머리가 좋아지는 숨바꼭질 100 머리가 좋아지는 숨바꼭질 1
세베 마사유키 글.그림, 고향옥 옮김 / 비룡소 / 2012년 3월
절판


아이들은 아가적부터 까꿍 놀이를 하거나 숨바꼭질 놀이를 할때 가장 재밌어 하는거 같아요,
아가적엔 그냥 손바닥으로 얼굴만 가리고 손을 내리며 까꿍을 해도 까르륵 넘어가잖아요,
걷기 시작하면 문뒤에만 숨었다 나와도 그냥 마냥 좋아라하던 아이가
진짜 숨바꼭질을 하며 꽁꽁 숨어있는 친구들을 찾으며 즐거워 하게 되죠^^



그런데 이 숨바꼭질책은 그렇게 장롱속에, 문뒤에, 화장실에, 책상밑에
숨어 있는 사람을 찾는놀이가 아닌 사람속에서 사람을 찾는 숨바꼭질 놀이에요^^
어쩌면 그게 더 어려울지도 모르는 다 비슷비슷하게 생긴 사람들속에서
책이 요구하는 사람을 찾아내야 한답니다.
자 그럼 참 다양한 100명의 친구를 찾으러 가볼까요?



무시무시한 해적들 틈바구니에, 혹은 나무에 오르는 사람들 중에서 , 네모난 아파트 창문속에서,
임금님 잔치에 모인 손님들 중에서, 서로 닮은 친구들속에서, 죄다 빨간옷을 입은 산타들 중에서 등등
페이지 가득 들어차 있는 갖가지 표정과 포즈를 취하고 있는 수많은 사람들 사이에서
책이 요구하는 친구를 찾기란 생각보다 쉬운일은 아니에요,
하지만 캐릭터가 가진 특징이나 옷색깔이나 장신구등을 살피면서 찾으면 분명 찾을수 있답니다.



다 비슷비슷한 사람들 속에 숨어 있는 친구를 찾으려면 눈동자도 열심히 굴려야하고
찾으려고 하는 친구를 잘 기억하고 있어야 하는등 아이들의 집중력을 높여주기도 하구요
그림마다 이야기가 숨어 있어 아이들의 상상의 나래를 펼치게도 하는 숨바꼭질이에요,
게다가 책을 보며 엄마와 아이만의 숨은 친구 찾기를 해볼 수도 있구요!


숨은 친구 100명을 찾아내는 놀이지만 다양한 사람을 한 1000명은 만나보게 되는 책이네요!
꼭꼭 숨어 있는 친구들을 찾으며 잠시나마 심심함을 달래볼수도 있을거에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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운수 좋은 날 / 빈처 올 에이지 클래식
현진건 지음 / 보물창고 / 2012년 4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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표정이 살아 있는 글이란 바로 이런 글이 아닐까 싶다. 종이위에 놓여진 까만 글자들이 어느새 머리속에 영상을 펼쳐보이듯 느낄 수 있을 정도로 세밀하게 묘사하는 글이라니 읽을수록 맛깔스러운 현진건의 단편소설들이다. 어려서는 우리말로 쓰여진 소설인데도 무슨 말인지를 몰라 글을 읽는데 어려움을 느낀데다 생사고락과 같은 이야기가 도통 와닿지 않으니 그저 학교 숙제로 어쩔 수 없이 읽어야했던 재미없던 책이었는데 지금은 그 느낌들이 살아 읽는 재미가 쏠쏠하니 내가 나이를 먹은 탓일까?

 

제목만 들어도 다 알만한 '운수좋은날, 빈처, 술권하는 사회, B사감과 러브레터'등을 제외한 나머지 단편들의 경우 앞서 익숙한 제목의 단편들을 읽어 내려가다 보면 처음엔 날것 같은 문장들이 어느새 익숙해져 정확히 알지 못하는 단어들일지라도 이야기 흐름상 대충 어떤 말인지 이해하게 되니 우리 말이란 그래서 좋은듯 하다. 그리고 무엇보다 술술 읽히는 현재의 소설들과 달리 무언가 그 느낌이 색다른 말을 서술해 놓은듯한 문장은 무성영화 시대 변사의 대사를 듣는듯한 재미를 주기도 한다.

