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정학의 힘 - 시파워와 랜드파워의 세계사
김동기 지음 / 아카넷 / 2020년 1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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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정학의 힘

2020.12.2.()

지정학(geopolitics)은 지리적인 위치 관계가 정치, 국제 관계에 미치는 영향을 연구한다. 19세기 말 20세기 초에 대영제국의 식민지 건설, 나치의 팽창 전략, 일본의 대한제국 침략과 중국 침략, 냉전 시기 미국의 소련 봉쇄 등에 지정학을 이용했다. 저자 김동기는 법학을 전공하고 국제문제 연구 활동을 병행하며 지정학의 힘을 내놓았다. 서문을 통해 전쟁을 치른 미국과 베트남이 종전 20년이 지나 국교를 정상화하는 상황을 보고 국제정치의 역학 관계에 관심을 두고 책을 내놓았다고 밝힌다. 정치지리학을 공부한 사람이 아니라면 지정학에 대한 이해는 한반도가 대륙과 해양 세력의 각축장이 되었다는 수준에 머물 것이다. 이런 맥락에서 지정학의 태동과 발전과정을 쉽게 정리해 지정학을 이해하는 기본서로 손색이 없다.

매킨더의 하트랜드 이론과 스파이크먼의 림랜드 이론은 정치지리학 시간에 배운 내용을 구체적으로 살펴볼 수 있었다. 마한과 하우스호퍼의 지정학 연구는 호기심을 충족시키고, 미국, 러시아, 일본, 중국의 지정학을 이해할 수 있다. 지정학의 덫에 걸린 한반도에서 저자의 의견을 구체화 해보는 상상력을 발휘해 본다.

 

1. 일본, 접신의 지정학 : 이 부분을 읽으면서 드는 생각은 1인당 국민소득이 일본을 앞질렀으니 이제 우리가 이겼다는 생각은 하지 말아야 하고 초격차를 내지 않으면 안되겠다는 생각이다. 일본이 20세기에 누렸던 힘을 무시하면 안 된다. 우리는 이제 시작일 뿐이다. 전투화를 버리지 않은 것이 다행이다.

동아협동체론과 대동아공영권은 독일지정학의 핵심 개념인 레벤스라움이란 개념을 수용한 것이다. 일본이 전쟁 도발을 정당화하기 위한 슬로건으로 피점령국의 주요 자원과 노동력을 수탈했다. 2013년 코시로 유키코의 책<제국의 쇠퇴 : 1945년 이전 대륙 아시아에 관한 일본의 전략적 사고>2차대전을 일본에 유리하게 마치려고 했던 시도를 추적한 것이다. 일본 정부와 군부는 1944년 후반에 이미 패전이불가피하다고 예측하고 소련은 만주와 한반도에 근거를 확보해 태평양으로 진출하려할 것이며 그렇게 되면 조만간 미국과 충돌할 것으로 예상했다. 일본은 이런 국제정치의 맥락에서 일본의 패전 후 운명을 구상했다. 일본은 당시국제정세를 분석해 미소 관계에 균열이 생기고 있음을 읽고 거기에서 일본이 소생할 기회를 봤다. 그러기 위해서 소련이 동아시아에 진입하여 미국의 단독 승리로 확정되지 않는 시점을 노려 일본이 전쟁을 끝내야 한다고 판단했다. 일본의 항복 전략은 사무라이 전략 문화를 이용해 동아시아에서 미소가 서로 경쟁하도록 하는 것이었다. 그러기 위해서 소련이 진군하기 이전에는 결코 항복하지 않아야 했다.

