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의- 지극히 개인적 일기. 단기 방학을 맞은 넋두리

 

 

어제부터 긴 연휴의 시작이다. 요즘 학교는 징검다리 휴일이면 거의 재량휴업일과 공휴일이 이어져서 단기 방학이 된다. 아이들은 신이 났지만 내 머릿속에는 12끼니 걱정뿐.

 

토요일이면 어린이미사와 교리가 있어 필사하기로 한 과제를 챙겨야 한다. 마르코복음을 첫영성체 교리 내내 자녀와 번갈아가며 써야 하는데 주중에 번갈아 쓰다 목금에 한번씩 밀리면 토요일 오전에 내가 엄청 빠른 속도로 써서 낸다. 두 아이를 한꺼번에 교리 받게 하다 보니 어제는 오전 내내 필사만 했다.

 

 

 

아들이 초창기에 쓴 건 그나마 양호하다. 손글씨 교본으로 오래 교정했는데 글씨체가 아직 자리잡지 못했다. 초등 고학년 남아가 같이 성당 다녀주고 이렇게 써주는 것만 해도 기특한 것이겠지.

 

 

 

딸아이는 일정하게 쓰는 편인데 띄는 간격이 좁은 듯하다.  그래도 늘 성실히 써서 내가 써야 할 분량을 줄여주어 고맙다.

 

 

 

 

 

 

 

 

 

 

 

 

 

 

 

 

쓰다보니 맞게 하고 있나 하는 생각도 들고 필사에 좋은 문구도 소개된다니 사보고 싶다.

그리고 성경을 마치면 다른 필사도 해보고 싶다.

 

 

 

 

아이들이 미사보는 사이 양림동 메이드 인 아날로그에 들러 연필을 좀 더 샀다.

유일한 사치.

 

2층 서가 배치가 약간 바뀌었다.

오랜만에 간 것 같기는 하다.

몇 정거장 안 되는데 짬을 내서 가면 되는데

쉽지 않다.

 

 

 

여전히 테이블도 넓고 정겨운 책들도 그대로인데

교리 끝날 시간이 다가와 성당으로 향했다.

 

더 커서 얘들아, 여기 어딘데 이리로 와, 해서 간단히 한 끼 먹고 가면 좋겠다는 ㅜ.ㅠ

 

 

 

 

 

 

 

 

 

 

 

 

 

 

 

 

 

 

 

<동화 쓰는 법>은  동화를 쓰려고 본 게 아니라 좋은 동화를 소개 받으려고 읽고 있다.

 

동화를 쓰려면 내포독자를 생각하고 써야 한다. 이 내포독자 개념을 아이들 읽기에도 적용해서 우리 아이들이 어떤 성향인지 어떤 상황인지 충분히 알아야 책을 잘 고를 수 있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내포독자라는 건 읽기, 쓰기에 모두 정말 중요하다. 앤서니 브라운의 <터널>을 어릴 때 오누이가 읽었는데 딸아이에게는 <터널>이 인생 책이지만 아들에게는 그렇지 않았었다.

 

그리고 타성적으로 장애인, 다문화 가정 등을 약자로 설정하고 도와주어야 한다는 식의 이야기들이 너무나 식상하고 바르지 않다는 데 공감한다. 소개하신 제대로 된 이야기를 더 찾아 읽어야겠다.

 

 

 

 

 

 

 

 

 

 

 

 

 

 

 

 

 

 

주문한 지 한참 되었는데 기대작 <문맹>이 오지 않았다. 최근에 방문한 독립서점들도 거의 <문맹>을 구비하고 있었는데 그곳에서 살걸 그랬다.

 

아고타 크리스토프는 내가 글자공장소녀였던 시절에 읽었다. <존재의 세 가지 거짓말>은 무려 초판본도 가지고 있다! 이런 건 헌책방에 가면 있으려나. 내가 좋아했던 책이 세련된 옷을 갈아입고 널리 읽히는 것도 좋지만 투박한 표지의 옛 책도 좋다. 어딘가 정겹고 진정성?이 느껴진다.

 

광주에도 규모가 축소되었지만 헌책방 거리가 있다고 하니 올해가 가기 전에 가보려고 한다. 광주고 뒷편이고 계림동이라는데 산수동 근처라니 어떻게든 찾아가봐야지. 요즘엔 새주소 보고 찾아가는 기술도 늘었다. 여전히 길치지만 헤매도 짜증나지 않을 시간을 골라 다니면 괜찮다.

 

특히 계림동에 책도 있고 커피까지 맛있는 공간이 있다고 한다. 독립 서점들을 검색하다 하나하나 알아가는 공간, 사람들이 있어 그것도 좋다. 알게 된다고 막 이웃 맺고 자주 찾아갈 성격은 안 되지만 그런 공간이 남아주어야 하니 소개도 하고 그래야겠다.

 

상업화된 지역육아 카페에도 서점 리스트를 정리해서 올렸다. '독박육아'에 지쳐 무작정 지갑, 핸드폰 챙겨 나와서 그런 공간에서 숨 좀 고르다 갈 수도 있으니.

