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기적 삶의 권유 - 타인이라는 감옥으로부터의 탈출
게리 콕스 지음, 강경이 옮김 / 토네이도 / 2013년 9월
평점 :
절판


 게리 콕스라는 저자의 <실존주의자로 사는 법>이라는 책을 읽고 실존주의에 관심을 가졌다. 마음같아서는 사르트르의 <존재와 무>같은 책을 한방에 읽어버리면 좋겠지만 그럴 깜냥은 물론 안된다. 그래서 같은 저자의 이 책을 읽었는데 결론적으로는 이 책이 <실존주의자로 사는 법>보다는 훨씬 괜찮은 것 같다. 대중철학서 치고는 철학적인 지식이 상당히 나오고 비슷한 말이 반복되긴 하지만 초보자들에게는 반복되는 만큼 복습(?)을 가능하게 해준다. 우선 제목이 이기적 삶의 권유인데.. 책의 내용에는 이기적이 어떻다,는 말은 아쉽게도 나오지 않으니 편집자들이 그냥 붙인 제목인것 같다. 얼마나 자극적인가.. 자기 주장한번 내세우지 못하고 순딩이 처럼 살아가는(??) 나같은 사람들에게는 사고 싶도록 만드는 책이지 뭔가. 하지만 이 책을 지하철 같은 곳에서 보기에는.. ㅋㅋ 저 사람 이기적으로 살고 싶은가봐 라고 생각할까봐.. 사실 이것도 지나친 자기검열에 해당하는 거겠지.

 

작은 글씨로 표지에 '타인이라는 감옥으로부터의 탈출'이라고 써있다. 하지만 결국 읽다보면 인간이라는 대자존재는 타인을 의식하지 않고는 살 수 없는 존재라는 것을 깨닫게 된다. 타인이 지옥이 될 수 있지만 그 타인이 싫어 내 자신이라는 동굴로 들어가버리는 것이 더 큰 지옥이라는 것을 나 역시도 잘 알고 있다. 인용을 옮겨본다.

 

 사르트르는 자신의 희곡 <출구 없는 방>에서 '지옥은 타인이다'라고 말한 것으로 유명하다. 즉 타인에 대해 존재하는 것, 타인의 판단에 따라 존재하는 것은 지옥이라는 뜻이다. 하지만 사르트르도 인정했다시피 타인에 대해 존재하기를 거부하고, 자신만의 주체성 속에 스스로 고립시키는 것은 그보다 더 한 지옥이다.

타인은 분명 좌절감을 안겨주기도 하지만 위안과 쾌락의 근원이기도 하다.

...

타인은 부정적 평가뿐 아니라 긍정적 평가의 원천이기도 하다. 하지만 타인의 타자성을 인정하지 않는다면 타인으로부터 '그 어떤' 평가도 얻을 수 없다. p.117

 

실존주의의 교훈, 자신의 선택에 책임지며 사는 진정성을 실천해보이는 일이 가능하기 위해서는 결국 타인의 타자성을 존중해야한다는 전제가 따른다. 누군가는 타인 하나하나가 곧 세계 하나하나라고 했고 누군가 사람은 한권의 책이라고 했듯이.. 우리가 눈뜨면서 만나는 가족부터 시작해서 직장의 동료들, 그리고 거리의 스쳐지나가는 사람들 모두를 새로운 눈으로 본다면 분명 우리의 인생은 그 이전과는 변화가 있을 것이다. 혹시 타인때문에 힘들어 하고 있는가. 실존주의를 통해 그 해결책을 찾아보길 바란다.


댓글(0) 먼댓글(0) 좋아요(3)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
 
 
 
테레즈 데케루 펭귄클래식 106
프랑수아 모리아크 지음, 조은경 옮김 / 펭귄클래식코리아(웅진) / 2011년 5월
평점 :
장바구니담기


 마침 요즘 읽고 있는 책들이.. 실존주의에 관련된 것들이다. 강신주의 다상담도 읽고 있는데 가족을 버리지 못하고 얽매여 고민하는 사람에게 과감히 자신이외의 모든 것을 버리라고 한다. 이 소설의 주인공이기도 한 테레즈가 아마도 이에 딱 맞는 인물이지 싶다. 불행한 결혼생활은 시작부터 삐걱거린다. 다른 사람의 이목을 최고로 여기는 남편, 가족의 명예를 최고로 여기는 남편에 대한 분노는 테레즈의 가슴 저 깊은 곳에서 그 무엇인가를 이글거리도록 한다.

