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셀로 민음사 세계문학전집 53
윌리엄 셰익스피어 지음, 최종철 옮김 / 민음사 / 2001년 9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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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는 다른 사람들의 말을 잘 듣는 편이다. 팔랑팔랑 팔랑귀 수준은 아니지만, 그래도 어떤 사람들이, 어떤 이야기를 하면 대체로 그 이야기를 쉽게 믿는다. 그렇대~ 하면, 에이, 설마?가 아니라, 대부분 아, 그래~~ 하고 말한다. 실제로도 그렇게 생각한다.

셰익스피어, 누가 셰익스피어를 모르나.

4대 비극, 다 읽지는 않았어도 알기는 알지. (제목만 아는 것도 아는 걸로 친다.)

오셀로, 그래, 그 이야기.

나는 셰익스피어 4대 비극, [오셀로]를 읽지 않았었는데, 네이버 앱에 올라온 [오셀로]에 대한 글 한 꼭지를 읽게 되었다. 음, 맞아, 그래 그렇구나. 근데 글을 참 잘 썼네. 누구지? 맨 밑에 이렇게 쓰여 있다. 김/연/수.

아, 김연수가 쓴 글이구나.

누가 셰익스피어를 모르나. 4대 비극을, 오셀로를. 하지만, 김연수가 이렇게 격찬한 작품이라니. 나도 읽/는/다. 나는 다른 사람들 말을 진짜, 잘 듣는 편이다.

 

브라반시오    절대로 대담하지 않았고

                   너무나 잠잠하고 조용하여 조금만 움직여도

                   얼굴을 붉히던 처녀였어. 그런데 그 애가

                   본성과 연령과 나라의 차이와

                    평판과 모든 것을 아랑곳하지 않고

                    겁나서 쳐다보도 않던 것과 사랑에 빠져? (44쪽, 97-102행)

 

 

데스데모나의 아버지 브라반시오는 딸의 정신이 가출해버려 무어인과 결혼하려 한다고 생각한다. 본성과 연령과 나라의 차이를 극복한 사랑의 힘. 브라반시오는 그러한 사랑의 힘을 믿지 않는다. 노골적인 무시와 참기 어려운 모욕 앞에서도 오셀로는 자기는 데스데모나를 거짓으로 유혹한 게 아님을, 두 사람은 진심으로 서로를 아끼고 사랑하고 있음을 밝힌다.

오셀로           그녀는 제게 고마워했고 이르기를

                   그녀를 사랑하는 제 친구가 있다면

                   제 얘기를 하도록 가르쳐주는 것만으로

                   그녀에게 구애가 될 거라고 했습니다.

                   그런 귀띔 받고 나서 제가 말을 꺼냈지요.

                   그녀는 제가 겪은 위험 때문에 절 사랑했고

                   전 그녀가 그 위험을 동정했기 때문에

                   그녀를 사랑했던 것입니다.

                   이것이 제가 쓴 유일한 마법입니다. (47쪽, 174-181행)

 

 

 

이 때, 자신과 데스데모나의 사랑에 대해 이야기 할 때, 오셀로는 얼마나 침착한지, 얼마나 당당한지, 얼마나 의연한지. 눈으로 보이는, 확연히 구별되는 그의 외모 이면에 단단하고, 자신감에 차 있는 오셀로의 내면을 확인하게 된다. 데스데모나가 그를 존경하고 사랑함이, 실로 마땅하다. 그는 존경과 사랑을 받을만큼 멋진 사람이다.