 

'가슴이 어째 답답해지며 누구하고 싸움이나 좀 해 보았으면, 소리껏 고함이나 질러 보았으면, 실컷 울어 보았으면, 하는 일종 이상한 감정이 부글부글 피어 오르며 전신에 이가 스멀스멀 기어다니듯, 옷이 어째 몸에 끼이고 견딜수가 없다.' ---p14

 

[빈처]의 너무 속이 상한 남편의 문장이 그 절심함이 느껴질 정도로 리얼하다. 살림이 어려워 아내의 옷가지까지 내다파는 지경을 보면서 그 남편이 처음엔 자신을 잘 이해해주는 아내가 천사 같다가 어느 한순간 자신을 원망하는 듯 하자 원수로 변했다가 또다시 자신을 위로해주자 천사로 변하는 그 과정이 어찌나 생생하고 흥미진진한지 사람 사는 게 다 이런거지 싶은 생각을 하게 된다. 또한 [술권하는 사회]에서는 조선사회를 불평하고 신세한탄을 하며 사회가 술을 권한다는 남편의 말에 사회가 어느 요리집 이름이나 되는줄 아는 아내와 아내의 답답함에 또다시 밖으로 나가는 남편을 보며 '그 몹쓸 사회가, 왜 술을 권하는고!' 하는 아내의 말은 웃어야할지 울어야할지 모를 상황을 만들기도 한다.

 

[B사감과 러브레터]의 이야기는 한때 사춘기를 지나면서 러브레터라는 단어에 괜히 가슴설레어 읽었던 기억이 나는데 참 이상한것이 결말이 도통 떠오르지가 않는다. 읽고보니 노처녀B사감이 왠지 불쌍하게 여겨졌으며 [희생화]라는 단편에서는 유교적관습과 집안의 차이가 주는 이루지 못하는 사랑으로 인한 비참한 최후가 참으로 가슴시리게도 한다. [운수 좋은날]을 읽을적에는 '설렁탕을 사다 놓았는데 왜 먹지를 못하니? 왜 먹지를 못하니?'하는 문장을 기억하고 그 부분이 제일 슬펐다며 자신이 가장 좋아했던 소설이었다고 말하는 딸아이에게 깜짝 놀라기도 했다.

 

'호기의 눈을 번쩍이고 있던 상춘은 이야기가 끝나자 웬일인지 그 여자를 여지없이 타매하였다. 어디 밀회할 곳이 없어서 그 어둠 침침한 층층대 밑에서 그런 짓을 하느냐는 둥, 필연 여학생 모양을 한 은근짜나 갈보라는 둥, 내가 그런 일을 당했으면 꼭 붙들어 가지고 톡톡히 망신을 주었으리라는 둥, 그리 못한 학수가 반편이라는 둥......' ---p117

 

이 문장은 [까막잡기]라는 단편의 한구절로 여자 한번 꼬셔보겠다고 음악회에 친구를 데려갔다가 오히려 여자에겐 심드렁한 친구가 보드라운 여인의 손길로 까막잡기를 당했다는 이야기를 들으니 샘을 내는 참 재미진 문장이다. 어찌보면 전혀 의외의 인물에게 들이닥친 생각지도 못한 층계참에서의 까막잡기는 이야기의 반전을 주기도 하는 작가의 이야기구성이 돋보인다. 형편이 어려워 정신나간 친구를 간호하다 결국 자신이 미쳐가는 [사립병원원장]이나 고통스러운 밤을 피하려 집에 불을 내고 마는 [불]이나 오늘 내일 하면서도 끝끝내 다시 털고 일어난 할머니에게서 결국 화창한 봄날 부음소식을 듣게 되는 [할머니의 죽음]등은 삶이란 그리 호락호락하지 않다는 사실을 분명히 느낄 수 있게 해주는 이야기들이다.

