당신이 하는 일이 문제가 아니다.
당신이 하지 않고 남겨 두는 일이 문제다.
해질 무렵당신의 마음을 아프게 하는 일이 그것이다.
- 마거릿 생스터 - P73

나는 배웠다,
생계를 유지하는 것과
삶을 살아가는 것은 같지 않다는 것을.

나는 배웠다.
삶은 때로 두 번째 기회를 준다는 것을,

나는 배웠다.
양쪽 손에 포수 글러브를 끼고 살면 안 된다는 것을.
무엇인가를 다시 던져 줄 수 있어야 한다는 것을.

나는 배웠다.
내가 열린 마음을 갖고 무엇인가를 결정할 때
대개 올바른 결정을 내린다는 것을.

나는 배웠다.
나에게 고통이 있을 때에도
내가 그 고통이 될 필요는 없다는 것을,
- P87

가장 나쁜 일응
알면서
혹은 모르면서
자기 안에 감옥을 품고 사는 것이다.
사람들 대부분이
그렇게 살고 있다.
- 나짐 메크히트 - P89

너 자신이 되라.
남들이 원하는 사람이 되면
정복당할 것이니,
너의 혼돈을 사랑하라.
너의 다름을 사랑하라.
너를 다르게 만드는 것
사람들이 너에 대해 이해하지 못하는 것
사람들이 너에게 바뀌기를 원하는 것
너를 유일한 존재로 만드는
그것을 사랑하라.
- 알베르트 에스피노사, 소설 『푸른 세계」 중에서 - P101

게슈탈트 기도문

나는 나의 일을 하고
너는 너의 일을 한다.

나는 너의 기대에 부응하기 위해
이 세상에 있는 것이 아니다.

너는 나의 기대에 따르기 위해
이 세상에 존재하는 것이 아니다.

너는 너
나는 나

만약 우연히 우리가 서로를 발견하게 된다면
그것은 아름다운 일
만약 서로 만나지 못한다고 해도
그것은 어쩔 수 없는 일,

- 프리츠 펼스 - P105

그 일이 일어났을 때 주위에 아무도 없었다.
박수도 축하도 없었다.
누구도 그녀에게 고마워하거나 칭찬하지 않았다.
누구도 아무것도 알아차리지 못했다.

나무에서 떨어지는 잎사귀처럼 그녀는 그저 내려놓았다.
아무 노력도 없었다.
아무 몸부림도 없었다.
그것은 좋지도 않았고, 나쁘지도 않았다.
그것은 그저 그것일 뿐이었고, 단지 그러할 뿐.
내려놓음의 공간 안에서 그녀는 모든 것을
순리에 맡겼다.
작은 미소가 그녀의 얼굴에 떠올랐다.
가벼운 바람이 그녀를 스치고 지나갔다.
그리고 태양과 달이 영원히 빛났다.

- 새파이어 로즈 - P110

속도를 늦추라.
너무 빨리 춤추지 말라.
시간은 짧고,
음악은 머지않아 끝날 테니.

아이에게 말한 적 있는가,
내일로 미루자고,
그토록 바쁜 움직임 속에
아이의 슬픈 얼굴은 보지 못했는가.

어딘가에 이르기 위해 그토록 서둘러 달려갈 때
그곳으로 가는 즐거움의 절반을 놓치는 것이다.
걱정과 조바심으로 보낸 하루는
포장도 뜯지 않은 채 버려지는 선물과 같다.

삶은 달리기 경주가 아니다.
- P113

사물들의 경이로운 진실,
그것이 내가 날마다 발견하는 것이다.
모든 것은 있는 그대로의 그것이다.
이 사실이 나를 얼마나 기쁘게 하는지
누군가에게 설명하기는 어렵다.
나에게는 그것만으로도 충분하다는 것을

완전해지기 위해서는 존재하는 것만으로도 충분하다.

지금까지 나는 적지 않은 시를 썼다.
물론 앞으로도 더 많이 쓸 것이다.
내가 쓴 모든 시가 그 한 가지를 말하지만
각각의 시마다 다르다.
존재하는 것은 저마다 다른 방식으로 그것을 말하기에,

가끔 나는 돌 하나를 바라본다.
돌이 느낌을 가지고 있는지 생각하지는 않는다.
돌을 나의 누이라고 부르며 시간을 낭비하지도 않는다.

대신 나는 그것이 하나의 돌로 존재해서 기쁘다.
그것이 아무것도 느끼지 않아서 좋다.
그것이 나와 아무 관계도 아니어서 좋다.

