콜렉터 - 한 웃기는 만화가의 즐거운 잉여수집생활
이우일 지음 / 톨 / 2011년 11월
평점 :
장바구니담기


 여기 온갖 잡동사니를 모으는 남자가 있다. 이우일의 홈페이지에서 종종 빈티지 피겨들을 많이 모은다는 것은 알았는데... 책의 중반쯤에 있는 각종 피겨들의 얼굴을 클로즈업한 사진들은 요즘말로 ㅎㄷㄷ 하다;; 집이 터져나갈 지경이라니.. 아내님의 고충이 얼마나 크실까 웃음이 났다. 그래도 그 보물들을 쳐다보며 마감의 압박을 이겨내는 삶의 활력소가 된다니.. 나도 원래는 뭔가를 잘 버리지 못하는 성격이었다. 그 중 대표적인게 십수년 묵은 이것저것 끄적거린 수첩이었는데 그것들을 없애는 순간 내 추억이 날아가는 것 같아 간직(?)하기를 벌써 몇년째인지 모르겠다. 그런데 요즘 그것들을 하나둘 없애는 중이다. 심플하게 살려고 말이다. (응?)

이 책을 읽다가 두손 두발 다든 것중에 하나는 가족의 안전을 위해 구입한 것들.. 지구 최후의 날을 대비했다고나 할까. 비상용 알루미늄 담요, 비상용 고체 연료, 비상용 버너, 비상용 필터 달린 물통, 일체형 수저포크, 도끼 세트(!)까지.. 이 정도면 진정 잉여수집생활자의 종결자라고 할 수 있지 않을까.

나랑 비슷한 것은 수첩과 각종 필기구를 모으는 것. 그야말로 하나둘 사지만 어느 새 돌아보면 쇼핑백 몇개는 될 정도의 필기구들 ㅠㅠ 죄송합니다 엄마..

 

암튼 큭큭 거리며 재밌게 읽었다. 가족들을 위해 조금은 정리하시는게 좋을 듯도 하고. 어쩐지 조금은 위안이 되는 책이었다.


댓글(0) 먼댓글(0) 좋아요(1)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
 
 
 
배를 엮다 오늘의 일본문학 11
미우라 시온 지음, 권남희 옮김 / 은행나무 / 2013년 4월
평점 :
장바구니담기


 이 소설에는 내가 좋아하는 많은 것이 등장한다. 책, 책을 만드는 사람들, 고양이, 요리 등. 게다가 주인공 마지메는 내성적이고 성실하고 책 좋아하고 사회성은 떨어지는 사람의 전형! 그리고 직장 생활의 온갖 고초와 그 곳에서 만날 수 있는 다양한 사람들. 이 소설의 첫 문장은 월급을 받아가며 생활하는 사람이라면 혹하는 유혹에 이 책을 단숨에 읽어 버리게 한다.

 아라키 고헤이의 인생은 - 인생이란 말이 너무 거창하다면 회사 생활은- 사전에 바쳤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무려 <대도해>라는 사전은 십년이 넘는 세월에 거쳐 거의 멤버 구성에 변화없이 만들어진다. 마지메라는 인물을 통해 내성적이고 성실하고 묵묵하게 한가지 일에 전념할 수 있다는 것이 얼마나 큰 힘이 될 수 있는가를 말하는가 하면 그와 대조적으로 니시오카라는 밝고 긍정적이고 가벼운 사람들의 장점 또한 매력적으로 그려진다. 간만에 뿌듯하고 잘 읽히고 재밌는 소설을 만났다.

 

언어가 먼저일까 경험이 먼저일까.. 두 가지가 어느 것 하나를 압도하는 일 없이 균형을 이루며 삶을 윤기있게 만들어가야 함에는 분명하다.


