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광장 / 구운몽 문학과지성 소설 명작선 1
최인훈 지음 / 문학과지성사 / 1996년 11월
평점 :
구판절판


 

  최인훈의 <광장/구운몽> 중의 <구운몽> 부분. 흔히들 <구운몽>을 이야기하는 사람들은 김만중의 <구운몽>과 최인훈의 <구운몽>을 함께 이야기한다. 어떤 관계가 있을지는 잘 모르겠다. 난 김만중의 <구운몽>이라는 것은 학교 다닐 적 시험을 위해 김만중이라는 사람이 <구운몽>이라는 소설을 썼다 라는 사실 이외에는 아는 바가 없으므로.

  구(九). 운(雲). 몽(夢). 아홉 구. 구름 운. 꿈 몽. 아홉 구름의 꿈? 인생무상을 논하는 것인가. 모든 것이 한낱 꿈이더라. 현실에서 시작해 꿈으로 도망가고 다시 현실과 맞닥뜨린다. 이런식의 구도는 소설이나 영화에서 많이 써먹은 방법이기도 하다. 얼마전 종영된 드라마 '파리의 연인'에서도 현실-꿈-현실로 이어지는 구도는 아니었지만, 지금껏 진행된 모든 것이 한낮 꿈이었다 라는 식으로 끝냄으로서 그동안 열심히 본 시청자들에게 허무감을 안겨주기도 했고, 역시 현실-꿈-현실의 구도는 아니지만, 영화 <달콤한 인생>도 구름에 붕 뜬 삶을 살아가는 듯한 느낌을 안겨주기도 했다.

  독고민은 자신의 집 마룻바닥에 떨어진 한 통의 편지를 보고 놀랬다. 그것은 숙이가 보낸 것이었고, 그녀는 민과 만나고 싶다고 했다. 숙이는 독고민이 미국 부대에서 그림을 그리며 활동한 적이 있었는데 그 때 만난 여자이다. 민은 그녀를 사랑했다. 그런 그녀가 자취를 감추고 이제는 민을 만나기를 원한다. 하지만 그녀는 약속장소에 끝내 나타나지 않는다. 다시 집으로 돌아와 편지날짜를 확인한 그는 이미 약속날짜가 지났음을 확인 그녀에게 편지를  쓰다 잠이 든다.

  꿈의 시작. 스피커를 통해 거친 음성이 흘러나온다. 자유를 찾기 위해 정부에 대항합시다. 혁명군의 목소리다. 아 혁명이 났구나. 한 건물로 들어갔더니 사람들이 그를 보고 사장이라며 뭘 결단내리란다. 난 사장이 아니에요. 그들을 피해 다른 문으로 들어갔더니 웬 아리따운 무용수 20여명이 춤을 추고 있다. 흐흐. 독고민은 그들에게 발레 선생이었다. 뭐냐? 그녀들이 추근덕거리고, 민은 그녀들을 피해 도주한다. 그랬더니 웬 감방? 황당하게 들어선 감방에서 웬 여자 하나가 또 그를 쫓아온다. 또 도망간다. 그랬더니 갈수록 태산이다. 이제 반란군의 수령이 되었다. 그리고 총에 맞았다. 하지만 방탄복을 입어 살았고 무용수중의 늙은댄서가 그를 부축해 어느 문으로 들어간다. 다음 날 아침. 독고민은 얼어죽었단다. 몽유병이라고 한다.

  독고민은 고고학에 관한 영화를 봤다. 그리곤,

  여자가 남자의 옆 모습에 눈을 주며 입을 연다.

  "민!"

  "..."

 이쪽은 말이 없이 눈으로 대답.

  "그런 시대에도 사람들은 사랑했을까?”

  남자는 그 물음에도 여전히 대답이 없이 우둑 걸음을 멈춘다. 여자도 선다. 남자가 두 손으로 여자의 팔을 잡는다. 그녀의 눈동자를 들여다본다. 신기한 보물을 유심히 사랑스럽게 즐기듯.

  "깡통. 말이라고 해? 끔찍한 소릴? 부지런히 사랑했을 거야. 미치도록. 그 밖에 뭘 할 수 있었겠어"

  남자는 잡고 있던 여자의 겨드랑 밑으로 팔을 넣어, 등판으로 거슬러 올라가서, 두 손바닥으로 여자의 부드러운 뒤통수를 꼭 붙들어서 꼼짝 못하게 만든 다음, 입을 맞춘다. 오랫동안.

