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렇게 덥고 습하더니
밤사이 가을님이 급습,
바람도 햇살도 너무 좋아서 산책 나왔다가
동네 도서관에 왔어요.
신간코너에 재밌는 신간들이 많더라구요.
그중에 구병모의 짧은 소설,
도서관 사서에 대한 로망이 있어서인지
호기심에 쭈욱 단숨에 읽게 되는 책,

더이상 책을 읽지 않는 시대에
누구나 드나들수 있는 가상의 도서관에서의 사서,
그 사서가 하는 일이란
도서관에서 뛰쳐나간 존재들을 잡아들이는 일,
열심히 의무를 다하던 어느날,
잡아 들여야하는 울먹이는 잉게를 만나
이야기가 만들어낸 존재가 아닌
자기 자신으로 살고싶다는 이야기에
의무를 이행하지 않고 바깥세상으로 놓아줍니다.
그 뒷이야기까지 놓칠 수 없는
약간은 미스터리하고 스릴도 있는
판타지 소설!
역시 구병모!

"나는 이야기가 정해 준 삶이 아니라 내 삶을살고 싶어요." - P66

"그럼. 그래도 이 세상에서 그 이야기를 없애 버린 걸 잘못이라고 생각하지는 않아. 어차피 세상누구도 찾아 읽지 않는다면, 있는 이야기도 없는것과 크게 다를 바 없으니까."
- P71

오히려 그 옛날의 이야기가 사라졌기에 비로소 나의 이야기는 시작될 수 있었다는 거란다. 볼품없고 평범하고 평생 남의 밑에서 수모를당하며 반복 노동을 했을 뿐이지만, 그럼에도 불구하고 나의 이야기가. 누구의 조작도 없이, 회개와구원이라는 얼굴을 하고 있으면서 그 실체는 낡은설교에 동원되어 소모되고 마는 삶이 아닌, 내 의지로 내가 살아가는 이야기가. - P84


댓글(0) 먼댓글(0) 좋아요(7)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
 
 
 
잃어버린 도시의 헌터스
칼리 월리스 지음, 박창현 옮김 / 그래비티북스 / 2023년 8월
평점 :
장바구니담기


견고한 성안에서 우물안 개구리처럼 살아가던 한 소녀의 모험 판타지 성장 장편소설

댓글(0) 먼댓글(0) 좋아요(3)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
 
 
 

밤새도록 끝나지 않는 대화란 어떤걸까? 그렇게 대화를 나눴던 때가 분명 있었는데 그 대화의 내용은 전혀 기억나지 않지만 오랜만에 밤새도록 끝나지 않는 대화를 나눠 보고 싶다는 생각을 하게 만드는 책!​

영화를 전공한 비디오 아티스트 서솔에게 반한 휘수, 그녀를 남자댄서로 착각했던 서솔, 당신이 좋고 대화가 하고 싶고 예술적으로 대화를 해야만 한다며 단도직입적으로 대시하는 이야기에서부터 흥미로운 두사람, 창작을 통한 예술을 하는 두사람의 대화는 어떤것인지 호기심에 책을 펼쳐보게 된다.

‘오늘은 어땠나요?‘ 라는 질문을 듣는 순간 잠깐동안 우리는 어떤 말을 해야할까 고민하게 된다. 참 쉬울거 같은 일상의 대화지만 잠시 고민하게 되고 고민에 고민을 더해 생각지 못했던 이야기를 끌어 내기도 하며 일상의 대화를 넘어 창작와 예술, 그 너머의 어떤것들까지도 끌어오게 되는 두 사람의 대화, 문득 그 대화속에 끼어 들고 싶다는 생각을 하게 된다.

서솔의 짝사랑에 대한 질문에 예술과의 짝사랑을 이야기하고 예술과 전혀 관련없는 영화 감독이야기를 하고 첫공연이 언제냐는 질문에 첫사랑이야기를 하고 처음을 이야기하는 사람들의 심리에 대해 각자의 방식으로 이야기한다. 휘수의 생각때문에 일어난다는 이야기에 쾌락주의와 경제적 후원에 대한 이야기, 나아가 일찌감치 유명해지지 않아서 더 발전할 수 있고 보여줄 사람이 더 많다는 사실에 설렌다는 이야기를 한다. 서솔의 담배에 대한 질문에 처음 담배를 피우기 시작한때의 이야기를 하고 담배를 전애인 같은 거라는등의 이야기를 한다. ​

이름에 대한 이야기를 하면서 닉네임을 쓰게 된 이야기를 하고, 아빠의 성을 내내 써왔으니 엄마의 성을 따른다는 이야기를 들으며 50년을 넘게 쓰면서도 썩 내키지 않아해서 좋아하지 못한 내 이름을 생각해본다. 그래도 착하게 살라고 아빠가 고심끝에 지어주신 이름인데 잘못 부르면 맘에 들지 않는 음식 이름처럼 들리는 내 이름에 엄마 성을 붙여서 써볼 생각은 못해봤다는 사실과 내맘에 드는 별명이라도 지어 불러 볼껄 그랬나 하는 이런 이야기들을 허휘수 서솔 두 사람의 대화속에 끼어 들어 함께 하고 싶다는 생각을 하게 하는 이런 책이라니!

