백 살까지 살 각오는 하셨습니까? - 아프지 않고, 외롭지 않은 노년을 위한 100세 인생 지침서
가스가 기스요 지음, 최예은 옮김 / 아고라 / 2019년 6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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백 살까지 살 각오는 하셨습니까?

 

이 책은 처음부터 이렇게 강렬한 문제 제기에서 시작된다.

현재 중장년기를 헤쳐가는 것만 해도 벅찬데 백 살까지 살 각오라니 과연 필요한가, 하는 의문이 들기도 했다.

 

그저 처음에는 막연하게 부모님 봉양과 연관이 있을 거라고 생각해 읽기 시작했다.

그런데 읽다 보니 나에게도 노후의 문제가 아주 먼 미래의 일만은 아닐 것이라는 생각이 들었다.

 

'각오'의 사전적 의미가 앞으로 해야 할 일이나 당할 어려움 따위에 대하여 마음의 준비를 단단히 하는 것을 뜻하니 고령화 사회를 사는 우리 누구나 '노후 대비'에 대한 계획을 세워야 하는 것이다

 

90세까지의 생존 비율을 비교해보면 1990년에는 여성 26.3 퍼센트, 남성 11.6퍼센트였으나 2017년에는 여성 50.2퍼센트, 남성 25.8퍼센트로 상승했다. 이제 여성 두 명 중 한 명, 남성 네명 중 한 명은 아흔 살까지 사는 시대가 되었다(그림 1 참조).

그리고 가족이 노후를 책임져줬던 과거와 달리, 지금은 가족의 형태도 다양해졌다. 의지할 가족이 없는 독거노인 세대, 노인 부부로만 구성된 세대가 증가했으며 자녀와 함께 사는 고령자 세대는 대부분 미혼 자녀와 동거하는 경우다. 결혼한 자녀의 가족과 생활하는 고령자는 이제 소수파가 되었다.

 

다른 사람의 도움 없이 자기 혼자만의 힘으로 80, 90, 100대의 초고령기를 살아내야 하는 사람들이 계속 늘어나고 있는 것이다. 26

 

일본의 통계여서 우리나라 현황은 정확히 알 수 없지만, 특별한 사고가 없는 한 우리는 꽤 오래 살 확률이 높은 것이다. 처음에는 진짜 이 부분에 큰 충격을 받았다.

 

아아아, 생각보다 꽤 오래 살 수 있는데 그간 아무런 대비가 없었구나.

 

서장에서는 100세 시대를 맞아 노년의 경험을 쓴 작가들의 책이 많이 팔리고 있는 현상에 주목했다. 그리고 책을 쓰고 사회생활을 하는 노인들의 경우 단순히 신체의 '건강'만으로 답할 수 없는 뭔가가 있기에 노년에도 왕성한 활동이 가능하다는 데 주목했다. 노년에 이르면 과거에 어떤 병을 앓았든 간에 자신만이 꼭 해야 할 뭔가를 가능하게 하는 '기력'이 있으면 활기차게 지낼 수 있다는 데 주목했다.

 

1-2장에서는 신체적으로나 정신적으로나 '기력' 있는 분들의 일상을 들여다보았다. 이분들은 대개 '습관 나이'에 따라 살아가고 있었다. 나이가 들었으니 이런 일은 이제 할 수 없겠지, 하는 것이 아니라 할 수 있는 범위에서 그건 해오던 일을 꾸준히 매일 하는 것이 인상적이었다.

 

건강 유지나 사회적 교류, 삶에 위안이 되는 즐거운 활동. 삶의 기력을 북돋워주는 이런 활동들을 일과에 포함시켜 습관 나이로 사는 사람은, 달력 나이를 뛰어넘어 습관 나이로 살게 된다. 그리고 나는 오늘 이 일과를 달성했으니 아직 늙지 않았다라는 형태로 자신의 나이를 느낀다. 93

      

특히 고령 남성의 경우 집안일을 하고 요리를 해서 드시는 분들이 더 기력을 유지하고 계셨다 

'습관 나이'라는 건 중장년에게도 유용한 것 같다. 한동안 이제 틀렸어, 를 달고 살며 운동을 가지 않았는데 할 수 있는 범위에서 매일 조금씩이라도 지속하는 게 기력을 돋울 수 있을 것 같다.

