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에피소드
박무직 지음 / 서울미디어코믹스(서울문화사) / 2000년 5월
평점 :
절판
제목 : 에피소드, 1999
저자 : 박무직
출판 : (주)서울문화사
작성 : 2009.03.02.
“내가 추구하는 일기의 한 모습이랄까나~”
-즉흥 감상-
어째 이어달리기를 하는 기분이니 긴 말은 생략하겠고, 개인적으로 박무직 님의 작품 중 화장실을 들를 때마다 최고로 선호 했었다는 것으로 소개의 시간을 조금 가져볼까합니다…라고는 해야겠지만, 으흠. 특정 줄거리가 있는 작품이라기보다는 짧은 이야기들의 연속인 일종의 콩트만화 묶음이기에 요약은 과감히 생략 해보려합니다.
그럼 이번 작품에 대해서는 무엇을 이야기 할 수 있을까요? 박무직이라는 만화작가를 처음 알았을 때만해도 ‘베르베르 베르베르’라는 소설가를 몰랐었으며 매일같이 감기록을 작성하던 때도 아니었던지라 그냥 재미있네~ 라는 기분뿐이었다지만, 지금의 시점으로 보면 박무직 님의 ‘상대적이며 절대적인 지식의 백과사전’이 아닐까 해보는데요. 그냥 한번 쭉~ 읽어도 재미있고, 관심 있던 분야의 지식이 나올 경우 막연히 알고 있던 지식의 재확립 이라는 점에서 흥미롭게 읽어 볼 수 있었습니다. 개인적으로는 SF에 관심이 있는지라 각종 ‘로봇’을 지칭하는 다양한 단어에 혼란을 느끼던 중 이번의 책을 통해 그런 혼란의 거친 바다가 잔잔한 호수로 변해버렸다는 점에서 그저 좋더군요.
네? 그런 교훈적인 효과와 일기를 쓰는 것이 무슨 상관이냐구요? 그럼, 제 기록을 읽어주시는 분들은 ‘일기’를 무엇이라 생각하시는지요? 그냥 하루하루의 이야기를 기록하는 행위? 아니면, 자신의 다 말하지 못한 속마음을 대신하여 써내려가는 일종의 고해성사? 그것도 아니라면 숙제마냥 의무적으로 써내야하는 하루의 감상? 글쎄요. 개인적으로는 무슨 내용을 적어도 날자만 채우면 되었던 것을 시작으로, 고등학생 시절에는 빌어먹을 세상과 학교생활에 대한 불만을 토해내는데 사용했었고, 지금은 한편 한편의 만남을 기록하는 것 마냥 감상문을 일기대용으로 쓰는 기분인지라 위의 세 질문에 모두 ‘그렇다’고 말할 수 있겠는데요. 거기에 ‘일기’에 대해 귀에 딱지가 앉도록 듣던 이론인 ‘자기반성을 통한 자아성찰’까지 할 수 있다면 그것이야말로 이상적인 일기의 모습이 아닐까 해봅니다.
네?! 다른 건 그렇다 치더라도 책 자체가 ‘윙크’에서 나온 거라 제 취향에 심히 의심이 되신다구요? 그럼 남자라면 보물섬이나 아이큐점프와 같은 소년만화집만을 읽어야 한바는 법이라도 있나보군요? …와 같은 것은 일단 넘기고, SF를 선호한다면서 공포장르에 대한 감기록이 많으며, 잡식 하는 듯 하면서도 이어달리기와 같은 지독한 편식의 자세를 보이는 것과 같이, 저는 무엇인가 ‘느낌’의 안테나가 서면 일단 돌진해봐야 직성이 풀리는 편입니다. 그렇기에 한때나마 ‘박무직’이라는 작가에게 뿔을 박아보았다는 것이지 표준적인 가치기준에 저를 묶어서 비교 평가하는 것은 그 자체로 문제가 있다는 생각이 드는군요.
어째 작품에 대한 이야기보다 제 이야기를 더 많이 한 것 같습니다. 그렇기에 [머리말]을 참고하여 작품에 대해 좀 더 적어보자면, 크게 3개의 챕터로 구성되어 사회적인 토픽이나 살면서 떠오른 여러 가지 생각들은 담은 첫 번째, 만화에 대한 상식이나 저자의 생각, 그리고 청소년 보호법으로 대표되는 일련의 만화탄압에 대한 싸움의 이야기를 담았다는 두 번째, 신인이었던 시절 짧게 그렸다는 만화에 대한 세 번째에 이어, 간혹 광고마냥 부족한 지면을 채웠던 그림 등의 [부록]으로 구성되어져 있었는데요. 역시, 자세한 것은 직접 이번 작품을 통해 확인 해봐주셨으면 해보는군요.
문득 ‘이 세상 모든 것에는 나름대로의 이야기가 있다.’는 말이 떠오르긴 했지만, 아아~ 에피소드라. 군 생활 때는 만화일기를 그리는 것이 간혹 가다 생기는 이벤트를 기록한다는 기분으로 재미있었다곤 하지만, 요즘은 하루에도 몇 번씩이나 기분이 좋아졌다 나빠졌다 하는 것이 기록하는 것 자체가 곤욕일 때가 많은데요. 매 순간마다 즐거운 것도 좋지만, 작은 일에도 감사했던 순수의 시간으로 돌아가 보고플 때가 간혹 있다는 것으로, 이번 기록은 여기서 마쳐볼까 합니다.
TEXT No. 883
[CAFE A.ZaMoNe]
[아.자모네] A.ZaMoNe's 무한오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