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있잖아 그건 내 책이야 ㅣ 국민서관 그림동화 62
로렌 차일드 지음, 김난령 옮김 / 국민서관 / 2006년 4월
평점 :
품절
한솔이가 말이 많아지고, 제 나름대로 책을 읽기 시작하면서부터 도서관에 갈 때마다 신경이 쓰이는 게 한두가지가 아니었다. 특히나, 어린이실과 유아실이 특별히 분리가 되어있지 않아서, 늘 아이에게 쉿 조용히 해~!!라고 말해야하는 것도 그랬고, 여기저기 자기가 보고 싶은 책을 꺼내서 늘어놓는 것도 그랬다.
그러다가 우연히 집근처에 있는 어린이도서관을 알게 되었고, 유아방에서 소리내어 책을 읽어도 되게 되어서 한시름 덜었다고나할까?
하지만, 도서관에서는 기본적으로 조용히 해야 하고, 집에서처럼 마음대로 책을 뺐다 꽂았다해서는 안된다는 사실을 한솔이도 알아야 할 것 같아서 조금 고민스러웠는데, 마침 이 책을 보게 되었다. 물론 이 책을 내가 한솔이의 도서관 이용을 위한 교육적인 용도로만 본 것은 아니다. 찰리와 롤라 이야기에 제법 흥미를 느끼는 아이기에 이 책을 유심히 보았는데 때마침 내가 원하는 내용도 들어있었던 것이다.
이것저것 다 떠나서, 찰리는 참 멋진 오빠다. 현실 세게에서 어떤 오빠가 찰리처럼 할까싶을만큼. 한솔이도 주변에 오빠들만 있어서, 찰리를 통해 자기가 원하는 오빠를 만들어내기도 한다. (웃겨~!) 찰리가 롤라에게 하는 이야기와 행동을 잘 살펴보면, 자녀교육서에 나올 법한 이상적인 부모의 모습을 갖고 있다. 물론 부모가 아니라 오빠이기에 더욱 가깝게 느껴지는지도 모를 일이다.
롤라는, 언제나 도서관에서 '벌레와 딱정벌레와 나비'가 있는 책을 빌린다. 게다가 자기가 읽고 싶을 때는 당장이라도 그 책이 자기 앞에 있어야 하며, 그 책이 이 세상에서 최고로 좋은 책이다. 그렇지만, 우리가 도서관에서 빌려보는 책은 '나의 것'이 아니라 '우리의 것'이며, '원할 때마다 볼 수 있는 책'이 아니라 '순서를 기다려서 빌려야 하고, 시간을 지켜서 돌려줘야 하는 책'이다. 또한 '도서관에 가면 바로 찾을 수 있는 책'이 아니라 '책이 놓여야 할 규칙에 따라 자리가 정해져 있는 책'이다. 이런 것을 롤라는 알지 못한다.
도서관을 찾는 어린 아이들은 대부분 그럴 것이다. 한솔이도 집에서 하는 행동을 보면 그렇다. 여기저기서 얻어 온 책이며, 내가 구입해준 책들을 한솔이가 잘 볼 수 있도록 꽂아놓았는데, 한솔이는 언제나 자기가 읽던 책만 골라 온다. 언제나 같은 자리에 정리해두려고 애쓰는 편인데, 한솔이는 읽고 나면 언제나 다른 자리에 갖다놓기 일쑤다. 아직은 그런 규칙을 몰라서일 것이다.
찰리라 롤라를 데리고 다니면서 '비읍'으로 시작하는 책을 찾아보는 과정은 도서관의 책들이 어떤 규칙을 갖고 있는지 알려준다. 롤라가 큰소리로 떠들때마다 찰리는 조용히 해야 하는 곳임을 상기시켜준다. 찰리의 행동이 바람직한 것은, 동생이 떼를 쓰거나 억지소리를 해도 화를 내거나 짜증을 내지 않고 차근차근 이야기해주는 것이다. 정말 엄마인 나도 하기 어려운 일이다. (에휴) 그리고 같은 책만 자꾸 읽는 롤라에게 다른 책을 멋지게 권할 수 있는 찰리의 능력은 부럽기만 하다.
이 한권의 책 안에 많은 이야기(주제별로 다른 책들, 다양한 형식의 팝업북이나 백과서전 과 같은 책들, 도서관에서 조용히 해야하는 것과 책 찾는 법)가 들어있다. 한솔이와 함께 도서관에 가기 전날, 다시 한번 읽어봐야할 것 같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