 

역시나 조회수는 다른 글에 비해 현저히 떨어진다.

 

제목을 무작정 나왔는데 어쩌죠 이 ㅅㅂ ㄴ 이라고 달걸 그랬나.

 

ㅅ ㅂ ㄴ

 

참 재미있다.

고운 서방님이 되기도 하고 무자비한 상욕이 되기도 하는 마법의 초성들.

 

 

 

 

 

 

 

 

 

 

 

 

 

 

 

 

 

 

 

 

단기 방학에 읽으려고 빌려왔다. 진득히 한 권씩 봐야 하는데 이 책 저 책 떠들어보고 있다.

육아에 집중하면서 늘 읽던 종류의 책만 읽는듯해서 제대로 읽는 법을 고민하려고 빌렸다.

 

<책 먹는 법>에 소개된 책들도 읽어보고 싶고 지금 작게 하고 있는 모임에도 적용해보아야겠다.아직은 알아가는 단계라서 편한 책, 서점 탐방 정도에 머물고 있다. 다들 아이들이 어린 편이라 만나서 두세 시간 정도 있다가 헤어져야 해서 그것도 고민이다. 무엇보다 나도 독서 내공이 깊지 않고 책 읽을 시간도 많지 않아서 어떻게 해야 할지 늘 고민이다.

 

 

 

 

 

 

 

 

 

 

 

 

 

 

 

 

어제 아이들이 읽은 책이다.

날은 흐리고 집에서 캠핑의자에 앉아 줄곧 책 읽다 런닝맨 보다 했다.

 

단기 방학인데 다들 놀러간다고들 하는데 아빠가 쉬지 않으니

역시나 늘 그렇듯이 전담 육아다.

 

교외로 멀리 가기도 힘드니

지하철 타고 송정역시장 가서 책맥이 가능한 <인생가게>도 가고

애들 단짠 먹거리들도 사주고 해야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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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제는 마침 아이들 여름옷 살일이 있어 시내에 가기로 했다.

 

버스에서 한복을 곱게 차려 입은 처자를 보았는데 뒤에 있던 할아버지가 그 처자를 구경하려고 앞자리로 옮겨가셨다. 당연히 아무말이나 걸겠지, 생각했는데 그냥 흘깃흘깃 지켜보기만 하셨다. 청년같이.  

 

내가 20대일 때는 한복은 전교조 선생님들이 입는 생활한복 정도가 다였는데 요즘에는 고궁, 경주, 전주, 지역 향교 등에 가면 청년들이 많이 입고 있어 보기 좋다.

 

작년 초에 전주한옥마을에 갔을 때 남자끼리 여행 와서 어우동 한복 입고 다니는 팀을 보았는데 딸아이랑 한참 웃었고 너무 즐거웠다. 나중에 오빠도 저러고 다니면 볼 만할 텐데.

 

한복여행가 권미루 님 공이 큰 것 같다.

또 만화, 드라마 궁을 청소년기에 접한 세대이기도 하고.

 

 

 

 

 

 

 

 

 

 

 

 

 

 

 

 

 

이런저런 딴생각 하는 가운데 오일팔 행사로 차량 통제가 있다는 방송이 나왔다. 내리던 정류장이 아니라 잠시 우왕좌왕하다가 한참 걷다가 옛 녹두서점터를 찾아보기도 했다. 

 

전남여고 역에서 농장다리로 가는 버스를 타고 내려 새주소로 심가네박씨 책방을 찾았고 맞은편 지음책방도 찾았지만 심가네박씨에선 인문 강연이 있고 지음책방은 안 열어서 동명동 카페거리에 들러 카페라떼만 마시고 쇼핑몰 가득한 데로 이동했다.

 

알라딘 쪽 대로는 대형무대와 부스가 설치되어 있었는데 시간이 빠듯해 둘러보지는 못했다.

 

최근 이사한 라이트라이프를 다녀오고 나서 동네인 공공책방을 가야지 했는데 못갔고

어제의 서점 산책도 뭔가 어긋나 이루어지지 못했다.

 

인스타 계정도 독립서점들 때문에 만들었을 정도이다.

주인장 사정에 따라 책방 열고 닫는 시간이 일정치 않으니 그거라도 보고 찾아가려고.

 

그런데 시간 맞추어 가도 어제같은 사정도 있고 하니 인연이 닿는 게 참 어렵고 그 또한 동네서점 산책의 매력이 아닐까.   

 

독립서점을 작년부터 다녀서 남구, 동구 정도는 다녔는데 북구, 광산구는 아직 돌아보지 못한 곳이 더 많다.

 

작년인지 올 초인지 공공도서관에 책방 마실 책자를 비치해 많이 소개해서 다행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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광주의 작은 서점을 한눈에 살펴볼 수 있는 동네 책방 길라잡이 ‘싸목싸목 책방 마실’이 나왔다. 광주시가 펴낸 리플릿에는 동네 책방 12곳이 소개돼 있다. 작은 공간들이지만 모두 제각각 개성을 갖춘 곳으로 취향에 맞는책방 한 두개 쯤 단골로 두어도 좋을 듯하다. 작은 서점은 단순히 책만 파는 게 아니라 독서 모임, 강연 등 다양한 소모임들이 열리는 문화 공간이기도 하다.