오셀로가 왜 그렇게도 쉽사리 또는 어렵사리 이야고의 유혹에 넘어갈까, 라는 문제는 비평가들의 관심거리였다. 오셀로의 본성은 질투와는 거리가 멀다고 보는 브래들리Bradley는 사태 진전의 주원인을 오셀로 밖에서, 즉 이야고의 탁월한 계략에서 찾고, 리비스Leavis는 반대로 오셀로 안에서, 그의 무지와 자기 자신과 데스데모나에 대한 이기적이고 자기 중심적인 만족감에서 찾는다. 그 밖에도 고다드Goddard는 그 이유를 그가 애초부터 데스데모나의 사랑을, 진실이라고 하기에는 너무나 아름다운 꿈으로 간주했기 때문이라고 설명하고, 호니그맨Honigman은 그것을 오셀로의 <아주 특별하면서도 비밀스러운 불안감>으로, 그리고 맥앨린든McAlindon은 그것을 <오셀로의 예외적인 성품과 상황뿐만 아니라 좀 더 의미심장하게는 보편적인 인간성 안에 있는 세력들 사이의 불균형>이라고 설명했다. (작품해설, 오셀로의 사랑과 이분법의 비극, 214쪽)

 

셰익스피어의 4대 비극 『오셀로』에 더해야 할 말이 뭐 있겠냐마는, (하면서 끝내 한 마디 더하고 마는) 내가 보기에 오셀로가 이야고의 유혹에 넘어가 돌이킬 수 없는 실수를 저지르고야 마는 것은, 완벽하게 존재해야하는 자신의 사랑에 대한 강박 때문인 것 같다.

본성과 연령, 나라의 차이와, 평판을 뒤로 하고, 맺어진 자신의 사랑. 충실한 아내, 자신에게 존경과 사랑을 끊임없이 보내는 아내에게, 그는 완벽한 사랑, 완벽한 헌신을 요구하고 있다.

데스데모나에 대한 자신의 사랑이 완벽하다고 믿는 오셀로는 자신에 대한 데스데모나의 사랑 또한 완벽해야 한다고 믿는 것이다. 그래서, 이야고에 의해 일말의 의심이 그의 마음에 심겨졌을 때, 물을 주고, 햇볕이 비추도록 그 불화의 씨앗을 돌보는 이는 이야고가 아니라, 오셀로 자신이다. 파멸의 원인이 오셀로에게 있는 것이 아니라 할지라도, 파멸의 과정에서 오셀로가 자신의 역할을 주도적으로, 그리고 적극적으로 행했음을 부인할 수 없다.

완벽함에 대한 강박이 사랑을 의심으로, 연정을 질투로 바꾸어 버린 것은 차치하더라도, 오셀로가 데스데모나를 처단하기 위해 서두르는 모습은 특히 더 아쉽다. 복수, 처단, 응징을 위해 뛰쳐나가는 오셀로가, 두 눈이 벌개져 이야고의 속임에, “그래, 그래.”하는 오셀로가 너무 불쌍하다.

오셀로, 왜 그렇게 서두르나요?

왜 그렇게 서두르나요, 오셀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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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인과 영어 - 한국인은 왜 영어를 숭배하는가
강준만 지음 / 인물과사상사 / 2014년 4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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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 어.

라고 하면 정말 할 말이 많다. 5장 정도는 거뜬히 채울 수 있을 만큼 숱하게 많은 이야기거리가 있다,고 자신있게 말하려니, 영어 전문가도 아니고. 괜히 머쓱하다.

초등학교에서 정규 영어 교육이 이루어지지 않았던 때, 특별 활동 시간을 통해 영어 알파벳을 익혔던 초등시절부터 시작해서, 문법 작렬 중학교 영어, 그리고 고등학교 1학년 느닷없이 만나게 된 수능영어. 듣기 평가 대비 수업과 독해 아닌 지문빨리읽기 및 정답 골라내기 연습 시간들. 대학. 영어. 대학영어. 취업. 영어. 취업영어. 그리고, 상표법. 영어. 상표법 영어. 외국 클라이언트. 영어. 서신 영어. 그렇게 초등 4학년 때 만난 영어는 취업 후에도 여전히 생활의 일부였다. 이런 시가 생각난다.

언제나...

영어는

나의 꿈,

나의 이상,

나의 소망,

나의 연적,

나의 원수,

나의 숙제이다.

 

출처를 밝히지 않아도 되겠다. 내가 지은 시다. 영어에 대한 내 애증은 끝이 없다. 한이 없다.

