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트] 레 망다랭 1~2 - 전2권
시몬 드 보부아르 지음, 이송이 옮김 / 현암사 / 2020년 8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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실존하는 존재(인간)는 자기 존재에 대한 물음과 자각을 가지고 선택과 결단, 행동의 자유를 가지며, 결과에 스스로 책임을 져야 한다.

 

생각한다 고로 나는 존재한다”(Cogito, ergo sum)는 나는 내가 사유하는 동안만 존재한다는 의미로 데카르트 철학의 출발점이다. “실존은 본질에 앞선다즉 어떤 인간의 본질이 무엇이냐 하는 것은 그가 어떻게 살고 있느냐에 의해 결정된다고 보는 것이 샤르트르 철학이라 알고 있다. 나에게 삶이란 주체성이 없으면 의미를 찾기 어렵다는 판단에 샤르트르의 생각에 가깝게 산다고 여긴다.

 

수 천 만 명이 죽고 다친 2차 세계 대전이 끝나고 프랑스, 영국, 독일에 살던 사람들은 어떤 생각과 행동을 했을까? 역사적 사실을 텍스트로만 배운 사람이 그 시대를 살았던 사람들을 이해하기란 쉽지 않다. 파리를 무대로 파리지엥, 우리가 이름이라도 들어 본 카뮈와 샤르트르 등의 지식인들의 생각과 행동을 엿볼 수 있다면 자신의 성장에 발판이 될 수 있을 듯하다.

 

시몬 드 보부아르의 레 망다랭을 읽으면 이해할 수 있다.

책을 통해 피리지엥들은 시대와 국경을 넘어 이상적인 세계를 꿈꾸며 높은 이상을 놓지 않았다. 폐허 속에서도...... 그래서 이미 1978년 번역 출판된 경험을 가진 책이 다시 다른 출판사에서 내놓는 까닭이다. 다른 세대를 사는 독자들에게도 충분한 공감과 꿈을 꾸게 할 수 있기 때문이리라.

 

콩쿠르 상을 받았고, 샤르트르와 계약 결혼을 했었다는 사실보다 중요한 것은 책을 통해 시몬 드 보부아르가 하려는 이야기다. “그들을 잊도록 하자. 우리끼리 남아 있자. 우리 인생으로만 할 일이 충분히 많아. 죽은 자들이야. 그들에겐 아무런 문제가 없잖아. (중략) 방이 끝나고, 살아있는 우리는 다시 깨어날 것이다. 그러면 그때부터 어떻게 살아야 하지?” (본문 중에서)

본문은 시몬 드 보부아르가 실존이 본질에 앞선다고 믿는 실존주의자임을 알라 한다.

 

앙리, 폴라, 안느, 나딘

시몬 드 보부아르의 레 망다랭은 각 권 600여 쪽 분량으로 현암사에서 지난여름에 내놓았다.

 

#시몬드보부아르 #프랑스소설 #콩쿠르상 #샤르트르 #죽기전에꼭읽어야할책1001 #레망다랭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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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정학의 힘 - 시파워와 랜드파워의 세계사
김동기 지음 / 아카넷 / 2020년 1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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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정학의 힘

2020.12.2.()

지정학(geopolitics)은 지리적인 위치 관계가 정치, 국제 관계에 미치는 영향을 연구한다. 19세기 말 20세기 초에 대영제국의 식민지 건설, 나치의 팽창 전략, 일본의 대한제국 침략과 중국 침략, 냉전 시기 미국의 소련 봉쇄 등에 지정학을 이용했다. 저자 김동기는 법학을 전공하고 국제문제 연구 활동을 병행하며 지정학의 힘을 내놓았다. 서문을 통해 전쟁을 치른 미국과 베트남이 종전 20년이 지나 국교를 정상화하는 상황을 보고 국제정치의 역학 관계에 관심을 두고 책을 내놓았다고 밝힌다. 정치지리학을 공부한 사람이 아니라면 지정학에 대한 이해는 한반도가 대륙과 해양 세력의 각축장이 되었다는 수준에 머물 것이다. 이런 맥락에서 지정학의 태동과 발전과정을 쉽게 정리해 지정학을 이해하는 기본서로 손색이 없다.