 

광산구 수완로 ‘동네책방 숨’(062-954-9420)은 책방, 카페, 다석의 서재(마을도서관) 등이 어우러진 곳으로 다락방에서 머물며 밤새 책을 볼 수 있는 북스테이를 운영하고 있기도 하다.

 

양림동커뮤니티 센터 바로 앞에 자리한 ‘메이드 인 아날로그’(062-400-0012)는 서점과 디자인 숍, 쥬얼리 가게를 아우르는 공간이며 전남대 병원 일방로에 자리한 ‘검은책방 흰 책방’(010-7608-9896)은 문학 전문 서점이다.

 

맥주 한잔 마시며 책을 읽을 수 있는 서점들도 있다. 광주시 동구 동명동에 문을 연 ‘타인의 책 지음책방’(062-457-1208)은 부부가 모은 6000여권의 책이 빼곡하게 꽂혀 있으며 맥주, 뱅쇼, 커피, 맥주, 빵 등 다양한 음식도 먹을 수 있다.

 

1913 송정역 시장에 문을 연 ‘인생가게’(1588-9426)는 노란색 외관이 인상적이다. 맥주를 마시며 책을 읽을 수 있고 서점에 비치된 원고지에 좋아하는 책 한 구절씩 쓰는 즐거움도 있다.

 

인문학자 심옥숙·박해용 부부가 운영하는 ‘심가네 박씨’(062-229-0687)는 인문학 강좌인 ‘인문지행’ 강의를 비롯해 다양한 강의가 열리고 있으며 처음 동명동 쪽에 문을 열었던 독립출판물 전문 서점 ‘파종 모종’(010-9452-1606)은 북구 효동초등학교 인근으로 옮겨 운영중이다.

 

그밖에 충장로 4가 ‘소년의 서’(010-3256-2625), 봉선동의 ‘공백’, 전남대 인근 ‘연지책방’(070-7760-7982), 양림동 ‘라이트 라이프’(010-9578-0811), 국립아시아문화전당 앞 ‘책과 생활’(070-8639-9231) 등도 소개돼 있다.

 

‘책방지기 추천 장소’도 눈여겨 볼만하다. 단청 공예 공방 ‘단청, 그 또 다른 시간’, 푸른길 공원, 무등산 커피, 윤회매 문화관, 시민자유 대학 등 주인장들이 방문객들에게 꼭 소개하고 싶은 장소들이다.

 

지역에도 책방이 여러곳 생기다 보니 책방들이 함께 모여 작은 행사를 열기도 한다. ‘파종모종’이 주도해 진행하는 북페스티벌 ‘오늘 산책’은 광주·전남·전북 책방과 제작자, 작가 방문객이 만나는 축제의 장이다. 북마켓, 공연, 전시들과 함께 독립출판에 대한 경험과 생각을 듣기도 하고 팝업북을 직접 만들기도 한다. 자세한 일정은 인스타그램(instagram.com/today.buy.book)에서 확인할 수 있다.

 

‘책방 마실’은 동네 서점을 비롯해 지역 문화공간에서 무료로 받아볼 수 있다.

 

/김미은기자 mekim@kwangju.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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라이트라이프 @litelife

광주 남구 천변좌로418번길 17 - > 최근에 이사 광주 동구 백서로 153번길 6-4

독립출판물, 독립영화관

오후 1시-7시

 

파종모종 @pasonmoson

광주 동구 동명로20번길1 2층 북구 우치로 13-1로 이사

독립출판물, 작은책방, 재밌는건물

 

공백 @gong_baeg

광주 남구 봉선1로 25번길 1(모서리)

책과 커피를 파는 작은 가게

 

 

책과생활 @chaekand

광주 동구 제봉로 98 2층  서석동 42-12번지 2층 6월 중순 이사 예정.

인문예술서점, 국립아시아문화전당 코앞 책방

 

 

연지책방 @younjibook

광주 북구 우치로 178

당신의 책을 만들어드리는 연지출판사의 책방, 중고 대학교재 판매

 

 

심가네 박씨 @sp_books88

062-229-0687

광주 동구 동명로 67번길 22-2

평일 10:30 ~ 20:00, 공휴일 휴무

월, 수, 금 인문학 강좌

 

 

검은 책방, 흰 책방 @bnwbookshop

광주 동구 백서로 179 2층

평일 10:00 ~ 20:00 일요일 휴무

문학전문서점, 낭송회

 

 

소년의 서

010-3256-2625

광주 동구 충장로46번길 8-17

평일 14:00 ~ 20:00

인문사회과학예술서적

 

 

공공책방 @00_books

광주 남구 봉선중길 4

평일 15:00 - 21:00 토요일 13:00 – 21:00 일요일 휴무

인.문학 헌책, 신간, 독립출판물을 다루는 책방

 

동네책방 숨 @book_sum

광주 광산구 수완동 1252

평일 11:00~20:00 월요일 휴무

 

[출처] [광주광역시 책방]동네로 돌아온 작은 책방, 독립서점|작성자 호두

 

2017년 기준이고 빨강은 제가 추가했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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라이트라이프, 공백, 메이드인아날로그, 검은책방흰책방 정도만 두어 번 가고

책과생활, 심가네박씨, 지음책방은 지금까지 내내 간판만 구경했다.