종전 전략 수립을 담당한 해군 소장 다카기 소기치는 19453월 종전 전략에 관한 중간보고서 초안을 작성했다(P. 229) 미소간의 잠재적 대립을 이용해 소련을 개입시켜 미국의 야심을 견제한다는 것이다. 미국의 아시아 단독 지배를 반대하는 소련을 미국 혼자서 대응할 수 있다고 판단될 때만이 일본의 역할을 미국이 인정할 것이고 이 길만이 일본이 미국의 지원을 받아 다시 아시아에서 지위를 확보할 수 있는 길이라고 다카기는 분석했다. 소련이 동아시아에 참전한 후 최대한 영향력을 확보해야 일본에 유리하다는 것이다. 그래서 일본은 소련이 한반도에 진입하는 것을 용이하게 하고 미국의 한반도 진입을 저지하는 것이었다. 사실상 소련에게 한반도 진입의 기회를 제공하고 결과적으로 미소가 한반도를 분할 점령하도록 유도하는 것이었다. 한반도 분단 아이디어는 오래된 역사를 갖고 있다. 임진왜란 때도 그랬고, 청일전쟁 시 영국 관료가 일본이 한반도 남부를, 중국이 북부를 점령하고 서울을 중립지대로 하자고 제안했었다. 1896년과 1903년 러시아와 일본은 군사 대립을 피하기 위해 38선을 경계로 한반도 분할을 논의하기도 했다. 결국 일본은 한반도 병력 배치를 조정해 한반도 남쪽을 미국으로부터 방어하는데 집중했다. 1945815일 당시 북한에 11만 명, 남한에 23만 명을 배치하고 제주도에만 6만 명 이상을 배치했다. 그 상황에서 일본군은 중국 대륙에 있던 1백만 명 규모의 병력을 소련 침공에 대항하기 위해 만주로 이동시키지 않았다. 소련은 일본의 이런 태도에 도리어 의아해했다. 당시 일본군은 소련이 1리 전진하면 2리 퇴각하라고 명령했다. 810일과 11일 사이 미국은 부랴부랴 한반도의 38도선 분할안을 제안하고 스탈린이 동의해 한반도가 분할되었다. 일본이 복선을 깔고 소련과 미국이 지정학적으로 타협한 결과다. 원폭 투하는 일본의 항복 선언에 큰 영향을 미치지 못한다. 그 증거로 대본영의 기밀 전쟁일지에는 원폭 투하가 많이 언급되지 않는다. 89일 새벽 소련군의 침공이 시작된 지 30시간 만에 일본은 포츠담 선언을 수락하고 항복한다. 일본 귀족원 의장과 수상을 역임한 고노에 후미나로는 소련 참전은 신이 준 선물로 이제는 전쟁을 마칠 수 있다고 말했다. 이로써 미국이 일본을 가혹하게 지배할 수 없는 지정학적 환경이 만들어진 것이다. 저자는 일본은 비록 원폭이 투하되고 전투에서 졌지만 그들이 원하는 전후 동아시아 대립 구도를 만드는 데 성공했음으로 패배했다고 생각하지 않는 것인지도 모른다고 생각한다.

 

2. 알프레드 마한 : 1890<시파워가 여가에 미친 영향>, <시파워가 프랑스혁명과 제국에 미친 영향>에서 영국이 시파워를 발판 삼아 해가 지지 않는 나라로 발돋움하는 과정을 설명했다. 왕성한 독서가였던 마한은 상업적 군사적으로 해양을 지배하는 것, 즉 시파워의 우위와 제해권 장악이 국가 운영에 중대한 영향을 미친다고 판단하고 연구했다. 해로는 어느 방향으로나 갈수 잇는 교역로가 된다는 점에 주목하고 해군력 강화를 강조했다. 지리적 위치, 천연자원 및 기후 등 물리적 환경, 영토의 크기, 인구, 국민성, 정부의 성격이 시파워를 결정짓는 여섯 가지 요소로 제시했다.

