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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리학자의 인문 여행
이영민 지음 / 아날로그(글담) / 2019년 6월
평점 :
지리를 전공한 사람으로서, 독자로서 『지리학자의 인문 여행』을 어떻게 읽을 것인가 생각한다. 메모하며 생각한 것은 전공 책에 가깝게 느낄 수밖에 없다는 거다. 알고 있던 것을 확인하고, 새롭게 알게 된 내용은 메모하며 읽다 보니 독서 노트가 전공 노트가 될 듯하다. 오랜만에 전공 공부하는 태도로 읽는다.
1부 여행과 지리학은 같은 것을 바라보고 경험한다.
= 삶의 장소를 연구하는 지리학 삶의 장소를 경험하는 여행
- 지리학자가 해 질 녘에 모뉴먼트밸리를 찾은 이유
아는 만큼 보인다는 말은 보고 싶은 만큼 알아야 한다와 같다.
뷰트(butte) : 건조한 지역에 고립적으로 솟아 있는 작은 언덕, 주변 암석이 침식으로 깎여 나가고 상대적으로 침식에 강한 암석 성분이 남아 측면은 수직으로 깎인 절벽으로 구성되고 정상부는 탁자 모양으로 평평하게 남아 있다.
- 알고 떠나면 여행이 그리고 인생이 즐겁다.
극지방에 가까울수록 겨울철 밤이 길어 黑夜라 한다. 고위도 특히 위도 66.5도 이상의 지역이 이런 현상이 극단적으로 나타나 極夜라고도 한다. 여름에는 낮이 길어져 밤 열 시가 다 된 시각에도 해가 완전히 지지 않는 白夜 현상이 나타난다. 오로라는 북위 66도 33분의 지점 이상 지역에서만 볼 수 있어 겨울철 엄청난 추위를 감수해야만 한다. 캐나다 북쪽 허드슨만 근처 옐로나이프가 오로라를 가장 잘 볼 수 있는 마을이다.
= ‘얼마나 멀리’가 아니라 ‘얼마나 낯설게’
- 장소가 주는 힘이란 무엇인가
장소감(sense of place) : 제자리에 있는 in place 느낌, 제자리를 벗어난 out of place 느낌
아베그웨이트(Abegweit)는 원주민 말로 ‘파도 위의 요람에 넣어진 땅’이란 의미다. ‘세인트로렌스 만의 정원(Garden of the Gulf Saint Lawrence)으로 부른다.
- 여행이란 의도적으로 낯선 장소감을 느끼는 여정
- 일상에서 세우는 오감의 안테나
= 익숙한 곳에서 낯선 곳으로 넘어가는 시작, 국경
2019년 4월 기준 한국 여권으로 166개국에 자동 입국이 가능하다. 여권지수(여권 파워 순위) 세계 3위 국가다. 1위 아랍에미리트(169개국), 2위 룩셈부르크, 핀란드, 독일, 스페인(167개국)
- 국경을 넘지 못하는 사람들
블리자드(blizzard) : 영미권 용어로 고위도 지역에서 겨울철에 눈보라를 수반하여 강력하게 불어오는 차가운 폭풍(러시아에서 Buran, Purga, 아르헨티나에서 Pampero)
- 여행의 진정한 시작, 마음속 경계 넘기
특정 지역의 정치적 특성이나 사회문화적 특성은 대부분 현실에 의해 만들어지지만, 때로는 외부에서 만들어지기도 한다. 그 지역 내 아주 작은 문제가 전체의 문제인 양 과도하게 증폭된다. 여행은 ‘갇혀 있는’ 그들과 ‘자유로운’ 내가 조우하는 여행의 현장에서 그들과 나의 위치, 삶의 이유 그리고 상호 간의 관계를 겸손하게 숙고하는 시간이어야 한다.
= 관광은 돌아옴을 여행은 떠남을 목적으로 한다.
travel의 라틴어 어원 트라바일travail은 고통, 고생, 위기, 걱정이란 뜻을 담고 있다. 이븐바투타와 마르코폴로의 여정을 생각해 보라.
- 왜 사람들은 여행을 떠나기 시작했는가
17세기 영국 귀족들의 grand tour가 시초다. 유럽 문화의 원류인 그리스 로마 문화를 동경해 주로 이탈리아를 여행한다. 19세기 산업혁명의 성과로 경제력 향상, 교통수단의 발달이 여가와 견문 확장을 위한 여행을 확산시켰다. 2차 대전 후 산업형 여행, 패키지 관광이 증가했다. 전문 여행사가 등장하고, 1841년 토머스 쿡이 세계 최초로 전문 가이드가 여행을 안내하는 여행사를 꾸렸다.
