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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글에는 스포일러가 포함되어 있습니다.

 

 

 

 

 

 

 

 

 

 

 

 

 

 

 

 

통 읽을 수 없는 날들이 있어서 뒤늦게 이런저런 영화들을 보았다.

 

정말 오래 전부터 보고 싶었던 <벌새>가 특히 기억에 남는다. 

벌새의 움직임같이 오래 공을 들여 만든 작품이 맞았다.  

 

나와 같은 세대인 현재 30대 후반-40대 초반이면 충분히 공감할 수 있는 1994년 이야기이다.

기이하게 더웠고 하루하루가 특별할 것은 없는데

사회적으로 굵직한 사건들이 많이 터졌던 1994년.

 

영생할 것 같았던 김일성의 사망 소식도 충격이었지만, 뉴스에서 두 동강 난 성수대교를 보고 엄청나게 충격받았던 것은 아직도 생생하다. 그 당시 부천에서 시청까지 지하철을 타고 통학 중이었는데, 내가 지나고 있는 이 다리도 어쩌면 무너질 수도 있겠구나, 하는 불안감이 들었다.    

 

다리가 저렇게 속절없이 무너지는데

내신 유지한다고 이렇게 아등바등 사는 게 무슨 의미냐고 유치하게 끼적이기도 했다. 

 

*

 

막연하게 그래도 유년기를 어느 동네 어느 아파트에서 보냈으면 유복하게 상처없이 자랄 수 있지 않을까, 하고 단편적으로 생각하는 게으른 버릇이 나에게 여전히 남아 있어 처음에는 몰입하기 힘들었다.

 

어릴 때 집이 아닌 방, 방이 아닌 칸에 다름 없는 공간에 살았던지라 은희의 가정환경, 경제적으로 중상층 이상에 양친 모두 살아 계시고 한문 서당을 다닐 수 있고 유행하는 컬러풀한 가방을 메고 있는 것이 먼저 눈에 들어왔다. 

 

다 보고 나니 그런 것보다는 어릴 때 윗학년 언니를 동경했던 기억, 친구들 사이의 미묘한 균열, 중학교 시기의 막연한 불안은 누구나 같았겠구나 하는 생각이 든다. 

 

그리고 나는 겪어보지 못한 종류의 폭력에 충격받았다. 그 시대에 여동생이 오빠에게 저 정도로 맞는 건 꽤 있었던 일이구나. 오빠가 있는 친구들에게 부럽다고 하면 라면이나 끓여오게 하고 맞았고 놀림 받았다는 게 사실이었구나.

 

은희는 집안에서 자질구레한 심부름을 도맡고 있고 오빠의 폭력에 속수무책으로 당할 수밖에 없다. 저녁을 먹는 자리에서  오빠가 때렸다고 말하는데도 엄마는 싸우지 좀 말라고 일축해버리는 정도이다. 엄마 아빠는 생계로 바쁘고 학원 가는 오빠에게 밥을 차려주는 게 이상하게 은희의 몫이 되어버렸다.

 

은희의 아빠는 꽤 성실하게 가게를 꾸려 가족들이 경제적 불편 없이 생활하게 하지만 상가에서 방앗간을 운영하며 겪는 스트레스를 가족들에게 거친 방식으로 토해내기도 한다.

 

아빠나 오빠에 대한 묘사가 이 수준에 그쳤으면 은희가 너무 가여웠을 것이다.

은희의 수술을 앞두고 아빠가 어린아이같이 펑펑 울어버린 장면이 좋았다.

 

그 당시의 아버지들은 적절하게 말로 위로해주는 방법을 잘 몰랐고, 너무나 걱정되면 감정이 극에 달해 저런 식으로 표현했던 것이다.

 

 

**

은희가 단지에서 엄마를 크게 부르는데 엄마는 듣지 못하고 허공을 응시하며 앞으로 앞으로 가던 장면도 기억에 남는다. 은희는 이 정도 거리라면 들리겠거니 하고 엄마를 애타게 부르지만 엄마는 듣지 못한다. 어릴 때 누구나 한번은 경험했을 법하다.

 

엄마가 외삼촌 장례를 치르고 집에 와서 누워 있는데 발꿈치가 건조하고 갈라져서 스타킹 올이 다 나가 있는 것도 자주 봤던 장면이다. 중년이면 생계와 집안 대소사로 자신을 잘 돌보지 못하기에. 

 

 

***

은희가 작은 의원에서 나이든 의사 선생님에게 진료를 받을 때 관객들 중에는 혹시 은희에게 무슨 안 좋은 일이 일어나지 않을까 긴장했다는 것을 영화를 보고 나서 기사로 읽었다.

 

신기했다.

나 역시 그 장면에서 의사 선생님이 은희 목덜미로 손이 갈 때 긴장했으니까. 

