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드라마 [남자친구]가 끝났다. 역시나 해피엔딩이다. "우리 내기해요. 당신은 이별을 해요, 난 사랑을 할테니까. 누가 이기나 해봐요" 누구나 예상했듯이 이별보다는 사랑이 우세한 경기였다.

남자친구에서는 필름 카메라가 중요한 도구로 쓰인다. 인연의 끈이 되어주고, 차수현만 모르고 있던 차수현을 드러내준다. 그리고 얼핏 이것이 사랑이다고 말해주는 듯하다.

 

● 신중하게 또 신중하게

필름카메라의 셔터는 진중하다. 아무때나 마구 누를 수 있는 것이 아니다. 찍고 지우고를 반복할 수 있는 것이 아니기 때문이다. 누군가를 사랑한다는 것도 이를 닮아 쉽게 만나고 헤어지고를 반복할 수 있는 것은 아니다. 정말 소중하다고 하는 그 찰나를 포착해 담아낸다. 사랑도 정말 소중한 이에게 전해야 하는 감정이다.

 

● 애타더라도 기다려야

디지털 카메라는 찍는 즉시 확인이 가능하다. 마음에 안들면 삭제. 즉각적으로 답하고 행동한다. 하지만 필름 카메라는 현상과 인화작업이 필요하다. 필름에서 인화지로 옮겨가 그 형태를 드러내는 시간이 필요하다. 사랑하는 이와의 소통도 내 마음이 상대에게 전달되어 다시 나에게로 돌아올 시간이 필요하다. 그 즉시 삭제하고 다시 시작할 수 있는 것이 아니다. 이 기다림은 설렘과 두려움이 섞여있다. 그 두근대는 마음이 우리를 더욱 사랑하게 만든다. 아름다운 사진이 나오면 환호하고 더욱 더 아름다운 사진을 찍기 위해 온 정성을 쏟듯 말이다.

 

사랑은 여전히 아날로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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야구에선 마무리 투수가 있다. 선발투수가 실점을 많이 주지않는다면 최소 5이닝 이상을 던지는 것과는 달리 보통 1이닝 정도를 던진다. 경기 상황에 따라 2~3이닝을 던지거나 1타자만을 상대하기도 하지만 말이다.

그런데 공 10여개, 많으면 20여개 정도를 던지는 마무리 투수가 제 역할을 해내기란 여간 어려운 것이 아니다. 보통 위기상황에서 등판을 하기 때문일 수도 있다. 타자들은 경기 내내 집중력을 발휘하고 있지만 마무리 투수는 이제 갓 마운드에 올라가 있기에 집중력의 차이가 발생할 수도 있다. 어찌됐든 마무리 투수가 경기를 끝내지 못하고 불을 더 질러버리는 경우는 수도 없이 많다. 그래서 1년 내내 지속적으로 마무리 투수 1명을 믿고서 승리를 책임지는 팀은 생각보다 적다.

드라마 [알함브라 궁전의 추억]은 마무리 투수가 올라와 불을 질러버린 꼴이다. 도대체 유진우가 왜 버그인지, 진짜 버그인 마르코는 어떻게 됐는지 알 수가 없다. 마치 마무리투 수가 올라와서 스트라이크를 던지지 못하고 볼 넷으로 계속 주자를 불려나가는 꼴이다. 그리고 마지막에 "세상을 바꾸는 것은 과학이 아니라 인간에 대한 믿음"이라는 뜬금없는 자막은 결국 상대팀에게 홈런을 맞고 역전을 허용한 참패다. 모든 실수를 덮으려는 회심의 한 방 이었을테지만 오히려 스스로 무너지는 실투다. [알함브라 궁전의 추억]은 깔끔함 마무리가 얼마나 어려운지를 보여주는 소문난 드라마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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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별은 슬프다. 눈물이 난다. 그 이별이 어찌하다보니가 아니라 어쩔수 없이라면 더 그렇다. 나를 위함이 아니라 너를 위함이라면 더더욱 그렇다.

차수현이 김진혁과의 이별을 결심했다. 진혁을 위해 어쩔수 없는 선택이라 생각한 것이다. 그런데 이 결심 전에 자신의 전 남편인 정우석이 차수현 자신을 위해 바로 그런 선택을 했다는 것을 알게됐다. 그 사실을 알았음에도 그 이별의 상처는 사라지지 않았다. 수현은 자신의 이별의 진실을 알았기에 어떻게 이별해야 할지를 알게됐다고 말한다. 하지만 상처없는 이별은 없다.

 

 

이별은 종이찢기와 닮았다. 칼로 죽 그어버리듯 날카롭게 이별하기도 한다. 가위로 싹둑 자르듯 잘라내기도 한다. 뭉툭한 손으로 울퉁불퉁 찢어내기도 한다. 종이를 한 번 접어 홈을 만들고 반듯하게 손으로 잡아당겨 찢을 수도 있다. 조심조심 살살 힘을 줄 수도 있다. 하지만 어떻게 종이를 자르든 종이는 잘린 단면이 남겨진다. 마치 아무 일 없었다는 듯 깨끗해 보일지라도 잘린 흔적은 남기 마련이다. 우린 그 단면에 손을 베이기도 한다.

 

 

차수현이 김진혁과 어떻게 헤어질지는 모르겠다. 진혁의 바람대로 죽을 때까지 옆에서 지켜줄 수 있는 사랑이 되었으면 좋겠지만 쉬운 일은 아닐 것이다. 헤어지는 쪽도 헤어짐을 당하는 쪽도 아픈 이별이 될 듯하다. 다만 그 헤어짐이 어둠의 구렁텅이로 밀어넣는 슬픔이라기보다, 찬란하게 빛나는 또다른 해를 맞을 수 있는 성숙함이 되기를 바랄 뿐이다. 우리는 상처를 안고 성장하기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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