매킨더의 하트랜드 이론과 스파이크먼의 림랜드 이론은 정치지리학 시간에 배운 내용을 구체적으로 살펴볼 수 있었다. 마한과 하우스호퍼의 지정학 연구는 호기심을 충족시키고, 미국, 러시아, 일본, 중국의 지정학을 이해할 수 있다. 지정학의 덫에 걸린 한반도에서 저자의 의견을 구체화 해보는 상상력을 발휘해 본다.

 

1. 일본, 접신의 지정학 : 이 부분을 읽으면서 드는 생각은 1인당 국민소득이 일본을 앞질렀으니 이제 우리가 이겼다는 생각은 하지 말아야 하고 초격차를 내지 않으면 안되겠다는 생각이다. 일본이 20세기에 누렸던 힘을 무시하면 안 된다. 우리는 이제 시작일 뿐이다. 전투화를 버리지 않은 것이 다행이다.

동아협동체론과 대동아공영권은 독일지정학의 핵심 개념인 레벤스라움이란 개념을 수용한 것이다. 일본이 전쟁 도발을 정당화하기 위한 슬로건으로 피점령국의 주요 자원과 노동력을 수탈했다. 2013년 코시로 유키코의 책<제국의 쇠퇴 : 1945년 이전 대륙 아시아에 관한 일본의 전략적 사고>2차대전을 일본에 유리하게 마치려고 했던 시도를 추적한 것이다. 일본 정부와 군부는 1944년 후반에 이미 패전이불가피하다고 예측하고 소련은 만주와 한반도에 근거를 확보해 태평양으로 진출하려할 것이며 그렇게 되면 조만간 미국과 충돌할 것으로 예상했다. 일본은 이런 국제정치의 맥락에서 일본의 패전 후 운명을 구상했다. 일본은 당시국제정세를 분석해 미소 관계에 균열이 생기고 있음을 읽고 거기에서 일본이 소생할 기회를 봤다. 그러기 위해서 소련이 동아시아에 진입하여 미국의 단독 승리로 확정되지 않는 시점을 노려 일본이 전쟁을 끝내야 한다고 판단했다. 일본의 항복 전략은 사무라이 전략 문화를 이용해 동아시아에서 미소가 서로 경쟁하도록 하는 것이었다. 그러기 위해서 소련이 진군하기 이전에는 결코 항복하지 않아야 했다.

종전 전략 수립을 담당한 해군 소장 다카기 소기치는 19453월 종전 전략에 관한 중간보고서 초안을 작성했다(P. 229) 미소간의 잠재적 대립을 이용해 소련을 개입시켜 미국의 야심을 견제한다는 것이다. 미국의 아시아 단독 지배를 반대하는 소련을 미국 혼자서 대응할 수 있다고 판단될 때만이 일본의 역할을 미국이 인정할 것이고 이 길만이 일본이 미국의 지원을 받아 다시 아시아에서 지위를 확보할 수 있는 길이라고 다카기는 분석했다. 소련이 동아시아에 참전한 후 최대한 영향력을 확보해야 일본에 유리하다는 것이다. 그래서 일본은 소련이 한반도에 진입하는 것을 용이하게 하고 미국의 한반도 진입을 저지하는 것이었다. 사실상 소련에게 한반도 진입의 기회를 제공하고 결과적으로 미소가 한반도를 분할 점령하도록 유도하는 것이었다. 한반도 분단 아이디어는 오래된 역사를 갖고 있다. 임진왜란 때도 그랬고, 청일전쟁 시 영국 관료가 일본이 한반도 남부를, 중국이 북부를 점령하고 서울을 중립지대로 하자고 제안했었다. 1896년과 1903년 러시아와 일본은 군사 대립을 피하기 위해 38선을 경계로 한반도 분할을 논의하기도 했다. 결국 일본은 한반도 병력 배치를 조정해 한반도 남쪽을 미국으로부터 방어하는데 집중했다. 1945815일 당시 북한에 11만 명, 남한에 23만 명을 배치하고 제주도에만 6만 명 이상을 배치했다. 그 상황에서 일본군은 중국 대륙에 있던 1백만 명 규모의 병력을 소련 침공에 대항하기 위해 만주로 이동시키지 않았다. 소련은 일본의 이런 태도에 도리어 의아해했다. 당시 일본군은 소련이 1리 전진하면 2리 퇴각하라고 명령했다. 810일과 11일 사이 미국은 부랴부랴 한반도의 38도선 분할안을 제안하고 스탈린이 동의해 한반도가 분할되었다. 일본이 복선을 깔고 소련과 미국이 지정학적으로 타협한 결과다. 원폭 투하는 일본의 항복 선언에 큰 영향을 미치지 못한다. 그 증거로 대본영의 기밀 전쟁일지에는 원폭 투하가 많이 언급되지 않는다. 89일 새벽 소련군의 침공이 시작된 지 30시간 만에 일본은 포츠담 선언을 수락하고 항복한다. 일본 귀족원 의장과 수상을 역임한 고노에 후미나로는 소련 참전은 신이 준 선물로 이제는 전쟁을 마칠 수 있다고 말했다. 이로써 미국이 일본을 가혹하게 지배할 수 없는 지정학적 환경이 만들어진 것이다. 저자는 일본은 비록 원폭이 투하되고 전투에서 졌지만 그들이 원하는 전후 동아시아 대립 구도를 만드는 데 성공했음으로 패배했다고 생각하지 않는 것인지도 모른다고 생각한다.