 

나중에 그 의사 선생님은 은희가 오빠에게 맞아 고막이 찢어졌을 때 조심스럽게 진단서가 필요하면 말하라고 한다. 예전 동네에 있을 법한 적절하게 무심한 의사 선생님 연기도 좋았다. 어릴 때 자주 가던 동네 서점 아저씨 분위기였다. 아이들을 좋아하긴 하는데 과장되게 다정한 게 아니라 딱 필요한 만큼의 도움을 줄 수 있는 분.

 

영지 선생님도 그런 분이라 좋았다. 아이와 다기를 앞에 두고 앉아 아이의 이야기를 경청할 수 있는 어른이 그 시대에는 많지 않았다.

 

영지 선생님은 수업을 할 때도 과도하게 열정적으로 하는 것이 아니라 이야기를 건네듯이 자연스럽게 아이들에게 다가간다.

 

얼굴을 아는 사람은 많지만 마음을 나누는 이는 얼마나 되겠는가, 였던가?

 

영화를 보고 잠시나마 마음을, 순간을 나눈 기억을 떠올려본다.

 

지금은 만날 수 없는 사람들이 많다.

거의 그렇다고 할 정도이다.

 

연락처도 있고 SNS로 어느 나라에 다녀왔는지 어제 점심에 무얼 먹었는지 확인할 수 있는 사람이지만 쉽게 연락할 수 없는 그런 사이가 되어버린 사람들에 대해 잠시 생각했다.

 

이 영화는 신기하게 누구에게 보라고 쉽게 권할 수는 없는데

혼자 있으면 자꾸만 생각이 난다.

 

중학교 2학년 때 엄청나게 더웠던 여름날

갑자기 생리가 시작되었는데 허리가 끊어질듯이 아픈데도

같이 집에 갈 사람이 없었던 날이나

 

그 추운 겨울에 기말고사를 망치고 친구와

비를 엄청 맞고  걸어다녔던 날이 떠오른다.  

 

그냥 그 때를 떠올리고

마지막에 무리들 사이에서 초연하게 서 있던 은희같이

혼자 뿌듯하면 되는 거다.

 

사족이지만

영화음악도 엄청나게 좋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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처음에 제목과 발랄한 표지만 보고 미니멀리즘 책인줄 알았다. 사기병(사들이는 병)을 극복한 경험이 나오나 싶었는데 위암 4기라고. 그래서 4기병이고 믿을 수 없는 내 인생의 사기 같은 병이라는 의미로 사기병이라니 ㅜ.ㅠ

 

인스타를 정주행하며 울다가 웃다가 했다.

 

가끔 기분 부전이 심할 때면 애들이 어느 정도 크면 떠나도 되는 걸까, 이런 생각을 한 적도 있는데 아이가 초등학교 들어갈 때까지 군대 가는 걸 볼 때까지 하면서 의지를 다지는 작가님을 보고 나니 이런 생각들은 아무리 우울한 날이 왔을 때라도 떨쳐내야겠다는 의지가 솟는다.

 

진부한 문장이지만 나의 오늘은 누군가가 그토록 바라던 내일 맞나 보다.

 

병의 무게에 짓눌리지 않고 가족들과 차분하게 일상을 이어가는 것을 덤덤하게 이야기하시니 더 마음이 아프다.

 

분식점을 운영하시면서 먼거리를 오가며 딸을 살피는 어머님, 푸쉬킨의 시를 찾아보라고 하신 무뚝뚝한 경상도 남자이신 아버님, 표현은 부족하지만 아내를 무척 사랑하는 것이 분명한 남편분, 천진한 건오까지 모두 행복하셨으면 좋겠다.

 

책이 출간되었다는 기사에서 작가님 아들 건오가 왜 건오인 줄 아세요?

엄마 건강하게 오래 살라고 건오라고 쓴 댓글을 보고 뭉클해졌다.

인스타 피드나 댓글에 병을 극복하신 분들이 달아주신 댓글 읽으며 훌쩍

 

그런데 가끔 작가님에게 암으로 세상을 떠난 가족들 이야기를 하신 분들이 있다니 그것은 새삼 충격으로 다가온다.

 

그분들의 절절한 마음은 어느 정도 짐작이 되지만 희망적인 사례만 들어주고 용기를 주어야 할 시기라는 생각이 든다. 최근 게시물을 보니.

 

며느라기 작가님 <3그램>은 아주 오래전에 보았는데 이 작품을 보니 다시 생각이 났다.

 

어제 미사를 드리며 작가님과 질병으로 고통받는 분들을 위해 짧게 기도했다.

 

그저 잠시라도 덜 아프길.

몸은 고통 속에 있지만 영혼만은 평안하기를.