  하늘에는 꽃불. 땅에는 훈풍과 아름다운 가락. 플라타너스 잔가지가 간들간들 흔들린다. 잎사귀가 사르르 손바닥을 비빈다.

  그들의 입맞춤은 아직 끝나지 않았다.

 

   책을 다 읽고 나서 나의 머리는 혼란스러웠다. 최인훈의 <광장>을 읽었을 때의 좌냐 우냐 아니면 중도냐 그것도 아니냐? 의 혼란이 아니라, 도대체 뭔 내용이래 하는 혼란. 실컷 읽고 났더니 머리가 벙찐 기분이다. 쇠파이프로 뒤통수를 한 대 맞은 듯한. 그리곤 내가 꼭 나의 머리 속에만 존재하는 파아란 하늘의 뭉게구름 위에 둥실둥실 떠있는 듯한 느낌이었다. 그리곤 이내 낙하산도 없이 땅으로 푹 꺼진 느낌. 멍 하니 바라보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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물만두 2005-08-22 11:22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바다에 있음 뛰어 내리고 싶은 기분이죠 ㅠ.ㅠ

마늘빵 2005-08-22 11:24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 일어나서 이부자리도 아직 정리하지 않고 컴터 켜고 이짓하고 있어서 그런가. 아직도 머리가 멍한데요?

물만두 2005-08-22 11:53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

이리스 2005-08-22 18:34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으흠, 일어나서 이부자리도 정리하지 않고 서재질에 몰두하는 모습 상상! 캬호호..

마늘빵 2005-08-22 21:59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아 늦게 일어나서 그런지 오늘 하루가 굉장히 짧군요. 하려고 계획하고 있던 것들을 하나도 끝낸게 없습니다.
 
광장 / 구운몽 문학과지성 소설 명작선 1
최인훈 지음 / 문학과지성사 / 1996년 11월
구판절판


"그런 시대에도 사람들은 사랑했을까?"
남자는 그 물음에도 여전히 대답이 없이 우둑 걸음을 멈춘다. 여자도 선다. 남자가 두 손으로 여자의 팔을 잡는다. 그녀의 눈동자를 들여다본다. 신기한 보물을 유심히 사랑스럽게 즐기듯.
"깡통. 말이라고 해? 끔찍한 소릴? 부지런히 사랑했을 거야. 미치도록. 그 밖에 뭘 할 수 있었겠어"
남자는 잡고 있던 여자의 겨드랑 밑으로 팔을 넣어, 등판으로 거슬러 올라가서, 두 손바닥으로 여자의 부드러운 뒤통수를 꼭 붙들어서 꼼짝 못하게 만든 다음, 입을 맞춘다. 오랫동안.
하늘에는 꽃불. 땅에는 훈풍과 아름다운 가락. 플라타너스 잔가지가 간들간들 흔들린다. 잎사귀가 사르르 손바닥을 비빈다.
그들의 입맞춤은 아직 끝나지 않았다.
-312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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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리스 2005-08-22 10:52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부지런히 사랑을... 아, 그렇군요. 저 표지가 참 낯이 익네요. ㅎㅎ
<광장>을 읽던때가 도대체 언제였는지, 제가 지하철 2호선을 타고 학교에 가며 읽고 있었는데 웬 아저씨가 끊임없이 <광장>에 대해 설교를 늘어놓는 바람에 곤혹스러웠던 기억이..

히피드림~ 2005-08-22 21:48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으 ~~~ 닭살 ^^

마늘빵 2005-08-22 21:57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구두님 / ^^
펑크님 / ㅋㅋ 아름답잖아요.
 