[지적생활의 방법]의 저자 와타나베 쇼이치는, 학교 영어 교육에서 가장 중요한 요소인 ‘교양 있는 영어 교사’의 요건으로 ‘자유 시간에 영어 원서 읽는 것’을 꼽았다. 그렇다. 나는 훌륭한 영어 교사가 되지 못했고, 앞으로도 되기 어렵겠지만, 나는 ‘자유 시간에 원서를 읽는 사람’이었다. 그걸로, 만족하고 싶었다. 그정도면 족했다. 회사에 다닐 때도 그리고 퇴사 후에도 자유 시간에 원서를 읽는 것, 내가 좋아하는 소설을 (그 소설이 아주 어려운 책이 아니라면), 소설가가 쓴 언어 그 자체로 읽을 수 있는 것을 기꺼워하며, 그렇게 소박하게(?) 살고 싶었다. 그렇게 살게 될 줄 알았다. 그런데, 아니었다. 더 큰 산이 나를 기다리고 있었다. 그것은 이름부터 어마무시한 유아 영어.

한국에서 살아가기 위해서는, 아니 살아남기 위해서는, 영어가 필요하고, 뛰어난 영어 실력이 필요하다고들 했다. 당장, 아이를 가르쳐야 했다. 아이는 아직 한국어도 어색한, 18개월이었다.

내가 영어에서 자유롭지 못한데 어떻게 아이에게 영어를 가르칠 수 있나. 답을 찾지 못한 나는, 영어 교육서와 관련 육아서를 주구장창 읽어가기 시작했다. 동화책 영어, 놀이 영어, 미술 영어, 끝이 없는 정보의 바다 속에서 내가 찾은 결론은 이 책이었다.

 

영어 학원을 보내지 않고도, 영화 보기와 원서 읽기만으로 원어민에 가까운 영어 실력을 쌓을 수 있다는 이 책의 주장은 이미 10년 이상 많은 어린이들과 그의 부모들에 의해 그 효과가 입증된 터였다.

그래, 우리도 이렇게 해보자. 시작은 있었으나, 제대로 되고 있는지는 확인할 수가 없었다. 실제로, 그대로, 책대로 실행하는 건, 정말 보통의 사람으로서는 할 수 없는 일이었다. 다만, 전 세계 유일무이 한국의 열성적 엄마와 엄친아, 엄친딸의 환상 조합이라면 가능하다고 본다. 현재, 우리집은 잠수네 흉내내기로 근근히, 지내오고 있다.

18개월이었던 아이가 지금은 5학년, 학교에서 영어를 배운다. 내가 보기에는 읽기도 듣기도 곧잘 하는 것 같은데, 아이는 계속 자기가 영어를 못한다고, 반 친구들에 비해 한참 못한다고 말한다. 그저께 밤에는 원어민 선생님이 게임을 설명할 때 이해를 못 하겠다고 했다. 어떻게 해야 하나, 고민이 늘어간다.

이 책은 ‘어떻게 하면 영어를 잘할 수 있는가’에 대한 책이 아니라, ‘한국인은 왜 이렇게 영어에 집착하는가’에 대한 책이다.

1816년 최초의 영어 교육부터 시작해서, 영어는 새로운 문물을 받아들이는 데에 가장 강력하고 가장 효과적인 도구로 인식되어 왔다. ‘영어의 달인’으로 불리웠던 이승만은 출세 도구로서 영어를 십분 활용했다. 해방정국에는 영어가 가히 공용어의 위치를 점했고(60쪽), 이른바 ‘통역정치’가 열리게 된다.