두 사람의 짧은 대화가 끝나면 서솔은 이브닝 노트에 휘수는 모닝 페이지에 각자의 짦은 에세이를 남긴다. 그 에세이 뒤에 나의 에세이 한페이지도 적어 보고 싶어진다. 그래서 ‘우리도 함께 대화해요‘ 라는 부록까지 담은 아주 심심찮은 책이다.

 



댓글(1) 먼댓글(0) 좋아요(7)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
 
 
호시우행 2023-09-08 07:23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예전에 사귄 적이 있었던 그 여성도 엄마성을 고집했던 기억을 떠올리게 하네요. 그러고보니 밤새도록 대화했던 일들이 이젠 거의 없는 듯합니다.ㅠㅠ
 

마법사들의 전쟁 이후 자신들만 살아남아 50년간 안전하고 평화로운 성안에서만 살고 있다고 생각하던 비토리아, 그곳은 정말 안전한걸까?​

우물안 개구리라는 말이 있다. 바로 그 우물안 개구리처럼 살아가는 비토리아 사람들, 50년전 마법사들의 전쟁으로 세상 모든 사람들이 죽고 성밖은 마법사들이 만들어낸 괴물들이 도사리고 있어 나가지 못하지만 성안에서만은 안전하고 평화롭게 살 수 있다고 믿고 살아가는 사람들, 성밖의 괴물을 잡는 헌터였던 언니가 사라지고 난 후 언니와의 추억을 떠올리며 괴물이 사는 숲속에서 사냥연습을 하던 한 소녀가 우연히 성밖의 세상에 사는 이방인을 만나면서 성밖 세상으로의 모험을 시작하며 새로운 진실에 눈뜨게 되는 이야기다.

빵집 딸 옥타비아는 게으름에 빠진 오빠와 언니를 찾겠다고 괴물과 싸우다 크게 다친 엄마, 그리고 빵을 만들며 살아가는 아빠와 함께 화목한 가족으로 살아가기 위해 숲에서 사라진 언니가 그립지만 집에서는 내색하지 못한다. 헌터가 되고 싶은 옥타비아는 어느날 몰래 숲속에서 사냥연습을 하다가 괴물에게 쫓기게 되고 성밖의 이방인 소녀 시마의 도움으로 살아남게 된다.자신을 구해준 소녀를 도와 가족을 찾아주기로 약속한 옥타비아는 존재하지 않는다고 믿었던 성밖의 사람들이 더 많다는 사실을 알고 진실을 알기 위해 추운 겨울 안전한 성을 벗어나 힘겨운 모험을 시작한다.

절대 이방인이 존재하지 않는다던 비토리아의 지도자들은 이방인소녀 시마를 진화한 괴물로 취급해 가두고, 성안 사람의 죽음을 성안에는 절대 침입하지 않는다던 괴물 탓이라 우기는등 하나 둘 드러나기 시작한 진실을 부정하는 모습들을 보며 옥타비아는 시마와의 약속을 지키기 위한건 물론 진실을 밝히기 위해서라도 성밖으로의 탈출을 감행하게 된다. 그렇게 시마의 가족을 찾기 위해 도착하게 된 마을에서 전혀 뜻밖의 존재를 만나게 되는 반전과 자신이 살아가던 비토리아 사람들에게 진실을 알리기 위해 다시 비토리아로 돌아가게 되는 옥타비아, 과연 비토리아는 진실을 받아들이게 될까?

한 소녀의 성장은 물론 안전한 성안에서 자신들만 존재한다고 믿고 살아가던 비토리아 성을 우물밖으로 끄집어 내는 과정들이 꽤 탄탄한 이야기구조를 이루고 있는 소설이다. 거짓에 거짓이 더해지면 그 힘이 어느정도로 강해지는지, 하지만 진실은 결국 견고하다고 생각했던 거짓의 벽을 뚫게 된다는 사실 또한 알게 되는 소설이다.



댓글(0) 먼댓글(0) 좋아요(9)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
 
 
 
인생정원 - 산, 들, 나무, 꽃 위인들이 찾은 지혜의 공간
성종상 지음 / 스노우폭스북스 / 2023년 7월
평점 :
장바구니담기


위인들의 삶이 투여된 정원 조경과 정원을 즐기는 방법을 엿보는 책

댓글(0) 먼댓글(0) 좋아요(5)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