마한은 미국이 해군 기지를 확보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연료를 공급하고 수리를 할 수 있는 기지 없이는 해군 확대가 불가능하다고 주장했다(이는 대니얼 임머바르가 쓴 미국, 제국의 연대기에서 2차 대전 덕분에 2,000여 개의 기지를 확보하고 현재 800여개 해외 기지를 확보하고 있음에서 일치한다) 마한의 책은 식민지 확장과 제국주의 경쟁시대를 맞이해 미국 정계에 움트고 있던 군비 확장론자들에게 강력한 무기가 됐다. 미한의 책은 일본 해군에서도 필독서였다. 1881년 미국 해군의 규모는 브라질, 페루, 이집트만도 못했다. 1907년에는 영국에 이어 2위의 해군 강국이 되었다. 파나마 운하, 하와이 합병, , 필리핀에 해군기지를 건설한 것은 마한의 영향이다. 미국을 세계 대국으로 만든 다섯 명 중 한 명이 마한이라고 미국 내에서 평가된다.

 

3. 영국 핼퍼드 매킨더의 하트랜드 이론 : 1887<지리학의 범위와 방법>, 1902<영국과 영국의 바다>, 1904<역사의 지리적 중심>, 1919<민주적 이상과 현실> 등을 발표했다. 그는 영국의 위상이 대륙의 방대한 자원을 보유한 대국인 러시아와 미국 때문에 위험해지고 있다고 보았다. 1차 대전 후 신 국제 질서를 논의할 때 독일과 러시아의 연합을 막기 위해 동유럽에 독립국을 만들어 완충지대를 만들어야 한다고 주장했고, 실현된 역사가 되었다. “동유럽을 지배하는 자가 하트랜드를 지배한다. 하트랜드를 지배하는 자가 세계의 섬을 지배한다. 세계의 섬을 지배하는 자가 세계를 지배한다.”는 발언은 유명하다. 세계의 섬이란 유라시아를 말한다(아프리카를 포함한다고 하기도 하는데) 매킨더의 이론과 주장은 영국과 미국에서 주목받지 못했고, 1930년대 후반 독일의 하우스호퍼에 의해 재해석 되면서 주목받는다. 독일, 일본, 소련이 유라시아 블록을 만들어 서방측 시파워에 대항하자는 제안이었다. 매킨더의 이론은 냉전이 시작되면서 미국 전략가들에게 소련 봉쇄 전략의 정당성을 제공했다. 석탄과 오일이 고갈되면 사하라 사막에서 태양에너지를 얻을 수 있을지도 모른다는 것과 중국이 동양도 아니고 서양도 아닌 독자적 문명을 구축할 것이라는 예측은 선견적인 통찰이다.

 

4. 하우스호퍼의 레벤스라움 : 하우스호퍼가 일본 체제 중 청일전쟁과 러일전쟁을 경험하면서 독일지정학의 초석을 놓았다. (매트 매들리의 본성과 양육에서 언급하듯 미국의 우생학이 독일로 전해져 유대인 학살의 이론적 토대가 되듯) 교도소로 주기적 면회를 가 히틀러와 그의 동료들에게 레벤스라움, 하트랜드, 지정학의 개념을 설명한다. 하우스호퍼가 히틀러에게 소개한 책은 라첼의 <정치지리학>이었다. 이는 레벤스라움을 가르치기 위한 것이었다. 라첼은 모든 유기체는 특정 크기의 공간이 필요한데 이를 그 특정 유기체의 레벤스라움이라 불렀다. 인구증가에 따른 토지확보를 위해 해외 식민지를 확보하는 것이 해결책이란 생각이다. 레벤스라움은 생활권이란 개념이다.나치 집권후 하우스호퍼와 독일지정학은 제3제국의 도구가 되었다. 독일지정학자들이 구상한 레벤스라움은 우크라이나와 러시아의 스텝이었다. 독일이 소련을 침공했을 때 일본은 우랄산맥의 동쪽 지역에 대한 일본의 지배권을 인정하라고 히틀러에게 요구했다. 결국 히틀러나 나폴레옹에게 가장 매서운 적은 지리였다. 하우스호퍼는 일본이 남쪽으로 진출하라고 조언했다. 만주와 중국을 침략하는 것을 실수로 보았다. 일본이 중국으로 깊이 들어가면 익사할 것이라고 예측했다.

