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미야 잡화점의 기적 (양장)
히가시노 게이고 지음, 양윤옥 옮김 / 현대문학 / 2012년 1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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더디 오는 봄이다.

기온은 영상인데 쉽사리 얇은 옷을 입게 해주지 않는다. 봄이 온다고 해서 날씨를 만끽하며 돌아다닐 것도 아니면서 말이다. 그런 쌀쌀한 날에 나미야 잡화점의 기적을 읽었다. 술술 책장이 넘어간다. 가끔은 이런 책도 읽고 싶은 법이다. 고민을 상담해주는 잡화점. 과거와 미래와 연결되고 알고보면 내담자들도 서로 다 오묘하게 얽혀있다. 누군가의 한마디가 어떤 사람의 인생을 이끌어간다. 이상하게 각인되는 그런 말들은 삶의 지표가 되어 운명까지 바꾸게 한다. 나는 누군가에게 내 고민들을 털어놓았던 적이 있었을까. 주변사람들의 조언들이 내 운명에 어떤 영향을 미치게 되었을까. 누군가의 한마디의 중요성을 깨닫게 해주는 소설이었다. 손글씨로 쓰는 편지를 얼마나 오랫동안 쓰지 않았던지. 이 봄에는 누군가에게 손글씨로 편지를 보내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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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 권으로 읽는 건강 브리태니커 - <한 권으로 읽는 브리태니커> 저자 제이콥스의 760일 죽기 살기 몸 개조 프로젝트!
A. J. 제이콥스 지음, 이수정 옮김 / 살림 / 2012년 7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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A.J 제이콥스라면 몇 해전 브리태니커 전집을 통째로 다 읽으려는 노력을 했던 바로 그 저자. 그 책을 재밌게 읽은 기억이 있어 이 책을 집어든다. 세상의 온갖 지식을 내 것으로 만들고 싶었던 욕망처럼 온몸의 장기들의 건강을 위해 저자는 2년간 실제로 건강해지기위한 방법을 동원하여 스스로를 실험(?)하기로 한다. 이렇게 다양하게 건강해지는 방법이 있다니 실로 건강에 무심하게 살아가는 내 자신이 정말 천하태평으로 느껴진다.

건강에 대해 의식하기 시작한 것은 나이가 들며 허리 등 뼈가 아파지기 시작할 때부터였던 것 같다. 자세가 나빠 거북목이 되고 보니 수십년 내 몸을 지탱했던 척추를 위해 나도 이제 건강하게 살아야겠다는 결심이 생긴 것.. 그런데 증세가 양호해지니 바로 그 생각도 날아가버렸다.

아이러니 하게도 저자가 이 프로젝트를 하는 동안 그가 사랑했던 할아버지와 고모가 돌아가신다. 누구보다 정력적으로 살았던 할아버지는 96세의 나이로, 이 세상의 독소를 그 누구보다도 멀리하기 위해 노력했던 고모는 예순을 갓 넘긴 나이에 백혈병으로 이 세상을 떠났다. 결국 건강해지기 위해 부단히 노력해도 인간의 목숨은 제천이라는 말이 틀리지 않은 건가.. 건강해지기 위해 가족을 등한시 했던 시간을 반성하며 이 책은 마치는데 결국.. 건강해지기 위해 스트레스를 받지 않는 것이 최선인 것 같다.

내가 실천하고 싶은 것은 단 것을 멀리하고 탄수화물 중독에서 벗어나는 것.

아직도 나는 빵과 과자를 너무 좋아한다. 모든 것을 알고 싶어하고 또 실천해보려는 저자의 자세가 나는 늘 본받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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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려운 시절
찰스 디킨스 지음, 장남수 옮김 / 창비 / 2009년 3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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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제목이 어려운 시절이다. 어려운 시절이라니.. 몇년 전부터인가 서민이 살아가기가 팍팍하다는 것을 보여주는 경제지표들로 나는 현재의 내가 어려운 시절을 살아간다는 생각이 든다. 청년들이 취업하기가 어렵고 나이든 사람들은 나이든 사람들대로 길어진 노후에 할일이 없다. 중년은 중년대로 부양가족을 부양하느라 힘들다. 에고고, 정말로 어려운 시절이지 않은가.

