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와 권력의 비밀, 지도력(地圖力) - 지도를 읽으면 부와 권력의 미래가 보인다
김이재 지음 / 쌤앤파커스 / 2021년 5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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地圖力
2021. 12. 11(토)
김우중의 「세계는 넓고 할 일은 많다」와 한비야의 「걸어서 지구 세 바퀴 반」은 젊은이에게 영향력을 미쳤다. 김이재의 「地圖力」이 더 큰 영향력을 미치길 바라는 마음이다.
PART 1 권력의 지도는 세계사를 배우는 중3 수준이라도 이해할 수 있다. PART 2 부의 지도는 현재를 사는 사람에게 PART 3 미래의 지도는 현재와 미래를 살아갈 사람이라면 읽어보길 희망한다. 부모라면 자식에게 이 겨울에 사서 읽게 해야 한다. 독자가 지리를 배워서가 이렇게 말하는 것만은 아니다. 뉴스에서 만나는 기자와 관료의 지리盲을 보며 답답 해왔다.

P.76에서 저자가 지적한 “베스트셀러 <지리의 힘>은 영국 저널리스트 팀 마샬이 21세기 세계정세를 알기 쉽게 풀어 쓴 교양서입니다. 하지만 대학에서 지리학을 전공하지 않고 고등학교만 마친 저자가 평범한 대중의 이해를 돕기 위해 쓴 책이라는 한계도 분명해 보입니다. (중략) 미국이 현재의 넓은 영토를 확보하는 과정 자체를 간과하는 시각이기도 하고,”라고 언급한 부분은 대니얼 임머바르가 지어 <글 항아리>에서 내놓은 「미국, 제국의 연대기」를 읽으면 풀린다.

P.86~87에서 소개하는 영국의 지리학에 대한 언급에서 부러움을 감출 수 없다. “영국에서는 거의 모든 대학에서 지리학과가 존재하는데, 지리학은 인문, 예술, 사회과학, 자연과학, 공학, 지역연구 등 다양한 학문을 연결하는 원조 ‘통섭’ 학문, 다양한 지식과 배움의 기초가 되는 학문으로 인식됩니다. 또한 다양한 분야에서 정책을 수립하고 실행하는 과정에서 공간적 관점이 중시되고, 지리학자들이 미술관 건립, 환경 정책 뿐만 아니라 보건, 복지, 의학, 특히 정신 의학 분야에서 전문성을 발휘하고 있습니다.”

저자는 지역 전문가의 경험을 살려 활자로 남기기 쉽지 않은 “방구석에서 책만 읽고 컴퓨터 화면만 보던 사람이 위대하 리더, 창조적 혁신가가 된 사례는 거의 없는 것 같습니다.”라고 일갈한다. 저자의 경력 덕분에 세계 최대의 이슬람 국가이면서도 개방적인, 그래서 아시아에서 새로운 부국으로 성장할 것이라고 예측하는 인도네시아에 대한 언급은 의미있다.

북한이 개방하고 방향을 틀면 어떤 나라보다 빠른 속도로 발전할 수 있을 것이라는 전망이 많다. 기술적으로 낙후되었던 나라가 중간 단계를 생략하고 디지털 세계로 들어서면 선진국(경로의존성 때문)보다 빠르게 성장하는 것을 ‘립프로킹(leapfrogging) 현상’이라고 한다. 저자는 동남아시아가 그럴 것이라 예견한다. 코로나가 안정되면, 인도네시아로 여행을 떠나야겠다. 보르부르도 불탑을 보러가는 것이 아니라 자카르타 시내를 걸어보리라. 「地圖力」을 읽은 독자가 이병한의 「유라시아 견문 Ⅰ,Ⅱ,Ⅲ」을 함께 익으면 가슴이 더 뜨거워질 것이다.

2018년 <이코노미스트>가 발표한 디지털 환경 보고서에 15개 도시가 소개돼 있다. 1위가 벵갈루루, 이외에도 뭄바이, 뉴델리가 인도에 있다. 지카르타가 8위다. 서울은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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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국 제국을 움직인 네 가지 힘 - 2000년 사유의 티핑포인트를 읽어야 현대 중국이 보인다
미조구치 유조 외 지음, 조영렬 옮김 / 글항아리 / 2012년 6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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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국 제국을 움직인 네 가지 힘

중국 제국을 움직인 네 가지 힘
2021.12.6.(월)
“Ha! 은주가 찐하게 위진남북조에서 수당이랑 송원명청했다더라.” 독자가 중국 왕조를 쉽게 외우려고 암기용으로 만든 문장이다. 쉽게 잊히지 않는다. 배운 게 적어 아직 공자와 맹자, 주자학에서 왜 그토록 하은주 시대를 숭앙하는지 의문이다. 사마천의 사기 본기 중 오제 본기, 하 본기, 은 본기, 주 본기를 읽어도 풀리지 않는다.