 

그러고보니 이 책을 읽으며 시러베아들놈이라느니, 비렁뱅이, 설설한, 아지머니, 비대발괄 등등의 낱말들이 참 재밌게 여겨졌으며 어린시절엔 알지 못했던 삶에 대한 공감과 글읽는 재미를 맛보았는데다 무엇보다도 비록 숙제로 읽은 책이지만 문장까지 기억하고 있는 딸아이와 함께 소통하며 책을 읽었다는 사실이 무척이나 행복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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리진 2
신경숙 지음 / 문학동네 / 2007년 5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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프랑스 공사의 사랑으로 프랑스로 건너가 무한한 사랑을 받으며 행복할거 같은 리진이 프랑스에서의 문화속에 젖어 살아가며 자신도 모르는 사이 스스로를 잠식해가는 고뇌와 갈등속에 자아를 찾으려 애쓰는 이야기가 펼쳐진다. 1권의 콜렝의 편지로 시작되는 책과는 대조적으로 프랑스의 문물에 대해 소상히 적은 부치지도 못하는 왕비에게로의 편지로 시작되는 리진의 이야기는 새로운 문물을 받아들이고자 애쓰는 놀아움과 갈등을 담은 조선 여인의 삶을 그대로 보여준다고 해야겠다.

 

 

콜렝은 리진에게 제대로 프랑스말을 배우도록 하거나 프랑스 역사를 익히도록 가정교사를 들이기도 하는등 그녀가 프랑스에서 불편함 없이 살아갈 수 있도록 배려하고 대외적인 각종 모임과 파티에 그녀를 동승해 데려가지만 그녀는 언제나 늘 남들의 시선을 의식해야하는 부담감을 떨쳐낼수가 없다. 게다가 콜렝이 데려간 미술관이나 박물관에서 만난 다른 나라의 문물들이 왜 자기 나라에 있지 않고 다른나라에 있어야 하는지 받아들이지 못하는 리진은 콜렝과는 다른 입장에 놓여 있는 자신을 깨닫고 갈등하기도 한다. 또한 파티에서나 낭독회에서 알게된 모파상을 비롯한 프랑스인들과의 만남을 통해 그들 또한 고뇌하고 갈등하는 사람들이라는 사실을 알게 되지만 반가워야할 같은 조선인인 홍종우의 등장은 왠지 석연치가 않다.

 

 

프랑스에서 조선의 복식을 갖추고 조선이라는 조그만 나라를 알리기 위해 애쓰는 홍종우라는 인물은 프랑스인의 의복을 갖추고 왈츠를 추는 리진을 보면서 씁쓸한 웃음을 짓는가 하면 의외로 그녀를 조선에서부터 사랑해왔음을 고백하는등 종잡을 수 없는 행동을 보인다. 게다가 조선이라는 나라를 알리기 위해 [춘향전]이나 [심청전]을 프랑스어로 번역하는데 있어 애국심을 자극시켜 리진을 설득하려 들고 리진 또한 석연치 않지만 자신이 프랑스의 책을 번역해서 왕비에게 들려주고 싶었던 마음을 떠올리며 가슴뛰게 그일을 돕기도 한다. 그러던 어느날 또 한번의 유산을 좌절하고 마는 리진은 스스로를 다독이지 못해 새벽이면 프랑스 거리를 떠도는 몽유병에 시달리게 된다.

 

 

사랑을 손에 넣고 나면 시들해지고 마는것은 어쩔수 없는 것일까? 프랑스로 리진을 데려올때만 해도 거창한 결혼식을 올리겠다는 등의 달콤한 말을 속삭였던 콜렝은 집안 내력을 들먹이며 그 약속을 지키지 못한채 자신의 업무에 충실하게 살아가는가 하면 리진 몰래 예전의 애인을 다시 만나는 등의 자유연애를 즐기며 자기 나라의 문화속에 젖어 살아가게 된다. 그러다 리진의 몽유병이 향수병이란 사실을 깨닫고 다시 함께 조선으로 휴가를 떠나게 되는데 결국 리진만 조선에 남겨둔채 떠나고 만다. 조선으로 돌아와 자신이 어떤 모습이어야 하는지 고민하는 리진은 홍종우에게 했던 말처럼 자신의 의지를 담아 편안한 드레스 차림으로 궁에 드나드는가 하면 강연과 함께 어릴적 살았던 집에서 살아가게 되기도 한다.