여행의 기술
알랭 드 보통 지음, 정영목 옮김 / 이레 / 2004년 7월
구판절판


"여행할 장소에 대한 조언은 어디에나 널려 있지만, 우리가 가야 하는 이유와 가는 방법에 대한 이야기는 듣기 힘들다. 하지만 실제로 여행의 기술은 그렇게 간단하지도 않고 또 그렇게 사소하지도 않은 수많은 문제들과 자연스럽게 연결된다."-12쪽

"귀중한 요소들은 현실보다는 예술과 기대 속에서 더 쉽게 경험하게 된다. 기대감에 찬 상상력과 예술의 상상력은 생략과 압축을 감행한다. 이런 상상력은 따분한 시간들을 잘라내고, 우리 관심을 곧바로 핵심적인 순간으로 이끌고 간다. 이렇게 해서 굳이 거짓말을 하거나 꾸미지 않고도 삶에 생동감과 일관성을 부여하는데, 이것은 주의를 산만하게 하는 보푸라기로 가득한 현재에서는 찾아보기 힘든 것이다." -27쪽

"상상력은 실제 경험이라는 천박한 현실보다 훨씬 나은 대체물을 제공할 수 있다"(데제생트)-43쪽

"여행은 생각의 산파다. 움직이는 비행기나 배나 기차보다 내적인 대화를 쉽게 이끌어내는 장소는 찾기 힘들다. 우리 눈앞에 보이는 것과 우리 머릿속에서 떠오르는 생각 사이에는 기묘하다고 말할 수 있는 상관관계가 있다. 때때로 큰 생각은 큰 광경을 요구하고, 새로운 생각은 새로운 장소를 요구한다. 다른 경우라면 멈칫거리기 일쑤인 내적인 사유도 흘러가는 풍경의 도움을 얻으면 술술 진행되어나간다."-46쪽

"18세기 말부터는 공동체의 관행이 아니라 방랑자가 되는 것에서 동료의식이 생겨난다. 따라서 자연과 공동체의 매개는 일반적인 사회의 엄격함, 냉혹한 금욕, 이기적인 편안함이 아니라 본질적인 고립과 침묵과 외로움에 맡겨지게 된다."
(레이먼드 월리엄스, <시골과 도시>) -86쪽

"여행의 위험은 우리가 적절하지 않은 시기에, 즉 제대로 준비가 되지 않은 상태에서 사물을 볼 수도 있다는 것이다. 그렇게 되면 새로운 정보는 꿸 사슬이 없는 목걸이 구슬처럼 쓸모없고 잃어버리기 쉬운 것이 된다."-142쪽

"우리가 관객으로서 어떤 화가의 그림을 좋아한다면, 그것은 어떤 특정한 장면에서 우리가 가장 중요하다고 믿는 특징을 그 화가가 골라냈다고 판단하기 때문인지도 모른다. 화가가 어떤 장소를 규정할 만한 특징을 매우 예리하게 선별해냈다면, 우리는 그 풍경을 여행할 때 그 위대한 화가가 그곳에서 본 것을 생각하게 되기 마련이다."-248쪽

"아름다움에 대한 느낌은 어떤 장소 자체에 내재한 특질들에 의해 또는 우리 심리의 내부 회로에 의해 결정이 나는 것 같다. 따라서 어떤 아이스크림이 특히 맛있다고 느끼는 것은 어쩔 수 없듯이, 아름답다고 여기는 장소에 대한 느낌도 바꿀 수 없다고 생각한다."-251쪽

"원래의 모습에는 감탄하지 않으면서 그것을 닮게 그린 그림에는 감탄하니, 그림이란 얼마나 허망한가"(파스칼 <팡세>) -282쪽

"나는 목수를 화가로 만들려고 노력하는 것이 아니라, 목수로서 더 행복하게 살게 하려고 노력하는 것이다."(러스킨)-300쪽

"나는 보는 것이 그림보다 더 중요하다고 믿습니다. 나는 학생들이 그림을 배우기 위하여 자연을 보라고 가르치기보다는, 자연을 사랑하기 위하여 그림을 그리라고 가르치겠습니다."(러스킨)-322쪽

"인간의 불행의 유일한 원인은 자신의 방에 고요히 머무는 방법을 모른다는 것이다."(파스칼, <팡세>)-329쪽

"여행을 하는 심리란 무엇인가? 수용성이 그 제일의 특징이라고 말할 수 있을 것이다. 수용적인 태도를 취하면, 우리는 겸손한 마음으로 새로운 장소에 다가가게 된다."-334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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야클 2005-08-20 02:40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멋진 문장 투성이군요. ^^

마늘빵 2005-08-20 07:12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그쵸? 머 하나 뺄게 없습니다. 이거 올릴 때 컴터가 세번 그냥 꺼지는 바람에 고생했습니다. -_-;

이리스 2005-08-20 12:58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허걱.. 그런 일이.. 고생하셨습니다앙~

마늘빵 2005-08-20 21:58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이상해요. 노트북인데 요새 자꾸만 알아서 꺼지네요. 뭐가 문제인지...

