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요는 어디 있나요
하명희 지음 / 북치는소년 / 2019년 12월
평점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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겨울의 풍경처럼 그윽한 소설이다.


소설 속 주인공들 사이에서 눈사람의 심장 소리가 들린다.
문장 사이로 오름 위의 떠 있는 소슬한 달빛과 바다를 지나온 바람의 안부가 느껴진다.


고요는 어디 있는가?
그녀는 말한다.


"세상 구석구석에서 자기의 가장 좋은 것을 주고받는 그 잠깐이 모여 저녁의 고요를 만드는 것은 아닐까."


 나는 그동안 고요를 홀로 있는 것과의 연계 속에서만 생각했었다. 하지만 작가는 '관계'를 말한다. 현명하게도 그 관계가 생의 찰나라는 것 역시 놓치지 않는다. 사랑하는 이들이 주고 받는 생의 짧은 반짝임이 '고요'였고 '행복'이었으며 '생의 진짜 의미'다.그래서 하명희 작가의 소설 속에는 외롭거나 힘든 사람은 있지만 혼자 있는 사람은 없다. 언 땅을 파던 노인도, 참새를 돌봐주는 예술가들도, 남의 찻잔을 오래 간직하고 있던 치매 노인도.하물며 눈사람마저도 함께 있다.


 소설 속 고요가 나그네의 겨울처럼 쓸쓸하지 않은 이유는그녀의 생이 누군가의 편에 함께 서있는 것이기 때문이다. 세계는 여전히 무심하고 존재는 못처럼 녹이 슬어가기 마련이다.겨울의 심장을 만진 우리들의 손은 제대로 펴지도 못할 만큼 곱아 있다.하지만 '하수관을 폴짝 뛰어다니던' 그녀는 '보리차'를 끓인다.

그녀의 손에서 짙은 프랑스 홍차향이 아니라 소박하고 훈훈한 향이 난다.


몇 몇 더 애정이 가는 작품은 있지만 하나 하나를 이야기하지는 않으련다.

나는 하루에 한 두 장 씩 아껴 읽었다. 핸드폰으로 찍어 위아래로 빠르게 넘기는 사진이 아니라 필름 카메라로 찍어 인화한 사진을 넘겨보듯 말이다.한 장 한 장 글로 인화한 사진이 주는 여운을 기억하기 위해서다. 내가 특별해서가 아니다. 글이 그렇게 요구했다. 나는 그 지시를 충실히 따랐다.


언제부터인가 책 선물을 하지 않았다. 독서의 취향을 알지 못하기 때문이다. 하지만 하명희 작가의 책을 읽고 나니 저녁의 고요를 나누듯 책을 선물하고 싶어진다.

꼭 이런 메모를 남기고 싶다."몰아보는 드라마처럼 다루지 말고 한 주를 기다리는 설렘으로 하루 하루 읽었으면 좋겠어요."


벚꽃을 기다리지 말고 눈사람이 사라지기 전에 읽기를 권한다. 믿어도 좋다.

p.s) 지금부터는 사족이다.
<고요는 어디 있나요?>를 읽고 나서 나는 던컨 브라운의 Give me, take you를 계속 들었다. 노래와 닮았다.

https://www.youtube.com/watch?v=CMylB85NsW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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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벤트 종료합니다. 감사합니다.


stella k, 빵굽는 건축가님, 파워리뷰어님,수연님

필로소피아님, 프레이야님,chika,

글꽃바람님,mira님,,comandante


서재 어디에든 비밀댓글로 주소 남겨주세요.