그런데 여기, 디킨스의 소설에서는 나오는 어려운 시절이 있다. 루이자와 톰은 사실의 제국에서 살아간다. 일체의 상상력과 감정은 배제된, 오로지 숫자와 사실들만을 머릿속에 주입하여 성장하게 된다. 앞부분의 묘사가 제법 독특하여 이 책을 읽게 되었다고 할 수 있다. 그렇게 자란 주인공들은 결국 행복하게 살았을까. 루이자의 아버지가 루이자의 한마디에 그토록 일관되게 사실적인 자신의 인생관을 바꾸고 용서를 구한 것은 조금 당황스럽지만 결국, 그들은 행복을 찾아 어려운 시절을 잘 견뎌내기에 이른다. 등장인물 하나하나가 개성이 강하여 읽는 재미가 좋다. 디킨스의 소설은 우리나라에 잘 번역된 것들이 별로 없는 것 같다. <두 도시 이야기>를 다음에 읽을 디킨스의 책으로 점찍어 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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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옷의 세계 - 조금 다른 시선, 조금 다른 생활
김소연 지음 / 마음산책 / 2012년 1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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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절묘하게 단어와 단어 사이를, 보이지 않는 간극을 표현해내는 능력이 시인만이 할 수 있는 능력인 것 같다. 나의 이해의 범위는 시인이 말하는 그 어디쯤을 맴맴 돌다가 한 곳에 가만히 앉아 아마 이것일꺼라 생각하며 다음장으로 넘기곤 했다. 마음이 참 편안했다. 이것이야말로 진정으로 모국어를 읽는 느낌이라고 말이다. 그래서 어찌보면 어려운 것 같기도 한 이 책. 산문이지만 산문이 아니라 한권의 시집같기도 하다. 아래 시인이 되기 위한 각오같은 것이 나온다. 비단 우리가 살아가면서 시인이 되기 위해서가 아니라 무언가가 되기 위한 마음이라고 해도 좋을 것 같아 옮겨본다.

 

나에게 시를 배우는, 시인이 되고자 하는 사람이 물었다. 시인으로 살아간다는 것이 경제적 사회적으로 가능한 일인지요. 어린 후배들에게도 자주 받는 질문이다. 그럴 때마다 나는 대답을 한다. 비경제적 비사회적으로 가능한 일입니다. 적어도 내게는 가감 없이 가능한 일이다. 가능할뿐더러, 최소한의 자본 논리로 살아가는 사람이라는 사실은 덤으로 높은 자존감까지 준다. 경제적 사회적 무능에 대한 비참보다 더 큰 비참이 우리에겐 있다. 우리들의 삶은, 삶의 규율들은 어째서 이토록 허약하고 허위인가. 인간이라면 과연 이런 정면과 배면에 대하여 어떤 응전력이 있어야 하는가. 허기에 찬 나의 영혼과 끊임없이 세상 끝의 가능성에 저 혼자 가닿곤 하는 나의 심연은 어떻게 돌보아야 하는가 등등. 시인으로 산다는 비참은 방식이 좀 다르다. 먹고 사는게 비참하여 더 큰 비참을 외면하는 삶이 아니라, 더 큰 비참의 참담함 때문에 먹고사는 비참을 외면하게 되는 삶. p.20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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까라마조프 씨네 형제들 - 하 열린책들 세계문학 31
도스또예프스끼 지음, 이대우 옮김 / 열린책들 / 2009년 1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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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우와, 몇년 째 읽어야겠다고 생각했던 <까라마조프씨네 형제들>을 다 읽었다. 내용은 둘째치고 내가 끝까지 다 읽었다는데 의미가 크게 부여된다. 까라마조프 씨네 삼형제에 관한 이야기인데 결국 첫째인 미짜가 친부살해의 누명을 쓰게 되고 소설은 진짜 범인이 누구인가에 대한 결론으로 귀착된다고 할 수 있다. 그 과정에서 아버지와 아들사이의 여자문제, 돈 문제까지 개입되어 상황이 복잡해진다. 범인으로 의심받던 스메르자꼬프가 자살해서 결국 미짜가 범인으로 유죄판결이 나게 된다. 이 소설을 읽으면서 누군가를 죽이고 싶을 정도로 그 사람을 싫어하는 마음이 살인이라는 행동으로 연결되지 않더라도 살인과 버금가는 것인가에 대해 고민하게 되었다. 미짜가 실제 범인인지 아닌지는 알 수 없으나 미짜는 그런 마음만으로도 죄에 대한 형을 감수하겠다고 말했다. 왜냐면 친부를 죽이고 싶은 마음이 그에게는 늘 있었기 때문이었다.

미짜를 변호하는 과정에서 미짜의 성장기에 하등 도움이 안되며 아버지 역할을 제대로 해내지 못한 이 친부를 과연 아버지라고 할 수 있는가,에 대한 문제도 생각할 거리다. 그럼에도 그 역시 한 인간이기에 그 존재자체 만으로도 존엄성을 인정받아야 할 것인가,에 대한 심오한 문제들이 소설 곳곳에 숨어있다. 일류사의 가슴 아픈 죽음에서 작가의 아이들에 대한 희망을 엿볼 수 있었다. 미짜의 친부살해사건과는 참으로 대조적이다.

읽는 과정이 쉽지는 않았다. 동일 인물에 대해 이름이 바뀌는 거야 적응하면 되지만 나는 도무지 그루센까와 까쨔 이 두 여자의 심경이 이해가 잘 안되었기 때문에 정신이 없었다고나 할까. 어쨌든 한달에 걸쳐 읽고나니 성취감은 있었다. 그리고 생각보다 철학적인 문제들을 많이 다루고 있어 역시 고전이구나 하는 생각이 들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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