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발적 방관육아 - 프랑스도 인정한 한국 엄마의 특별한 육아법 자발적 방관육아
최은아 지음 / 쌤앤파커스 / 2023년 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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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상적이기만 한 얘기가 아니라서 좋아요! 실천 목록 만들어서 함께해보려고 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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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발적 방관육아 - 프랑스도 인정한 한국 엄마의 특별한 육아법 자발적 방관육아
최은아 지음 / 쌤앤파커스 / 2023년 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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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발적 방관 육아" 말도 안 된다고 생각했습니다. 초등학교 4학년 남아를 키우고 있지만, 여전히, 혹은 갈수록, 방관은 어려운걸요. 실은 제목이 말도 안 돼서 신청해 봤습니다. 어디 무슨 얘기를 하나 두고 보자, 팔짱 낀 마음으로요. 


이 책은 예비 초딩맘 필독서!

늘은 둘째가 초등학교 입학을 앞둔 아들 친구 엄마를 만났습니다. 유치원에서 초등학교 입학 준비 유인물을 나눠 준 모양 인데, 거기에 그렇게 적혀 있더랍니다. "한글 80% 알고 가기". 어머님은 걱정이 태산이셨습니다만, 아무리 생각해도 한글은 크게 걱정거리가 아닌 것 같은 거예요. 우리 집 녀석도 한글 잘 모르고 갔는데 2학기 되니까 다 알던걸요. 물론 정확한 맞춤법은 아직도 먼 얘깁니다만, 수업에 지장은 없던데요,라고 얘기했지만, 그래도 불안하셨을 거예요.

 

에 와서 책을 꺼내 들었습니다. 이 책은 12년 차 초등학교 교사인 최은아 님이 지었고, 제목과 표지에는 전혀 그런 내용이 없지만, 예비 초등 맘 필독서입니다! 이 책이 필요한 독자층을 제 나름 정의해 보자면, 이래요.

 

1. 2023년 기준 - 7, 8세 어머님

2. 4-6세 어머님

3. 초딩 고학년을 앞두고 불안한 어머님

4. 결국 초등엄빠(예비 포함) 라면 이 책은 꼭 봐야 해요!

5학년을 앞두고 = 저학년 졸업, 고민을 했습니다. 논술 학원 X, 토론 수업 X, 대형 학원 X, 사회 과학 학원 X... - 예체능 학원만 다니고 있는 녀석, 과연 이대로 괜찮나... 하다가 결국 초딩 고학년이라는 심적 무게를 무시하고 그냥 하던 대로 해봐야지,로 결론난 우리 집입니다.

이 책을 읽으며 잘 하고 있나, 싶다가도 죽비로 때려맞기도 하고 그랬습니다.


목차는 이렇습니다.

1. 공부 잘하는 아이는 뭐가 다르지?

2. 4-7세 스스로 공부하는 아이로 키우는 자발적 방관 육아

3. 8-10세 초등 공부가 중고등 실력으로 이어지는 자발적 방관 육아

4. 에필로그/ 부록 (초등 입학 준비 생활/학습 편)

 

발적 방관, 이거 진짜 어려운 일입니다.

다 아실걸요. "자기 주도 이유식"이라는 말이 얼마나 사람을 고뇌의 구렁텅이에 던져 넣는지요. 모성애를 의심케하는 모진 말이었다니까요. 그런데, 자발적 방관이라니요. 그냥 두라니요.

저도 천 퍼센트 그런 마음이었어요. 애 낳기 전까지는....

그런데 두 딸을 키우시면서도 그런 제목으로 책을 쓰시다니, 최은아 님 대체 뭔가요!!! 싶었어요. 책을 읽기 전까지는...