 

2. 알프레드 마한 : 1890<시파워가 여가에 미친 영향>, <시파워가 프랑스혁명과 제국에 미친 영향>에서 영국이 시파워를 발판 삼아 해가 지지 않는 나라로 발돋움하는 과정을 설명했다. 왕성한 독서가였던 마한은 상업적 군사적으로 해양을 지배하는 것, 즉 시파워의 우위와 제해권 장악이 국가 운영에 중대한 영향을 미친다고 판단하고 연구했다. 해로는 어느 방향으로나 갈수 잇는 교역로가 된다는 점에 주목하고 해군력 강화를 강조했다. 지리적 위치, 천연자원 및 기후 등 물리적 환경, 영토의 크기, 인구, 국민성, 정부의 성격이 시파워를 결정짓는 여섯 가지 요소로 제시했다.

마한은 미국이 해군 기지를 확보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연료를 공급하고 수리를 할 수 있는 기지 없이는 해군 확대가 불가능하다고 주장했다(이는 대니얼 임머바르가 쓴 미국, 제국의 연대기에서 2차 대전 덕분에 2,000여 개의 기지를 확보하고 현재 800여개 해외 기지를 확보하고 있음에서 일치한다) 마한의 책은 식민지 확장과 제국주의 경쟁시대를 맞이해 미국 정계에 움트고 있던 군비 확장론자들에게 강력한 무기가 됐다. 미한의 책은 일본 해군에서도 필독서였다. 1881년 미국 해군의 규모는 브라질, 페루, 이집트만도 못했다. 1907년에는 영국에 이어 2위의 해군 강국이 되었다. 파나마 운하, 하와이 합병, , 필리핀에 해군기지를 건설한 것은 마한의 영향이다. 미국을 세계 대국으로 만든 다섯 명 중 한 명이 마한이라고 미국 내에서 평가된다.

 

3. 영국 핼퍼드 매킨더의 하트랜드 이론 : 1887<지리학의 범위와 방법>, 1902<영국과 영국의 바다>, 1904<역사의 지리적 중심>, 1919<민주적 이상과 현실> 등을 발표했다. 그는 영국의 위상이 대륙의 방대한 자원을 보유한 대국인 러시아와 미국 때문에 위험해지고 있다고 보았다. 1차 대전 후 신 국제 질서를 논의할 때 독일과 러시아의 연합을 막기 위해 동유럽에 독립국을 만들어 완충지대를 만들어야 한다고 주장했고, 실현된 역사가 되었다. “동유럽을 지배하는 자가 하트랜드를 지배한다. 하트랜드를 지배하는 자가 세계의 섬을 지배한다. 세계의 섬을 지배하는 자가 세계를 지배한다.”는 발언은 유명하다. 세계의 섬이란 유라시아를 말한다(아프리카를 포함한다고 하기도 하는데) 매킨더의 이론과 주장은 영국과 미국에서 주목받지 못했고, 1930년대 후반 독일의 하우스호퍼에 의해 재해석 되면서 주목받는다. 독일, 일본, 소련이 유라시아 블록을 만들어 서방측 시파워에 대항하자는 제안이었다. 매킨더의 이론은 냉전이 시작되면서 미국 전략가들에게 소련 봉쇄 전략의 정당성을 제공했다. 석탄과 오일이 고갈되면 사하라 사막에서 태양에너지를 얻을 수 있을지도 모른다는 것과 중국이 동양도 아니고 서양도 아닌 독자적 문명을 구축할 것이라는 예측은 선견적인 통찰이다.