학창시절 배운 동양사의 맥락은 유럽인의 개념이나 틀, 혹은 유럽화된 일본이 바라본 관점이 대부분이다. 라이샤워와 페어뱅크의 동양 문화사도 관점에서 크게 벗어나지 않는다. 「중국 제국을 움직인 네 가지 힘」은 일본 학자들이 기존의 관점에서 벗어나 중국 내부의 시각에서 중국사상사를 조망하려는 의도로 집필한 책이다. 이런 까닭에 선개념이나 상투개념에 비껴나 있는 관점을 볼 수 있어 안목을 넓혀준다.
몇 가지를 옮겨 본다.
삼재(天․地․人) 사상을 처음 외친 것은 순자다.
도가의 ‘자연’은 문법적으로 부사였고, 뜻은 만물․백성이 자기 힘으로 자율적, 자발적으로 존재, 변화한다는 것이다.
중국의 고대 이래의 학문은 농담의 차이가 있긴 했으나 모두 시대의 움직임에 충실한 실천적인 사상이었다. 중국의 사상은 학문이란 형태를 취하며 자기를 표현 한 것이다.
당 태종대 정관 연간에 만든 오경정의는 오늘날로 보면 국정교과서였다.
송대 사대부들이 주자학이라는 새로운 학문을 소유할 수 있게 된 배경에는 인쇄출판이란 기술혁신이 있었다. 이전에 경서나 주해는 기본적으로 암송해야할 대상이었다. 상업출판이 인쇄본의 주류가 되어 오늘날로 전해진다.
낙서란 1에서 9까지의 수를 3×3의 마방진(갈 세로 대각선, 어는 쪽으로든 합이 15기 된다)에 배치한 것
주자학에서 사서는 중급자용이고, 오경학습으로가는 단계에 불과 했다. 과거시험에서 사서는 필수, 오경은 선택필수라는 제도가 사서 편중 경향을 사회적으로 초래했고, 양명하기 취한 경전 경시 태도가 증폭시켰다. 맹자가 경서로 인정받은 것은 송대였단다.
왕양명이 말하길 “요순은 무게 1만의 황금, 공자는 무게 9천, 범인은 한 냥이다. 하지만 순수한 금이라는 점에서는 서로 견주어 못하지 않다.”(보는 방식을 바꾸면 두 가지로 읽힌다)
중국의 황제질서는 예에 의한 통치로 서양식 정치학의 논리로 보면 ‘전제인데도 자유’라는 기묘함이 있다. 이와 관련해 「공자와 세계 1,2,3,4,5」를 보면 흥미진진하다.주자학의 등장이후 왕권이론은 천명을 받은 혈통에서 자기 수양으로 바뀐다.
화이사상은 송나라가 요에 대해 가졌던 굴절된 우월의식을 형성한다. 세계제국이었던 당나라는 화이를 구별함에 엄격하지 않았다. 당나라 사람들에게 호(胡)나 이(夷)는 이국적인 어떤 것으로서 인기를 누렸다. 그에 비해 서방이나 북방에 영토를 소유하지 못하고 남방으로 밀려나 있던 송나라는 자타를 엄정하게 구분한다. 서하도 당나라의 전통을 계승했다고 주장했다. 따라서 중국은 요를 이적이라 여기고 자기를 중화라 여겼다. 국력이 찌그려져가는 일본이 혐한론을 부추기는 것도 같은 맥락이다.
주자학은 ‘심’논리가 자기의 마음을 바깥에서 바라보는 또 하나의 심을 두는 것을 양명학이 비판한다. 양명학은 행위의 타당성을 동기 차원에서 판단한다(“산 속의 적을 무찌르는 일은 쉽고, 마음 속의 적을 무찌르기는 어렵다.”)
주자학 양명학이 주목한 향리공간을 체계화한 것은 「주례」였다. (경복궁을 짓는데도 주례 동관 고공기를 참고했다니 주의 영향력은 시공간을 너머선다.)
중국 역사의 변화가 왕조에 의해 규정되는 것이 아니라 변화에 의해 왕조가 규정된다(이 문장이 이 책의 바탕에 깔려 있다)
송나라 이후 균분 상속의 역사(부조가 1000무의 토지를 소유할 때 자식이 둘 이라면 500무씩 나뉘고, 그 자식에게 다시 자식 두명씩 있다면 500무는 250무, 3대째는 4분의 1이되고, 자식이 다섯 명씩이라면 손자 대에는 25분의 1이다)에서 가난은 3대로 이어지지 않고, 부도 3대를 이시 못한다는 말이 생긴다.
송대에 도교, 불교에 대해 유교를 우위에 둔 관료들이 도덕을 수양하는 학문으로 변화시킨다.
명말 청초에 가장 이르게 사(욕망)를 긍정한 것은 이탁오다.(이탁오 평전 참고)
명나라 홍무제가 반포한 교육칙어인 육유에서 황제에 대한 충성이나 국가, 관에 대한 복종이 아니라 가문과 향리를 둘러싼 도덕을 중시한다.
당송 전환기 오대라는 분열과 할거는 신해혁명후 1949년 재통일까지의 시기와 함께 대전환기의 하나에 견줄만한 커다란 혁명이었다. (일본이 그 사이에 침략할 수 있었던 것은 대변혁의 혼돈에 편승했기 때문이었다고 저자는 생각한다.)
중세 서양의 봉건과 중국의 봉건이 다르듯이 중궁의 향치와 서양의 지방자치도 다르다. 중국의 향치는 “지방의 공사는 지방의 손으로”라는 차원에서 이뤄진 지방자치로 재벙이 자맂ㅂ했는지의 여부가 아니라 민간 주도라고 해도 실은 대부분 관과 향신, 백성이 합동으로 운영에 참여했느는 점이다. 태평천국군을 제압한 향신의 상군이 이와같은 맥락이다.
“만물이 가지런하지 않은 것은 물의 자연이다. 백성에 빈부의 차이가 있는 것은 수명에 장단이 있는 것과 같아 조물주도 어찌할 수 없다.”
균전제, 정전제가 명청대에 이르러 인구의 증가로 실현가능성이 멀어지고 중국동맹획가 토지국유를 주장한다.
중국 지식인들이 중국문화를 비판하기 시작한 것은 1915년 무렵이다. 천두슈(진독수)에 따르면 종족제는 반개화, 봉건시대의 도덕으로 가장 먼저 비판해야 할 대상으로 결정되었다.
“형제는 타인의 시작이다”(일본에서 쓰는 관용구)

