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제 연극 보러 가는 전철 안에서 <검사내전>을 읽기 시작해서 무룩이 산책 전까지 겨우 다 읽었다. 제목과 홍보 글 보면서 검사 생활에 대한 가벼운 내용인 줄 알았더랬다. 근데 뒤로 갈수록 법에 대한 저자의 철학적 고찰과 우리나라 사법 체계에 대한 진지한 성찰이 담긴 묵직한 내용이었다. 저자가 책도 많이 읽고 공부도 많이 하고 사람에 대한 연민도 간직하고 있는 분이라 생각했다. 이런 분이 출세해야 하는데라는 아쉬움이 들었다. 
'프랜차이즈 시장의 폭탄 돌리기', '국가대표 영민 씨의 슬픈 웃음', '지옥이 된 수민 씨의 꿈'이 다 읽고 나서 제일 기억에 남는다. '국가대표 영민 씨의 슬픈 웃음', '지옥이 된 수민 씨의 꿈'은 우리 세대가 젊은이들에게 훈계가 아닌 무엇을 해주어야 하는지를 조금이나마 알게 해 주는 글이었다. 
'프랜차이즈 시장의 폭탄 돌리기'는 직장을 그만둔 세대가 갖는 꿈에 대해 현실을 알려주는 글이라서 좋았다. 
사기에 대해 이야기하는 1장만 읽어도 이 책을 사서 읽은 보람이 있을 거라 생각한다.

p. 83/519(알라딘 이북)
논리와 이성의 천적은 부조리가 아니라 욕심이다.

p. 149/519(알라딘 이북)
청년에게 희망을 주라는 말도 사기라고 했다. 그런 말을 하는 사람들은 대부분 자기 자식들에게 희망이 아니라 특혜를 준다. 청년에게 위로를 건넨다는 교수나 종교인도 정작 관심은 돈에 있는 것일지 모른다. 정의와 법치주의를 부르짖는 검찰도 대한민국에서 벌어지는 거대한 사기의 주연일지 모른다. 어쩌면 개처럼 일하는 형사부 검사들의 선의와 신실함이 이 사기의 가장 화려한 기술로 악용되었을지 모른다. 그래서 세상은 늘 영민 씨 같은 사람들의 시간과 노력과 기대를 훔쳐 가는지 모른다.

p. 163/519(알라딘 이북)
수민 씨 등 피해자에 대한 지원도 제대로 이루어지지 않았다. 예산도 부족하고 인원도 부족해서 한참을 기다려야 한다고 했다. 죄 지은 자들의 갱생과 재활을 위해서는 그렇게 많은 돈을 쓰면서 왜 피해를 입은 사람들에게는 제대로 지원을 하지 않는지 궁금하고 짜증났다. 그녀들은 주변의 도움이 절실했다. 무엇보다 경제적인 도움이 필요했고, 정신과 치료와 법률적 조언이 시급했으며, 따뜻한 위로가 절실했다. 그러나 어디서도 도움을 받을 수 없었다. 정의를 외치는 그 많은 단체와 변호사들 중에서 수민 씨 같은 피해자를 생각하는 사람들은 거의 없다. 그것이 명예나 정치적인 입지를 주는 것이었다면 그렇게 무관심하지는 않았을 것이다. 그래서 나는 그들의 말을 믿지 않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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몇년 전(찾아보니 2009년)에 스티븐 핑커의 책에서 인용한 글을 읽고 해리스의 양육가설을 읽고 싶었다. <개성의탄생>을 읽고 나서 번역본이 없으니 원서라도 읽어야 하나 고민까지 하다 양이 많아서 포기하고 거의 잊고 있었다. 그런데 번역본이 나왔다는 글을 보고 얼른 주문해서 읽었다. 나는 저자가 주장하는 논지가 정말 맞다는 생각이 들었다. 핑커의 책에서 인용한 부분이 핵심이었나보다.
뭔가 하고 싶은 말은 많은데 정리가 안되네.
해리스는 부모의 영향력이 없으니 아이한테 잘해주지 않아도 되냐는 비난에 대해 정말 멋진 대답을 했다. 부모가 아이의 미래에 큰 영향은 못미치지만 현재의 삶을 지옥으로는 만들 수 있고 또 장기적으로 부모 자식 사이의 관계는 망가질거라고 했다.
<괴물의심연>에서도 비슷한 부분을 밑줄 그은 것을 보니 정리해야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그런데 다른 부분 밑줄 그은 것을 보니 해리스 견해와 똑같지는 않은 것 같기도 하네. 다시 읽어야겠군.
아무튼 지금 젊은 부모들은 아이들에게 정말 잘하는데도 너무 전전긍긍 하는 것 같아서 안쓰러울 때가 있는데 이 책을 읽으면 조금 위안이 되려나 모르겠다.
해리스가 본문 마지막에 쓴 문장은 "당신에게 무슨 문제가 있든 부모를 탓하지는 마라."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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모퉁이길에서 2018-07-07 10:23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역자인 최수근 선생님이 답글 달았는데 대댓글 쓰다가 본문을 삭제해 버렸다.ㅠㅠ 다행히 뒤로 가기하니 글이 보여 복사를 해서 새로 글을 쓰기는 했으나 복구는 못했다.
 