 

4. 하우스호퍼의 레벤스라움 : 하우스호퍼가 일본 체제 중 청일전쟁과 러일전쟁을 경험하면서 독일지정학의 초석을 놓았다. (매트 매들리의 본성과 양육에서 언급하듯 미국의 우생학이 독일로 전해져 유대인 학살의 이론적 토대가 되듯) 교도소로 주기적 면회를 가 히틀러와 그의 동료들에게 레벤스라움, 하트랜드, 지정학의 개념을 설명한다. 하우스호퍼가 히틀러에게 소개한 책은 라첼의 <정치지리학>이었다. 이는 레벤스라움을 가르치기 위한 것이었다. 라첼은 모든 유기체는 특정 크기의 공간이 필요한데 이를 그 특정 유기체의 레벤스라움이라 불렀다. 인구증가에 따른 토지확보를 위해 해외 식민지를 확보하는 것이 해결책이란 생각이다. 레벤스라움은 생활권이란 개념이다.나치 집권후 하우스호퍼와 독일지정학은 제3제국의 도구가 되었다. 독일지정학자들이 구상한 레벤스라움은 우크라이나와 러시아의 스텝이었다. 독일이 소련을 침공했을 때 일본은 우랄산맥의 동쪽 지역에 대한 일본의 지배권을 인정하라고 히틀러에게 요구했다. 결국 히틀러나 나폴레옹에게 가장 매서운 적은 지리였다. 하우스호퍼는 일본이 남쪽으로 진출하라고 조언했다. 만주와 중국을 침략하는 것을 실수로 보았다. 일본이 중국으로 깊이 들어가면 익사할 것이라고 예측했다.

 

5. 스파이크먼의 림랜드 이론 : 예일대 교수였던 스파이크먼은 미국은 전쟁이 끝나면 일본, 독일과 동맹을 결성하고 소련을 견제해야 한다는 취지의 발언을 했고, 참가자들이 귀를 의심했다. 1938<미국정치학리뷰>에 실린 논문 <지리와 외교>에서 인구밀도, 경제구조, 정부형태, 국가 지도자들의 성격과 편견 등과 비교해 지리는 상대적으로 변하지 않는 요소라고 강조했다. 당시 스파이크먼은 50년 쯤 후 미국, 소련, 중국, 인도가 세계 4대 강국이 될 거라고 예측했다. 그는 국토 크기보다 더 중요한 것은 위치라고 말한다. 태평양이 핵심적 무역 통로로 부상할 것이라는 예측도 했다. 독일이 패전해도 소련에 대항할 수 있는 군사력을 이용해야하고, 미국이 일본을 보호해 중국이나 러시아를 견제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지극히 냉철한 전략적 계산의 결과였다. 1942년의 시점에서 스파이크먼은 일본이 전쟁에 지는 것 뿐만 아니라 미래에 경제 대국이 된 중국이 대국화되고 미국에 위협이 되리란 사실을 정확히 예견했다. “림랜드를 지배하는 자가 유라시아를 지배하고, 유라시아를 지배하는 자가 세계를 지배한다.”는 그의 발언도 유명하다. 또한 에어파위 없이는 시파워가 효율적으로 작동하지 않으니 지상의 공군기지가 항공모함보다 낫다고 여겼다. 매킨더가 영국의 위한 대외 전략을 고심한 것처럼 스파이크먼은 미국을 위한 대외 전략을 고심해 성과를 낸 것이다.

- 조지 캐넌(소련 주재 미 임시 대리대사)의 판단 : 경제 문제가 해결괴지 않는 한 소련 체제는 취약할 것이다. 미국의 안보는 적대적 세력이 유라시아 파위 중심을 지배하지 못하게 하는데 달려 있다. 독일의 기술력과 소련의 자원이 결합하는 게 가장 위험한 시나리오다. 일본, 필리핀, 오키나와에 군사기지를 확보하는 것이 미국의 동아시아 안보 목표 달성의 기초다.