미군이 새로운 지배자로 등장한 해방정국에서 가장 강력한 생존 무기는 단연코 영어였다. 영어를 할 수 있는 통역관들이 막강한 권력을 휘두르기 시작했다. 일제시대 해외 유학을 했거나 국내에서 고등 교육을 받은 사람이 영어를 잘하는 건 당연한 일이었다. 그런데 그런 사람들은 대지주 집안 출신으로 해방 전에는 친일파, 해방 후에는 친미파 노선을 걸었다. (61-2쪽)

 

1960년 4·19 혁명 이후 등장한 정치 지도자들 역시 영어에 능통한 사람들(79쪽)이었다. 이후 박정희 정권하에서 수출 전쟁을 치루기 위해 영어의 중요성은 더욱 강조되었다. 각 회사마다 자체 영어 교육을 실시하는 건 물론 사설 영어 학원들이 학생과 직장인들로 문전성시를 이루었지만, 초등학교 대상 영어 교육에 대해서는 강한 국민적 반대 정서가 있었다. (86쪽)

하지만, 대세를 거스를 수는 없는 일. 1986학년도 대학 입학 학력고사부터 영어가 선택에서 필수로 바뀌면서 일반인들에게도 영어가 선택이 아닌 필수로 인식되었으며, 1988년 서울 올릭픽이 이러한 추세의 전환점이 되었다. (95쪽)

지금은 바야흐로 세계화시대. 영어 광풍이 세차게 불고 있다. 토익, 토플 시험에 쏟아 붓는 막대한 비용, 조기 유학, 초중학생 대상 캠프형 고액 과외, 영어 마을에 이르기까지 대한민국은 말 그대로, 올인, 영어에 올인하고 있다.

멀리 갈 것도 없다. “1학년 때는 놀아야 돼!“를 외치던 용감한(?) 엄마들도 2학년 학기 초부터는 바쁘게 영어 학원 정보를 교환한다. 어디는 파닉스가 강하더라, 어디는 회화가 강하더라. 어디는 영어유치원을 2년 이상 다닌 아이들이라야 적응할 수 있다더라. 학원 이름도 모르는 나는 그냥 웃지요~ 하고 만다.

마지막에는 이런 영어 광풍이 ‘호러’로 선회한다.

<동아일보> 2002년 2월 5일자에 따르면, “혀와 혀 밑바닥을 연결하는 막(설소대)를 절개하면 혀가 길어져 R과 L 발음을 잘할 수 있다고 믿는 학부모도 있어 서울 강남구 도곡동의 Y 병원에는 하루 5건의 수술 신청이 접수되고 있고 실제로 하루 1,2건씩 수술이 이뤄진다는 것”. (149쪽)

 

영어 광풍의 ‘광’은 ‘미칠 광(狂)’이 분명하다.

‘영어 망국론’

“한국에선 영어가 ‘종교’나 다름없죠”

‘복지 예산 깎아 영어 교육’

“영어가 입에 붙은 ‘아륀지’ 정권”

제목만 읽어도 머리가 어질어질하다.

그래서, 어떻게 하자는 건가. 그의 결론을 나름 정리해본다.

1. 근본적 개선 방안은 있을 수 없다!

영어 문제는 한국 사회가 안고 있는 구조적이고 총체적인 문제의 반영일 뿐이다. (225쪽)

근본적 개선 방안은 있을 수 없다! 그걸 아는 것이 가장 중요하다. 결국 다시 문제는 내부의 치열한 경쟁이다. 영어는 그런 경쟁의 변별 도구로 동원된 것일 뿐이다. (227쪽)

영어는 한국 사회의 기본 작동 방식의 문제다. (230쪽)  

 

사회문화적 동질성이 강한 고밀집 한국 사회에서, ‘이웃과의 비교’가 삶의 주된 행동 양식이 되는 한국사회에서, 강한 타인 지향적 인정 욕구를 갖고 있는 한국인 사회(228-9쪽)에서 영어 문제는 근본적으로 해결될 수 없는 문제라는 것이다.

