깊은 산골 작은 집 느림보 그림책 31
김지연 글.그림 / 느림보 / 2011년 4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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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가 어렸을 때 많이 듣던 이야기를 풀어 쓴 것 같았다. 망태 할아버지, 삼신할머니, 삽사리, 용, 호랑이, 닭이 나온다. 삼두조는 처음 듣는 동물이지만 나머지 동물과 인물은 옛이야기에서 많이 나와서 그런지 익숙했다.  

표지에는 판화로 만든 제목이 참 정겹게 새겨져 있다. 앞 면지에는 호랑이 안에 이야기에 나오는 작은집이 있는 직사각형 모양의 부적이 있고, 뒷 면지에는 이야기에 나오는 모든 인물이 부적 안에 그려져서 날아가는 모양이다. 어떤 그림책이든 작가의 공들임이 크겠지만 이 책의 모든 그림을 판화로 작업을 했다는 것이 참 새롭고, 작가의 노고가 많았으리라 짐작이 되더라. 

이야기는 캄캄한 밤에 커다란 보름달이 작은집에 내려오면서 집에 있던 부적 안의 동물들이 다 밖으로 나오면서 시작된다. 한바탕 놀이가 시작되려는 참에 작은 집에 있던 오누이가 잠이 깨고 놀이에 끼워달라고 부탁하면서 오누이는 모험을 하게 된다. 사실 이야기는 단순한 구조이고 큰 얼개는 우리가 익숙한 이야기를 새롭게 했다는 생각은 들지만 오히려 이러한 친숙함을 통해서 작가가 이야기한다는 점이 더 좋았다.  

무엇보다도 이 책에서 그림도 새로웠지만 글이 읽어주기에 적합하다는 점이 마음에 들었다. 글이 주는 리듬감 덕분에 어린아이들도 나름대로 즐거울 수 있을 터이고 혼자서 충분히 읽을 수 있는 아이들에게도 재미있을 것 같다. 그리고 더 큰 아이들에게는 우리 옛이야기에 나오는 여러 인물을 민화풍의 그림을 통해서 보는 재미도 있을 듯하다.  

여기까지 쓰고 보니 요즘 아이들이 여기 나오는 인물들에 모두 친숙할까하는 의심이 갑자기 들었다. 아마 그렇지 않을 듯 싶기도 하지만, 충분히 새롭게 즐길 수 있으면서 우리 어른들이 좋아하는 공부도 되지 않을까하는 생각이 들었다.  

글과 그림을 함께 하는 작가가 드문 우리나라 현실에서 작가가 더 열심히 좋은 작품을 많이 내었으면 좋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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큰 애기 작은 애기 느림보 그림책 30
오옥주 지음, 호랑 그림 / 느림보 / 2011년 3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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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나라 그림책을 열심히 내고 있는 느림보 출판사의 책이다. 처음 책을 받았을 때 표지의 어린이를 보면서 참 익숙한 모습이라는 생각이 들었다.  

동생이 태어나고 할아버지는 쓰러진 다음 일년 가량의 시간 동안 표지의 아이의 눈으로 보는 시간이 지나간다. 글은 많은 이야기를 하지 않는다. "할아버지도 병원에서 돌아오셨습니다.", "동생은 밥도 먹습니다.", "할아버지는 죽을 드십니다." 한 펼친면에 이런 한 문장씩만 있다. 그러나 그림책 답게 글이 많은 이야기를 하지 않아도 독자는 한 문장과 그림을 보면서 많은 이야기를 듣게 된다.  

더불어 노쇠한 부모님을 둔 중년의 세대들에게는 다른 나이의 독자들이 느끼지 못하는 다른 이야기도 이 책에서 들을 수 있을 것이다.  

하지만 개인적으로 이 책의 할아버지는 정말 깔끔하게 마무리를 하는구나 하는 생각이 들었다. 남아있는 가족들과 마지막으로 한 해를 같이 지내면서 마음의 준비를 하게 해 주었다는 점에서 부러웠다.  

그림은 은은하면서도 봄, 여름, 가을, 겨울의 느낌을 잘 살려주었고, 지금보다는 약간 예전 시절의 풍경을 기억나게 해 주었다.  

연필 소묘를 하고 다시 화선지에 전사해서 번짐 효과를 극대화시켰다고 한다.  

중년과 노년의 독자에게도 생각과 느낌을 줄 수 있는 책이라고 생각한다.  