- 19509NSC-68은 미국 대외 전략의 중대한 분수령(공산권국가에 대한 포괄적 봉쇄 전략) 한국전쟁은 미국의 군비확장을 급속히 촉진하는 결정적 계기였다.

- 키신저의 지정학 : 미국은 중국과의 관계 개선을 통해 중국이 소련을 견제한다면 미국은 비교적 명예롭게 베트남을 떠날 수 있다고 판단했다. 그래서 핑퐁외교가 시작된 것이다.

- 브레진스키의 <그랜드 체스판> : 유라시아에 미국의 패권에 도전할 만한 국가나 세력이 출현하지 못하도록 관리하는 것이 미국의 목표여야 한다. 미국이 초강대둑인 시대는 끝났다. 중국이나 러시아 중 하나와 연합해 안정을 구축해야 한다.

 

6. 한반도 지정학의 덫은 글을 읽을 줄 아는 사람이라면 읽어야 한다. P289~329까지 저자의 생각을 풀어 놓았다. 독자 생각으로는 남북이 평화를 유지할 수 있는 상황이 허락한다면, 현재의 군사력을 게속 유지해야 한다. 내적으로 에너지의 안정적 확보를 위해 K-STAR 사업이 빠른 시간 내에 성공할 수 있어야 한다. 유라시아 대륙과의 연결망을 확보하고 해양 진출을 위한 투자도 확대하는 대외 전략이 병행되어야 할 듯하다. 한국에도 마한이나 매킨더, 스파이크먼과 같은 전략가가 있어야하고 없다면 키워야 한다. 새뮤얼 헌팅턴의 문명의 충돌, 폴 케네디의 강대국의 흥망, 이병한의 유라시아 견문 1,2,3 에 못지않은 역작이다.

 

#김동기 #지정학의힘 #아카넷 #지정학 #정치지리학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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말의 사람 글의 사람
이재영 지음 / 아침의정원 / 2020년 10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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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람을 만난다. 모르는 사람을 만나는 일은 염려와 기대를 갖게 한다. 알고 있어 익숙한 사람을 만날 때는 정서적 위로와 격려를 나눈다. 모르는 사람을 만날 때는 첫인상에 신경을 쓴다. 책을 통해 만나는 사람은 첫인상에 신경을 쓰지 않고도 만날 수 있다. 가벼운 마음으로 지적 호기심을 채울 수 있다. 타인과 어울리기 어려운 코로나 19 상황에서 마스크를 쓰지 않고 사람을 만난다. 아무리 유능한 작가라도 책 한 권으로 개인을 온전하게 그릴 수 없다. 그러나 유튜브에서 짧은 강의로 담을 수 없는 글의 질과 양이 책에 있다. 만나본 사람은 이재영 한동대 교수다.

 

저자는 말과 글이 공감의 도구이자 젊음을 유지하는 힘을 갖고 있고, 글은 우리를 영원으로 인도한다고 여긴다. 망언이나 필화로 고생하는 일을 줄일 수 있으리란 기대와 불멸의 글쓰기는 인신공양적이라 생각을 한다고 밝힌다. 프롤로그를 다시 읽어보니 책이 이런 목적을 이루어냈는지 의문이다. 말을 잘했기에 자신의 생각을 드러내 고통을 줄인 사례와 노트하기의 힘을 알고 업적을 일군 사람들의 이야기를 소개한다.

 

1젊게 오래살기에서 물리적 시간을 의미의 시간으로 바꾸자고 한다. 삶에 의미가 없으면 지루하다. 지루함의 얼음장을 깨는 도끼로 침잠’, ‘몰입을 소개한다.

2말하는 동안 현재에 머문다에서 현재를 어거스틴의 정의(‘말이 시작되어 끝나기까지의 기간 덩어리를 현재‘’라 할 수 있다.’)를 빌어 생각해 보라한다.

3말한다는 것에서 말하기의 4원소와 침묵, 묵언은 어떤 의미인지 자신의 생각을 풀어 놓는다.

