친절한 복희씨
박완서 지음 / 문학과지성사 / 2007년 10월
평점 :
장바구니담기


친절한 복희씨.

박완서 할머니의 책은 처음이다.

이른바 '노년문학'이라 불리는 이 책을 지금 읽는게 맞는가 싶기도 하다. 아무래도 작가의 언제적 집필된 책이냐에 따라 스타일이 바뀌고 사고도 바뀌니까 말이다.

 

노년문학이라고 일컬어질만큼,
작가 본인의 이야기라고 일컬어질만큼
문학지들에 연재됐던 단편을 모은 이 책은
40대 후반부터 할머니까지의 이야기다.

 

이야기의 배경과 환경을 보면 분명 아, 할머니겠구나 싶은데
그 할머니의 독백을 잘 들어보면 주인공이 할머니라는 걸
깜빡 깜빡 잊을만큼 일반적(?)이다.
 

나도 모르게 내가 갖고 있던 선입견에 깜짝 놀란 것은
너무나 당연히 할머니들도 오히려 젊은이들보다 더
놀랄만한 감수성을 갖고 있을 지도 모르는데,  
우리가 느끼는 모든 것을 당연히 느끼실텐데
나는 마치 그때가 되면 아무것도 느끼지 못하고
무덤덤해질 거라 무의식적으로 생각했었나 보다.

일드 around 40로부터 시작해서
이제는 할머니까지
나이든 여성의 이야기들을 보고, 읽고 있자니
왠지 정말 나이들고 있는 기분이 든다.

그래도 이 책은 왠지
옆에서 할머니가 이야기해 주는 인생사를 듣고 있는 기분이었다.
지극히 소시민들의 이야기. 내가 잘 몰랐던 그 시절의 이야기.
젊음과 꽃다움을 한 시절에 보내고
이제 휴식을, 안정을 준비하는 그런 시절의 마음가짐.

문득 그 시절의 나는
어떤 모습일지 어떤 생각을 할지, 도 궁금해졌다.
인생살이 별거 아냐, 라고 말하게 될까.

세상살이 사회에 섞여 살다보면 많은 일들에 무덤덤해지고
또 그래야 우울증 안 걸리고 불면증 안 걸리고 살아갈 수 있어서
최대한 많은 일들에 무덤더해지고 있지만
나이 들면은, 꼭 소녀처럼 섬세해지고 예민한 감수성을 지니고 싶다.

소녀처럼, 웃음에 맑음이 밝음이 그리고 연륜이 묻어나는 사람이었으면 좋겠다.

너무 다양한 '나이든 여성'들의 이야기를 펼쳐주고 계시는 박완서 할머니.
멋지십니다!


댓글(0) 먼댓글(0) 좋아요(0)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
 
 
 
금각사
미시마 유키오 지음, 허호 옮김 / 웅진지식하우스 / 2002년 12월
평점 :
구판절판


그러고보니, 일본도, 금각사 방화사건이 있었다. 우리나라 남대문만 불타오른게 아니고, 일본의 금각사도, 그 오랜 역사의 절도 불탄적이 있었다. 우리나라는 의심의 여지 없이, 소설의 소재가 될 여지 없이 범행 동기는 사회 현실에 대한 개탄, 이지만 금각사의 방화는 여러가지로 소설의 소재가 될만큼 범행 동기가 특이했다. 이른바, 정상이 아닌 자의 방화, 로 읽힐 수 있을 만큼, 그랬다. 이 책을 읽다 보면 어느게 사실이고 어느게 창작인지 햇갈린다. 추후 번역자가 이렇게 다르다, 고 설명해줘서 알았지만.

올 여름 오사카 교토 나라 여행을 준비하면서 가이드북보다도 소설을 읽고 싶었다. 어느 거든지, 그 장소에 대한 기대감과 '감성'을 실어줄 수 있다면 그건 나만의 최고 여행이 될 거라고 생각했었다. 그런 의미에서 교토의 명소, 금각사와 은각사에 대한 글은 필독서였다. 그런데, 이럴수가. 이 책은 금각사에 대한 이야기라기 보다는, 개인에 대한 이야기다. 금각사가 그렇게 아름답겠는가! 하는 기대감보다는, 아 이사람 어쩌지, 싶을 정도다. 어찌 보면 방화범을 두둔하는 것 같기도, 어린 시절부터 방화의 시절까지 그 이유를 찾아 독자를 설득하는가, 싶을만치다. 따라가다보면, 아, 사람은 이럴 수 있나, 싶은거다.

