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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림 그리는 여우 우리학교 그림책 읽는 시간
카이야 판눌라 지음, 네타 레흐토라 그림, 이지영 옮김 / 우리학교 / 2021년 1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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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그림을 그리려면 어떻게 해야 할까. 먼저 그림 그릴 재료를 사면 괜찮을지. 여우는 그림이 그리고 싶어서 붓 물감 튼튼한 이젤 그리고 천과 종이를 샀어. 여우는 바로 그림 그릴 재료를 갖추었군. 난 그림 그릴 생각이 없지만, 만약 그림을 그린다면 아무 종이에 연필로 그릴 것 같아. 그것보다 먼저 뭘 그릴지 찾아봐야 할까. 무엇을 어떻게 그릴지 생각하면 어떤 그림 도구가 있어야 할지 알겠어. 그림 그리고 싶은 마음이 있다면 종이와 연필만 있어도 괜찮아. 종이와 연필은 글쓰기에 딱 좋은 건가. 그림에 욕심을 내고 싶으면 색칠할 물감이나 색연필을 준비하면 돼.

 

 처음에 여우는 어떤 걸 그렸을까. 여우는 창 밖 풍경을 그렸어. 다락방 창문에서 하늘을 보고 구름을 그리려고 했더니 빨리 지나갔어. 움직이는 건 바로 잡기 어렵기도 하지. 아기 오소리는 자꾸 움직여서 그리기 힘들었어. 여우가 사과를 그리려고 하니 배가 고프잖아. 여우는 사과를 그리다 사과를 먹어 버렸어. 다음에 여우는 들판을 그렸는데, 들판으로 다른 여우가 지나간 것 같았어. 휙 지나가서 여우 꼬리만 그렸어. 이렇게 말했지만 여우는 그림 잘 그렸어. 그림은 잘 그려야 그릴 맛이 나지. 아닌가, 잘 못 그려도 그리고 싶으면 그려도 될까.

 

 가을날 여우는 열매가 열린 마가목 나무를 그리려다 한 여우를 보고 깜짝 놀라. 풀색 스카프를 맨 여우는 마가목 나무에 기대서는 자신을 그려도 된다고 해. 여우는 풀색 스카프 여우와 친구가 되고 함께 차도 마시고 이런저런 이야기를 해. 그러다 그림 이야기가 나왔어. 여우는 그림 그리기 쉽지 않다고 했어. 그 말을 들은 풀색 스카프 여우는 모든 걸 자기 뜰이다 생각하면 그리지 못할 게 없다고 말해. 여우는 뭐든 그렸어. 토끼나 아기 오소리가 와도 내버려 두고 살아 있는 것과 풍경을 그리는 게 즐거웠어.

 

 겨울이 오자 여우는 아무도 만나고 싶지 않았어. 겨울이 와서 여우는 우울했을까. 여우가 밖에 나갔다 오자 집에 불이 들어오고 밝았어. 여우 집에는 풀색 스카프 여우가 있었어. 여우는 풀색 스카프 여우가 집에 온 걸 반갑게 여기고 함께 차를 마시고 이야기를 나눠. 풀색 스카프 여우는 어떻게 여우가 우울한 걸 알고 찾아왔을까. 풀색 스카프 여우가 우울해서 여우를 찾아왔을지도. 겨울엔 춥고 우울하기도 하지. 그럴 때 친구를 만나고 이야기를 나누면 좀 낫겠어. 추운 겨울에도 그걸 그리면 좋을 텐데.

 

 여우는 장미를 꽃밭에 심으려 했는데, 장미가 멋대로 꽃밭에서 삐져 나왔어. 여우가 꽃밭을 삐져 나온 장미 줄기를 뽑아 던져도 장미는 여기저기에 뿌리를 내렸어. 시간이 가고 이웃집 아기 오소리가 아프다 세상을 떠나. 여우는 아기 오소리가 죽어서 슬펐어. 장미가 어디에서 자라든 내버려두었어. 그 장미는 천방지축인 아기 오소리 같았어. 가을에 여우는 풀색 스카프 여우 도움을 받고 그림 전시회를 열어. 그림엔 여러 풍경과 아기 오소리도 있었어. 나무는 예전보다 자라기도 했어. 여우가 그린 그림엔 지난 시간이 담겼군.