이미 알고 있는 바를 확인하는 재미도 있다.
- 전한 말기(기원전 1세기) 무렵에 유교가 국교화 되었다.
- 공자는 천과 귀신을 말하지 않았다. 도덕과 정치를 중심으로 한 인간사회와 인간의 힘 저편에 있는 명료하게 파악할 수 없는 이법(理法) 두 가지로 이루어져 있다고 생각한다.
- 유가는 종교적 의례였던 예를 세속화해 가족 도덕을 세우고 사람의 귀천과 상하를 구별하는 계급질서로 재구축한다. (맹자가 삼년상을 ‘효’의 구현이라 평가)
- 유가와 묵가가 제자백가의 앞에 있다.
- 도가의 ‘물을 물로 여기는 자는 물이 아니다’(물을 물로 여기는 자란 만물을 물로 여기고 존재 변화시키는 주재자를 가리키며, 물이 아니라는 것은 그것을 행하는 자가 물이 아니고 도라는 말이다.)

「중국 제국을 움직인 네 가지 힘」은 글항아리에서 본문 365쪽 분량으로 내놓았다. 내용과 제목이 따로인 듯하다.


#중국제국을움직인네가지힘
 
#글항아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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화장실에 관하여 중국 당대문학 걸작선 2
예자오옌 지음, 조성웅 옮김 / 웅진지식하우스 / 2008년 4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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예자오엔 소설집 : 화장실에 관하여


밖에는 찬 바람이 겨울을 데려오고 있다.
복층 유리는 바람만 막아주니 햇살은 부엌까지 밀고 들어온다.
해가 쉬러 간지도 한참이나 시간이 흘렀어도 안에서는 추위를 잊는다.
간서치 이덕무처럼 햇볕을 따라 앉은뱅이 책상을 옮기지 않아도 된다. 다행이다.