줄넘기, 줄 서기, 앉아 있기, 이 모든 것은 자기 조절력과 관계가 있다. 자기 조절력은 자신을 스스로 통제하여 상황에 맞게 행동하는 능력을 말한다. 학교에서 필요한 자기 조절력에는 신체 조절, 관계 조절, 주의력 조절, 시간 조절 그리고 계획 조절력이 있다. 이는 학교뿐만 아니라 가정에서, 또 아이의 교우관계에서도 기본이 되는 능력이다. '나 하고 싶은 대로'가 아니라 다른 사람과 함께 생활할 때 맞춰 살아가는 능인 것이다.

... 공부 잘하는 아이로 키우고 싶다면 기초학력이 아닌 자기 조절력을 먼저 키워주어야 한다. 아직 신체가 준비되지 않은 상태에서 지식만 가르치면, 산만한 똑똑이가 되어 오히려 수업 분위기를 흩트리는 아이가 된다.

p31 '이것 시켜보면 누가 공부 잘하는지 안다'

런 내용을 좀 초등학교 입학 유인물에 써주시지요 - 내가 유치원 원장님이라면 이 책을 유치원 졸업 선물로 하겠습니다. 사실 어린이집 졸업 선물로 더 좋아 보여요. 유치원 입학하는 5세부터 이렇게 육아하면 참 좋았겠다, 싶었습니다. 이 책에는 한글, 영어, 수학 공부를 시작하는 방법과 관점에 대해 좋은 말들을 하고 계세요! 이 책의 논조에 적극 공감합니다. 그리고 초등학생 수백 명을 만난 경험으로 적으시는 글이라는 게 여러 사례에서 보이고 그래서 더 신뢰도가 높습니다. 상상 가능한 장면들이기도 하고요. 

 

엄마가 의도적으로 게을러지면 생기는 것이 메타인지다. 그냥 생겨나는 것이 아니라 자기 조절력과 내적 동기, 문해력을 바탕으로 할 때 생각나는데, 자기 조절력, 내적 동기, 문해력 모두 혼자서 스스로 알아나가야 하는 과정이므로 메타인지도 결국 스스로 깨우쳐야 한다. 

p48 1학년에 구구단 모르는 아이가 나중에 수학 잘한다

 

부의 외적 동기와 내적 동기 부분을 읽고 아이에게 물어보았습니다. 이 책을 읽고 깨달았는데, 내가 공부를 했던 이유는 엄마 아빠가 기뻐하시는 게 좋아서,였던 어린이였고- 이는 내적 동기였는데 -. 우리 집 어린이에게 물었더니 당당하게 엄빠가 기뻐하기 때문에 공부를 잘하고 싶은 생각은 없고, 시켜서 하는 거라고... 아.. 그.. 그래...

 

아서를 보면 자꾸 죽비를 맞고 있는 기분이 드는데, 이 책은 좀 심합니다. 아이가 물을 쏟으면 화를 내고, 어지러워질 것을 대비해 모든 것을 해주는 엄마 - 바로 저입니다. 요즘은 좀 자제가 되는데, 아이가 어릴 때는 정말 죄를 많이 지었습니다... 망나니가 따로 없었달까요...

모든 것을 다 해주는 엄마는 좋은 엄마가 아니다.

올바른 정서는 아이가 스스로 옳은 선택을 하고, 혼자서 해결할 수 있다는 엄마의 믿음에서 시작한다. 엄마는 선을 그어주고 기준을 세워 주기만 하면 된다.

p56 성공 경험을 세우는 프랩 스테이션

... 엄마의 믿음 따위는 저세상에 던져 버렸고요...의심부터 시작하고 잘 할 수 있겠냐고 백번 묻고 시작했어요... 