 

 

사실 강연과의 애틋한 운명은 리진이 다섯살 나이에 처음 만난 그 순간부터 강연에게 주어진 운명인지도 모른다. 결국 피부색도 눈동자색도 다른 멀고먼 프랑스라는 나라로 떠나버린 리진이지만 매일 그녀에게 편지를 쓰면서 이루지 못할 사랑으로 밤을 세웠을 강연의 사랑이 리진을 다시 조선으로 불러들인것은 아닐까 하는 생각도 한다. 프랑스 선교사였던 블랑을 도와 고아원을 짓고 그곳에서 일을 도왔던 서씨와 강연은 다시 돌아온 리진을 반갑게 맞아주는 장면에서는 그동안의 힘겨운 여정을 거쳐 이곳으로 다시 돌아온 리진에게 이제 편안한 삶을 살게 해주려는듯 보였지만 그 앞에 놓여진 운명은 그 어느때보다도 더 혹독하게 리진을 벼랑끝으로 몰아넣고 만다.

 

 

일제의 간섭이 심해지고 궁에서 맞딱드리게 된 명성왕후의 죽음이 진실을 가린채 나라가 위기에 처하자 리진은 콜렝에게 사건의 내막을 자세히 담은 편지를 남기고 결국 조선의 왕도 떠나버린 쓸쓸한 궁에서 비참한 최후를 맞이하게 된다. 그녀의 한이 서린 그 진실이 어찌어찌 구천을 맴돌다 신경숙이라는 작가를 통해 600년이라는 시간이 훨씬 넘은 21세기에 우리 앞에 생생히 살아 불려 나오게 된걸까? 조선의 궁녀였지만 신문물을 접하고 새로운 삶을 살아가려다 자신의 나라로 되돌아 올수 밖에 없었던 운명의 장난같은 리진이라는 한 여인의 삶을 통해 조선말의 시대상을 눈앞에 펼쳐보는것만 같은 그런 소설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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리진 1
신경숙 지음 / 문학동네 / 2007년 5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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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는 이 소설을 역사적 실존 인물을 되살려낸 역사소설이란 사실을 알지 못한채 책을 펼쳐들게 되었다. 처음엔 조선말기 근대화의 물결이 일렁이던 역동적인 시대 배경속에 프랑스 공사와 사랑을 하고 프랑스 문화를 접하게 되는 한 여인의 이야기인줄로만 알았다. 그런데 조선의 궁녀였으며 무희였던 나인이 리진이라는 이름을 가지게 되고 자신과 애틋한 이별을 고하는 왕비 앞에서 춘앵무를 추는 보통의 로맨스소설이 아니란 생각이 들었다. 아니나 다를까 신경숙 작가는 조선말기 명성왕후시대의 무희였던 리진이라는 역사적 실존인물을 작가의 상상력을 끌어 내어 21세기 이 시대에 데려다 놓았다.

 

 

부모가 누구인지도 모른채 서씨의 손에서 자라던 리진은 다섯살 나이가 되어 궁에 드나들게 된다. 혼자 있어 적적한 대비전의 심심풀이로 드나들던 어느 하루 적막하기 이를데없는 궐을 돌아다니다 만나게 된 왕비는 그녀를 데려다 배를 긁어주며 어미처럼 따뜻하게 대해주었다. 그리고 또 어느날 교태전에서 일어난 불길 앞에서 당당하던 왕비의 손에 꼭 붙들리기도 하며 그렇게 왕비와의 연이 깊어지게 된다. 자신을 거두어준 서씨의 집에 찾아온 푸른눈의 프랑스 선교사에게서 프랑스 말을 배우고 말을 하지 못하는 또래의 강연을 만나 오누이의 정을 나누며 그렇게 자라난 리진은 궐의 궁녀가 되어 왕비 곁에 머무르게 된다.