사소한 자비 라드츠 제국 시리즈
앤 레키 지음, 신해경 옮김 / 아작 / 2018년 3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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배송 오자마자 읽기 시작해서 다 읽고 잤다. 

<사소한 칼> 보다 더 흥미진진 했다. 이야기가 조금 더 가볍기도 했고. 

조금 읽다가 이야기 결말이 어찌 될지 짐작은 했는데 이걸로 끝은 아니지 싶기도 했다. 아직도 할 이야기가 많이 남아있고 해결된 것도 없으니까. 

인공지능이 독자적으로 결정을 내릴 수 있도록 한 브렉의 결정은 스스로가 인공지능 함선으로 살았던 경험이 있기 때문에 가능했을 것 같다. 

솔직히 이 책을 읽으면서 사람이 무엇인가에 대해 생각해 보았다. 

인공지능이 삽입장치로 사람과 연결되어 있지 않으면 이렇게 어마어마한 능력을 발휘할 수 있을까? 그리고 수많은 사람과 사물과 연결되어 동시에 막대한 정보를 처리하려면 용량이 어느 정도여야 할까? 이런 기술적인 문제가 가까운 시일내에 해결이 될지는 모르겠다.

생각해 볼 거리도 많지만 이야기 자체로도 충분히 재미있다. 결말이 어찌 될지 궁금해서. 

조금 더 지나면 잊을까봐 책 읽었다는 걸 기록은 해두는데 이렇게 횡설수설하다니 겁나 슬프다.

등장인물 이름도 지명도 잘 기억이 안나서 기억하기 위해서 한번 정리해 봐야겠다.

머시 칼르호: 브렉 미아나이 함대장, 세이바든 대위, 이칼루 대위, 티사르와트 대위,군의관, 칼르 병사, 아마트 병사, 에트레파 병사, 보 병사.

아소엑 행성 정거장, 아난더 미아나이, 스핀.


세상에!!!!

출판사 책 소개를 지금 읽었는데 거의 완벽한 책 소개이자 요약이야. 물론 줄거리를 요약하는 것이 아니라 내가 하고 싶은 요약!

관대함과 욕심이, 친절함과 잔인함이, 겸손과 자기과시가 공존했다. 대부분은 그저 때마다 그것들이 다른 비율로 발현될 뿐이었다. 이미 말했듯이 다른 이들과 마찬가지였다. 하지만 나는 자신의 개인적인 목표가 사실상은 신의 뜻이라는 식의 낌새를 보이는 승려는 조심해야 한다는 걸 배웠다. 38

"계속 거기에 대해서 생각하지만, 여전히 내가 한 말이 왜 그렇게 너한테 상처가 됐는지 정확하게 이해가 안 돼. 하지만 그럴 필요가 없는 일이었어. 그 말이 너한테 상처가 됐고, 그게 상처가 됐다고 네가 말했을 때, 난 사과하고 무슨 말이었든 입을 닥쳤어야 해. 그리고 어쩌면 더 많은 시간을 들여 이해하려고 노력했어야겠지. 어떻게든 네 기분을 나에게 맞추라고 우기는 대신에 말이야. 그리고 미안하다고 말하고 싶어. 그리고 이번엔 정말로 진심이야." 254-25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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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소한 칼 라드츠 제국 시리즈
앤 레키 지음, 신해경 옮김 / 아작 / 2017년 1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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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제 밤에 읽다가 잠 들었다가 점심 먹고 나서 끝까지 다 읽었다. 