2. 영어 광풍에 너그러워지자

영어 전쟁과 입시 전쟁은 동전의 양면관계, 아니 한 몸이다. 영어 전쟁은 입시 전쟁과 직결되어 있는 ‘서열 정하기 게임’이며, 그래서 영어 전쟁은 우리의 숙명인 셈이다. 오늘도 영어 전쟁을 비판하고, 개탄과 한숨을 쏟아놓더라도 내 자식만큼은 영어 공부 열심히 시키는 게 대안 아닌 대안으로 만인의 공인을 받고 있는 것이다. 영어 광풍에 너그러워지자는 것은 영어 광풍이 바꾸기 어려운 한국인의 정체성에 가까운 것일 수 있다는 점에 대한 인식을 새롭게 하자는 뜻이기도 하다. (232쪽)

 

영어 광풍을 비판하는 진보 쪽에서도 ‘대안’이 없다,는 게 그의 의견이다. 그렇다면, 먼저 진보파도 이러한 영어 광풍에 너그러워져야 한다,고 그는 말한다. 그래야 구체적인 대안을 모색할 자세를 갖게 되기 때문이다. (234쪽)

3. SKY를 소수 정예화하자

영어 문제를 대학 입시 문제와 똑같은 것으로 간주하는 강준만 교수는 ‘SKY 소수 정예화’를 주장한다. 물론 그에 대한 사회 각 계의 반발은 실로, 대단하다. 그렇다면 대안이 있는가. 대안은 없는 것 같다. 강준만 교수의 ‘대안’만을 ‘대안’ 없이 비판하고 있다.

강교수의 주장은 이렇다.

“죽어도 SKY 아니면 안 된다”는 사람은 어차피 극소수다. 그들의 자율 결정은 존중해주자. SKY에 들어가기 위해 재수, 삼수, 아니 사수를 하더라도 장한 일이라고 격려해주자. 중요한 건 절대 다수의 학생들이 취하는 태도다. SKY의 독과점 파워가 약해지면서 대학 서열의 유동화가 일어나면 대학에 들어가서도 다시 한 번 경쟁해 볼 수 있다는 가능성이 미칠 수 있는 영향에 주목해 보는 게 옳지 않을까? (240쪽)

 

그의 주장에 반박할 수 있을 것이다. 이미 많은 사람들이 그렇게 했다. 또 내가 그의 주장을 조금 거칠게 이어붙인 면도 없지 않다.

다만 내가 그의 주장에 찬성하는 이유는, 어차피 언론과 정치를 포함한 각계의 사회 지도층이 SKY 출신에 의해 독식되고 있다면, SKY의 독과점 파워를 약화시켜, 즉, 그들의 몫 자체를 작게 만들어, 타대학의 사람들도 사회 지도층에 합류할 수 있는 기회를 만들어 주는 것이야말로, 19살 결심이, 19살 머리가, 19살 성적이 남은 미래 전부를 결정해버리고 마는 작금의 현실을 바꿀 수 있는 유일하고도 비교적 실현가능한 방법이라 믿어지기 때문이다.

영어 광풍에 너그러워지자~~

하... 책을 다 읽고 보니, 대한민국은 영어 광풍에 몸서리치는데, 나는 너무 안일했던 것 같다. 아무리 그리하더라도, 아직까지도 학교 다녀와서 레고 캐릭터를 가지고 상상놀이하고 있는 아롱이와 파닉스를 할 테냐. 그렇다고, 5학년 딸롱이와 문법책을 팔테냐. 에라, 나도 모르겠다.

마지막으로, (마지막?) 가히 다산 정약용에 필적할 만한 놀라운 저술량과 저술 속도로 한국 사회를 거의 실시간으로 기록하고 계시는 강준만 교수님께 감사와 응원의 마음을 전한다. 부디 오래 오래 건강하시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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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무개 2014-06-16 15:40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1.SKY의 독과점 파워를 어떻게 하면 약화시킬수 있을까요?

2.대안이 없으면 닥치라는 이야기는 틀렸다고 '김규항'씨가 그러던데. 맞는말 같아요.
대안이 없다고 아무 말도 하지 않으면 더 나빠진다는 뭐...그런..

3.영어는 제겐 제 뱃살과도 같죠.
경멸과 증오의 대상이면서 항상 제게 붙어 저를 무겁게 만드는 아흑......

단발머리 2014-06-17 08:55   좋아요 0 | URL
1. 글쎄요, 저도 사실 잘 모르겠어요. 솔직히 SKY 독과점 파워를 약화시켜야한다고는 하지만, 일단 그 쪽 사람들은 그럴 의지가 별로 없을테고 비판하는 사람들도 딱히 뾰족한 방법이 있는 것 같지는 않구요.
결국엔 입시 문제인데, 이게 우리 나라에서 제일 풀기 어려운 문제 아닐까 하네요.