3분이 남겨주셨는데 출판사 번거롭게 하지 않기 위해 

주소 다 수집되면 일괄배송 해드리고 싶어요.(며칠 기다려보고 너무 늦어지면 선배송하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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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1년 여름, 이윤기 씨의 책에 대해 몇 자 끄적인 것이 알라딘 서재 시작이었습니다. 이후 리뷰 몇 개를 남기고 오시는 분들과 댓글로 인사를 나누며 친하게 지내게 되었습니다. 한 두 해 지나며 정치적 이슈에 따른 논쟁도 참여하고 아는 분들도 많아졌습니다. 학생,의사, 학자, 교사,계간지 편집자, 작가, 소설가, 기자, 대기업 직원, 번역가, 전업 주부, 염소키우는 여자, 동아리 선생님 등등 다양한 분들과 실제 이름이 아닌 닉네임으로 만났습니다.


 책을 좋아하시는 분들과 이야기를 나누는 건 늘 즐거운 일이었습니다. 게다가 당시 알라딘은 인터넷서점이라는 걸 시작한지 얼마 지나지 않았던 때라 이주의 리뷰나 페이퍼등에 괜찮은 선물을 얹어 주었습니다. 몇 개 쓴 글이 상을 받고 또 축하인사를 받게 되면 기분이 좋더라구요.(네. 종종 받았어요.) 


요즘도 있는지 모르겠지만 예전에 1년에 한번 알라딘 리뷰 대회가 있었습니다. 1등 상금이 무려 100만원이었어요. 2회 대회였었나봐요.<엄청나게 시끄럽고 믿을수 없게 가까운>리뷰를 후다닥 썻는데 그게 예상외로 1등을 받았어요. 아는 분들께 책 선물도 해드렸던 것 같고 그 포인트 머니로 알라딘에서 전부 책 샀어요.


잘 놀다가 2009년이었던가요 우리 사회에 비정규직 문제가 첨예한 쟁점이 되었을 때 알라딘도 도마 위에 올랐습니다. 당시 몇 몇 분들과 알라딘 불매운동을 주도했습니다. 서재가 양분되어 시끄러웠지요. 제가 서재에 발을 끊기 시작한게 그즈음이었습니다. 이후 가끔 생각나면 한번씩 긴 글을 쓰기도 했지만 1년에 한 두번입니다. 책 구매는 여전히 알라딘으로 합니다만 주로 알라딘 중고서점에서 많이 사요. 


하여간 알라딘에 오랜 만에 나타나서 옛 감흥에 젖었나 봅니다. 

어느덧 나이가 50 인데 그 시절은 저 역시 좋았던 젊은 시절이었으니까요..


이벤트 참여해 주신분들 감사드립니다. <음악, 좋아하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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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tella.K 2019-12-19 14:12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정말 그런 일이 있었네요. 그만도 10년 전 일이구요.
알라딘이 어떻든 가끔이라도 서재에 글을 남기게 되는 건
알리디너와의 끈끈한 정이 있기 때문인 것 같습니다.
이벤트가 무사히 잘 끝나서 다행입니다.
바쁘실 텐데 이벤트 하시라고 해서 번거롭게 해 드리는 건 아닌가
걱정 했는데 흔쾌히 받아 주셔서 감사했습니다.
아무래도 연말이라 드팀전님도 그렇고 택배 회사가 바쁠 것 같습니다.
천천히 보내주셔도 당첨되신 분들 이해하시지 않을까 생각합니다.
다시 한 번 감사드리구요, 모쪼록 크리스마스도 잘 보내시기 바랍니다.^^

2019-12-19 15:02   URL
비밀 댓글입니다.

드팀전 2019-12-19 17:39   좋아요 0 | URL
본명이 필요치 않을까요?...그냥 이렇게 하면 될까요..ㅎ글꽃송이 또는 글꽃바람 뭐로 할까요?

2019-12-19 18:28   URL
비밀 댓글입니다.

2019-12-22 15:02   URL
비밀 댓글입니다.

2019-12-24 13:28   URL
비밀 댓글입니다.

2019-12-19 21:16   URL
비밀 댓글입니다.

2019-12-20 10:20   URL
비밀 댓글입니다.

2019-12-22 13:58   URL
비밀 댓글입니다.