때로는 바람이 부는 소리를 듣는다.
그리고 느낀다, 바람 부는 소리를 듣는 것만으로도
태어난 가치가 있구나.

- 페르난도 페소아
- P12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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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국 남부에 위치한 마서스비니어드섬은 참고할 만한 사례를 제공한다. 유전적으로 고립되었던 탓에 마서스비니어드섬의 청각장애발생률은 타 지역보다 월등히 높았지만, 거주민 중 누구도 그것을 이상하게 여기지 않았다. 그들의 공용어가 수어였기 때문이었다. "그들은 장애인이 아니었어요. (….….) 단지 듣지 못하는 사람이었지요." - P24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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선배들을 무릎 꺾이게 하는 일이 대단한 신념이 아니라겨울이면 불려가서 해야 하는 수백 포기의 김장이나, 일거리를 싸들고 가서라도 그 자리에 반드시 있어야 하는 갖가지 집안 행사라는 현실, 선배들은 그래서 우리에게 자신들을 롤 모델로 삼지 말라고 말했다. 사회적으로 그만한 성취를 이룬 선배들이 그렇게 자탄할 때 나도 많은 것에 자신이없어졌다. 그렇지 않다고, 충분히 훌륭하다고 대답했지만나 역시 이제 임명받은 후배들에게 같은 충고를 하고 있었다. 나를 본보기로 하면 안 돼, 나보다 더 잘돼야 해.
- P175

제주 속담에 속상한 일이 있으면 친정에 가느니 바다로 간다‘는 말이 있다. 복자네 할망에게 들었지. 나는 제주, 하면 일하는 여자들의 세상으로 읽힌다. 울고 설운 일이 있는 여자들이 뚜벅뚜벅 걸어들어가는 무한대의 바다가 있는 세상. 그렇게 매번 세상의 시원을 만졌다가 고개를 들고 물밖으로 나와 깊은 숨을쉬는 사람들이다. 그러니 다 잘되지 않겠니?
- P189

소설을 다 쓰고 난 지금, 소설의 한 문장을 고르라고 한다면 나는 실패를 미워했어, 라는 말을 선택하고 싶다. 삶이 계속되는 한 우리의 실패는 아프게도 계속되겠지만 그것이삶 자체의 실패가 되게는 하지 말자고, 절대로 지지 않겠다.는 선언보다 필요한 것은 그조차도 용인하면서 계속되는 삶이라고 다짐하기 위해 이 소설을 썼는지도 모르겠다는 생각이 든다. 종교는 그렇듯 버텨내는 자들에게 기꺼이 복을 약속하지만 소설은 무엇도 약속할 수 없어 이렇듯 길고 긴 이야기를 할 수밖에 없었다고.
- P24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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금색 공책 2 - 도리스 레싱 탄생 100주년 기념 특별판 창비세계문학 74
도리스 레싱 지음, 권영희 옮김 / 창비 / 2019년 1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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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책에 대해 설명이랄 것이.가능할까? 아니나 다를까 블로그며 알라딘 서재를 뒤져 보아도 누구 하나 뾰족한 해석을 내놓지 못했다.

우선 이 책은 형식 면에서 매우 새롭다.
작가 - 애나 - 엘라 이야기가 마구 섞여서 휘몰아친다. 애나는 이 소설의 초점 화자이다. 공산주의자에 처녀작이 꽤 팔려서 특별히 일을 하지 않아도 살아갈 수 있다. 결혼을 해서 딸을 하나 뒀다가 이혼하고 자유롭게 살아가는 여성이다. 여기서 '자유롭게'라는 건 아마도 긍정적인 의미가 아니었으리라. 당시 이런 여성들에 대한 일종의 비꼬는 평가의 말이었을 것이라고 감으로 느낄 수 있었다. 애나는 자신이 쓴 히트작 소설이 결국 허위임을, '노스탤지어'를 기록한 것임에 불과함을 깨닫고 다시는 글을 쓰지 않으려 한다. 그녀는 빨간 공책, 노란색 공책, 검정색 공책, 파란색 공책 등 색깔별로 공책을 나누어 자신의 삶을 기록해 간다.
애나가 파란색 공책에 쓰는 '소설' 속 주인공이 '엘라'이다. 애나 이야기를 읽으며 독자는 애나가 이 책의 작가를 반영한 인물일 것이라 생각하게 되는데, 애나는 또 자신의 모습을 반영하는 '엘라'의 이야기를 소설에 쓴다. 읽다 보면 이 세 인물이 머릿속에서 마구 뒤섞이게 되고 실제로도 작가는 이들을 분명하게 구별하려 하지 않는다. 의도적으로 이들을 혼동하도록 작품을 쓴 것 같다. 이러한 형식을 통해 작가는 문학이라는 것이 작가 개인의 삶을 떠나 존재할 수 없는 것임을, 그랬을 때 그 문학은 허위가 될 수 있음을 처절하게 보여준다. 처음엔 엘라의 이야기는 소설일 뿐이야.. -사실 애나의 이야기도 마찬가지인데 ㅎㅎ- 라며 애써 두 이야기를 구분하며 머리 아프게 읽었는데 나중에는 이런 시도를 포기하게 된다. 이 책 속에 수도 없이 나오는 말인 '그건 중요하지 않아'