초등학교 1학년부터 고등학교 3학년에 이르기까지 모든 교과는 나선형으로 이어져 있다. 이전 학년에서 배운 내용을 이미 충분히 알고 있다는 가정 하에 다음 학년에서 깊이 있는 수업 내용으로 이어지므로, 심화 과정까지 충분히 마쳐야 한다. 그러려면 선행학습에 시간을 쏟으면 안 된다. 암기하도록 가르쳐서는 안 된다. 마음의 여유를 가지고, 다시 저학년으로 되돌아가더라도 아이가 스스로 개념을 익힐 수 있게 기다려주자. 

p175 손가락으로 덧셈하는 아이 그냥 두세요

리로는 알고 실천은 어려운 얘기 여기 또 있어요. 머리로는 개념 알죠. 알고 말고요. 그런데 결국 주변의 말들에 치이게 되어 불안한 마음에 사주게 되는 선행학습 문제집... 아이가 스스로 개념을 익힐 수 있게 기다려 주는 방법으로 경시대회 문제집을 풀게 하라는 얘기가 있으십니다. 심화 과정을 통해야 개념을 아는지 모르는지 알 수 있으니까요. 개념이 무너지면 심화는 손도 못 댄다는 걸 뼈저리게 느꼈던 지난날의 수포자 여기 손... 여하튼 구구절절 다 맞는 말씀과 실천 방법을 제시해 주셔서, 내일 당장 경시대회 문제 출력하려고요. 이거야말로, 틀려야 알게 되는 부족함이죠- 많이 틀릴수록 좋은 것- 

 

하고 싶은 목차를 정리해 봤습니다.

 

종이접기가 문해력에 최고,라는 얘기에 공감하고 프랩 스테이션 아이디어에 무릎을 치며, 장을 같이 보러 가야겠다는 다짐을 해보았습니다. 작심삼일 시간표는 당장 엑셀 파일로 만들어야 할 것 같고요. 아이와 대화를 이끌어내는 질문들을 읽으며 그래도 아직은 괜찮게 하고 있지 않나, 했어요. 아이에게 독후감을 요구하기 전에, 엄마가 서평을 쓰기 위해 생각하는 요소들을 기억해 내서 질문하면 확실히 도움이 되는 것 같긴 하다고 생각하면서도... 우리 집 애는 대답한 거랑 전혀 다른 내용을 쓰고 있긴 하던데요... -_0...

 

아니 여튼 현실적인 조언들이었습니다!

 

기억하고 싶은 목차 :

  • 종이접기 잘하는 아이가 국어도 잘한다

  • '이것' 시켜보면 누가 공부 잘하는지 안다

  • 성공 경험을 키워주는 프렙 스테이션

  • 계획성을 키워 주려면 장 보러 가세요

  • 프랑스 가정에서 실천하는 작심삼일 시간표

  • 글쓰기에 어려움을 느낄 땐 녹음기를 켜세요

 

녀석과 함께 하고 싶은 일 :

  • 종이접기 자격증

  • 줄넘기

  • 한끼 식단부터 시작, 일주일 식단 짜서 같이 장보기

  • 가족 시간표 짜기

  • 신문 읽고 NIE 활동하기

  • 생각을 나눈 대화를 녹음하여 글쓰기 전에 들려주기

  • 지난 경시대회 문제 출력하기 (내일)

 

혼자 두지 말고 혼자 하게 두자

발적 방관이지, 방임이 아닙니다.

오늘도 내일도 녀석에게 해주어야 할 말 세 가지.

-틀려도 괜찮아

-잘했어

-사랑해

 

사실, 누가 나한테도 해주었으면 좋겠는 말들 아닌가요.

아이도, 엄마도 서로서로 해주면 좋겠어요.

서로가 서로에게, 하루의 수고를 치하하며 -

그렇게 토닥이며 굿나잇 할 수 있는, 그런 날이기를.

 


쌤 앤 파커스 출판사 서평단 이벤트 당첨으로, 책만 제공 받아 아주 솔직하게 작성한 후기입니다. 