      

3장 이후를 읽으면서 마음이 무거워졌다. 중장년이 되어 접하게 되는 '봉양', '간병'과 관련한 주제들이 나오기 시작하면서 과거의 기억들이 겹쳐졌다 

과거 노인 세대는 본인들도 부모를 봉양했기에 막연하게나마 자녀들도 자신들처럼 부모를 돌볼 것이라 여기고 노후 대비에 소홀했다.

   

그런데 막상 부모가 운신이 힘들 지경이 되면 모두가 당황해 본인이나 자녀가 우왕좌왕하기 마련이다. 그리고 서로가 상처를 주고 받게 된다 

노후에 자신이 거동이 불편하거나 치매에 걸려 판단이 흐려질 것을 대비하는 쪽은 오랫동안 미혼으로 홀로 살았던 경험이 있는 여성들이었다.

   

책에 나온 고령의 어떤 할머니는 젊은 시절에 오래 일을 해서 연금이 충분히 나오게 대비하였고 노쇠해져서 처리할 일들이 생겼을 때 조카에게 일정 비용을 주고 부탁하는 것으로차분하게 자신의 삶을 마무리하고 있었다.

     

4장 노후를 위해 무엇을 대비하고 있는가, 에서는 자명한 진실이 등장한다. 

 

하지만 극소수의 운 좋은 사람만 예외일 뿐, 누구나 늙고 쇠약해져서 다른 사람의 돌봄을 받는 인생을 살 수밖에 없다.  

죽음을 피할 수 없는 것이 인간의 운명이라면 늙어서 다른 사람의 돌봄을 받는 것도 인간의 운명이라고 봐야 한다 

고령화 사회인 오늘날에는 '어떻게 나이 들어야 하는가. 어떻게 죽어야 하는가, 그 답을 모르겠다'며 갈피를 못 잡고 헤매는 사람들이 점점 더 많아지고 있다. 그리고 또 한편으로는 성공적인 노화를 삶의 목표로 삼은 W씨 부부 같은 노인들이 계속 증가하고 있다. 149

      

여기에서 W씨 부부 같은 이들이란 돌봄이 필요한 상황을 부정적으로 여기고 그저 좋아하는 활동만으로 노후 일과를 가득 채우는 사람들을 뜻한다. 너무 미래에 대해 비관하는 것은 좋지 않지만, 홀로 거동하기 힘들고 배변을 혼자 처리할 수 없을 때에 어떻게 할 것인지에 대한 계획을 배우자나 자녀들과 공유해야 하는 것이다.

    

요양센터를 견학하는 부분에서는 많이 슬퍼졌다.

           

특별양호노인홈에 견학을 갔을 때예요. 거기 입소해 계시던 분이 내가 이 시설에서 나가는 날은 죽은 후라는 말씀을 하셨어요.

 

그 말을 들으니 노인 요양시설은 종신형을 선고받았다고 생각하고 들어가는 곳이라는 느낌이 들더군요. 그래서 한동안 시설 찾는 일을 중단했었어요.

 

하지만 지금은 절박한 상황이 되었죠. 건망증이 심해졌거든요. (중략)

 

예전엔 오른쪽 귀로 들어가서 왼쪽 귀로 빠져나가던 설명을 이제는 제대로 이해하고 공감하며 들을 수 있었습니다. 194

      

이런 말을 한 X씨는 임종 준비도 차분히 해나가고 있었다. 남들이 우울한 주제라 회피하는 것을 어차피 나중에 자신이 다 처리해야 하는 일들이라 생각하고 피하지 않고 주변의 도움을 받아가며 처리하는 모습이 놀라웠다.

      

부록으로 인생 마무리의 구체적 예시가 목록으로 자세하게 제시된다.

 

부모님이 현재 편찮으시거나 혹은 자신의 노후에 대한 상을 그려가고 싶다면 자세히 정독해도 좋을 것이다.

     

'나가며'에서 저자는 이 책이 단순히 개인의 노후 대비에 그치는 것에 우려를 보이며 고령화와 가족형태의 변화에 대비해 사회적으로 어떤 준비가 있어야 하지 않을까 하는 물음으로 책을 마무리하고 있다.

 

 

저자는 책의 마지막 문단에

 

"사람은 몇 살이 되어도 계속 변할 수 있다"는 깨달음을 얻었다고 밝혔다.

 

 

나 역시 노인들을 그간 평면적으로 바라보았는데 이 책을 통해 고령자들이 어떤 생각을 하고 어떻게 생활하는지 엿볼 수 있어서 많은 깨달음을 얻었다.