 '이제부터는 이 강력한 '가족'이라는 기계가 나를 향해 돌진할 거야. 그것을 없애거나 그 사이에서 제때 빠져나오지 못했기 때문이야. 다른 이유를 탓할 필요도 없어. 그들이었으니까, 나였으니까 이렇게 된 거지. 2년이 채 안되는 동안 나를 감추고, 체면을 세우고, 남을 속이기 위해 내가 했던 이 노력. 다른 사람들은 습관 때문에 익숙해지거나 무감각해져 따뜻하고도 전지전능한 가족의 품 안에서 포근하게 잠이 들어 죽을 때까지 그렇게 지내려고해. 하지만 나는, 하지만 나는,... p.140

 테레즈의 말처럼 대부분의 사람은 익숙해지고 무감각해져서 살아간다. 최소한 참고 묵묵히 견디면 가족이라는 울타리가 전지전능하게 느껴지니까 말이다. 마지막에 그래도 한번은 진정한 대화가 통할까 했으나 역시나 서로의 대화는 벽으로 튕겨져 원점으로 되돌아 온다. 남편에게는 인습이라는 탄탄대로가 죽는 그 날까지 필요했기 때문이다.

 테레즈와 시누이인 안의 대조적인 성격이라든가, 안이 짝사랑했던 그리고 테레즈의 마음에 불을 지른 장 아제베도와 테레즈의 남편을 비교해보며 읽는 것도 재밌었다. 사람이 꼴보기싫으면 사소한 모든 것이 싫은 법.. 자세히 묘사되는 그 꼴보기 싫음에 속으로 큭큭거리면서 읽기도 했다.


댓글(0) 먼댓글(0) 좋아요(2)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
 
 
 
완벽한 날들
메리 올리버 지음, 민승남 옮김 / 마음산책 / 2013년 2월
장바구니담기


우리의 스승이 되어주는 건 우리에게 친숙한 것이지 일반적인 게 아니다. 사랑의 관념은 사랑이 아니다. 바다의 관념은 소금도, 모래도 아니다. 물개의 얼굴은 관념에서 솟아올라 우리를 바라보고 우리의 간담을 서늘하게 만드는 것이 아니다. 시간이 사건과 함께 풍성해지고 즐거워져야만, 비로소 생각이 시작될 수 있다. -139쪽


댓글(0) 먼댓글(0) 좋아요(3)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
 
 
 
내 식탁 위의 책들 - 세상에서 제일 맛있는 종이 위의 음식들
정은지 지음 / 앨리스 / 2012년 4월
평점 :
장바구니담기


 익숙해서 실제로 원작을 읽지 않았는데도 읽었다고 착각하게 되는 책들이 있다. 이 책에 소개되는 많은 책들 중 <빨간 머리 앤>, <작은 아씨들>, <소공녀>, <키다리 아저씨>등은 어렸을 때 만화영화로 봐서 더욱 그런 것 같았다. 왜 이 이야기들을 실제로 찾아서 읽어보겠다는 생각을 해본적이 없었을까. 줄거리보다는 하나의 이미지로 남아있는 이 주인공들에 나는 얼마나 감정이입을 하며 어린 시절을 지나왔는지..