아이가 선생님께 잘 모른다고 말할 수 있으면 안 가르쳐도 되고, 모른다고 말을 못 하면 한글을 가르쳐서 보내는 게 좋아. - P156

초등학교 1학년부터 고등학교 3학년에 이르기까지 모든 교과는 나선형으로 이어져 있다. 이전 학년에서 배운 내용을 이미 충분히 알고 있다는 가정 하에 다음 학년에서 깊이 있는 수업 내용으로 이어지므로, 심화 과정까지 충분히 마쳐야 한다. 그러려면 선행학습에 시간을 쏟으면 안 된다. 암기하도록 가르쳐서는 안 된다. 마음의 여유를 가지고, 다시 저학년으로 되돌아가더라도 아이가 스스로 개념을 익힐 수 있게 기다려주자.
- P17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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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라진 소녀들의 숲
허주은 지음, 유혜인 옮김 / 미디어창비 / 2022년 1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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예상대로 달려야 했다. 끝까지 달려야 내려놓을 수 있는 그런 책이었다. 역사 추리소설이라는 생소한 장르. 참 오랜만에 스토리로 승부하는 소설을 본 듯. 21개의 챕터로 오로지 달려 달려 달려! 하는 그런 책이었다. 결말이 궁금해서 아무것도 할 수 없는 책이라, 가족 아무도 일어나지 않은 새벽녘에 시작하길 잘 했다 여기게 된 그런 책이었다.

소설가 천선란님이 쓰셨듯, 에놀라 홈즈가 떠올랐다. 민환이가 꼭 슬픈 이 나라의 애놀라 홈즈 같았다. 물론 민환이는 애놀라 홈즈처럼 사랑하고 지지해 주는 엄마도 없지만. 시체도 발견하지 못한 채 부고로만 전해진 아버지를 찾겠다는 일념으로 제주까지 내려온 여성이긴 하지만. 민환이는 댕기머리 탐정이니까! 여성이라 슬프고 서러운 조선의 탐정이니까. 용감하게 사건을 대하고 진척시켜 가는 모양이 꼭 영국의 애놀라 홈즈 같았다. 

영화처럼, 장면이 선명하게 떠오르는 이야기


음악이든 소설이든 눈앞에 그림을 그려주는 작품을 좋아한다. 가사가 없는 음악은 이미지가 떠오르고, 직접적으로 표현해 주는 소설은 보다 자세하게 눈앞에 장면을 상상할 수 있게 된다. 책을 읽는 동안 내 눈앞에 한 편의 영화가 흘러가는 걸 보니 이 책도 영화화 얘기가 나오지는 않을지..! 

배경은 1426년 조선. 주인공은 민환이. 동생은 민매월.  고모네가 있는 목포에서 엄격한 통제를 받으며 지내던 민환이는 아버지 민 종사관의 부고와 함께 복선이라는 미지의 여성이 보내온 아버지의 수사 일지를 비밀리에 전해 받는다.  고모의 허락 없이 아버지를 찾으러 제주로 향하는 민환이. 노경 심방 (무당)의 수양딸처럼 지내고 있는 동생 매월이와 사라진 13명의 소녀들이 있는 제주 노원으로. 

13명의 소녀는 어디로 갔을까. 
  
제주는 아름답지만 서글프다. 섬이라 식량과 물이 귀하고 육지에선 귀향지로 지정해 버렸고. 농경지가 드물고 바다가 있으니 해녀가 있고. 육지의 높으신 분은 돌보지는 않으면서 공물을 요구하고. 근대로 올수록 아픈 역사투성이고. 그래서 외지인에 대해 경계가 깊고 말이다. 

또한 그 당시 여성이 물질로 생계를 책임졌기 때문에 그 지위가 육지에 비해 높으며 운신이 자유롭다고 한다. 이 때문에 댕기머리 탐정 민환이가 "비교적" 자유롭게 사건을 해결해 나갈 수 있었을지도, 그래서 작가는 제주를 배경으로 삼았는 것인지도. 캐나다에서 살았던 작가의 아버지가 제주 출신이라던데, 정말 책을 읽다 보면 제주의 문화가 곳곳에 드러나 좀 놀랐다. 뿐만이 아니다. 캐나다 사람인 작가가 이렇게까지 세부적으로 당시의 정황을, 분위기를, 여성의 지위를, 문화를, 시대상을 위화감이 없이 그려내다니, 하고 또 놀랐다. 