 

 

리진은 어릴적부터 총명함이 남달라 한번 알려준 글귀는 잊지를 않고 청국말, 프랑스말등을 익히는데 있어서도 그리 어려움이 없으며 수를 놓는 일에도 춤을 추는 데에도 누구도 리진을 따를자가 없을 정도로 재주가 뛰어 나다. 그런 재주로 인해 왕비 곁에 머물며 잠자리에 책을 읽어주고 왕비의 일을 보아주던 리진은 점술인의 시기로 인해 왕비에게서 내쳐지게 되는데 마침 리진을 한눈에 사랑하게 된 프랑스 공사가그녀를 궁에서 끌어내는데 큰 역할을 하기도 한다. 그렇게 궁에서 내쳐진 리진이 왕비의 뜻을 헤아리게 되면서 프랑스 공사 콜렝의 사랑을 받아들여 조선을 떠나기로 결심하기에 이르기까지 리진이 왕비곁에 머물기를 바라는것과는 달리 일이 진행되는 장면들이 참으로 안타깝기만 했다.

 

 

1권의 책에서는 외국인에게 우리나라가 어떻게 비쳐지고 있는지를 잘 보여주고 있다. 블랑은 처음 조선에 와서 작고 외진 이 나라사람이 자기들만의 글자와 말을 쓴다는것과 글을 모를거 같은 여종까지 서책을 읽는 모습에 놀라는가하면 무엇보다 어린아이 어른 할것없이 모두 큰사발의 밥을 싹 먹어치운다는 사실에 놀란다. 여러나라를 다니며 그나라만의 독특한 물건들을 수집하는 콜렝 역시 둥그스름한 무덤을 보며 죽은 자와 산자가 함께 살고 있는 조선에 대해 기대감을 갖기도 한다. 물론 문화와 문물이 전혀 다른 나라 사람들에게 그 존재조차 알리 없는 조선이라는 나라가 색다르고 신비롭게 보일것은 당연하지만 그들 또한 이나라의 예법에 따라 행동하려 하는 모습에서는 높은 문화의식 수준을 보여주기도 한다.

 

 

그리고 조선말기의 청나라, 러시아, 프랑스, 일본등이 조선을 두고 서로 간섭을 하려 드는 사실적인 시대상황들이 가끔은 소설이 아닌 다큐같은 느낌을 주기도 하는데 그런 불안한 정국의 흥선 대원군과 명성왕후의 대립을 보며 어쩌면 호시탐탐 조선을 노리던 그들에게 조선이라는 나라안의 내분이 빌미를 준것은 아닐까 하는 아쉬움이 들기도 한다. 외국인들에 의해 어린아이를 매매한다고 하거나 사람을 잡아 먹는다는등의 유언비어가 나돌았던 그때 조선이 얼마나 무지목매했는지를 알게 해주기도 하며 근대이 문물앞에 급속히 변화하고 있는 조선의 모습이 불안불안하게 여겨지기까지 한다.

 

 

물론 콜랭의 극진한 구애와 오랜 기다림을 보여주는 이야기는 여느 로맨스 소설 못지 않은 달달하고 애틋함을 준다. 처음 리진과의 우연한 만남에서 프랑스말을 자연스럽게 구사하며 반가이 인사하는 그녀를 몰래 사진에 담고 혼자만 애태우던 그앞에 그녀는 경회루의 연회에서 무희로 다시 등장한다. 또한번의 운명적 만남에 그녀에게 홀딱 반해버린 콜렝이 박수를 칠 기회를 놓쳐 결국 그녀를 프랑스 공사관으로 초대하게 되면서 급기야는 그녀와 프랑스로 건너가게 되기까지의 과정은 한여자를 사랑한 눈이 푸르고 머리색이 다른 남자의 사랑이야기를 담아내고 있다.

