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잔혹한 통과의례 - 1998년 뉴베리 아너 상 수상작 ㅣ 청소년문학 보물창고 24
제리 스피넬리 지음, 최지현 옮김 / 보물창고 / 2012년 3월
평점 :
절판
아이들이 점 점 자라는 과정에 있어 왠지 거부할 수 없는 통과의례 같은 것이 있기 마련이다. 하지만 자신은 원하지도 않고 하고 싶지도 않은 것이지만 오랜 마을의 관습에 의해 고통스러운 생일의식을 치러야하고 비둘기의 목을 비틀어야하는 파머의 성장을 위한 통과의례는 보통 아이들이 의례 거쳐야할 그런 과정과는 사뭇 다른 느낌을 주는 참으로 힘겨운 과정이 아닐 수 없다.
일년에 한번 가족 축제의 날이면 커다란 축구장에 마을 사람들이 모두 모여 5천마리의 비둘기를 총으로 쏘는 행사를 연다. 3년전 아직 어린 나이의 파머는 총을 맞고 떨어진 비둘기의 목을 비트는 링어의 존재를 알고 무척 당혹스러워한다. 열살이 가까워지는 그 순간들이 너무도 힘겹지만 왠지 자신이 링어가 되어야한다는 사실에서 벗어날 수 없을거 같은 파머는 생일에 동네 개구쟁이들을 초대하고 고통스러운 생일의식을 치른후부터는 그전과는 다른 하루하루를 보내게 된다.
새로이 스너츠란 별명을 가지고 개구쟁이 친구들과 어울려 마을을 휘젓고 다닐수 있게 된 사실에 너무도 행복한 파머는 오랜 친구였던 도로시를 괴롭히는 일에까지 동참하게 되는데 보통의 아이들의 경우 왠지 무리에 속하지 못한다는 사실이 불안한것처럼 파머 또한 그 무리속에 자신이 속하게 되었다는 사실이 그저 행복할뿐이다.그런데 어느날 눈보라속에서 자신의창문을 두들기는 비둘기의 존재를 알게 되고 링어가 되어야하는 자신의 생각과는 달리 비둘기에게 니퍼라는 이름을 붙여주며 돌보게 된다.
비둘기가 매일 자신의 방을 찾아오는 일을 시작으로 엄마를 경계하게 되고 친구들이 그 사실을 알지 못하게 하려 학교에서 말썽을 부려 하교시간을 늦추거나 친구들과 함께 하지 않기 위해 갖가지 핑계를 대지만 무엇이건 오래 감출수 있는것은 없다. 언제나 불안한 마음이 가득했던 파머는 자신이 괴롭혔던 도로시의 눈물을 본 순간 도로시에게 모든것을 고백하며 그동안의 응어리를 풀지만 개구쟁이 친구들까지 파머의 비둘기에 대해 눈치를 채게 되면서 위기의 순간에 노심초사하게 된다.
한번은 비둘기를 아주 먼곳에 놓아주고 집으로 돌아오지만 어느새 비둘기는 파머의 창문앞에 돌아와 있다. 그만큼 비둘기와 파머는 땔레야 땔 수 없는 그런 사이가 되어 버렸다. 그리고 전혀 모를거라 생각했던 엄마에게서 파머가 비둘기를 키우고 있다는 것을 알고 있다는 고백을 듣고는 파머는 그동안의 마음의 짐을 덜어내듯 목놓아 울게 되는데 자신의 열살 생일에 친구들에게 링어가 되지 않겠다고 생일의식을 하지 않겠다고 당당하게 자신의 목소리를 낸다.
내내 너무도 잔혹한 통과의례로 인해 동네 친구들과 무리지어 나쁜짓을 일삼는 파머를 보며 인생의 온갖 무게를 다 짊어진듯해 너무도 안타깝고 안쓰러웠는데 비둘기를 키우며 동물과 교감을 나누는 파머는 참으로 사랑스러운 소년이기도 했다. 또한 도로시와의 관계를 회복하면서 상황은 극적으로 전개가 되어 드디어 링어를 거부하기까지 하게 되는 파머의 용기가 무척이나 감동적으로 다가 온다. 잔혹한 만큼 파머의 성장은 어쩌면 더욱 단단한 반석위에 올라서는 성장과정이 되어주는 이야기가 아닐까 생각이 든다. 또한 잔인한 행위라는 것을 알면서도 관습에 얽매이는 사람들틈에 진실의 눈을 가진 아이들이 분명 있음을 다행이라 여기게 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