홋카이도는 나의 허니문 여행지 후보 중 하나다. 친구들끼리 가는 여행보다도 단 둘이서, 차를 렌트해서, 탈탈탈탈 하고 천천히 구석구석을 둘러보고 싶은 곳 중의 하나다. 겨울엔 눈이 많이 와서 힘들테지만 삿뽀로를 중심으로 일루미네이션을 감상하고 봄, 여름, 가을이라면 아름다운 꽃들의 색색깔을 감상하며 비에노, 후라노쪽으로 돌아볼 것이다. 그때까지 서로 번갈아가며 운전을 할 수 있도록 우리 둘 다 운전 연습을 할 수 있었으면 좋겠다. 미국처럼 광활하지 않으면서도 아름다운 자연이 맞아주는 곳, 평원과 초원이 지평선과 함께 있을 곳, 내가 꿈꾸고 바라는 홋카이도다.

이러한 결심을 굳게 한 드라마가 07년 3분기에 있었으니, 그게 바로 소에게 부탁을, 이다. 원제로 하자면 牛に願いをLove&Farm, 2007이다.

축산업 전공의 대학생들의 실습 이야기로 나라에서 '관광 + 농축산업 살리기' 의 목적으로 드라마를 제작한 것이 아닐까 싶을 정도로 아름다운 화면과 농축산업의 실상이 돋보인다. 반면 드라마의 스토리 자체는 조금 아쉬운 부분이 많아서 그저 아름다운 화면에 입이 헤 벌어졌었던 기억만이 남을 뿐이다.

드라마의 촬영지에 의미를 두고 그 장소를 찾는 것은 드라마의 '주요장면'이 되어준 그 곳에 가보는 것에도 비중을 둘 터인데 이 드라마에는 그러한 '주요장면' 자체가 없다. 주인공들이 여러명이고 연애사건이 아니라서 그럴까. 게다가 그저 광활하고 푸르른 초원은 'point'가 없어서 그 곳을 찾아간다고 한들 여기가 거긴가 싶을 것 같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일출, 일몰 자연이 가장 자연답게 아름다울 그 모습을 잘 담아내어 꼭 한번 가보고 싶다는 욕망을 무럭무럭 키워주는 것이다.



동남아의 바닷가에 뿌려지는 일몰도 더없이 아름답지만 푸르른 초원위에 뿌려지는 일몰 역시도 매력적이다. 동남아로 허니문을 다녀온 친구들은 일본으로 가겠다는 나를 만류하기 바쁘지만 일본의 자연은 우리나라와도, 동남아와도 다른 무언가,다. 그런 이유로 후회할만한 것은 아닌 거라고 생각한다.

겨울엔 폭설이 내리고, 여름엔 꽃들이 만발하고, 도시와 자연이 적절히 어우러진, 도쿄와는 차원이 다른, 중소도시의 아름다움을, 따뜻한 온천과 리조트가 있는, 고급스러우면서도 소박한 홋카이도. 배낭을 메고 떠나기 보다는 두둑한 주머니와 든든한 마음의 여유, 함께 즐기고 픈 사람과 떠나는 여행지로 적합하다고 생각한다. 그리하여, 나의 허니문 여행지 0순위, 홋카이도가 되었다.

:: 소에게 소원을, 홈페이지.  http://www.ktv.co.jp/ushi/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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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브루스 올마이티)

언젠가 엄마가 그러셨는데
니가 그렇게 잘나서 혼자 살겠다고 하는거냐,
다 사람들이 오만해서 신을 의지하지 않는거다, 였던가...
 
그런 어조의 말씀에 왠지 당시엔 듣지도 않았지만
갈수록 마음에 남는다.

내가 얼마나 오만하길래, 나 혼자 잘 살 수 있다고
그렇게 떵떵거리며 지냈던가.

모태신앙에 수요예배 새벽기도까지 나가던 열혈 크리스찬인 내가
십수년 만에 송구영신 예배를 나가봤다.
신을 의지한다는 것은 참 좋다, 다만 크리스찬이라는 사람들의
행색이 언행불일치라 그렇지. 

아무쪼록 아주 오랜만에 찬송을 하고
경건하게 한해를 돌아보며 무사히 살아온 것에 대한 감사를 드렸다.
나는 나 혼자 잘나서 지금까지 온 것이 아니니까.
감사의 기도를 드렸다.


(에반 올마이티)

에반 올마이티와 브루스 올마이티.
두 편의 영화는 최고의 전도영화라고 생각한다.
당시엔 전혀 거부감도 없고 재밌고 웃기지만
숨겨진, 혹은 드러나게 전도를 하고 있다.

god으로 나오는 익숙한 배우, 모건 프리만.
god의 일을 일주일 동안 대신하게 되는 짐캐리.
야후를 통해 모든 이들의 기도를 듣고
모두 yes라고 답해버려 세상을 혼란으로 이끌고.
개인의 연애와 일을 위해 세상을 조작해
지진과 운석 등 모든게 엉망이 되어버린다.

 그 와중에 하나하나 얻게 되는 깨달음. 