 

 그림을 그리고 혼자 봐도 괜찮지만, 다른 사람한테 보여주는 것도 괜찮겠지. 무엇보다 여우가 그린 그림엔 이 세상에 없는 아기 오소리가 있잖아. 아기 오소리 엄마 아빠도 그 그림을 봤어. 아기 오소리 엄마 아빠는 슬프면서도 마음이 따듯해졌을 거야. 그림속 아기 오소리는 아프지 않잖아. 여우가 앞으로도 그림을 그렸으면 해.

 

 

 

희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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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3-01-08 00:49   URL
비밀 댓글입니다.

2023-01-13 00:02   URL
비밀 댓글입니다.

새파랑 2023-01-08 09:11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제가 생각하는 여우 이미지와는 다르게 착한 여우네요 ^^ 뭔가 남는다는거, 그리고 함께 한다는게 좋은거 같아요~!!

희선 2023-01-13 00:03   좋아요 1 | URL
여우가 그림 그리기를 좋아하니 그것도 재미있죠 그림 잘 그리기도 해요 그런 여우 부럽기도 하네요 누군가와 함께 하는 거 좋죠


희선

바람돌이 2023-01-08 12:07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그림 그리는 여우가 친구를 사귀고 뭔가 흐뭇하더니 아기 오소리가 죽다니 슬픈 내용이 되어버렸네요. 아이들이 그림책으로 저렇게 죽음을 그것도 아기의 죽음을 읽는다면 어떻게 느낄지 좀 잘 모르겠어요. 우리집 애들 같으면 왜 아기 오소리가 죽냐고 통곡했을거 같은데..... 예전에 아이들이 오세암 보고 마음의 상처를 많이 받았었거든요.

희선 2023-01-13 00:07   좋아요 0 | URL
그러게 말이에요 갑자기 아기 오소리가 아프다 죽다니... 여우가 아기 오소리를 그리면서 움직이지 않으면 좋겠다고 생각하기도 했는데... 그래도 그렇게 그림으로 아기 오소리 남겨서 좋았다고 생각해요 그때는 앞으로 일어날 일을 몰랐을 테지만... 이런 생각하니 있을 때 잘해야 할 텐데 하는 생각이 들기도 합니다 오세암 거의 잊어버렸지만 슬펐다는 건 생각나네요 정채봉 님 동화는 슬픈 게 많은 것 같기도...


희선

서니데이 2023-01-08 18:36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전에 ˝책 먹는 여우˝라는 책 제목을 본 것 같아서, 찾아보니 이 책과는 저자가 다른 분이네요.
어린이책은 글이 적고 그림이 많은 편인데, 이 책은 그림이 색감이 좋네요.
잘읽었습니다. 희선님, 따뜻한 주말 보내세요.^^

희선 2023-01-13 00:09   좋아요 1 | URL
《책 먹는 여우》 제목은 알지만 못 봤네요 책 먹는이지만 책을 보는 걸까 하는 생각이 듭니다 그림을 잘 봐야 할 텐데, 여전히 그림책 봐도 글을 보는군요 그림에 담긴 것도 여러 가지 알면 좋을 텐데...


희선

scott 2023-01-09 17:21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자연에서 오소리와 여우가 맞붙으면 오소리가 압도적인 승리를 한다고 합니다
후각도 엄청 예민해서 커다란 짐승 나타나기도 전에 도망 치는 데도 1등이라고 ^^

희선 2023-01-13 00:12   좋아요 1 | URL
오소리가 여우를 이기는군요 그런 거 몰랐습니다 그걸 알고 나니 오소리 조금 무섭기도 하네요 다른 동물을 피해야 해서 후각이 좋은가 봅니다 동화나 그림책에서는 동물이 다 친하게 지내는군요 그게 실제와 다르다 해도 그런 걸 보고 사람이 그렇게 살기를 바라는 거겠지요


희선

2023-01-10 18:24   URL
비밀 댓글입니다.