 

 

 

 

 

 

 

 

 

 

 

 

 

 

 

 

정신질환계의 암인 '조현병'에 대해 아들을 병으로 잃은 아버지가 쓴 책인데 읽고 싶기도 하면서 읽을 생각을 하니 두렵기도 하다.

 

가까이에서 비슷한 질병을 앓는 것을 고통스럽게 지켜본 적이 있어서 두렵다.

 

사람들은 백혈병에 걸린 아들을 둔 엄마는 동정하지만, 정신질환을 앓고 있는 아이를 둔 엄마는 비난한다.  양육과정에 무슨 문제가 있지 않았냐고 하면서.

 

조현병에 걸린 사람들이 범죄를 일으키는 비율은 일반인과 비교했을 때 높지 않다고 하는데 일반에게 이 병은 곧 범죄 이미지와 연결되어 환우와 그 가족들은 큰 상처를 안고 살아간다.

 

어릴 때 좋아했던 시인 최승자 님도 이 병으로 오랫동안 투병 중이시라는 걸 최근에야 알았다.

 

병원에서 약과 밥을 잘 먹으면 나아진다고 말씀하신 시인님의 깡마른 최근? 사진을 보니 마음이 더 아프다. 약과 밥 잘 챙겨드시고 오래오래 좋은 시를 많이 써주시면 좋겠다.

 

 

 

 

 

 

 

 

 

 

 

 

 

 

 

 

 

 

이 책은 한참 지난 생일에 딸에게 받은 책인데 최근에야 다 읽었다.

 

파란 상자에 내가 좋아하는 아몬드빼빼로와 클레이로 만든 손바닥 만한 케이크 그리고 이 책이 들어 있었다.

 

선물 받고 싶은 게 있냐고 물어서 책 제목을 말하니 기억해두었다가 동네 서점에서 샀고 내가 안 볼 때 미니 케이크를 만든 것이다.

 

케이크 크기 대조하려고 찍어둔 사진이 있는데 케이크 사진만 남았다.

 

실제로 보면 정말 작은 이 케이크를 공들여 만든 딸아이 생각하니 눈물이... 하는데 진짜 울어버린 어느 아침을 생각하며 기운내는 요즈음이다.

 

 

 

 

 

이름은 우리의 정체성이랄지 존재감이 거주하는 집이라고 생각해요. 여기는 뭐든지 너무 빨리 잊고, 저는 이름 하나라도 제대로 기억하는 것이 사라진 세계에 대한 예의라고 믿습니다. -p.17

 

다 읽어보니 정말로 생일에 받기 좋은 책이었다.

 

내 본디 성품과는 다르게 너무나 거룩한 의미를 담은 이름이라 늘 부담스럽기는 하지만

하루하루 이름처럼

 

그렇게 어질게 살아야겠다고 다짐해보지만

 

 

 

 

집만 엄청 어지르고 있다.

 

어질 인  아닌

어지를 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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hnine 2019-10-14 12:08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유명베이커리에서 파는 특대 사이즈 케잌에 비할까요.
조물조물 케잌을 만드는 손, 그 손 주인을 뚜유님이 낳고 키우셨네요.
지났지만 생일 축하드려요.
조해진의 저 책은 호평 기사를 몇군데서 봤어요. 사기병 저 책도 소개글을 봤는데 읽기도 전에 마음이 뭉클뭉클하더라고요.
진짜 울어버렸다는 뚜유님. 몸이 건강하다는 것만으로도 기운내고 오늘을 살아보기로 해요!

뚜유 2019-10-15 06:26   좋아요 0 | URL
제가 단 케이크를 안 좋아해서 애들 먹는 초코 케이크만 사주거든요. 그걸 알고 딸이 만들어주어서 정말 감격했어요.
조해진 님은 제작년 정도부터 읽기 시작했는데 담담하고 우직하게 갈 길 가시더라고요. 애들 미취학기에 책을 거의 못 봐서 읽을 것이 쌓여 있어 좋아요.
사기병 작가님과 병에 걸린 많은 분들 생각하면 ㅜ.ㅠ 아직은 건강한? 제가 감정의 사치를 부릴 때가 많은듯해요. 우울감, 허무 이런 것도 몸이 젊을 때나 즐겨야지 중년에 접어들면 긍정 뿜뿜하게 살아야 할듯해요 ^^
 

 

 

 

 

 

 

 

 

 

 

 

 

 

 

 

 

 

언제나 미니멀 라이프는 숙제로 다가온다.

 

나름대로 아끼며 살고 물욕이 크게 없다고 생각했지만, 집을 정리하다 보니 버릴 것들이 가득이다.