주인공이 절의 도제이니만큼 불교에 대한 이야기, 철학, 사상이 나와 여러가지 생각할 꺼리를 던져주고 갔다. 어렵지만 아 어려워, 하고 책을 덮을 수 없다. 왠지 마음에 남아서 단어 하나하나를 마음 속에 굴리게 된다. 삶을 견딘다는 것, 살아간다는 것. 보편화하기엔 힘든 부분들이 있지만 아, 그런가, 그런건가, 하게 된다.

무겁고 어둡고 진지하고 어려운 책이지만, 다 읽고 나면 인간의 연약함과 무서움에 몸서리쳐지지만, 좋다. 좋았다. 이제 금각을 마주 대하게 되면 나는 무슨 생각을 하게 될까. 금각의 아름다움에 나도 동의할 수 있을까.

올 여름, 금각을 마주하러 가는 길이 기대된다. 꼭 휴가를 내야만 할텐데!!


댓글(0) 먼댓글(0) 좋아요(1)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
 
 
 
즐거운 나의 집
공지영 지음 / 푸른숲 / 2007년 11월
평점 :
품절


우행시를 읽었을 때도 그랬는데 말이다.

결말로 갈수록 지하철에서 질질 짜고 있는 나를 발견하게 되는 것이다. 그냥 눈물이 주루룩 주루룩 감정이 복받쳐 올라 버려서 말이다.  

즐거운 나의 집을 읽으면서 오는 오늘 아침도 푸핫, 하고 웃음이 터져서 그냥 웃고 말았다.
지하철에서.  

저 제목과 소설의 내용이 상반된다는 것을 얼핏 들었기에 어두운게 싫어서 별로 읽고 싶어하지 않았었는데 이벤트에 당첨되면서 한권 더 보내 주셔서 읽어 버리고 있다.  

그런데 이게 왠욜! 이렇게 재미날 수가!
더구나 가족 중 어머니 되시는 분이 어찌나 매력적인지 위녕, 이라는 주인공 이름이 얼마나 입에 착 달라붙는지 나도 모르게 위녕, 위녕 그러면서 책을 읽고 있다.

공지영 작가의 수도원 기행을 읽으며 구절 구절 절절이 새겼던 지난 시절이 있었음에도 우행시로 '기획'에 대한 강의 까지 나가는 걸 보고 살짝쿵 실망했었는데,
(소설은 기획이 아니자나, 라고 생각했지만 기획 맞다. 그리고 우행시는 정말 스토리나 캐릭터 구상 등 시대와 너무 잘 맞는 참 잘 된 기획 맞다고는 생각한다.) 

참 글 잘 쓴다. 착착 감긴다. 역시, 다.
그래도 여전히 뭔가 빠진 것 같은 느낌은 들지만, 그래도 참 좋다.

나는 크게 별다른 상처도 없고 힘든 일도 없는데 왠지 위안 받고 있는 기분이 든다. 그러면서 자꾸 엄마 생각이 난다. 우리 엄마, 이제는 내가 꼭 보호해 주고 싶은 우리 엄마. 아빠는 여전히 내가 보호 받아야 할 것 같은 생각이 들지만, 엄마는 내가 꼭 보호해 줘야만 할 것 같은, 우리 엄마.

나는 위녕의 엄마처럼 살고 싶고, 공감하고, 살거다.  

작가로 나오는 그 엄마는 공지영 작가 자신일까? 문득 궁금.  

"어떤 순간에도 너 자신을 존중하고 사랑하는 것을 그만두어서는 안 돼. 너도 모자라고 엄마도 모자라고 아빠도 모자라... 하지만 그렇다고 그 모자람 때문에 누구를 멸시하거나 미워할 권리는 없어. 괜찮은 거야. 그담에 또 잘하면 되는 거야. 잘못하면 또 고치면 되는 거야. 그담에 잘못하면 또 고치고, 고치려고 노력하고... 자기 자신을 사랑하는 사람만이 남을 사랑할 수가 있는 거야. 엄마는 ... 엄마 자신을 사랑하게 되기까지 참 많은 시간을 헛되이 보냈어."