한라산도 나오는데, 잠깐 묘사하는 장면마저도 내가 다녀온 한라산이의 풍경이더라. 눈앞에 떠오르는 제주의 풍광들과 사람들. 풍경 묘사에 많은 분량을 할애하는 것도 아닌데, 장면이 선명하게 떠오르는 그런 소설이었다.

아버지와 딸, 그리고 자매

여러 관계가 등장하는 데 유독 두드러지는 관계는 부녀, 그리고 자매다.

명나라에 조공으로 미성년 여성을 보내야 했던 시대. 아름다운 미성년 처녀를 골라 조공으로 바쳐야 했던 그 시절. 내 자식이 어여쁘지 않은 아버지가 있을까. 어느 아버지가 딸자식을 그렇게 보낼 수 있을까. 각기의 처지와 지위에 맞춰 아비들은 딸자식을 지키기에 여념이 없다. 힘없는 나라에서 여성으로 태어난다는 것. 지금도 똑같다. 얼마나 많은 나라에서 여성들은 희생되고 있는지. 그 맘 아픈 역사에 우리나라도 있었다.


이런 비극적 환경에서 나타나는 부녀의 갈등.  정도의 차이만 있을 뿐, 공감 가는 부분이 아닐까. 자식이자 부모인 내가 모두의 입장을 이해할 수 있는, 그런 얘기가 아닐지.

모든 형제 자매가 겪을 부모에 대한 쟁탈전도 그렇다. 부모는 깨물어 안 아픈 손가락 없대도...


이 모든 감정선은 스토리를 따라가며 자연스레 독자에게 전달된다. 각기 다른 이해=오해가 생기며 사건은 꼬여 가지만... 사건의 해결됨에 따라 시간이 만들어낸 감정의 골들도 해결되며 깊은 안도의 한숨을 내쉬게 된다.


무어라 설명하기 힘든 같음과 다름


외국소설을 읽고 있는 기분이 분명히 들었다. 배경이 제주이고 주인공이 한국 이름을 하고 있음에도 불구하고 번역된 소설을 읽고 있다는 게 선명하게 느껴졌다. 자꾸 애눌라 홈즈가 떠올라서 그런가. ^^;; 다른 분들의 후기가 궁금하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마지막 결론을 읽으며 눈물이 주르륵. 이 감성은 한국 감성인데, 그러면서 주르륵. 부녀의 관계도, 자매의 관계도 참 한국적인데, 그러면서 주르륵. 한국 감성이 글로벌 감성인가, 그러면서 주르륵.


더 나은 세상이 되길 


스피디하게 달리는 사건, 그 안에 담긴 감정선, 생생한 풍경 묘사, 살아 숨쉬는 인물들, 충실한 고증. 수많은 외국 매체들의 추천사 만큼이나 재밌게 읽은 책이었다. 외국 소설 같기도, 한국 소설 같기도 한 그런 신기한 책. 외국계 한국인이 지어 번역된 다른 책들도 궁금해졌다. 


80년 동안 끌려간 고려 여인 2천 명, 공식적 기록에 의한 조선 여인 114명, 비공식적으로 끌려간 11-18세의 더 많은 조선의 여성들을 애도한다. 그 긴 시간 동안 인간 조공이 되어 내 의지와 무관하게 슬픔을 겪고 고통을 당한 여성들을 애도한다. 그리고 지금도 여러 방식으로든 이어지고 있는 수많은 여성들의 슬픔과 눈물이 아프다.


더 나아지길. 제발 더 나은 세상이 되길. 여성이라는 이유로 목숨을 위협받는 세상이 아니게 되길.