 

추석 전부터 시작해서 거의 전문 가사도우미 수준으로 수업이 없는 날마다 열심히 버리고 치웠더니 경비실 아저씨가 요주의하는 인물이 되었다. 몰래 재활용이 안 되는 걸 버리거나 대형 폐기물 두고 가는 사람이 많아서 그런가보다. 난 물론 꼬박 돈 주고 버렸다. 며칠 전에는 선물 받아 두기만 한 대형 곰을 버렸는데 버리는 데만 삼천원이 들었다.

 

1. 주방 편

 

주방을 정리하다 보니 진짜 텀블러와 컵이 너무 많아서 오래되었거나 잘 쓰지 않는 것은 버리기 시작했다. 버리다 보니 알라딘 굿즈도 상당수 포함되어서 앞으로는 정말 취향 저격인 머그라 해도 절대 고르지 않을 것이라 다짐했다. 단순히 머그만의 문제가 아니라 금액을 맞추려고 대강 어림짐작으로 산 책들도 짐으로 남기 때문이다. 두고두고 마음에 남는 굿즈라면 차라리 매장 가서 사오는 게 낫다는 결론을 내렸다.

 

식품류는 내가 사지 않고 받아온 것들, 건강식품, 요상한 가루 류는 거의 다 쓰레기통으로 직행인듯하다.

 

내가 산 것 중에 버린 것은 김밥 싸고 남은 김 ㅜ.ㅠ

뭉치가 다수 나와 반성했다. 눅진 김 활용법이 있지만 안 먹을 것을 알기에 과감히 버렸다. 앞으로 체험학습 김밥은 차라리 동네 바르다 @선생 등에서 사서 보내기로.

 

체험학습 도시락과 관련해서 예쁘게 도시락 쌀 수 있게 하는 도구들도 이제는 예쁜 쓰레기들.

유아나 저학년 때에 리락쿠마 유뷰초밥이나 비엔나 문어, 메추리알 돼지 이런 거 했던 도구들.

다행히 동생이 아기를 낳아 조만간 어린이집에 갈 날이 올 테니 부피를 많이 차지하지 않는 건 그냥 두기로 했다.

 

식품 관련해서 정리하다 보니 우리집 식재료 소비 패턴이 보인다.

 

딸아이에게도 엄마가 해주었던 것 중 좋은 것 중간 싫은 것으로 분류해 목록을 만들어 달라고 했다.

 

 

 

아들의 경우는 목록 해주는 것이 귀찮은지

엄마가 나를 그렇게 보고도 모르냐고

고기, 단짠, 면

이렇게 외친다. ㅋ

 

2. 문구, 미술용품, 교재

 

아이들 공부방 미술도구와 필기류 정리하다가 진짜 던질 뻔했다. 진짜로 이 구역은 내가 산 건 많지 않지만 선물받고 물려받은 것이 모이다 보니 화방이나 알파를 방불케 했다. 뜯지 않은 크레파스만 두 박스에 터둔 것이 서너 박스.

 

아이들이 상으로 타온 저렴한 문구류 세트나 필통 등이 거의 쓰레기통으로 직행

나눔할까 하다가 번거롭기만 해서 그냥 거의 버렸다.

 

내가 누군가에게 뭔가를 주면 그게 마음의 빚이 되어 그도 역시 내게 다시 물건을 안기는 악순환이 지속되므로.

 

중고로 파는 것 역시 스트레스.

 

판매자는 자기가 구매한 가격 위주로 상품의 질을 평가하는 데 비해 구매할 사람은 상품의 마모된 부분만이 생생하게 들어온다. 그리고 물건을 실제 쓴 사람은 자신의 눈에 물건이 익기도 했고 비싸게 주고 샀다는 생각이 작용해 가격을 내리기 쉽지 않다.

 

문구류 펜이나 기타 용품은 진짜 예전에 아이 로봇과학 공구상자에 가득차게 색연필, 볼펜, 네임펜, 컴싸 등이 모여서 앞으로 대입 몇 수를 한다 해도 다 못쓸 분량이라는 결론을 내렸다.

 

교재 등도 전과 등은 아이스크림 홈런 무료 회원이기만 해도 볼 수 있고, 각 과목별 문제집도 잘 안 풀고 버리게 되는 듯해 수학 정도만 사고 나머지는 통합본으로 단원 대비 중심으로 사도 될 듯하다.

 

학습 관련 책이나 잠수네 이런 류도 열성 엄마가 아니라 활용이 안 되니 팔 예정이다.

 

3. 화장품과 약품류

 

화장품은 엄마나 동생이 보기 안스럽다고 사준 게 유통기한이 지나 쓰레기통행

사오지 말라고 아무리 말을 해도 듣지 않으니 문제다.

 

약품은 애들 어릴 때 비상시로 대비해둔 종합 감기약, 해열제, 소화제,  한두번 쓴 연고들이 모두

쓰레기통행. 전에 아주 외진 곳에 살던 기억이 있어 그런 건지 왜 이리 쟁였나 모르겠다.