언젠가는 인연이 닿겠지.

 

북구, 광산구 미지의 영역들.

차차 가보기로 하자.

 

부업인 수업과 전업인 가사로 인해 짬내기 쉽지는 않지만 올 한해 부지런히 다녀보려고 한다.

 

 

관광으로 광주에 오실 때는 문화전당과 옛 도청을 둘러보시고 그 근처 책방들을 방문,

케이티엑스로 송정역 이용을 하신다면 송정역시장 '인생가게'에 들르시면 될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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양림동 라이트라이프가 전남대 병원 뒷편 서석동의 한옥으로 이사했다길래 가보았다.

 

서점이 열기 전에 들른 베이글 파는 카페(무려 이름이  low. deep. being still) 에서 마쓰모토 세이초를 읽었다.

 

 

 

오전에 도서관에서 <젊은 만화가에게 묻다>를 읽다 나왔는데

김정연 작가님이 마쓰모토 세이초를 열심히 보고 있다고 하셔서 도전해보았다.

다행히 무리없이 읽혔다. 정말 군더더기 없는 문장이라는 표현이 맞다.

작가 이력도 흥미롭고 대표작을 읽어볼 생각이다.

 

 

 

 

 

 

 

 

 

 

 

 

 

 

 

 

 

드디어 12시가 지나서 1시경?

책 보다 나와서 기억은 안 나지만 열었다.

 

 

 

 

사진을 잘 찍지 못해 잘 표현되지 않았지만

 

 

 

젤리 향초들

 

 

 

우왕 호돌이

 

 

들어오는 모두가 한번은 꼭 들춰본 책들

 

 

 

 

 

 

 

 

 

 

 

 

 

 

 

 

 

 

 

 

 

 

 

 

 

 

 

 

 

 

 

 

 

 

 

 

 

 

 

 

 

 

 

 

 

독립출판물과 여러 책들..사려다가 말았던 책들.

특히 유유출판사 책이 매대에 많이 진열되어 있어 반갑고 좋았다.

 

 

 

얼마전에 애들 책 사고 파산해서 겨우 이것만 샀다.

 

아래는 애들이 탐내는 쿠션들

누워보더니만 그리 편하지 않다고 돌려주었다.

 

 

 

 

 

그나저나 라이트라이프 에코백

여름용으로 무지무지 마음에 든다.

 

창가에 앉아서 책을 보고 싶었지만 계속 사람들이 밀려들어 나왔다.

 

큰길가로 나와 맞은편의 남동성당까지 가보았다.

 

 

 

 

열성 신자는 아니지만

5월은 장미와 성모님의 계절

 

그리고 무엇보다 오일팔을 기억해야지

 

 

 

 

배터리가 나가서 새로 생긴 광주독립영화관을 못 찍었다.

오일팔을 맞아 기념영화들을 상영해주는데

시간이 거의 오후라 보기 어렵다.

 

<소공녀> 상영 후 감독님 무대인사를 내일 하는데 저녁 일곱 시 ㅜ.ㅠ

 

그래도 낮에라도 이렇게 다니는 게 어딘가싶다.

이제 아래의 만화나 책도 크게 공감가지 않고

독박육아, 라는 단어에 눈살 찌푸리는 꼰대 40대 중년이 되었다.

 

<섹시함은....> 이런 캐발랄을 컨셉으로 하는 블로거들이 우리나라에도 많다.

아이들 미취학 시기 지나 보니 나도 좀더 발랄하고 가볍게 아이들과 놀 수 있었는데

괴로워만 한 듯해 아쉽다.

 

 

 

 

 

 

 

 

 

 

 

 

 

 

 

 

의식의 흐름대로 이 말 저 말 늘어놓는,

제목과 전혀 안 맞는 엄청 장황한 포스팅이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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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제 비오는 토요일에 다시 집으로 왔다.

금요일, 토요일 사이에 읽은 책들이다.

 

<풀꽃들의 조용한 맹세>는 본가로 가면서 읽었고

<검은 꽃>은 본가에서 가져와 집에 오는 길에 다시 읽었다.

 

이동하는 공간에서 책을 읽으면 눈도 나빠지고 멀미도 한다지만 이상하게 그런 공간에서 책이 더 잘 읽힌다.

 

<풀꽃들의 조용한 맹세>는 <환상의 빛>, <금수>로 유명한 미야모토 테루의 작품이라 엄청 기대를 하고 읽었는데 읽고 나서는 영 개운하지 않다.

 

구성이나 문장 모두가 나의 기대와는 달랐다.

 

미야모토 테루는 히가시노 게이고가 아니기에 이번 미스터리식 구성을 통해서는 미야모토 테루만의 서정적인 문체도 빛을 발하지 않았다. 한 작가가 쓰는 모든 작품의 질이 균등할 수는 없으니까 아쉽지만 어쩔 수 없다.

