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날 죽이지 말라고 말해줘! - 스페인·라틴아메리카 창비세계문학 단편선
후안 룰포 외 지음, 김현균 엮고 옮김 / 창비 / 2010년 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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난 왜 이럴까? 처음 단편집이 나온다고 했을 때 열광했었는데 1권 읽는 것도 힘에 부쳤다. 역시나 아직은 무리인가? 단편과 속도 맞추기는 아직도 버겁다. 하지만 그랬던 만큼 많은 작가, 다양한 이야기 (정말 이렇게 많은 이야기가 있을 줄 몰랐다. 내가 생각했던 단편 분량을 파괴하는 놀라움.. 와우~)를 만날 수 있어 반갑기도 했다. 그래 이건 반갑다고 할 수 밖에 없는.. 아직 기쁘거나 한 마음은 아니니 반갑다고.. 다음에 기뻐하고픈 뭐 그런 심정이다. 

까마귀고기 먹을 내 머리 속을 알기에 한편 읽고 메모하고, 또 한편 읽고 메모하고.. 그렇게 여댓 명을 넘어가자 딱히 쓸 말도 없는데 끄적거리고 있는 게 뭐하는 건가 싶기도 하고, 誤래된 집이라 외풍이 심해 추운데 손가락 말아 메모지랑 볼펜 드는 것도 자꾸만 귀찮아 지고, 눈으로 읽은 시간보다 메모하는 시간이 더 걸리니 나중엔 책 내용을 메모하는 건지 일기를 쓰는 건지 삼천포로 빠져버리질 않나 그랬다. 

하지만 그럼에도 불구하고, 난 스페인/라틴 아메리카 작가들에게 애정이 한바가지(?)는 더 생겨버렸다. 고작 내가 읽는 작가는 마르께스가 유일했고, 들어 본 작가라곤 후안 룰포가 전부였지만 이름도 입에 안 붙고, 어려운 작가들이 좋아졌다. 하하 그럼 된 거 아닌가? 

끄적거린 메모를 살펴보면

안녕, 꼬르데라! 요즘 열심히 보고 있는 아마존의 눈물이 생각남. 부족의 전통과 문명의 대립. 하지만 언제나 부서지는 약자들의 아픔. 철도와 함께 목가적 전원 마음에 진보가 시작되고, 꼬르데라/삐난도 운명을 거스를 수 없게 된다. 떠나간 자와 남겨진 자 중 과연 누가 더 슬플까? 무엇을 위한 발전이고 개발인지 본질적인 고민의 필요성이 절실하다. 여기서 4대강과 새만금이 떠오른 건 왜일까?
태만의 죄 산다고 사는 것이 아니라는 걸 간단명료하게 말해주는 작품. 타의에 의해 기회조차 박탈당한 이의 분노는 살인을 불러 일으킬 수도 있으리라. 이 땅의 모든 아이들이 꿈꿀수 있기를 진심으로 바란다.
까까머리 이래도 눈물 흘리지 않을꺼냐며 무언의 강요를 하는 듯한 이야기보다 너무나 담담해서 더 눈물나는 이야기가 좋다. 그래서 난 사람 사는 이야기가 제일 좋고, 다큐를 사랑한다. 고작 결핵으로 죽어야하다니..      