 

이제는 집 앞에 대형약국이,  집에서 십분거리에 대학병원이 있는 곳에 사니 진짜 미리 사들이지 말아야겠다.

 

4. 도서

 

정리에 정리를 한다고 하는데도 제일 문제인 구역

진짜 우리집 거실의 두 면을 차지하고 공부방 한 면, 컴퓨터방 한 면, 안방 구석 여기저기 널린 책들을 어찌할지.

 

일단은 알라딘 구매와 도서관 대출을 잠시 중단하기로 했다. (그러고도 아들이 너무 보고 싶은 책이 있고 김금희 작가 신작이 나와 다시 구매함 ㅜ.ㅠ)

 

꼭 필요한 문제집이나 너무 보고 싶은 책은 동네 서점에서 구매하기로 했다.

 

작년과 올해 초반에 독립서점 순례도 무지 했는데 그것도 잠정 중단하기로 했다. 독립서점에서만 살 수 있는 책이라 산 건데 생각보다 별로이고 내 개인 기준으로 소장 가치가 크지 않은 책들도 많았다.

 

그리고 서점을 다니다 개인 카페 순례로 이어져 차값 지출도 상당해서 당분간 다니지 않기도 했다.  

 

5. 의류

 

의류 역시 진짜 왜 이리 물려받고 사들이고 한 건지.

 

물려받아도 입을 게 없는 건 애들에게 미묘하게 안 어울리고 안 맞아 결국 버리게 된다.

고학년이라 취향이 생겨 안 입기도 한다.

 

물려받을 당시 마음의 빚이 남아 선물로 뭔가 사드려야 하니 그것도 마땅치 않다.

 

내옷은 사실 별로 버린 게 없을 정도로 자주 버렸는데 그 중에서도 동생이 입다 주거나 두고 간 것을 거의 다 버리게 되었다.

 

 

옷은 이제 내 취향이나 체형을 어느 정도 알기에

자주 사지도 않고 버리는 것도 덜하다.

 

 

 

*

짐을 정리하다 보니

나에게 어떤 욕구가 있었는지 뻔히 보여 부끄럽다.

 

예쁘게 살고 싶었구나.

그저 예쁘게.

 

그래서 그렇게 복잡해진 거야.

 

그냥 흐르는 대로

생긴대로

투박하게 지내봐야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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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주에 모임에서 <유열의 음악앨범>을 보러 가자고 해서 별생각 없이 보게 되었다. 사실 이 영화보다는 벌새가 보고 싶었지만, 따라가서 보게 되었다. 정지우 감독 영화인지도 처음에는 모르고 봤다.

 

실은 요즘 대세인 정해인 배우가 나오는 멜로 영화라길래 큰 기대는 하지 않았다. 김고은 배우가 나온다니 그건 좋았다.

 

결론부터 말하자면 영화 보면서 줄줄 울었다. 내가 이런 멜로?를 보며 울 줄이야.

 

옆에 앉은 분이 이제 막 친해지기 시작한 새 회원이라 무지 당황스러웠다. 이분만 아니었다면 오열을 했을 수도.

 

줄거리는 단순하다. 94년에 75년생인 미수와 현우가 처음 만나  몇 년의 간격을 두고 만남과 헤어짐을 반복하는 이야기이다.  너무 우연에 기대어 개연성이 떨어지고 전개가 느슨하다, 통칭 노잼 영화라는 평이 난무하고 있다.

 

잘 봤다는 분들은 다 나처럼 70년대 중후반에 태어난 분들.

 

그 세대가 한 번은 들어본듯한 가요들과 통신 기기들이 등장한다. 노래를 듣고 각 시대의 메신저를 떠올리며 아, 나도 전에 저렇게 엇갈린 적이 있지 이런 상념에 젖게 된다.

 

삐삐를 차고 대학에 들어가 벽돌폰과 시티폰을 거쳐 폴더폰으로 가던 시기. 세기말 감수성으로 첨단 기기를 조작하며 살고 있지만 구제금융의 여파를 온몸으로 겪으며 가장 춥고 쓰라린 20대를 보내던 그때가 아련하기만 하다.

 

응답하라 시리즈가 나오면서 이제는 박제가 된 듯 내 고유의 기억마저 희미해져 간다.

조금은 분명이 다른 구석이 있는데 왜 저랬을 거라고 생각하는 거지.

특히 뭔가 공동체 정서가 남아 있던 시기라고 묘사하는 부분들이 나는 많이 낯설고 어색하기만 하다. 그 즈음 운동권이 쇠퇴하고 학부제가 도입되어 엄청 개인화 파편화되던 시기였는데 나만 빼고 다들 저렇게 즐겁게 대학에 다닌 것일까.