60년대 초반에 출간된 책인데. '애나'는 너무나 새로운 유형의 사람이다. 아마 자신이 살았던 시대에는 새로운 삶을 시도했기에 새로운 유형의 사람이었다면, 지금 2020년에 보기에는 그토록 사회를 개혁하고 진실된 삶을 살기 위해 처절하게 스스로를 비판하고 몰아붙이는 사람이었기에 새롭다. 내가 느끼기에 2020년에야말로 '누구도 타인에 대해 상관하지 않는다.'

다 읽고 나서 떠오르는 단어는
- 위에도 몇 번이나 썼듯 - 처절하다.
뿐. 그리고 새롭다. 뭐라 규정할 수 없는 소설. 이것이 과연 문학작품이 맞긴 한 건가 싶은. 전통적인 스토리 구성을 완전히 깨고 있다.

책에 대한 설명들을 찾아 읽어보면 작가는 여러 색깔의 공책으로 분열되었던 자신을 '금색 공책'에서 통합시키고 있다고 한다. 그런데 '금색 공책'의 내용은 '애나'가 '쏠'이라는 작가와의 만남을 통해 자신의 밑바닥까지 내려가면서 인식상으로 또 심리상으로 처절한 고통을 겪고 쏠을 집에서 내보내면서 거기서 빠져나오는 내용이다. 이 내용과 마지막 '자유로운 여자들5' 파트는 내용이 상충되는데 생각하다 보니 '자유로운 여자들' 부분 또한 애나가 쓴 '애나' 라는 인물을 주인공으로 한 소설인 것 같다. 시작하는 문장이 쏠이 떠나며 주고 간 첫 번째 문장과 일치하는 것으로 보아. 이렇게 또 독자는 작가를 애나와 동일시하게 만들어 두었네..

정말 마음 속에 오래 남는 묵직한 책인데.
정리하기가 쉽지 않다. 여러 번 읽어야 할 터인데, 그 또한 불가능할 듯... ㅋㅋ
300쪽 가량을 꾹 참고 읽어야 이 책의 대단함을 알게 되고 끝까지 완독이 가능해지는
꽤 어려운 책이다.
서문부터 너무 길고 어려웠는데, 다 읽고 나니 어째서 그런 어려운 서문이 붙어 있었는지 알 것 같았다.

멋진 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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라로 2020-11-18 16:40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정말 좋으셨나 봐요!! 알맹이 님께서 오랜만에 글도 쓰실 정도로!! ^^

알맹이 2020-11-18 17:11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반가워요~^^ 사실 올 초에 읽은 책인데.. 리뷰를 써놨다가 옮겨왔어요. 읽을 땐 힘들었는데.. 뭔가 묵직하게 다가오더라고요. 좋았어요. 근데 두 번은 못 읽겠어요^^
 

이 시대에 우리가 우리의 반성적 능력을 돌볼지 말지는 개인적 선택의 문제입니다. 하지만 그것은 개인으로나 시민으로나 우리에게 대단히 중요한 의미를 함축하고 있습니다. 존 던은 이런 차원을 잃어가는 것과, 폭력과 분쟁이 늘어나는 것 사이에 관련이 있다고 했습니다. 그보다 저는 우리가 반성적 능력을 점점 잃어가는 것은 끊임없이 효율성을 요구하는 환경에서 나오는 예상치 못한 후유증이라고 생각합니다. 그래서 목적이 뭔지도 모른 채 그저 ‘시간을 벌려고‘ 하고, 결코 지식은 되지 못할 정보와 오락물의 잡동사니들로 인지적 한계 너머까지 내몰리는 바람에 주의집중의 시간은 줄어드는가 하면, 지식은 점점 조작적이고 피상적으로 사용하게 되면서 결코 지혜에는 이르지 못하지요. - P28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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