이리스 2005-08-21 00:42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제가볼때는 말이죠, 노트북이 더위를 먹고 기력이 쇠한거 같아요.
보약이라도 한 재 달여 먹이심이..
쿨럭.. 후다닥~

마늘빵 2005-08-21 09:24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ㅡㅡ^ 구두님이 사주세요.

이리스 2005-08-22 10:53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에또.. 노트북을 위한 보약은 흠.. 포옹이 아닐까요? 캭.. -.-
노트북아.. 너 힘든거 내 다안다카이.. 하면서 와락~ ㅎㅎㅎ

마늘빵 2005-08-22 10:53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구두님은 컴맹. ㅋㅋㅋ

이리스 2005-08-22 11:17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웅.. 그런가여? 사실 저는 모든 가전제품을 비롯하여 각종 기기와 주변의 사물과 대화를 하는 사이코스러운 면이 --; ㅎㅎㅎ

마늘빵 2005-08-22 11:02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ㅋㅋㅋㅋ "잘잤니? 노트북" 이렇게요?

이리스 2005-08-22 11:18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아, 뭐 그런식인거죠. 그러나 좀 더 친근하게 불러요. 이를테면 노트북아.. 아니면 트북아.. 이런.. 으윽 -.,-
 
헬리코박터를 위한 변명
서민 지음 / 다밋 / 2005년 8월
평점 :
절판


 

  책을 구입하지 않고 비록 받아보기는 했지만 책에 대한 감상과 평가는 객관적으로 하겠다. 서민. 알라딘 닉네임 마태우스. 그는 의학계의 김두식이다. 김두식을 잘 모르는 분들을 위해 간단히 설명을. 김두식은 한동대 법학과 교수로 <헌법의 풍경>이라는 책의 저자이다. 우리가 잘 모르는 헌법, 다가서기 어려운 헌법, 마냥 무서워보이기만 하고 과거에 우리를 옭아매는 도구로 사용된 법을 그는 매우 단순하고 솔직하고 쉽게 까발렸다. 헌법이라는 딱딱하고 재미없는 소재를 가지고 그렇게 재밌는 책을 쓸 수 있었던 것은, 그의 경험담 덕택이었다. 서민. 그는 김두식이다. 우리가 잘 모르는 것들, 그리고 흰까운의 권력 앞에 무조건 네네 하고 대답해야했던 우리들에게 그는 솔직하게 까발렸다. 자신의 경험을 토대로. 두렵다. 그가 이 책을 낸 뒤에 의학계에서 구타를 당하지는 않을지. 므흣.

  책의 내용은 매우 훌륭하다. 그런데 단점은 누구나 다 지적했던, 비록 몇 안되지만, 책의 중간 중간에 실린 고놈의 너무나도 날카롭고 꾹꾹 눌러 정성스럽게 그린 삽입그림. 마치 80년대 과학상식책을 보는 듯 했다. 그냥 대충 그리더라도 동화책에 나온 듯한 거칠고 사실감있는 그림이 어땠을까 한다. 저자 서민은 책의 모든 장에서 풍부한 유머감각을 바탕으로 우리들을 웃겨주고 있지만 고놈의 너무나도 모범생적인 그림이 이내 나의 감성을 닫아버린다. 차라리 없었으면 어땠을까 하는 생각. 

  내가 처음으로 접한 법에 관한 책은 <헌법의 풍경>이었고,

  내가 처음으로 접한 의학에 관한 책은 <헬리코박터를 위한 변명>이다.

  의학은 별로 알고 싶지도 않고, 알 필요도 없을 것만 같은 영역이었다.  의학은 너무나 딱딱해서 접하면 찔려 피가 날 것만 같았다. 하지만 이 책을 통해 의학도 별거 없네 라는 - 무시는 아니고 - 만만한 영역으로 다가왔다. 니들이 의학을 알어? 응 알어. 라고 이제 대답할 수 있다. 일상생활 속에서 부딪히는 여러가지 의학적 상식들, 그리고 그렇게 믿었던 것들이 이제 벌거벗은 채 우리에게 다가온다.