읽으면서 왜 전작을 읽었다는 기억은 나는데 내용이 생각이 안나는지 슬펐다. 

전작보다 훨씬 더 재밌고 이해하기 쉽다는 생각을 하며 읽었다. 주인공의 생각과 행동이 잘 이해가 되었고 요즘 세태를 보여주는 느낌도 들었다. 

여전히 그녀라는 인칭 대명사가 낯설기는 했지만 전작보다는 덜 했다. 

이것 쓰려고 전작인 <사소한 정의> 리뷰를 다시 읽었는데 세상에나 잘 읽었다고 써 놓았네. 다시 읽기 시작했다. 

<사소한 정의>를 읽을 때는 인공지능인 함선과 보조체가 특이하다 생각하며 읽었는데 이 책을 읽으니 오히려 말끔하게 이해가 되었다. 

이 책은 권력을 가진 계층이 하는 공정하지 못한 행동에 대해 많은 것을 보여주었다. 다음 편도 기대 된다. 아마도 내일이면 오겠지. 

읽을 때는 재밌게 읽었는데 막상 정리하려고 보니 생각이 안 나네.


아마도 최근에 본 <시간여행자>라는 드라마르 봐서 세계 전체를 관리하는 인공지능에 대해 익숙해졌나보다. 인공지능이 사람보다 공정했으면 좋겠다. 기계적인 공정이 아니라 모든 가능성과 변수를 고려한 공정함이 가능해지길 바란다. 

이 책에 나오는 인공지능이 맘에 들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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진료받으려고 오래 기다렸다. 입원은 세시 삼십분쯤 한 것 같다. tv 없는 방으로 해달라고 했다. 창가 자리가 비어서 에어컨 옆 침대를 선택했다. 오인실인데 두명이 쓰고 있다. 자기 전에 옆 침대 환자의 조언과 당신 이야기를 한참 들었다. 심심하신가보다. 사실 병실 들어왔는데 폰으로 영상을 보고 있어서 이어폰으로 들어달라고 했다. 소리가 안들리니 살 것 같더라. 점점 더 소음에 민감해진다. 그냥 소음이 아니라 말소리인데 의미가 안들리는 소리는 더 견디기 힘들고 뜻을 알아듣는 소리도 듣고 싶지 않은 내용이면 괴롭다. 점점 괴팍해지나보다.
주사는 네시 삼십분쯤 맞기 시작했고 의사선생님은 다섯시 넘어서 회진 왔다.

2일차. 다섯시쯤 일어나서 화장실에 다녀왔다. 큰 볼 일도 보고 지금까지 폰으로 메일도 확인하고 인스타, 트위터, 페북 글도 보았다. 
수술 날짜 잡았다. 9월12일 화요일. 예방적 난소절제술 하기로 하고 예방적 유방절제술도 할까 생각중인데 비급여란다. 
의사선생님이 세시쯤 회진와서 그동안 수고했다고 인사를 하시는데 당신 몫은 여기까지라는 것으로 들렸다.

3일차. 4:52.
퇴원. 오자마자 속옷 빨래하고 쉬다가 삼동이네 가서 점심 먹었다. 정수기 설치 할 때 지켜보고 하나카드 신청 전화 받고 내려가서 잠시 작업하고 인터넷 뱅킹하고 공원 산책하고 쉬었다. 저녁 먹고 설거지하고 여덟시부터 잤나보다. 중간에 남편이 와서 아는 척하고 도로 잠 들었다.

4일차. 4:06.
아침밥 준비. 밥하고 콩나물 무침, 미역국 끓였다.
입이 마르고 손발이 저리고 목에 무언가 걸려 있는 느낌이 들어. 아픈게 아니라 불편해.
종일 세끼 챙기고 설거지해서 그런가 등이 아프다. 그리고 명치가 접히게 아파. 발바닥이 전기 오른듯이  저리다.
비가 많이 오네. 자다 깼어. 한시간쯤 잤나보다. 

