당신을 위한 요리를, 내가, 꼭!


그러니까 먼댓글로 연결된 저 때부터, 나는 사랑하는 사람을 위한 요리를 해보고 싶었다. 오차즈케는 어떨까 생각했지만 한 번도 안먹어봤으므로 뒤로 밀려났고, 나는 그렇게 이 요리 저 요리를 하나씩 해보기 시작했다. 그리고 번번이 실패했다. 모양도 별로고 맛도 별로인 요리들만이 내 손으로부터 나왔다. 나는 영 요리에 재능이 없어, 떡볶이도 김치찜도 바보같이 해...라고 절망했지만, 그러나 좌절하진 않았다. 내 주변의 모두가 내가 요리를 이제 '그만'하길 바랐지만, 나는 고집이 세다. 포기하지 않아, 계속 하겠어! 나는 그렇게 자꾸 시도하고 자꾸 실패했다.


칠봉이와 연애할 때, 나는 칠봉이를 언젠가 나의 집에 오게해서 꼭 따뜻한 요리를 대접하고 싶었다. '김기창'의 『모나코』에서 노인이 배고프다는 여자에게 오차즈케를 금세 뚝딱 해서 내어줄 때, 그걸 잘 먹는 여자가 너무 좋았던 거다. 배고플 때의 따뜻한 음식, 그것이 나를 채워주는 느낌, 얼마나 좋은가! 일전에 나는 친구로부터 선물 받은 치즈파이를 지친 밤에 한 입 베어물고는 감동했던 적이 있다. 아, 이걸 선물해준 친구와 지금의 이 치즈파이는 내 영혼을 달래준다, 왈칵 눈물이 솟았던 기억이 아주 강하게 남아있다. 나는, 그런 음식을 꼭 하나 만들고 싶었다. 이거라면 자신있어! 하는 음식. 그러나 나는 정말이지, 지겨울정도로 실패하고 있었고, 칠봉이는 내게 '돈주고 사먹자'라고 몇 번이나 말했더랬다. ㅎㅎㅎㅎㅎㅎ 너는 글을 잘 쓰니까 글을 계속 써, 요리는 못하니까 하면서 스트레스 받지 말고, 라고 언제나 따뜻하게 나를 격려해주었지 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어쨌든, 이도저도 다 실패하니, 반복할 수밖에 없겠구나 싶어서, 며칠을 오일파스타를 했더랬다. 반복한다고 잘 되진 않았다. 씨댕..


오일파스타도 패쓰...



그러다 나는 이제 지친 영혼을 달래줄 음식, 정성이 들어가지만 어렵지 않은 음식, 그리고 맛이 보장되는 음식을 드디어! 찾아냈다. 



그러니까 지난 주말에 여동생 집에 가서 술을 마시는데, 여동생이 감자전을 해준거다. 강판에 감자를 가는 일은 남동생과 내가 번갈아가며 했다. 여동생은 하면서 내게 과정을 알려주었다. 이렇게 갈아진 감자를 체에 받치고, 그렇게 밑에 받아진 물은 시간이 지나면 녹말과 분리가 된다, 이때 물은 버리고 녹말과 갈아진 감자를 섞어서 부쳐내면 끝! 그렇게 먹게된 감자전은 심심하니 맛있었고 좋은 술안주가 되었던 거다. 물론 제부가 해준 제육볶음과 부대찌개가 갑이었지만 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술안주는 역시 맵고 짜야돼 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어쨌든 그때 보고 나도 감자전 한 번 해봐야지, 하고 다음날 일요일에 도전을 했는데, 우리집엔 강판이 없었던 거다. 제기랄 ㅋㅋㅋㅋㅋㅋㅋ여동생은 '강판 없는 집이 어딨어?' 하고 전화기 너머로 말하고, 스피커폰으로 통화하던 나와 남동생은 동시에 외쳤다.


"우리집!"


하는수없이 믹서에 갈기로 했다. 믹서에 감자를 갈려면 물이 좀 들어가야하고, 그러면 그걸 부쳐내기 위해 밀가루를 조금 넣어야한다더라. 그래, 한번 해보자, 나는 믹서기에 물 약간과 감자를 넣어 갈아냈고, 감자를 체에 받친 뒤에는 밀가루를 크게 두 스푼 넣었다. 그리고 부쳐냈는데, 오, 괜찮은 거다. 그렇지만 밀가루를 넣었다는 게 스스로 좀 껄끄러워... 완벽한 감자전을 해보이겠어!!



나는 그렇게 어제 집에 들어가는 길에 다이소에 들러 2천원짜리 강판을 샀다. 감자의 껍질을 까고는 강판에 갈기 시작했다. 오, 강판으로 감자를 가는 건 정말 더럽게 힘들었다. 무지하게 힘들었다. 두 개만 갈았는데도 녹초가 되는 기분... 게다가 강판에 손을 베어서 피도 났다. 아하하하하하하하하하. 그래, 강판에 감자를 가는데, 그리고 나는 초짜인데, 피 보는 것쯤은 베이스 아니겠어? 하고는 감자 두 개를 강판에 갈고, 여동생이 했던 대로 체에 받치고, 물과 녹말을 분리하고, 그 덩어리를 달궈진 프라이팬에 투척- 아아, 감자전이 완성된 것이다!! 그렇게 나는 술안주를 만들었다. 달걀후라이 하나와 참치전, 그리고 완성된 감자전!!!