중국여제의 죽음 자신이 그린 그림 속 여인이라든가 조각을 사랑하는 이야기는 식상하다. 하지만 이 단편이 쓰였던 시대는 아니였겠지.. 암튼 다른 건 모르겠고, 이상과 현실의 틈이 보인 것 같다.
목잘린 암탉 난 이런 공포물(?) 좋다. 딱 읽는 순간 포우가 생각났는데 역시 영향을 받았다고 한다. 그러게 아이를 보면 부모의 역할이 얼마나 중요한가를 새삼 깨닫게 된다. (심지어 집에서 키우는 애완동물도 주인의 성격을 닮아가는 것 같으니..) 그러게 왜 그랬냐구 이 사람들아!!!
씨앗으로 가는 여행 첫 부분을 읽는 순간 벤자민 버튼의 시간은 거꾸로 간다가 떠오름. 죽음에서 탄생으로 다시 탄생에서 죽음으로.. 데칼코마니 마냥 같은 그림을 찍어 놓은 느낌.
가뭄으로 모든 것이 말라버린 곳. 그 속에 늙은 부부는 서로에 대한 불만이 쌓여만 간다. 그러다 어느날 소년이 나타나고, 그로 인해 생활엔 활력이 생기지만 어느날 소년은 사라져 버리고 대지엔 비가 내린다. 전혀 연관성이 없는 이야기 같은데 생각해보면 결국 소년은 우리의 인식 변화를 나타내는 매개체가 아닐까 싶다. 보이지 않지만 존재하는 것이 결국 삶에서 중요한 부분일 수 있으며 그 변화야 말로 환경까지 바꿀 수 있다 뭐 그런 것들. 

영해, 밥 살아갈수록 어른들만 그른 거 없다는 말이 맞다는 생각이 든다. 아무리 똑똑해도 살아온 연륜을 무시할 수 없다는 것. 이 글 역시 내가 살아보니 별거 없더라 인생 다 비슷하더라 그런 느낌을 풍겨줬다. 그러니 제발 남의 인생에 대해 판단하고, 결론내지 말고, 어른들 말 잘 듣고 살자.
나무 불행하지만 현실에 안주하며 살 것인가, 그 현실을 박차고 행복을 찾아갈 것인가? 삶에 결정권 없이 약자로 살아야 했던 역사 속 여성들은 전자로 살았을 것이다. 하지만 아직도 여성들은 많은 부분 약자의 입장에 속해 있다. 그녀들이 박차고 나올 내일을 기대한다. 과연 쓰러진 고목나무는 어떤 존재로 나타날 것인가?
날 죽이지 말라고 말해줘 복수는 복수를 낳는다. 복수는 나의 힘. 죽음 앞에 두려워하는 인간의 모습. 날 죽이지 말라고 말해줘 죽이지 말라고 말해줘 죽음은 역시 두려운 것인가?
전철수 기차를 우리의 인생에 비유한 듯 했다. 뚜렷한 계획과 목표가 있다고 해도 꼭 그대로 살아갈 수 없는 것이 인생이고, 정답이 없는 것이 또한 인생일 것이다. 사회적 정치적 문화적 현상이 한 인간의 인생에 어떤 영향을 주는지 우린 많은 이들의 삶을 보며 알 수 있었다. 그런 것이다..
거대한 날개가 달린 상늙은이 <백년동안의 고독>으로 유일하게 접해본 작가 마르께스. 역시나 마술적 사실주의를 대표하듯 요상스러운 이야기. 하지만 천사라고 꼭 흰 옷에 말간 표정을 악마라고 검은 옷에 쇠창살을 들 필요는 없지않나? 그건 우리의 고정관념일 뿐!!! 그래서 마르께스는 특별하다.
검찰관 처음의 생각과 목표를 망각한 체 어느 순간 흔들리다 결국 자신의 결정에 희생당하고 마는 사람. 인간이기에 그럴 수 있다는 생각. 이거 씁쓸하구만.. 

여기까지다. 너무 흘려 적어 못 알아본 글자도 있고, 이상한 걸 적어 놔 빼버린 것도 있지만 이만하면 착실하게(?) 읽은 것 같다. 물론 메모를 적으면서 이 이야기가 뭔 이야기였지 싶은 것도 있지만 확실하게 인상적으로 남은 이야기도 몇 있으니 일단 그것으로 만족. 게다가 이야기만큼 다양한 생각도 해봤으니 단편 읽는 맛 조금 더 알게 되어 기쁘다. 다음엔 수없이 도전하다 포기한 보르헤스와도 즐겁게 만날 수 있었으면 좋겠는데 그럴 수 있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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