 

5. 스파이크먼의 림랜드 이론 : 예일대 교수였던 스파이크먼은 미국은 전쟁이 끝나면 일본, 독일과 동맹을 결성하고 소련을 견제해야 한다는 취지의 발언을 했고, 참가자들이 귀를 의심했다. 1938<미국정치학리뷰>에 실린 논문 <지리와 외교>에서 인구밀도, 경제구조, 정부형태, 국가 지도자들의 성격과 편견 등과 비교해 지리는 상대적으로 변하지 않는 요소라고 강조했다. 당시 스파이크먼은 50년 쯤 후 미국, 소련, 중국, 인도가 세계 4대 강국이 될 거라고 예측했다. 그는 국토 크기보다 더 중요한 것은 위치라고 말한다. 태평양이 핵심적 무역 통로로 부상할 것이라는 예측도 했다. 독일이 패전해도 소련에 대항할 수 있는 군사력을 이용해야하고, 미국이 일본을 보호해 중국이나 러시아를 견제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지극히 냉철한 전략적 계산의 결과였다. 1942년의 시점에서 스파이크먼은 일본이 전쟁에 지는 것 뿐만 아니라 미래에 경제 대국이 된 중국이 대국화되고 미국에 위협이 되리란 사실을 정확히 예견했다. “림랜드를 지배하는 자가 유라시아를 지배하고, 유라시아를 지배하는 자가 세계를 지배한다.”는 그의 발언도 유명하다. 또한 에어파위 없이는 시파워가 효율적으로 작동하지 않으니 지상의 공군기지가 항공모함보다 낫다고 여겼다. 매킨더가 영국의 위한 대외 전략을 고심한 것처럼 스파이크먼은 미국을 위한 대외 전략을 고심해 성과를 낸 것이다.

- 조지 캐넌(소련 주재 미 임시 대리대사)의 판단 : 경제 문제가 해결괴지 않는 한 소련 체제는 취약할 것이다. 미국의 안보는 적대적 세력이 유라시아 파위 중심을 지배하지 못하게 하는데 달려 있다. 독일의 기술력과 소련의 자원이 결합하는 게 가장 위험한 시나리오다. 일본, 필리핀, 오키나와에 군사기지를 확보하는 것이 미국의 동아시아 안보 목표 달성의 기초다.

- 19509NSC-68은 미국 대외 전략의 중대한 분수령(공산권국가에 대한 포괄적 봉쇄 전략) 한국전쟁은 미국의 군비확장을 급속히 촉진하는 결정적 계기였다.

- 키신저의 지정학 : 미국은 중국과의 관계 개선을 통해 중국이 소련을 견제한다면 미국은 비교적 명예롭게 베트남을 떠날 수 있다고 판단했다. 그래서 핑퐁외교가 시작된 것이다.

- 브레진스키의 <그랜드 체스판> : 유라시아에 미국의 패권에 도전할 만한 국가나 세력이 출현하지 못하도록 관리하는 것이 미국의 목표여야 한다. 미국이 초강대둑인 시대는 끝났다. 중국이나 러시아 중 하나와 연합해 안정을 구축해야 한다.

 

6. 한반도 지정학의 덫은 글을 읽을 줄 아는 사람이라면 읽어야 한다. P289~329까지 저자의 생각을 풀어 놓았다. 독자 생각으로는 남북이 평화를 유지할 수 있는 상황이 허락한다면, 현재의 군사력을 게속 유지해야 한다. 내적으로 에너지의 안정적 확보를 위해 K-STAR 사업이 빠른 시간 내에 성공할 수 있어야 한다. 유라시아 대륙과의 연결망을 확보하고 해양 진출을 위한 투자도 확대하는 대외 전략이 병행되어야 할 듯하다. 한국에도 마한이나 매킨더, 스파이크먼과 같은 전략가가 있어야하고 없다면 키워야 한다. 새뮤얼 헌팅턴의 문명의 충돌, 폴 케네디의 강대국의 흥망, 이병한의 유라시아 견문 1,2,3 에 못지않은 역작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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