댓글(0) 먼댓글(0) 좋아요(3)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
 
 
 
나는 걷는다 1 - 아나톨리아 횡단 나는 걷는다
베르나르 올리비에 지음, 임수현 옮김 / 효형출판 / 2003년 12월
평점 :
구판절판


여행서인데 사진 한장 없다. 종이는 재생용지이고 3권까지 있는데 각 권이 두껍기도 하다. 몇년전에 읽어야지 하면서 여러해를 지나쳤다가(무려 10년!!) 올 초에 문득 생각이 나서 3권짜리를 세트로 샀다. 이 책은 읽을 수록 매력을 더하는 책이다. 오랜동안 걸어본 경험이 없는 나이지만 저자와 함께 터키의 시골마을들을 지나노라면 내 다리가 튼튼해지는 것 같다. 다른 여행서에서는 볼 수 없는 공포심, 안전에 대한 걱정이 많은데 내가 직접 겪지 않는 공포로 인해 읽는 재미가 배가 같다. 터키인과 쿠르드인의 대치 상황이라든지, 터키의 내전 등과 같이 외국인의 입장에서 본 터키 사회의 일면이 여행내내 드러나 흥미롭게 읽었다. 예순 초반의 나이는 우리 부모님을 생각하게 한다. 우리 부모님의 삶을 돌이켜보면서 자식으로서의 나도 돌아보게 한다. 슬프게도 여행의 말미에 저자는 아메바성 이질에 심하게 걸려버린다. 병의 고통이 극도로 심각하게 그려지는데 결국 앰뷸런스에 실려가 수술까지 받는 모양이다. 그래도 2권의 초반을 읽으니 여행이 중단되었던 바로 그곳에서 다시 짐을 지고 처음의 마음으로 돌아가있다. 글쎄.. 아직은 목숨을 걸고 그런 긴 여행을 꼭 해봐야지 하는 마음이 들었던 적은 없는 것 같다. 언젠가 그런 바람이 내 마음속에도 불 날이 있을 것이다. 그때가 되어 이 책을 다시 읽는다면 걷기의 본질에 대해 더 잘 이해할 수 있게 되겠지.


댓글(0) 먼댓글(0) 좋아요(2)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
 
 
 
노인의 전쟁 샘터 외국소설선 1
존 스칼지 지음, 이수현 옮김 / 샘터사 / 2009년 1월
평점 :
장바구니담기


 본래 SF물은 좋아하질 않아서 이런 책은 아예 쳐다도 안보는 데 재밌다는 알라딘평에 집어 들었다. 75세 이후의 노화만이 기다리는 삶과 젊음을 바꿀 수 있다면 당신은 바꾸겠는가? 단순히 젊기만 한 것이 아니라 예전에는 경험할 수 없었던 신체적 능력까지 주어진다면? 이러한 철학적 의문으로 출발하는 소설은 지구가 아닌 행성과 생물체 그 사이에서 인간이라는 존재와의 관계들을 여러 시각으로 보여주고 있다. 다음편을 예고하고 있는 유령여단의 존재가 흥미로웠다. 감정의 경험없이 어른(?)이 된 이 존재들은 태어난지 여섯살임에도 불구하고 탁월한 능력을 지닌다. 뇌도우미를 통해 엄청난 양의 지식들을 수용하게 되는 것이다. 물론 자신의 육체가 죽은 누군가의 DNA일 수도 있다는 것은 좀 찜찜하겠지만... 이런 상상의 산물들을 읽는 재미가 쏠쏠했다. 특히 얼간이 같은 뇌도우미는 나도 정말 갖고 싶다.

 어른이 된 이후로 공상하기를 멈춰버렸다. 경직된 사고를 하고 유연함을 잃어간다. 그런 소중한 끈을 놓치 않고 글을 쓰는 사람들이 작가라는 생각이 든다. 다음편 <유령여단>도 기대된다.


댓글(0) 먼댓글(0) 좋아요(1)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
 
 
 
파티의 기술
함정임 지음 / 봄아필 / 2013년 5월
장바구니담기


새로움만큼 인간을 생기롭게 하는 것이 또 있을까. 그런데 새로움이란 어느 날 하늘에서 뚝 떨어지는 것이 아니다. 모든 것은 이미 '거기 있었다'. 다만 어느 순간 보이지 않던 무엇인가가 눈에 뚜렷하게 들어오고, 그리하여 심장이 떨리고, 그 떨림을 표현하고 싶고, 결국은 아무 것도 아닌 것이 특별하게 돌변하는 경이로움을 경험하게 되는 것이다. 그 순간 세상은 더 이상 '거기 있었던 것'이 아니라, '지금 여기' 내 앞에 '있다'.-289쪽


댓글(0) 먼댓글(0) 좋아요(1)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