역사의 역사 - History of Writing History
유시민 지음 / 돌베개 / 2018년 6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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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시민 작가가 예능으로 큰 인기를 끌고 난 이후 나온 첫 책이다. 유시민 작가가 예능으로 큰 인기를 끌었던 시절이라 함은 [썰전], [알쓸신잡]으로 주가를 한참 올리던 때를 말한다. 그러면서 정치인 유시민이 아니라 작가 유시민으로 불러 달라고 강하게 주장하였다. 그래서 대부분의 소개에 전 복지부 장관 혹은 전 국회의원이 아닌 작가라는 호칭으로 많이 불리게 되었다.

그래서였을까? 인문학자로 예능에 나와서 도서시장의 물을 흐리고 있다는 공격받는 것을 종종 보았다. 그 불씨를 확 댕긴 책이 이 역사의 역사였다. 이 책 출간 이후로 비난의 수위가 높아졌고, 노골적으로 헐뜯는 칼럼이 게시되기도 하였다. 책을 읽지는 않은 상태였지만, 저렇게까지 비난할 이유가 있을까? 인문학 도서가 잘 팔리지 않는 것에 대한 화살이 왜 저 작가에 돌아가야 하는가에 대한 궁금증은 늘 갖고 있었다.

책을 읽음으로써 비로소 그 이유를 어렴풋이 알 것 같았다. 이 책이 모두가 인정할만한 뛰어난 수작이었다면 저런 비난은 듣지 않았을 것 같다. 하지만 애매했다. 애매했다는 말도 칭찬으로 들릴만큼 뛰어난 저술이 아니라고 생각한다. 고전부터 현재에 이르기까지 역사책에 대한 서평 모음집이라고 불려도 뭐라 할 말이 없을 것 같았다.

우선 읽기가 불편했다. 본인이 글쓰기 책에서 서술했다시피 책은 리듬감 있게 읽혀야 한다. 하지만 책의 대부분이 인용이기 때문에 다양한 문체로 리듬감 있게 읽기가 어려웠다. 문체는 본인의 목소리인데 목소리가 자꾸 바뀌니 집중하기가 어려웠다. 또한 글이 너무 산만해졌다. 인용문이 나름 줄인다고 줄인 것 같은데 너무 길었다. 그러다 보니 본말이 전도된 느낌이 강하게 들었다. 끝까지 글이 산만하다는 느낌을 지울 수 없었다. 도입부와 에필로그가 가장 기억에 남는 것은 아마 그 때문일 것이다.

제목도 너무 거창했다. 무명작가가 어필하기 위해 강한 제목을 쓰는 경우는 종종 있다. 예를 들면 [너의 췌장이 먹고 싶어] 등 제목이라도 눈에 띄게 지어 소비자의 선택을 받아보자는 의식으로 행동할 수 있다. 하지만 유시민은 다르다. 굳이 제목을 자극적이거나 거창하게 지을 필요가 없다. 유시민 책이라고 타이틀을 다는 순간 겉표지에 사진 한 장 들어가는 순간 어떤 선전보다 큰 선전이 된다. 굳이 저런 거창한 제목을 달아야 할 이유가 없다.

어떤 칼럼니스트는 어떤 책이 소개가 되지 않음을 이유로 비판한 것을 보았다. 꼭 들어가야 하는 책인데 들어가지 않았다고 비난을 했는데, 그건 저자의 고유 영역이 아닌가 생각한다. 난 오히려 책의 포맷을 바꿨어야 하지 않을까 하고 비판한다. 책에 대한 서평식으로 말이다. 그렇다면 이 책은 역사책에 대한 서평 방식의 책이구나 하고 인지했을 것이다. 하지만 역사의 역사라 이름을 붙이고 나니 역사 서술의 방식에 대한 역사적 탐구인지 역사책에 관한 탐구인지 뭔지 애매한 상황을 지속하게 된 것 같다.

유시민 작가의 책을 많이 읽은 편은 아니다. 이 책으로 3권이 된다. 유시민 작가가 서술하는 방식을 좋아한다. 어려운 내용을 어렵게 이야기하는 것은 누구나 한다. 쉬운 내용을 어렵게 쓰는 것은 잘난 척하는 사람들이 잘한다. 어려운 내용을 쉽게 풀어 설명하는 것은 그 내용에 대한 지식의 깊이가 깊지 않으면 잘하기 어렵다. 유시민 작가는 어려운 내용을 잘 풀어서 설명했다. 하지만 이 책은 그러한 유시민 작가가 썼다고 하기엔 많이 아쉬움이 있었다고 생각한다.

- 본문 에필로그 중 -

끝으로, 이 책의 한계를 지적해 둔다. 여기까지 읽은 독자라면 이미 느꼈겠지만, 이 책은 이름난 왕궁과 유적과 절경 사이를 빠른 속도로 이동하면서 잠시가이드의 설명을 듣고 인증 사진을 찍는패키지여행과 비슷하다. 패키지여행은안전하고 편리하지만 자유여행과 달리소소한 즐거움이나 깊은 의미를 제공하지는 않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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