더불어 에반 올마이티에서는 조금 더 노골적이 되는데,
네가 가족의 행복을 빈다면 내가 어떻게 가족의 행복을
줄 것 같으냐,
가족의 행복이란 건 굴곡을 거쳐 얻게 되는 것으로
힘듦이 있을 때 비로소 느낄 수 있는 것이라고,
그렇게 웨이터의 모습으로 나타나 god이 역설한다.

만약, 고등학교 시절의 나였다면
웃기지 마라, 그건 다 변명일 뿐이다,
라고 했겠지만
왠지 지금은 믿는다.

밤새워 작성해낸 내 기사, 찍어나온 신문이 기뻤고
싸우고 난 다음에 내 애인이 더 좋아 보였고
잠시 자리를 비웠을 때 그 빈 자리가 더 컸다. 

우리 가족은 큰 고비를 겪고 나서 더 살가워졌고
지금 더 좋은 나중을 위해 풍랑 중에 있는 일도 있다. 

이렇게 '때'가 있는 것 같다.
누가 무슨 이야기를 해주던 그 '때'가 아니면
아무리 좋은 얘기도 거부감만 들게 할 뿐.

그러고보면 모든건 겸손에서 비롯되는 것 같다. 
나는 작고 보잘 것 없어
언제나 누군가의 보살핌을 받고
도움을 받으며 하루하루를 살아간다.


마음이 가난한 자는 복이 있을지니
천국이 그의 것이라.

소박하고 겸손하고 감사할 줄 알며
미루지 말고 경건하게 들뜨지 말고.

2008년은 뭔가 이끌어 내는 그런 해가 됐으면 좋겠다.
하루하루를 소중히 할 줄 아는 내가 되기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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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워킹맨 (드라마 판)


- 워킹맨 (만화 판)


07년 4분기 드라마인, 워킹맨. 하타라키맨.
07년 1분기 드라마인, 파견의 품격.

일하는 것은, 생활하는 것이다 라는 동일한 맥락에서
워킹맨은 워커홀릭인 여자의 생활을
파견의 품격은 막힘없이 일하는 파견직의 생활을 보여준다. 

워킹맨은 밤낮없이 일하는 월간지 기자가
여자라는 성별의 문제와
일과 연애 사이에서 고민하고,
일과 가족 사이에서 고민하고,
일과 건강 사이에서 고민하고...
그래도 나는 일이 좋아, 로 결론이 날 것 같다. 

파견의 품격은 이를테면 비정규직 근로자들처럼
3개월씩 계약하고 계약 갱신이 되지 않으면
회사를 옮겨야하는 이들의 생활을 그린다. 

워킹맨은 보고 있으면 그녀의 열정과 일에 대한 애정이 부럽고
나는 뭐하고 있나 싶기도 하고
파견의 품격은 3개월 일하고 3개월 여행가는 삶이
좋아보이기도 하고 시급 3만엔 받는 파견직이 되려면
정말 불가능은 없다, 가 되야 할 것 같아 비현실적이고.

일을 하고 돈을 벌어 생계를 유지한다, 라는
어쩌면 참 당연한 흐름에 대해
나는 무슨 생각을 하고 있을까.

고생한 만큼 결과물이 나와야 성취감을 얻고
고생하려면 스트레스를 받으며 시간을 투자해야 하고
시간을 투자하는 만큼 나는 힘들고
포기해야 하는 것들이 생긴다.

일/시간/휴식/친구/애인/가족/여유/성취감/자아발전
상등하거나 상반되는 가치들 중에
내가 원하는 게 무엇인지 하나하나 동그라미를 치면
내가 살고자하는 방향이 나올까.

 이제 꿈을 실현한다, 라는 건 힘든 것 같고
내가 잘하는 일을 택하느냐
내가 하고 싶은 일을 택하느냐, 도 아닌 것 같고
돈을 많이 주고 빡센 일을 하느냐
돈을 덜 받아도 쉬운 일을 하느냐
의 선택이나

보수가 형편없어도 하고 싶은 일을 하느냐
보수가 괜찮아도 싫은 일을 하느냐
라거나

다 필요없어, 일만 배우게 해주세요.
의 상태인 것 같기도 하다.

젊어서 고생은 사서도 한다는데
견디고 견디면 못 견딜 일 있겠느냐,

아무튼 워킹맨은 칸노 미호의 예쁜 얼굴을 보면서도
고민거리만 느는 것 같아 내내 힘들었고
파견의 품격은 드라마니까, 멀찍이 떨어져서
공작새처럼 다양한 모습을 보여주며
우유부단한 나를 깨우쳐주는 주인공의 목소리에
깔깔대면서도 깊게 되새겼다.

거절하는 것도 용기,
그만두는 것도 용기,
시도하는 것도 용기.

나도 하루코짱 같은 멘토가 있었으면 좋겠다.

덧: 하타라키맨의 마지막 엔딩 장면의 체조는 정말 코믹하다. 가히 드라마의 백미라 할 수 있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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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넛공주 2008-01-06 10:23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저도 이 만화책 모두 갖고 있어요. 하고픈 일을 아직도 찾는 중인 제게 많은 생각을 하게 해주었답니다.

돌돌 2008-01-09 11:19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저도 워킹맨 만화책 보고 싶네요~ 열심히 일하는 모습이 너~무 아름다운 그녀! 였어요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