2023-01-13 00:41   URL
비밀 댓글입니다.
 

 

 

 

꽉 쥐기보다 놓아버려

놓으면 편해

놓아도 아주 사라지지 않아

 

꽉 쥐면 부서질지도 모르잖아

한번에 놓기 힘들면

조금씩 놓아

 

시간도 흘러가고

마음도 흘러가

흐름에 맡겨

 

 

 

희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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바람돌이 2023-01-08 12:10   좋아요 3 | 댓글달기 | URL
넵 흐름에 맡겨 너무 꼭 쥐지 않도록..... 그것이 무엇이든 조심조심요. ^^

희선 2023-01-12 23:42   좋아요 0 | URL
쓰기는 했는데, 저도 잘 못합니다 흐름에 맡겨야 할 텐데... 흘러가는대로 쥐기보다 놓으면 낫다는 걸 아는데...


희선

페넬로페 2023-01-08 15:16   좋아요 3 | 댓글달기 | URL
네, 놓아버리면 맘이 편해요.
흐름에 맡기고 시간을 보내면 거기에 행복이 있더라고요^^

희선 2023-01-12 23:49   좋아요 1 | URL
놓으면 자유로워질 것도 같네요 그런 거 알아도 잘 하지 못하는 건 왜인지 모르겠어요 어쩐지 놓지 못하고 괴로워하는 것 같기도...


희선

미미 2023-01-08 15:38   좋아요 2 | 댓글달기 | URL
‘주먹을 꼭 쥐면 아무것도 쥐지 못한다 주먹을 펴면 온 세상을
얻는다?‘는 말 와호장룡에 나오는데 생각납니다.
희선님 일요일 남은 시간도
향기롭게 보내시길요^^*

책읽는나무 2023-01-08 23:49   좋아요 2 | URL
아...와호장룡에도 그런 구절이 나오나요? 오호~~😀

희선 2023-01-12 23:52   좋아요 2 | URL
멋진 말이네요 주먹을 쥐는 것보다 폈을 때 온 세상을 얻는 게 맞겠습니다 사람은 어리석어서 주먹을 펴기보다 쥐죠 언제쯤 그 어리석음이 없어질지...

이번주도 반이 넘게 갔습니다 미미 님 좋은 나날 보내세요


희선

책읽는나무 2023-01-08 23:48   좋아요 2 | 댓글달기 | URL
날계란 같은 건 꽉 쥐면 큰일 나잖아요?
그리고 입구 좁은 병도 설거지 하다 보면, 주먹을 펴야 쏙 빠질 때, 전 한번씩 감탄을 하곤 하거든요?
약간 그런 이치를 희선님이 알려주시는 듯 합니다.^^

희선 2023-01-12 23:58   좋아요 1 | URL
달걀 잘못 쥐면 깨지죠 깨 본 적은 없지만... 잘못해서 떨어뜨린 적은 있어요 설거지하면서 감탄하는 것도 멋지네요 설거지는 깨끗하게 하는 거니 그걸 하면 기분 좋아진다는 사람도 있더군요 많으면 하기 싫겠지만...

저도 쥐지 말아야 한다는 거 알면서 펴지 못할지도 모르겠습니다


희선

그레이스 2023-01-13 06:46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놓아버리면 편하지만 쉽지 않죠^^

희선 2023-01-15 23:49   좋아요 0 | URL
바로는 안 된다 해도 자꾸 생각하다보면 어느 날 그렇게 될지도... 어느 날은...


희선
 

 

 

 


무엇이든 받아들인다면 좋을 텐데

한번 닫히면 열리지 않네

 

나도 그렇고

너도 그렇겠지

 

맞지 않는 건

어찌할 수 없어

억지로 맞추기보다

그대로 두는 게 낫겠어

 

 

 

희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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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3-01-06 22:45   URL
비밀 댓글입니다.

2023-01-07 23:50   URL
비밀 댓글입니다.

2023-01-07 17:32   URL
비밀 댓글입니다.