 

 

신기하게도 '옮긴이의 말'이 나의 감정을 대변하고 있었다.

 

사건의 진상에 점점 다가가는 과정에서 느끼는 세속적인 조마조마함은 마침내 자괴감만 남기고 허탈하게 사라진다. 무슨 말을 할 수 있을까. 미야모토 테루, 비겁하다고 생각한다. 비극적인 모성애 앞에서 무슨 말을 보탤 수 있겠는가.    407쪽

 

(결말 유출 매우 위험)

 

겐야는 로스엔젤레스 대저택에서 기쿠에 고모가 남긴 유산을 처리하다가 나약한 결혼이민자이자 거대한 가정폭력과 범죄의 희생자인 고모의 삶을 발견한다.

 

고모가 여섯 살 때 잃어버린 레일라가 실은 친아버지의 소아성애로 인해 엄마의 주도로 캐나다로 격리되어간 것을 알게 된다. 레일라가 어렸을 때 기쿠에는 능력 없는 결혼이민 여성이었고 이언은 돈, 권력을 가졌기에 딸을 지키기 위해서는 위장된 영아 유괴라는 방법밖에 없었다고는 하는데 개운하지 않다.

 

놀라울 정도로 지극히 선한 의지를 가진 주변 인물들(대저택 일꾼들, 법률회사 사람들, 동네사람들, 사설탐정)이 등장하고 이국적인 풍광, 슬로우 푸드, 차고 넘치는 경제적 여유, 천진난만한 아이들도 삽화로 자주 나오지만 작품을 관통하는 비극적인 추함을 덮는 데 역부족이다.

 

미국인인 기쿠에의 남편 이언은 총명하고 사업적으로 성공하고 인품도 훌륭해 보이나 실은 위험한 소아성애자이기에 기쿠에가 또다른 범죄를 저질러서라도 딸과 남편을 분리시키는 걸로 나온다.

 

그런데 위장 유괴까지 봐준다 쳐도 이후 27년간이나 이언과 결혼을 지속하며 몰래 딸에게 송금한다는 설정은 진정 이치에 닿지 않는다.

 

친아버지마저 딸에게 범죄를 저지르는데 친분 있는 부부가 레일라를 자신들의 자녀로 곱게 키워주리라고 어떻게 장담할 수 있는지?

여섯 살이나 된 아이가 원 가정을 잊고 아무런 트라우마도 없이 양부모에게 온전히 기댈 수 있다고?

조카가 고모의 유지를 받들어 거액의 유산을 바르게만 써줄 수 있을까?

 

딸을 자신이 생각하는 이상적인 가정에 도피시켜둘 것이 아니라

정원의 꽃을 가꾸며 딸의 장래를 막연하게 염려할 게 아니라

박차고 나와 딸과 함께 '들풀'처럼 살아 갔어야 하지 않을까.

(더구나 기쿠에는 결혼 전에 영어를 잘 하는 꽤 유능한 커리어우먼이었다.)

 

소설은 정치적인 올바름을 지향하는 것이 아닌 불가해한 생의 단면을 보여주는 것이라고 하면 할말은 없다.

 

하지만 소설 곳곳에 미국 사회에 대한 품평과 편견이 드러나 불편했다. 소아성애라는 건 꼭 미국,서구만의 문제는 아닐 것이다.   

 

한없이 약하고 올곧은 일본인과 소수 인종들 vs 이윤에만 골몰하고 가학적 성향을 가진 미국인

(국제 결혼한 교코와 기쿠에의 첫남편은 각각 가정폭력범, 소아성애자) 

 

이런 구도를 보는 나도 역시 일본사회에 대한 편견이 가득한 것일까.

 

그래도 식물 무식자인 내가 소설을 통해 여러 꽃과 식물을 접했다는 데 만족하려 한다. 소설 속 분위기를 느껴보려 꽃 이름들을 검색하다가 '풀꽃'같이 소박하고 곱게 사는 분들의 삶을 잠시나마 엿볼 수 있었다는 것도 소득이라면 하나의 소득이다.

 

소설 전체에 자주 등장하는 자카란다 거목

 

 

남미나 아프리카의 벚꽃이라고도 하는데 호주나 미국 로스앤젤레스에서 자주 볼 수 있다고 한다.

 

(사진은 빌려왔다. 저장하면서 출처도 찾을 것을. )

 

그리고 '신비로움, 수수께끼'라는 뜻의 꽃말을 지닌 '거베라'도 자주 등장한다. 자주 화환이나 꽃다발에 보이는 다홍색 꽃인데 기쿠에가 딸을 생각하며 가꾸는 꽃으로 등장한다.

 

 

 

 

할머니는 말이야, 꽃을 보고 있으면 마음을 보고 있는 것 같은 기분이 들어. 꽃을 그렇게 보게 된 것은 아주 최근의 일이야. 그런 생각이, 마음이란 우주가 아닐까 하는 식으로 변한 거지. 159쪽

 

아아아.