루쉰 전집 이후 오랫동안 이어놓지 못한 중국 근현대 소설을 읽는다.
예자오엔 소설집은 중국 당대문학 걸작선 두 번째로 내놓은 번역소설이다.
「연가」, 「화장실에 관하여」, 「추월루」, 「대추나무 이야기」를 제목으로 묶었다.
「연가」는 중국 대학생의 연애 시절부터 결혼 생활까지의 ‘감정의 변주’(번역자의 표현)를 다룬다. 독자의 학창 시절 연애와 결혼 생활과 닮아있다. 학창 시절 연애해서 결혼한 과커플(80년대엔 이렇게 불렀는데 요즘은 CC라고 한단다)이라면 공감할 이야기다. 그저 평범하게 그려서 심장이 벌렁이거나, 야한 장면이라곤 없다.

「화장실에 관하여」는 눈이 크고, 백자터럼 흰 피부에 연지빛 혈색이 도는 양하이링이 주인공이다. 공장 노동자인 그녀가 직장 동료들과 상하이를 방문했다가 화장실은 찾지 못해 바지에 오줌을 싸는 내용이 소재다. 시골과 도회의 풍물을 비교하고, 외국의 화장실 사정을 소개하는 구성과 내용에서 김훈의 필법이 보인다.

「연가」와 「화장실에 관하여」는 중국 현대(아마도 문화혁명이후 즈음)가 시대 배경이다.
「추월루」 20세기 초 일제의 핍박을 받던 시기를 배경 삼아 이야기를 끌어간다. 「추월루」에서 청말, 중화민국, 일제 강점기를 통과하는 선생 가문이 몰락해 가는 과정을 그린다. 장예모 감독의 영화 「인생」을 떠올리면 읽으면 배경을 가시화하기 쉽다. 일본의 난징 침략 시기에 친일하지 않고 의를 지키려 한다. 자신이 지은 누각에서 내려오지 않고 기거한다. 누각에서 내려옴은 의를 져버리는 것이라는 메타포를 담고 있다. 나라가 망해갈 때 한 사람의 마음과 노력은 힘이 되지 못한다.

「대추나무 이야기」는 1970년대가 시대 배경이다. 얼웅, 바이렌, 슈윈 중 전설적인 투사인 얼웅, 비적이자 항일투사의 몫을 해낸 바이렌, 얼웅의 형수이자 바이렌의 내연녀였던 노파의 회고를 토대로 끌어가는 이야기는 시대를 옮겨가며 모지이크화된 구성이다.
「화장실에 관하여」를 웅진 지식하우스에서 본문 346쪽 분량으로 내놓았다. 네 편 중에서 「추월루」가 제일 읽기 좋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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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상에서 지리를 만나다 - 생활 속 지리 여행
이경한 지음 / 푸른길 / 2008년 1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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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상에서 지리를 만나다

2020.12.23.()

부여에 가 부서산성을 오를 때면 상가 간판에서 검이불루(儉而不陋) 화이불치(華而不侈)를 본다. 유홍준의 안목이 우리에게 이 말을 전해 준 이후의 일이다. 부동산업자는 땅값이 오를만한 지역을 쉽게 구분해 낸다. 길치라 부르는 사람은 공간 감각이 떨어져 낯선 곳에서 헤매기가 쉽다. 지리학자는 일상을 그의 눈으로 어떻게 볼까? 이경한 교수의 일상에서 지리를 만나다는 모범 답안을 보여 준다.

 

자리 잡기의 미학, 갈등을 넘어 공존 모색하기, 장소 속의 의미 찾기, 모양의 원리 알아보기, 바람과 온도의 미학, 돈벌이의 질서로 이름 지어 6개의 장에 일상에서 만나는 지리학의 개념들을 풀어 넣는다. 쉽게도. 하여 지리학이 뭔지 모르는 사람에게도 책을 읽다보면 지리학이란 것이 이런 안목을 갖게 하는구나 생각하게 할 수 있다.