넓은 지대에 돌로 만든 커다란 집 세 채가 서 있었고, 초가지붕은 햇살을 받아 백금색으로 반짝였다. 뒤에 우뚝 선 나무의 초록색 잎사귀들이 서늘한 가을바람에 흔들리며 소리를 냈다. 자라면서 일상처럼 들었던 소리. 검고 낮은 돌담으로 둘러싸인 집은 5년 전과 똑같았다. 여전히 아담하고 수수했다. 아버지는 부유한 편이지만 육지에서 기와집 재료를 공수할 만큼 재력가는 아니었다. 거친 비바람으로 유명한 제주에 커다란 기와집을 짓는다는 발상 자체가 말이 되지 않는다. 험한 날씨에 보호막이 되게 지은 집이 아니면 강풍에 무너지기 십상이다. - P80


"이상하지예?"

가희가 말했다.

"어멍 아방은 자식 위한거랜 생각허지만 정작 자식 입장에선 원허지 않는 일을 할 때가 하영있주마씀."

가희는 잠시 말을 잇지 못했다.

"나는 아방헌티 날 위해 혼 팔아달랜 부탁한 적 어수다. 겐디 아방은 다 너를 위한 일‘이랜 했고예"

...

"아방은 나 먹여 살리겐 무슨 일이든 해수다. 영 생각하면 감사허고, 경 허당 그런 생각을 한 나를 원망허고. 왜냐하면 아방이 얼마나 나쁜 짓 해신지 아니깐. 겐디 아방을 범죄자랜 생각허민... 굶어서라도 나 배불리 밥 먹게 해준 사실을 잊을 수 어수다."

 - P365


매일이 패배의 연속이라오. 이 일을 하다 보면."

유 어사가 우리를 내려다보았다.

"남을 지키는 의무를 다한다는 일이 원래 그렇소. 몇 명을 구해도 대부분은 잃지. 이번만 그런 게 아니오."

 - P402

매월이 흡족한 표정으로 고개를 끄덕였다. 이어지는 침묵 속에서 나는 주위를 둘러보았다. 여기까지 오는 동안 우리는 너무 많은 것을 잃었다. 그럼에도 순수하고 찬란한 하늘과, 더욱 짙어진 언덕 아래의 나무들이 보였다. 슬픔이 우리 안에 골짜기를 만들었고 그 사이로 따스한 바람이 지나갔다. - P42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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크리스마스 타일
김금희 지음 / 창비 / 2022년 1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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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야기 조각 맞춤; 이어지는 듯 아닌 듯

책은 "밤", "눈 파티", "하늘 높은 데서는" 3개의 챕터로 "밤"에는 3가지, "눈 파티"는 2가지, "하늘 높은 데서는" 2가지 이야기로 구성되어 있습니다.


연작 소설입니다. 옴니버스 드라마처럼요. 주인공들이 바뀌지만 왠지 결이 비슷해 보여요. 모두 크리스마스 즈음의 이야기이고, 진짜 같은 배경으로 주인공이 다른 이야기가 있기도 합니다. 1부 밤의 첫 이야기가 2부 첫눈으로, 3부 크리스마스에는 으로 이어집니다.


첫 시작은 MTN 방송사 작가인 은하의 이야기로 시작됩니다. 은하의 이야기에서 방송사 팀이 슬쩍 소개되고 그 인물들이 2부, 3부로 이어지는데 그새 익숙해졌다고 어, 반갑다!는 느낌이 드는 겁니다. 그리고 소위, "떡밥"이라고 하는 이야기들을 펼쳐주기도 하고요. 마지막 크리스마스에는,에서 딱! 궁금했던 맛집 알파고와 지민의 서사가 펼쳐져 반가웠다지요!


다 읽고 나면 크리스마스 타일, 제목처럼 이야기가 맞춰져 큰 크리스마스 그림이 그려지는 기분이 듭니다. 마지막 책장을 덮으니 서울 어느 백화점의 벽면 가득한 크리스마스 장식처럼, 타일 하나하나에 주인공들의 마지막 장면이 클로즈업 되며 각각 비춰주다 줌아웃 하는 영상이 그려지는 그런 책이었어요.