이런식의 경구들이 얼마나 그 소설을 멋지게 하는 단지 '장치' 로 보이기 쉬운지 안다. 그래도,

사람은 누구나 위안이 필요한 법이니까. 그리고 단지 '경구'만은 아니니까.

"이상하게도 그때 나는 알게 되었다. 이혼한 가정의 아이들이 왜 불행한지. 그건 대개 엄마가 불행해하기 때문일 것이다. 부부가 불화하는 집 아이들이 왜 불행한지도 어렴풋하게 느껴졌다. 그건 엄마가 불행하기 때문일 것이다. 아아, 이 세상에서 엄마라는 종족의 힘은 얼마나 센지. 그리고 그렇게 힘이 센 종족이 얼마나 오래도록 제 힘이 얼마나 센지도 모른 채로 슬펐는지. " 
 
나는 우리 엄마에게 이 구절을 읽어 드리고 싶었다. 나중에 기회가 되면, 꼭 읽어보시라고, 내가 읽다간 금새 눈물이 나버릴 테니까, 꼭 읽게 해드리고 싶었다. 나도 엄마 덕분에 행복하게 자랄 수 있었다고. 아직도 자기 때문에 내가 힘들게 컸다고 생각하는 우리 엄마에게.

모든 순간에 필요한 것은 유머다. 힘들수록 그건 더 필요한 법.
흥미진진하게 지하철에서 열심히 읽게 될 것 같은 책이다. 왠지 공지영 작가의 책은 지하철에서 읽어야 집중이 더 잘되는 듯.


댓글(0) 먼댓글(0) 좋아요(1)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
 
 
 
바람의 딸 걸어서 지구 세 바퀴 반 1 - 아프리카.중동.중앙아시아
한비야 지음 / 푸른숲 / 2007년 10월
평점 :
장바구니담기


여행과 관련있다 하는 이들에게 물어봤다. 누가 제일 좋아요? 누가 제일 멋져요?

10명에 7명은 그녀를 말한다. 한비야.

여행서적이 별로 나오지 않던 시절 그녀의 함량높은 책은 수많은 이들의 마음 속에 여행 붐~을 일으켰을텐데 난 사실 이번에 처음으로 그분의 (그녀보다는 왠지 그분이라고 해야할 것 같다) 책으 읽었더랬다. 요즘의 이미지만 현란한 여행서들에 비해 정말 함량높고 얻을 것, 배울 것 많은 책임을 절감하며 읽어내려갔더랬다. 아, 한비야!

내가 이 책을 20살에 읽었으면 어땠을까, 나도 배낭메고 나간다고 난리쳤을까? 현재 나이 28의 여성. 그분은 30대 후반에 되서 길을 떠났다. 나도, 다시금 꿈을 가져본다. 체력과 경제력, 어학실력을 잘 쌓고 있다가 나도 떠나야지, 나도 길을 떠나야지, 더 넓은 세상을 공부하러 떠나야지. 하고 말이다.

준비된 여행은 역시 다르다. 여행의 목적과 컨셉이 이만큼 뚜렷할진대 어찌 다른이들처럼 그냥 그런 여행을 하게 될쏘냐. 오지탐험이라는 컨셉, 육로로만 간다는 자신과의 약속. 지킬 게 있으면 사람은 강해진다는 말을 증명이라도 하듯, 그분은 유들유들함과 영어실력을 십분 발휘, 막으면 꼬시고, 꼬셔서 극복하고, 원하는 바를 성취한다. 이런게 바로 경험과 연륜이 아니겠나, 싶은 것이다.

유쾌하고 즐겁게 사람들을 만나고, 시골에서 한번쯤 그들과 어울려 살아가며 하나둘씩 쌓아가는 그들의 친절과 미소, 떨어지지 않는 발걸음을 떼내며 다음 길을 향해 걷는다는 것. 마음을 열고 다가가면 세계의 모두와 친구가 될 수 있다는 것. 이것이 얼마나 어려운지, 나는 딱 한번뿐의 배낭여행을 통해 다시 한번 실감한다. 유쾌하게 이어지는 여행이야기를 따라 가다 보면 마치 나도 그런 여행을 할 수 있을 것만 같다. 가끔씩 들려주는 아이들과 친해지는 방법, 말을 몰라도 다가갈 수 있는 방법, 그런 것들을 배울 수 있다.