라로 2019-12-20 16:53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책이 나왔군요!!! 제가 워낙 이름을 자주 바꿔서 저를 기억하실지 모르겠지만 예전에 나비입니다.^^;;
지금은 미국에 살고 있어서 이벤트가 있는 걸 알아도 신청하지 못했을 거에요. 제 친정 엄마 생각을 하다가 드팀전 님의 아이디를 며칠 전에 생각했었는데,,,이렇게 반가운 소식을 듣게 되었네요.
저도 책을 사서 읽고 싶은데 미국 알라딘에 언제 들어오게 될지....
어쨌든 너무 반갑고 기쁜 소식입니다. 축하드리고 저도 꼭 읽을게요.^^

드팀전 2019-12-21 23:42   좋아요 0 | URL
네..안녕하세요. 미국에 계시군요. 나비라는 닉네임은 기억합니다. 친정어머니께서 포목점을 하셨었나봐요.ㅋㅋ 드팀전과 어울릴려면 ㅎㅎ 미국에도 독자가 생기면 좋을 것 같다는 생각이 드네요. 건강하세요.

2019-12-24 10:51   URL
비밀 댓글입니다.

2019-12-24 13:27   URL
비밀 댓글입니다.

2019-12-26 10:31   URL
비밀 댓글입니다.

빵굽는건축가 2019-12-26 13:20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드팀전님 책 도착했어요.
넘 감사합니다 ^^ 한달음에 읽기보다 책속 음악을 들으며 읽어볼께요^^

쎄인트saint 2019-12-26 14:21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보내주신 귀한 책 잘 받았습니다.
감사히 잘 읽겠습니다~^^

stella.K 2019-12-26 15:04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책 받았습니다.
앞에 조금 읽기 시작했는데 심쿵합니다.
앞으로 조금 조금씩 천천히 읽어 보도록 하겠습니다.
고맙습니다.
한 해 마무리 잘 하시구요, 밝아오는 새해 좋은 일만 가득하시길 빌겠습니다.^^

2019-12-26 15:48   URL
비밀 댓글입니다.

필라소피 2019-12-27 17:06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보내주신 책 잘 받았습니다. 그래도 짧게나마 인사를 드리는게 예의일것 같아 몇자 남깁니다..^^
제가 관심있는 클래식뿐 아니라 다른 장르의 음악 이야기도 접할 수 있을것 같아 설레입니다.
감사합니다.

2019-12-31 13:48   URL
비밀 댓글입니다.
 

<음악,좋아하세요> 출간 기념으로 사적 이벤트를 하나 열었습니다.

많지는 않지만 몇 몇 분이 참여해주셨는데


이 페이지가 종종 링크가 잘 열리지 않더니만 

제가 프레이아님 댓글을 달고 수정하다가 삭제되었어요. 저는 댓글 삭제를 눌렀는데 페이지 삭제가 눌러졌을까요? 이상하게 없는 페이지로 나와서 저도 놀랐습니다. 왜 그런걸까요?


알라딘의 오류든 저의 시스템 적응 오류듯 

보내주신 글이 사라진 것 같습니다. 

관심 가져주신분들께 사과 말씀드립니다..




프레이야님 이 댓글을 쓰고 있었거든요.

프레이야님 저 부산 삽니다. 호밀밭 출판사도 그렇지요 ㅎㅎ


이벤트 재공지합니다.


1) 12월17일(화) 여러분들이 좋아하시는 시구절이나 문장을 하나 만 써주세요. 가벼운 인사와 더불어.


10분께 책 보내드리도록 하겠습니다.