2023-01-07 23:57   URL
비밀 댓글입니다.

2023-01-08 15:46   URL
비밀 댓글입니다.

2023-01-12 23:39   URL
비밀 댓글입니다.

페크pek0501 2023-01-10 18:26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그냥 두다 보면 새 출구를 찾을 수도 있습니다.^^

희선 2023-01-12 23:40   좋아요 0 | URL
새로운 길 새로운 문 이런 게 생각나네요


희선
 
ビブリア古書堂の事件手帖II ~扉子と空白の時~ (メディアワ-クス文庫)
스미 케이이치 / KADOKAWA / 2020년 7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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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책을 보고 요코미조 세이시가 여러 가지 소설을 썼다는 걸 알았다. 전쟁이 일어나서 그랬던 거였다. 요코미조 세이시 소설 언젠가 더 읽어볼지. -희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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라로 2023-01-06 12:32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희선님 일본어 잘 하시는 군요!! 부럽습니다.^^

희선 2023-01-07 23:46   좋아요 0 | URL
라로 님은 일본말뿐 아니라 다른 나라 말도 공부하시잖아요 여러 나라 말을 아시다니 대단합니다


희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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비블리아 고서당 사건수첩 II ~도비라코와 공백의 시간~

미카미 엔

 

 

 

 

 

 

 이걸 봐야 하나 말아야 하나 하다 보기로 했다. 《비블리아 고서당 사건수첩 II 》다. 예전엔 숫자였는데 이건 로마 숫자다. 숫자일 때는 ‘시오리코와~’였지만, 로마 숫자인 두번째 시리즈에서는 시오리코와 고우라 다이스케 딸인 ‘도비라코와~’다. 내가 모르는 사이 책이 두권이나 나왔다. 몇해 전에 《비블리아 고서당 사건수첩 ~도비라코와 신기한 손님들~》을 봤다. 도비라코 이름이 들어가기는 했지만, 여전히 책 수수께끼는 시오리코가 풀었다. 시오리코는 비블리아 고서당 주인이다. 예전에는 소설이 나온 때와 실제 시간이 비슷하기도 했는데, 이번엔 좀 다르다. 어렸던 도비라코가 벌써 고등학생이 됐다. 2021년에는 아홉살로 초등학교 3학년이다. 이런 건 그리 중요하지 않을까.

 

 고등학생이 된 도비라코는 외할머니 시노카와 지에코가 요코미조 세이시 책을 알아볼 게 있다고 해서, 도비라코 아빠(다이스케)가 쓴 <비블리아 고서당 사건수첩> 2012년 것과 2021년 것을 가지고 북카페 모구라당에 간다. 할머니 지에코는 아직 오지 않았다. 도비라코는 할머니를 기다리면서 그걸 읽는다. 요코미조 세이시 책 《설앵초》에 얽힌 이야기였다. 요코미조 세이시라니. 이름은 알지만 내가 읽은 책은 몇권 안 된다. 요코미조 세이시가 미스터리 추리소설을 많이 썼다고 생각했는데, 이 책을 보니 그렇지 않았다. 요코미조 세이시가 추리소설을 편하게 쓴 건 전쟁이 끝난 뒤였다. 전쟁 때는 추리소설 쓰지 못했던가 보다. 언젠가 요코미조 세이시가 전쟁이 끝나고 추리소설을 마음대로 쓰게 되어 기쁘다고 했다는 말을 봤는데.

 

 요코미조 세이시가 쓴 《설앵초》를 도둑맞은 이야기부터 나왔다. 아니 그때는 《설앵초》가 책으로 나오지 않았다. 신문에 연재된 걸 책으로 장정한 거다. 우에시마 치요 남편이. 우에시마 치요는 남편과 아이가 죽고 집으로 돌아온다. 치요한테는 쌍둥이 동생 이우라 하쓰코와 우에시마 하루코가 있었다. 하쓰코는 어릴 때 다른 집 양자로 가게 되고 이우라라는 성이 되었다. 쌍둥이는 친하다고 하던데 하쓰코와 하루코는 사이가 나빴다. 치요가 죽고 요코미조 세이시 책 《설앵초》를 도둑맞는다. 치요 재산은 동생인 하루코가 물려받지만, 책은 하루코 아들 오토히코한테 준다고 했단다. 이 일을 의뢰한 건 이우라 하쓰코 딸인 이우라 기요미였다. 기요미는 자기 엄마가 그 책을 훔쳤다 생각했고, 오토히코는 자기 엄마 하루코가 책을 훔쳤다고 생각했다. 서로 자기 엄마를 의심하다니. 치요를 화장하던 날 가정부는 이우라 하쓰코가 창고에서 나오는 걸 보았다.