 

 

*

 

 

그래서 정말 각오는 되었냐고요?

 

 

막연한 두려움이 확실한 두려움으로 다가오게 되었지만

 

그래도 담대한 몇몇 분의 사례를 통해 약간의 용기를 얻었다고나 할까요?

 

 

성찰의 기회를 주신 데에 감사드립니다.

 

 

 

서평단으로 선정되어 책을 받아보고 작성하였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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괴로운 과거와 헤어지는 법 - 자꾸만 떠오르는
미즈모토 가즈야 지음, 최려진 옮김 / 마일스톤 / 2017년 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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심리학이나 감정 자기계발서 등을 최근에 많이 읽기 시작했다. 이 책도 제목에 이끌려 집어든 책이다.

 

이 책은 쉽게 말하자면 이불킥 많이 하는 사람들을 위한 책이다.

'오버싱킹' 책에서는 '맴돌이 생각'이라고 표현했는데 별것아닌 사소한 것에 자꾸 매달리게 되는 사람들에게 약간 도움이 될 수 있다.

 

살다보면 납득할 수 없는 일, 자신의 신념과 가치관에 맞지 않는 사고방식, 도저히 받아들일 수 없는 일을 겪게 된다. 납득할 수 없는 일도 '맴돌이 생각'의 씨앗이 된다. 26쪽

 

어떤 사건을 자꾸만 반추하는 사람들은 평소 도덕성, 성실성, 책임감이 남달리 뛰어나고 자기만의 기준이 높은 경우가 많다. 나도 사소한 공중도덕을 어기거나 내 기준에 어긋나는 사람을 보면 탄식하며 저들은 왜 그럴까 오래 생각한 적이 많다. 요즘의 결론은 그냥 그들은 생각을 별로 깊게 하지 않고 하고 싶은 대로 한다는 것이다. 

 

어떤이는 명언을 남겼다. 왜 저한테 뭐라 하세요. 같이 버려요, 그냥.

 

*

나쁜 기억이 자꾸만 떠오를 때는 잠들기 전이나 단순 노동, 샤워 같은 일상활동을 해서 뇌가 한가하고 쉬고 있을 때라고 한다. 이 부분은 맞기도 하고 조금 수정되어야 할 듯하다.

 

일상의 활동이라도 잡생각 없이 하나하나 공들여 하는 습관을 들이는 것도 좋을 것이다. 난 설거지할 때나 청소할 때도 안 좋은 기억을 반추하는 경우가 많은데 그 일 자체에 집중해야겠다.

 

조금이라도 나쁜 기억과 헤어지고 싶다면 아주 새로운 일에 도전해 보거나 새로운 가게에 가 보거나, 아니면 평소에 가지 않던 박물관이나 미술관처럼 흥미로운 곳에 가 보는 것도 좋다. 단지 그것만으로도 나쁜 기억을 떠올리는 시간을 줄일 수 있다.  83쪽

 

이것도 필요하다. 거창한 게 아니라 평소 가던 길 말고 다른 길로 간다거나 평소 먹던 음료가 아닌 걸 마신다든가 하는 정도여도 충분하다. 소심한 사람이라면 마음이 번잡한 시기에 해보지도 않은 일을 벌였다가 사고를 수습하느라 애먹을 수 있다.

 

무언가에 자극을 받아 갑자기 안 좋은 기억이 끼어들 때 주문을 외우거나 노래를 하는 것도 추천하고 있다.

 

인도 사람들의 이름은 외국 사람이 보기에는 이름 자체가 주문처럼 느껴진다.   예를 들어   영화 <세 얼간이>의 주인공 이름은 '란초다스 샤말다스 찬차드'다. 자, 여러분도 외워 보라. 자기 나름대로 억양을 넣어서 외운다.         86쪽

 

우리의 기억은 오감을 바탕으로 만들어진다. 그래서 헤어진 연인의 향수를 맡거나 그가 좋아했던음악을 우연히 듣거나 하면 기억이 재생된다. 따라서 기억 속 이미지나 기억 속의 감각을 변환시키는 것을 추천한다.

 

잘못 사용하면 기억 조작이나 왜곡이 될 수 있지만 총천연색 기억을 흑백으로 바꾼다거나 선명한 목소리를 잡음 가운데 두거나 하는 트레이닝을 말한다.