정말 신비로웠던 '우주'라는 단어는

지난 암울한 시기를 거치며 너무나 오염되어버렸고 실소를 불러일으킨다.

 

작가가 곳곳에 공들여 구현한 문장을 보고도 이번에는 감탄하지 못했다.

 

풀꽃에게 딸의 생사를 빌 게 아니라 들풀같이 일어서야 했어, 이 생각만 가득.

 

 

미야모토 테루라는 작가는 그저 <금수>, <환상의 빛>으로 만족해야겠다. 엇나간 운명, 회한을 그리는 데 주특기가 있지만 이런 과도한 설정, 무리수는 서정적인 문체나 이국적 배경으로 아무리 치장해도 심오한 주제의식을 바로 담기에 역부족이다.

 

 

 

오래 전에 읽었던 김영하 작가가 자신의 대표작으로 하고 싶다는 작품인 <검은 꽃>은 잘 읽고 왔다.

 

일제강점기에는 정말로 통탄할 일이 가득인데 신파에 빠지지 않고

건조한 시선으로 나라를 잃은 백성들의 신산한 삶을 추적한다.

 

출간 당시에도 읽으며 언젠가 영화화되겠지, 하고 생각했는데 아직 소식이 없다.

 

'하늘과 땅, 그 사이를 강산이라 부르던 사람들이었다. 강과 산이 없는 세상을 그들은 상상하지 못했다. 그러나 유카탄엔 그 두 가지가 모두 없었다.'

도로 밖의 너무나 당연한 강과 산이 차창 밖으로 지나쳐 가는 것을 보며 그들이 느꼈을 막막함에 다시 마음이 아팠다.

 

 

 

 

 

 

 

 

 

 

 

 

 

 

 

 

본가에 갈 때 아무래도 책에 몰두하는 건

여전히 해결되지 않은 문제들 때문이겠지.

 

본가 상태와 노쇠한 엄마의 일상을 생각하면

머릿속이 한없이 복잡해진다.

 

뭔가를 마시고 과일을 깎을 때마다 그때마다 컵과 접시를 새로 닦고

한숨을 쉬다가 왔다.

 

티내지 않으려 해도 엄마는 다 알았을 것이다.

딸들이 어떤 마음일지.

 

 

 

요 며칠 소설을 너무 많이 보았는데

<식물 산책>, <우울한 땐 뇌과학>을 읽어보고 싶다.

 

다른 과학, 사회과학, 종교 분야도 읽자.

 

 

온 우주의 기운을 모을 것 없이

하루하루 나의 기력과 정성을 모아

일상을 지켜가야겠다.

 

그리고 카랑코에 화분을 죽였던 것을 끝으로

더 이상 식물에는 욕심내지 않으려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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의지박약 별주부의 요란한 맹세

 

-아이들 첫 영성체 과제 성경 필사 꾸준히 함께 하기

아이들 글씨보다 내 글씨가 아직은 더 많다.

 

-수업 준비 잘하기

할 수 있는 것에만 집중

 

-집안 정리하고 정리하기

미니멀리즘은 아니더라도 애들 친구 아무 때라도 와서 놀라는 일 없게

 

-수면 주기 식욕 조절

불규칙한 수면으로 식욕이 늘고 몸무게는 ㅜ.ㅠ

 

-동네 산책

이 지역 독립 서점 탐방하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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긴 연휴.

 

매일매일 한참 뭔가를 하고 나서 시계를 보면 갓 정오를 넘겼을 뿐이었다.

 

어린이날에는 아시아문화전당 일대를 돌면서 아이들이 놀 뭔가를 찾다가 먹을 거 먹이고 전당도서관에서 시간을 때웠다.

 

6일에는 다행히 비가 와서 성당 다녀오고 아들은 친구네 가고 딸과 동네 도서관에서 가서 딸아이는 저대로 책을 읽고 난 <마담 보바리>를 읽기 시작했다. 원래는 다른 고전을 읽어볼 참이었는데 전담육아 2일차 권태로운 일상이 마담 보바리를 원했다.

 

<마담 보바리>는 확실히 어릴 때 읽은 작품인데 아, 이런 장면도 있었구나 싶게 많이 새롭다.

 

결혼을 하고 아이를 길러본 경험이 없을 때에는 이 한심한 녀자, 된장녀 하고 말았는데 이제는 마담 보바리가 어느 정도는 이해가 된다.

 

2018년에도 마담 보바리는 현존한다. 세간에 스캔들로 유명세를 탄 파워블로거들이나 여성지에 이니셜로 등장하는 그녀들. 모두 마담 보바리의 후예이다.

 

여권이 신장되었고 세상이 많이 달라졌다고는 하지만 가정을 꾸리고 아이를 낳아 기르는 매일매일의 지난한 삶은 많은 여자아이들이 동경하는 열정이 가득하고 충만한 삶과는 너무나 동떨어져 있다.

 

그리고 많은 소녀들이 책으로 접하는( 현재는 미디어에서 전파하는) 낭만적인 사랑이라는 것은 참으로 허울 좋은 헛소리에 불과하다.