2) 제게 먼저 댓글 달아주신  6분은 일단 무조건 보내드리겠어요. 댓글과 아름다운 문장 골라 주셨는데 날아가버렸으니...혹시 이전 페이퍼에 댓글 올려주셨는데 빠진 분 계시면 알려주세요. 제가 오늘 오전에 각각 댓글 다 달았었는데...그것도 날아갔어요.


 stella k님, 빵굽는 건축가님, 파워리뷰어님,수연님, 필로소피아님, 프레이야님


 위의 6분은 주소를 비밀댓글로 보내주세요.이벤트 끝나고 주소 일괄 취합되면 한번에 보내드리겠습니다. 다시 한번 사과드립니다. 오랜만에 알라딘 서재들어왔더니만 시스템 마저 타박이군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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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hika 2019-12-15 01:58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누구의 인생도 완벽하게 아름답지만은 않다. 그러나 누구에게나 한 방은 있다. 삶의 어느 길목에선가 자신의 가장 선량하고 아름다운 열망을 끄집어내 한순간 반짝 빛을 더하는 사람들이 있어 세상은 망하지 않고 굴러간다. 세상을 밝히는 건, 위대한 영웅들이 높이 치켜든 불멸의 횃불이 아니라 크리스마스트리의 점멸등처럼 잠깐씩 켜지고 꺼지기를 반복하는 평범한 사람들의 짧고 단속적인 반짝임이라고 난 믿는다. 당신이 반짝이던 순간, 이진순.

한문장만, 써달라셨는데 여러문장이네요. ^^;;

음치여서 음악을 아주 좋아하지는 않았었는데 음악시험볼일이 없어지니 음악이 좋아지더군요. 그래서 음악 이야기가 궁금해지기도하고요.
지나가다 슬쩍 인사남기는것도 괜찮을까요?

드팀전 2019-12-16 09:53   좋아요 1 | URL
치카님 반가와요. 잘 지내시지요. 오래된 알라딘 멤버시잖아요. 제가 있을때도 계셨었는데요. 저도 노래를 잘하지는 못해요. 그래서 듣는 걸로 만족을 ...감사합니다

chika 2019-12-16 22:02   좋아요 0 | URL
네! 괜히 오랜 친구를 만난 느낌이랄까. ^^
알라디너님들의 출간소식이 들려올때마다 반갑고 좋네요 ^^

2019-12-15 09:13   URL
비밀 댓글입니다.

2019-12-16 09:51   URL
비밀 댓글입니다.

글꽃바람 2019-12-15 12:21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음악이야기는 언제나 흥미롭습니다.
음알못에게도 말이지요~^^
-

엄밀히 말해서 이 세상에 우연 같은 건 없다.
우연처럼 보이는 필연이 있을 뿐.
-

제가 이 포스팅을 발견한 것도 필연입니당^^

드팀전 2019-12-16 09:55   좋아요 0 | URL
음악은 즐기는 파와 아는 파가 있는데 어느 것이 앞에 선다고 말하기가 어려운 것 같아요. 아는 파는 글을 쓴다거나 여기저기 떠드는 활용도가 좋을 뿐입니다. 음악을 즐기시는 분이시리라 생각해요. 반갑습니다.

mira 2019-12-15 14:12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삶에서 잃은 것은 아무것도 없다. 아무것도 잃지 않는다.

어떤 경우에도 ˝ 나는 이러이러한 것을 잃었다 ˝고 말할것이 아니라

˝그것이 제자리로 돌아갓다˝라고 말하라.

그러면 마음의 평화가 시작될 것이다.

세상이 허락했기에 그대는 현재 이러이러한 것을 가지고 있다.

그것들이 그대 곁에 있는 동안 그것들을 소중히 여겨라.

잠시 머무는 여인숙의 방을 소중히 여기듯이 .




( 에픽테토스의 자유와 행복에 이르는 삶의 기술 ) 중에서


며칠전 읽은 하와이다에 나온 글인데 너무 좋더라구요

드팀전 2019-12-16 09:58   좋아요 0 | URL
˝잠시 머무는 여인숙의 방을 소중히 여기듯이˝
제 책에도 나오는데 여관방에서의 음악이 제게 그렇게 소중했었던 것 같습니다. 침잠하기 좋은 연말에 좋은 문장 감사드립니다. ㅎㅎ

2019-12-16 14:49   URL
비밀 댓글입니다.