  이 책을 읽으면서 아니 도대체 헬리코박터는 언제 나와? 라고 속으로 궁금해하면서 책장을 넘겼는데, 결국 주인공은 나중에 나왔다. 역시 주인공이다. 원래 주인공 처음에 나오면 시시해서 재미없다. 헬리코박터 안녕? 근데 난 헬리코박터는 기억안나고 중간중간의 재미난 까발림이 더 생생하다. 넌 역시 미끼였어. 헬리코박터.

  책은 크게 '환자가 알면 좋은 것들' 과 '음지의 질환들' '바른생활을 하자' 의 세 가지 영역으로 나누어져있다. 첫째부분은 병원에서 겪게 되는 어려움들을 경험을 통해 도와주고 있다. 나는 손과 발에 땀이 많이 나서 - 물론 다른데도 마찬가지고 - 큰 병원에 가서 이걸 어디서 검사받아야 할까 고민을 한 적이 있었다. 지금은 다한증 수술을 받고 손에는 땀이 덜나는 상태인데 그때엔 어느 과에 문의를 해야할지 몰랐다. 결국 내 생각과는 달리 흉부외과에서 수술을 받았는데 이건 땀이 문제이긴 했지만 수술을 하는 부위가 가슴부분이었기 때문이다. 하지만 어느 누가 그렇게 생각하랴. 당연히 피부에서 땀이 나니깐 피부과인줄 알았지. 피부과로 접수했으면 진료비 날릴 뻔했다. 이런 아주 사소한 어려움들. 몰라서 겪게 되는 것들을 그는 첫 카테고리에서 다뤄주고 있다.

 두번째는 음지의 질환들. 우울증, 수면장애, 말더듬, 소아애증, 독감, 탈모, 투석, 냄새, 변비, 설사 등의 에이 더러워 할만한 증상들에 대해 다루고 있다. 사실 생명에 지장이 있는건 아니지만 사는데 불편한 것들이다. 그리고 최근엔 어디 아프지 않아도 이런 것들로 고생하는 사람들이 대인관계에서의 원만함을 되찾기 위해 스스로 고치려 노력하고 있다. 책을 읽고 나서 생각해봤을 때 나는 말더듬이 있는 거 같다. 난 말빨이 없다. 근데 사실 어느 상황에서 무슨 말을 해야할지 모르고 말은 해야겠고 그럴 때 난 말을 더듬게 된다. 이건 이 책을 읽으면서 처음 느낀 증상이다.

  세번째 카테고리에서는 구더기, 아동학대, 채식과 육식, 포경수술, 정력제, 콘돔, 제왕절개 등에 대한 역시 우리가 관심을 갖고 있지만 잘 모르는 것들에 대해 앎의 깨달음을 준다. 난 포경수술을 안했다. 어릴 땐 무서워서 안했고, 커서는 필요없어서 안했다. 어릴 때 엄마는 그랬다. 동네 아이들 다 포경할 때 난 안하니깐 나보고 "그럼 장가 못간다 너" 그랬다. 솔직히 장가가고 싶었다. 그래서 두려웠다. 안하면 정말 못갈까봐. 그런 약간의 두려움을 가지고 시간이 점차 흘렀고 몇살을 더 먹었을 때 난 알았다. 그게 장가랑 상관이 없다는 걸. 그리고 일부 학자들이 우리나라와 일본에서만 과도하게 실시하고 있는 수술이라고 해서 안해도 되는 것으로 알았고, 지금 사는데 아무 지장 없다. 사실 나야 그게 섹스를 하는데 더 쾌감을 주는지 안주는지는 모른다. 역시 나아가 콘돔 부분과 또 관련이 되는데 흠 역시 잘 모른다. 섹스에 도통(?)한 자들은 알까? 글쎄 그렇더라도 개인마다 차이가 있지 않을까. 객관적으로 통계를 내긴 뭣한 거 같다.

  저자 서민은 이 모든 일상적이고 우리의 관심을 이끄는 주제들을 풀어낼 때 마다 그의 어릴적부터의 온갖 경험들을 다 끄집어내어 해설해주는 통에 책을 다 읽은 뒤에 남는 것은 여기서 다루고 있는 주제들에 대한 상식과 나머지 하나는 저자 서민의 개인사다. 이건 일종의 의학대중서도 되지만 저자 서민의 자서전도 된다. 그는 자신의 경험이 드러나는 것을 꺼리지 않았고, 오히려 적나라하게 다 보여줌으로써 여기 적힌 그의 글들을 독자로 하여금 믿고 따를 수 있도록 만들어주었다. 믿음은 화자의 솔직함에서 비롯된다.