4말의 사람에서 히틀러는 언어 조작에 능했고 마르틴 루터는 수사학으로 무장한 논쟁가라 평한다. 우리나라 정치인들 또한 언어조작 수준에서 히틀러 못지않다. 유태인 학살을 최종해결이라 조작한 것처럼 자신들의 이익을 국민의 이익으로 조작하지 않는가. 공자와 베드로, 이건희와 갈릴레오, 쇼펜하우어와 스티브 잡스의 말을 사례로 든다.

6장은 글의 사람이란 제목을 달아 마오쩌둥, 켈빈, 바울, ‘오륜서를 남긴 미야모토 무사시, 다윈과 카프카의 메모와 글들을 조금씩 소개한다.

 

몇 개 조각글을 메모한다.

공감의 결여는 젊음의 상실을 위미하는 다른 말이다. 가슴 설레는 대상이 있는 노인은 청춘이다. 정열과 이상은 청춘을 청춘답게 만든다. 생존이 아닌 실존의 시간을 가늠하는 것은 과연 로서 얼마나 오랜 시간을 점유하는가를 따자 보라. (이 문장에 공감) 옛날이야기가 시간을 초월해 전해지는 것은 이야기에 시대를 초월한 공감의 매력이 있기 때문(나에게 오디세우스가 그러하다) ‘의미를 향한 의지는 생존 필수품이다. 바쁜 일상은 창조력을 고갈 시키나 지루함은 창조력을 충전시킨다.(아직 그러기에는 해야 할 일로 바쁘다)


정신의 바이러스를 퇴치할 백신은 인문학적 성찰이다.

교황 레오 10세의 루터 파문 문서(1520.6.15.)주여 다시 일어서소서.

술이부작에서 공자의 일면을 지식의 편집자로 본다. “다된 일을 이야기하지 말고, 끝난 일을 간하지 말고, 지난 일을 탓하지 말라.” 동학 교세 확장의 힘을 언행의 힘으로 푼다. ‘의 해석 인용은 그럴 듯하다. 경청과 질문이 격과 질을 높인다.(언더스탠딩과 아웃스탠딩) p. 136~144에는 쇼펜하우어의 입을 통해 입씨름하는 방법 십 여 가지를 소개한다. (정치인들이 하는 말을 보면서 대한민국 국민은 다 배웠기에 불필요할 듯)


무사시의 오륜서 : 서문 자신이 없어도 자신의 무술이 전수 될 수 있도록 하겠다.” (무사가 갖출 기초), (전투의 기법), (평정), 바람(자신만의 풍, 브랜드), 비움(소명)

 

말의 사람 글의 사람아침의 정원에서 올해 가을에 본문 278쪽 분량으로 내놓은 에세이다.

 

#아침의정원 #이재영 #말의사람 #글의사람 #말의사람글의사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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팀 잉골드의 인류학 강의 - 왜 그리고 어떻게 인간을 연구하는가
팀 잉골드 지음, 김지윤 옮김 / 프롬북스 / 2020년 8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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팀 잉골드의 인류학 강의

2020.11.23.

인류학이란 단어로 무엇을 떠올릴 수 있는지. 외딴 계곡에서 매머드의 뼈를 골라내거나 아프리카 건조 지역이나 개석된 화산 지역에서 인간의 발자국을 찾아내는 일 뿐이다. 이것도 맞는지 알 수 없을 정도다. 팀 잉골드의 인류학 강의를 읽으면서 종의 기원과 엄복의 천연론이 미친 영향의 크기를 느낀다. 매트 매들리의 본성과 양육을 이 정리한 20세기 우생학의 자기 소멸 과정도 배경에 놓여 있다.

 

인류학의 첫 질문은 인간이란 무엇인가다. 물론 결론을 내지 못한다. 인류학자에게 인간이란 법칙이나 이론으로 풀 수 없는 문제다. ‘참여적 관찰이란 연구 방법과 다른 이를 진지하게 받아들인다는 자세가 인류학 공부와 이해의 출발점이어야 한다고 말한다.