2019-12-17 17:43   URL
비밀 댓글입니다.

파란여우 2019-12-17 15:47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세상에나!
알라딘 새책 안내에서 낯익은 이름 보고 이제사 서재 로그인해서 댓글 남깁니다.
많이 축하드립니다!!!!!
금방 도서관에 신청하겠슴다!

드팀전 2019-12-17 17:45   좋아요 0 | URL
어머나...ㅜㅜ 이산가족 상봉한 것 같습니다. 알라딘 서재 좀 낯설어요.ㅜㅜ 그러다가 파란여우의 닉네임을 보니 이건 고향집 누님을 만난 것 같구요.ㅜㅜ 잘 지내시죠?

추풍오장원 2019-12-17 19:24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그대는 내 마음의 닻이니 떠나지 말고 다만 떠남을 예견케 하라‘ - 김정환
황현산 평론집에서 김정환의 시를 인용한 부분이 있더군요.
음악 저도 굉장히 좋아하는데 음악 책을 쓰시다니 대단하십니다...^^

드팀전 2019-12-18 09:20   좋아요 1 | URL
안녕하세요. 프로필 사진이 좋아요. 정치(학) 관련 책을 좋아하시니 반갑네요. 아렌트, 라캉, 카를 슈미트도 있네요. 수 년 전 그의 <정치신학>,<정치적인 것의 개념> 들 흥미롭게 읽었습니다. 오늘 집에 가서 다시 한번 밑줄 그은 부분들 찾아보고 싶어집니다.


2019-12-18 13:12   URL
비밀 댓글입니다.

북극곰 2020-03-06 14:49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세상에나! 드팀전 님 책이었군요. 완전 뒷북치고 갑니다.
다른 분들처럼 드팀전 님 글 많이 읽었었는데.
드팀전 님 사라지신 즈음에 귀한 분들이 많이들 사라지셨었죠. ㅠ.ㅠ

축하 드려요. 출간하신 책 믿고 읽어보겠습니다.
 

사회학자이신 이성철 교수님께서 페이스 북에 올려 주신 리뷰입니다. 1년에  두 어 번 뵙는데 사심가득 애정가득한 리뷰를 써주셨어요. 전 사실 아는 분들이 책 쓰면 리뷰를 안씁니다..쑥쓰럽구 그래서. 하지만 앞으로는.소식 뜸할때 이런 리뷰 받으니 훈련소에서 애인 편지 받는 느낌이랄까?   

책과 직접 관련 없는 몇 가지 사적인 내용과 인물들은 임의 삭제했습니다.페이스북 지인들 이름..이런것들.


(알라딘 출간기념 이벤트는 계속 진행 중입니다.)

( <- 구매는 요기로)






<독후감>

모처럼 올리는 글이다.

(1)  엄상준 PD의 <음악, 좋아하세요?: 엄PD의 세상과 만나는 음악이야기>(2019, 호밀밭출판사)를 읽으면서 그 느낌을 남기고 싶었다. 400쪽이 넘는 책이지만 메모를 해가며 아주 흥미진진(?)하게 읽었다.

엄PD와의 인연이 좀 있다. 2012년이었나? 아님 그 이후였나? 엄PD가  노동조합 지회의 간부를 맡고 있을 때 나에게 조합원 교육을 부탁한 적이 있었다. 아마 나의 <영화가 노동을 만났을 때> 책을 보고 연락을 한 것 같다.  교육을 마친 후 방송국 옆의 ‘봉이 동동’에서 지회장님 등이랑 술추렴한 기억도 있다. 이후 옐로스톤의 간헐천처럼 만나 술잔을 기울였다.(만남은 항상 뜨거운 온천이었다.)