 

자본주의의 태동기부터 지금까지 자본을 축적하는 부르조아들의 탐욕도 여전히 강하다. 보바리즘이라는 용어가 있기 이전부터 인간이란 자기가 가진 것을 넘어서서 언제나 그 이상의 것을 원했다. 

 

자본주의로 이행해가는 사회 전반과 나약한 인간의 본성을 꿰뚫어보고 유일무이한 스타일로 작품을 공들여 썼기에 줄거리로 보자면 그저그런 통속적인 이야기가 고전의 반열에 오른 것이다.

 

읽다가 몇해 전에 여성지에 실린 한 가련한 여인의 이야기가 생각났다. 무심한 남편과 지루한 결혼을 이어가던 중에 여자는 어린 남자(헬스트레이너인지 수영강사인지 가물가물)와 바람이 나서 집을 떠났다. 그런 허망한 도피의 끝은 결국 어린남자의 배신이었다. 가정으로 돌아갈 수 없는 여인은 죽도록 일을 해서 다행히 큰 식당을 운영하게 되었고 속죄의 의도로 비뚤고 엉망으로 자란 자녀들을 거둔다는 이야기였다.

 

이런 이야기는 실화라 해도 그리 신빙성이 가지 않는다.

(실화를 기반으로 하기도 했지만) 오히려 마담 보바리의 이야기 쪽이 훨씬 더 생생하다.

 

 

*

 

어릴 때는 아무런 내적 갈등 없이 보바리 부인이 타락의 길로 접어들었다고 기억했다. 그런데 엠마가 레옹을 처음 대했을 때는 많이 망설였고 흔들리는 자신을 붙잡아보려고 했다는 게 이제야 보인다.

 

샤를르는 정말 거의 자거나 일하거나 그중 하나였고 엠마 보바리와 의미 있는 관계를 맺고 있는 사람은 하나도 없었다. 책을 읽거나 남아도는 시간에 공상을 거듭하며 보바리 부인은 현실감을 온전히 상실한다. 그 당시에는 보바리 부인 같은 경우 얼마든지 유모를 둘 수 있었으니 얼마나 시간이 남았겠는가. 

 

영혼 없는 바람둥이 로돌프를 만나서 보바리 부인이 걷잡을 수 없이 파국으로 치닫게 되는 것도 당연한 수순이었다. 로돌프는 전형적인 냉혹한 바람둥이, 공진회를 디데이로 잡고 엠마를 유혹해서 버릴 계획으로 만난다.

 

로돌프와의 혹독한 이별 후에 만난 레옹 역시 예전의 망설임, 순진을 간직한 청년이 아니었다 레옹은 결국 보바리 부인을 범죄를 저지르는 것도 마다하지 않는 극심한 타락의 길로 인도한다.

 

이런 타락을 더욱 부추기는 건 돈밖에 몰랐던 교활한 뢰르. 해설을 읽어보니 '행복한 사람'에서 나온 작명이라고 한다. '행복'이라는 탈을 쓴 배금주의를 적절하게 나타냈다.

 

다시 읽어보니 풍경이며 주변의 자잘한 인물 모두 주제 구현을 위해 공들여 등장시킨 거네, 하는 생각이 들어 감탄 또 감탄하며 읽었다.  

 

특히 마지막에 장님 거지의 그로테스크함이 엠마의 비극을 더욱더 심화시켰고

비소 중독으로 죽음에 이르기까지의 장면이 이렇게나 길었나 싶어서 당황스러웠다.

 

역시 전에는 문자 해독만 하고 독해는 아니었다.

 

읽는 중에 딸아이가 물어봐서 대강 말해주니, 나쁜 엄마네, 하고 만다.

 

고등학생 정도 되어서 만약 읽기를 원하면 같이 읽고 이야기해보면 좋겠다.

 

 

<타인은 나를 모른다>도 연휴에 읽었다. 

 

소노 아야코 책을 중간중간 읽었는데 역시나 일본 에세이구나, 싶다.

 

<나는 이렇게 나이들고 싶다>를 아주 오래 전에 잘 읽고

최근에 <약간의 거리를 둔다>도 읽었는데 요즘 유행하는 책들의 논조가 다 그렇다.

 

자신만의 속도로 살고 남과 적당히 거리를 두어야 하고 이래야 하고 저래야 하고

시이모님 같은 이야기만 한다. 시어머님이 약간 나서서 하긴 뭐한 이야기를 태연한 표정으로 아랫사람에게 늘어놓는 것 같다.

 

같은 맥락에서

마스다 미리나 사노 요코 등도 예전에 자주 보았는데

이제는 시들하다.

 

자신의 제한된 경험을 가지고 지나치게 초탈한 듯이 이야기하고

사회적 맥락에 대한 이해 없이 그냥 마음 수양 정도만 하면 된다, 서로 (자신만의 기준인) 예의를 차리면 된다는 식이다.

 

개인간의 에티켓에는 민감하면서 거대 악은 묵인하는 나라에서 책임지지 않고 에둘러 말하는 게 습관이 된 듯하여서 이제는 읽고 있으면 힘이 빠진다. 이런 책을 자주 보다보니 사람이 자꾸 나른해진다.