 

극장에 좋은 자리가 있고, 납골당에도 로열층이 있다며 입지의 개념을 풀어간다. 네비에이션이 공간감각을 떨어뜨릴 수 있음을 우려한다. 메타세콰이어 길과 관방제림, 아테네 회랑처럼 갈등을 넘어 공존을 모색하자고 한다. 새만금 간척지를 바라보는 시선이 바뀌고 있음과 비오톱(biotope)은 자연신탁제를 통해 최대한 남기자 제안한다. 바닷가 모래사장의 침식을 바라보며, 지역 행정에 지리학을 전공한 사람이 참여하지 못해 일어나는 아쉬움을 느낀다. 벽골제를 통해 갯땅쇠의 의미와 개척정신을 소개한다. 문등이(文登伊)를 배운 문화지리학 강의를 소환한다. ‘갯벌은 단위 면적당 생산성에서 논보다 30배나 높은 경제적 가치를 지닌다는 객관성을 문자화하였다.

구하도, 갯벌, 평탄면, 풍화혈, 부석, 산사태, 심층풍화와 차별풍화, 천정천, 사구, 두부침식과 분수계, 삼각점을 통해 독자들이 지형 경관을 쉽게 이해하도록 돕는다. 스콜, 꽃샘추위, 작물의 북한계선, 식생의 수직구조, 편향수와 방풍림, 열섬과 높새바람으로 지리학에서 다루는 기후 현상을 일상에서 불러낸다.

원시 어업, 집적이익, 전후방연계, 상권 다툼, 프랜차이즈, 유역변경식 발전, 지리적 표시제, 공간적 상호작용 등의 지리학에서 다루는 개념을 글과 사진으로 소개한다.

 

지리학은 암기과목이라 오해하는 학생에게 안목을 갖게할 안내서의 역할을 할 수 있을 터, 지리를 배우는 초심자에게도 배워가는 과정을 체크해 보는 계기가 될 내용이다.

 

큰 이익을 보지 못함에도 지리학 관련 서적을 내주는 푸른길이 고맙다. 본문 204쪽 분량이다.

 