진중한 그가 페이스북에 올리는 글들 중에 유독 속내를 밝히며 싫어하는 인간들은 ‘꼰데’들이었다. 그러나 ‘아재’는 좀 봐주는 것 같다. 왜냐하면 그 자신도 스스로 아재라 칭하고 있기 때문이다. 내 생각에 아재는, ‘아 쟤?’하고 무심코 넘길 수 있는 범주이지만, 꼰데는 자신이 꼬인 데를 모르는 인간이기 때문에 여타 사람들을 자신의 잣대(ruler)로만 측정하는 부류라 여기기 때문인 것 같다. 즉 그런 인간을 독재자(ruler)로 여기는 것 같았다.

왜 이런 말을 하냐면.. 책 제목이 <음악, 좋아하세요?>라서다. 엄PD라면 절대 이 제목을 쓰지 않았을 것 같다. 일상에서 이런 말은 즉각 반발을 불러오기 때문이다. 예컨대 ‘안 좋아하면 어쩔 건데?’라는 등의 반응이 나온다. 즉 꼰데스런 제목이다. 아마 호밀밭출판사의 장현정 대표가 이 제목으로 밀어붙인 게 아닌가... 하는 생각이 든다. 그러나 심증은 가지만 물증은 없다. 그런데 어떤 분들은, ‘안 좋아하면 어쩔 건데?’라고 퉁명스레 말하곤 ‘내가 음악 좋아하던가?’라는 반추도 할 것 같다. 이 책은 그런 반추를 하게 만드는 책이다.(장현정 대표의 작명이 좋았다는 말인가....)

(2) 책은 봄, 여름, 가을, 겨울이라는 ‘장’(章, chapter)으로 구성되어있다. 마치 네 개의 곡으로 구성되는 교향곡처럼(4악장)... 교향곡을 이루는 각각의 작은 곡을 ‘악장’이라 하니, 그의 책은 ‘봄 악장’, ‘여름 악장’... 등의 식으로 움직인다(무브먼트, movement) 그러나 그의 책 목차 형식은 기악곡 중심의 교향곡을 표방하는 듯하지만, 대중가요-민요-클래식-팝 등 ‘세상의 모든 음악’을 아우르고 있다.(KBS 클래식 FM 프로그램 이름이기도 하네...) 교향곡이 연주될 때 악장 사이에 박수를 치지 않지만, 나는 이 책의 각 장이 끝날 때마다 기립박수를 치고 싶었다. 그리고 봄 여름 가을 겨울의 순서대로 읽을 필요도 없다. 어느 곳을 먼저 읽더라도 그 속에 또 다른 교향곡들이 있다.

(3) 그의 글이 참 좋은 이유는 이렇다. 특정 곡에 대한 권위있는 또는 정통한 해석만 강조하지 않는다는 점이다. 저자 자신이 좋아는 곡들만 추천하는 것도 아니고 다른 버전들에 대해서도 충분히 알려준다.(그러나 겸손한 가치판단은 있다. 당연한 것 아닌가?) 내 식대로 말한다면 이렇다. 예컨대 ‘프리츠 크라이슬러‘의 바이올린 곡 ’사랑의 기쁨‘을 슬프게 느낄 수 있고, 그의 ’사랑의 기쁨‘을 들으면서 슬픔도 느낄 수 있지 않은가? 또는 안성기, 황신혜 주연의 영화 <기쁜 우리 젊은 날>의 주제곡 이었던 ’마르티니’의 ’사랑의 기쁨‘의 가사 속에 사랑의 슬픔이 들어있듯이... 엄PD의 글이 그렇다. 이분법이 아니라서 좋다. 아마 그가 익힌 사회과학의 내공도 깃들었으리라 생각한다.

(4) 음악에 관한 내공과 적공은 두말할 필요없지만, 무엇보다 엄PD의 글이 정말 빼어나다. 예컨대 각 절의 첫 문단은 시(詩)다. 정말이다. 저자 자신이 글과 글자에 얼마나 깊은 마음을 담으려했는지 알 수 있다. 예컨대 슈베르트의 연가곡 ‘겨울 나그네’에 대한 글은 이렇게 시작한다. “피아노의 흰 건반이 눈 내린 하얀 숲이라면, 검은 건반은 눈 위에 찍힌 발자국이었다.”