 

 자신이 갖지 못하는 책이어서 훔쳤을까. 그건 아니었다. 그 일은 쌍둥이 자매 하쓰코와 하루코가 함께 꾸민 일이었다. 오토히코는 치요 장례가 끝나면 다른 나라로 떠나려 했다. 두 사람은 오토히코가 일본을 떠나면 그 책을 볼 수 없다고 여기고 그런 일을 벌였다. 아들이고 조카니 말해서 책 좀 보여달라고 하면 될 텐데. 시오리코는 이때 일을 다 해결하지 못했다. 《설앵초》 안에는 요코미조 세이시가 쓴 원고가 들어 있었는데, 그게 보이지 않았다. 하쓰코와 하루코는 서로 모른다고 했다. 오토히코는 그 일로 어머니와 거의 인연을 끊었다. 그게 그렇게 할 만한 일일까. 난 책만 보면 되는데, 작가가 쓴 원고가 뭐 그리 중요할까. 그런 게 비싼값에 팔린다는 말이 있기도 하구나. 아니 오토히코는 그저 요코미조 세이시를 좋아해서 그게 없어진 게 아쉬웠던 걸지도. 원고는 한장인데. 다도 아니고 겨우 한장.

 

 두번째는 도비라코가 아홉살 초등학교 3학년으로 나온다. 2021년에 일어난 일로 도비라코는 학교에서 열리는 독서감상문 대회 때 읽을 책을 요코미조 세이시 소설 《옥문도》로 정했다. 초등학생이 요코미조 세이시 소설이라니 했다. 이 생각은 도비라코 담임도 했다. 도비라코 담임은 부모한테 전화해서 다른 책으로 바꾸게 하면 어떠냐고 한다. 선생님이라 해서 그렇게 말해도 괜찮을까. 다이스케나 시오리코는 도비라코가 자유롭게 책을 읽게 했다. 도비라코도 할머니 지에코와 엄마 시오리코처럼 한번 읽은 건 잊지 않는다고 한다. 세사람은 아주 많이 닮았다. 다이스케는 도비라코가 시오리코처럼 책에 얽힌 일은 안 했으면 하는 것 같았다. 책 파는 게 아니고 책에 얽힌 수수께끼 풀기다. 그런 걸 하다보면 안 좋은 일도 있어서. 그게 마음대로 될까.

 

 비블리아 고서당에도 《옥문도》가 있었지만, 도비라코는 모구라당에서 본 《옥문도》를 사려고 했다. 그 책을 도비라코가 산다고 해서 빼두었는데 책이 없었다. 그 책은 어디에 있었을까. 다행이라면 다행인데 그 책은 2층 북카페를 하는 모구라당 주인 아내가 사가서 돌려받았다. 책이 잠시 안 보여서 찾아야 했지만. 이 이야기에서는 도비라코가 친구를 만난다. 모구라당 주인 딸로 도야마 케이다. 도비라코와 케이는 다른 아이들과 다르게 오래된 책을 보았다. 학교에는 그런 아이가 없었다. 둘 다 서로를 만나서 좋았겠다. 도비라코와 케이는 서로의 집에 다니기도 했다. 고등학생 때도 친구였다.