 

확실히 국적을 초월해 널리 읽히는 고전의 힘을 실감하다 보니 이제 소소한 에세이는 졸업해야겠다는 생각이 든다.

 

그래도 오늘이 어버이날이기도 하고 해서 추천하는데

이 책들은 좋았다.

 

평생 엄마와 불화했으나 엄마가 치매로 기억을 잃어가면서 엄마에 대한 감정을 정리해가는

<나의 엄마 시즈코 상>은 몇 년 전에 참 잘 읽었다.

 

그리고 마스다 미리의 평범하고 다감한 부모님 이야기도 매우 잘 읽었다.

이렇게 자녀를 편하게 잘 대해주다보면

아마 비혼으로 남을 경우도 있을 것이다.

 

사이 좋은 부모님을 보고 좋은 가정을 꾸릴 사람들도 있지만

너무나 엉망인 부모로부터 벗어나기 위해 경솔하게 결혼을 결정하는 경우도 있다. 

 

 

 

 

 

 

 

 

 

 

 

 

 

 

 

 

록산 게이 책은 4월 말부터 계속 보고 있다. 록산 게이는 사랑했던 남자친구와 그들의 친구로부터 성폭행을 당하고 이후 폭식을 거듭하고 불안정한 상태에 빠졌다.

 

미리 알려주고 싶은 사실이 있는데 내 인생은 두 부분으로 나누어져 있다. 별로 깔끔하지 않지만 반으로 나누어져 있다. ‘비포’가 있고 ‘애프터’가 있다. 몸무게가 늘기 전. 몸무게가 늘어난 후. 강간을 당하기 이전. 강간을 당한 이후.    5쪽

 

그나마 다행인 건 이민자 가정에서 자라긴 했지만 록산 게이의 집이 가난하지는 않아서 교육을 받고 일어설 힘이 있었다는 것이다. 그렇지만 록산 게이는 자주 자신에 대한 통제력을 잃고 폭식에 빠졌다. 남성들이 선호하지 않는 몸이 되면 안전할 수 있다고 생각하기도 했다.

 

이렇게 되기까지 오랜 시간이 걸렸으나 현재 나는 ‘생존자’보다는 ‘피해자’를 선호한다. 일어난 일의 엄중함을 깎아내리고 싶지 않다. 희망의 여정을 걸어와 승리를 쟁취한 척 하고 싶지 않다. 모든 것이 무사한 척하고 싶지 않다. 나는 그 일이 일어난 채로 여기까지 걸어왔고 그 일을 잊지 않고 앞으로 나아가거나 내게 흉터가 남지 않은 척 하면서 앞으로 나아가고 싶지도 않다. 40쪽

 

이 부분이 마음에 든다. '생존자'라는 표현이 쓰이기는 하지만 '피해자'라는 표현이 수동적인 것만은 아니다.

 

전에 성폭행에 대한 독일의 공익광고를 본 적이 있다. 소녀인 피해 여성의 몸에 뱀이 휘감기고 처녀가 되어서도 중년이 되어서도 그 뱀은 계속 여성의 몸을 휘감는다. 성폭력은 관에 들어가 묻힐 때까지 떨칠 수 없는 기억이다.

 

(ebs에서 오래 전에 보고 찾아보니 있어서 첨부)

 

 

어떤 남성들이 유희라고 여긴 것들(실상 범죄)이 피해자의 일생을 따라다니는 크나큰 일생의 트라우마가 된다. 한 여성이 자신을, 자기 정체성을, 자신의 몸을 혐오하게 만든다. 살아가는 데 내어야 할 귀한 에너지를 다른 데에 낭비하도록 만든다.

 

 

 

 

 

 

 

 

 

 

 

 

 

 

 

 

 

5일에 문화전당에서  애들 책 사이로 꽂혀 있어 보았는데

전에 봤던 책들이다.

 

<엄마 냄새 참 좋다>에서는 미혼모 이야기가 눈물겹다.

<축하해>도 어린 나이에 쓰라린 경험이 많았던 소녀들의 이야기라 너무 마음 아팠다.

학교에서 가르쳐야 할 건 형식적인 성교육이 아니라

성적 주체성에 대한 교육이 먼저이어야 할 것 같다.

실제적인 기구 사용법에 앞서서 인성 교육. 진정한 인간적 교류에 대한 교육

 

 

*

가정의 달이라 온통 의무투성이라 답답한 가운데

이런저런 책들만 읽고

점점 본업을 놓고 있다.

 

변덕스러운 날씨라 긴팔 반팔이 아직도 정리되지 않았고

매일매일 해야 할 기본 가사만 해도 한가득인데 ㅜ.ㅠ

 

 

그래도 오늘 같은 날

어버이여서 잠시 흐뭇한 건

아이들의 카드

 

초등학교에 보내주셔서 감사합니다.

앞으로 더욱더 열심히 살게요.

 

이런 드립은 어디서 배우는 건지.

그래도 참으로 갸륵하고 감사하다.

 

 

*

마담 보바리로 거창하게 시작해놓고는

참으로 소소한 마무리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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