 

20대 초에 세상에 태어나 먹을 수 있는 김밥은 다 먹은듯하고 혼밥은 일상이었던 내 대학생활과 응답하라 시리즈를 대비해보면 너무나 다르다.

*

 

미수는 부모님을 일찍 여의고 친가족처럼 지내는 빵집 언니와 잔잔한 일상을 이어나가던 중에 현우를 우연히 만나 활력을 얻는다. 이 정도일 뿐인데 후에 둘이 몇 년 만에 만나 갑자기 집에 초대하는 것이 많이 억지스럽기는 하지만 90년대는 그럴 수도 있다고 해두자.

 

삐삐가 보급되기 시작했지만 약속은 어긋나기 일쑤였고 우연히 어디에서 마주치기라도 하면 운명이라고 여기던 그런 세대였다.

 

미수가 대학을 졸업할 무렵 잠시 비쳤던 학관과 미수가 안정적으로 취직했다고 여기며 처음 들어섰던 사보 편집부의 낙후된 모습에 그때부터 줄줄 운 것 같다.

 

늘 내 기억 속에서는 서늘했던 모교의 오래된 여러 건물을 보니 반가웠고, 졸업 후 마주한 첫 직장이 <아들과 딸> 후남이 출판사와 분위기가 비슷해 크게 놀랐던 기억이 아직도 생생하다. 기대와 다른 현실을 외면하려고 동호회를 이곳저곳 기웃거리던 시기이도 하다.

 

글자공장소녀나 무의탁이라는 익명을 쓰던 시기.

내가 후져도 이렇게 후질 수는 없다고 생각하던 시기이기도 하다. 미수는 현우가 전화를 받지 않아 약속이 깨지고 나니 지금은 후져서 만나지 않는 게 나을 수도 있다고 한다. 좋아졌을 때 보자고 했던가.

 

나도 그때는 어긋나는 인연들을 그런 말로 위무하며 넘어간 듯하다. 지금은 내 형편이, 처지가 말이 아니니 다음에 좀더 나아졌을 때 마주치면 좋겠다고.

 

퇴근하고 나서 들렀던 종로의 어학원과 낙원 상가 등 옛날 서울 모습을 보니 반갑고 뭉클해서 한참 먹먹했다. 

 

 

그 시절의 영풍이나 종로 혹은 강남 교보에서 이런저런 약속을 했던 것이 전생의 기억 같다.

 

 

 

*

 

이들이 만나고 헤어짐을 반복할 때 유열의 음악앨범이 매개가 되는데 사실 오전시간대라 이 프로그램을 학생들이 진지하게 듣기는 힘들었다. 나만 해도 제대로 들은 기억이 없다. 대개는 밤 시간대 배유정의 영화음악이 생각나는 사람들이 더 많을 듯.

 

이 영화 장르를 멜로라고 하는데 난 멜로보다는 성장과 상실에 대한 이야기로 받아들였다. 

결말은 좀 많이 아쉽다. 

<봄날은 간다>와 같이 처리하는 편이 나았을 수도 있다.

 

해피엔딩 디엔에이 탑재한 뼛속 깊이 한국인인 나이지만 미수가 보이는 라디오 음악앨범 메모만 보고 다시 온 힘을 다해 현우에게 전력 질주하는 모습은 개연성이 많이 떨어진다. 

 

사장님 차를 뒤쫓으며 절절하게 따라왔던 현우에게 "뛰지마, 다쳐"라고 했던 미수가 그렇게 절절하게 다시 뛰어오는 게 너무나 이상했다.

 

다만 느끼한 사장님을 연기한 박해준 배우님의 연기가 좋았다. 미수가 현우와 헤어지는 모습까지 귀여워하며 바라보는 시선이 탁월했다.

 

미수가 현우를 다시 만나려고 대교를 달릴 때  아줌마 마음으로 그냥 다시 돌아가, 미수야, 별거없어. 베이커리를 지켜, 하기도. ㅋ 

 

 

 

*

 

어제는 너무나 보고 싶었던 <4등>을 겨우겨우 봤다.

 

<유열의....>에서 느끼한 사장님으로 분한 박해준 배우는 4등에서는 살벌한 폭력 교사로 등장한다. 천재 선수였지만 강압적인 지도와 매가 싫어 달아났던 그는 지도자가 되어서는 자신이 그토록 싫어했던 매를 자연스럽게 든다.

 

대회에서 메달권이 아닌 4등만 하던 준호가 코치를 만나 맞으며 훈련을 강행하는 모습도 괴로웠지만 준호 엄마의 말투, 집착 하나하나가 끔찍하기만 했다. 매맞는 것보다 4등하는 게 더 싫다는 엄마. 맞는 것을 알고는 있지만 성적을 위해 외면하는 엄마.

 

정도의 차이는 있지만 이 시대에 아이를 키우며 어느 정도는 나에게도 준호 엄마의 모습이 있을 것이라 생각하니 씁쓸했다.