관광객의 시선(Tourists Gaze) : 관광객들은 전통 유산을 지닌 어떤 지역을 방문할 때 현지인들이 전통을 유지하고 있을 것이라고 기대한다. 실제는 개조된 타자, ‘발명’된 타자인 ‘재현된 퍼포먼스’를 본다.
- 여행과 관광은 어떻게 다른가
패키지 관광은 재현된 퍼포먼스를 경험하는 일정이 포함된다. 구체적인 계획이 수립되어 있다. 예기치 않은 경험을 최대한 막아 안전을 보장하려 한다.
여행은 객지를 두루 돌아다니며 그곳에 사는 사람들 속으로 동참해 들어간다는 의미를 가지고 있다. 대략적인 여정을 짜서 무엇을 보고 체험할지 정하기는 하나 반드시 계획한 것만 수행하고 돌아오지는 않는다. 예기치 않은 경험을 적극적으로 수용해 만족감을 더 높이려고 한다.
- 관광객과 여행자가 낯섦을 대하는 자세
관광은 경계 넘어 무대에서 활동하지만 편안함과 안전함을 확보하기 위해 마음속의 경계를 유지한다. 여행에도 경계는 존재하지만 차단막이 아닌 연결 통로로서 늘 열려있고 언제든 넘나들 수 있다. 관광은 경계의 이쪽과 저쪽을 견주며 살펴본다. 비교가 지나쳐 문화의 ‘차이’를 ‘우열’로 나눌 수 있다. 여행은 비교하지 않고 이해하려 한다. 시간적 지리적 맥락 속에서 상대방의 문화를 이해하려고 한다. 이때 기준은 나가 아닌, 그들이다.
- 타자와의 만남을 통해 ‘나’를 발견하는 여정
“사람과 사물에 대해 따뜻하면서도 해박한 식견은 평생 지구 한구석에 처박혀 있는 것으로는 얻어질 수 없다.”(마크 트웨인 여행기)
= 그래도 종이 지도는 필요하다
- 안내서가 추천하는 여행이 즐겁지 않은 이유(론리 플래닛은 서구 중심적이다)
- 주민들은 모르는 호보켄의 명물, <플랜더스의 개> 동상은 일본 T V방송국과 벨기에 지방 정부의 합작품이다.
- 객관적이고도 정확한 여행법, 지도
2부 장소에서 의미를 끄집어내면 여행이 즐겁다.
= 몰랐던 나 자신을 발견하는 경계상의 공간, 공항
- 경계의 안쪽도 바깥쪽도 아닌 전이적 장소, 공항
공항, 기차역, 항구, 버스터미널은 전이적 장소다.
- 세계 최강 여권으로도 넘지 못 할 뻔한 프랑스 국경 :카르카손 공항 에피소드
- 해외에서 한국인으로서의 나를 자각하는 아이러니 : 과거 공산권 국가 여행
= 교통수단을 넘어 그 자체만으로 훌륭한 여행, 열차
- 여행지에서 모든 일이 잘 풀리면 그것은 여행이 아니다. (하루키 생각)
- 기차는 일정을 지키도록 도와줄 수단만이 아니다.
쿠셋에서 만나 마자르족과의 만남, 암트랙, 차창여행
= 보는 여행에서 느끼는 여행으로 여행자의 몸
- 내면의 자아와 여행지 사이의 경계, 여행자의 몸
- 보러 가서는 제대로 느낄 수 없었던 선암사 : 인간은 오감을 통해 장소를 경험한다.
- 사진이 아니라 사람, 이야기, 추억을 생생하게 남기는 여행
인간이 오감을 통해 감지하는 장소의 분위기는 경관land-scape, 청관sound-scape, 후관smell-scape, 미관taste-scape, 촉관tactile-scape으로 구분할 수 있다.
- 자연환경과 문화가 버무려진 음식으로 맛보는 여행
우즈베케스탄 부하라역의 ‘오쉬’osh는 우리 식으로 볶음밥이다. 고려인은 ’지름밥‘이라 한다. 영어식으로는 필라프pilaf 다.
= 지리적 상상력을 펼칠 수 있는 최상의 무대, 전망대와 버스
- 맥락을 읽어야 보이는 중국의 이슬람 문화
회족(색목인) 은 과거 실크로드나 대양루트를 통해 중국에 들어온 아라비아 상인들이 시조다. 하얼빈과 선양의 모스크, 이 지역의 모스크는 명, 청시대 사합원四合院형 주택 양식에 미네라트(이슬람 사원의 종탑) 기능을 하는 누각 지붕 꼭대기 위의 초승달 문양 양식이 있어서 알 수 있다.