지금이야 중동 여행을 다녀오는 사람들이 적지 않지만 이 책을 처음 냈을때, 한비야씨가 첫발을 떼었을때 그곳은 정말 오지였으며 한국인의 발걸음이 거의 닿지 않았던 곳이었을거다. 여행 인프라도 구축되어있지 않을 무렵에, 씩씩한 한비야씨가 부럽다. 그 분 앞에서 나이가 왠말이며 체력이 왠말이냐. 고작 서른도 되지 않은 주제에.

여러가지 좋은 말들도 많다. 경험이 뒷받침된 깨달음들은 보다 와닿는 법. 지금 나의 삶을 되돌아보며 대입시켜볼 수도 있다. 과연 구관이 명관이라고, 좋은 책이다.

20대에 한번 읽었으니 이제 30대가 되거들랑 또 한번 제대로 읽어야겠다. 그때 나는 어떻게 변해있으며 이 책을 읽고 또 다른 감상을 남길 수 있을 것 같다. 그때까지 잘 고이고이 모셔두어야겠다.

 


댓글(0) 먼댓글(0) 좋아요(0)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
 
 
 

홋카이도는 나의 허니문 여행지 후보 중 하나다. 친구들끼리 가는 여행보다도 단 둘이서, 차를 렌트해서, 탈탈탈탈 하고 천천히 구석구석을 둘러보고 싶은 곳 중의 하나다. 겨울엔 눈이 많이 와서 힘들테지만 삿뽀로를 중심으로 일루미네이션을 감상하고 봄, 여름, 가을이라면 아름다운 꽃들의 색색깔을 감상하며 비에노, 후라노쪽으로 돌아볼 것이다. 그때까지 서로 번갈아가며 운전을 할 수 있도록 우리 둘 다 운전 연습을 할 수 있었으면 좋겠다. 미국처럼 광활하지 않으면서도 아름다운 자연이 맞아주는 곳, 평원과 초원이 지평선과 함께 있을 곳, 내가 꿈꾸고 바라는 홋카이도다.

이러한 결심을 굳게 한 드라마가 07년 3분기에 있었으니, 그게 바로 소에게 부탁을, 이다. 원제로 하자면 牛に願いをLove&Farm, 2007이다.

축산업 전공의 대학생들의 실습 이야기로 나라에서 '관광 + 농축산업 살리기' 의 목적으로 드라마를 제작한 것이 아닐까 싶을 정도로 아름다운 화면과 농축산업의 실상이 돋보인다. 반면 드라마의 스토리 자체는 조금 아쉬운 부분이 많아서 그저 아름다운 화면에 입이 헤 벌어졌었던 기억만이 남을 뿐이다.

드라마의 촬영지에 의미를 두고 그 장소를 찾는 것은 드라마의 '주요장면'이 되어준 그 곳에 가보는 것에도 비중을 둘 터인데 이 드라마에는 그러한 '주요장면' 자체가 없다. 주인공들이 여러명이고 연애사건이 아니라서 그럴까. 게다가 그저 광활하고 푸르른 초원은 'point'가 없어서 그 곳을 찾아간다고 한들 여기가 거긴가 싶을 것 같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일출, 일몰 자연이 가장 자연답게 아름다울 그 모습을 잘 담아내어 꼭 한번 가보고 싶다는 욕망을 무럭무럭 키워주는 것이다.



동남아의 바닷가에 뿌려지는 일몰도 더없이 아름답지만 푸르른 초원위에 뿌려지는 일몰 역시도 매력적이다. 동남아로 허니문을 다녀온 친구들은 일본으로 가겠다는 나를 만류하기 바쁘지만 일본의 자연은 우리나라와도, 동남아와도 다른 무언가,다. 그런 이유로 후회할만한 것은 아닌 거라고 생각한다.

겨울엔 폭설이 내리고, 여름엔 꽃들이 만발하고, 도시와 자연이 적절히 어우러진, 도쿄와는 차원이 다른, 중소도시의 아름다움을, 따뜻한 온천과 리조트가 있는, 고급스러우면서도 소박한 홋카이도. 배낭을 메고 떠나기 보다는 두둑한 주머니와 든든한 마음의 여유, 함께 즐기고 픈 사람과 떠나는 여행지로 적합하다고 생각한다. 그리하여, 나의 허니문 여행지 0순위, 홋카이도가 되었다.

:: 소에게 소원을, 홈페이지.  http://www.ktv.co.jp/ushi/


댓글(0) 먼댓글(0) 좋아요(0)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