 

 

*

 

영화를 보고 나니 어찌 되었든 그 시절 나만의 배경음악을 만들어두고 듣게 된다.

 

음악이란 정말 신기하게도 어느 시절의 나로 잠시 데려가준다.

 

노이즈의 <상상 속의 그대>를 들으며 국철을 타고 학교로 갔던 여고생이 수십 년 후 어느 낯선 도시에서 택시를 타고 가다가 이 노래를 듣고는 잠시 고개를 뒤로 젖히게 될 거라고 상상이나 해보았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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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번 달 독서모임 작가가 '더글라스 케네디'여서 열심히 읽고 있다. <빅 픽처>로 유명한 더글라스 케네디인데, 여태 읽지 않았다가 단번에 몰입해 여러 작품을 읽어냈다.

 

처음 읽은 작품인 <스테이트 오브 더 유니언>이 인상 깊고 공감할 수 있었고 <빅 픽처>는 예상한 만큼이었다.

 

반전의 반전이기는 하지만 지나치게 슈퍼에고가 강해서 그런지(ㅋ 리얼리?) 살인으로 진정으로 원하는 삶을 살게 되나 그 살인이 발목을 잡아 다시 삶의 덫에 걸리고 마는 찜찜한 결말이 마음에 들지 않았다. 차라리 진정한 사랑을 찾고 작가로서의 꿈을 마무리한 순간 죽음을 맞았더라면.

 

<모멘트>에서도 역시 원하지 않는 삶을 꾸역꾸역 살아내는 첫사랑에 실패한 작가의 이야기가 나온다. 작가인 토마스는 젊은 시절에 진정한 사랑을 찾았지만 상대를 끝까지 믿지 못했고 자존심만 강해서 사랑을 놓친다.

 

<모멘트>에는 영화 <타인의 삶>에서와 같이 악명 높은 동독의 비밀경찰 이야기가 나온다. 냉전 시대의 베를린에 글을 쓰러 온 토마스는 그곳에서 운명과도 같이 동독 출신 망명가인 페트라를 만나 사랑에 빠지지만 사실 그녀는 동독 스파이였다. (오랜 세월이 지나서야 토마스는 그녀가 아들을 동독 비밀경찰에 빼앗겨 어쩔 수 없이 임무를 수행해야 했다는 사실을 알게 된다)

 

지금의 자신을 존재하게 만든 과거의 이야기를 바꿀 수는 없다

복잡한 인생의 순간순간이 수없이 모여 이루어진 이야기

즐거움과 두려움, 의욕과 무기력, 빛과 어둠.

그동안 살면서 겪은 일들이 모여 존재하는 게 인간이다.

그리고 우리 인간은 그 모두를 짊어지고 살아가야 한다.

우리에게 결핍된 것

간절히 바랐지만 결코 손에 넣을 수 없었던 것

 

전혀 바라지 않았지만 결국 가지게 된 것

찾아내고 잃어버린 것

그 모두를   573쪽

    

..지금에야 깨달았다

내가 지금 여기에 와 있게 된 건 내가 선택한 길이었음을    574쪽

 

작가의 현재에서 시작해 엄청난 회상을 거쳐 회한이 이어진다.

 

 

살면서 소설 속에서와 같이 운명적인 사랑을 겪고 어릴적 꿈을 모두 이루고 경제적 성취와 명예를 얻는 사람은 그리 많지 않을 것이다. 

 

 

이만큼이라도 살아보니 알겠는 건

 

 

충실하게 바른? 선택을 했든 후회되는 선택을 했든 시기마다 어떻게든 자신의 삶을 정리해야 한다는 것이다.

 

그리고 생의 모든 이면을 알 수 있는 것도 아니고 그럴 필요도 없다는 것이다. 소설에서는 충실하게 기록도 남고 그것을 전달해주는 후손이 있기도 하지만 대개의 인연은 서로 오해 속에서 만나지 않게 되다가 차차 잊는 듯하다.  

 

 

 

 

 

 

 

 

 

 

 

 

 

 

 

 

 

요즘 다시 멘탈이 불안정하다고 생각했는데 실은 늘 그런 편이라서 담대하게 마음 먹기로 했다. 굳이 원인을 따져보자면 하는 일이 안 풀리고 수면 패턴과 식습관, 살림 상태 등이 엉망이라 그런듯하다.

 

그런데 애들 개학해서 카페도 가고 산책도 하고 유튜브도 보다보니 역시나 내가 설정한 기준이 너무 높았다는 생각이 든다.

 

또 하나! 사회적인 환경으로 인한 스트레스도 있다. 연이은 정치권이나 국제 관계, 사회면의 분노할 만한 기사들 때문이기도 하다. 습관적으로 인터넷 뉴스나 커뮤니티 보는 것을 당분간 중단해야겠다.