 

사실 이게 트라우마의 영역이거나 하도 반추해서 이미 장기기억으로 남은 경우에는 바꾸기가 쉽지 않다. 아, 뭐 좋은 기억이라고 나쁜기억 반추 고시대회에 나갈 것도 아닌데 외울듯이 되새겼는지 후회가 된다.

 

잊어버리고 싶은 나쁜 기억이라도 기승전결을 갖춘 에피소드가 있는 데다가 감정을 실어 반복해서 기억하면 장기기억으로 정착된다. 하지만 한번 정착된 기억이라도 떠올리지 않기를 계속하면 언젠가 뉴런의 네트워크는 끊어지고 점점 떠오르지 않게 된다. 157-158쪽

 

뇌과학적으로 설명하면 우리 기억은 뇌세포인 뉴런의 네트워크를 달리는 미약한 전기 신호(임펄스)일 뿐이다. 학창시절에 본 느슨하고 빈 공간이 많았던 그림들이 떠오른다.

 

우리 뇌라는 건 날마다 모습과 형태를 바꾸는 바이오 컴퓨터이고 뇌세포는 150억 개 정도인데 매일 10만 개 정도가 죽는다. 3년에서 6년 정도면 우리 몸의 모든 세포가 바뀐다고 한다. 다만 몇십 년 전 기억을 계속 가지고 있는 것은 세포가 교체되며 서로 이어지기 때문이다. 

 

특정한 기억을 떠올리더라도 기억이 강화되지 않으려면 흥미도 없고 별다른 감정도 느껴지지 않게 자꾸 훈련하라는 것이다.

 

그래서 손톱 압박법과 눈 사방운동 같은 것을 추천하고 있는데 왜 그것이 효능이 있는지 특별한 근거는 없다. 책 전체가 워낙 소프트해서 전문적 내용 없이 가벼운 실천만 소개하고 있다.

다만 저자가 NLP, 신경 언어 프로그래밍(Neuro-Linguistic Programming) 전문가라 이런저런 방법이 나오는가보다 하고 추측할 뿐이다. 인간도 컴퓨터같이 어떤 명령어가 들어가면 딱 그렇게 프로그래밍되면 좋겠지만 아니다. 인간은 예측불가능하다.

뇌에 관해 밝혀진 것이 일부라서 뭔가를 해서 효과가 있다면 그게 그 사람에게 들어맞았기 때문이지 보편적으로 모두에게 그 방법이 유용한 게 아니다.

 

마지막 4장 나를 바꾸는 심리훈련 장이 좋았다.

 

지금껏 소개한 사소한 방법은 나쁜 기억이 떠오르지 않게 도와주고 증상을 없애는 데 주목한 것이다. 다시 나쁜 기억에 시달리지 않으려면 본질적인 사고를 바꾸어야 한다. 애초 기억이 자리잡지 않게 죄책감이나 부정적 생각은 버려야 한다.

 

증상이라는 것은 번거로운 대상이지만 뜨금없이 나타나는 것이 아니다. '그 사고방식에는 뭔가 문제가 있다'고 알려주는 것이다. 곤란한 증상이 나타나기 때문에 자신을 들여다보게 된다. 표면적인 문제해결에만 얽매이지 말고 근본부터 자신의 사고방식과 신념, 가치관 그리고 자아상을 바꾸어 보자. 187쪽

 

아래 부분 읽다가 그냥 해방감에 크게 웃었다. 내가 수면 패턴 찾는다고 전전긍긍하던 게 떠오르고 뭐든 바른 방법으로 청소나 운동 그런 걸로 잡념을 없애려 하면서 스트레스 받던 게 생각나서.

 

규칙적인 생활은 좋지만 규칙적인 생활을 하면서 계속 자기 부정을 하고 있거나 실패했던 일에 초점을 맞추어 자신을 질책하고 부정적으로만 생각하면 그 사람은 본질적으로 바뀔 수 없다.

(중략)

반면 별달리 운동도 하지 않고 생활리듬도 엉망이며 식사도 대충 편의점 삼각김밥이나 컵라면으로 때우고 아침햇살을 보지 않아도 정신적으로 건강하고 발고 즐겁게 보내는 사람도 세상에는 있을 것이다. 178-179쪽

 

마지막으로 저자는 완벽한 인생은 없고 현재만이 있으며

지금, 조금 앞만 보며 나아가라, 고 조언한다.

 

책을 읽고 뇌과학, 명상, NLP에 좀더 관심이 생겼다. 제대로 배워보고 싶은데 유사과학 같기도 하고 역사도 짧다.