일상에서 장소를 만나다에 인용한 예자오엔의 소설 화장실에 관하여가 집에 도착했다. 품절된 책이라 온라인 중고매장을 통해 구입한 소설이다. 루쉰 전집이후 만나는 중국 소설이다. 중국 당대문학 걸작이라니 재미가 있기를 기대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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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상에서 장소를 만나다
이경한 지음 / 푸른길 / 2020년 8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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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상에서 지리를 만나다. 2009」, 「일상에서 장소를 만나다. 2012」, 「자리의 지리학. 2018」 지은이가 같은 책이다.
「일상에서 지리를 만나다. 2009」는 지리교사 모임에 스폰서 참여한 출판사 판매대에서 샀고, 나머지는 박 선생님으로부터 선물로 받은 거다. 80년대 전반에 지리교육을 배운 까닭에 ‘장소’라는 단어는 지리에서 중요한 단어임에도 ‘공간’에 치어 눈에 띄지 않은 단어였다. 아니면 당시에 공부를 제대로 하지 않아 모르고 지나친 것인지도 모른다. 올해에 학창시절에 배운 내용과 요즘 지리학의 간극을 좁혀 보려고 노력하며 렐프의 ‘무장소성’과 ‘장소애’라는 개념을 배운다. 그러니 이 책들은 연결되지 않았던 80년대 전반과 2020년의 중간 어느 지점에 들어온 개념이리라. 좌우지간에......
‘장소’라는 단어로 한 권의 에세이가 나올 수 있음은 놀랍다. 결코 정치학이나, 경제학, 법학을 배운 사람이라면 「일상에서 장소를 만나다. 2012」와 같은 책을 낼 수 없다. 나는 나름 여러 분야의 책을 읽고 나의 관점을 만들어가는 과정에서 지적 호기심을 채우고 성장해가는 일이 독서하는 사람의 일상이라 여기면 책을 본다.
이경한 교수의 책은 ‘장소’라는 단어에서 여러 가지를 지점, 곳을 보는 안목을 가졌기에 나올 수 있었으리라. 나의 지적 호기심이 귀납적이라면 이경한 교수의 안목은 연역적이지 싶다. 일상과 학문(지리학의 주요 개념인 ‘장소감’, 나는 이제 겨우 알게 된)을 연결해 풀어낸 글이다.
책을 읽어가며 몇 가지를 생각하고 메모한다.
하나, ‘가맥’에 대한 궁금함이 풀렸고, ‘몸’을 장소라는 개념으로 풀어낸 일이다.
하나, ‘생활 속에서 만나는 장소’로 구성한 장을 읽을 때 전주에 있는 듯한, 그래서 확인해 보고 싶은 욕구를 느낀다. 가맥, 필리핀 식당, 다리 밑, 이면도로에 있는 다방에 가봐야겠다. 저자의 장소 마케팅이 성공적이라 의미다.
하나, ‘개인의 삶이 묻어나는 장소’에서 ‘몸’과 ‘장소’를 이렇게 풀 수 있구나 생각한다. 테리토리 개념을 사용하지 않고서.
하나, ‘타인과 함께 나누는 장소’에서 공원의 우리 곁에 있기까지를 그림을 매개로 풀어 놓은 글이 좋다. 코로나 19로 마을회관에 나가지 못하는 어머님을 생각한다.
하나, 요즘 지리를 배우는 학생들에게 ‘장소’라는 개념이 쉽겠지만, ‘공간’을 주로 배웠던 기억에 ‘장소’를 이해하는 안목을 키워야지 생각한다.
“천변 산책길에 사람들이 오가면머리에 땅을 박은 꿩마냥, 나만 뒤돌아서서 지나가는 사람을 보지 않으면 된다고 생각하고 일을 감행한다.(p.54)” 이 문장에서 웃지 않을 수 없었다. 더구나 상을 매달아 놓은 사진까지 있으니. [궁금하신 분들은 책을 사서 읽어 보세요]
“세월이 흘러도 남자는 남자다(p.81) (중략) ”. “다방은 ‘환대와 기대와 인간적 영접이 있는 친밀성의 장소’이다(p.81)” 같은 생각 같은 느낌이라면 연식이 드러나는 일이다. 다방을 ‘저비용 사회복지시설의 기능을 감당’하는 곳으로 볼 수 있는 곳에 사는 어르신들은 행복한 곳에 사는 거다. 적어도 고독사는 하지 않을 터.
‘장소’와 ‘몸’을 연결한 다음 문장을 뽑아내는 일은 지리학을 배우지 않았다면 불가능한 일이다. “몸은 자아의 정체성을 바탕으로 해서 사회에서 만들어지는 사회적 의미를 접하고, 그리고 자아에서 형성된 개인적 의미를 사회와 맞딱뜨리게 하는 일차적 장소(p.106)”
“몸은 배타적 공간이자 장소이기도 하지만, 공유의 장소이기도 하다(p. 111)” 언제 공유의 장소일까 궁금하지 않으시리라 .
귀족 지배 권력의 소산이었던 공원이 쇠라의 <그랑드자트 섬의 일요일 오후>를 통해 시민의 터전으로 바뀌었음을 풀어 놓았다.
“시골 마을의 모정과 마을회관은 우리 시대의 희생세대인 노인들이 실존적 존재로서 오늘을 살아가는 장소이다.(p.155)”
“‘같은 장소, 다른 의미’라는 장소 개념을 실제적으로 경험한다(임은지, 2011)“
에세이라면 누군가의 살아온, 살아가는 이야기쯤이 대부분이라는 경험 탓에 높게 치지 않는다. 「일상에서 장소를 만나다. 2012」는 낮게 칠 수 없는 에세이다. 그 까닭은 하나, ‘장소’라는 지리학이란 학문의 주요 개념을 우리 주변에서 언제나 만날 수 있는 일상과 연결했기 때문이다. 학문과 일상의 연결이니 어렵지 않겠냐고 한다면 대답은 ‘전혀 그렇지 않다.’
또 하나는 글을 읽는 일의 목적이 ‘이해와 안목을 키우는 일’이라 볼 때, 이 책을 읽는다면, 늘 마주치던 곳이 새로운 눈으로 보이고, 보이지 않던 것도 볼 수 있을 것이기 때문이다. 아마도 처음에는 저자가 보았던 눈으로 보려고 노력하겠지만, 반복하다보면 자기만의 안목이 생길 일이다.
「일상에서 지리를 만나다. 2009」를 다시 읽고, 「자리의 지리학. 2018」을 만나야 하겠다. 「일상에서 장소를 만나다」는 푸른길에서 2012년에 본문 192쪽 분량으로 내놓았다. 저자는 전주교대 사회교육과 이경한 교수이다.
추기 : 책을 읽고 예자오옌의 <화장실에 관하여>를 긴급 주문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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