 

법무부 장관 임명 문제로 스트레스 받는 것도 관두기로 하자. 전부터 사회가 이런지 모르는 바도 아니고. 

 

나까지 말을 보탤 것도 없지만,  평범한 시민의 '정치적 선택'이란 냉소를 갖지 않고 가능한 선택지에서 최악을 면하는 것이 되어야 하지 않을까?

 

작은  도덕적 흠결 하나 없는 정치인은 없을 것이다.

 

다만, 나도 역시 흙수저 오브 흙수저 중의 한 사람으로 씁쓸하고 허탈하기는 하다. 이전의 국정농단 사태에서는 온갖 불법과 비리로 기득권을 유지하는 과정에 분노를 느꼈다면 이번에는 세월이 흐르고 흘러 정교하게 기득권을 유지하는 법과 장치들이 이제 돌이킬 수없는 지경에 이르렀다는 안타까움이 들기 때문이다. 

 

그렇다면 법과 제도를 어떻게 보완하고 '알지 못하는 아이의 죽음'과 같은 일이 없으려면 교육과 일자리, 사회보장이 어느 수준에 이르러야 하는지 앞으로 계속 참여하며 바꿔나가야 하는 것이 아닐까?

 

유명 대학(명문대) 학생들의 불의에는 눈감지만 불이익에 바로 반응하는 최근의 촛불을 보며 아이들을 어떻게 키워야 하는 건지 갑갑하기만 하다.

 

벌써부터 서울에 있는 대학에 가면 돈이 많이 들지 라고 순진하게 묻는 아이들을 보며 마음 한켠이 답답하다. 동네 엄마들이 이제 겨우 초등에 간 아이들을 돈과 시간을 들여 스카이 대학 캠퍼스 투어를 하는 것도 안타깝고. 

 

 

이런 잡념들은 접어두고 가을에는 근처 좋은 성지들을 찾아다닐 계획이다. 유명한 전동성당과 목포성지는 가보았고 충청권의 빼어난 곳들을 많이 못 다녀서 아쉽다. 멀리가기보다 일단 전주 쪽 천호성지와 영광성당도 가보아야지.

 

방학에 삼례예술촌에 가다가 마주친 삼례 성당도 좋았다. 쨍한 여름날 성당 마당에서 물놀이 하던 아이들이 즐거워보여 더 기억에 남는다.      

 

<나의 아름다운 성당 기행>에 나오는 약현을 어릴 때 다녔던 것이 인생 초반의 행운이다. 그런데어릴 때 성당 친구들을 보면 복사까지 했던 열혈 모태신앙 집안 아이들 그 누구도 성당에 나가지 않고 중간에 기독교 사회운동에 잠깐 빠졌던 나만 매주 미사 보는 게 진짜 신기하다.

 

매주 가기는 하지만 역시나 신앙은 나에게 '부조리한 평화'라고나 할까 

힘들 때는 찾게 되는데 온전한 의탁이 되지 않는다.

 

 

 

 

 

 

 

 

 

 

 

 

 

 

 

 

 

 

 

애들한테 유튜브 본다고 타박하면서

요새 애들 개학하고 엄청 유튜브 애용하고 있다. 조성진 연주, 인디음악 그리고 제3세계 음악도 가끔 듣고 있다.

 

얼마 전에 아시아문화전당에서 월드뮤직페스티벌이라는 행사를 해서 밤에 가서 들었는데 세상에나 좋으면서도? 힘들고 이건 아니야, 라는 생각이 계속 들었다.

육체적 힘듦이 좋음을 넘어서니 좋지가 않더라는. (뭔 소리임 ㅜ.ㅠ)

 

와 진짜 충격충격

조명이 너무나 밝아 눈이 너무 부시고 사운드도 너무나 엄청나고 일단 밤에 나와 있는 게 20-30대 초와 다르게 너무나 싫고 이상했다. 더불어 사람 많은 거 공연 현장이 그렇듯 특이한 사람 많은 거 다 견디기 힘들었다.

 

역시 이제는 집에서 듣고 보는 게 낫겠구나, 자극이 감당이 안 되는구나.

 

누가 들으면 40대에 웬 엄살이냐고 하겠지만 노화를 느끼는 데에 개인차가 있으므로.

 

그리고 또 하나.

 

진짜 전화나 카톡이 부담스러워진다. 60대가 되면 또 달라진다고 하니 기다려봐야지.

 

또 누가 알겠는가.

 

누진다초점렌즈를 끼고 애들한테 장문의 메시지를 날리고 있을지.

 

아무튼  유튜브에서 빠져나와 <순교자> 얼른 읽어야 한다.

 

 

이 가을,

나의 순간을 좀더 나에게 맞는 것들로 채워가야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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