고대 이집트에서 조각가는 ‘살아있게 만드는 자’라는 뜻을 지녔다고 한다. 과장 없이 말한다. 그의 글은 음악을 살아나게 한다. 이를 위해 그는 조각칼로써 해당 음악에 걸맞는 책을 선택한다. 책 속에서 소개하는 책들을 찾아보는 재미도 있다. 예컨대 57쪽에 이런 글이 있다. “.... 공기의 진동에 불과한 음악이라는 비-물질을 단단히 붙잡아 놓은 물질성이 좋다.”

나는 이 문장을 읽으며 다음과 같은 생각을 했다. 사회과학자들의 논문이나 책 속에 아무런 상관없이 자연과학의 용어를 쓰는 행위(fashionable nonsense)를 질타한 물리학자 ‘앨런 소칼’을 은근히 두둔하면서도, 소칼에게 쓸데 적은(쓸데 없는 것은 아니므로!) 대응을 한 사회학자 ‘브루노 라투르’도 포용하는 부드러움...을 느꼈다....면 지나칠까? 그리고 115쪽의 도입부는 마치 ‘줄리언 반즈’의 그것처럼 읽혔다.(확인해보시라...)

(5) 그의 책에는 음악을 말하면서 낮은 곳들과 연대하는 실천이 담겨있다. 세월호와 공관병, 그리고 남미의 굴욕과 피의 역사가 담겨있다. 독일의 과학역사학자 에른스트 페터 피셔는 어느 곳에서 이런 말을 했다. “개별 학문 분야와 무관한 질문이 제기되면, 객관성이라는 관념이 매우 취약하다는 사실이 바로 드러난다.” 음악도 과학도 학문도 모두 현실관계적이라는 말일 것이다. 이 책의 큰 덕목 중의 하나이다.

이 책에서 프로이트를 인용한 문장이 있다. “충분한 애도를 갖지 못한 기억은 다른 이름으로 돌아온다. 애도란 사랑하는 사람의 상실 이후 상실의 자리로 들어서는 것이다...”(74쪽) 함께 인용한 나희덕의 시도 좋다... ‘노동’에 대한 그의 시선은 첼로의 거장 ‘파블로 카잘스’의 말로 대변된다. “내가 예술가라는 것은 사실입니다만 예술을 실현하는 과정을 보면 역시 하나의 육체노동자입니다. 나는 일생 내내 그래왔어요.”(127쪽)

(6) 그외 사소하지만 부러운 것들 몇 가지

- <적벽가>를 이야기 하는 장면에서 ‘애늙은이’가 들어앉아 있는 것 같았다. 그는 김소희의 판소리 <심청전>의 한 대목을 ‘소리로 그린 그림’ 같다고 했다.(234쪽)

- 가끔 본 엄PD의 모습은 좌중에서 별 말이 없는 사람이다. 그러나 책 속에서 그의 지킬 또는 하이드를 만나게 된다. 이렇게 유머스런 분이었나?...라는...

- 엄PD의 머리카락은 베토벤 닮았지만, 얼굴은 바흐가 떠오른다. 그런데도 구수한 된장 냄새가 나는 모습이다. 늘 골몰하기 때문에 드러난 몰골이라 생각한다. 여담이지만 베토벤은 바흐(Bach)를 시냇물(bach)이라 생각지 않고, 큰 바다라고 말했다.(메르, mer)

- 다 읽고 책을 덮으니 다시 책 제목의 뜻을 새기게 된다. <음악, 좋아하세요?>... 나의 대답은 이렇다. ‘더 좋아할 거에요..’ 올리브 색스는 그의 책 <뮤지코필리아> 서문에서 니체를 인용한다. ‘음악은 근육으로 듣는다.“ 더 좋아해야 근육이 생긴다.