5일차. 5:11.
등이 아파. 밤새 한시간 간격으로 잠이 깨다 들다 했다.
바람이 차다. 수술 받을 때는 더 차려나? 가을 옷으로 정리하고 입원해야 하겠군. 퇴원하면 기운이 없을지도 모르니까.
어제부터 왼쪽 눈꺼풀이 가끔 떨린다.
심심하다. 책을 읽고 싶지는 않고 몸으로 하는 일을 해야 시간이 빨리 가는데 그것도 할 엄두가 안난다. 
두끼 준비하고 설거지 했다.

6일차. 5:02.
여전히 한시간 간격으로 자다깨다 한다. 
발바닥이 불편하다. 자는 것도 불편하다. 그리고 엉덩이 뒤 골이 가려워서 긁었더니 피가 나네. 거긴도 또 왜 덧나고 그러나. 
지금 바람은 개운하게 자고 일어나는거다. 
입맛이 무인 시기가 돼 가나보다. 혀가 무거워. 그래도 밥은 꼭꼭 씹어서 잘 먹고 있다. 내가 한 멸치조림에 설탕을 너무 많이 넣었나보다. 끝맛이 달다 못해 쓴 느낌이 들어. 
목에 뭔가 걸린 느낌은 아직 덜해. 덜한 줄 알았는데 그렇지는 않아. 비슷해.

오전에 원고 보고 점심 먹고 한 숨 잤다. 다시 보고 다른 원고도 검토하고 올라왔는데 온몸이 다 쑤신다. 특히 발목. 몸살처럼 쑤셔. 어깨도 아프고. 등은 안아프네.

7일차. 5:34. 미국에서는 개기일식이 있었대.
다리가 쑤셔. 그래도 서너시간은 깨지 않고 푹 잤다. 
저녁에 일이 있어서 다녀왔다. 시청 앞 계단이 너무 많더라. 올라가는데 힘들었다. 그래도 두시간 정도 앉아서 듣는데 전혀 힘들지는 않았다. 제일 힘든 것이 계단 오르기이군. 

8일차. 6:54.
푹 잤다. 어제 외출해서 늦게 잤더니 그런가보다. 그럼 그동안 잠 못잔 이유가 몸이 피곤하지 않아서였던가 싶기도 하다. 5시 쯤 깨서 화장실 다녀오고 다시 아주 달게 잤다. 
두통이 약간 있다. 
프로젝트팀 쫑 파티 다녀왔다. 

9일차. 7:50.
푹 잤다. 중간에 몇 번 깨기는 했지만 금세 도로 잠이 들었고 아침녁에는 아주 달게 잤다.
손발이 약간씩 저릿하지만 다른 일을 못할 정도는 아니다. 
오후 세시쯤, 밤에 목이 너무 쓰렸다. 세시에는 밥을 안 먹어 그런가 싶어 밥을 먹었고 밤에는 조금 지나니 괜찮다. 목구멍에 무엇이 걸려 있는 느낌은 불쾌하다. 
왼쪽 발가락 사이가 너무 건조해서 조만간 상처 날 듯 하다. 이거는 원래 그러다가 항암주사 맞는 동안은 오히려 덜 건조했는데 이번 주부터 도로 심해지는 듯 하다. 
발가락에 물집이 생겨서 걷기가 힘들다. 주 중에 삼일이나 저녁마다 외출해서 그런 것 같다. 발바닥이 화끈거려서 불편하다. 
입 안에도 혓바늘이랑 부은 곳이 있어서 불편하다.

10일차. 
책 읽느라고 세시 되어서 잤는데 딸 공항 데려다주는 남편 따라 갔다가 집에 오자마자 바로 잠 들어서 열시에 깼다. 
손발이 살짝 뻣뻣한거,  발가락 물집, 발바닥 화끈거림, 입 안에 혓바늘 때문에 조금 불편한거 빼고 괜찮다.  

11일차. 
아주 잘 잤다.

12일차.
잘 잤다.

13일차.
잘 잤다. 
손발이 저릿한 느낌은 있지만 컴퓨터 작업 못 할 정도는 아니다. 아픈 것이 아니라 불편한 느낌이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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