명상이나 상담 루트를 통해 신천지 같은 이단들이 접근한다고 하니 신중히 알아보아야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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머리가 좋아지는 정리정돈법 - 아이를 변화시키는 1% 습관 혁명
오오노리 마미 지음, 윤지희 옮김 / 어바웃어북 / 2017년 3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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방학이 끝나갈 무렵 집안 상태는 혼돈 그 자체.

치워라, 정리 좀 해라, 외쳐도 여기저기 책, 놀잇감, 학용품, 레고 등이 널려 있다.

 

이 책은 아이 있는 집이면 으레 마주치는 이런 문제에 대한 답을 적절하게 제시한다. 아이들을 위한 미니멀리즘은 다르다는 것이다.

 

일단 4인 가정이라고 하면 하루에 각자 물건을 하나씩만 들고 와도 4☓365=1460, 1년에 천오백 개 남짓한 물건이 생기는 것이다. 일단 가져오지 않기.

 

그러나 아이들은 호기심도 많고 관심사도 다양하다. 자연히 갖고 싶은 물건도 많을 수밖에 없다.

일단 물건이 쌓이면 무조건 엄마 판단으로 버리기보다 '생각 중인 상자'라는 데에 판단을 유보해둔다. 시간이 지나 다시 열어봐도 보관하고 싶은 건 보물상자로 이동하고 아닌 것은 버린다. 버리기 쉬운 물건으로는 작아진 옷, 고장난 장난감, 철지난 프린트물, 상자 등이다. 이게 참 이상보다 쉽지 않은 게 레고상자 같은 것도 아이 입장에서는 버리고 싶지 않은 것이 되어서 쌓여만 간다. 그런데 이건 어느 정도는 시간이 해결하는듯하다.  

 

아이에게 정리하라고 할 때 막연하게 이야기하기 보다 사용하는 물건, 사용하지 않는 물건으로 나누게 하고 서랍 전체를 꺼내 이 기준에 따라 버리고 수납하게 한다.

 

아이들 짐의 주범은 책과 옷.

 

책과 옷도 1년 이상 읽지 않거나 입지 않는 건 과감히 정리하고 수납할 때 80프로 정도 채워서 꺼내기 쉽고 정리하게 쉽게 한다. 아이 옷이 150사이즈 기점되는 때로 옷 정리법을 달리 해야 한다는 것도 공감한다. 이제 성인 사이즈에 가깝게 되어 장농도 다 새로 사야 한다.

 

아이들이 정리를 못한다고 하지만 엄마들이 '추억 스토커'가 되어 버리지 못하는 게 가득이다. 나도 '최초'에 의미를 두고 배냇저고리며 처음 신은 신발을 아이가 11살인 지금도 가지고 있다. 추억은 소중하지만 그것에 매달리다보면 가족들이 현재를 누릴 공간이 부족해진다.

 

아이들 작품 전시 요령도 볼 만하다. 엄마 눈으로 작품의 완성도를 판단하지 말고 아이가 스스로 남기고 싶어하는 작품에 더 가치를 두라는 말이 의미 있다. 새 작품을 집안 한 공간에 일정 기간 전시하다 더 좋은 작품이 나오면 정리한다. 사진을 찍어두고 버리는 게 나은데 애들이 초등인 요즘은 그냥 버리게 된다. 곧 더 좋은 작품이 나오니까. 그리고 만들고 그리는 순간 행복하면 된 거니까.

 

식탁을 항상 깨끗하게 비워두라는 조언이 유용하다. 다소 엉성하게 정리된 집이라도 아이들 책상이나 식탁 위에 아무것도 없으면 정돈되어 보인다.

 

“초등학교 저학년부터 고학년이 되기 전까지는 부모가 보는 곳에서 공부하는 편이 성적이 잘 오른다”라는 말을 들어보신 적 있나요? 아이들은 부모가 곁에 있을 때 심리적으로 안정감을 느끼며 미지의 일에 도전하려는 경향이 있습니다. 공부는 미지의 세계를 탐사하는 과정입니다. 아이가 어리다면 방문을 닫아두고 혼자 공부하는 것보다는 열린 공간인 식탁에서 함께 이야기하며 공부하는 게 효과적일 수 있습니다.