  사실 난 개인적으로 저자를 알지 못했다면 이 책을 사보지 않았을 것이다. 그리고 누가 줬다 해도 대충 봤을 것이다. 난 그를 알고 있고, 그라면 내가 시간을 들여 이 책을 꼼꼼히 읽어도 될만한 사람이라는 것을 알기에 난 그를 믿고 책을 봤고 매우 만족스러운 미소를 짓고 있다. 꽤 두꺼운 책이건만 난 이 책을 손에서 놓질 않았다. 잘때빼고는. 그만큼 재미있었다는 말씀.   나아가 난 그의 나머지 책들도 읽어봐야겠다는 욕심이 생겼다. 그를 알고 싶어서.

 

***

에 별하나 부족의 결론은, 편집. 인용문구와 저자의 해설이 구분이 안된다. 분명 인용구를 읽고 있었는데 이상하게 읽다보니 저자의 해설이다. 이런건 출판사에서 조금 더 봐줬으면 금방 해결할 수 있는 부분인데 넘 성의가 없었던 거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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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늘빵 2005-08-17 00:02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 네. 재밌어요.

돌바람 2005-08-17 01:33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의학대중서도 되지만 저자 서민의 자서전도 된다...적나라하게 다 보여줌으로써 여기 적힌 그의 글들을 독자로 하여금 믿고 따를 수 있도록 만들어주었다'는 말씀에 동감. 그래서 믿음이 갔던 거였구나, 아하, 그거였네요.^^

마늘빵 2005-08-17 08:15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돌바람님 / ^^

2005-08-17 09:49   URL
비밀 댓글입니다.
 
선생님은 정말 괴로워 한마당 이야기 숲 5
실비 소스 지음, 심재중 옮김 / 한마당 / 2003년 6월
평점 :
품절


 

 나의 동화읽기 제6탄.  선생님은 정말 괴로워? 정말 괴롭다. 훌쩍. 난 아마도 초등학교 선생님을 했다면 머리가 돌아버렸을지도 모른다. 아 그 다양하고 개성만땅 넘치는 아이들을 어찌 다룬단 말이냐. 한둘도 아니고 여럿이서 시끌벅적 시끌벅적 투덜투덜 저기선 퍽퍽 난 초등학생이 싫진 않지만 초등학교 선생님은 못할 것이다. 내가 중등교원의 길을 걷고 있는건 정말 다행이다. 그래도 중1은 중딩같지 않고 초딩같아서 따로 구분지어놔야한다.

  나는 선생님이다. 아이들과 함께 수업을 하는게 재밌을 때도 있지만 괴로울 때도 있다. 정말 몇몇 특별한 아이들 때문에 괴롭다. 이 아이들을 어찌할 것인가. 아직 경험이 별로 없는 나로서는 별다른 대책이 없다. 그 특별한 아이들을 위한.

  동화 <선생님은 정말 괴로워>에는 다양한 아이들이 등장한다. 코랑탱, 돼지갈비, 주먹코, 장장 등 이 아이들은 각기 개성있는 별명을 가지고 있다. 갖가지 사고를 치는 이들 모두를 대상으로 관리/감독(?), 보호/통제를 해야하는 단 한명의 선생님, 그는 괴롭다.

  이 동화는 전체 아이들을 관리해야 하는 선생님과 아이들간의, 그리고 개성있는 아이들 각각 서로간의 입장차이를 보여주고 있다. 동화를 읽으며 이런 관점을 아이들이 얻을 수 있을지 없을지는 잘 모르겠지만 읽고 난 뒤에 누군가가 잡아주면서 함께 이야기해본다면 아이들도 자신이 읽은 동화를 통해 흥에겨워 말하고 싶을지도 모른다. 그것이 바로 내가 사교육기관에서 하고 있는 역할이다. 일단 잘하는지는 제쳐두고.

 



 책 속의 그림은 매우 간단하게 대충대충 그린 듯 하지만 상황에 걸맞는 캐릭터들의 표정을 제대로 사실적으로 잡았다. 오히려 깔끔하게 꾹꾹 눌러 그린 그림보다는 이런 막그린 그림인듯 하지만 사실적이고 생생한 그림이 아이들한텐 더 와닿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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