 

 도비라코가 읽으려고 했던 《옥문도》는 어린이를 대상으로 쓰인 거였다. 요코미조 세이시는 어린이를 대상으로도 추리소설을 썼다 한다. 에도가와 란포보다 먼저. 요코미조 세이시가 쓴 것도 있고, 다른 사람이 다시 쓴 것도 있는 것 같다. 나도 그렇지만 도비라코 담임도 그걸 몰라서 도비라코가 다른 책을 보기를 바랐겠지. 그런데 아쿠타가와 류노스케 책은 괜찮다고 여기다니. ‘옥문도’ 제목은 알지만 나도 이 책 못 봤다. 여기에서 이 책 제목을 보니 한번 보고 싶은 마음이 들기도 했다. 도비라코는 어릴 때부터 이런저런 책을 보다니 좀 부럽구나. 엄마인 시오리코도 다르지 않았다. 한번 본 건 잊어버리지 않는다니 그것도 부럽다. 책을 보면서 이런 걸 부러워하다니 나도 좀 웃긴다.

 

 마지막에서는 요코미조 세이시 소설 《설앵초》를 둘러싼 이야기가 아홉해 뒤 2021년에 또 일어난다. 《설앵초》에 끼어 있었다는 요코미조 세이시가 쓴 원고를 찾는 거다. 쌍둥이처럼 얼굴이 같은 사람이 나오고 여러 해 뒤에 예전에 풀지 못한 사건을 푸는 건 요코미조 세이시 소설에도 나온단다. 쌍둥이인지 모르겠지만 얼굴 같은 사람 나온 거 본 적 있는 것 같기도 하다. 작가는 요코미조 세이시 소설을 생각하고 이번 이야기를 썼겠다. 2021년에는 《설앵초》가 책으로 나왔다. 이건 요코미조 세이시의 환상의 원고였다고 하던데. 이건 실제 있었던 일이기도 하다. 요코미조 세이시 책 찾아보니 《설앵초》 있었다. 아홉해 전에 요코미조 세이시가 쓴 원고를 훔친 사람은 밝혀진다. 그걸 훔친 마음은 여전히 모르겠다. 아무리 요코미조 세이시 소설을 좋아한다고 해도 그렇지. 앞에서도 말했지만 난 그런 것에는 관심 없다. 오래된 책도 마찬가지다. 난 그저 책을 보기만 하면 된다.

 

 소설 《설앵초》에서 우이코는 힘든 일을 겪지만, 시간이 흐르고 식구와 잘 살게 된다. 치요는 쌍둥이 동생 하쓰코와 하루코가 사이좋게 지내길 바랐다. 자매라고 해서 꼭 사이가 좋은 건 아닐 텐데. 그런 건 꼭 다른 사람이 바라기도 한다. 부모 형제라고 다 사이가 좋을 순 없다.

 

 

 

희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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페넬로페 2023-01-05 08:52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사건의 해결을 책과 얽혀있어 책을 좋아하는 사람들에게는 더 흥미로울 것 같아요.
올해 희선님, 일어가 더 일취월장 하시길요~~

희선 2023-01-06 00:10   좋아요 1 | URL
지난해에는 몇 권 못 봤어요 한달에 한권 보고 싶었는데, 제가 본 걸 보니 여섯권밖에 안 되더군요 2023년엔 좀 더 보고 싶기도 합니다 시간을 들이면 될 텐데... 책을 볼 시간이 있기를 바랍니다 이건 다른 일이 없기를 바라는 것과 같군요 책과 사람 이야기여서 괜찮습니다


희선

책읽는나무 2023-01-05 09:29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예전에 비블리아 고서당 사건수첩 시리즈 재미나서 막 빌려 읽었었는데...음...설앵초, 옥문도...음....기억이 하나도 안나네요?ㅜㅜ
주인 시오리코 이름만 이제 기억나네요^^;;;
희선님은 원문으로 읽으셔도 이렇게 자세하게 리뷰를 잘 쓰시네요?
잘 읽었습니다^^