2. 저는 강준만 교수님께 하트 뿅뿅이라서요, 한국의 현실을 이렇게나 정확하게 파악하고, 이러한 악조건하에서 그래도 가능한 대안을 제시하는 강준만 교수님의 의견이 옳다고 생각해요. 그래서, 대안 없이 비판하는 사람들이 조금 얄밉기는 하지만요. 김규항씨 말도 맞는 것 같아요. 그래도, 말해야죠. 그 대안도 별로다~~~^^

3. 저번주부터 운동을 시작했거든요. 뱃살 공략 하기 스트레칭인데요.
워낙 운동을 안 해서, 2번 했는데, 몸이 막 쑤시고 아픈거 있죠.
영어는 뱃살보다 더 무서워요.
방법이...... 없어서..... 아응...

아무개님~~ 그 고양이 잘 치료받고 있지요~~

icaru 2014-06-18 10:41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아... 영어! 내 영어가 아니라, 자식 영어 ㅠㅠ)
정말,,, 밤새워 침튀겨 이야기해도 해법이 안 나오는 ㅠㅠ)

다른 건 몰라도,,, 주변에서 지켜보고 제가 겪은 것들을 버무려 낸 작은 결론은,
어릴 적 그러니까 유아와 초등 저학년의 영어 교육은 기회 비용 측면이 있어서, 영어에 시간 투자하거나 참여시킬수록 그림자 부분의 댓가를 치뤄야 하는 거 같아요. 그것 때문에 놓치는 부분이 생기는 거죠~
그 시기에 잘 놀아야 하는 지점, 재미있는 한글 책을 많이 읽는다는 것, 그밖에 다른 것들...

단발머리 2014-06-19 08:56   좋아요 0 | URL
ㅋㅎㅎ 밤새워 침튀겨 얘기해도 답이 없지요~~

그런데, icaru님 기회 비용과 그림자 부분 이야기는 저도 완전동감이예요.
영어 공부를 안 시킨 것에 대한 변명이 아니구요^^
주위에서 영어 잘 하는데, 한국어 약한 아이들 이야기가 들리더라구요.
영어를 잘 하면 좋겠지만, 한국어를 더 잘해야한다는... ㅋㅎㅎ

순오기 2014-06-19 10:46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영어에 할 말 별로 없어요.
하고 싶은 놈은 하고 하기 싫은 놈은 하지 말자.
영어 아니어도 밥 벌어먹고 살 수 있는 일을 찾자.
아쉬울 땐 잘아는 사람에게 물어봐서 해결하자. 등등
이런 정도가 내 수준이니까요.ㅋㅋ

단발머리 2014-06-19 11:05   좋아요 0 | URL
ㅋㅎㅎ
하고 싶은 놈은 하고 하기 싫은 놈은 하지 말자.
영어 아니어도 밥 벌어먹고 살 수 있는 일을 찾자.
아쉬울 땐 잘 아는 사람에게 물어봐서 해결하자.

하나같이 구슬같이 빛나고, 실제생활에 유용한 말씀들이예요.
등등에 있는 것도 다 알려주세요~~~~~~~~~~~
 

 

지난 주 화요일.

신문의 부록, 책 소개 지면이 있었고, 그 마지막 페이지는 전면이 책 광고였다. 모두 여덟 개의 책이 광고되고 있었는데, 맨 왼쪽 위의 책이 눈에 띄였다.

강신주의 [망각과 자유].

어, 나도 이 책 샀는데... 책 오른쪽으로 두 개의 문장이 보였고, 이내 눈이 동그래졌다.

 

 

 

 

“나는 강신주의 책 대부분을 좋아하지만, 이 책은 더 진중하고, 더 클래식한 느낌이다.”