물론, 나는 아직 프라이팬을 들어서 뒤집는 것 까지는 못하는 요리초보이므로, 뒤집개로 뒤집다가 가운데가 찢어졌다 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뭐 이쯤은 감수해야지 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그리고 한접시에 담기 위해(설거지 거리 더 만들기 싫어서..) 반으로 접어 모양이 좀 거시기하긴 하지만, 저것은 그야말로 백프로의 감자전!!! 


됐어, 감자전이야, 감자전이라고! 이것은 이제 내가 사랑하는 사람에게 내어줄 음식이야!!



그렇지만 너무 힘들었으므로, 내가 집에서 해먹을 때는 믹서기에 갈기로 한다. 매번 피를 보면서 요리할 순 없잖아. 힘도 쓰고 피도 보고...그건 좀 그렇지 않니? 어쨌든 나는 피를 봐가면서 감자전을 완성했다. 아하하하하하하하. 이것은 감자와 강판, 그리고 체만 있으면 가능하다. 유후~ 아, 그리고 나의 팔힘과 ㅠㅠ 내가 참...거시기한게 ㅠㅠ 팔힘이 약해 ㅠㅠㅠㅠㅠㅠㅠㅠㅠ어쨌든 이것은 내가 사랑하는 사람의 영혼을 달래줄 수 있는 음식. 하트 뿅뿅 ♡



이제 할 줄 아는 요리가 생겼으니, 집만 사서 독립하면 된다!!!!! 



아아, 토지에서 별당아씨가 구천이에게 진달래 꽃피면 화전을 해주겠다고 한 말이 생각나 버렸어... 



"산에 진달래가 필 텐데 말예요. 그 꽃잎 따서 화전을 만들어 당신께 드리고 싶어요."

-박경리, 『토지 6권, p.360』















감자는 언제나 있으니 말예요, 감자 갈아서 감자전을 만들어 당신께 드리고 싶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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달걀부인 2016-10-21 09:59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저도 엄마가 해주시는 감자전 너무 좋아하는데.. 하튼 한국음식은 손이 너무 많이 가서.... 참. 여기에 감자전 해먹을수 잇는 가루 팔아요. 물하고 계란 하나 투척하면 끝! 아..마음은.. 그 가루 보내드리고 싶어요.

다락방 2016-10-21 10:04   좋아요 0 | URL
오오!! 다음엔 계란을 하나 넣어봐야겠네요. 계란 넣을 생각은 못했는데 넣으면 맛있을 것 같아요. 다음엔 계란 넣어서 해보고 궁극의 감자전을 완성하겠어요. 히힛

달걀부인 2016-10-21 10:05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계란 넣으실때 노른자만요! 식당들 감자전이 노르스름한 이유가.. ^^

다락방 2016-10-21 10:13   좋아요 0 | URL
오케이! 꿀팁 감사해요! >.<

붉은돼지 2016-10-21 11:08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아아아아아 생각났습니다. 출생의 비밀을 간직한 종놈 구천이...별당아씨....
저는 솔에서 나온 16권짜리 토지를 읽었는데요..정말 박경리 선생 대단하다는 말밖에는.......
다락방님 요리책도 하나 내셔야겠어요.. 호호호호

다락방 2016-10-21 14:36   좋아요 0 | URL
제가 요리책을 하나 낸다면 누구나 따라할 수 있는 손쉬운 요리를 선택하겠어요! ㅎㅎ
그렇지만 제가 요리책을 내기에는 할 줄 아는 요리가 감자전 딱 하나 뿐이라..무리입니다. ㅠㅠ

저 대사 너무 좋아해요. 꽃을 따다 화전을 만들어 주겠다니, 정말 아름답지 않아요?

비연 2016-10-21 11:09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저는 저 와인이 더 탐스러워보이는... ㅜㅜ
와인 먹고 싶네요. 감자전은... 만들어 먹기는 역량 부족이니까 가다 사가는 걸로. 쿨럭.

다락방 2016-10-21 14:37   좋아요 0 | URL
제가 저거 한 병을 다 마시고 자가지고 오늘 아침에 머리가 팽팽 돌았어요. ㅠㅠ 모닝케어 한 병 마셨답니다. 흑
집에 와인 또 있어요. 오늘도 가서 마실거에요. 내일도 마실거에요. 계속 마실거에요. 꺅 >.<

망고 2016-10-21 15:28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믹서에 갈때 밀가루말고 감자가루 넣으면 괜찮지 않을까요?^^;; 저도 해본적은 없지만요 다락방님 글보고 생각만 해봤어요~ 요리는 쉽게 빨리 해야한다는 입장인데;; 강판에 가는건 너무 힘들거 같아요

다락방 2016-10-21 15:32   좋아요 0 | URL
강판에 가는 건 진짜 너무 힘들어요. 얼굴이 시뻘개지고 몸에서 열이 나요 ㅠㅠ
일단 계란 노른자 팁을 얻었으니, 그걸로 점성이 생기지 않을까요? 제가 믹서에 갈아서 계란 노른자 넣어서 해보고, 뭔가 부족하다 싶으면 감자가루 사다 넣어볼게요. ㅎㅎㅎㅎㅎ

2016-10-23 10:41   URL
비밀 댓글입니다.

2016-10-25 17:26   URL
비밀 댓글입니다.

2016-10-25 17:46   URL
비밀 댓글입니다.

비로그인 2016-10-25 11:58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감자전을 보니 배가 고파집니다.
다락방님 맛있는 점심드세요.

다락방 2016-10-25 17:25   좋아요 0 | URL
점심은 맛없게 먹었지만 ㅠㅠ 저녁을 맛있게 먹을게요. 고맙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