* 아래 사진은 참치집에서 찍은 것이다. 심지어 초밥도 축음기 속으로 뛰어든다... 아니... 술병 속으로 인가?....


이미지: 사람들이 앉아 있는 중, 테이블, 음료, 음식, 실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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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음악, 좋아하세요?> 출간되고 1주일이 지났네요.

 

부산에서 북 콘서트하고, 축하 술자리 하고, 몇 몇 분께 인사하다 보니 일상의 흐름이 깨져버렷습니다.


이번 주는 정신을 가다듬고...


그러나

후배가 휴가를 가버리는 바람에

손발이 무척 바쁜 한 주가 될 듯 합니다.




압구정에 있는 클래식 플랫폼 <풍월당>에는 이렇게 전시가 되어 있네요. 

클래식 음악 들으시는 분들께는 소중한 공간입니다. 제게는 이중적 감정을 불러일으키는 공간이지만 실장님과는 부산에서 부터  좋은 인연이 있어서 이렇게 신경 써주셨습니다.



출판사 대표님이 참치 횟집에서 인증샷. 횟집 매장에 이렇게 디스플레이 가능하다는 놀라운 범용성과 적응력에 감동.


음악이 다 그렇지 않을까요? 세상의 모든 음악은 모든 필요와 쓸모와 감동이 있으니까.

어느 하나를 더 높이 칠 필요도 없어요. (동세대 트로트의 여왕은 주현미와 김연자라고 생각합니다. <미쓰트롯>이후 송가인의 기세가 장난 아니지만 그럼에도 불구하고...주현미님과 김연자님이 최고입니다.) 




책 내부를 펼쳐 보면 이런 구성입니다.


테오 앙겔로풀로스의 영화 <황새의 멈춰진 발걸음>의 음악과 몇 년 전 세계를 울린'해변의 쿠르디' 사진, 그리고 <무정한 빛>(수잔 린필드, 바다출판사) 에 언급되는 사진의 윤리성에 대한 이야기 등이 엮였군요.


영화 속에는 ()의 우화가 나온다. 세계의 멸망 이후 대지를 떠날 수 있는 연줄에 사람들이 몸을 싣는 것이다. 영화의 마지막 장면. 카라인드루의 난민의 테마가 반복된다. 국경 근처 일꾼 여러 명이 전신주에 오른다. 마치 하늘로 날려 올린 연줄을 타고 오르는 것 같다. 하지만 전신주는 땅과 하늘의 중간 지점에서 멈출 수밖에 없다. 더 나아갈 수 없다. 중음(中陰)의 공간에서 시간이 그렇게 멈춘다. 난민들의 시간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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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tella.K 2019-12-09 14:08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읽을 책이 많이 밀려있어 드팀전님 책은 언제 읽게 될런지 모르겠어요.
이럴 땐 드팀전님 책을 확 끌어다 읽을 방법이 하나 있긴해요.
이벤트를 하세요. 그래서 제가 당첨이 되면 저는 다른 거 재껴두고 드팀전님 책 읽고
리뷰 꼭 쓸 겁니다.ㅎㅎ
아시죠? 과거 알라디너들이 어떻게 해서 끈끈해졌는지?
오랜만에 고향 오셨으니 한번 하시죠.ㅎ

압, 그러고 보니 전 제 책 나올 때 그렇게 못해 봤네요.
저는 워낙에 알라딘에 붙박이로 있다보니. -_-;;
책 예쁩니다. 나오자 마자 풍월당 입성도하시고... ^^

드팀전 2019-12-09 17:41   좋아요 1 | URL
잊지 않고 기억해주셔서 감사합니다.
너무 오랜만이어서 그런 게 있었는지도 잊어버렸지 뭡니까?
출판사랑 이야기해봐야겠어요.

2019-12-22 12:32   URL
비밀 댓글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