- 시베리아 평원 한가운데서 유대인의 디아스포라를 상상하다.
하바롭스크 주변 유대인 자치주(1920년대 20만 명에서 최근 4,000여 명 거주)
- 도시 전체를 한꺼번에 조망하는 눈, 전망대
홋카이도의 하코다테(1854 일본 최초 개항장)산, 루마니아 콘스탄차, 바쿠의 메이든 타워, 시칠리아의 에리체, 라오스 루앙프라방의 푸시산, 런던아이, 싱가포르 플라이어
- 지리학자는 전망대에서 내려오면 버스를 탄다.
= 현재가 살아 숨 쉬는 박물관, 시장, 원주민 마을
- 여행할 때 낯선 문화를 어떻게 바라볼 것인가
- 여행지의 생생한 삶을 보고 싶다면 어디가 좋을까
시장이야말로 세상 모든 삶의 동질성을 집약적으로 확인할 수 있는 삶의 현장이다.
- 직업이 원주민인 사람들 : 퍼포먼스
3부 여행자를 위해 존재하는 장소는 없다.
= 언어가 통하지 않아도 여행은 계속된다.
- 언어 자체는 목적이 아닌 의사소통 수단일 뿐이다.
- 여행할 때 언어보다 효과적인 의사소통 수단
시베리아 횡단 열차에서 만난 몽골계 부리야트족과의 만남, 몽골어로 대한민국은 솔롱고스solongos다.
= 지도 위에 그려진 경계를 허물고 낯설게 바라보기
- 같은 세계, 다양한 지도, 다른 세계 인식
메르카트로 도법(방향), 피터스 도법(면적)
- 대발견시대, 새롭게 ‘만들어진’ 지명들
아메리카, 빅토리아 폭포(모시-오야-툰야, ‘천둥이 치는 연기’) 아이보리 코스트, 필리핀(마할리카, 자유인으로 국명 변경 추진 중), 에베레스트산(초모롱마, 지구의 母신, 사가르마타, 눈의 여신,) K2, 짐바브웨(舊 로디지아, 세실 로즈의 땅)
- 주변 시각에서 바라본 한국은 어떤 모습일까
이분법적 인식, 중심과 주변, 제주도(혼인지 이야기, 목호의 난) 출륙 금지령, 구한말 이재수의 난, 4.3 사건)
= 삶터에서의 권리 여행지로서의 행복
- 환상이 아닌 현실 속 삶의 현장, 송네 피오르의 페리호는 관광용이자 마을과 마을을 연결하는 완행 시외버스다.
- 세계 곳곳에서 발생하고 있는 오버투어리즘 : 수용 가능한 범위 이상으로 관광객이 몰려와 주민들이 전에 없던 불편함을 겪는다. 관광객 증가로 인한 소음 증가, 쓰레기 증가, 교통 및 주차 혼잡, 환경 파괴, 물가와 주거비 상승, 지역 정체성 혼란으로 투어리스티피케이션tourristification 현상 발생
‘관광객, 당신의 화려한 여행은 내 일상의 고통’ (바르셀로나), 제주도, 북촌한옥마을, 감천문화마을, 동피랑마을- 관광객의 인식 부족과 매너 없는 행동 탓
- 현지인 없이 여행은 이루어질 수 없다.
= 불편한 응시에서 다름을 이해하는 소통의 눈으로
- 여행자와 현지인 사이에 오가는 시선의 문제
- 응시를 불편하게 만드는 식민주의적 세계관
- 우연한 손님으로서의 갖춰야 할 예의 : 셰르파는 고산족 명칭에서 히말라야 등반 안내인으로 통칭
- 여행자의 영향력을 긍정적으로 발휘하는 공정여행
현지인이 이용하는 교통수단 이용하기
= 여행과 현실 간의 간극을 줄이는 세 번째 여행
한국적인 기념품을 가져가 현지인에게 주자
- 일상의 변화를 끌어내는 또 한 번의 여행
여행하며 메모하고 여행을 마치고 다시 정리하고, 사진도 최단 시간 안에 정리해야 느낌을 덜 잊는다.
- 여행을 다녀온 후 지도가 어떻게 달라 보이는가
= 에필로그 : 주도적인 여행을 통해 여행력을 계발하자. 세계 0대 자연경관은 없다. 지리적 다양성은 내면의 잠재적 욕망을 점화시킨다.
『지리학자의 인문 여행』은 이화여대 교양과목(여행과 지리 : 글로벌화의 지역 탐색)을 엮어 낸 것이다. 글샘출판사의 아날로그에서 2019년 6월 본문 251쪽 분량으로 초판을 내놓았다. 저자는 이화여대 이영민 교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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