나는 다시 한 번 신문을 뚫어져라 쳐다봤다. 이건 내가 쓴 문장인데... 알라딘에 들어가 마이페이퍼를 찾아봤다. 내가 쓴 문장이 맞았다.

나는 강신주의 책 대부분을 좋아하지만, 이 책은 이전과는 조금 더 다른 느낌이다. 그의 말처럼, ‘방금 박사학위를 마친 젊은 학자 강신주’의 모습이 설핏 보이는 것 같다.

여러 자리의 사진에서 보면 강신주는 ‘등산바지’ 차림인 경우가 많다. 워낙 산을 좋아하기도 하고, 또 등산복이 편하다는 얘기를 자주하고는 했다.

이 책의 느낌은 이렇다.

맨날, 허구헌 날, 항상 ‘등산바지를 입는 강신주’만 보아왔는데, 어느 날 갑자기 ‘정장을 차려입은 강신주’를 만나게 된 거다. 더 각이 잡히고, 더 정숙한(?) 느낌이다. 더 진중하고, 더 클래식한 느낌이다.

 

내가 쓴 몇 개의 문장 중, 첫 문장과 마지막 문장이 이어져 독자리뷰로 신문광고에 실려있는 거다. 하하하. 혼자 웃다가 누구한테 이 이야기를 해야하나.

강신주? 아니다, 안 되겠다. 트위터도 안 하시고. 사실 트위터를 한다해도 어디에다 대고 무슨 내용으로 트윗을 날리겠나.

출판사에? 어떻게 제 문장을 제 허락도 안 받고 사용하셨나요? 제가, 감사합니다~~

혼자서 한참 난리부르스를 치고 나서, 그러고서 다시 보니, 이 문장은 너무 평범하다.

“나는 강신주의 책 대부분을 좋아하지만, 이 책은 더 진중하고, 더 클래식한 느낌이다.”

평범하고 무난한 단어의 조합으로 이루어진, 아무나 쓸 수 있는, 그런 문장이다. 이 문장이 내 문장인지도 의심스럽다. 이 평범한 문장을 내 문장이라 할 수 있을까?

아니다, 이건 그런 문장이 아니다.

이 문장은, 나의 사랑이 한 획 한 획 아로새겨진 애정의 결정체로서, 심지어 책을 읽기도 전에, 서문만 읽고도 북받쳐오르는 감상을 주체하지 못 해, 일필휘지로 써내려간 [망각과 자유] 재출간 환영 페이퍼의 당당한 일원이다.

그나저나, 신문의 저 문장은 진짜 내 문장일까?

저 문장은 진짜 내 문장일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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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락방 2014-05-21 11:56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어, 이러면 원래 출판사에서 단발머리님께 의견을 묻고 실어야 하는걸텐데요. 출판사에 전화를 해본다거나 이메일을 보내본다거나 해야할 것 같은데요. 전 안실려봐서 모르지만..

단발머리 2014-05-21 13:14   좋아요 0 | URL
아하하, 출판사에 연락을 해야한다함은 일단, 다락방님은 저 문장들을 제 문장으로 받아주신다는 거군요.
일단, 저는 거기에 감사드리구요^^
연락은 잘 모르겠어요.

출판사에서 죄송해요. 그럼, 빼죠! 그럼 어쩌죠? ㅋㅎㅎㅎㅎ

비연 2014-05-21 13:05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이거 출판사에 물어봐야 할 것 같은데요... 왜 그냥 실었냐고. 항의해야 할 듯.

단발머리 2014-05-23 08:23   좋아요 0 | URL
아, 비연님.
저도 처음이라 어쩔 줄 모르겠어요. 원래 이렇게 아무말 없이 쓰면 안 되는 거지요? 항의할 수 있는 문제군요.
사실, 화가 많이 나지 않기는 하는데요.
"- 알라딘, 단발머리 "
이렇게 실어주면 되겠는데....

아무튼 비연님도 저 문장을 제 문장으로, 받아주시나요?
감사합니다*^^*

그렇게혜윰 2014-05-21 19:58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동의를 구하고 실제 닉네임이나 아이디를 실어야할 것 같은데요....

