁 먹고 책보다 뒹굴하다 밑도 끝도 없는 이야기를 하고 씻고 하다보면 잘 시간이다.

 

이제 애들도 초등 고학년이니 열 시 정도에 자도 될듯하다. 어제는 거의 열 시 반에야 잤지만

방학이니까 그럴 수도 있지.

 

수면시간이나 질에 너무 집착하지 말아야겠다.

 

역시 돌아다니고 일을 많이 한 것이 꿀잠의 비결.

 

운동은 하고 싶은데 뭔가 어디에 가서 사람들과 부딪치며 해야 하는 운동도 번거롭고 두렵다.

체육관 알레르기, 짐GYM 공포증이 있다.

 

아이들과 집에서 운동 (보통 홈트라 하죠? 얼마 전에 누가 말하는 데 네에 홀트요? 홀트를 어떻게 한다는 거예요, 라고 함) 하거나 봄 되면 배드민턴을 꾸준히 치든가 해야겠다.

 

 

오늘은 동네에서 좀 떨어진 도서관에 가서 <아우스터리츠>를 좀 읽고 싶다. 빌려만 두고 통 펴보질 못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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