 그런데 이 책은 내가 예전부터 이런 식으로 한번 써보고 싶었던 책이었다! 귀여운 일러스트들이 책의 내용이 말랑말랑하고 가볍기만 할 것이라는 편견을 깨고 저자의 내공이 대단함을 알게 해준다. 그 내공은 사실의 근원(?)을 밝히고자하는 집요함에서 나오기도 한다. 그것은 가히 음식에 대한 탐구정신이라 할만하다. 가령 작은 아씨들에서 라임 피클이라는 것이 나오면 원판을 뒤지는 것은 물론 인터넷 사이트나 다른 책들을 집요하게 참조하여 만드는 방법까지 알아내는 것이다. 신기했던 것은 그 라임 피클에 의문을 품은 사람들이 전세계에 그렇게 많이 있다는 것! 음식과 음식먹기를 진심 사랑하지 않고서야 불가능한 일이다. 혼자 먹는 밥이야말로 음식의 맛을 즐길수 있는 가장 은밀한 행복이라는 저자의 서문에 살포시 미소를 지으며 오늘은 무슨 맛있는 것을 먹을까 상상해본다.


댓글(0) 먼댓글(0) 좋아요(3)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
 
 
 
사랑의 사막 펭귄클래식 124
프랑수아 모리아크 지음, 최율리 옮김 / 펭귄클래식코리아(웅진) / 2011년 12월
평점 :
장바구니담기


 사랑의 삼각구도는 마리아 크로스라는 여인과 이 한 여자를 좋아하는 아버지와 아들이다. 아버지는 의학박사, 성인군자라 지칭되는 평범한 가정의 남자이지만 가정생활의 권태를 이기지 못하고 다른 여자를 엿보게 된다. 자신에게는 조금도 관심없는 한참 어린 여자를 사랑하는 중년 남자의 질풍노도(?)의 마음이.. 마른 세수를 습관적으로 하는 모습으로 다소 귀엽게 표현된다. 그의 아들 레몽은 마리아라는 여자에 의해 드디어 내면의 남성성이 드러난다. 김춘수의 시처럼 그대 이름을 불러주었을 뿐인데를 전차에서 눈길 한번 주었을 뿐인데로 바꾸면 된다. 쉽게 정복되지 않는 마리아는 레몽이 삼십대 중반의 중년이 될 때까지 복수의 대상으로서 첫 사랑의 기억으로서 레몽의 사랑의 역사를 좌지우지하게 된다.

 사랑은 이 세 사람의 내부에 격동의 폭풍을, 정염의 화신을 불러온다. 이런 과정들이 재밌게 표현되어 있다. 줄거리로만 따지면 그리 새로울 것 없는 통속소설인데 역시나 이것도 어떻게 표현하느냐에 따라 다른 이야기가 될 수 있구나,를 느끼게 한다.

 소설의 말미에 일흔살이 된 박사는 한 남자에게 아내와 아이들이 얼마나 필요한 존재인지 말한다. 그것은 일종의 보호막인데 남자들을 수많은 유혹으로 부터 지켜준다고 하면서 말이다. 결혼에 관심없는 레몽에게 혼자 살아서는 안된다는 조언까지 한다. 이 소설은 지극히 남자의 입장에서 쓰여진 게 맞는 것 같다. 마리아라는 신비스러운 존재를 다소 과장되게 표현하고 아내나 어머니의 의미를 남자의 입장에서 그리고 있다. 그래서 이 소설을 남자가 읽는다면 어떤 느낌일까, 사실은 궁금했다. 책소개에 프랑수아 모리아크는 일평생 인간 본연의 내적 갈등과 고통의 문제를 연구했다고 한다. 이 작가의 다른 작품들에게도 관심이 생겼다. 

 

 

"마리아는 정말 누구와도 같지 않은, 희한한 여자예요. 그래서 내가 집을 떠나 있을 때면, 어처구니없는 결단을 내리지 않을까 걱정이 된답니다. 종일 꿈만 꾸고, 묘지 아니면 외출도 안 하고.... 혹시 그게 다 독서의 영향이라고 생각하지 않으세요?“

“네, 책 때문일지도 모르지요.”

p.131

 

사랑하는 사람들을 우리에게서 빼앗아 가는 것은 죽음이 아니다. 오히려 죽음은 사랑하는 사람들을 보존시킨다. 그들의 가장 젊고 아름다운 모습 그대로. 그래서 죽음은 사랑을 썩지 않게 보존하는 소금이라고 할 수 있다. 진짜로 사랑을 분해시키고 사라지게 만드는 것은 삶이다. p.189


댓글(0) 먼댓글(0) 좋아요(2)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