단발머리 2014-05-22 08:30   좋아요 0 | URL
아, 그렇게혜윰님~~
그러게요. 여러분들이 그렇게 하는게 좋겠다고 하시는데, 출판사에 전화하는게 무척 큰 일처럼 느껴지네요.
아... 그래도 해야겠지요? ^^
댓글 감사해요~

아무개 2014-05-22 09:23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명백히 단발머리님의 문장입니다.
미리 양해를 구했어야죠. 출처도 독자리뷰라니..킁!!

단발머리 2014-05-23 08:27   좋아요 0 | URL
네, 아무개님.
안 그래도 출판사에서 연락이 왔네요. 이 글 보고 연락한거 같아요.
아직 자세한 이야기는 안 해봤는데요, 닉네님 넣어달라고 해야겠어요.
댓글 감사해요~~

2014-05-22 10:37   URL
비밀 댓글입니다.

2014-05-23 08:26   URL
비밀 댓글입니다.

icaru 2014-05-23 17:20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아뉘,,, 한쪽 눈감고 봐도 읽어도 단발머리님 리뷰 앞머리 뒷머리 가져 왔는데요~ 필시 허락구했어야 할 일인듯 해요... 아님 출처라두 밝혔어야지 않능가??
갈라파고스,,, 아마추어 출판사도 아니고 말야 ~ 헐 ㅋ

단발머리 2014-05-26 08:14   좋아요 0 | URL
네, 출처를 밝히지 않은 건 잘못이지요.
출판사랑 통화했구요. 정중하게 사과했습니다.
 

이런 구절은 오래도록 기억에 남는다.

책을 읽으면 이러저러한 효과가 있다고 말하지 말자. 책을 많이 읽는다고 생각이 깊어진다거나 훌륭해지는 게 아니다. “태어나길 정말 잘했구나.” 아이들에게 이런 응원을 보내는 것이 어린이문학의 출발점이다. 자신에게 아주 중요한 한 권을 만나는 일이 더 소중하다.

그의 말이 옳다.

‘희망’을 가르치려 한다면, ‘절망’을 말해야 할 것이다. 인생사 각양각색 절망에 대한 세세한 안내보다 “태어나길 잘했구나.”하는 마음이 들게 하는 ‘응원’이 먼저여야 한다,는 그의 말이 옳다.

우리나라에서는 순서가 바뀌었다. 현재의 한국, 오늘의 우리는 아이들에게 ‘절망’을 먼저 가르치고 있다. 아니, ‘절망’을 ‘가르치지’ 않아도 된다. 눈앞의 현실이 그렇다.

더 두려운 건, 그렇게 ‘절망’에, ‘절망적 환경’ 속에 익숙해져가는 것이다. 잊는다는 건, 익숙해졌다는 것이다.

그가 좋아했던 50권의 책 중에 마음에 드는 책들을 골라본다. 아직 읽지 않은 책이 많아 기대가 된다. 예쁜 그림은 서비스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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icaru 2014-05-26 11:29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미야자키 하야오도 그렇고, 오에 겐자부로도 그렇고, 부인이 삽화가니까~
작업을 하는데, 협업도 가능하고~ 즐거움도 공유하고~ 그랬을 거 같아요

단발머리 2014-05-27 08:48   좋아요 0 | URL
아하... 그렇군요.
저는 icaru님이 말씀해 주셔서 알았어요.
부부끼리 협업이 가능하다는 건 참 멋진 일인것 같아요.
외국의 소설가들 같은 경우, 초고를 아내한테 보여주는 일이 많더라구요.
좋아 보여요^^
 
벨킨 이야기 / 스페이드 여왕 민음사 세계문학전집 62
알렉산드르 세르게비치 푸시킨 지음, 최선 옮김 / 민음사 / 2002년 4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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푸시킨의 작품은 <대위의 딸>밖에 안 읽어봤는데, 푸수킨 작품으로서 높이 평가받는 작품들이라 언제 읽을지 모르겠지만, 일단 구매해본다. 푸시킨이라니, 기대가 좀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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