아이들은 어떤 이야기를 할런지 궁금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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엄마하고 나하고 느림보 그림책 29
장경원 글, 정민아 그림 / 느림보 / 2011년 3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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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책을 처음 받아들었을 때 눈에 뜨인 건 화사한 분홍빛 꽃나무 였다. 화사한 분홍빛 꽃과 연두색 바탕인데도 느낌이 화창하지 않고 슬프다고 느낀 건 왜 일까?  

제목과 표지에 그려진 엄마와 아기 모습을 보면서 내용이 50년대나 60년대 이야기인줄 알았다. 

하지만 내용을 읽어보니 옛날 이야기가 아니라 지금 우리 시대를 살고 있는 할아버지와 그 할아버지의 엄마 이야기더라. 사실 이 그림책을 보면서 글 보다는 그림이 더 애틋했다. 글과 그림이 어우러져 서로 이야기를 만들어가는 책이 그림책이라고 하지만 글이 풀어내지 않은 많은 이야기를 그림이 충분하게 이야기하고 있어서 더 좋았다.  

표지에는 분홍 꽃나무 근처에 우는 아기를 업고 있는 엄마가 서 있다. 옛날식 포대기에 아기를 업고 어깨 너머로 어르는 표정이다.  앞 면지에는 연두색 배경에 남자 옷과 여자옷, 버선, 기저귀가 널린 빨랫줄이 보인다. 반대로 뒷 면지에는 노랑색 배경에 남자옷과 수건만 빨랫줄에 널려 있다. 아마도 면지만 주의깊게 보아도 이야기 안에서 어떤 일이 벌어졌을지 짐작을 할 수 있을 것 같다.  

시골이 배경일 때는 초록색과 분홍색이 화사한 느낌을 주었는데, 도시를 배경으로 할 때는 어둡고 탁한 느낌을 주는 색조를 사용한 것 같다.   

한가지 아쉬운 점은 등장인물의 나이를 너무나 많게 설정한 점이다. 사실 일흔살 넘은 아들을 둔 할머니 연세가 반드시 백살이어야 했는지는 잘 모르겠다. 작가의 의도가 있을지는 모르겠지만, 읽는 내내 이 부분이 불편했다. 할아버지나 할머니나 두 분 모두에게 이 여행이 너무 힘들어서 실현 가능할까가 걱정되어서다.    

이 책은 어린이들도 나름대로 새로운 이야기와 그림을 보면서 좋아하겠지만, 오히려 노부모를 둔 내 세대의 어른들과 당신이 노년에 접어든 사람들에게 더 깊은 감동을 줄 것 같다는 생각이 들었다.   

꾸준하게 우리나라 그림작가를 발굴하고 있는 출판사가 있다는 것이 더 없이 반갑다. 그림작가의 성장을 지켜보는 기쁨을 누릴 수 있게 되었으면 좋겠다.

처음 읽을 때는 펑펑 울었다. 노모를 보면서 할아버지가 "옛날에는 어머니도 젊고 힘이 셌어요. 하지만 늙고 늙고 또 늙다가 이제는 거꾸로 아기가 되었답니다."라고 말하는 구절이 정말 마음이 아팠고, 그래도 할아버지는 어머니가 아이같아지는 걸 받아들일 수 있어서 행복했겠구나 싶어 한편으로는 안심이 되기도 했다. 아무튼 여러가지를 생각나게 하는 책이었다. 또  할아버지 아내는 어디 갔을까 하는 궁금증이 생기는 것은 내가 며느리이기 때문일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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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hangkw 2011-03-11 11:18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이렇게 예리한 리뷰를 보면 후덜덜합니다^^! 첫번째 달린 리뷰라 재빨리(!) 읽어보았습니다. 전 글작가 장경원입니다.^^! 등장인물들의 나이를 넘 많게 설정한 거 같다는 지적에 공감합니다. 하지만 이 이야기는 실화에 바탕을 둔 이야기고, 또 나중에 할머니가 돌아가신다는 설정이어서 나이를 그렇게 상정했습니다. 말씀하신 대로 출판사에서는 어르신들을 대상으로 책을 소개하는 프로그램도 만들고, 이런저런 생각들을 하고 있는 모양입니다. 그림책은 반드시 아이들만 보는 책이 아니라 어른들, 노인분들도 충분히 공감할 수 있는 매체라고 전 생각하거든요. 책에 관심을 가져주셔서 고맙습니다. 참, 실제로 이 책은 화가가 엄청 고생 많이 하고 공력도 많이 들인 그림책이랍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