#자꾸 내 얘기도 쓰고 싶어지는 책

김금희 작가 책에 나오는 인물들은 참 낯설지가 않습니다. 우리 주변에 한 번쯤은 있을법한 사람들이 나오고 그 사람들이 겪는 것도 낯익어요. 장소와 종목과 강도만 다를 뿐이지 우리는 한 번쯤 그런 기분을, 그런 장면을 겪어봤을걸요. 그래서 자꾸 어, 나도 말이지... 하고 독후 노트를 쓰게 되는 책 같아요.


월계동 옥주. 해외에서 어학연수를 경험한 사람이라면 이 얘기에 백만 퍼센트 어, 나도! 하게 되지 않으려나요? 예후이 같은 현지인은 없을 수도 있지만 대학 부설 어학원으로 어학연수를 떠나본 경험이 있는 사람이라면 강도와 사건의 차이로 그렇게 느끼지 않을지. 다국적 친구들과의 여행 이야기도, 그 사이 감정의 오고 감도 그렇고요.


3가지의 얘기가 펼쳐지는 MTN 방송사 얘기도 뭔가 그래요. 방송사에서 일해본 경험은 없지만 일하는 게 다 그렇죠. 조직에 휘둘리고 어디에나 아부하는 이들, 흐름에 몸을 맡기는 이들은 있고 힘든 일엔 쏙 빠지는 인간들도 있고, 밉상, 진상도, 동지도 있는 직장인 월드. 그리고 그 사이 개개인들은 회사 밖 라이프와 역사가 있고요. 작가는 그 라이프와 감정에 슬그머니 초점을 맞춥니다. 그래서 더 내 이야기 같은 것 같은 건지도 모르겠습니다.


우리는 다 그렇게 살아요. 무섭고 걱정스럽고 염려도 되고 상처도 있고 부족한 것도 있는데, 씩씩하게 한 발자국씩 내딛으며 그렇게 삽니다. 멋지게 세상 속으로 근사하게 섞여들며 우리 다 그렇게 살잖아요. 그렇잖아요. :)


미래에 대한 걱정과 근심을 안고, 그렇지만 또 그렇게 새해의 계획을 세우며 보낼 이번 크리스마스는 또 어떤 날이 될 지 기대도 되고 설레기도 합니다. 미리, 메리 크리스마스입니다. 크리스마스이브에 다시 읽을 거에요!


##출판사에서 책을 제공 받아 읽고 쓴 리뷰입니다. ####

베이징에서 돌아온 뒤로도 옥주의 날들은
그리 평안하지는 않았다. 자기 자신이 완전히 볼품없는 인간이 된듯해 좌절했고 사람들과는 늘 가까워졌다 멀어지며 오해를 쌓아갔다. 그래도 그해 예후이와 함께 보았던 호수를 생각하면, 세상 어디에서는 호숫물로 등잔을 밝힐 수도 있다는 얘기를 기꺼이 믿었다는 사실을 떠올리면 상심이 아물면서 옥주는 옥주 자신으로 돌아갈 수 있었다. 다시금 월계동 옥주로, 속상한 일이 있으면 언제든 바람막이를 꺼내 입고 못난 자신이 갸륵해질 때까지 걷는 중랑천의 흔하디흔한 사람으로. - P13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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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트] 멜로가 체질 1~2 세트 - 전2권 - 이병헌.김영영 대본집
이병헌.김영영 지음 / 김영사 / 2022년 6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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헐 뭐에요 대본집이라뇨 이 드라마 몇번 봤는지 아세요? 동영상 화면 캡처해서 공유하고 싶었던 적이 한두번이 아니었다고요. 영끌해서 대출 받아가지고 저 지금 이런거 살 때가, 살때가 전혀 아닌데 이런거 지금 나오시면 저 어쩌죠. 할부 가야죠. 아우 감사합니다. 글로 읽으면 더 생생할텐데 이거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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