희선 2023-01-06 00:11   좋아요 1 | URL
이번 건 시오리코와 고우라 딸인 도비라코도 나오는 두번째 시리즈에서 두번째 이야기예요 이것도 여러 권 나올지 몰랐습니다 한번 봐서 다음도 봤네요 지난 2022년에는 세번째도 나왔어요 앞으로 더 나올 것 같아요 시오리코는 사람을 대하는 거 잘 못해도, 책 이야기를 할 때는 아주 다른 사람이 됐군요 도비라코는 시오리코보다 사람 대하는 걸 아주 어렵게 여기지 않아요 그래도 책을 많이 봐서 친구는 거의 없다고 합니다 그건 엄마인 시오리코와 닮았네요


희선

scott 2023-01-05 17:04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비블리아 고서당 영상도 재밌습니다
이런 류 책들을 통해 묻혀 있던 작품들 다시 읽게 되고 !ㅎㅎ

옥문도는 읽어 보았지만
오래된 고어체와 설교조로 쓰여진 말이 독특하면서
한자들이 요즘 잘 쓰지 않은 한자 들이여서 독음 (요미가나)이 붙어 있는 책으로 읽었습니다 ^^

희선 2023-01-06 00:14   좋아요 0 | URL
이 책이 나오고 얼마 안 돼서 드라마 만들었죠 그 드라마는 우연히 봤는데, 영화는 못 봤습니다 일본말로 처음 본 소설이 바로 《비블리아 고서당 사건수첩》이에요 그전에는 만화만 봤는데, 이 책으로 소설도 볼까 하고 봤습니다(그때 한국말로 나왔지만) 만화 보고 몇 해 지난 다음에...

scott 님은 옥문도 일본말로 보셨군요 여기에서 말한 《설앵초》 한번 볼까 하는 생각을 했는데... 이건 가정소설이라고 합니다 조금 막장 드라마 같은 부분도 있지만, 마지막엔 잘 되는...


희선

바람돌이 2023-01-05 20:04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비블리아 고서당을 원서로 읽으시는군요. 역시 존경의 눈빛을..... ^^

희선 2023-01-06 00:20   좋아요 1 | URL
일본말 잘 알고 잘 읽는 분 많을 듯합니다 저는 그냥 조금... 예전엔 어떻게 하면 더 잘 알까 했는데 다른 방법이 없는 것 같기도 해요 책을 보는 걸로 공부한다고 생각하기도 하는군요


희선

초코파이 2024-02-01 12:41   좋아요 1 | 댓글달기 | 수정 | 삭제 | URL
일어 원문으로 읽으셨나보군요ㅠㅠ 부럽습니다 아직 취미로 일어 공부 중인 학생이라 원문은 도전을 못하고 있네요..도비라코 시리즈의 첫번째권은 읽었다만 그 다음 권들은 번역이 좀 걸리나봐요..일어 초짜가 만화도 아닌 소설에 도전하는건 무리인 것 같지만 너무 읽고싶네요..시오리코씨와 다이스케의 오묘한 조화가 담긴 도비라코의 성장기도 참 기대가 되는 부분입니다ㅎ. 리뷰 남겨주셔서 감사해요! 스포가 될까봐 자세히는 안 읽었지만 덕분에 일어공부에 대한 자극을 받고 갑니다 ㅎㅡㅎ 언젠간 원문 도전할 수 있는 수준이 되었으면 하네요~

희선 2024-02-02 01:48   좋아요 0 | URL
세번째 이야기도 나왔는데, 첫번째만 한국에 나왔네요 첫번째가 나왔으니 다음 것도 나올 것 같기는 한데 빨리 안 나오는군요 세번째 이야기를 보니 다음 이야기도 나올 듯합니다 언제 나올지 모르겠지만... 그것도 한번 찾아보기는 해야 할 텐데... 도비라코는 할머니 엄마를 많이 닮았어요 책에 그린 그림도 비슷한 얼굴이네요 할머니 엄마처럼 자신이 읽은 건 다 기억해요 이번에는 아빠가 쓴 <비블리아 고서당 사건수첩>을 읽는 걸로 시작하는군요 초등학교 때 이야기도 있고... 세번째 이야기에서 도비라코가 많이 나온 느낌이 듭니다 할머니가 도비라코한테 꽤 관심을 가지더군요 앞으로 어떻게 될지...


희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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