 

 

1권의 책은 콜렝이 조선에 머물며 있었던 자세한 정황을 담은 서신을 본국의 각하에게 보내는 편지로 이야기가 전개되는 방식이다. 어쩔 수 없는 운명에 처해져 프랑스 공사관에 머물며 서책을 통해 프랑스라는 나라를 탐닉하고 드디어 프랑스로 떠나는 배위에서 몸부림치듯 춤사위를 날리는 리진의 모습이 지금도 애틋하게 와 닿는다. 다음편의 그녀의 프랑스에서의 삶은 또 어떤 이야기를 풀어내고 있을지 몹시 궁금하기도 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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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킬 박사와 하이드 올 에이지 클래식
로버트 루이스 스티븐슨 지음, 황윤영 옮김 / 보물창고 / 2012년 3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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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킬박사와 하이드라고 하면 도덕적이고 학식이 높으며 선행을 베풀던 지킬 박사가 악의 화신인 하이드라는 인물이 되어 온갖 만행을 저질러 결국 비참한 최후를 맞게되는 소설이라는 사실은 책 좀 읽는다고 하는 사람들은 대부분 다 알듯하다. 하지만 원작을 읽은 사람은 얼마나 될까? 아마도 혹자는 조승우가 열연해서 유명해진 '지금 이순간'의 그 열창을 떠올릴지도 모르는 이 소설을 오늘 나는 조금 색다르게 만나게 되었다고 할까? 이미 우리는 결말을 알고 있지만 이 소설이 나올 당시는 그 결말을 알지 못해 미스터리 스릴러에 해당하는 놀라움을 주었다고 하는데 나 또한 결말을 모르는 채로 책장을 펼쳐보고 싶다.

 

 

처음 시작은 지킬박사의 친구인 어터슨 변호사가 화자가 되어 기이한 일들을 풀어 내고 있다. 지킬의 부탁으로 전혀 모르는 하이드라는 인물에게 남겨진 유산에 대한 유언장을 의아해 하며 친구의 행적을 추적하게 되는 그는 신용할수 없는 하이드라는 인물이 혹 지킬을 협박하고 있는건 아닐까 하는 의심을 한다. 또다른 친구 래니언의 죽음을 슬퍼할 겨를도 없이 지킬박사집의 집사와 함께 하이드의 주검과 지킬 박사의 진술서와도 같은 그동안의 정황을 상세히 설명하는 편지를 발견하게 된다. 그리고 소설은 레니언 박사의 편지와 함께 자신을 끔찍한 최후를 맞게 한 어마어마한 비밀을 진술한 지킬박사의 편지가 공개 된다.

 

 

소설속에서의 하이드에 대한 사람들의 표현은 인간이라고 하기에는 어딘가 기이하고 끔찍한 얼굴을 하고 있다고 하는데 악으로만 가득찬 사람이란 정말 어떤 표정을 하고 있을지 상상하자면 누구나 추악한 모습을 떠올릴것이다. 하지만 실상 사람에게는 믿기 어려운 이중적인 면이 보이지 않는 선하고 착한 얼굴 뒤에 숨겨져 있는 경우가 참 많다. 잔인하고 끔찍한 사건의 인물이 다정한 이웃인 경우를 종 종 보았을 것이다. 나 자신을 생각해볼때도 가끔은 그런 이중적인 모습이 고개를 내밀곤 하는데 보통의 경우는 그것을 드러내지 않으려 노력하고 산다. 그러나 지킬박사는 우연한 실험의 결과로 그동안 꼭 누르고 참느라 힘겨웠던 것들을 전혀 다른 얼굴을 하고 있는 하이드라는 인물을 통해 발산하므로써 결국 하이드를 이기지 못해 비참한 최후를 맞고야 만다.

 

 

이 책의 [지킬 박사와 하이드의 기이한 사례]라는 원제가 말해주듯 이 소설은 편지와 진술서 형식의 구조를 띠고 있어 잘못된 과학실험의 산물이 인간을 파멸의 길로 접어들게 한다는 사실을 여실히 증명해주는것만 같다. 처음 지킬의 친구 어터슨 변호사가 화자가 되어 들려주는 이야기는 독자로 하여금 하이드라는 인물의 정체와 지킬박사와의 관계에 의구심이 들게 하면서 책속으로 끌어들이는 흡입력이 무척 강하다. 이 책을 읽고자 한다면 그 결말을 머리속에서 밀어내고 읽어보기를 권한다. 그리만 한다면 [지킬박사와하이드]는 정말 색다른 이야기로 강한 인상을 남겨주게 될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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