노벨상 수상자의 30퍼센트를 배출한 유대인을 ‘지혜로운 민족’이라고 부릅니다. 교육전문가들은 유대인들이 다방면에 걸쳐 높은 성취를 이룬 비결로 ‘하브루타(havruta)’라는 그들만의 독특한 교육방식을 꼽습니다. 히브리어로 친구 또는 짝을 의미하는 하브루타는 나이·계급·성별에 관계없이 서로 짝을 이루어 토론을 통해 진리를 탐구하는 과정입니다.

유대인들은 식탁을 하브루타의 장으로 활용합니다. 평소 가족과 식사하며 활발히 토론하고, 그들의 안식일인 매주 금요일 저녁에는 온 가족이 식탁에 모여 몇 시간씩 토론하며 시간을 보냅니다. 아이가 식탁에서 공부하면 모르는 게 있을 때 질문하고, 부모가 설명해주는 과정에서 자연스럽게 토론으로 이어질 수 있습니다.
_ ‘공부 잘하는 아이는 식탁에서 숙제한다!’(92쪽)

 

 

공부방에 아이들 책상 두 개가 나란히 있지만 꼭 아이들이 식탁에서 숙제하게 된다.

밑줄은 아주 이상적인 얘기고 꾸물거리지 못하게 하고 빨리 해결하고 재워야 해서 그렇다. 흰 식탁에 연필 자국이 남아 매직스펀지로 주기적으로 지워줘야 하니 그게 좀 문제다. 그리고 가끔은 밥먹는 데 지우개, 연필이 굴러다닌다. 이걸 해결하기 위해 다이소 같은 데서 손잡이 달린 수납상자를 사서(아니, 만들어도 된다) '공부 박스'라 이름 짓고 학용품을 아이공부방에서 거실 등으로 자유롭게 옮겨주라고 한다.

 

 

 

 

다이소몰, 시스맥스 마이큐브 68005

정리정돈은 뇌의 전두엽이 관장하는 고도의 인지능력을 요구하는 작업이다. 그렇지만 아이들은 전두엽이 아직 덜 발달해 정리 정돈이 익숙하지 않다. 전두엽은 두세 살 무렵부터 발달해 스물 다섯 살까지 성숙하는 것이라고 하니 느긋하게 기다려줘야 한다. 너무 뭐라고 다그치지 말고 함께 정돈하자는 것이다. (헉, 대학 때까지 이 지경을 봐야 하다니)

 

전두엽은 사고력, 기억력, 창의력, 문제해결력 등 논리적인 판단을 관장하고 전두엽이 잘 발달해 있을수록 학업 성취도가 높아진다. 따라서 아이의 전두엽 발달을 위해서라도 분류하고 정리하는 연습을 해야 한다는 것이다.

 

그런데 여기서 잠깐!

이 정리가 미니멀리즘 인테리어 같은 정리가 아닌 자신만의 기준에 의한 것이어야 할듯하다. 창의적인 직업을 가진 사람들 중 혼돈한 가운데 자료를 찾아내 과업을 얼마든지 훌륭하게 수행하는 사람들이 많으니 말이다.

 

그리고 빡빡한 일정보다 '오아시스 시간'이라고 해서 맘대로 게으름을 부릴 수 있는 시간을 두어야 한다는 주장도 맘에 들었다.

소설가 이기호님 아들이 '세 살 버릇 여름까지 간다'고 했던가. 아니다 같이 정리해도 반나절을 못 넘긴다. -_-

 

열한 살 초4병 아들은 자기는 아예 '버릇이 없다'고 호탕하게 웃는다. 4학년 정도 되면 반애들이 다 그렇게 된다나.

 

다행히 아홉 살 딸이 같이 열심히 치워준다. 엄마, 이거 버리는 거지 만날 물어봐주고 물건 찾는 것도 도와준다. 스티커나 자잘한 것들을 버리는 데 힘들어하지만 나는 전에 더했으니 이 정도는 양호하다.

 

아이 마음에 여유를 만들어주는 방법

-아이와 매일 웃는 얼굴로 스킨십 할 것

-"너는 소중한 존재이며, 사랑한단다"라고 자주 말해줄 것

-하루에 한번은 아이와 밥을 먹을 것. 식사가 힘들다면 간식을 먹어도 좋다. (중략)

 

하버드대학교 학생들이 어린 시절 부모에게 가장 많이 들었던 말이 무엇일까요?

정답은 "다 괜찮을 거야"입니다. 198-199쪽

 

정리, 정돈도 좋지만 시행착오를 인정하고 다 괜찮다, 지켜봐주는 것을 우선순위에 두어야 할듯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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