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의 불행은 당연하지 않습니다
김누리 지음 / 해냄 / 2020년 3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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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2.12.5.()

그놈이 그놈인 세상, 내가 뭘 어쩔 수 있는 상황도 아닌 현실, 모래처럼 흩어진 채로 꾸역꾸역 살아가는 삶에 그러지 맙시다라는 이야기를 하고 있다. 거울로 봐야 자신의 모습을 보고, 외국에 가보면 쉽게 한국의 모습을 다른 관점에서 볼 수 있다. 독일에서의 경험을 토대로 우리의 삶을 걸러내 돌아보는 김누리의 강연록이다. 유학한 경험을 힘으로 권력으로 투사하는 사람이 많은 세상에서, 그가 들려주는 이야기는 60년대 출생, 50내 남자에게 뜨끔하게 다가온다.

 

광장 민주주의를 통해 외국에 소개된 대한민국은 민주주의 1등 국가다. 트럼프, 아베, 푸틴이 끌고 가는 선진 강대국보다 우리 광장 민주주의가 우월하다는 독일 주간지의 칼럼(디 차이트; 이제 미국과 유럽은 한국에서 민주주의를 배워야 한다는 취지)이 있다. 다른 관점에서 보면, 광장 민주주의(탄핵을 외친 촛불 집회)와 일상 민주주의는 다르다. 대통령은 비판하나, 소속된 사장을 대놓고 비판하지 못하는 사례에서 괴리가 큼을 안다. 독일 경제 성장의 바탕에 있는 노사공동결정제를 소개한다. 노동의 유연성을 강조하는 기업과 귀족화된 노조, 열악한 비정규직이 공존하는 현실의 대안으로 생각할 수 있다.

여러 페이지에 걸쳐 유럽의 68혁명을 소개한다. 1960년대 후반 유럽에서 부조리한 세상이니 모든 형태의 억압을 거부한다라며 세상을 바꾸자는 혁명이다. 왕은 신으로부터 권력을 부여받았다고 믿던 세상을 바꾸고 근대를 이끈 계몽사상과 같은 맥락이다. 유럽인들의 시대정신이라고 해석한다. 과거를 바라보는 시각을 바꾸고 교양 사회를 만들어 사회적 정의를 추구하는 시대 분위기다. 우리에겐 이런 시대정신을 받아들일 기회가 없었다고 보는 것이 김누리 교수의 판단 기준이다.

 

왜 한국에만 68혁명이 없었는가와 60년대 이후의 현대사를 자신의 기준으로 해석한다. 60년대 출생, 80년대 학번의 정치적 성취와 함께 도덕적으로 우월하다는 착각이야말로 위험하다고 말한다. 이미 기득권이 되어버렸다는 평가에 공감한다. 물론 도덕적 우위는 정치에서 약자에게 버팀목이 되지만, 비전을 제시하지 못하고 기득권에 만족하고 있다고 보기 때문이다. 경쟁하는 교육으로부터 인권과 성, 자기계발이란 이름으로 윤색된 자기착취’(독자는 성취적인 삶의 자세로 동기화돼야 한다고 믿기에 동의하지 않는다), ‘소외의 문제를 풀어간다. 자신이 만들었으나 가 그것에 종속되는 현상으로 소외를 정의한 것은 쉽고도 교수답다.

 

역사의 악순환이란 고리를 끊기 위해 연결 고리를 찾는다. 우리의 자화상으로 높은 자살률과 경제적 불평등, 경쟁에 내몰린 학생과 노동에 혹사당하는 어른을 이야기한다. 한국전쟁이 계급을 없앴으나 새로운 계급으로 학벌이 탄생했다고 본다. 여의도 국회와 불평등을 심화시키는 자본주의를 야수 자본주의라 부르며 악순환의 뿌리로 파악한다. 한국사회에서 정권 교체는 보수 대 진보라는 거짓으로 포장한, 수구와 보수 간의 기만적 기득권 싸움이라고 본다. 더불어 미국은 글로벌 스탠더드가 아님에도 영혼의 미국화란 단어를 내놓고 한국이 변수에서 상수로 서자고 말한다. (덧붙인 지도를 보면, 중동에서 한국을 그렇게 보기도 한다. 중국에 나이스라니, 어불성설 )

 

마지막 장에서 독일 통일에 대한 오해와 진실을 몇 가지 에피소드로 소개한다. 이를 통해 남과 북이 다치지 않고 손잡는 법이란 이름으로 나름의 생각을 밝힌다. ‘천문학적 통일 비용이란 교도 통신이 의도적(악의적)으로 만든 것을 조선일보가 퍼 날랐다고 한다. 동독의 유권자가 독일 통일 이후 정치의 방향타가 되었음을 기억하고 고려해야 할 듯하다.

 

독자가 보기에 퇴장하고 있는 60년대 출생, 80년대 학번에, 앞만 보고 왔으나 손에 든 것을 펼쳐보고, 두고 떠나온 길을 돌아보자는 글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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생각하는사람 2023-03-23 14:55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책을 읽고 실천 해 보려니 막막하네요.