사회인류학자인 저자가 과학 공부를 시작했다가 인류학으로 배움과 연구 방향을 바꾼 이야기에서 시작한다. 20세기와 21세기 초 까지 인류학은 진화론의 파도를 타고 흘러왔으나 홀로코스트를 겪으며 심각한 반성(철학도 마찬가지지만)을 해야 했고 구소련의 몰락과 냉전의 해체로부터 구조주의 인류학은 치명상을 받았음을 덤덤하게 밝힌다.

 

내 주변에 인류학을 공부하는 사람은 없다. 대화를 나눌 수도 없는 일이다.

그저 상식 수준에서 인류학이 어떤 흐름을 타고 있는가를 알 수 있다.

인간 자체에 관심을 두기도 하고 환경에 주목할 때가 있고, 유전자를 밈으로 풀어낸 디킨스의 관점도 인류학에서 중요한 소재란 걸 배운다.

 

인류학은 서구 학자들이 서양인이 아닌 사람들을 어떻게 보고 있는가, 식민주의자의 시각이라는 문제와 뗄 수 없다. 오리엔탈리즘을 형성한 바탕에 있는 듯하다.

 

오랜만에 생각하는 시간을 갖게 해 준 책이다. 팀 잉골드의 인류학 강의는 포롬북스라는 출판사에서 지난여름에 200여 쪽 분량으로 초판을 내놓았다.

 

#팀잉골드의인류학강의 #프롬북스 #김지윤옮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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충청도의 힘 - 능청 백단들의 감칠맛 나는 인생 이야기
남덕현 지음 / 양철북 / 2013년 7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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포스트모더니즘이 별거냐

지난 세기 80년대 초만 해도 포스트모더니즘이란 단어를 쓰기만 해도 달리 보였다.
21세기하고도 20년이 지나고, 지식 정보화 사회란 단어도 낡은 느낌을 주는데 포스트모더니즘을 떠올리니 엇박자다.

서울에 사는 중간층이 쓰는 말이 표준어라고 중학교 입학시험에 나왔다.
사투리는 촌스럽다고 배웠고 그런 줄로 알고 산 기간이 몇 십 년이다.
혜은이의 노랫말 감수광은 사투리랬다.
전라도 사투리 말하기 대회 참가자의 발표를 들어가며 웃었다.
다는 알아들을 수 없었다.

이문구의 「관촌수필」과 「우리 동네」를 읽어가며 동네 어른들의 말투가 떠올랐다.
푹 빠져 들었고, 아이들을 가르칠 때 교재로 쓰기도 했다.
재능이 나에게도 있다면 이어가고 싶다는 욕심까지 낸다.

추석연휴 자락에 남덕현의 「충청도의 힘」을 읽는다.
배꼽 빼가는 이야기다.
‘거기서 거기’에 불과한 사소한 일상이라는 작가의 말은 겸양일 테다.
충청도 보령 사투리라 알아듣기 어려운 사람이 적지 않을 듯하다.

표준어를 써야 한다는 가르침은 나 같은 촌놈에게는 상징적 폭력이었다.
아비투스가 다르니까.
그래서 포스트모더니즘이 별거 아니란 거다.
해체적 읽기는 독자의 몫이다.
말이란 태어나 배운 대로 쓴다.
설익은 생각이니 다듬어야 한다.

‘예의 없는 것들(P.48)’중 일부다.
“솔직한 말루다가 토마토 허믄 뭐여? 달달한 국물아녀? 안 그려? 나같이 늙은것덜은 토마토 껍질이 질겨서 씹는 맛두 벨루여. 알루(고스란히) 설탕물 타 먹기는 허전하니께 토마토 물이래두 우려 단맛에 보태서 먹는 건디. 그걸 그 지랄루다가 한입에 털어 잡숴? 승질 같으믄 숫갈루 마빡을 후려갈겼으믄 속이 션하겄드만! 당최 예의가 읎잔여. 예의가! 그라니께 니는 워디가서 절대루 그라지 마. 사램 그 모양으루 깜보는 거 아녀. 알아먹어? 아, 예의없는 것들 같으니라구.” (이름난 대학 나오구 서울서 한자리헌다구 하는 큰 사위가 하는 짓거리를 보고 아들에게 이르는 말이다)

「충청도의 힘」 p.136~140 ‘나는 누구인가’는 수년 전 배꼽 잡고 웃게한 ‘할머니와 U+ 상담원 간 통화’랑 닮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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